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행 후기

도봉산

2011. 11. 4. 10:30

정확히 10시에 도착한 매표소 앞...
하이에나님, 명님, 나무님, 설산님 등등 먼저 도착한 여러님들이 반긴다.
약속시간에 늦는 것이 질색이지만 이르게 도착하는 것도 싫어하는 나!
20여분을 이것저것 산행에 필요한 것을 사며 일부러 시간을 소비한 덕에
목표대로 정각에 도착했으니 오늘의 첫 목표는 일단 성공이다.

뒤이어 속속 도착하는 님들...
오늘 처음으로 산행에 나선 은사님과 친구분의 모습도 보이고...
아직 도착하지 않는 님들에게 일일이 전화하며 부지런을 떨고 있는
오늘의 등반대장 하이에나님이 오늘따라 더욱 믿음직스럽다.

그런데 好事에는 多魔라나?
울 사장님이 저녁 11시에 KBS의 뉴스라인에 출연하시겠단다.
다시 걸려온 전화의 출연이 결정되었다는 야그는 사무실로 나와라?
그러나 나는 사나이 대장부
산을 오르기로 마음먹은 이상 어떻한 일이 있어도 산을 오르고 말테다.
갈등을 오래지 않아 접고, 전화 받는걸 포기하며 배째라!
덕분에 오늘 하루종일 쫑코 엄청 먹었다. 그래도 배째라!

하루야님(맞나?)의 도착을 마지막으로 산행 출발!
찔레꽃님에게서도 연락이 온 모양이지만 그냥 출발한단다.
워낙 노련해서 잘 찾아 올거라나?

찔레꽃님!
그래도 만일을 묻는 나에게 어느님이 "찔레꽃은 뒷풀이용"이래요.ㅎㅎㅎ
오늘도 역시 뒷풀이 장소에 제임스와 같이 나타나서 그 말을 증명해 주었지만...

은석암 쪽으로 진로를 잡아 가는 길은 의외로 순탄하다.
어?
하이에나와 악돌이 성질에 이런 코스를 선택했을리가 없을텐데?
아니나 다를까 바위를 잡고 힘을 써야만 하는 코스가 앞을 가로막는다.
쉽다는 하이에나의 말에 속아 바위틈새를 잡고 용은 쓰고 있으나
힘들고 무섭다. 그렇다고 무서우니 그만두겠다고는 못하고...

나보고 정식으로 릿지등반에 따라나서라구?
사소한 일에 목숨걸지 말라고 옆에서 같이 듣던 시아님이 귀띔합디다~
내 생각에도 릿지는 넘 무섭고...

만장봉인가?
하여튼 다음 봉우리인 자운봉 가는 길은 인산인해...
로프에 사람들이 시골 대추나무에 연걸리듯이 매달려 있다.

정규항로를 이탈하여 우회하자는 리더들을 따르는 초보 산악인들의
안색이 어두워진다.
맞아! 내가 봐도 쪼매 무섭다.
암벽을 내려가고 또 올라가고... 또 내려가고 다시 올라가고...
한번은 명님의 무릎을 밟고서야 내려올 수 있고...
한번은 하이에나님의 발을 밟아야만 그나마 중심을 잡을 수가 있다.
힘들어하는 이들에 손 내미느라 위험스레 바위에 매달린 설산님이 애처롭다.
뒷풀이 때 하이에나님이 울었다고 소개한 님이 아마 여기서 울었을걸?

자운봉을 지나 한켠에서 숨어 먹는 점심...
산에서의 일미는 라면이고...
그중에서도 숨어서 끓여 먹는 라면은 둘이먹다 하나 죽어도 모를게다.
이것 좀 얻어 먹으려고 보초까지 자청했다.

하이에나가 준비한 막걸리 한사발 얻어 마시고는 은사시님 자리로...
보름에 오곡밥 못먹어 억울하다는 내 글을 읽고 챙겨오신다고 했으니까.
그런데 어찌 이리 조금 싸왔노?
두분은 다이어트라도 하는양 한두숫갈 맛만보고
나에게 넘겨주는 오곡밥을 성의생각해 먹기는 먹는다만은 디게 미안타.

점심후 오르막길에 힘들어 할까봐 하산길은 의외로 수월하다.
우이암을 거쳐 우이동으로...
아!
제일 중요한걸 빼 먹을뻔 했다.
그동안 부러운 눈으로 바라봐야만 했던 후미를 내가 맡았다는 사실...
열분! 갈하늘도 드디어 후미를 봤다는거 아니겄수?

거의 다 내려올 즈음 옆으로 다가온 명님왈
산과사람들에서 만나기로한 오딧세이님도 북한산을 거의 다 내려왔단다.
그리고 찔레꽃님...
뒷풀이용 찔레꽃님도 연락이 되어 산과사람들로 오라하고...
갈하늘이 있어 찾아왔지 글 안했으면 안왔을거라고까지 치켜세워줬는데
미안허우 찔레꽃님!

맥주잔 앞에 놓고 돌아가며 자기소개도 하고...
주고 받는 술잔에 더불어 오가는 산사람들의 사랑과 우정...
거기에 취했던지 주인아저씨가 대나무술도 서비스로 내 놓고...

술기운속에서 찾은 또하나의 위대한 발견...
누이님과 Betty가 내 대학 후배란다.
의대 다닌답시고 찾아간 광주소재 대학의 후배란다.
71학번이라 했더니 자기들은 71년에 이세상에 나왔단다.
이정도 차이도 선후배로 분리할 수 있을까?
앞에 앉은 후배들의 얼굴을 다시한번 바라보며 역시 울후배들은 이뽀!

글구 다시 찾은 동숭동 대학로 술집...
사십대끼리 둘러 앉아 주고 받는 소주잔...
먼저 취할 줄 알았던 한울타리님과 은사시님은 쌩쌩한데
한쪽에서 꾸벅꾸벅 졸구있는 명님...
명님덕분에 주특기인 취침을 못해 억울해 하는 갈하늘...
글구 명님댁으로 은사시님댁으로 택배를 해드린다고 해드렸느데
아무 기억이 없는걸 보니 어쩜 내가 택배되었을지도?????

님들!
즐거운 산행이었구요.
오래 오래 간직할 소중한 추억을 많이 만든 산행이었답니다.
또 다시 산에서 뵐 수 있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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