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은 산넘어 남촌에서 온다며 봄소식을 전한 어느님의 글을 떠올리며 찾은 지리산....
마침 봄을 찾아보려는 내 심정을 눈치라도 챈 듯 백두대간 제2구간으로 떠나는 산과 사람들...

성삼재로 가는 버스속에서 매화향에 취해있을 땡민과 그 친구들을 부러워해보고
또 그런 멋진 곳에서 자란 유자향의 성격은 당연히 고울 수 밖에 없었을 거라는
추론을 해내는데는 그리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는다.

그러나 남원과 구례를 엇가르는 산 줄기인
성삼재와 여원재구간 진입로인 성삼재의 그 어디에도 봄은 없었다.

고대산 산행에서 만난 홍규남님....
그 님의 생일을 챙겨준답시고 폴스카이님과 같이 소줏잔 기울였던 탓에
겨우 두세시간자고 출근한 토욜...
오전에는 일요진단 녹화...오후에 명동에 나가 가두켐페인에 참여하다보니
어느덧 해거름의 어스름이 찾아든다.
부랴부랴 짐 챙겨 버스에 오르니 짝궁(옛날 학교다닐 때 같이 앉은 사람보고
짝궁이라고 했지 아마?)인 여란님이 반갑게 맞아주시고...
그 외에도 많은 분들이 아는 채 하는 걸 보니 이제 나도 고참 다되었나보다.
아니면 내 훌륭한 성품이 널리 알려졌든지....ㅎㅎㅎㅎ

인사소개가 끝나고 옥산휴계소를 지나 소등....
어제 저녁 설친 잠이 찾아올 만 한데도 갈수록 정신이 맑아진다.
88고속도로 접어들다 과적차량에 걸려 유격훈련도 받아보고...
서울을 출발할 때 이미 통로에 앉은 님들이 보였는데, 천안에서 짱구님이
전주에서는 벌떡님 등 호남님들이 더 타셨으니 과적으로 안걸렸다면 문제있는
울 나라 계량기 수출하는데 애로가 많을거다.

짐정리 하라는 명님의 말에 놀라 눈을 뜬다.
한 오분 잤나? 그렇게 고대하던 잠이었는데...
깨우는 명님이 조금은 원망스럽지만 일정이 타이트하다니 참을 수 밖에 없다.
하기사 안참아도 별 수 없겠지만.....

1.8미터이니 키작은 사람은 차에서 내리지 말고 그냥 돌아가라는 젬스님의 엄포에 나마저 쫄았는데....
에이~ 그게 1.8미터라면 내 키는 2미터도 넘겠다.
조심조심 여자분들터 넘어가는데 웬 짚차가 오더니만 불을 켜고 움직일줄 모른다.
부리나케 차옆에 숨어 살펴보나 차는 움질일 줄 모르고...
시간이 지나 신경이 무디어진 것인지 아니면 간이 커진것인지 차례로 다시 넘어가기 시작...

몇번의 자동차 불빛에 놀라 야간훈련을 받아가며 전원 산행시작...
여그서 살신성인의 자세로 자기 무릎을 바쳤던 감자님, 미르님께 캄사!
절대루 헤드렌턴을 켜지 마라는 명령에 쫒다보니 몇번인가 넘어지고...
앞에서 아이스케끼를 외치는 어느님(어쩌면 다음역님?)의 도움으로 겨우겨우 집결지에 무사히 도착....

'와! 하늘에 디게 별이 많다'라는 어느님의 환성에 하늘을 보니 별들이
그렇게 눈앞에 가까이 있을 수 없다.

조별로 나뉘어 고리봉으로 출발!
고리봉을 지나 만복대...
만복대 오르는 경사길에서 맞는 바람의 차거움이 아직은 봄이 아님을 실감케한다.

아직 갈길이 먼데 신선님이 고통스러워한다.
신선님의 보조에 맞추어 만복대를 오르는데 한곁에 솔로님팀이 웅성거리고 있다.
언젠가 내 마니또였던 순동이 카라님이 채했다나?
의리의 하이에나님이 손가락 끝을 따준다기에 아쉬운 마음으로 자리를 뜬다.
멘마지막으로 정령치에 도착해보니 다른 팀들의 아침식사는 막바지이다.
이미 후식까정 마쳤는지 이빨쑤시고 있는 부지런한 팀이 웬지 밉살스럽다.

휴계소에 들어서자 공주님들이 반갑게 맞아주고 땡민이 따라주는
한잔의 복분자술을 마시며 이맛에 산을 찾는게 아닌지?
아침부터 삼겹살을 굽어 놓고 마주앙 따라주는 섬소년님...
안주있는데 술이 없으랴 부리나케 베낭에서 소주를 꺼내든다.
뒤어어 술찾아 날아드는 나방이 악돌이었다는 전설이 있었지 아마?
8시에 경비원이 나오면 산을 못오른다고 인상쓰는
명님의 잔소리에 먹으며 치우며... 이러다 언치면 대장이 책임질겨?

고리봉을 내려가면서 부터는 고통스런 얼굴의 주인공이 엘리즈님으로 바뀐다.
뭐 그렇다고 신선님이 괜찮다는 얘기는 아니고...
고촌리를 0.5킬로쯤 남긴지점에 갑자기 나타난 우리의 짱구
감시원에게 들켰으니 우선 산과사람들 마크 때어내고 잠시 기다리란다.

올타꾸나!
시간이 없어 아침반주가 부실했는데...
진철님의 배낭에서 소주를 꺼내는데 어느님이 막걸리까지 내 놓는다.
그리고는 케세라세라...
불안해하는 짱구에게 미안하지만 좀 붇잡힌들 어떠리....

고통스러워하는 엘리즈님을 탈출시키고 여원재로 다시 출발!
수정봉을 오르는데 이번에는 마이산님이 거의 사색이다.
부랴부랴 감자 발에서 압박붕대를 갈하늘의 무릎에서는 아대를 무장해제시켜
마이산의 무릎으로 재배치한다.
거기다 발가락이 상했다는 디스님, 발 어디인가가 불편하다는 지나님...자연스레 부상자그룹이 생긴다.

가다 쉬다...
그냥 쉬면 뭣하나?
금쪽같은 시간에 술이라도 마셔야지...
먼저 유자향의 배낭에서 머루술부터 찾아내고...
다음에는 미루의 쐬주...
세 번째 휴식에서 다시 찾은 미루의 얼굴에는 더 이상은 없단다.

참 지겹도록 지리한 구간이다.
이제는 다 왔겠지 해보면 다시 보이는 봉우리...
설마가 사람잡는다고 거기도 넘어야한다는 하루님의 매정한 목소리...
그나마 다행인건 신선과 마이산님의 신음이 더 이상 안들린다는 점이다.

지리하게 이어지는 중에도 주위 경관이 눈에 띄고...
길가의 진달래에 물이 올라 작으나마 이미 꽂몽오리가 생겼다.
간혹가다 누렇게 익은 풀섶사이로 파릇파릇 솟아나는 산나물도 눈에 띄고...
저건너 능선의 흐름에 반해 야호를 외치는데 뒤따르는 섬소년님 자기도 보겠다고 길비키란다.

주지사 옆을 지나는 하산길에는 봄이 한창이다.
"에구 무얼 그리 겹겹이 걸쳐입고 찾아왔누" 바람이 건네는 말에 슬며시
위옷 앞자락을 있는대로 다 열어제킨다.
피곤한 중에도 스치는 바람이 더욱 살갑다.

고생 끝에 도착한 여원재!
마당 곳곳에서 이미 식사를 마친 파장의 분위기가 느껴진다.
그래도 반갑게 맞아주는 짱구의 이마에 난 상처자국이
오늘따라 더 이쁘게 보인다.
환객은 삼겹살 굽고...
오리를 굽던 짱구가 슬그머니 내 놓는건 은어회가 아닌가?
유자향이 준비했는데 날위해 남겨 놓았다는 그말에 어찌나 듣기 좋던지...
늦게 도착한 님들이 둘러 앉은 자리는 체면이고 뭐고가 없는 아수라장...
서로가 한점이라도 더 입에 넣으려고 법석이다.
그러는 중에도 오고가는 막걸리에 소주에...
오늘 부상당한 님들에게는 진통제라고 한잔씩 더 권하고...

장장 12시간을 걸어온 나 자신과의 싸움을 접으며...
하루의 피로를 한잔을 술로 풀으며...
정겹게 오가는 격려의...
완주라는 축하의 한마디에 다음 산행을 기약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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