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원산 (金猿山, 1353m), 현성산(玄城山, 965m)


산행코스 : 묘지→암릉 능선→현성산→연화봉→1045봉→금원산→삼거리→관리사무소 (산행시간 : 아르바이트 1시간을 포함하여 7시간20분)


소재지 : 경상남도 거창군 북상면, 위천면과 함양군 안의면의 경계

산행일 : ‘10. 3. 7(일)

함께한 산악회 : 늘푸른 수토일 산악회


특색 : 산 오르기를 즐기는 사람들의 입에 오르내리는 산은 금원산, 현성산은 금원산에 비해 덜 알려져 있으나, 금원산이 육산인데 비해, 현성산은 바위산인지라 안전사고를 우려해서 찾는 이들이 적었기 때문, 거창군에서 철제계단 등 안전시설을 갖춘 후부터는 찾는 이들이 부쩍 늘었다. 또한 현성산은 다른 유명산에 결코 떨어지지 않을 정도로 풍광도 매우 뛰어나다.

 


▼  산행들머리는 매표소 조금 못간 지점의 오른편 산기슭

거창읍을 지나 무주방향으로 가는 37번 국도를 타고 가다보면 보이는 금원산 자연휴양림, 이정표를 따라가면 된다. 휴양림 매표소 제법 못 미쳐서 오른편 산기슭으로 접어든다. 물론 등산로는 없다... 만일 이용하지도 않을 휴양림측에 입장료를 내는 것이 아깝지 않다고 생각되는 사람들은 매표소를 지나 미폭(米瀑)을 경유해서 산을 오르면 된다.  

 

 

▼  길이 없는 등산로(그러나 대부분의 산악회들은 다들 이 코스를 이용하고 있다)등산로로 접어들자마자 가파른 오르막... 가픈 숨을 내뿜으며 10분 정도를 오르면 경사진 너럭바위가 나타난다. 바윗길을 따라 가장자리에는 나무 난간이 깔끔하게 세워져 있다.  

 

 

▼  현성산의 특징은 바위산이라는 것이다. 그러다 보니 여느 바위산처럼 철제나 목제로 만들어진 계단이 많다. 능선의 초입에서부터 만나게 되는 계단은 정상을 지나자마자 나타나는 삼거리(여기서 왼편으로 내려가면 휴양림)까지 계속 이어진다.  

 

 

▼  경인년 새해가 밝은지도 벌써 두 달이 훌쩍 지나버렸다. 정초부터 내리기 시작한 눈, 그 눈이 끊임없이 내리더니 끝내는 폭설로 이어졌다. 눈, 눈 , 눈.... 일부의 사람들이 이젠 지겹다는 표현을 자연스레 쓸 정도로 올해는 사방이 눈 천지였다. 그렇게 사방엔 눈이 천지였건만 난...

 

매주 주말이면 산을 찾는 나... 프랑스 출장 때문에 2주를 빼먹은 것 외에는 매주 산을 찾았건만 이렇게 흠뻑 눈에 빠져 보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사방이 눈, 그야말로 눈의 천국이다. 사시사철 푸르름으로 세월을 낚던 소나무들도 온통 눈에 덮여 모처럼 화사한 작품으로 다시 태어나고 있다.  

 

 

 

 

 

 

 

▼  등산로는 대부분 암릉, 필요한 곳마다 안전시설이 잘 설치되어 있어 위험하지는 않다. 그러나 방심은 금물... 눈으로 덮인 바윗길은 그 어떤 시설로도 완전한 안전을 보장할 수 없으니까.   

  

     

 

▼  능선을 오르다 뒤돌아보면 상천 뜰, 깔끔하게 정리된 논들이 눈아래 줄지어 늘어서고 있다.  

 

 

▼  눈을 들어보니 한쪽에 현성산이 뾰쪽하게 서있다. 사위는 온통 흰색 천지... 바위, 나무, 그리고 하늘까지 온통 새하얗다. 

 

 

▼  산행시작한지 40분 정도 지나면 전망대바위에 닿는다. 널따란 암반, 암반에 자리 잡은 멋진 소나무, 주위 소나무 위에 앉은 하얀 눈,,, 다들 주위의 풍광에 녹아들어 넋을 놓아버린다.  

 

 

 

    

 

▼  雪花로 뒤 덮인 등산로를 따라 걷는 기분이란 삭막한 잿빛 겨울 산행과는 또 다른 분위기를 맛보게 한다. 하얀 눈꽃 터널을 지나며 '뽀드득' 눈 밟는 촉감에 발걸음도 절로 경쾌해진다. 모처럼만에 맛보는 기분 좋은 이끌림이다.  

 

  

  

 

▼  어제 밤에 내린 눈, 산자락엔 순백의 황홀경이 펼쳐지고 있다. 매력적 자태의 꽃도 함께 피어오른다. 바로 '눈꽃(雪花)'... 넉넉한 산자락 어느 곳에서도 만날 수 있는 눈꽃은 소담스럽고, 날카로운 은빛의 자태는 온실 속 화초 못지않다.  

 

 

 

 

 

 

 

▼  현성산은 거칠은 암릉산, 칼날 같은 능선이 그렇지 않아도 조심스러운데, 거기다 눈까지 소복이 쌓였으니 조심스럽기 그지없다. 다들 조심조심... 아무리 안전시설이 잘 되어 있어도 목제 난간 밑은 천길 낭떠러지이니 당연지사이다.  

  

  

 

▼  현성산(玄城山, 965m) 정상

부산서 오신 산악회(현성산만 단독산행을 하는 걸로 봐서는 아마 동호인산악회?) 분들과 뒤섞인 탓에, 초보 분들로 인한 지체(초보들에게 암벽은 고행이다)에 신경을 쓰다보니 깜빡 정상을 지나쳐버렸다. 부랴부랴 다시 뒤돌아가 바위에 들어붙는다. 조심조심... 나와 서울서 같이 오신 부부, 정상엔 단 세명... 하긴 목숨을 걸고 위험을 감수할 사람은 그리 많지 않을 것이다. 현성산 정상은 발붙이기 힘들 정도로 좁은 돔형의 바위 위에 조그만 정상표지석 하나, 외롭게 지키고 있다.  

 

 

▼  현성산 정상에서 내려서면 안부에 이정표(↖금원산 4.9km, 서문가바위 0.6km, ↓마애삼존불 문바위 1.5km, 금원산휴양림 2.1km, →현성산 정상 22m)가 반긴다.  물론 진로는 금원산 방향으로...  

 

 

 

 

▼  현성산 정상 아래 삼거리(이정표가 세워져 있는 곳)에서 15분 정도 진행하면 서문가바위봉에 닿는다. 서문가바위봉은 연화봉(930m)으로도 불리우고 있는데 실제 이곳에는 이정표는 고사하고 아무런 표기도 없다.  

 

 

▼  서문가바위에서 15분을 진행하면 970봉, 겨울산행에서는 이곳에서 주의가 요망된다. 정상 직전의 분기점에서 왼편으로 내려서야 하나 겨울철에는 길이 잘 보이지 않으니까... 우측은 필봉(928.1m) 가는 길이다. 난 등산로를 놓친 탓에 창선리 방향으로 5분 정도 진행하다 귀환, 無에서 有를 찾아내는 등반대장들의 노련한 리딩에 찬사를 보내본다.  

 

 

  

 

▼  고난은 그렇게 시작되었다.

 

암릉이 끝날 즈음 다들 점심상을 차린다. 970봉에서 길을 찾는 동안 점심을 끝낸 난, 앞서가는 부부의 뒤를 부지런히 쫒아간다. 나 말고도 몇 분 더... 우린 그렇게 1.5Km정도를 부지런히 걸었다. 그리고 반대방향에서 올라온 이 지방 등산객의 도움으로 왔던길로 귀환... 갑자기 다리에 힘이 한꺼번에 빠져버린다. 휴~~~  

집사람 曰 ‘山에서는 선두에 서지마라, 아르바이트가 제 것이니라’ 집사람의 충고를 따르지 않았으니 고생해도 싸겠지? 그나마 다행인건 뒤돌아 오는 길에 산행대장님들을 줄줄이 만난 것... 우리끼리만 고생했었더라면 얼마나 더 억울했을꼬?????

 

 

 

 

▼  연화봉 어림의 암릉을 지나자 길은 부드러워진다. 현성산자락을 벗어나 금원산으로 진입한 것이다. 등산로 주변은 참나무와 진달래가 주종... 등산로가 고도를 높여갈수록 진달래의 나무가지에 열린 서리꽃은 그 영롱한 아름다움을 더해만간다.   

  

 

 

▼  방향을 제대로 잡고 걷다보면 능선삼거리, 이정표(금원산정상 2.7km)가 세워져 있다. 다시 15분 남짓 더 걸으면 다시 두 번째 이정표(금원산정상 2.2km), 산죽이 나타나기 시작한다.  

 

 

 

  

▼  두 번째 이정표에서 20분 정도를 더 진행하면 다시 능선 삼거리가 나온다. 이정표(금원산정상 1.6km)가 세워져 있다. 女산행대장님이 주시는 사과한쪽, 가히 꿀맛이다. 또한 일행 여자분이 건네주시는 生고구마는 시장기를 없애주기에 충분했고...

 

 

 

 

▼  금원산을 오르는 길은 낙엽이 쌓인 위에 눈이 수북이 쌓여 많이 미끄럽다. 그래도 아이젠은 No! 스릴을 좋아하는 난 왠만해서는 아이젠을 신지 않는다. 덕분에 여러 번 엉덩방아를 찧긴 했지만...

 

 

 

 

▼  금원산(金猿山) 정상

산죽의 널따란 이파리 위에 소복이 쌓인 눈과, 진달래 나뭇가지 위에 찬란히 피어난 서리꽃에 푹 빠져들다보면 어느덧 금원산 정상이다. 정상에 올라서면 119표지목과 지재미골관리사무소 푯말이 가장 먼저 반긴다. 20~30평은 족히 될 듯한 널따란 공터 한가운데 대형 정상표지석이 서있다  금원산은 원래 이름은 옛 고현의 서쪽에 자리하여 산이 검게 보인다하여 ‘검은산’인데, 금원숭이가 하도 날뛰는 바람에 한 도승이 원숭이를 바위 속에 가두었다하여 금원산(金猿山)이라고 불렀단다, 

날씨만 좋았더라면 서남쪽으로 황석산과 거망산, 그 북쪽으로 월경산, 그리고 남덕유산과 덕유산의 향적봉까지 한눈에 들어오는데... 오늘은 잔뜩 흐린 날씨, 그나마 눈이 오지 않는 것으로 위안을 삼아본다.

 

 

 

▼  하산은 지재미골(자연휴양림) 방향으로

하산을 시작하자마자 서리꽃 축제장과 마주치게 된다. 진달래 나무가지 위에 솜털처럼 올라앉은 서리꽃, 휘이~ 가녀린 휘파람에도 날려갈 것 같은, 연약한 아쉬움에 한걸음 내딛는 발걸음마저 조심스럽기만 하다.  

 

▼  하산은 나 혼자 걸어본다. 사위는 적막 그 자체, 순백의 여백에서 무소유를 찾아보나, 역시 난 세속의 때를 벗어버리기에는 아직 덜 여문 나그네일 따름....   빈 가지마다 날린 눈가루가 맺혀 화사한 서리꽃,·얼음꽃을 피웠다. 꽃나무 향연의 절정은 정상에서 거센 바람과 함께 내뿜어진다. 

 

 

 

 

 

 

 

 

▼  정상에서 서리꽃의 환영에 시달리며 헬기장에 내려서면 동봉이 뻔히 올려다 보인다. 東西 兩峰 사이는 5분 정도... 東峰 안부에는 유안청 계곡의 진행방향을 알려주는 이정표가 서있다. 

 

 

 

▼  이정표(유안청폭포2.1km)를 따라 곧장 금원산 동릉 날등을 타고 내려선다. 하산길은 비록 경사가 심하나 대부분 흙길로 위험하지는 않다. 어쩌다 나오는 바윗길에는 어김없이 밧줄이 매어져 있다.

  

 

▼  그렇게 한참을 내려오다 능선이 지겨워질 무렵, 발밑에서 들리는 물 흐르는 소리, 유안청 계곡이다. 여기서부터는 왼편엔 일본잎깔나무(낙엽송) 군락, 오른편엔 유안청계곡을 끼고 등산로는 완만하게 내리막을 달린다.  

 

 

 

 

▼  유안청폭포를 지나 5분쯤 내려오면 자연휴양림의 산막을 만난다. 여기서부터는 잘 정비된 아스팔트 도로... 도로와 나란히 달리는 유안청계곡을 따라 한가하게 걷다보면 왼편 발아래로 자운폭포와 선녀폭포가 보인다.

 

 

 

 

▼  금원산에는 크게 이름난 두 골짜기가 있다. 성인골(聖人谷) 유안청(儒案廳)계곡과 지장암에서 와전된 지재미골이다. 유안청계곡은 조선 중기 이 고장 선비들이 공부하던 유안청이 자리한 골짜기로 유안청폭포를 비롯한 자운폭포와 소담이 주변 숲과 어우러져 산악경관이 빼어난다. 지재미골은 서문씨의 전설을 안은 서문가 바위와 옛날 원나라에서 온 공민왕비 노국대장공주를 따라서 감음현을 식읍으로 받아 살았던 이정공 서문기(理政公 西門記)의 유허지로 그 자손들이 공부하던 곳이라 전한다. 지재미골 초입에는 문바위와 차문화을 꽃피웠던 가섭암지 마애삼존불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