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월26일...
오늘은 소백산으로 떠나는 날...
시간가는 줄 모르고 잠에 빠져있다 집폰과 헨폰의 앙상블에 놀라 잠을깬다.
어느 고마운님께서 출발시간에 늦지 말라고 연락해주려는 전화일거라 생각하고
반가움에 집어든 헨폰에서 들려오는 찢어지는 목소리...
전날의 전투에서 중상을 입고 하루쯤 게겨도 되려느니 마음놓고 쉬었으렸다?
평소 같으면 아무도 뭐라는 사람이 없을텐데...뭔가 잘못되어도 많이 잘못되었나보다.
하여튼 잘못된 일이 있으면 바로 잡아야 할거니까 일단 접수할밖에....
우선 방송국에 전화해서 대충 마무리 짓고, 나머지는 직원에게 정리를 부탁...
집결지인 교대역으로 나서는 길...
뒷 맛이 께림찍 하지만 산을 포기하기에는 산에 푸욱 빠져있는 요즘이다.
우선 버스에 짐을 내려 놓고, 수퍼에 들러 막걸리 먼저 챙기고...
이님 저님(우째 표현이 이상타?) 인사 나눌 님들이 많은걸 보면 이제 나도 고참?
그런디 이일을 우짤까나?
알은체 안한다는 야그에 고개를 돌려보니 여란님이 곁에 계시지 않는가!
내 또래시라 평소에 유난히도 가깝게 생각되는 여란님을 못보다니...
아마 등산복을 안 입으셨기 때문으로 생각되오니 너무 나무라지 마시길....
추적이는 겨울비를 차창에 때리며 버스는 소백산으로 떠난다.
출발과 동시 내 손폰은 꺼지고...
이제는 울려봤자 가던 버스 돌려 새울 일도 없고하니 제길 배쨀테면 째라~
명님의 두런거리는 소리에 잠이 덜깬 눈을 비빈다.
같이하는 산님들 소개에 이어 미루님이 권하는 한잔술에 얼핏 잠이들었나보다.
칼바람 운운하며 겁주는 명님덕에 겹겹이 껴입는데
옆의 하이에나님은 너무 많이 입었다나? 여보슈! 내 나이 되어 무릎시려 보슈!
꼭두새벽인 세시반...
간간히 날리는 눈발탓에 사위가 캄캄한데도 산행은 시작된다.
여기 저기 빈틈없이 감쌓는데도 여분의 틈으로 날아드는 눈발이 차갑다.
뎅그리님과 같이 도란도란 얘기하며 하루님과 디스님의 뒤를 따르는 산행...
단전호흡이 산행에 도움이 된다는 뎅그리님의 얘기도 들어보고...
오늘은 착한 학생이 되어 다리근육의 피로를 회복시킨다는 뒷걸음 보법까지
따라하다 보니 이미 하루님을 저만치 앞질러 버린다.
완전군장에 가려 어느님인지 도대체 알 수 없는 님들과 앞서거니 뒷서거니...
어느덧 뎅그리님과도 헤어지고...
홀로 남겨져 겉는 길... 어두운 밤길에 수북히 쌓인 눈이 거추장스럽기만하다.
몇번인가를 눈구덩이에 빠지고 미끄러질 때 문득 떠오르는 사랑스런(?) 얼굴...
우림앗! 와 내 헤드랜턴만 빼먹고 안가져왔누~
몇번인가를 넘어지며 가다 문득 신발속에 물기를 느끼게 되고....
천문대의 쉬임에 얼어오는 발가락...어느덧 동상걱정까지로 비약된다.
에이~ 산을 내려가면 어떠한 일이 있어도 등산화부터 먼저 산닷!
뒤에 쳐졌던 님들이 도착하다보니 어느덧 여명이 밝아오고...
앞을 보나 뒤를 보나 온통 흰색... 단색의 아름다움이란 이런걸 말함일까?
천문대 앞 자연생태계관찰지(?) 눈꽃의 아름다움에 눈이 시리다.
그냥 지나치지를 못하고 설산님(?)을 채촉하여 한컷...
나도 카레라가 있다! 카메라를 앞에찬 명님을 애용 안해주면 욕먹겠지?
제갈량님과 김병장님 그리고 나... 어쩌다 보니 지긋한 나이들끼리 동행이다.
별로 힘들이지 않고 도착한 제2연화봉 밑...
아직까지는 칼바람 운운한 님들의 진실을 의심해본다.
정상으로 오르는 나무계단에서도 코끗을 스치는 냉기가 느껴지지만 아직은...
연화봉에서 다시 나타나는 시원스럽게 뚫린 내리막길이 디게 밉다.
저 길... 저 끝에는 다시 오르막이 기다리고 있을게 뻔하기 때문이다.
그래도 가야할길 주변의 설화를 감상하며 호흡을 가다듬는다.
내 생에 처음 보는 아름다움에 감탄하며,
기쁨에 젖어 갑자기 눈가가 짜릿해지는건 아직도 나는 소년이로소이다.
다만 흩날리는 눈 때문에 산봉들을...능선들을...
그리고 계곡의 아름다움을 접할 수 없는게 천려일실이지만...
산에 오를때면 언제나 예민님이...
산행을 시작할 때마다 후회를 하게 된다고 말한 예민님이 생각나는건,
나역시 산을 오름이 고통의 연속임을 의미함이고...
그래도 쉬지 않고 산을 찾음은 정상에서의 정복감과 하산후의 나른한 행복감 때문이 아닐까?
예민님의 말씀을 떠올리며 걷다보니 어느덧 대피소 입구...
비로봉과 갈림길에 R&D님이 행여나 길 잃을까 기다리고 계신다.
다른이들을 위하여 이 추위를 감내하는 님을 보며,
남을 위하는 아름다움으로 가득찬 우리내 젊은 산사람들 고운 마음이
더욱 가깝게 느껴지는건 나 혼자만의 기우는 아닐게다.
대피소에서의 아침식사...
내 마니또인 왕건님의 라면 밥상에 쭈그리고 앉아 배낭에서 젓가락을 꺼내든다.
빈손으로와 스스럼 없이 젓가락을 꺼내듬은 먹어야 산다는 진리외에도
그 만큼 모든 님들의 분위기에 익숙해져 있음이 아닐까?
어제 수퍼에서 산 막걸리와 왕건님이 준비한 소주잔을 나누고...
김병장님의 김밥에 산새님의 밥까지 골고루 나누어 먹었으니
옆자리의 제갈량님, 건너편에서 환객님이 입에 넣어주는
환상적인 아라님표 비빔밥은 차지하고라도 아마 내가 제일 많이 먹었을거다.
식사후에는 마무리를 위하여 아껴둔 비로봉행...
올라가는 길에 마주친 미루님이 인솔하는 후미조...
5호선님, 뎅그리님, 글구 시아님이던가?
다들 디게 걱정하며 지둘리던데 정상까지 다녀오시는 여유까지 부렸나보다.
아! 빼먹을 뻔 했다!
아까 의심했던 님들 미안허우! 칼바람은 진짜루 존재하더이다.
비로봉 정상의 추위에 잠시를 못버티고 내려오다 마주친 칼바람에 정녕 죽는줄 알았더이다.
글구 하산길...
슬그머니 비닐(철물점에서 산 김장용 비닐)을 꺼내는데
허드랫용 비닐봉지에 깔개를 넣으며 희희낙낙하는 우리의 우림님....
제갈량님의 부러운(?) 눈초리를 뒤로 한체 괴성과 함께하는 눈썰매...,
쿳션이 없으니 꼬리뼈 조심하라는 경고도 잊은체 신나는 하산길...
어느분이 얘기한 산을 오르는 이들의 부러운 눈초리(?)이기에 앞서,
힘들어 하는 그들에게 쬐끔은 미안하더이다.
하산 후 탈출조 님들.. 특히 새벽하늘님,
글구 일찍 하산한 명님과 산새님들이 준비한 떡국...
거기다 고마운 여란님이 보내주신 천하일미 김치를 더하니 세상에 무엇이 부러우랴.
막걸리 나누어 마시며 브라이언님과 쥬디님을 놀리시던 달구지님....
두루두로 사람좋은 산사람님들이 있어 즐겁고 행복한 산행이었답니다.
님들 다음주 계방산에서 다시 뵙겠습니다.
추신 : 근디 명님 왜 내 옆자리는 맨날 비워두는거유?
저번에는 여란님이 이번에는 산소같은 말짱님이 앉아주어서 망정이지...
비워두어서 좋아하는 님들이 앉게 된건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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