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행 후기

계룡산('01.11.26)

2011. 11. 4. 10:37

산에 대한 아름다운 얘기는 다른 님들이 많이들 올려주실거고
나는 그저 내 신변잡기나 써볼까 합니다.

우선 이번 산행은 전반적으로 언제나와 같이 기분 좋은 산행이었지만,
내 개인으로 봐서는 산행으로 비롯된 안 좋은 일도 있었고,
거기다 다행이라는 생각에 가슴을 쓸어내리는 아찔함도 같이한 산행이었다.

지난 주말은 우리부 산악회와 함께 예산에 있는 가야산에 다녀와야 했기에,
산사람님들을 못뵈온지 2주일...
일각이 여삼추라는 말을 떠올리는 기다림으로 계룡산행을 기다려왔다.

명륜당님, 솔로님, 골용골님, 하루님, 룰루랄라님, 워리언니님 등등,
산사람들의 역사라 할 수 있는 나이든 님들이 보고싶었고,
산행을 오가며 아낌없이 젊음을 발산해준 덕분에
동행하는 나까지 그 훈김에 같이 젊어짐을 느끼게 해주는 우리의 젊은 님들...
거기다 하나더 잼스님 등의 구수하게 진행되는 사회가 그리웠다고나 할까?

정감록을 들먹이며 박우를 꼬드기는 이유는
박우에게 계룡산을 구경시켜주자는 의미보다는 도시락을 장만하기가 어려운 내가
점심을 굶지 않기 위한 처절한 내 삶의 투쟁이다.

우선 도시락은 박우에게 부탁하고 과자와 과일 준비를 위해 킴스클럽에 들러본다.
토요일이지만 시화공단 수출업체에 사장님모시고 다녀온 덕분에
사무실에서 나선 시간이 7시, 사위는 벌써 먹빛이다.

킴스클럽에 들른김에 아예 다음주에 먹고살 부식거리도 좀 사서 트렁크에 넣고,
차를 후진시키는데 이게 잘 안 움직인다.
쪼매 우격다짐으로 빼다보니 불쾌한 소음이 들여오고...
아뿔싸 코란도의 그 튼튼한 밤바에 걸려 뒷문아래가 다 우그러져버렸다.
다시 시동을 걸며 안도의 한숨 쉬는 이유는 다행이 다른차는 안 상했음에서이다.

사장님 수행하는 차속에서 오수를 즐긴덕분인지 저녁잠이 안오고...
6시까지 소설책 한권 다 읽으며 게기다 교대역을 향해 집을 나선다.

그런데 내 도시락을 책임지기로 했던 박우의 와이프로부터 전화가 온게 아닌가?
조금전에 만취상태로 귀가하여 골아 떨어졌는데 아무리 깨워도 안 일어난단다.
그럼 내 점심은 어떻게 하누?

휴계소에서 준비한 헴버거 두개와 함께한 산행은 인파로 넘쳐 조금은 지겨웠지만,
그래도 산행길 쉼터에서 얻어 먹는 한조각 귤의 고마움과 함께하다 보니,
가파른 돌계단이 어느덧 끝나고 능선에서 맞는 즐거운 점심시간....

두류봉님과 같이 앉아 헴버거를 먹는데 오랫만에 먹어서인지 이것 또한 별미다.
김밥을 싸온 두류봉님 아무래도 어제 저녁에 준비한것 같고....,
머나먼 나라에 마누라 보내 놓고 혼자서 애들 뒷바라지 하느라 낑낑대고 살아가는
나와 비슷한 처지는 아닌지 모르겠다.

아무튼 두류봉님이 준비한 소주와 내가 가지고온 막걸리를 마시며
님의 현직때 얘기와 요즘의 삶에 대한 얘기를 듣다보니 출발시간이란다.

뭔가 배속에 들어가서인지 금잔디고개를 올라가는 길은 무지 힘든 코스다.
부지런히 내려가다 삐끗 다리가 접질렸다.

구부리고 다리를 점검하며 문득 떠오른건 75킬로의 거구를 누구에게 맡겨?
다행이 발목에 약간의 통증이 있을뿐 괜찮기에 길게 한숨을 내뿜어 보고...

곁에서 안타까운 눈초리로 걱정해주시는 룰루랄라님이 고맙고,
혹여나 내 마니또가 아녀? 올때보니 내 마니또는 시로티님이셨다나?
지금 이 글을 쓰면서도 가슴 쓸어내게 만드는 아찔한 순간이었다.

돌아오는 차속에서 나누어 마시는 막걸리가 좋았고...
마음껏 발산하는 젊음이 보기 좋았답니다.

이 글을 시작할 때 말씀드린 바 있는 이 아침 기분 좋은 여운을 즐기는 이유는
아름다운 여자분들과 함께하는 산행은 무조건 즐거운 것인데...

산사람의 여자분들은 모두들 아름다웁고,
거기다 더하여 누가 산을 사랑하는 사람들이 아니랄까봐 마음씨까지 고우니,
그 아름다움에 취해 고된 산행을 잊고 무사히 산행을 마칠 수 있었기 때문이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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