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 일찍 일어나야겠다 마음을 먹은 탓인지
아니면 나이들어 새벽잠이 없어져서인지 하여튼 눈을 뜨니 다섯시....
어제저녁의 심야토론 때문에 밤 늦게 잠자리에 든 탓인지
컨디션은 별로지만 평소의 습관대로 침대에서 내려와 버린다.
거실로 나와 어제 널어 논 빨래 곱게 개어 단스에 넣고...
산에 오르면 늦게야 귀가하게 될거고,
거기다 얼큰히 취해서 들어올게 뻔하므로 출발하기 전에
일주일분의 와이셔츠를 다려놀 수 밖에 없다.
애들에게 잔소리 안들으려면 말이다.
글구 아침상 준비...
오늘 아침의 국은 북어국으로...
내일 아침에 먹을 것까지 좀 여유롭게 끓인다.
일요일까지 꼭두새벽에 깨운다는 애들의 불평에도
억지로 식탁에 앉게 하는건 그냥두면 아침 건너뛸게 뻔하기 때문이다.
다시 침대로 돌아가는 애들의 뒷꼭지에 교회 빼먹지마라 당부하고
어제 냉동실에 넣어둔 물병만 달랑 챙겨서 집결지로 향한다.
명륜당님을 위시해 낯익은 얼굴들이 보이고,
오랜만에 솔로님의 모습이 보이는게 아마 어머님의 건강이 좋아지신 모양이다.
누군가를 줄기차게 기다리던 버스는 8시를 조금 넘겨서 출발...
산으로 가는 버스가 왠지 휑한 느낌이 드는건
아마 산행때마다 맨 앞자리를 지키던 하루님, 산새님, 룰루랄라님,
디스님이 안보이는 탓?
오늘도 어김없이 산사람들의 소개는 이어지고...
유자향의 고사로 사회를 본다고는 하나 경력상으론 설산이 고참아니남?
새로운 몇분들이 보이는 중에 오늘의 짱은 홍규남님...
이제 겨우 42살이면서 할머니라고 자기를 소개하는데
그럼 50먹은 사람은 뭐라고 불러야 하남?
대충 자기소개가 끝나고 나니 웬 미군부대가 보인다.
어! 캠프 게이시라니 어디서 많이 본 부대 이름이잖아?
외국으로 파견나가기 전 한 일년반을 내가 생활했던 부대이름이다.
처음에 들어가서 양키들과 말이 안통해 참 많이도 고생했더랬는데...
글구 로버트박이 지은 잉글리쉬900이란 책을 한달동안
달달 외워버리고 나서야 겨우 말이 통했지 아마?
한탄강...
전곡...여기는 군대 생활할 때 간혹 찾았던 쑥스러운 추억의 고을이다.
아침에 옷다리면서 이 근처에서 산불이나
아직도 불길이 잡히지 않았다는 TV뉴스를 본 얘기를
무심코 명님께 얘기했더니 입산걱정이 되는 모양이다.
그러나 고대산 밑에는 여러대의 버스가 이미 주차돼있고
산의 초입에도 등산객들의 행렬이 이어지고 있다.
괜한 얘기를 해 갖고 명님의 심려만 끼쳐드린 것 같아 미안하다.
오늘 산행의 목표!
나도 누군가를 도와보고 싶다.
깔딱고개를 오르며 주위를 관찰해 본다.
우선 온정이님이 힘들어하나 산봉우리가 있으니 열외로 하고,
산내음, 말짱, 홍규남님 등이 힘들어 하는 것 같다.
그 중에서 첫 산행에 나서신 할머님을 도와드리기로 결정....
앞에서 손을 잡아드리기고 하고 이 얘기 저 얘기 말도 시키면서
제법 프로티를 보이는데 저쪽의 하이에나님이 하는 말 '舊도우미'라나?
정상 못 미쳐 맞는 점심시간....
식사전에 우선 정상주로 막걸리를 나누어 마시고,
나이든 사람끼리 모이자는 진철님의 제안이 반갑다.
피치못할 사정으로 인절미에 모찌로 도시락을 대신한 처지에
따뜻한 점심이라니 이 얼마나 감사할손가.
점심상에 반주없이 무슨 낭만이 있을손가?
오늘도 어김없이 진철님의 배낭에선 병소주가 나오구...
내 배낭의 프라스틱 소주까지 나누어 먹다보니 제법 얼큰해진다.
거기다 A&D님이 가져온 금가루 술과 잊어버렸지만 병에 적힌 제목이
아주 이쁘던 술까지 더하니 갑자기 세상이 아름다워 보인다.
점심후 도착한 정상...
정상에서 바라보이는 철원평야....
이 철원에다 도읍을 정했던 궁예의 마음을 읽을 수 있다.
이런 산중에 이렇게 넓은 평야가 존재한다는게 신기하기만 하다.
글구 하산길....
완연한 봄기운에 얼었던 땅이 풀리고...
어젯밤 내린 비에 땅이 질퍽거려 산행 컨디션은 최악이다.
앞서가던 산지니가 엉덩방아를 찟고...
조금있어 홍규남님이 따라하지 않아도 되련만 뒤질세라 주르륵~~~
그 외에도 미끄러지는 몇분 님들을 바라보며 품위있게 웃어도 보고...
앗뿔싸!
남보고 웃다 벌받았던지 이번에는 내가 넘어지는 일이 발생.
그것도 돌계단에서 넘어져서 허리에 멍들고 이쁜얼굴에서는 피까정...
부리나케 하산하여 명님 배낭의 연고를 바르며 바라본 거울속에는
온전한 가을하늘이 있다.
걱정이 안심으로 변하고 나니 그제서야 주위를 돌아볼 여유가 생긴다.
어디서 난 무슨 음식인줄도 모른채 소주에 돼지 바베큐를 꾸역꾸역
밀어 넣는다.
어느 산악회에서 시산제를 지낸 음식인 모양인데 여기저기 둘러앉아
열심히 먹는 이분들을 보니 아마 산은 안 오른 모양이다.
술이 부족함을 눈치채시고 어느새 소주를 한아름 갖다 놓는
홍두깨님을 보며 역시 연륜은 속일 수 없는거여~
한탄강에서 뭘 먹은 것도 같고....
또다시 술을 마신 것 같은데 기억은 확실치 않은데
어느새 버스는 교대에 도착해 있다.
글구 홍규남님 가게에 들러 집으로 돌아가는 길에는 지하철을 이용해본다.
혹시라도 다음에 번개칠일이 있을 때 찾아오는 길을 적을 수 있도록....
예술의 전당 정문에서 뻗은 대로와 남부터미널 앞길이 마주치는
사거리의 코너에 위치한 포주막이란 음식점인데 이 근처를 지나는 분들이
한번쯤 들러봐도 후회하지 않을 정도로 깔끔한 분위기이다.
님들 즐거운 산행이었습니다.
다음 산행에서도 뵈올 수 있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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