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걸님이 더덕주라며 한잔 권한다.
행여나 앞자리 명님 눈치챌세라 한숨에 쭈욱~

이미 뒷자리 술좌석 한소리 들은걸 봤고,
얼마 안있어 천안의 양지꽃님 술찾다 낯 붉히는걸 봤기 때문이다.

여걸님이 산에 다니면서 손수 채집해 빚었다는데...
누군지도 모르는 그니의 서방님을 부러워하며 다시 한잔 청해본다.

시트 뒷머리에 이고 잠을 청한다.
기를 써봐도 머리는 점점 맑아져온다.

그리고 점점 목의 통증이 심해져 온다.
함께 찾아오는 벼라별 상념들.....

작년에 목 때문에 죽었다 깨어난 뒤론 목만 아프면 겁부터 난다.
갑자기 부은 후두개가 기도를 눌러 호흡이 끊어졌었고....
10분 아니 5분만 늦었어도 죽었을거라는 의사의 말을 들은 뒤론,
삶과 죽음이 언제나 함께였고 그 차이에 대해 자신이 없었다.

사실 이번 산행을 무지 망설였는데...
작년 같은 증상이 왔을 때 지방병원의 응급처치 능력을 의심하면서도,
차마 백두대간을 빼먹을 수가 없어 따라나섰다.
서서히 후회가 찾아오지만 어쩌랴? 이미 버스는 출발했는데...

두시 좀 넘어 도착한 여원재
가는 비가 온다는 명님의 뒤를 이어 안개비라는 소리까지...
아스팔트는 비에 젖어 있지만 비는 오지 않을 눈치다.
마침 맞게 자리잡은 버스 정류장에 앉아 출발준비를 한다.

"와! 별이다."
누군가의 외침이 아니더라도 별은 이미 우리 곁에 있었다.
그리고 몇 십년 전의 기억을 더듬어야만 생각나는 은하수까지...

무얼 찾으러 예까지 왔누?
저 멀리 꼬리를 남기고 흐르며 손짓하는 행운의 별똥별에다
뭔가를 빌어야겠다는 생각을 하면서도 선뜻 떠오르지 않는 그 무엇...
짜증스런 그 무엇을 가슴속에 묻으며 나 또한 어둠속에 묻혀본다.

무전기에서 길가에 철쭉이 많다는 전언이 아니더라도
짜증나도록 무릎을 건드리는 길섶 나무가 철쭉인줄은 이미 알고 있다.
어슴프레 보이는 꽃잎의 검푸름은 차라리 처연하다.

오늘은 백두대간의 기나긴 여정을 준비하는 휴식구간?
어느 한곳 어려운 구간 없이 물 흐르듯 순탄한 산행길이다.
그래도 무조건 쉬울 수만 있나 백두대간 체면이 있지.
고남산 오르는 길은 제법 바윗길이 가파르고 한켠에 로프도 메어있다.

한통송신탑을 돌아 내려오는 길...
코끝에서 쇳바람 소리를 내는 이들이 비켜가기 시작한다.
길가에 펼쳐 놓은 종이를 봐선 정토산악회인데...
번뇌의 속박을 벗어난 깨끗한 세상을 淨土라 하는데
그런 세상에 사시는 분들이 뭐 그리 급하다고 밀치고 부대끼는지 원~

임간도로에 퍼질러 앉아 넓직한 등판을 소정님의 등받이로 빌려준다.
"미안해하지 마이소"
미녀에게라면 하루 종일이라도 내어 줄 용의가 있는 남자라우!

그리고 라면으로 맞는 아침식사는 그야말로 꿀맛...
새벽길을 세시간을 달려왔으니 시장에 반찬은 당연하겠지?
한팀건너 땡민팀의 술 내음이 배부른 다음에야 코 끝에 걸친다.

몇구비 돌아 도착한 민가... 주막이라고 해야하나?
딸 다섯에 아들 셋... 또 거기서 孫이 스물 다섯으로 퍼졌다는 할머니는
가진 것 만큼이나 인심 후한게 가진 것 다 내어줄 듯하다.

한잔 두잔 나누는 막걸리는 달구지조의 도착시간에 맞춰 늘어만 가는데
삼십분이나 늦게 도착한 달구지왈 하두 배불뚝이를 놀리기에 피하느라 길을 잘못들었다나? 거 넘 놀리지 맙시다레 나두 배 나왔수!

터덜거리며 도착한 지리산휴계소 잔디밭...
여기 저기 둘러 앉아 점심을 준비하지만 아직은 배가 덜고픈 11시...
준비해온 양주를 꺼내 20회째 산행을 자축하고 본다.

양지꽃님의 장뢰蔘 안주에 약술도 얻어 마시고...
두루두루 방문하는 취객노릇에 어느덧 알콜은 머리까지 마비시키고...

돌아오는 내내 골아 떨어져 잠만 쿨쿨....
집에 돌아와서도 대충 샤워만 마치고 내내 쿨쿨....
자정에 일어나 옷 좀 다려놓고 다시 쿨쿨...
잠 한번 원없이 잤건만 아침 통근버스에서 다시 꾸벅꾸벅...
잠은 잘수록 더 온다는 누군가의 말이 생각나는 어느 월요일 아침!

덧붙임
산행을 나서며 걱정했던 목감기는 언제 아팟냐는 듯이 말끔하네요.
산행은 역시 만병통치약인가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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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행 후기

계룡산('01.4.15)

2011. 11. 4. 10:47

아이고 죽겠다.
어제 저녁 11시에 침대에 들었는데 아직 1시가 못되었으니 채 두시간도 못 잤잖아?
문득 남들이 얘기하던 시차적응이라는 말이 떠오른다.
심심치 않게 나가는게 해외출장이어선지는 몰라도 그동안 이런일이 없었는데...

맑은 머리에 다시 잠을 청하는게 무의미한 것 같아 자리를 턴다.
컴을 켜고 그 동안 도착한 메일을 읽어본 후, 산과사람들에 찾아 든다.
프랑크푸르트에서 비싼 국제전화를 건 보람이 있어 좌석표엔 내 이름 석자가 선연하다.

같이 동행하는 산사람들을 확인해 보니
마침 여행중에 염두에 두고 준비한 소품들의 임자도 몇몇이 끼어있다.
양주 한병 배낭속에 넣다 빼다...
결국 백두대간 때 챙기기로 하고 나서야 배낭 꾸리기가 끝이 난다.

아직도 시간은 세시가 넘지 않아 그 동안 밀린 빨래부터 다리기로하고
어제 도착하자마자 빨아 널어둔 와이셔츠부터 애들이 챙겨둔 셔츠까지...
쉽지 않은건 평소의 경험으로 알지만 두시간을 넘기니 팔이 욱신거려 온다.

김치냉장고도 치울겸 아침은 김치찌개로...
참치 위에 송송 썰어 넣는 풋고추는 2주일을 넘겼는데도 싱싱하다.
새로 지은 밥의 끈끈함을 음미하며 호호 불어 한술 두술....
그렇게 다시 돌아온 내 삶의 현장 새 아침은 시작되고 있었다.

일찍 집을 나섰던 탓인지 교대역에는 명님외에 몇분 보이지 않고...
뒤이어 낮익은 님들이 하나둘 모여드나 다른 때에 비해 유난히 썰렁하다.
아픈이들이 많아 그렇다고 가볍게 말하는 명님이지만 이런 때가 제일 부담스럽다.
아무리 산이 좋아 카페를 운영한다지만 자기돈 털어 넣어가면서 까지야 ???

나아질 것을 기대하며
반가움에 한사람 한사람 반가운 님들의 손을 감싸본다.
한달여를 못 본 탓인지 맞잡는 손이 유난히도 따뜻하게 느껴진다.

설산의 재치있는 사회로 자기소개가 이어지고...
처음 참가한 이들 조차 부담 없어 하는건 아마 그의 넉살 탓?
내 차례엔 여행 소감이나 얘기해 볼까하다 뜨끔하여 그만둔다.
이번 여행엔 문화 탐방쪽에 비중을 두었기에 얘깃거리가 많기 때문이다.

오전에 현지의 관련 인사들과 방문한 목적에 걸맞는 프리토킹...
오후에는 관광...
저녁 먹고는 혹여 좋은데 없나 두리번거려 보기로 결심하고 떠난여행이었다.

덕분에 파리에서는 리도쇼에 몽마르뜨의 라이브쇼까지 극과 극을 경험했고,
브루셀에서는 강도 당할 각오로 공창을 찾아 흥정까지 해보는 색다른 시도...
프랑크푸르트의 남녀 혼성 사우나에 들러 이국 풍경을 실컷 구경하고,
마음을 정화해야 한다는 주독 대사님의 권유로 베를린필하모니까지 관람했다.

그러나 아무리 얘깃거리가 많으면 무엇하랴
여성회원님들 앞에서 무례를 저지를 수야 없지 않는가 말이다.

혹여 잠을 청해볼까 소주를 홀짝거려보지만 잠은 찾아오지 않는다.
행여 산행중에 졸리면 안 될텐데....

산의 초입...
후미에서 은사시님, 조약돌님과 보조를 맞추어 산행을 시작한다.
오늘 따라 유난히도 은사시님이 힘들어한다.
얼마전에 다리를 다쳤다는 소리를 들은 것 같은데 아마 그 영향?

쉬엄쉬엄 꾸준히 오르는데 얼마안가 힘들어하는 여진낭자와 잡초님이 보이더니,
뒤이어 초록과 말짱까지 다들 무척 힘들어 하는 것 같다.
나도 마침 힘들기에 도와주는척 후미그룹에 자연스레 합류....
떨어진 속도의 여유에 주위를 둘러보지만 계곡의 풍경은 별로고,
그저 잡초님의 계단길이 싫다는 투덜거림만이 시공의 공간을 메꿀뿐이다.

겨우겨우 도착한 문장대 밑 휴계소...
먼저온 이들이 딸아주는 좁쌀술이 차가워서 좋지만 디게 시다.
평상에 앉아 메뉴판의 장터국수를 보며 침을 흘리는데
異床同夢인 옆자리의 찔레꽃님 언제 국수번개 한번 때려 볼까요?

속리산에 올랐다는 기념으로 기어오른 문장대...
이제서야 주위의 경관이 보이고
날릴까 걱정되어 모자를 고쳐 쓰게 만드는 바람이 가슴까지 시원하게 해준다.
그리고 눈앞의 능선에 펼쳐지는 크고 작은 바위들의 행렬...
비록 웅장하지는 않지만 오밀조밀함이 남녘의 산천은 거의 비슷할걸?

은사시님 일행에 끼어 앉은 점심상...
오늘 산행이 최선의 선택이었음을 증명이라도 하는 듯 풍요롭다.
막걸리에 목축이며 부침개로 안주하고...
조약돌님이 준비한 상추쌈 한 볼태기 넣으며 앞으로도 자주 산에 오소서!
여유님의 김밥까지 간간히 섞으니 이보다 더 좋은게 무에 있으랴?

여행에 소모된 체력을 생각하여 탈출로를 택한 하산길....
산지니의 어머님과 이모부님을 위시하여 나이든 분들이 꽤 많은데,
아마도 진철님과 친구분은 홍규남님의 강요로 합류했을걸?

중간 휴계소에 들러 솔잎주 한잔 나누고...
완주팀보다 늦을걸 염려하는 환객의 재촉에
하산해서 따님이 운영한다는 식당에 들러보라는 주인여자의 호객은 아예 귓전 밖...

법주사에 들른다는 님들을 뒤로하고 나 홀로 버스 정류장으로...
하품이 시작되더니 매표소를 지나면서 아예 눈이 슬슬 감겨온다.
물적신 스카프로 겨우 잠을 쫒으며 내려오는 하산길은 왜이리 머나먼지?
황토알갱이 길가의 벚꽃이 흐드러지게 피어 나를 유혹하지만
결코 벤치를 찾을 수는 없다 잠을 이길 수 있는 자신이 없는 고로....

황토길 끝머리 봄나물 좌판 아주머니의 아직도 멀었다는 얘기에 다리가 떨려온다.
그리고는 법주사 주지부터 환경부 간부까지 줄줄이 엮어가며 욕설....
남이 들을리 없는 나만의 욕설이지만 마음껏 쏟고 나니 조금은 낫다.

돌아오는 버스속의 진철님이 따라주는 막걸리 몇 모금에 겯드리는
뒷자리 하정님께서 권하는 안주가 좋아 종내는 손수 술을 찾아 나선다.

그리고 말짱의 수고로 돌아가며 한곡씩...
東方禮義之國의 자손답게 長幼有序를 찾아 돌린 덕분에 나두 앞에서...
젊은 분들의 신선한 노래에 감칠맛 나는 나이든 이들의 노래에 젖어,
손뼉으로 장단을 맞추다 보니 졸림까지 달아난지 오래다.

명님의 목소리에 놀라 눈을 뜨니 어느새 올림픽대로...
분위기에 취해 잊었던 잠이 나도 몰래 찾아왔었나 보다.
교대역에서 헤어지는 발걸이 무겁지만
내일은 내일의 일이 기다리고 있기에 여기서 아쉬움을 접을 수 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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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은 산넘어 남촌에서 온다며 봄소식을 전한 어느님의 글을 떠올리며 찾은 지리산....
마침 봄을 찾아보려는 내 심정을 눈치라도 챈 듯 백두대간 제2구간으로 떠나는 산과 사람들...

성삼재로 가는 버스속에서 매화향에 취해있을 땡민과 그 친구들을 부러워해보고
또 그런 멋진 곳에서 자란 유자향의 성격은 당연히 고울 수 밖에 없었을 거라는
추론을 해내는데는 그리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는다.

그러나 남원과 구례를 엇가르는 산 줄기인
성삼재와 여원재구간 진입로인 성삼재의 그 어디에도 봄은 없었다.

고대산 산행에서 만난 홍규남님....
그 님의 생일을 챙겨준답시고 폴스카이님과 같이 소줏잔 기울였던 탓에
겨우 두세시간자고 출근한 토욜...
오전에는 일요진단 녹화...오후에 명동에 나가 가두켐페인에 참여하다보니
어느덧 해거름의 어스름이 찾아든다.
부랴부랴 짐 챙겨 버스에 오르니 짝궁(옛날 학교다닐 때 같이 앉은 사람보고
짝궁이라고 했지 아마?)인 여란님이 반갑게 맞아주시고...
그 외에도 많은 분들이 아는 채 하는 걸 보니 이제 나도 고참 다되었나보다.
아니면 내 훌륭한 성품이 널리 알려졌든지....ㅎㅎㅎㅎ

인사소개가 끝나고 옥산휴계소를 지나 소등....
어제 저녁 설친 잠이 찾아올 만 한데도 갈수록 정신이 맑아진다.
88고속도로 접어들다 과적차량에 걸려 유격훈련도 받아보고...
서울을 출발할 때 이미 통로에 앉은 님들이 보였는데, 천안에서 짱구님이
전주에서는 벌떡님 등 호남님들이 더 타셨으니 과적으로 안걸렸다면 문제있는
울 나라 계량기 수출하는데 애로가 많을거다.

짐정리 하라는 명님의 말에 놀라 눈을 뜬다.
한 오분 잤나? 그렇게 고대하던 잠이었는데...
깨우는 명님이 조금은 원망스럽지만 일정이 타이트하다니 참을 수 밖에 없다.
하기사 안참아도 별 수 없겠지만.....

1.8미터이니 키작은 사람은 차에서 내리지 말고 그냥 돌아가라는 젬스님의 엄포에 나마저 쫄았는데....
에이~ 그게 1.8미터라면 내 키는 2미터도 넘겠다.
조심조심 여자분들터 넘어가는데 웬 짚차가 오더니만 불을 켜고 움직일줄 모른다.
부리나케 차옆에 숨어 살펴보나 차는 움질일 줄 모르고...
시간이 지나 신경이 무디어진 것인지 아니면 간이 커진것인지 차례로 다시 넘어가기 시작...

몇번의 자동차 불빛에 놀라 야간훈련을 받아가며 전원 산행시작...
여그서 살신성인의 자세로 자기 무릎을 바쳤던 감자님, 미르님께 캄사!
절대루 헤드렌턴을 켜지 마라는 명령에 쫒다보니 몇번인가 넘어지고...
앞에서 아이스케끼를 외치는 어느님(어쩌면 다음역님?)의 도움으로 겨우겨우 집결지에 무사히 도착....

'와! 하늘에 디게 별이 많다'라는 어느님의 환성에 하늘을 보니 별들이
그렇게 눈앞에 가까이 있을 수 없다.

조별로 나뉘어 고리봉으로 출발!
고리봉을 지나 만복대...
만복대 오르는 경사길에서 맞는 바람의 차거움이 아직은 봄이 아님을 실감케한다.

아직 갈길이 먼데 신선님이 고통스러워한다.
신선님의 보조에 맞추어 만복대를 오르는데 한곁에 솔로님팀이 웅성거리고 있다.
언젠가 내 마니또였던 순동이 카라님이 채했다나?
의리의 하이에나님이 손가락 끝을 따준다기에 아쉬운 마음으로 자리를 뜬다.
멘마지막으로 정령치에 도착해보니 다른 팀들의 아침식사는 막바지이다.
이미 후식까정 마쳤는지 이빨쑤시고 있는 부지런한 팀이 웬지 밉살스럽다.

휴계소에 들어서자 공주님들이 반갑게 맞아주고 땡민이 따라주는
한잔의 복분자술을 마시며 이맛에 산을 찾는게 아닌지?
아침부터 삼겹살을 굽어 놓고 마주앙 따라주는 섬소년님...
안주있는데 술이 없으랴 부리나케 베낭에서 소주를 꺼내든다.
뒤어어 술찾아 날아드는 나방이 악돌이었다는 전설이 있었지 아마?
8시에 경비원이 나오면 산을 못오른다고 인상쓰는
명님의 잔소리에 먹으며 치우며... 이러다 언치면 대장이 책임질겨?

고리봉을 내려가면서 부터는 고통스런 얼굴의 주인공이 엘리즈님으로 바뀐다.
뭐 그렇다고 신선님이 괜찮다는 얘기는 아니고...
고촌리를 0.5킬로쯤 남긴지점에 갑자기 나타난 우리의 짱구
감시원에게 들켰으니 우선 산과사람들 마크 때어내고 잠시 기다리란다.

올타꾸나!
시간이 없어 아침반주가 부실했는데...
진철님의 배낭에서 소주를 꺼내는데 어느님이 막걸리까지 내 놓는다.
그리고는 케세라세라...
불안해하는 짱구에게 미안하지만 좀 붇잡힌들 어떠리....

고통스러워하는 엘리즈님을 탈출시키고 여원재로 다시 출발!
수정봉을 오르는데 이번에는 마이산님이 거의 사색이다.
부랴부랴 감자 발에서 압박붕대를 갈하늘의 무릎에서는 아대를 무장해제시켜
마이산의 무릎으로 재배치한다.
거기다 발가락이 상했다는 디스님, 발 어디인가가 불편하다는 지나님...자연스레 부상자그룹이 생긴다.

가다 쉬다...
그냥 쉬면 뭣하나?
금쪽같은 시간에 술이라도 마셔야지...
먼저 유자향의 배낭에서 머루술부터 찾아내고...
다음에는 미루의 쐬주...
세 번째 휴식에서 다시 찾은 미루의 얼굴에는 더 이상은 없단다.

참 지겹도록 지리한 구간이다.
이제는 다 왔겠지 해보면 다시 보이는 봉우리...
설마가 사람잡는다고 거기도 넘어야한다는 하루님의 매정한 목소리...
그나마 다행인건 신선과 마이산님의 신음이 더 이상 안들린다는 점이다.

지리하게 이어지는 중에도 주위 경관이 눈에 띄고...
길가의 진달래에 물이 올라 작으나마 이미 꽂몽오리가 생겼다.
간혹가다 누렇게 익은 풀섶사이로 파릇파릇 솟아나는 산나물도 눈에 띄고...
저건너 능선의 흐름에 반해 야호를 외치는데 뒤따르는 섬소년님 자기도 보겠다고 길비키란다.

주지사 옆을 지나는 하산길에는 봄이 한창이다.
"에구 무얼 그리 겹겹이 걸쳐입고 찾아왔누" 바람이 건네는 말에 슬며시
위옷 앞자락을 있는대로 다 열어제킨다.
피곤한 중에도 스치는 바람이 더욱 살갑다.

고생 끝에 도착한 여원재!
마당 곳곳에서 이미 식사를 마친 파장의 분위기가 느껴진다.
그래도 반갑게 맞아주는 짱구의 이마에 난 상처자국이
오늘따라 더 이쁘게 보인다.
환객은 삼겹살 굽고...
오리를 굽던 짱구가 슬그머니 내 놓는건 은어회가 아닌가?
유자향이 준비했는데 날위해 남겨 놓았다는 그말에 어찌나 듣기 좋던지...
늦게 도착한 님들이 둘러 앉은 자리는 체면이고 뭐고가 없는 아수라장...
서로가 한점이라도 더 입에 넣으려고 법석이다.
그러는 중에도 오고가는 막걸리에 소주에...
오늘 부상당한 님들에게는 진통제라고 한잔씩 더 권하고...

장장 12시간을 걸어온 나 자신과의 싸움을 접으며...
하루의 피로를 한잔을 술로 풀으며...
정겹게 오가는 격려의...
완주라는 축하의 한마디에 다음 산행을 기약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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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행 후기

고대산('02.3.11)

2011. 11. 4. 10:44

아침 일찍 일어나야겠다 마음을 먹은 탓인지
아니면 나이들어 새벽잠이 없어져서인지 하여튼 눈을 뜨니 다섯시....
어제저녁의 심야토론 때문에 밤 늦게 잠자리에 든 탓인지
컨디션은 별로지만 평소의 습관대로 침대에서 내려와 버린다.

거실로 나와 어제 널어 논 빨래 곱게 개어 단스에 넣고...
산에 오르면 늦게야 귀가하게 될거고,
거기다 얼큰히 취해서 들어올게 뻔하므로 출발하기 전에
일주일분의 와이셔츠를 다려놀 수 밖에 없다.
애들에게 잔소리 안들으려면 말이다.

글구 아침상 준비...
오늘 아침의 국은 북어국으로...
내일 아침에 먹을 것까지 좀 여유롭게 끓인다.
일요일까지 꼭두새벽에 깨운다는 애들의 불평에도
억지로 식탁에 앉게 하는건 그냥두면 아침 건너뛸게 뻔하기 때문이다.

다시 침대로 돌아가는 애들의 뒷꼭지에 교회 빼먹지마라 당부하고
어제 냉동실에 넣어둔 물병만 달랑 챙겨서 집결지로 향한다.
명륜당님을 위시해 낯익은 얼굴들이 보이고,
오랜만에 솔로님의 모습이 보이는게 아마 어머님의 건강이 좋아지신 모양이다.

누군가를 줄기차게 기다리던 버스는 8시를 조금 넘겨서 출발...
산으로 가는 버스가 왠지 휑한 느낌이 드는건
아마 산행때마다 맨 앞자리를 지키던 하루님, 산새님, 룰루랄라님,
디스님이 안보이는 탓?

오늘도 어김없이 산사람들의 소개는 이어지고...
유자향의 고사로 사회를 본다고는 하나 경력상으론 설산이 고참아니남?
새로운 몇분들이 보이는 중에 오늘의 짱은 홍규남님...
이제 겨우 42살이면서 할머니라고 자기를 소개하는데
그럼 50먹은 사람은 뭐라고 불러야 하남?

대충 자기소개가 끝나고 나니 웬 미군부대가 보인다.
어! 캠프 게이시라니 어디서 많이 본 부대 이름이잖아?
외국으로 파견나가기 전 한 일년반을 내가 생활했던 부대이름이다.
처음에 들어가서 양키들과 말이 안통해 참 많이도 고생했더랬는데...
글구 로버트박이 지은 잉글리쉬900이란 책을 한달동안
달달 외워버리고 나서야 겨우 말이 통했지 아마?

한탄강...
전곡...여기는 군대 생활할 때 간혹 찾았던 쑥스러운 추억의 고을이다.
아침에 옷다리면서 이 근처에서 산불이나
아직도 불길이 잡히지 않았다는 TV뉴스를 본 얘기를
무심코 명님께 얘기했더니 입산걱정이 되는 모양이다.
그러나 고대산 밑에는 여러대의 버스가 이미 주차돼있고
산의 초입에도 등산객들의 행렬이 이어지고 있다.
괜한 얘기를 해 갖고 명님의 심려만 끼쳐드린 것 같아 미안하다.

오늘 산행의 목표!
나도 누군가를 도와보고 싶다.
깔딱고개를 오르며 주위를 관찰해 본다.
우선 온정이님이 힘들어하나 산봉우리가 있으니 열외로 하고,
산내음, 말짱, 홍규남님 등이 힘들어 하는 것 같다.
그 중에서 첫 산행에 나서신 할머님을 도와드리기로 결정....
앞에서 손을 잡아드리기고 하고 이 얘기 저 얘기 말도 시키면서
제법 프로티를 보이는데 저쪽의 하이에나님이 하는 말 '舊도우미'라나?

정상 못 미쳐 맞는 점심시간....
식사전에 우선 정상주로 막걸리를 나누어 마시고,
나이든 사람끼리 모이자는 진철님의 제안이 반갑다.
피치못할 사정으로 인절미에 모찌로 도시락을 대신한 처지에
따뜻한 점심이라니 이 얼마나 감사할손가.

점심상에 반주없이 무슨 낭만이 있을손가?
오늘도 어김없이 진철님의 배낭에선 병소주가 나오구...
내 배낭의 프라스틱 소주까지 나누어 먹다보니 제법 얼큰해진다.
거기다 A&D님이 가져온 금가루 술과 잊어버렸지만 병에 적힌 제목이
아주 이쁘던 술까지 더하니 갑자기 세상이 아름다워 보인다.

점심후 도착한 정상...
정상에서 바라보이는 철원평야....
이 철원에다 도읍을 정했던 궁예의 마음을 읽을 수 있다.
이런 산중에 이렇게 넓은 평야가 존재한다는게 신기하기만 하다.

글구 하산길....
완연한 봄기운에 얼었던 땅이 풀리고...
어젯밤 내린 비에 땅이 질퍽거려 산행 컨디션은 최악이다.
앞서가던 산지니가 엉덩방아를 찟고...
조금있어 홍규남님이 따라하지 않아도 되련만 뒤질세라 주르륵~~~
그 외에도 미끄러지는 몇분 님들을 바라보며 품위있게 웃어도 보고...

앗뿔싸!
남보고 웃다 벌받았던지 이번에는 내가 넘어지는 일이 발생.
그것도 돌계단에서 넘어져서 허리에 멍들고 이쁜얼굴에서는 피까정...
부리나케 하산하여 명님 배낭의 연고를 바르며 바라본 거울속에는
온전한 가을하늘이 있다.

걱정이 안심으로 변하고 나니 그제서야 주위를 돌아볼 여유가 생긴다.
어디서 난 무슨 음식인줄도 모른채 소주에 돼지 바베큐를 꾸역꾸역
밀어 넣는다.
어느 산악회에서 시산제를 지낸 음식인 모양인데 여기저기 둘러앉아
열심히 먹는 이분들을 보니 아마 산은 안 오른 모양이다.
술이 부족함을 눈치채시고 어느새 소주를 한아름 갖다 놓는
홍두깨님을 보며 역시 연륜은 속일 수 없는거여~

한탄강에서 뭘 먹은 것도 같고....
또다시 술을 마신 것 같은데 기억은 확실치 않은데
어느새 버스는 교대에 도착해 있다.
글구 홍규남님 가게에 들러 집으로 돌아가는 길에는 지하철을 이용해본다.
혹시라도 다음에 번개칠일이 있을 때 찾아오는 길을 적을 수 있도록....
예술의 전당 정문에서 뻗은 대로와 남부터미널 앞길이 마주치는
사거리의 코너에 위치한 포주막이란 음식점인데 이 근처를 지나는 분들이
한번쯤 들러봐도 후회하지 않을 정도로 깔끔한 분위기이다.

님들 즐거운 산행이었습니다.
다음 산행에서도 뵈올 수 있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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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행 후기

마이산('01.12.3)

2011. 11. 4. 10:38

돌아오는 찻속
너무 힘들었지만 즐거운 추억을 간직한 산행이었다는 몇몇 님들의 소감을 듣으며
나 역시 하루를 마감하며 힘들었던 오늘의 산행을 뒤돌아본다.

무상(無常)하다는 말은 허망한게 아니고 '항상하지 않다''영원하지 않다'.
우주의 실상은 고정되어 있지 않고 늘상 변하고 있다는 법정스님의
글(오두막 편지)을 읽으며 마이산 산행을 나서는 버스에 내 한몸 의탁해 본다.

그래 만일 우리의 인생을 허망하게만 본다면 지금 우리가 하고 있는 어느 일이건
아무 의미을 찾을 수 없을테니, 스님의 말씀대로 변화의 과정속에서 생명을
깃들이고, 변화의 흐름을 통해서 우주의 신비와 삶의 묘미를 전개해 보는 것도
나름대로 의미가 있겠지?

봄, 여름, 가을이 가고 이제는 온통 황량함만이 우리 곁을 맴도는 겨울이 찾아 왔다.
그러나 얼마 안있어 새싹이 솟고, 훈훈함이 가득한 봄이 다시 우리를 반기겠지?
그리고 계절의 순환은 계속될 것이다.

그것이 살아있는 우주의 호흡이며 율동일지니 지나가는 계절을 아쉬워할게 아니라,
오는 세월을 유용하게 쓸줄아는 지혜를 터득해야 하겠다.

오늘 내가 마이산을 찾음도
무언가 급박하게 변하는 시대에 무언가 새로운 활력을 찾아 나선겔거고,
같이하는 님들 또한 그러한 지혜를 터득하는 산행이 되길 빌어본다.

달리는 찻속...
오늘도 언제나와 같이 자기 소개가 이어지고... 단지 사회가 바뀌었을 따름이다.
사실 나는 매번 산행때마다 이시간만 되면 가슴이 설레인다.

산과 사람들과 처음으로 같이한 적산산행에서 마니또란 의미를 몰라,
나보다 힘들게 산행을 하셨던 그 님을 도와주지 못했음에 항상 안타까워 했었고,
언젠가는 나도 남들과 같이 마니또를 위해 무언가 해드릴 기회를 찾아왔었다.

그 뒤로 운악산과 계룡산에서 만난 마니또님들은 거의 산악인 수준이라
내가 별로 도와드릴 일이 없기에 한켠에서 무사한 산행을 빌어드렸을 따름이다.

카라님!
오늘의 내 마니또가 카라님이라기에 눈을 크게 뜨고 살펴본다.
우선 한마디로 한송이 백합을 연상시키는 청초한 매력을 발산하는 아가씨다.

다소곳한 느낌을 주는 눈이 번쩍 뜨이는 미인...
역시 누군가를 돕기로 마음먹은 나를 하느님께서도 가상하게 여기셨나보다.
조금은 연약한듯 하기에 무언가 도와드릴 일도 있을것도 같아 기쁘다.

산행의 초입
하늘여행님 곁에서 열심히 경사길을 오르는 카라님이 보이나
님을 도와 드릴만한 체력이 나에게는 없다.
그저 힘들지 않냐는 위로의 말한마디를 건네볼 따름...

오늘은 마이산에 늦게 도착한 탓인지 산행을 시작한지 얼마 안되어 점심이다.
옆지기가 비어있는 덕분에 도시락을 준비할 수 없는 나는 폴스카이님의 곁에 자리잡는다.
햄버거로 점심을 때웠다는 계룡산 후기를 읽고 자진해서 예비자로 신청하면서 까지
마이산을 찾았고 내 도시락까지 챙겨오신 님이 고마울 따름이다.

며칠전 담갔다는 김장김치에 막걸리로 반주한잔씩 나누며 먹는 점심이 꿀맛인건
이 도시락에 무한한 님의 사랑이 담겨있기 때문일거다.

조금 늦게 도착하신 룰루랄라님이 지나가며 40대들이 모여 있는 자리로 옮기자하나,
말씀에 선뜻 따르지 못함은 남들과의 어울림에 자연스럽지 못한 내 성격탓일 거다.
룰루랄라님 죄송하오이다.ㅎㅎㅎ


식사를 마치니 또 커피까지?
내 옆구리는 이럴때가 제일시려온다.
그리고 평범하지 못한 내 옆지기가 제일 미워질 때가 이때이다.

고마운 정성을 사양하고 대신 카라님께 한잔 권해주길 부탁해본다.
폴스카이님의 옆지기이신 하늘여행님도 곁에 있기에 격의 없이 권할 수 있어 다행이다.

다시 나서는 산행길 하늘여행님과 카라님이 탈출로를 택하기에 같이 내려가자했으나
우리의 폴스카이님께서는 산행을 계속하자신다.
점심 얻어먹은 죄루 따라나선 산행길 어느덧 숨이 턱에 차오를때쯤 카라님이 보인다.
탈출로인줄 모르고 내려가다 다시 돌아왔단다.

다른 님들이 마니또를 위해 하셨다던 얘기들을 토대로
님을 도울 사정권내에서 맴돌 각오로 열심히 따르지만 갈 수록 거리가 멀어진다.
카라님! 이게 내 능력인걸 어떻게 하겄수?

드디어 암마이봉 밑에 도착해보니 눈물이 나오려고 한다.
저걸 어떻게 올라가누?
카라님의 뒷모습만 바라보며 계속해서 탈출로만 흘깃거리는데...

오 하는님!
카라님이 탈출로를 택하게 해주신데 대하여 무한히 감사드리옵나이다.
올 성탄미사에 꼭 참석하고, 연말 불우이웃돕기성금 조금 더 내오리다.

탑사에 들러 시원한 냉수로 오장육부를 대 청소하고,
탑도 한바퀴 둘러보고,
돌아나오는 길에 무슨 문화재인가를 국가에서 보수해 달라는 현수막을 보면서
돈많다고 들은 바 있는 스님들 욕도 해본다.

내려오는 길 돼지고기 굽는 냄새에 발이 묶여 어느 한적한 식당에 자리 잡는다.
폴스카이님, 카라님 여기에 맑은이님을 더하여 넷이서 둘러앉아
동동주 한 뚝배기 앞에 높고 얘기의 꽃을 피워본다.
그래봐야 세대에 차이가 있어 어른들 집안얘기 별로 재미도 없으련만
그래도 재미있는양 들어주는 님들이 고맙다.

거기다 더하여
내가 올렸던 유럽여행 후기를 읽어보고 소감을 말씀해 주시는 맑은이님...

나에게 관심을 갖어서인지 더욱 친근해 뵈는게
담장에 곱게 핀 한송이 능잠화 같다고나 할까?
아무튼 세상에 때가 묻지 않는 청순함이 느껴진다.

네시에 출발한다는 시간에 맞추다보니 안주와 술을 다 마시지도 못하고 나왔지만,
좋은 이들과의 시간 보냄은 즐거운 일이고,
거기다 더하여 고향의 포근한 인심을 맛볼 수 있는 행운까지 누린 자리였다.

돌아오는 찻속에서 마신 막걸리에 취한건지 분위기에 취한건지
손벽치다보니 어느덧 서울에 도착했고 헤어짐이 싫었지만
더 한층 의미있는 내일의 만남을 위해 아쉬움을 접었답니다.

항상 모임을 주선하시느라 분주하신 명륜당님 넘 고맙고요.
재치있는 사회를 보아주신 우림님, 그리고 산행을 위해 몸을 아끼지 않는
잔다님, 말짱님 등등 모두모두 고생많으셨습니다.

같이 산행을 하신 모든 님들 넘넘 즐거웠고요.
동행을 못하신 님들은 다음 산행에서는 꼭 만나뵈었으면 하네요.
그리고 돌아오는 찻속에서 막걸리를 나누며 40대를 외친 산빛사랑님들 반가웠습니다.

새로이 시작되는 한주도
님들이 하시고자 하느 모든 일들이 님들이 마음 먹은대로 이루어지길 빕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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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행 후기

계룡산('01.11.26)

2011. 11. 4. 10:37

산에 대한 아름다운 얘기는 다른 님들이 많이들 올려주실거고
나는 그저 내 신변잡기나 써볼까 합니다.

우선 이번 산행은 전반적으로 언제나와 같이 기분 좋은 산행이었지만,
내 개인으로 봐서는 산행으로 비롯된 안 좋은 일도 있었고,
거기다 다행이라는 생각에 가슴을 쓸어내리는 아찔함도 같이한 산행이었다.

지난 주말은 우리부 산악회와 함께 예산에 있는 가야산에 다녀와야 했기에,
산사람님들을 못뵈온지 2주일...
일각이 여삼추라는 말을 떠올리는 기다림으로 계룡산행을 기다려왔다.

명륜당님, 솔로님, 골용골님, 하루님, 룰루랄라님, 워리언니님 등등,
산사람들의 역사라 할 수 있는 나이든 님들이 보고싶었고,
산행을 오가며 아낌없이 젊음을 발산해준 덕분에
동행하는 나까지 그 훈김에 같이 젊어짐을 느끼게 해주는 우리의 젊은 님들...
거기다 하나더 잼스님 등의 구수하게 진행되는 사회가 그리웠다고나 할까?

정감록을 들먹이며 박우를 꼬드기는 이유는
박우에게 계룡산을 구경시켜주자는 의미보다는 도시락을 장만하기가 어려운 내가
점심을 굶지 않기 위한 처절한 내 삶의 투쟁이다.

우선 도시락은 박우에게 부탁하고 과자와 과일 준비를 위해 킴스클럽에 들러본다.
토요일이지만 시화공단 수출업체에 사장님모시고 다녀온 덕분에
사무실에서 나선 시간이 7시, 사위는 벌써 먹빛이다.

킴스클럽에 들른김에 아예 다음주에 먹고살 부식거리도 좀 사서 트렁크에 넣고,
차를 후진시키는데 이게 잘 안 움직인다.
쪼매 우격다짐으로 빼다보니 불쾌한 소음이 들여오고...
아뿔싸 코란도의 그 튼튼한 밤바에 걸려 뒷문아래가 다 우그러져버렸다.
다시 시동을 걸며 안도의 한숨 쉬는 이유는 다행이 다른차는 안 상했음에서이다.

사장님 수행하는 차속에서 오수를 즐긴덕분인지 저녁잠이 안오고...
6시까지 소설책 한권 다 읽으며 게기다 교대역을 향해 집을 나선다.

그런데 내 도시락을 책임지기로 했던 박우의 와이프로부터 전화가 온게 아닌가?
조금전에 만취상태로 귀가하여 골아 떨어졌는데 아무리 깨워도 안 일어난단다.
그럼 내 점심은 어떻게 하누?

휴계소에서 준비한 헴버거 두개와 함께한 산행은 인파로 넘쳐 조금은 지겨웠지만,
그래도 산행길 쉼터에서 얻어 먹는 한조각 귤의 고마움과 함께하다 보니,
가파른 돌계단이 어느덧 끝나고 능선에서 맞는 즐거운 점심시간....

두류봉님과 같이 앉아 헴버거를 먹는데 오랫만에 먹어서인지 이것 또한 별미다.
김밥을 싸온 두류봉님 아무래도 어제 저녁에 준비한것 같고....,
머나먼 나라에 마누라 보내 놓고 혼자서 애들 뒷바라지 하느라 낑낑대고 살아가는
나와 비슷한 처지는 아닌지 모르겠다.

아무튼 두류봉님이 준비한 소주와 내가 가지고온 막걸리를 마시며
님의 현직때 얘기와 요즘의 삶에 대한 얘기를 듣다보니 출발시간이란다.

뭔가 배속에 들어가서인지 금잔디고개를 올라가는 길은 무지 힘든 코스다.
부지런히 내려가다 삐끗 다리가 접질렸다.

구부리고 다리를 점검하며 문득 떠오른건 75킬로의 거구를 누구에게 맡겨?
다행이 발목에 약간의 통증이 있을뿐 괜찮기에 길게 한숨을 내뿜어 보고...

곁에서 안타까운 눈초리로 걱정해주시는 룰루랄라님이 고맙고,
혹여나 내 마니또가 아녀? 올때보니 내 마니또는 시로티님이셨다나?
지금 이 글을 쓰면서도 가슴 쓸어내게 만드는 아찔한 순간이었다.

돌아오는 차속에서 나누어 마시는 막걸리가 좋았고...
마음껏 발산하는 젊음이 보기 좋았답니다.

이 글을 시작할 때 말씀드린 바 있는 이 아침 기분 좋은 여운을 즐기는 이유는
아름다운 여자분들과 함께하는 산행은 무조건 즐거운 것인데...

산사람의 여자분들은 모두들 아름다웁고,
거기다 더하여 누가 산을 사랑하는 사람들이 아니랄까봐 마음씨까지 고우니,
그 아름다움에 취해 고된 산행을 잊고 무사히 산행을 마칠 수 있었기 때문이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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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을 오르려면 산을 두려워할 줄 알고 겸허한 자세가 필수인것을...
잠깐의 방심이 큰 사고를 불러 일으킬 수 있다는 것을 잠깐 망각했었다.

석기봉에서 환객님과 아라님을 만난 반가움에 잠깐 주위가 산만해졌고
뒤돌아 보며 얘기하다 로프가 느슨하게 뭉쳐 있는 것을 발견치 못했다.

힘껏 잡아당긴 밧줄에서는 힘을 받을 수 없었고...
아차하는 사이 내 육중한 거구는 밑으로 굴러떨어 질 수 밖에 없었다.

다행이 부상은 입지 않았으나
너덜거리는 가죽장갑을 보니 찢어진 내 손바닥을 보는 것 같아 소름끼친다.
잠시지만 자신에 대한 두려움을 잊은 나에게 주는 산의 경고 메시지?

큰 부상이 없음은 아직 내 운동신경이 유지되고 있음이지 아마? ㅎㅎㅎ
그 운동신경은 얼마전까지 계속해온 유도에 그동안 다닌 산행이 밑바탕일거다.

젊은 님들을 따라 나서는 첫 엠티산행...
낯설음에 더하여 두려운 마음이 앞섰지만
술을 좋아하는, 분위기 있는 술자리를 특히나 좋아하는 성격탓에 따라나서본다.

토요일 오후, 그리고 다섯시...
아침에 집을 나설 때 장비를 싣고 왔기에 사무실에서 곧바로 약속장소로 출발...

교대역에 도착하니 40대분들이 과연 몇명이나 왔는지가 제일 궁금하다.
명님을 위시하여 산사람의 감초인 하루님, 제갈량님...에게 겨우 세명?
사십대의 기수로 믿었던 솔로님, 왕건님은 어디로 갔단 말인가?
그래도 다행인건 또래의 여란님이 보이심이고, 예정에 없던 워리언니님이 계심이다.

달리는 찻속... 뒤에서 왁자지껄한 것이 뭔가 마시는 눈초리다.
괘씸한 것들 같으니라고... 앞에도 좋아하는 사람 있잖여~~~
꼴깍이며 침삼키는 소리에 눈치챘는지 명님이 내주시는 막걸리 한병...
그 아까운 막걸리 낭비할 수 없어 앞자리 찔레꽃님께 반잔씩 딱 두번 따라주고..
마파람에 개눈 감추드시 마시고 나시 어느새 민주지산에 도착했단다.

번개탄에 바베큐... 그리고 캠프 파이어!
아~ 부산,호남팀과의 조우을 빼먹었다.
헐레벌떡님을 위시한 전북님은 대부분 눈이 익고...
계룡산에서 뵈온 후 게시판에서나마 자주 뵈온 들풀님의 깜찍함이 더욱 반갑다.

적상산에서 뵈온적이 있는 벽계수님이기에 편하게 손잡을 수 있어 좋고...
계시판의 히로인 지혜적님은 글솜씨에 다시한번 올려 치어다 보게된다.

오는 잔, 가는 잔... 그 노마 정땜시로~~
눈에 익어 친숙해진 님들의 잔 거절할 수 없는데...
거기다 더하여 부산팀께서 준비한 갈치가 익어가는데야 두말하면 잔소리...

ㅎㅎㅎ 그 다음은 나두 모르겠수.ㅎㅎㅎ
아침에 목이타서 깨어보니 널부러진 장정속에, 아니 그중에 사주님도 있었당~
그 속에 나 또한 놓여 있는데... 도대체 언제... 어떻게... 내가 이리로 와 있는지?
하여튼 환객님이 뭐라고 해도 나는 기억이 안나는걸 어떻게 하누?
다행인건 다음날 내 얘기가 없었다는 것이고, 그건 실수가 없었다는 야그다.

아침 일찍부터 고생한 명님 덕분에
김치국에 밥 한숫갈 말아먹고 산에 오르는데 술탓인지 컨디션이 제로...
그러나 명님의 김칫국은 따봉이었으니 오해 마시길...ㅎㅎㅎ

충청, 경상, 전라도가 만난다는 삼도봉은 아예 안중에 없고,
억지로 산에 오르라는 것도 아닌데
어떻게 하면 편하게 산행을 마칠 수 있나가 최대의 관심사가 되어버린다.

평소에 산행속도가 느린 하루님을 따라 중간지점인 석기봉으로 향해서 출발...
석기봉 밑에서 굴러 떨어지는 곤역을 치루고,
하루님에 뒤질세라 아이젠 없이 미끌어지며 오르내리는 능선에 취한 것까진 좋은데,
덕분에 저 멀리 보이는 덕유산의 슬로프며, 준령의 능선이 안중에 없었던건 흠이다.

석기봉에서 떨어지며 놀랬는지 갑자기 다리 근육이 뻣뻣해진다.
터벅 터벅 걸어서 겨우 도착한 민주지산의 정상...
사진찍어 주겠다고 그 모진 바람속에 떨고 계시는 산과구름님이 고맙기 한량없다.
그 옆에 한분 더 고생하고 계셨는데 누군지 몰라 죄송ㅎㅎㅎㅎ

그리고 하산길....
미끄럼에 버틸 자신이 없어 아이젠을 차보지만 다리에 힘없기는 매일반이다.
몇번을 미끄러져 엉덩방아를 찟고...
안떨어지는 걸음을 억지로 옮겨 놓는 하산길... 이대로 주저 앉고만 싶다.

내려오는 길목의 환상적인 눈꽃의 아름다움도...
물한계곡이라는 지명을 증명이라도 하는 듯한 물소리도 이미 관심이 없다.
그래도 하나 잊지 않은건 만나는 사람마다 나누는 '안녕하세요?'

겨우 겨우 도착한 캠프에서 먹는 점심....
점심조님들 죄송함니다만 하나만 물어봅시다레~ 그게 밥이었수? 쌀이었수?
그래도 시장에 반찬이라고.. 아니 밥이라고... 술술 잘 넘어가데요~ 꿀맛?

후기를 쓰라는 젬스님의 압력에 못이겨 쓰기는 썻는데
급하게 쓰다보니 제대로 되었는지... 정서도 제대로 못하고 등록합니다.

님들 눈으로 유명한 소백산에서 다시 뵈옵길 원합니다.

추신 : 오땐 꼭 비닐부대를 가져오라는데 어디서 구하는지도 모르겠고...
아는 분 안계시니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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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행 후기

소백산('02.1.28)

2011. 11. 4. 10:31

1월26일...
오늘은 소백산으로 떠나는 날...

시간가는 줄 모르고 잠에 빠져있다 집폰과 헨폰의 앙상블에 놀라 잠을깬다.
어느 고마운님께서 출발시간에 늦지 말라고 연락해주려는 전화일거라 생각하고
반가움에 집어든 헨폰에서 들려오는 찢어지는 목소리...

전날의 전투에서 중상을 입고 하루쯤 게겨도 되려느니 마음놓고 쉬었으렸다?
평소 같으면 아무도 뭐라는 사람이 없을텐데...뭔가 잘못되어도 많이 잘못되었나보다.
하여튼 잘못된 일이 있으면 바로 잡아야 할거니까 일단 접수할밖에....
우선 방송국에 전화해서 대충 마무리 짓고, 나머지는 직원에게 정리를 부탁...

집결지인 교대역으로 나서는 길...
뒷 맛이 께림찍 하지만 산을 포기하기에는 산에 푸욱 빠져있는 요즘이다.

우선 버스에 짐을 내려 놓고, 수퍼에 들러 막걸리 먼저 챙기고...
이님 저님(우째 표현이 이상타?) 인사 나눌 님들이 많은걸 보면 이제 나도 고참?

그런디 이일을 우짤까나?
알은체 안한다는 야그에 고개를 돌려보니 여란님이 곁에 계시지 않는가!
내 또래시라 평소에 유난히도 가깝게 생각되는 여란님을 못보다니...
아마 등산복을 안 입으셨기 때문으로 생각되오니 너무 나무라지 마시길....

추적이는 겨울비를 차창에 때리며 버스는 소백산으로 떠난다.
출발과 동시 내 손폰은 꺼지고...
이제는 울려봤자 가던 버스 돌려 새울 일도 없고하니 제길 배쨀테면 째라~

명님의 두런거리는 소리에 잠이 덜깬 눈을 비빈다.
같이하는 산님들 소개에 이어 미루님이 권하는 한잔술에 얼핏 잠이들었나보다.
칼바람 운운하며 겁주는 명님덕에 겹겹이 껴입는데
옆의 하이에나님은 너무 많이 입었다나? 여보슈! 내 나이 되어 무릎시려 보슈!

꼭두새벽인 세시반...
간간히 날리는 눈발탓에 사위가 캄캄한데도 산행은 시작된다.
여기 저기 빈틈없이 감쌓는데도 여분의 틈으로 날아드는 눈발이 차갑다.

뎅그리님과 같이 도란도란 얘기하며 하루님과 디스님의 뒤를 따르는 산행...
단전호흡이 산행에 도움이 된다는 뎅그리님의 얘기도 들어보고...
오늘은 착한 학생이 되어 다리근육의 피로를 회복시킨다는 뒷걸음 보법까지
따라하다 보니 이미 하루님을 저만치 앞질러 버린다.

완전군장에 가려 어느님인지 도대체 알 수 없는 님들과 앞서거니 뒷서거니...
어느덧 뎅그리님과도 헤어지고...
홀로 남겨져 겉는 길... 어두운 밤길에 수북히 쌓인 눈이 거추장스럽기만하다.
몇번인가를 눈구덩이에 빠지고 미끄러질 때 문득 떠오르는 사랑스런(?) 얼굴...
우림앗! 와 내 헤드랜턴만 빼먹고 안가져왔누~

몇번인가를 넘어지며 가다 문득 신발속에 물기를 느끼게 되고....
천문대의 쉬임에 얼어오는 발가락...어느덧 동상걱정까지로 비약된다.
에이~ 산을 내려가면 어떠한 일이 있어도 등산화부터 먼저 산닷!

뒤에 쳐졌던 님들이 도착하다보니 어느덧 여명이 밝아오고...
앞을 보나 뒤를 보나 온통 흰색... 단색의 아름다움이란 이런걸 말함일까?
천문대 앞 자연생태계관찰지(?) 눈꽃의 아름다움에 눈이 시리다.
그냥 지나치지를 못하고 설산님(?)을 채촉하여 한컷...
나도 카레라가 있다! 카메라를 앞에찬 명님을 애용 안해주면 욕먹겠지?

제갈량님과 김병장님 그리고 나... 어쩌다 보니 지긋한 나이들끼리 동행이다.
별로 힘들이지 않고 도착한 제2연화봉 밑...
아직까지는 칼바람 운운한 님들의 진실을 의심해본다.
정상으로 오르는 나무계단에서도 코끗을 스치는 냉기가 느껴지지만 아직은...

연화봉에서 다시 나타나는 시원스럽게 뚫린 내리막길이 디게 밉다.
저 길... 저 끝에는 다시 오르막이 기다리고 있을게 뻔하기 때문이다.

그래도 가야할길 주변의 설화를 감상하며 호흡을 가다듬는다.
내 생에 처음 보는 아름다움에 감탄하며,
기쁨에 젖어 갑자기 눈가가 짜릿해지는건 아직도 나는 소년이로소이다.

다만 흩날리는 눈 때문에 산봉들을...능선들을...
그리고 계곡의 아름다움을 접할 수 없는게 천려일실이지만...

산에 오를때면 언제나 예민님이...
산행을 시작할 때마다 후회를 하게 된다고 말한 예민님이 생각나는건,
나역시 산을 오름이 고통의 연속임을 의미함이고...
그래도 쉬지 않고 산을 찾음은 정상에서의 정복감과 하산후의 나른한 행복감 때문이 아닐까?

예민님의 말씀을 떠올리며 걷다보니 어느덧 대피소 입구...
비로봉과 갈림길에 R&D님이 행여나 길 잃을까 기다리고 계신다.
다른이들을 위하여 이 추위를 감내하는 님을 보며,
남을 위하는 아름다움으로 가득찬 우리내 젊은 산사람들 고운 마음이
더욱 가깝게 느껴지는건 나 혼자만의 기우는 아닐게다.

대피소에서의 아침식사...
내 마니또인 왕건님의 라면 밥상에 쭈그리고 앉아 배낭에서 젓가락을 꺼내든다.
빈손으로와 스스럼 없이 젓가락을 꺼내듬은 먹어야 산다는 진리외에도
그 만큼 모든 님들의 분위기에 익숙해져 있음이 아닐까?

어제 수퍼에서 산 막걸리와 왕건님이 준비한 소주잔을 나누고...
김병장님의 김밥에 산새님의 밥까지 골고루 나누어 먹었으니
옆자리의 제갈량님, 건너편에서 환객님이 입에 넣어주는
환상적인 아라님표 비빔밥은 차지하고라도 아마 내가 제일 많이 먹었을거다.

식사후에는 마무리를 위하여 아껴둔 비로봉행...
올라가는 길에 마주친 미루님이 인솔하는 후미조...
5호선님, 뎅그리님, 글구 시아님이던가?
다들 디게 걱정하며 지둘리던데 정상까지 다녀오시는 여유까지 부렸나보다.

아! 빼먹을 뻔 했다!
아까 의심했던 님들 미안허우! 칼바람은 진짜루 존재하더이다.
비로봉 정상의 추위에 잠시를 못버티고 내려오다 마주친 칼바람에 정녕 죽는줄 알았더이다.

글구 하산길...
슬그머니 비닐(철물점에서 산 김장용 비닐)을 꺼내는데
허드랫용 비닐봉지에 깔개를 넣으며 희희낙낙하는 우리의 우림님....

제갈량님의 부러운(?) 눈초리를 뒤로 한체 괴성과 함께하는 눈썰매...,
쿳션이 없으니 꼬리뼈 조심하라는 경고도 잊은체 신나는 하산길...
어느분이 얘기한 산을 오르는 이들의 부러운 눈초리(?)이기에 앞서,
힘들어 하는 그들에게 쬐끔은 미안하더이다.

하산 후 탈출조 님들.. 특히 새벽하늘님,
글구 일찍 하산한 명님과 산새님들이 준비한 떡국...
거기다 고마운 여란님이 보내주신 천하일미 김치를 더하니 세상에 무엇이 부러우랴.
막걸리 나누어 마시며 브라이언님과 쥬디님을 놀리시던 달구지님....
두루두로 사람좋은 산사람님들이 있어 즐겁고 행복한 산행이었답니다.

님들 다음주 계방산에서 다시 뵙겠습니다.

추신 : 근디 명님 왜 내 옆자리는 맨날 비워두는거유?
저번에는 여란님이 이번에는 산소같은 말짱님이 앉아주어서 망정이지...
비워두어서 좋아하는 님들이 앉게 된건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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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행 후기

계방산('02.2.4)

2011. 11. 4. 10:30

산과사람들을 따라 산행을 시작한게 작년 11월4일이었으니 벌써 3개월이 지났나?
다른 산악회와는 달리 마니또 게임과 함께하는 자기 소개와 산행후 발표시간...

산행에 나설때마다 어떻게 하면 특색있는 발표를 할까로 골머리를 썩이게됨은,
내 존재를 각인시켜 조금이라도 더 여러님들과 가까워지고 싶은 조그만 소망에서다.

그러나 소심한 성격인 나의 소개시간은
수줍음으로 가파진 호흡에
내가 무슨 말을 했는지도 기억이 안날 정도로 두서없이 지껄일 뿐이고...
사실 언젠가 교육기관의 두시간짜리 강의 부탁을 받고 하두 떨려서
강의에 앞서 쏘주를 글라스채로 마시고 나서야 겨우 강단에 선 일도 있었다.

바보스러운 자기소개에 못마땅해 하며 산을 오른다.

산의 초입...
하늘은 높고 햇볓은 쨍쨍... 맑은 공기에 시야가 트여 조망도 좋으련만,
보이는이 그저 인파뿐 주위 경관은 아예 안중에 없다.
설사 안중에 있다해도 인파에 파묻혔으니 보일리도 만무하겠지만....
그저 떼밀려 오르는길...눈이 얼어붙었은지 제법 미끄럽다.

앞서가던 카라님 미끄럽다며 아이젠을 차고...
미끄러우신지 머뭇거리는 여란님을 보며 하루님께 고마워해본다.

하루님의 의견을 십분 존중하여 양손에 든 쌍지팡이...
말씀마따나 경사가 가파른 오르막길도 눈길의 미끄러움에도 많은 도움이 된다.
그러나 하루님! 너무 좋아하지 마슈!
지팡이 두개를 쓰는게 중노동이었던지 눈썰매 타며 부딧친 꽁지뼈와 더불어
양어깨가... 양팔이 쑤시고 있는 중이라오.

산과사람들인지 아니면 다른 산악회분들인지도 모르는 무리에 휩쓸려
한고개 넘으니 내리막길...
흰눈이 탐스럽게 쌓여있다.
눈썰매가 생각나나 벌써부터 타기는 그렇고... 에라 모르겠다! 맨몸으로 부딛치자!

눈 터는 것도 잊은채 다시 오르막...
뒤따르며 눈을 털어주는 이 하이에나님이 아닌가?
매주 산과사람들을 따라 산을 오르는 이유가
다 이런 따뜻한 마음을 지닌 님들이 계시기 때문이 아닐런지...

겨우겨우 호흡을 가다듬으며 오르는 길...
어제 저녁에 갑자기 흐르던 콧물이 멈추기는 했지만 아직 코로 숨쉬기는 불편하다.
그래도 매주 산을 오른 효험인지 날이 갈수록 산 오름이 수월해지는 느낌이다.

점심을 먹기로한 1492봉에 도착해보니 명님, 산새님 등등 몇분이 보이고...
이미 도착한지 꽤 된 눈초리지만 선두급이라 너스레를 떨며 합류해본다.

라면으로 점심을 준비하는 님들 곁을 비켜나 주위 경관을 둘러본다.
바위하나 없는 완만한 산세의 흙산으로서 자신의 아름다움을 자랑하기 보다는
주위의 능선들을 조망할 수 있도록 자신의 허리를 아낌없이 내어주는
자연스레 포근한 어머니의 품을 떠올리게 하는 산...
보통 이런 산의 이름에는 德字가 들어가기에 계방이란 이름이 생소하게 느껴진다.

속속 후미 분들이 도착하고 삼삼오오 라면코펠을 끼고 둘러 앉은 점심시간...
산새님이 자리를 권하지만 명님의 라면 앞에는 이미 님들로 넘쳐 난다.
하이에나님의 라면 앞에 자리잡았으나 첫술은 산새님이 입에 넣어주는 밥으로 시작...
휴계소에서 산 통영김밥을 슬그머니 펴놓고, 반주로 소주잔을 돌려본다.

처음 산행에 따라나설 때는 낯설음에 한쪽 귀퉁이에서 햄버거로 점심을 때웠드랬는데
요즘은 나무 젓가락 하나만 달랑 들고 산에 올라 무리지어 앉은 아무 곳에나
자리를 틀고 앉을 수 있울 정도가 되었으니 많이 뻔뻔수러워 진것도 같고...
소심한 내 성격이 이정도까지 발전했음은 산사람들의 분위기가 그 만큼 좋았음이겠지?
하여튼 후식으로 여란님이 깍아주신 사과까지 청소한 뒤에야 자리를 턴다.

점심후 오른 정상은 발디딜 틈도 없이 많은 인파들로 붐비는게
산청과 함양사람들이 모여 물물교환을 했기에 장터목이라는 이름이 붙여졌다는
어느 기자의 지리산에 대한 글을 떠올리게 만드는 번잡함과 소란스러움의 극치다.
아무리 그래도 장터목에 두어번 올라본 내 기억으론
아무리 옛날이라지만 그 정도의 고원에서 물물교환할 미련스런 사람이 있었을까?

소란스러움에 벗어나 앞사람 안 밀어부치려고 조심하고,
뒷사람에게 안 짓밟히려 조심조심 내려오는 하산길은 즐거움 그 자체다.

머리위에는 눈의 터널....
발 밑에 수북이 쌓인 눈은 동계올림픽 종목인 봅슬레이가 자연스레 생각나고...
눈 속에서... 주목 밑에서... 그리고 눈의 터널속에서 사진 한컷....

소백산에서의 실패를 거울삼아 새로 개발한 눈 썰매가 아까워
정상 바로 밑에서 부터 타고 내려오다 꼬리뼈에 충격받고 폴딱 폴딱...

아무리 아파도 그냥 포기하기에는 봅슬레이 코스가 너무나 아까워...
딩굴며 무딛치며 내려오는 길...
젖어도 좋다! 부딛쳐서 멍이 좀 든들 어떠리!
나이도... 체면도... 모든걸 훌훌 털어버리고 그저 썰매에만 미쳐본다.
명님의 말씀마따나 오늘 산을 찾은 사람중에 내가 제일 신나하는것 같다.

모든걸 잊은채 괴성을 지르며 즐거워 하다보니 어느덧 산밑...
꼬리뼈는 시큰... 양쪽 엉덩이는 얼얼...
거기다 더하여 운전하느라 무리했던지 허리는 시큰...
아마 올해의 마지막이 될 눈썰매인데 이정도의 아픔정도야 웃으며 감수해야겠지?

버스로 가는 길에 눈에 띄는 음식점에 찾아들어 두부김치를 주문하고...
풍요롭게 통통한 쥔여자 눈매 곱다는 내 애교에 두말없이 두부한모 더 얹어주고..
깔판위에 둘러 앉아 주거니 받거니 돌리는 막걸리에 저절로 정감이 묻어난다.
거기다 더하여 사주님이 준비한 갈비가 있는데야 소주가 없으랴~

아쉬움을 뒤로하는 귀경길...
와! 뭔일로 내 소개가 제일먼저인고?
마니또인 납지리님을 챙겨주지 못했음을 반성하고 나니 노래까지 부르라는 횡재...

무신 휴계소엔가 잠깐 들르는 사이에 다시 몇병의 소주가 돈다.
납지리님이 먹여주는 안주(집에서 담근 짭짤한 된장을 올린 돼지고기 끝내주더이다)에
몇잔 술 걸치고 나니 천지는 내것이로소이다.

흥에 겨워 산사람들과의 첫 산행이라는 여걸님과 덩실덩실 춤도 추어보고...
젊은 님들...
그리고 드문드문 나이든 님들 노래에 화답하여 박수치다보니 어느덧 서울...

뒷풀이로 생맥주가 준비되었다는 우림님의 안내에도 아쉬운 발길을 돌림은...
가뜩이나 뒷끝이 약한 위장탓에 월요일 근무가 걱정이 되어서이다.

님들 즐겁고 행복한 하루였고,
오래 오래 간직할 소중한 추억을 많이도 만들어본 하루였답니다.

오늘은 월요일...
비록 아직도 엉덩이가 얼얼하지만 나른한 행복감에 쌓여 어제의 즐거움을 떠올리며...
감미로운 추억의 동영상을 다시 돌려보는길에 누가 볼세라 조심스레 미소지어봅니다

다음산행에서도 님들을 뵈올 수 있기를 바래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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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행 후기

도봉산

2011. 11. 4. 10:30

정확히 10시에 도착한 매표소 앞...
하이에나님, 명님, 나무님, 설산님 등등 먼저 도착한 여러님들이 반긴다.
약속시간에 늦는 것이 질색이지만 이르게 도착하는 것도 싫어하는 나!
20여분을 이것저것 산행에 필요한 것을 사며 일부러 시간을 소비한 덕에
목표대로 정각에 도착했으니 오늘의 첫 목표는 일단 성공이다.

뒤이어 속속 도착하는 님들...
오늘 처음으로 산행에 나선 은사님과 친구분의 모습도 보이고...
아직 도착하지 않는 님들에게 일일이 전화하며 부지런을 떨고 있는
오늘의 등반대장 하이에나님이 오늘따라 더욱 믿음직스럽다.

그런데 好事에는 多魔라나?
울 사장님이 저녁 11시에 KBS의 뉴스라인에 출연하시겠단다.
다시 걸려온 전화의 출연이 결정되었다는 야그는 사무실로 나와라?
그러나 나는 사나이 대장부
산을 오르기로 마음먹은 이상 어떻한 일이 있어도 산을 오르고 말테다.
갈등을 오래지 않아 접고, 전화 받는걸 포기하며 배째라!
덕분에 오늘 하루종일 쫑코 엄청 먹었다. 그래도 배째라!

하루야님(맞나?)의 도착을 마지막으로 산행 출발!
찔레꽃님에게서도 연락이 온 모양이지만 그냥 출발한단다.
워낙 노련해서 잘 찾아 올거라나?

찔레꽃님!
그래도 만일을 묻는 나에게 어느님이 "찔레꽃은 뒷풀이용"이래요.ㅎㅎㅎ
오늘도 역시 뒷풀이 장소에 제임스와 같이 나타나서 그 말을 증명해 주었지만...

은석암 쪽으로 진로를 잡아 가는 길은 의외로 순탄하다.
어?
하이에나와 악돌이 성질에 이런 코스를 선택했을리가 없을텐데?
아니나 다를까 바위를 잡고 힘을 써야만 하는 코스가 앞을 가로막는다.
쉽다는 하이에나의 말에 속아 바위틈새를 잡고 용은 쓰고 있으나
힘들고 무섭다. 그렇다고 무서우니 그만두겠다고는 못하고...

나보고 정식으로 릿지등반에 따라나서라구?
사소한 일에 목숨걸지 말라고 옆에서 같이 듣던 시아님이 귀띔합디다~
내 생각에도 릿지는 넘 무섭고...

만장봉인가?
하여튼 다음 봉우리인 자운봉 가는 길은 인산인해...
로프에 사람들이 시골 대추나무에 연걸리듯이 매달려 있다.

정규항로를 이탈하여 우회하자는 리더들을 따르는 초보 산악인들의
안색이 어두워진다.
맞아! 내가 봐도 쪼매 무섭다.
암벽을 내려가고 또 올라가고... 또 내려가고 다시 올라가고...
한번은 명님의 무릎을 밟고서야 내려올 수 있고...
한번은 하이에나님의 발을 밟아야만 그나마 중심을 잡을 수가 있다.
힘들어하는 이들에 손 내미느라 위험스레 바위에 매달린 설산님이 애처롭다.
뒷풀이 때 하이에나님이 울었다고 소개한 님이 아마 여기서 울었을걸?

자운봉을 지나 한켠에서 숨어 먹는 점심...
산에서의 일미는 라면이고...
그중에서도 숨어서 끓여 먹는 라면은 둘이먹다 하나 죽어도 모를게다.
이것 좀 얻어 먹으려고 보초까지 자청했다.

하이에나가 준비한 막걸리 한사발 얻어 마시고는 은사시님 자리로...
보름에 오곡밥 못먹어 억울하다는 내 글을 읽고 챙겨오신다고 했으니까.
그런데 어찌 이리 조금 싸왔노?
두분은 다이어트라도 하는양 한두숫갈 맛만보고
나에게 넘겨주는 오곡밥을 성의생각해 먹기는 먹는다만은 디게 미안타.

점심후 오르막길에 힘들어 할까봐 하산길은 의외로 수월하다.
우이암을 거쳐 우이동으로...
아!
제일 중요한걸 빼 먹을뻔 했다.
그동안 부러운 눈으로 바라봐야만 했던 후미를 내가 맡았다는 사실...
열분! 갈하늘도 드디어 후미를 봤다는거 아니겄수?

거의 다 내려올 즈음 옆으로 다가온 명님왈
산과사람들에서 만나기로한 오딧세이님도 북한산을 거의 다 내려왔단다.
그리고 찔레꽃님...
뒷풀이용 찔레꽃님도 연락이 되어 산과사람들로 오라하고...
갈하늘이 있어 찾아왔지 글 안했으면 안왔을거라고까지 치켜세워줬는데
미안허우 찔레꽃님!

맥주잔 앞에 놓고 돌아가며 자기소개도 하고...
주고 받는 술잔에 더불어 오가는 산사람들의 사랑과 우정...
거기에 취했던지 주인아저씨가 대나무술도 서비스로 내 놓고...

술기운속에서 찾은 또하나의 위대한 발견...
누이님과 Betty가 내 대학 후배란다.
의대 다닌답시고 찾아간 광주소재 대학의 후배란다.
71학번이라 했더니 자기들은 71년에 이세상에 나왔단다.
이정도 차이도 선후배로 분리할 수 있을까?
앞에 앉은 후배들의 얼굴을 다시한번 바라보며 역시 울후배들은 이뽀!

글구 다시 찾은 동숭동 대학로 술집...
사십대끼리 둘러 앉아 주고 받는 소주잔...
먼저 취할 줄 알았던 한울타리님과 은사시님은 쌩쌩한데
한쪽에서 꾸벅꾸벅 졸구있는 명님...
명님덕분에 주특기인 취침을 못해 억울해 하는 갈하늘...
글구 명님댁으로 은사시님댁으로 택배를 해드린다고 해드렸느데
아무 기억이 없는걸 보니 어쩜 내가 택배되었을지도?????

님들!
즐거운 산행이었구요.
오래 오래 간직할 소중한 추억을 많이 만든 산행이었답니다.
또 다시 산에서 뵐 수 있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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