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행 후기

마이산('01.12.3)

2011. 11. 4. 10:38

돌아오는 찻속
너무 힘들었지만 즐거운 추억을 간직한 산행이었다는 몇몇 님들의 소감을 듣으며
나 역시 하루를 마감하며 힘들었던 오늘의 산행을 뒤돌아본다.

무상(無常)하다는 말은 허망한게 아니고 '항상하지 않다''영원하지 않다'.
우주의 실상은 고정되어 있지 않고 늘상 변하고 있다는 법정스님의
글(오두막 편지)을 읽으며 마이산 산행을 나서는 버스에 내 한몸 의탁해 본다.

그래 만일 우리의 인생을 허망하게만 본다면 지금 우리가 하고 있는 어느 일이건
아무 의미을 찾을 수 없을테니, 스님의 말씀대로 변화의 과정속에서 생명을
깃들이고, 변화의 흐름을 통해서 우주의 신비와 삶의 묘미를 전개해 보는 것도
나름대로 의미가 있겠지?

봄, 여름, 가을이 가고 이제는 온통 황량함만이 우리 곁을 맴도는 겨울이 찾아 왔다.
그러나 얼마 안있어 새싹이 솟고, 훈훈함이 가득한 봄이 다시 우리를 반기겠지?
그리고 계절의 순환은 계속될 것이다.

그것이 살아있는 우주의 호흡이며 율동일지니 지나가는 계절을 아쉬워할게 아니라,
오는 세월을 유용하게 쓸줄아는 지혜를 터득해야 하겠다.

오늘 내가 마이산을 찾음도
무언가 급박하게 변하는 시대에 무언가 새로운 활력을 찾아 나선겔거고,
같이하는 님들 또한 그러한 지혜를 터득하는 산행이 되길 빌어본다.

달리는 찻속...
오늘도 언제나와 같이 자기 소개가 이어지고... 단지 사회가 바뀌었을 따름이다.
사실 나는 매번 산행때마다 이시간만 되면 가슴이 설레인다.

산과 사람들과 처음으로 같이한 적산산행에서 마니또란 의미를 몰라,
나보다 힘들게 산행을 하셨던 그 님을 도와주지 못했음에 항상 안타까워 했었고,
언젠가는 나도 남들과 같이 마니또를 위해 무언가 해드릴 기회를 찾아왔었다.

그 뒤로 운악산과 계룡산에서 만난 마니또님들은 거의 산악인 수준이라
내가 별로 도와드릴 일이 없기에 한켠에서 무사한 산행을 빌어드렸을 따름이다.

카라님!
오늘의 내 마니또가 카라님이라기에 눈을 크게 뜨고 살펴본다.
우선 한마디로 한송이 백합을 연상시키는 청초한 매력을 발산하는 아가씨다.

다소곳한 느낌을 주는 눈이 번쩍 뜨이는 미인...
역시 누군가를 돕기로 마음먹은 나를 하느님께서도 가상하게 여기셨나보다.
조금은 연약한듯 하기에 무언가 도와드릴 일도 있을것도 같아 기쁘다.

산행의 초입
하늘여행님 곁에서 열심히 경사길을 오르는 카라님이 보이나
님을 도와 드릴만한 체력이 나에게는 없다.
그저 힘들지 않냐는 위로의 말한마디를 건네볼 따름...

오늘은 마이산에 늦게 도착한 탓인지 산행을 시작한지 얼마 안되어 점심이다.
옆지기가 비어있는 덕분에 도시락을 준비할 수 없는 나는 폴스카이님의 곁에 자리잡는다.
햄버거로 점심을 때웠다는 계룡산 후기를 읽고 자진해서 예비자로 신청하면서 까지
마이산을 찾았고 내 도시락까지 챙겨오신 님이 고마울 따름이다.

며칠전 담갔다는 김장김치에 막걸리로 반주한잔씩 나누며 먹는 점심이 꿀맛인건
이 도시락에 무한한 님의 사랑이 담겨있기 때문일거다.

조금 늦게 도착하신 룰루랄라님이 지나가며 40대들이 모여 있는 자리로 옮기자하나,
말씀에 선뜻 따르지 못함은 남들과의 어울림에 자연스럽지 못한 내 성격탓일 거다.
룰루랄라님 죄송하오이다.ㅎㅎㅎ


식사를 마치니 또 커피까지?
내 옆구리는 이럴때가 제일시려온다.
그리고 평범하지 못한 내 옆지기가 제일 미워질 때가 이때이다.

고마운 정성을 사양하고 대신 카라님께 한잔 권해주길 부탁해본다.
폴스카이님의 옆지기이신 하늘여행님도 곁에 있기에 격의 없이 권할 수 있어 다행이다.

다시 나서는 산행길 하늘여행님과 카라님이 탈출로를 택하기에 같이 내려가자했으나
우리의 폴스카이님께서는 산행을 계속하자신다.
점심 얻어먹은 죄루 따라나선 산행길 어느덧 숨이 턱에 차오를때쯤 카라님이 보인다.
탈출로인줄 모르고 내려가다 다시 돌아왔단다.

다른 님들이 마니또를 위해 하셨다던 얘기들을 토대로
님을 도울 사정권내에서 맴돌 각오로 열심히 따르지만 갈 수록 거리가 멀어진다.
카라님! 이게 내 능력인걸 어떻게 하겄수?

드디어 암마이봉 밑에 도착해보니 눈물이 나오려고 한다.
저걸 어떻게 올라가누?
카라님의 뒷모습만 바라보며 계속해서 탈출로만 흘깃거리는데...

오 하는님!
카라님이 탈출로를 택하게 해주신데 대하여 무한히 감사드리옵나이다.
올 성탄미사에 꼭 참석하고, 연말 불우이웃돕기성금 조금 더 내오리다.

탑사에 들러 시원한 냉수로 오장육부를 대 청소하고,
탑도 한바퀴 둘러보고,
돌아나오는 길에 무슨 문화재인가를 국가에서 보수해 달라는 현수막을 보면서
돈많다고 들은 바 있는 스님들 욕도 해본다.

내려오는 길 돼지고기 굽는 냄새에 발이 묶여 어느 한적한 식당에 자리 잡는다.
폴스카이님, 카라님 여기에 맑은이님을 더하여 넷이서 둘러앉아
동동주 한 뚝배기 앞에 높고 얘기의 꽃을 피워본다.
그래봐야 세대에 차이가 있어 어른들 집안얘기 별로 재미도 없으련만
그래도 재미있는양 들어주는 님들이 고맙다.

거기다 더하여
내가 올렸던 유럽여행 후기를 읽어보고 소감을 말씀해 주시는 맑은이님...

나에게 관심을 갖어서인지 더욱 친근해 뵈는게
담장에 곱게 핀 한송이 능잠화 같다고나 할까?
아무튼 세상에 때가 묻지 않는 청순함이 느껴진다.

네시에 출발한다는 시간에 맞추다보니 안주와 술을 다 마시지도 못하고 나왔지만,
좋은 이들과의 시간 보냄은 즐거운 일이고,
거기다 더하여 고향의 포근한 인심을 맛볼 수 있는 행운까지 누린 자리였다.

돌아오는 찻속에서 마신 막걸리에 취한건지 분위기에 취한건지
손벽치다보니 어느덧 서울에 도착했고 헤어짐이 싫었지만
더 한층 의미있는 내일의 만남을 위해 아쉬움을 접었답니다.

항상 모임을 주선하시느라 분주하신 명륜당님 넘 고맙고요.
재치있는 사회를 보아주신 우림님, 그리고 산행을 위해 몸을 아끼지 않는
잔다님, 말짱님 등등 모두모두 고생많으셨습니다.

같이 산행을 하신 모든 님들 넘넘 즐거웠고요.
동행을 못하신 님들은 다음 산행에서는 꼭 만나뵈었으면 하네요.
그리고 돌아오는 찻속에서 막걸리를 나누며 40대를 외친 산빛사랑님들 반가웠습니다.

새로이 시작되는 한주도
님들이 하시고자 하느 모든 일들이 님들이 마음 먹은대로 이루어지길 빕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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