산과사람들을 따라 산행을 시작한게 작년 11월4일이었으니 벌써 3개월이 지났나?
다른 산악회와는 달리 마니또 게임과 함께하는 자기 소개와 산행후 발표시간...
산행에 나설때마다 어떻게 하면 특색있는 발표를 할까로 골머리를 썩이게됨은,
내 존재를 각인시켜 조금이라도 더 여러님들과 가까워지고 싶은 조그만 소망에서다.
그러나 소심한 성격인 나의 소개시간은
수줍음으로 가파진 호흡에
내가 무슨 말을 했는지도 기억이 안날 정도로 두서없이 지껄일 뿐이고...
사실 언젠가 교육기관의 두시간짜리 강의 부탁을 받고 하두 떨려서
강의에 앞서 쏘주를 글라스채로 마시고 나서야 겨우 강단에 선 일도 있었다.
바보스러운 자기소개에 못마땅해 하며 산을 오른다.
산의 초입...
하늘은 높고 햇볓은 쨍쨍... 맑은 공기에 시야가 트여 조망도 좋으련만,
보이는이 그저 인파뿐 주위 경관은 아예 안중에 없다.
설사 안중에 있다해도 인파에 파묻혔으니 보일리도 만무하겠지만....
그저 떼밀려 오르는길...눈이 얼어붙었은지 제법 미끄럽다.
앞서가던 카라님 미끄럽다며 아이젠을 차고...
미끄러우신지 머뭇거리는 여란님을 보며 하루님께 고마워해본다.
하루님의 의견을 십분 존중하여 양손에 든 쌍지팡이...
말씀마따나 경사가 가파른 오르막길도 눈길의 미끄러움에도 많은 도움이 된다.
그러나 하루님! 너무 좋아하지 마슈!
지팡이 두개를 쓰는게 중노동이었던지 눈썰매 타며 부딧친 꽁지뼈와 더불어
양어깨가... 양팔이 쑤시고 있는 중이라오.
산과사람들인지 아니면 다른 산악회분들인지도 모르는 무리에 휩쓸려
한고개 넘으니 내리막길...
흰눈이 탐스럽게 쌓여있다.
눈썰매가 생각나나 벌써부터 타기는 그렇고... 에라 모르겠다! 맨몸으로 부딛치자!
눈 터는 것도 잊은채 다시 오르막...
뒤따르며 눈을 털어주는 이 하이에나님이 아닌가?
매주 산과사람들을 따라 산을 오르는 이유가
다 이런 따뜻한 마음을 지닌 님들이 계시기 때문이 아닐런지...
겨우겨우 호흡을 가다듬으며 오르는 길...
어제 저녁에 갑자기 흐르던 콧물이 멈추기는 했지만 아직 코로 숨쉬기는 불편하다.
그래도 매주 산을 오른 효험인지 날이 갈수록 산 오름이 수월해지는 느낌이다.
점심을 먹기로한 1492봉에 도착해보니 명님, 산새님 등등 몇분이 보이고...
이미 도착한지 꽤 된 눈초리지만 선두급이라 너스레를 떨며 합류해본다.
라면으로 점심을 준비하는 님들 곁을 비켜나 주위 경관을 둘러본다.
바위하나 없는 완만한 산세의 흙산으로서 자신의 아름다움을 자랑하기 보다는
주위의 능선들을 조망할 수 있도록 자신의 허리를 아낌없이 내어주는
자연스레 포근한 어머니의 품을 떠올리게 하는 산...
보통 이런 산의 이름에는 德字가 들어가기에 계방이란 이름이 생소하게 느껴진다.
속속 후미 분들이 도착하고 삼삼오오 라면코펠을 끼고 둘러 앉은 점심시간...
산새님이 자리를 권하지만 명님의 라면 앞에는 이미 님들로 넘쳐 난다.
하이에나님의 라면 앞에 자리잡았으나 첫술은 산새님이 입에 넣어주는 밥으로 시작...
휴계소에서 산 통영김밥을 슬그머니 펴놓고, 반주로 소주잔을 돌려본다.
처음 산행에 따라나설 때는 낯설음에 한쪽 귀퉁이에서 햄버거로 점심을 때웠드랬는데
요즘은 나무 젓가락 하나만 달랑 들고 산에 올라 무리지어 앉은 아무 곳에나
자리를 틀고 앉을 수 있울 정도가 되었으니 많이 뻔뻔수러워 진것도 같고...
소심한 내 성격이 이정도까지 발전했음은 산사람들의 분위기가 그 만큼 좋았음이겠지?
하여튼 후식으로 여란님이 깍아주신 사과까지 청소한 뒤에야 자리를 턴다.
점심후 오른 정상은 발디딜 틈도 없이 많은 인파들로 붐비는게
산청과 함양사람들이 모여 물물교환을 했기에 장터목이라는 이름이 붙여졌다는
어느 기자의 지리산에 대한 글을 떠올리게 만드는 번잡함과 소란스러움의 극치다.
아무리 그래도 장터목에 두어번 올라본 내 기억으론
아무리 옛날이라지만 그 정도의 고원에서 물물교환할 미련스런 사람이 있었을까?
소란스러움에 벗어나 앞사람 안 밀어부치려고 조심하고,
뒷사람에게 안 짓밟히려 조심조심 내려오는 하산길은 즐거움 그 자체다.
머리위에는 눈의 터널....
발 밑에 수북이 쌓인 눈은 동계올림픽 종목인 봅슬레이가 자연스레 생각나고...
눈 속에서... 주목 밑에서... 그리고 눈의 터널속에서 사진 한컷....
소백산에서의 실패를 거울삼아 새로 개발한 눈 썰매가 아까워
정상 바로 밑에서 부터 타고 내려오다 꼬리뼈에 충격받고 폴딱 폴딱...
아무리 아파도 그냥 포기하기에는 봅슬레이 코스가 너무나 아까워...
딩굴며 무딛치며 내려오는 길...
젖어도 좋다! 부딛쳐서 멍이 좀 든들 어떠리!
나이도... 체면도... 모든걸 훌훌 털어버리고 그저 썰매에만 미쳐본다.
명님의 말씀마따나 오늘 산을 찾은 사람중에 내가 제일 신나하는것 같다.
모든걸 잊은채 괴성을 지르며 즐거워 하다보니 어느덧 산밑...
꼬리뼈는 시큰... 양쪽 엉덩이는 얼얼...
거기다 더하여 운전하느라 무리했던지 허리는 시큰...
아마 올해의 마지막이 될 눈썰매인데 이정도의 아픔정도야 웃으며 감수해야겠지?
버스로 가는 길에 눈에 띄는 음식점에 찾아들어 두부김치를 주문하고...
풍요롭게 통통한 쥔여자 눈매 곱다는 내 애교에 두말없이 두부한모 더 얹어주고..
깔판위에 둘러 앉아 주거니 받거니 돌리는 막걸리에 저절로 정감이 묻어난다.
거기다 더하여 사주님이 준비한 갈비가 있는데야 소주가 없으랴~
아쉬움을 뒤로하는 귀경길...
와! 뭔일로 내 소개가 제일먼저인고?
마니또인 납지리님을 챙겨주지 못했음을 반성하고 나니 노래까지 부르라는 횡재...
무신 휴계소엔가 잠깐 들르는 사이에 다시 몇병의 소주가 돈다.
납지리님이 먹여주는 안주(집에서 담근 짭짤한 된장을 올린 돼지고기 끝내주더이다)에
몇잔 술 걸치고 나니 천지는 내것이로소이다.
흥에 겨워 산사람들과의 첫 산행이라는 여걸님과 덩실덩실 춤도 추어보고...
젊은 님들...
그리고 드문드문 나이든 님들 노래에 화답하여 박수치다보니 어느덧 서울...
뒷풀이로 생맥주가 준비되었다는 우림님의 안내에도 아쉬운 발길을 돌림은...
가뜩이나 뒷끝이 약한 위장탓에 월요일 근무가 걱정이 되어서이다.
님들 즐겁고 행복한 하루였고,
오래 오래 간직할 소중한 추억을 많이도 만들어본 하루였답니다.
오늘은 월요일...
비록 아직도 엉덩이가 얼얼하지만 나른한 행복감에 쌓여 어제의 즐거움을 떠올리며...
감미로운 추억의 동영상을 다시 돌려보는길에 누가 볼세라 조심스레 미소지어봅니다
다음산행에서도 님들을 뵈올 수 있기를 바래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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