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행 후기

설악산('02.8.7)

2011. 11. 4. 11:00

이른 새벽 사위가 캄캄한데 누군가의 투덜거리는 소리에 눈을 뜬다.
잠자는 시간에 부시럭거려 도통 예의가 없다나?
나중에 알고보니 그 부시럭거린 사람이 과꽃님이었단다.
에이 여보슈~ 4시면 산에서는 다들 일어나는 시간이라우~
산장주위를 서성거리다 어스름이 걷힐 즈음해서 대청봉으로 향한다.
동녘하늘이 짙은 구름에 덮여 있는걸 보면서도 일출의 행운을 빌면서...
하늘엔 별들은 물론 은하수까지 눈앞에 가까이 잡히는데
하필이면 동녘하늘에만 구름이 저리 두텁게 덮여있는지 모르겠다.

희운각산장에서 아침을 먹어야한다고 재촉하는 명님에 쫒겨
채 일출을 기다리지 못하고 대충 짐을 꾸려 산장을 나선다.
소청에서 바라보는 공룡능선에 반하여 내 언젠가 다시 찾을걸 기약해 본다.

희운각의 아침 매뉴는 금요일 내내 준비해 온 우렁된장찌게...
내 노력이 헛되지 않았는지 다들 맛있다는 말에 괜시리 기분 좋다.

귀경시간에 쫒겨 밥먹자 마자 다시 출발....
천불동계곡의 비경에 연신 감탄사를 쏟으며 걷는 계곡산행...
앗뿔사 그 좋은 천당폭의 아름다움이 산사태로 엉망이 되버렸다.
아무리 바빠도 명색이 계곡산행인데 그냥 갈 수야 없지?
신발을 벗자마자 옷을 입은 채로 풍덩 계곡수에 몸을 담근다.
뒤이어 도착하는 님들 얼굴에 미소가 감도는건 다들 마음은 이미 물속?
하기사 이렇게 산좋고 물좋은 곳에서는 누구나 동심으로 돌아가겠지?

다시 출발하면서부터는 조금 속도를 내본다.
오늘따라 후미를 미셸님께 양보하고 치고 나가는 높낮이님이나
민폐까지는 아니지만 언제나 힘들어하는 달래님을 못본채 속도를 내는건
먼저 도착해야 더 오랜 시간을 물속에서 놀 수 있기 때문이다.
중간에서 또 한번 몸을 적시고, 마지막으로 비선대에서 또 풍덩...
하산길에서 만난 달래님이 의리없이 도망갔다고 투덜거리던 짝꿍이
먼저 도착해 물속에서 쉬고 계신다.
저양반 저렇게 간크게 놀아도 될까?

신흥사 근처 주점에 다다르니
먼저도착한 바라마님 일행이 벌써 막걸리잔을 기울이고 있다.
참새가 방앗간을 지나칠 수 없어 옆자리에 끼어든다.
그러나 주인 아줌마 미모 절반에도 못미칠 정도로 술맛은 엉망이다.

제대로 된 술자리를 만들자며 서둘러 도착한 설악동 주차장에는
한계령에서 헤어진 솔로님 일행이 미리 식사를 준비해 놓고
행여나 길을 잃을 새라 납지리가 마중까지 나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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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행 후기

설악산('02.8.7)

2011. 11. 4. 10:59

계속되는 경사길을 오르며 점심을 간단히 했음에 가슴을 쓸어내린다.
식사 후 오름길 산행은 쥐약이기 때문이다.

힘들게 도착한 서북주능선은 우리에게 고생한 보람을 준다.
오른쪽으로 점봉산의 능선이 그 빼어난 아름다움을 자랑하고 있고,
왼쪽엔 용아장성릉이 뒤에선 귀때기 청봉이 나도 있다 손짓한다.
앞서거니 뒷서거니 선두그룹을 유지하는 줄리아, 모모짱, 과꽃님...
그녀들의 입에서도 감탄사가 자연스레 흘러나온다.
비온 뒷끝인지라 질퍽거리고 바위는 미끄러운데 아름다운 경관에
한눈 팔다 행여 미끄러지지 마오소서!

뒷사람이 힘들게 도착할 때 출발하는 사람이 인간성 안좋다는데도
산울타리님께 쉴자리 양보한다며 낄낄대며 출발하는 멋도 부려보고...
중청산장에 도착하면 난장에 할 일이 없다는 명님의 충고에 따라
끝청에서 다리 뻗고 쉬는 길에 아예 신발까지 벗어 놓는다.

후미를 기다리는데 자기 몸보다 더 큰 배낭을 맨 젊은이들이 보인다.
공주대 학생들이라는데 여자들 배낭이 남자들 것 보다 더 크다.
여자를 배려하지 않는다는 말에 자기들은 성차별을 하지 않는다나?
나중에 하산길에 다시 만났는데 힘들어서 걷지도 못하는 여학생을
앞세우고 남학생이 도와주기는커녕 빨리 걸으라 재촉하는걸 보았다.

먼저가서 저녁을 지어야하기에 후미를 미처 못 보고 다시 출발...
능선길을 한 30분 올랐을까 군부대를 끼고 우측에 대청봉이 보이고
그 밑에 아담한 산장이 자리잡고 있다.

한켠에 자리잡고 준비해온 쌀에 산울타리님걸 보태 밥부터 짓는다.
밥이 다 되어갈 즈음 미셸님의 모습이 보이는걸 보면 모두 도착했겠지?
과꽃님이 준비해온 닭갈비가 미쳐 익기도 전에 술잔이 돌기 시작한다.
어~ 내술을 왜 산울타리님이 돌리고 다니지?

밥이 다 되어 식사를 해야하는데 팀원인 여걸님이 안보인다.
봉정암에 들렀다 오신다 했는데 예상보다 시간이 많이 걸리는 모양이다.
수영이 기지를 발휘해 비빔밥을 만들어 한그릇 듬뿍 담아 놓는다.
얼마 안있어 도착한 여걸님 이미 저녁을 들었다는 말에 쪼매 써운타.

대충 밥그릇 옆으로 밀어 놓고
배낭 밑에 고이 간직해 둔 양주를 꺼내 놓는다.
다 떨어져 갈 즈음 최후의 보루는 미셸님의 몫...
대청카페에서 사용하려 준비해온 양주가 있는 줄 알고 있기 때문이다.
우리들 곁에서 알콜을 완존히 청소하고 난 뒤에야 산장에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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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악산('02.8.7)

2011. 11. 4. 10:58

설악!
설악과의 인연?
휴가의 시작과 끝을 설악과 함께 했으니
이만하면 인연중에서도 대단한 인연이라 할만하다.

휴가의 시작과 함께 다녀온 십이선녀탕!
다우악님은 사기분양이라고 외치지만
어쨌든 설산의 배려로 仙女 한분을 분양 받을 수 있었다.
그것도 일행들이 호시탐탐 눈독들이는 미셸仙女로 말이다.

휴가를 마감하며 또 다시 찾게되는 설악!
설악이 좋기는 하지만 사실 부담되는 산행이다.
평소에 무박산행도 힘들어했는데 비박산행이라니....
그러나 한편으론 눈거풀 위에 별을 이고 잠들 생각에 가슴 떨려온다.

토욜 이른 아침!
눈을 뜨자마자 밥 한술 뜨고 배낭을 둘러맨다.
세끼분의 식량에 식수 등등 이것저것 넣었더니 제법 묵직하다.
그러나 일주일 내내 준비해왔는데 이정도 쯤이야~
체육관에서 기초체력을 다졌고, 청계산에서 한 예행연습이 몇번인데?
거기다 음식투어 다니며 뱃속도 든든히 채워놓지 않았는가 말이다.

출발시간보다 훨씬 전에 도착했지만 꽤 많은 사람들이 도착해있다.
언제나 봐도 앳된 베티의 도착과 함께 출발!
오랜만에 하루님의 모습이 보이고, 명단에 없던 산울타리님 까지..
처음 뵙는 바라마와 길손님의 모습에선 산사람의 강인함이 느껴진다.

출발 때부터 심상치 않던 하늘이 드디어 용트림을 시작한다.
서울을 채 벗어나기도 전에 강한 빗방울이 와이퍼를 혹사시키고 있다.
아! 비올 때 산행은 신발에 물이 들어가서 무지 힘들던디~

"그럼 날 잡아 잡수슈~"
한계령 도착하기 전에 비가 그칠 거라는 내 말에
안그치면 어떻게 할거냐고 시비를 거는 과꽃님께 드린 말이다.
행여 기름기 많은 고길 드리지 않을까 비 그쳐달라 위에 계신분께 빌어본다.

내 기도 덕인지 시간이 흐를수록 가늘어지던 빗줄기가 종내는 그쳤다.
명님의 핸폰에 불이 나더니 솔로님팀이 한계령에서 기다린단다.
저녁내 내린 폭우에 날밤 새우다 하산했다나?
내가 알기론 진짜 메니아들인데 하산할 정도라면 무지 고생들 했나보다.

점심을 산행중에 하겠다기에 휴계소에 들러보나 김밥이 없단다.
그렇다고 굶어죽을 수는 없으니 감자떡이라도 살 수 밖에 없고
아무래도 부족할듯하여 미리 꼬지오댕을 먹어두니 이게 바로 有備無患?
그리고 저녁이면 언제나 부족한 소주 몇병 사서 버들에게 넘긴다.
안마셨으면 안마셨지 그 무거운걸 내가 짊어질 수는 없기 때문이다.

한계령에서 서북주능으로 오르는 길은
짧은 거리에 표고차가 커서인지 경사가 너무 심하다.
주위를 돌아볼 여력도 없이 그저 앞사람 발뒷쿰치만 바라보며 오른다.
그러면서 오늘도 변함없이 "내가 이 힘든 산을 왜 왔지?"
턱에 차던 숨이 골라질 듯하니 어느덧 점심시간이란다.

먼저 도착해 자리잡은 바라마님 뭔가 끓이고 있으나
자기 팀도 아닌 우리에게 나눠줄리도 없고 감자떡을 꺼내 놓으니
이게 바로 우리 설인팀의 점심이다.
옆동네 하루님팀은 아예 점심을 빵으로 때우는 눈치다.
그래도 후식만은 우리팀이 최고
여걸님이 내놓는 얼린 수박은 가히 옆사람이 죽어도 모를 정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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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행 후기

삼악산('02.7.16)

2011. 11. 4. 10:56

눈을 뜨자마자 창문을 열어본다.
아니나 다를까 비록 가늘지만 분명히 비는 비다.
명님이 천재지변이 일어나도 산과사람들의 산행은 이어진다고 했으니
염려는 붇들어 매놓지만 그래도 대절버스가 텅비지 않을가 걱정이다.

어제 사다 논 상추에 청양고추 올려 몇 숫갈 뜨며 호호거리는데
비오는데도 산에 가느냐고 물어온다.
그럼 산 좋아하는 사람이 비 좀 온다고 산행을 포기하나?
비오는 날 악자 들어가는 산을 오르는건 위험하니
입구에서 촌닭이나 시켜 놓고 그 좋아하는 소주나 마시다 오란다.

금요일 누이의 번개때 술에 맞은 상처가 아직도 아물지 않았는데
술을 먹더라도 위험한 우중산행을 하지 않았으면 하고 바래는
그니의 따뜻한 마음이 전해져온다.
그래 이게 바로 사랑인가보다.

명님의 손을 잡으며 차속을 들여다 본다.
예상은 했지만 같이하는 인원이 20명도 못되니 적어도 너무 적다.
중간에서 솔향일행, 청평에서 달래님이 합류해서 22명...
앗! 행운의 2땡이니 오늘의 산행에 행운이 있지나 않을까?

오랜만에 마이크를 잡은 제임스의 사회로 자기소개가 이어지고,
이어지는 마니또게임...
제발 명님이나 또 다른 뻣뻣한 삭신이 걸리지 않게 해주소서~
두손을 맞잡은 효험인지 울 동네분인 과꽃님이 오늘의 마니또다.
과꽃님 산에서 얼린 맥주 잘 마셨죠?
글구 흥국사까지 오손도손 재밌게 내려왔지요?

산의 초입....
매표소 앞에서 바라보는 빗줄기는 장난이 아니다.
에이~ 나 산에 안가고 그냥 술이나 마실래~
그러나 한사람 두사람 다들 빗속으로 나서고.....
그냥 음식점이나 찾아 들자던 달래님마저 배신을 때리는게 아닌가.
혼자서 술을 마시기는 그렇고 궁시렁거리며 일행의 뒤를 따른다.

비옷을 입어봐야 땀으로 젖을 것이고...
이래저래 젖기는 매일반이니 그냥 입은채로 산을 오른다.
초입인 상원사에 도착하기도 전에 이미 고쟁이까지 푹 젖었다.

일행중 몇 명이 볼일이 급한 모양인데 인심 사나운 상원사 스님들
화장실을 떠억허니 막아놓았다.
그러나 남자들은 방향만 돌리면 온통 화장실이란걸 몰랐을걸?
화장실 입구에다 다들 실례를 했으니 냄새 없어지려면 꽤 오래 걸릴거다.

깔딱고갤(아닌 것 같은데 명님이 맞다면 맞는거지 뭐) 오르며
힘들이 드는지 빗줄기에 맨몸을 노출시키는 사람들이 늘어난다.
힘들어하던 릴라님이 더 이상은 못 가겠다며 뒤돌아 내려간다.
힘든곳 다 지났다고 꼬드겨 다시 모시고 올라온 사람이 설산이던가?
야~ 이 친구야 지금부터가 더 힘들잖여~
그래도 릴라님은 산행이 끝날 때까지 씩씩하게 완주를 하셨다.

진짜 깔딱고개는 로프를 잡아야 올라 갈 수 있는 바윗길이 대부분...
다행이 바위가 편마암이라서 그리 미끄럽지 않다.
오늘 자원공학과 출신직원인줄 모르고 어제의 우중산행 자랑하며
규석이라고 말했다가 전문가 앞에서 까분다고 디지게 얻어들었다.

외길을 산사랑산악회와 겹치다 보니 가다 서다....
기다리는 시간에 둘러보는 산경...
빗줄기에 가려 비록 의암호는 보이지 않지만
안개에 산허리를 빼앗긴 삼악산이 그렇게 아름다울 수가 없다.
여기저기서 쏟아지는 환호성....
하마터면 놓칠뻔했다며 오늘의 산행에 다들 만족해하고 있다.

부지런한 설산은 한순간도 놓치기 싫다 연신 셔터를 눌러대고...
빗속의 카메라는 위험한데도 전혀 개의치 않는 심성이 너무 곱다.
밖에서 잘 하는 것만큼 장가가서 집에서도 잘하겠지?

미끄러워 엉덩이를 포기해야할 것이라는 하산길은
명님의 기대를 어그러뜨리고 너무 평탄하고 만만하다.
어두컴컴함에 벌써 해떨어진게 아닌지 의심이 들 정도로 온통 원시림이다.
선두그룹에 묻혀 내려오는데 스님의 독경소리가 들려오는게
아마 흥국사가 가까워지나 보다.

일단 삼국시대에 창건되었다는 흥국사를 돌아보며 후미를 기다리기로...
천년고찰 치고는 너무 왜소하고 퇴락한 것이 향화객이나 있을런지?
다시 나서는 하산길은 후미에 서본다.
그러고는 달래님과 하이에나를 꼬득여 주막에 자리잡는다.
묵한사발에 잣막걸리 한병이 눈깜빡할 새에 사라질 정도로 감칠맛 난다.

계곡을 따라 내려오는 길엔 비 덕분에 냇물이 넘칠 듯이 출렁이고,
바위를 감싸다가도 밀어내고 아니되겠다 돌아가는 물길에서 가락이 보인다.
아까마신 막걸리 기운에 흥취를 돋우어 달래님만 없으면 시 한수 읊었을텐데?

등선폭포에 다다르니 왠 仙女? 아니 웬 仙男(분명 신선은 아녀)?
부지런한 하이에나가 입은채로 멱을 감고 있는게 아닌가.
뒤따르고 싶지만 가진게 체면뿐인지라 아쉬운 입만만 다시며 돌아선다.

그리고 술집 아짐씨들의 유혹을 뿌리치고 도착한 주차장....
저멀리에서 웅성거리는게 이미 점심 좌판을 펼쳤나보다.
예민이의 메뉴를 알기에 부리나케 달려가보지만 소문이 자자한
열무비빔밥은 이미 바닥에 깔려있다.
우~쒸 나도 준다고 했잖여~~~

이웃사촌 파이팅!
멀리 있는 사촌보다 옆에 있는 남이 낫다는 옛말이 맞어~
울 동네 이웃사촌 과꽃님이 나를 기다리고 있는게 아닌가?
거기다 같은 고향출신인 릴라님까정~

같이 산행을 한 님들의 수가 2땡... 역시 행운의 숫자였나보다.
야체에 이것 저것 많이도 챙겨들 오셨다.
거기다 높낮이님의 볶음밥까지....
사십대들의 점심은 이렇게 넉넉해서 좋다.
그리고 나역시 사십대임에 자부심을 가져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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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행 후기

북한산('02.6.24)

2011. 11. 4. 10:55

속이 쓰리다.
아니~ 쓰리다 못해 뒤틀린다.
만사가 귀찮지만 그래도 산을 찾을 수 밖에 없다.

과천...
일원동....
일원동에서 양재대로를 따라 과천까지 출퇴근....
다람쥐 챗바퀴 속같은 일상에서 벗어나 볼 수 있는
일주일에 단 한번인 기회를 포기하기에는 최근의 나에겐 여유가 너무 없었다.

토요일....
광화문....
잠실구장이다 경마장이다 모든 이들이 다 나왔는지 온 세상이 붉지만
배낭하나 달랑 둘러맨 나는 북한산을 찾았다.
누구 하나 없는 텅빈 산속에서
그 무엇인가를 찾아 온 산을 누벼보나 종내는 나 자신까지 잃어버린다.

나 홀로 남겨졌다는 외로움에 쫒겨
달리다시피 내려오는 길목에서 마주친 승전보
그리 큰 의미를 두지 않았기에 관전보다 산을 찾았던 나인데도
이유없이 마냥 즐거워지는건 어차피 나도 한사람의 대한민국인이어서일까?
정릉에서 시작된 술이 수서까지 연결되더니 결국은 자정을 넘겨버렸다.

자명종에 맞춰 일어나 배낭을 꾸려본다.
얼린 물 꺼내는 김에 금요일에 사다 씻어둔 오이도 챙긴다.
산행시간이 짧아 행동식이 뭐 필요하겠는가 만은 그래도 서운하니 초콜렛도...

산행 때마다 골치 아픈 점심을 오늘만은 걱정할 필요가 없지?
약밥에 불고기...
야채에 소주까지 챙겨오신다는 달래님이 맨몸으로 오라하셨겠다?
거기다 과꽃님께서는 매실쥬스 가져다 주신다고 했고.....
남자들에게 안좋다는 것이니 낭군님께는 드리지 마시고 다 절 주시오소서!

어제 빌린 공지영의 '봉순이 언니'를 읽을 거리로 챙겨 교대로 향한다.
어젯밤에 비가 오셨는지 아스팔트는 촉촉이 젖어있고
비인 것도 같고 안개인 것도 같은 가랑비가 흩날린다.
아! 은사시님이 언젠가 이런 비를 는개라고 쓰신걸 본일이 있다.

헐레벌떡의 결혼식에 가는 사람들도 많고...
월드컵응원 후유증에 비까지 내리니 참가인원이 적을 거라는 명님의 말에
'다 못 와도 달래님만은!'을 되 뇌일 수 밖에 없다.
굶고 아니 굶고가 달래님 손에 달려있으니 그 외에 달리 무엇이 있을 손가?
애를 태우던 달래님이 늦게나마 모습을 보이신건 아마 내 기도의 효험 탓일거다.

두류봉님을 위시해서 아무거나님...
형희님에 달래님, 과꽃님, 높낮이님....
솔향 곁의 설산 어머님은 나이보다 훨씬 젊어보이시고...
거기다 더하여 교대에 나온 김에 빈자리 찾아온 어느 여자분까지...
오늘 따라 유난히도 4학년생들이 많이 눈에 뜨인다.
그래~
4학년이 많은 날에는 모든게 풍요로웠으니 오늘하루도 즐거울 예감이 솔솔...

이동시간이 짧으니 자기소개도 짧게 하라는 설산의 명령대로 대충 끝내고
뽑아든 마니또는 채리2....
아차하는 사이 마니또 얼굴을 잃어버리고 전전긍긍하는 사이에 선착장에 도착...
우선 새우깡부터 줏어 들고 버스문 열리자마자 서둘러 갑판으로 뛰어내린다.

그러나 곧바로 버스와 난간사이의 좁은 틈새 앞에 서서 갈등에 쌓인다.
우선 호흡을 가다듬는다.
그리고 숨을 깊이 들이마신 상태에서 휘리릭~~
이렇게 가뿐히 통과하는데 '갈하늘님은 안될텐데'라고 외치는 사람 형희씨지?

나 혼자만의 자부심에 쌓인채 새우깡으로 갈매기를 유혹해본다.
그리고 손바닥 위에 새우깡 두어개 놓고 오른손 준비 끝....
한 마리만 잡아서 점심상에 놓아야지!
기러기도 먹는데 뭐~ 자연산이라 아마 맛이 좋을걸?
그런데 그 노마 갈매기들 내 흑심을 눈치 챘는지 내 옆에는 얼씬도 안한다.

산의 초입에서 먼저 사진부터 한방 박고...
야트막한 산이어선지 모두들 가뿐히 오르는데 나혼자만 식식거리는 것 같다.
해풍에 쪼든듯 그리 크지 않은 나무들이 하늘을 가린 숲길....
그 와중에도 장난기가 발동했는지 앞서가던 어느님 연신 나무를 흔들어댄다.
가랑비에 옷 젖는다고 몇번의 장난에 내 옷은 이미 후줄근하다.
그래도 여기는 산! 마냥 즐겁다.

달래님이 주신 얼린소주룰 만지작거리며,
명님이 허락한 해명산 정상에서의 축배를 위해 부지런히 달리는데
앞서가던 달래님 曰 '이정도의 길이라면 하루 종일이라도 걷겠다.'
그래 달래님 말마따나 참으로 아기자기하면서 평탄한 산길이다.
그러나 행여 산 나그네들 심심해 할까봐 곳곳에 바위를 숨겨 놓은 산...
그 산의 아름다움에 젖다보니 힘든 것까지 잊은지 이미 오래다.

드디어 해명산 정상...
두병은 많으니 한병만 마시라는 명님의 말을 게기며 끝내 두병을 꼴깍...
사람이 몇 명인데...
두병을 풀었어도 내 입에 들어 온건 세모금뿐이었다우!
그러나 산에 취해 콧노래 흥얼거리다 일행을 놓친 달래님 배낭에
다시 한 마리의 두꺼비가 꼭꼭 숨어있는 줄은 아무도 몰랐을거다.
둘이서 몰래 나눠 마시고 오다 명님께 걸려 디게 야단 맞았지만...ㅎㅎㅎㅎ

다시 오르고 내리고를 몇번에 도착한 낙가산 정상....
널따란 바위에 걸터앉아 준비해온 과일들을 나누어 먹는다.
이것 좀 맛보시오!
아니~ 제것도 좀 먹어보시오!
서로가 서로를 챙기는 마음...
서로를 배려해주는 이런 마음씨가 산사람들의 참 모습이 아닐런지...

저 건너편에 봉우리가 하나 더 있지만...
갔다가 다시 돌아와야 한다는데 그곳까지 다녀올 사람은 아무도 없다.
눈섭바위에 들러 과꽃님 절하는 뒷모습도 바라보고...
경건한 모습으로 절하고 있는 저 많은 사람들은 대체 무얼 빌고 있을까?
까짓거 나두 딸이나 하나 점지해 달라고 한번 빌어봐?
요사이는 늦둥이 두는게 유행이라던데 이참에 나두 한번......

보문사...
섬에 숨어 있는 절치고는 제법 크고 화려하다.
눈섭바위가 제법 효험이 있다던데 아마 시주가 제법 들어오나 보다.
과꽃님이 내미는 튀김에 문득 올 때 휴계소에서 산 인삼막걸리가 생각난다.
두어병 내오는데 발빠른 두류봉님 먼저 자리잡고 앉아 순무김치 펼쳐놓는다.

뱃길이 막히기 전에 섬에서 빠져나가다 보니 점심도 강화도 선착장에서....
꾸~울~꺽
바리 바리 싸가지고 오신 달래님 점심이 빛깔을 내기 시작한다.
내 앞에 떠억 놓인 약밥하며 불고기에 쌈....
그뿐이랴 여기 저기 다른분들이 펼쳐놓는 진수성찬....
오! 조기 위에 머무르시는 내가 좋아하는 님이시여
매일 매일 찾아오는 나날들이 더도 말고 덜도 말고 오늘만 같게 하여 주소서!

돌아 오는 찻속...
다행이 산행 소감 발표를 생략한다.
마니또를 못 챙겼는데....
휴~ 큰일 날뻔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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짐을 꾸려보지만 눈꺼풀은 그냥 주저앉고 싶다한다.
그러나 어찌하랴 온 국민이 열광하는 월드컵 때문인 것을...

경기가 한창일 때 사무실을 나설 수 밖에 없다.
경기를 못보는게 무지 서운하지만
처삼촌 벌초하듯 하라고 직원들을 독려한 덕분에 이시간에 나마 나갈 수 있었다.
이번 월드컵의 마지막이 될지도 모르는 우리나라 경기에 대한 국민의 열기를
한번쯤은 엿봐야 될 것 같아 무리인줄을 알면서도 약속을 해 두었다.
이게 바로 '님도 보고 뽕도 따고' 전법....

광화문의 인파에 떠밀리다
내 파트너를 껴안겠다고 덤비는 이들이 무서워 찾아든게 심야극장....
동대문운동장 앞 포장마차에 쏘주 한병 시켜놓고 흘러가는 사람 구경....
택시를 못잡아 오가는 길에 들러본 호프집이 두세개....
겨우 집에 도착하니 애고 새벽 다섯시가 이미 지나버렸다.

대충 씻고...
굶을 수는 없으니 서너숫갈 우격다짐으로 구겨 넣고...
사무실에 나가 꾸벅거리다 겨우 집에 돌아왔으나 편히 눈을 붙일 수는 없다.
산행을 나서려면 일주일분의 일이 또 기다리고 있기 때문이다.

식당에 주문한 고기도 찾고 가락시장에 나가 상추에 배추에 마늘쫑까지...
집안일 제켜 놓고 야체를 씻는 날보고 울 큰놈 하는 말
"아빠! 이런 정성 절반정도만 우리에게 쓰면 일등 아빠일텐데..."
이 노마 자슥들 내가 얼마나 저희들에게 잘하는데 그리 심한 말을......

차에 도착하자마자 제일 먼저 캔맥주부터 찾아 든다.
다음은 소주....
오늘의 목표는 찻속에서 잠자는 것이기 때문이다.
앞자리 명님의 눈치에도 불구하고 마신 덕분에 목표를 달성할 수 있었다.

중리에 도착할 즈음 팀별 산행이라는 명님의 안내에 걱정이 앞선다.
팀별 산행에서 민폐나 끼치지 않을까 걱정이 되기 때문이다.
가뜩이나 산을 날라 다니는 산새가 팀장인데....
산행경력이 무지막지한 왕건님은 아예 경쟁에서 제켜 놓고라도,
시아 아니 줄리아(로버츠라고?)의 산행 실력도 익히 아는 바이고...
섬소년님과 민소요님은 두말하면 잔소리...둘이서 소근거리며 천리길도 갈걸?
오직 한명 남은 이는 여란님....
그런데 그 여란님도 1구간의 여란님은 아닌 것이 요즘 눈에 띄게 날렵하다.

안기사님이 주셨다는 떡으로 일단 배를 채우고...
버스를 나서니 도로는 촉촉이 젖어있는데도 하늘에는 별이 총총하다.

2시간만 고생하고 나면 탄탄대로라는 명님의 말을 굳게 믿으며 산을 오른다.
30분이 되었건만 평탄대로다.
아! 끝까지 이런 산행이었으면.....
경사가 심상치 않은게 백운산 밑자락에 다가왔나 보다.
헉헉대고 오르다보면 모든게 귀찮아 지고...
그때 문득 떠오른는 한마디 '내가 왜 산에 왔지?'
우~씨 누구야?
이렇게 죽자사자 오르는 사람에게 내 숨소리 때문에 괴롭다는 인간이?

백운산 정상에 못 미쳐 여명이 찾아오는데
시계도 없건만 어찌그리 시간을 잘 맞추는지 산새가 먼저 알고 지저귄다.
두시간을 조금 더 넘겨 도착한 백운산 정상....
힘들었지만 그래도 세 번째로 도착했다. 아니 네번째인가?
저멀리 덕유산, 팔공산, 지리산이 보인다는 명님의 말은 귓가에만 맴돌고
그저 달구지가 내 놓은 수박과 방울토마토에 눈길을 고정시킬 따름이다.
시원한 수박 한입 물고 오늘도 역시 '아! 장가 잘들어 부러운 달구지...'

오른발은 경상도에 두고 왼발을 전라도에 찍으며 동서화합의 마음으로...
영취산 가는 밋밋한 능선은 저녁등반에 길 잃을세라 뚜렷이 길이 나있고,
무성한 산죽밭이 가는 길을 더디게 만든다 했더니만 어느새 싸리밭이 반긴다.
영취산 정상에서의 아침식사....
나이든 멤버들로 구성된 팀이라서인지 다른 팀에 비해 엄청 퐁요롭다.
옆자리 납지리팀에 들러 맥주 한잔 얻어마시는데,
건너편의 인심 좋은 짱구 이것도 마셔보라 건네는 소주 한잔에 정이 오간다.

영취산이 호남·금남정맥의 깃점이어선지 장수쪽에서 오르는 사람들이 보이고,
쉬흔을 훌쩍 넘긴 부부의 다정하게 걷는 뒷 모습이 유난히 따뜻해 보인다.
아! 저리 사는게 노후의 보람일진데.....

덕운봉을 오른쪽으로 두고 걷는 길에 억새밭이 보인다.
띄엄띄엄 솟은 싸리를 덮어 버릴 듯 휘감은 철지난 억새가 약간은 어설프다.
억새밭을 지났다 싶으니 또 다시 나타나는 산죽...
잊을 만 하면 나타나는 크고 억센 산죽이 갈길 바쁜 산나그네의 발길을 잡는다.

그리고 드디어 나타나는 깃대봉...
뾰쪽하니 솟아서 깃대봉이라는데 봉우리 한켠에 태극기가 걸려있던데 혹시 그래서?
얕으마한 봉우리 하나를 지나서 오른쪽으로 트니 작은 샘이 하나 나타난다.
이름은 없으나 주변이 깨끗하게 정리도 잘되어 있고
조롱박에 담은 한모금 약수의 시원함에 이게 바로 신선이 아닌지...

이제 15분만 있으면 육십령이라는 명님의 말에 힘차게 발을 떼는데
'세상에 나만 남기고 잘들도 간다'라는 말에 뒤돌아보니 여란님이 아닌가?
평소에 그렇게도 잘 걷던 여란님도 무릎 상할 때가 있나보다.
그리 안해도 여자를 좋아하는 나인데 이런 기회를 어찌 마다할 손가?

놓친 고기는 모두 고래만하다는 낚시매니아와 어디서나 얼마 안남았다는
등산매니아의 거짓말은 비슷하다고 누군가가 말했는데...
아니나 다를까 육십령까지는 30분도 더 걸렸다.
가도 가도 끝이 보이지 않는 내리막길에서
남덕유의 웅자를 볼 수 있었던게 그나마 작은 위안이 아니었을까?

글구 삼겹살 파티......
졸음을 참아가며 씻었던 상추가 빛을 보는게 즐거웠고....
한 마음 한 뜻으로 웃고 떠드는 산과사람들을 볼 수 있어 좋은 산행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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좀 쉬어볼까 찾아간 연수원은 삼일동안을 내리 졸기만 했다.
그나마 한가지 머리속에 담아온건 뻘소리....
"판단력이 부족한 탓에 결혼을 하고, 인내력이 부족한 탓에 이혼을 하고,
기억력이 부족한 탓에 재혼을 한다?"
맞나? 에이 설마...
하여간 작업을 앞둔 선남선녀들이 태반인 산과사람들에서 할 말은 아니다.
그러나 어이하리 내 그 전철을 이미 밟아가고 있음을...

시간을 예약해 놓은 TV음에 놀라 눈을 뜨며
달랑 팬티 하나만 걸친 채로 소파위에 내 팽개쳐져 있는 나를 발견한다.
두시를 넘겨 들어온 처지에 어불성설 침대로 들 수는 없었다.
백운산 떠날 시간에 일어날 자신이 없었기 때문이다.

밥 그릇을 들다 말고 슬며시 제자리에 놓을 수 밖에 없다.
품위지킨다고 참치회에 소주를 마셨더니 안주거리가 안되었나보다.
메스껍고 쓰린 속에 어거지로 구겨 넣다간 사고나기 십상일 것 같아서다.
대충 얼린 패드병과 지갑만 챙겨들고 교대로 향할 수 밖에....

이번이 24번째로 참가하는 정기산행...
낯가림이 심한 내가 새로나온 몇분을 제외하곤
스스럼없이 인사를 나눌 수 있는걸 보니 나두 이젠 제법 고참이 되었나보다.
오랬만에 모습을 보인 딸기짱과 신선에게서 한층 더 큰 반가움을 찾는다.
아! 작년 겨울에 본 이후 잊고 지냈던 두류봉선배님도 보이시네?
그리고 신혼의 단꿈에서 덜 깬 듯한 젬스와 꽁치를 보며 내 각오를 다져본다.

예정시간을 조금 넘겨 출발...
힘찬 엔진소리에 시간이 타이트하다는 명님의 잔소리가 묻혀버린다.

그리고
횟수가 거듭될수록 유연해지는 설산의 사회로 시작되는 자기소개시간...
오늘도 역시 개파들이 주축을 이루는 것 같다. 하기사 사회도 개파지?

영월쯤인가?
다리 밑에서 개 잡는걸 본 젬스 왈 "오늘 한 마리 잡을까요?"
포동포동한 설산개가 좋겠다는걸 개는 말라야 맛있는 거라고 친절히 조언...
그럼 짱구개? ㅎㅎㅎ

하여간 내 차례도 찾아왔고...
부산의 지혜적님이 오징어를 보내주셨으니 맛이나 보라는 메시지를 전달하며
안주가 있는데 술이 없어서는 안되니 막걸리는 내가 쏴야겠지?
메일이 수신이 안되어 고마운 뜻을 못 전했는데 지혜적님 잘 먹겠습니다.

꼬불탕 꼬불탕 고갯길 넘어가 점재나루에서 나룻배로 도강...
줄지어 배로 오르는 회원들의 숫자를 세어보며 저배 스폰지로 만든거 아냐?
세상에 그 조그만 배에 30명 이상을 태울 수 있다니....
일단 다 타보라는 명님의 의도를 읽은건 배가 출발한지 얼마 안 지나서다.
돌맹이로 물방울 튀겨 배위 사람 골탕먹이는 재미가 제법 쏠쏠하다.
그래봐야 먼저 도착해 복수를 벼르는 저 빛나는 눈초리들을 봐야하겠지만...

점재마을에서 산행 시작...
시작부터 마니또인 딸기짱의 곁에 선다.
어떻게 만들어내 마니또인데 허술히 도와줄손가.
처음 골라잡은건 명님...
"에이 씨!"
뒤에 앉은 젬스의 귀에 들어갔는지 얼른 바꿔주는게 딸기짱아닌가?

딸기짱의 산행실력을 익히 아는 나...
오늘은 뭔가 마니또게임의 진수를 느껴보리라!
초컬릿에 얼음물은 기본이고 오르막에 손까지 잡아주니 이만하면 됐겠지?
그리고 딸기짱이 키가 큰 것을 오늘 새삼 느꼈다.
다른사람들은 잘만 통과하는데 혼자서 나무에다 헤딩연습하느라 정신없다.
어때 딸기짱 이마 온전하나?

마지막 깔딱고개를 통과하여 도착한 정상에는 이미 식사들이 한참이다.
늦게 도착한 사람들끼리 둘러 앉으며 부부팀 만세!
앞으로는 산행 때마다 부부팀을 한둘씩 끼워갑시다레!
팔봉산 때는 달래님 부부, 이번엔 젬스 부부...
상추쌈에 양념된장 진정 끝내주더이다.
거기다 무거우니 제발 먹어달라며 내 놓는 신선의 과일...
이 맛에 산을 찾는 거나 아닌지.....

하산길...
내려갈 때나마 선두로 내려가자는 딸기짱의 모습은 어디에서도 찾을 수 없다.
과꽃님 꽁무니를 부지런히 쫒으며 '하이에나가 있는데 뭐~'
나타나는 봉우리 하나! 참을 만 하다.
다시 나타나는 봉우리! 낮으막하니 이것도 참을 수 있다.
우쒸~ 또 나타나쟎아?
거기다 탈수현상인지 다리에 힘이 풀리며 목은 갈라지는 듯한 느낌이다.
마지막 남은 물로 입술만 축이다 과꽃님의 뒷모습을 놓치고 만다.

좌측으로 빠지는 길 없나?
그나마 백운산의... 동강의 아름다움이 피곤한 심신을 달래준다.
백운산을 둘러싸고 있는 동강의 물 굽이 길.... 국악속의 휘모리 장단?
아! 세계 방방곡곡 그 어디에도 이러한 아름다움은 없더이다.

아찔한 절벽위에서 명님께 고마워해본다.
소주 세병을 갖고 올랐는데 위험하다고 해서 한병만 마셨으니 망정이지
그걸 다 마시고 취했으면 나르는 수퍼맨 되기 딱 좋다.

칠목령을 지나 마주친 민가에서 물배 채우고...
동강의 거친 물살에 내 한몸 담궈본다.
물속에 머리 박으니 천하는 내것... 시원함이 뼈속까지 파고든다.
앞에서 왔다갔다 하는 과꽃님을 바라보며 물세례를 줄까? 말까?
아! 조금전 사용한 헨폰을 포켓에 넣는걸 보았으니 참을 수 밖에 없으나
몇번이나 달콤한 유혹에 빠져 입맛을 다셨는지 모른다.

돌아오는 차속에서 친구하기로 한 고향친구 산너울님!
두 살차이로 친구 못해서 내내 안타까워했던 뫼오름님!
새로운 인연에 반가웠고요.
또 산에서 뵙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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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나마 한가지 머리속에 담아온건 뻘소리....
"판단력이 부족한 탓에 결혼을 하고, 인내력이 부족한 탓에 이혼을 하고,
기억력이 부족한 탓에 재혼을 한다?"
맞나? 에이 설마...
하여간 작업을 앞둔 선남선녀들이 태반인 산과사람들에서 할 말은 아니다.
그러나 어이하리 내 그 전철을 이미 밟아가고 있음을...

시간을 예약해 놓은 TV음에 놀라 눈을 뜨며
달랑 팬티 하나만 걸친 채로 소파위에 내 팽개쳐져 있는 나를 발견한다.
두시를 넘겨 들어온 처지에 어불성설 침대로 들 수는 없었다.
백운산 떠날 시간에 일어날 자신이 없었기 때문이다.

밥 그릇을 들다 말고 슬며시 제자리에 놓을 수 밖에 없다.
품위지킨다고 참치회에 소주를 마셨더니 안주거리가 안되었나보다.
메스껍고 쓰린 속에 어거지로 구겨 넣다간 사고나기 십상일 것 같아서다.
대충 얼린 패드병과 지갑만 챙겨들고 교대로 향할 수 밖에....

이번이 24번째로 참가하는 정기산행...
낯가림이 심한 내가 새로나온 몇분을 제외하곤
스스럼없이 인사를 나눌 수 있는걸 보니 나두 이젠 제법 고참이 되었나보다.
오랬만에 모습을 보인 딸기짱과 신선에게서 한층 더 큰 반가움을 찾는다.
아! 작년 겨울에 본 이후 잊고 지냈던 두류봉선배님도 보이시네?
그리고 신혼의 단꿈에서 덜 깬 듯한 젬스와 꽁치를 보며 내 각오를 다져본다.

예정시간을 조금 넘겨 출발...
힘찬 엔진소리에 시간이 타이트하다는 명님의 잔소리가 묻혀버린다.

그리고
횟수가 거듭될수록 유연해지는 설산의 사회로 시작되는 자기소개시간...
오늘도 역시 개파들이 주축을 이루는 것 같다. 하기사 사회도 개파지?

영월쯤인가?
다리 밑에서 개 잡는걸 본 젬스 왈 "오늘 한 마리 잡을까요?"
포동포동한 설산개가 좋겠다는걸 개는 말라야 맛있는 거라고 친절히 조언...
그럼 짱구개? ㅎㅎㅎ

하여간 내 차례도 찾아왔고...
부산의 지혜적님이 오징어를 보내주셨으니 맛이나 보라는 메시지를 전달하며
안주가 있는데 술이 없어서는 안되니 막걸리는 내가 쏴야겠지?
메일이 수신이 안되어 고마운 뜻을 못 전했는데 지혜적님 잘 먹겠습니다.

꼬불탕 꼬불탕 고갯길 넘어가 점재나루에서 나룻배로 도강...
줄지어 배로 오르는 회원들의 숫자를 세어보며 저배 스폰지로 만든거 아냐?
세상에 그 조그만 배에 30명 이상을 태울 수 있다니....
일단 다 타보라는 명님의 의도를 읽은건 배가 출발한지 얼마 안 지나서다.
돌맹이로 물방울 튀겨 배위 사람 골탕먹이는 재미가 제법 쏠쏠하다.
그래봐야 먼저 도착해 복수를 벼르는 저 빛나는 눈초리들을 봐야하겠지만...

점재마을에서 산행 시작...
시작부터 마니또인 딸기짱의 곁에 선다.
어떻게 만들어내 마니또인데 허술히 도와줄손가.
처음 골라잡은건 명님...
"에이 씨!"
뒤에 앉은 젬스의 귀에 들어갔는지 얼른 바꿔주는게 딸기짱아닌가?

딸기짱의 산행실력을 익히 아는 나...
오늘은 뭔가 마니또게임의 진수를 느껴보리라!
초컬릿에 얼음물은 기본이고 오르막에 손까지 잡아주니 이만하면 됐겠지?
그리고 딸기짱이 키가 큰 것을 오늘 새삼 느꼈다.
다른사람들은 잘만 통과하는데 혼자서 나무에다 헤딩연습하느라 정신없다.
어때 딸기짱 이마 온전하나?

마지막 깔딱고개를 통과하여 도착한 정상에는 이미 식사들이 한참이다.
늦게 도착한 사람들끼리 둘러 앉으며 부부팀 만세!
앞으로는 산행 때마다 부부팀을 한둘씩 끼워갑시다레!
팔봉산 때는 달래님 부부, 이번엔 젬스 부부...
상추쌈에 양념된장 진정 끝내주더이다.
거기다 무거우니 제발 먹어달라며 내 놓는 신선의 과일...
이 맛에 산을 찾는 거나 아닌지.....

하산길...
내려갈 때나마 선두로 내려가자는 딸기짱의 모습은 어디에서도 찾을 수 없다.
과꽃님 꽁무니를 부지런히 쫒으며 '하이에나가 있는데 뭐~'
나타나는 봉우리 하나! 참을 만 하다.
다시 나타나는 봉우리! 낮으막하니 이것도 참을 수 있다.
우쒸~ 또 나타나쟎아?
거기다 탈수현상인지 다리에 힘이 풀리며 목은 갈라지는 듯한 느낌이다.
마지막 남은 물로 입술만 축이다 과꽃님의 뒷모습을 놓치고 만다.

좌측으로 빠지는 길 없나?
그나마 백운산의... 동강의 아름다움이 피곤한 심신을 달래준다.
백운산을 둘러싸고 있는 동강의 물 굽이 길.... 국악속의 휘모리 장단?
아! 세계 방방곡곡 그 어디에도 이러한 아름다움은 없더이다.

아찔한 절벽위에서 명님께 고마워해본다.
소주 세병을 갖고 올랐는데 위험하다고 해서 한병만 마셨으니 망정이지
그걸 다 마시고 취했으면 나르는 수퍼맨 되기 딱 좋다.

칠목령을 지나 마주친 민가에서 물배 채우고...
동강의 거친 물살에 내 한몸 담궈본다.
물속에 머리 박으니 천하는 내것... 시원함이 뼈속까지 파고든다.
앞에서 왔다갔다 하는 과꽃님을 바라보며 물세례를 줄까? 말까?
아! 조금전 사용한 헨폰을 포켓에 넣는걸 보았으니 참을 수 밖에 없으나
몇번이나 달콤한 유혹에 빠져 입맛을 다셨는지 모른다.

돌아오는 차속에서 친구하기로 한 고향친구 산너울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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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차! 지금 자서는 안되지?
지하철 의자가 편한가 싶었는데 어느새 꾸벅거렸나 보다.
오리번개로 부족한 잠 보충하려 프리랜서 특권으로 점심전에 퇴근했는데...
결국에는 침대 쿠션만 원망하다 소설책만 한권 읽는 것으로 만족했는데...
내 몸하나 내 맘대로 못함을 탓하며 결국에는 서서 갈 수 밖에 없다.

이번 산행은 좀 특이한 산행이니 나두 좀 바뀌어보기로...
남들에겐 두번짼지 몰라도 나에겐 첫 경험이다.
여성의 지휘를 받는 것만으로도 가슴이 설레이는데
하물며 그 여자분이 찔레꽃 같은 미인이신대야 두말하면 잔소리지!

가락시장 물건 다가지고 나오라는 오더를 반가워하며
참외, 오렌지, 오이...
거기다 더하여 삼겹살에 야채... 양념된장에 마늘까지 준비하는건
미인에게 순종하는 평소의 습관 탓이다.
이정도 준비해가면 다른 넘(男)들보다
특히 갑장갑장하며 살갑게 구는 달구지보다 더 이뻐해 주시겠지?

다시 만나는 산과사람들...
명님, 서방님, 하루님, 섬소년님, 여란님, 김형희님, 달래님, 높낮이님....
앞줄에 쫘악~ 앉은 4학년들이 오늘따라 유난히 많은 것 같다.

또 한번의 첫경험...
팀장이 여자분들이어선지 오늘따라 사회까지 여자인 것이 오늘은 여자세상?
잔다가 좀 졸면서 사회를 보면 어떠리 즐겁기만 하면 되는 것을...

참 귀신이다.
통근버스로 출근할 때마다 주차장에 차가 도착하자마자 눈이 뜨여져서
내 예지력에 나 혼자 놀라곤 했는데...
지리산 휴계소에 도착하자마자 눈이 뜨여졌으니 나두 귀신이 다되었나보다.
하긴 내나이 지천명이니 통달할만도 하겠지?

한시간쯤 후에 출발한다 하나 한번 깬잠 다시 청하기는 힘들 것 같다.
등산화끈 고쳐 메며 다시금 마음을 독하게 고쳐 먹는건
이번 산행이 무지 힘든 코스라고 겁주는 명님 때문만은 아니고
태산 높은줄 모르고 올라가는 내 배를 바라봐야하는 평소의 아픔 탓이다.

헬기장까지 곧바르게 뻗은 오르막길은 장난이 아니다.
시작부터 씩씩거리기 미안하여 숨 고르며 얼마나 올랐나 재보는데
갈지자로 춤을 추는 헤드렌턴의 불빛이 흡사 뱀의 용트림을 보는 것 같다.

오르며 내리며 두시간쯤 걸려 도착한 씨리봉!
누구 글에 씨리봉이라고 적혀있지만 아마 싸리봉이라고 해야 맞을거다.
길가 헤드렌턴에 비추이는건 아무리 봐도 철지난 철쭉과 싸리나무뿐이니까.
비온 뒤끝이라서인지 부딪치는 나무 줄기마다 물기가 나르고
돌맹이 하나 없는 바닥은 질퍽거려 여간 신경이 거슬리는게 아니다.

잘 가던 달래님의 호흡이 갑자기 바빠지는걸 보니 또 경사인가 보다.
평지는 거침없이 잘 걸으시는데 경사만 만나면 힘들어 하신다.

산새들의 경쾌한 입놀림과 함께 여명따라 사위가 밝아오고...
꽤나 짙은 안개로 일출은 보지 못하겠으나 산행에 햇빛걱정은 덜해도 되겠다.

갑자기 나타난 바위의 위용에 가픈 호흡도 잊은 달래님 땡민을 찾는다.
땡민군! 경치 좋은 곳에서는 발바닥에 땀이 나야 훌륭한 사진사라네~
돌맹이 몇개 엎어지고 뒤집혀진 언덕에 오르니 앞서가던 명님왈 아막성터란다.
몇 명이나 보초 섰을까 지나는 길에 물으니 자기는 세명 새웠었다나?
그래 삼국시대 장군님 오래도 살아오셨수~

복성이재 못가 마주친 임도에서의 사고...
모두들 걱정하는 중에서도 산행을 포기하신 명님, 여란님, 달래님, 유자향...
님들이 있기에 산과사람들이 한걸음 더 앞으로 나아갈 수 있을거고...
님들이 있기에 우리 살아가는 세상이 아직은 살아갈 만한가 봅니다.
그리고 누이를 걱정해 주시는 모든 님들의 모습들 너무 보기 좋았답니다.

복성이재에서의 아침식사...
찔레꽃 팀장님을 중심으로 옹기종기 모여 앉아 가지고 온 것을 풀어 놓는다.
역시 달구지는 능력자 닷!
맨날 술마실거구 일요일은 산에 다니다보면 집에서는 별로 인기가 없을텐데도
이렇듯 맛있는 김밥을 이렇게 넉넉히 싸주도록 와이프를 꼬셔놓다니...
라면 두개 달랑 들고온 나는 젓가락 두짝들고 눈치껏 먹어야 산행을 계속할 수 있다.

간단히 아침식사를 마친 이들을 먼저 떠나보내고
라면에 과일후식까지 먹다보니 누이를 따라갔던 하이에나 일행이 도착한다.

뒤에 도착한 이들을 남겨두고 또 출발...
앞서 출발한 이들을 따라잡으려 속도를 내보지만 여간 힘든게 아니다.
호흡도 호흡이지만 가는 길에 널린 나무들...
특히 산딸기 넝쿨이 영 부담스럽다.
몇번을 긁히며 나아가길 한시간여
드디어 하루님과 타임님을 지나치고 얼마 안있어 짱구일행과도 합류...

짱구일행에게 막걸리에 오미자 술까지 얻어 마시며 즐기는데
4학년이 안 일어서고 뭐하냐는 김향희님의 나무람에 겨우 엉덩이 흙을 턴다.
찔레꽃님의 얼린 맥주도 한모금 얻어 마시고...
가는 길 틈틈히 고사리 꺾는 김향희님의 뒷모습 바라보는 여유도 부려본다.

봉화산 지나 바위전망대...
전망 좋은 바위에 서니 아래로부터 불어오는 한줄기 청량한 바람에
일상에 찌들었던 내 가슴 밑바닥의 찌꺼기까지 한꺼번에 날려버리고 싶다.
그러나 아무리 경관 좋고 바람시원하면 무엇하나 몸은 자꾸 무거워지는걸,
이제는 그만 중재가 나와도 되련만...

다왔다 싶으면 다시 앞에 나타나는 산! 산! 산!
광대치 못미처 양무릎에 아대를 찬 높낮이님 드디어 신음을 쏟기 시작한다.
배꼽시계(혁대에 붙은 시계인데 놓인 내배 위치가 배꼽위라서)는 아직 11시...
명님 얘기로 1시반쯤에야 도착이 가능하다 했으니 아직도 두시간 넘게 더 걸어?
점심시간을 1시반이라 말했을거라고 서로 위안해 주며 앞으로 나갈 수 밖에 없다.

더 이상은 못간다를 외치기 서너번에 드디어 도착한 중재...
비포장도로를 내려오는데 나타나는 잘 닦인 또하나의 비포장도로...
어! 여기서는 어디로 가라 말해주는 사람이 없었는데 어디로 간다?
한참을 내려오다 고개를 갸웃거리는 서방님의 뒷모습이 영 미덥지 못하다.
맨땅에 주저 앉아 헨폰을 때려보지만 여기는 여기는 난청지역...

이럴 때 제일 좋은 해결책은 무대포가 아니겄수?
가다 아니면 택시불러 움직입시다 그려~
하늘아래 첫동네! 아니 중재아래 첫동네!
그 동네 어귀에 어렴풋이 우리를 살려줄 구세주(트럭)가 보인다.
서방님이 마을로 트럭쥔장에게 사정하러 간사이 높낮이님 그여 퍼지고 만다.
글구 우여곡절 끝에 트럭 빌려타구 집결지까정 내려왔으나
정규산행 종착역인 중재를 지난 여벌의 여정이었으니 반칙은 아닌줄아뢰오

반갑게 맞아주시는 여란님... 달래님...
특히 주막까지 안내해 주시고 안주와 술까정 자상히 챙겨주신 달래님...
오랬만에 받아보는 환대에 젖어 발씻으러 맨발로 나간걸 까마득히 잊고서리
점심 먹고 차에 돌아와서야 아차한거 아니겄수? ㅎㅎㅎㅎ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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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행 후기

연인산('02.3.18)

2011. 11. 4. 10:49

골프 중계하는 소리에 눈이 떠진다.
산에 가는 날이면 집안 일 때문에 바빠질 수 밖에 없고...
일주일치 집안 일을 하다보니 늦게야 잠자리에 들 수 있었다.
행여 제시간에 못 일어날까 TV에 예약 해두었더니 알아서 깨워주는게
문명이 인간을 피폐하게 한다지만 나는 그 편함이 이렇게 좋은 것을....

계란하나 팍 깨뜨려 시간없으니 스크램블로....
시간 맞춰 예약해 놓은 밥솥의 새밥은 찰기가 돈다.
한접시 남은 김치를 한 두입 넣어보나 애들이 눈에 어려 더 이상은 못먹겠다.
친구에게 전화해 두었으니 오후쯤엔 새김치로 채워 놓겠지?
미리미리 알아서 챙기지 못하고 꼭 전화하게 만든다고 불평까지 보태줬다.
비록 젊은 시절 청혼해서 툇자 맞았지만 이럴 때 보면 와이프가 따로 없다.

출구를 나서자마자 명님이 반갑게 맞이해 준다.
엉겁결에 손을 잡으면서도 궁금함에 님의 모습 찬찬히 살펴볼 밖에...
약간은 초췌하지만 그리 나빠 보이지 않아 그나마 마음이 놓인다.
그 와중에 건네오는 귀엣말 "냉장고 속에 잣막걸리 준비해 놓았심다. 행님!"
내 이런 맛에 맨날 산과사람들을 따라 나서는게 아닌지......

차속에서부터 산의 가파름을 걱정하는 과꽃, 가을녀, 달빛하늘님 일행...
가을녀와 달빛하늘에서 하나씩만 떼어내고 합치면 나이니 이것도 인연?
무릎이 안 좋다는 님께 건네주는 아대에 완주의 염원을 보태준다.
나 역시 처음으로 찾은 연인산이면서도 시작만 가파르지 능선부터는
괜찮다고 거짓말 하는건 혹여 시작부터 포기하지 말기를 바래서이다.

연인산...
비록 새로 이름을 붙인 목적이 상업적이긴 하지만 이름하나는 좋다.
바위하나 없는 흙산...
샌들이나 운동화 신고도 산행이 가능할 것 같으니...
연인들이 팔짱끼고 데이트하기 딱 맞아 이름도 연인산으로 정한게 아닐까?

그러나 그 산은 연인들 데이트하기엔 너무 가파랐다.
본래 능선이란 오르락 내리락하는걸 이르는 말로 알았는데...
이건 숫제 정상까지 가파름의 연속인게 장난이 아니다.
헉헉거리며 선두인 유자향을 따라 오르며 이제나저제나 쉬지 않을까?
행여나 젊은이들을 못 따라갈까 걱정하던 김향희님은 숨소리도 가볍다.
숨이 턱에 찬 나는 내 뽈록배만 바라보며 내 자신을 탓할 수 밖에...

그리고...
누군가가 산에서는 그 사람의 인간성을 알아 볼 수 있다고 했다.
먼저 도착해 쉬고 있던 사람이 뒷사람이 헉헉거리며 도착하자마자
출발해 버리는게 그 대표적인 예라고 하면서....
유자향!
누굴보고 이 얘기하는 줄 눈치 챘겄제?

장수능선 갈림길에서 부터는 평탄한 능선길이 우리를 맞이한다.
드디어 내 눈에도 주위의 사물이 보이기 시작한다.
철쭉축제라는데 왜 꽃이 안보이나?
앗뿔싸 철쭉은 머리위에 숨어 있었다. 왜이리 철쭉나무가 큰겨!

정상 가는 길에 부적도 나눠주고...
한 마장쯤 밑에선 가평군에서 고사막걸리에 머플러까지도 준다지만
늘어선 줄에 미리 질려 포기할 밖에 없다.
능선의 단풍나무와 주목 묘목들을 보고 산에 쏟는 정성을 느낄 수 있다.
세입이 한정되어 있는 지자체로서는 어떻게든 수입을 늘려야 할거고,
단풍묘목을 보니 얼마 안있어 단풍축제도 열릴게 틀림없다.

그리고 점심시간....
점심을 싸올 수 없는 나는 이 시간이 즐거운 한편으론 걱정도 된다.
오죽했으면 첫 산행에 울 직원들을 모시고 나와야했을까?
4학년 학생들 틈에 끼어 앉아 준비해온 떡을 풀어헤치며 젓가락정도는
가지고 다니니 그냥 밥만 주면 된다 넉살을 떨어본다.
그러나 십시일반으로 얻어먹는 밥이 제일 많다는건 개구쟁이 시절을
겪어본 이들은 누구나 알 수 있을거다.
아니나 다를까 여유님의 참치비빔밥까지 이것저것 많이도 먹을 수 있었다.

짱구의 뒤를 따르는 하산길....
내 주종목이니 자신있게 뛰는데 개마고원이 질세라 뒤따른다.
능선 곳곳에 늘어선 철쭉들...
그 꽃잎이 바닥에 흩어진걸 보니 철쭉제가 좀 늦은 것 아녀?

능선 하나 더 넘자는 짱구의 뒤를 더 이상 따를 수 없다고
반란을 일으킨 4학년 여자분들을 임간도로로 보내고 다시 능선으로 오르나
나까지 주저하는데야 별 수 없이 계곡에 난 소로를 택할 수 밖에 없다.
그래도 한마디 '저 능선으로 갔으면 집결지를 지나쳐 버렸을껄~?'

집결지인 폐교에 도착하니 명님이 잣막걸리를 한잔씩 돌린다.
잣막걸리라~~!
그래 잣막걸리에 잣 안주가 제격이겠지?
조금전 하산길에 산지가 더 비싸다고 투덜거리며 산 잣을 꺼내 놓는다.

돌아오는 찻속에서의 막걸리는 금방 동이나고...
4학년들도 한잔은 더 마셔야겠기에 길가에 차세우고 막걸리 한병 줏어들며,
어른들만 입이나? 그래 젊은이들은 네병이다.

조금 더 같이하고 싶은 시간들이나....
선약이 있기에 청평에서 작별할 수 밖에 없다.
누굴 만났냐고라~~~?
아름다운 미래를 위해 그건 비밀이우~~~

그런디 데이트하다 다음역에게 들켜버리고 말았다.
다른 산악회 따라 왔다가 와이프냐고 반갑게 인사를 건넨다.
그냥 모른체하고 가지 씨~~~ 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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