춥고 긴 겨울...
이제 겨우 小寒이 지났습니다.
앞으로 大寒, 정월 초하루가 지나면
봄에 들어선다는 立春이 있긴 하지만 겨울은 아직 끝자락이 보이질 않습니다.
정월 대보름에 들불을 지펴도 땅은 얼어있고,
대동강 물이 풀린다는 雨水가 지나도 훈풍은 아직 멀리 있습니다.
개구리가 겨울잠에서 깨어나는 驚蟄을 다 지나야
봄 기운이 남촌 산자락 너머에 아지랑이를 한두 가닥씩 피워 올릴까….
그때까지 두 달 남짓 겨울은
살아있는 것들로 하여금 겨울잠에서 나오지 못하게 합니다.
땅속에 들어가 육체의 겨울잠으로
기나긴 겨울을 지새는 것들과 별 다름없이
땅위의 살아있는 것들이나 사람들도 마음의
겨울잠을 잘 수밖에 없습니다.
겨울은 그것을 강요하며 대지를 잿빛과 하얀 눈으로 덮어버립니다.
그래도 우리는 산사람...
겨울이라는 이유 하나만으로 겨울잠을 청할 수는 없습니다.
하나, 둘, 셋씩 시계탑 밑으로
모여든 우리는 예봉산으로 길을 나섰습니다.
하늘도 우리 용기가 가상타 포근함을 내려주는군요. 그리도 추운 아침이었는데...
오늘의 예봉산은 우리 모두에게 처녀지입니다.
다른 팀들 꽁무니를 따를 수 밖에 없습니다. 이왕이면 다홍치마라 여자분들
뒤를...
초입부터 가파른 오르막에 거추장스러운 겉옷은 어느새 어디론가 숨어버립니다.
필프리가 뒤로 쳐지기 시작합니다. 그 옆엔 근심스런 눈초리의 유후...
그래도 우린 걱정 없습니다. 그옆엔 둥그리까지 남겨져
있으니까요.
솔피내曰 두 여장부면 필프리 하나 쯤은 메고도 온다나?
숨이 턱에 찰 즈음 나타나는 의자...이게 바로 안성맞춤입니다.
뒤쳐진 필프리도 기다릴겸 소주한병 내 놓습니다. 조이님의
맛있는 장떡과 함께...
다 먹어갈 즈음 나타난 필프리의 고통스런 창백한 모습이 많이 불편한 모양입니다.
버스타려 뛰다 근육이
뭉쳐버린 모양인데 덕산과 둥그리가 아무리 주물러도 소용없습니다.
정상까진 깔딱고개의 연속입니다.
길가에 늘어선 소나무가 솔향을 내품건 말건, 듬성듬성 떡갈나무가 섞여있건 말건,
가픈
숨 헐떡이기 바쁜 우리들에겐 다른세상 얘기일 따름입니다.
“오르고 또 오르면 못 오를게 없건만...” 드디어 정상에 올라섭니다.
남한강의 풍광을 등지고 올랐는데 이젠 북한강 북한강의
강줄기가 성큼 눈에 듭니다.
저 건너편엔 운길산도 보이는 군요. 덕산은 머릿속엔 수종사의 차밖엔 남아있지 않습니다.
“오늘의 뒷풀이는 촌닭백숙이다” 수종사 차맛을 잊게 하려면 이길 밖에 없습니다.
약발이 받았는지 점심도 거르고 그냥
내려가자는 의견이 많습니다.
아무리 바빠도 기념사진은 찍어야겠지요? “찰칵” 쥐뿔이의 카메라폰이 선두입니다.
다음은 둥글이의
자동카메라입니다. 어~ 윤수이님! 밧데리가 다 되었다네요. 프로도 실수를...
정상을 내려설 시간이 다 되어도 필프리와 유후가 나타나지 않습니다.
전화가 불통이라 걱정들을 하는데 똑똑한 유후의 메시지
“먼저 내려갑니다”
안됐다는 말에 누군가의 일침 “처녀 총각 같이 가면 더 좋은 일인데 뭐~”
양지바른 곳에 자리잡고 맛있는 점심, 오늘의 메뉴는 보온도시락입니다.
그리고 결론은 등산장비점보다 마트가 저렴하답니다. 우리
다 같이 겨울준비를 해볼까요?
기나긴 하산길을 아예 날아 내려옵니다. 촌닭이 기다리고 있거든요.
군침이 도는데는 축사의 비릿한 내음도 빗겨가나 봅니다.
아뭇소리 없거든요.
늘어선 창고의 사열도 받고, 환경지킴이들의 격문도 읽어가며 우린 촌닭집 앞에 섭니다.
이쁜 아줌마 탓에 불만없이 꾸욱 참다, 한시간을 넘긴 우리 앞에 놓인 한방백숙...
기다리는 길에 파전에 소주는 이미 거쳤지만
그래도 맛있기는 매 일반입니다.
죽까지 한 그릇 걸쭉하게 비운 다음에야 우린 또 다시 길을 나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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