와룡산 (臥龍山 799m)
위치 : 경상남도 사천시 사천읍
산행코스 : 남양동-갑룡사-원불교수련원-도암재-새섬바위-정상(민재봉)-와룡마을-좌룡동(산행시간 : 5시간)
산행일 : '08. 12. 20(토)
함께한 산악회 : 산악랜드
특징 : 하늘에서 내려다보면 용이 누워있는 듯 하다하여 와룡산이라 불리우며 전형적인 육산이면서도 암봉이 많다. 작지만 당차고 험한 암릉길과 산행내내 남해 바다를 전망 할 수 있는 멋진 산.
산행 들머리의 산불감시 초소
남양동사무소 근처 주차장에 도착하니 겨울비가 제법 굵다. 겨울에 비 맞아가며 산행을 하고싶지는 않기에 30분 정도 기다려 보다가 그치지 않으면 산행을 포기하고 삼천포 어시장으로 가기로 결정... 다행이 12시경에 비가 그치기에 산행을 시작한다. 임내저수지 위 산불감시초소를 지나 산행이 시작되는데, 본격적으로 산행을 시작하게 되는 금관사까지는 자동차 두어대가 비켜갈 수 있을 정도로 넓은 시멘트 포장도로가 잘 나 있다.
현대식 건물인 金觀寺에서 좌측의 임도를 버리고 절 앞마당끼고 우측으로 접어들면 신우대 무리가 산객들을 맞고, 이곳에서부터 본격적인 산행은 시작된다. 와룡산은 산이름에 '용' 자를 들어있어서인지 아님 산세가 수려하고 기묘해서인지 모르지만 갑룡사, 백천사, 백룡사, 덕룡사, 용주사 등등... 다른 산에 비해 유난히 절이 많다.
와룡산은 돌탑천국
산행초입 만나게 되는 표지석을 증명이라도 하려는 듯 곳곳에 돌탑들이 널려있다. 이곳과 산행중 곳곳에서 만나게 되는 돌탑들을 모두 헤아리면 아마 108개는 충분히 채울 수 있을 듯... 전북 진안군의 마이산 돌탑들이야 원래부터 소문이 나 있지만, 경상남도에 있는 산들에서는 유난히 돌탑들을 많이 만나게 된다
산행 초입 백팔탑 표지석 부근의 돌탑들
산행중 여러곳에서 마주치는 다른 탑들보다 더 정교하면서도 우람하다. 이곳의 탑지기 건물 비슷한 곳에서는 길손들에게 농주를 판매하고 있다. 베니아판에 흘려쓴 가격은 한잔에 1천원...
새섬바위 오르는 길목의 너덜지대에서 만나는 돌탑들
새섬바위 위 능선에서 만나는 돌탑들
금관사를 지나 한참을 오르다 보면 상큼한 치톤피트를 내 품고 있는 소나무 숲을 만나게 된다. 이곳 소나무들은 다른 곳보다 곁가지가 거의 없는 외로움을 달래는 양 유난히 허리를 고추세우고 있다. 마치 하늘을 향한 비상의 나래짓을 하고 있는 듯...
상사바위
도암재를 사이에 두고 새섬바위와 마주보고 있는 높이 60m쯤 되는 바위로, 와룡산에서 사천앞바다의 조망이 제일 좋은 곳. 상사병에 걸린 사람을 이곳에서 떠밀어 죽였다 하여 상사바위라 불렀단다. 불쌍한 사람 위로는 못할망정 떠밀어 죽이다니, 무서운 세상이다.
새섬바위에서 바라본 사천 앞바다
상사바위 왼편으로 목섬이 구름에 가려 아스라하다. 상사바위에서 바라보는 삼천포 앞바다 조망이 와룡산에서 第一景이라지만 이정도 구름이면 구태여 위험을 무릅쓰고 상사바위를 오를 필요는 없을 듯... 나름대로 위안을 삼아본다.
도암재에서 새섬바위까지는 1km 거리에 불과하지만 가파른 능선길이다 보니 제법 시간이 걸린다. 숲길을 따라 10여 분 오르면 너덜지대에 다다르고 조금 더 오르면 마치 인수봉을 닮은 듯한 거대한 암봉을 만나게 되는데, 새섬바위이다.
어마어마한 암봉 옆구리 안전 파이프를 붙잡고 돌아 바윗길을 조심스럽게 오르다 보면, 돌탑이 세워진 능선에 이른다.
원래 비온 뒤 끝자락은 조망이 괜찮은 법인데, 이곳이 바닷가라서일까? 점점 구름이 짙어지더니 능선 외에는 모든 사물들이 완전히 구름속으로 잠겨버리고 만다.
너덜지대를 지나올라가 산 능선에 올라서면 멋진 전망바위에 도착하게 되고, 전방을 바라보니 주능선을 따라 이어지는 우측면에는 멋진 암릉이 허연 이빨을 드러내고 있다 아!름!답!다! 저절로 벌어진 입이 다물어지질 않는다.
서서히 짙어가는 구름이 무조건 조망에 나쁜 것만은 아닌 듯... 숨을 다해가는 주변 경관의 몸부림은 차라리 비장하다고나 할까? 처절한 아름다움을 선사하고 있다.
오늘의 하이라이트는 뭐니뭐니 해도 새섬바위 능선이다. 비록 바위 맛을 느낄 수 있는 암장은 없으나, 길지는 않지만 제법 거대한 암봉은 말 만들기 좋아하는 사람들은 또 공룡능선이라 부르지 않을가 싶다.
와룡산은 전형적인 육산이지만, 능선 곳곳에 거대한 암봉들이 박힌 듯한 형상이다. 날씨가 맑으면 남쪽의 사천앞바다 옥빛 물결이 시원하게 다가올텐데... 오늘은 온통 짙은 운무에 가려 시계는 제로다.
스스로 알아서 쉬어가지 않으면 안되는 경사가 길을 막는다. 경사가 깊을수록 산은 그 위용과 자태를 유감없이 드러내기 마련... 이산도 역시 그 속살을 가감없이 내보이고 있다.
자연적으로 발걸음의 속도가 둔감해진다. 밑에서는 길이 순탄해 천천히 더디 걸었다면, 정상이 가까울수록 길이 험하고 또한 볼거리가 많아 단순한 사람도 훌쩍 한꺼번에 정상에 올라설 수 없도록 만든다. 이 또한 산을 찾는 이에게 주는 매력중의 하나가 아닐까?
와룡산정상 민재봉
날씨가 좋으면 서부경남의 크고 작은 산과 남해바다 시원한 조망이 좋다고 소문난 곳인데. 불행이도 오늘은 날씨가 흐려 아쉬움이 남는다. 정상에는 커다란 정상 표지석, 지리산을 비롯한 북쪽의 무수한 산군 조망도와 남해와 섬들을 두루 살펴볼 수 있는 남쪽 조망도가 세워져 있다.
기차바위 능선
와룡산은 고려 태조 왕건의 막내아들인 욱과 그의 아들 순(8대 현종)이 어린 시절 귀양살이를 했던 곳. 조카인 경종(5대)의 두번째 부인 헌정왕후와 정을 통해 아들 순을 낳은 사실을 6대 왕인 성종이 알고 와령산 기슭으로 귀양을 보냈던 것.
헌정왕후는 요즘 한참 촬영이 한창인 천추태후(헌애왕후)와 친 자매로서, 둘이 함께 4촌 오라버니인 경종에게 시집을 갔다가. 왕이 죽자마자 두 자매가 열심히 바람들을 피웠으나, 그나마 친족과 바람을 피웠으니 다른 성씨인 김치양과 바람을 피운 헌애왕후보다는 좋게 보아줘도 될 듯... 하긴 고려 때는 낳아 준 어머니 배만 틀리면 결혼이 가능했을 정도로 성생활이 자유로웠던 시대였으니 정조를 지키라 함은 무리였을 듯 싶다.
거북바위
등산하는 보람이나 기쁨을 말할 때 정상에 서는 희열을 제외하고 말할 수는 없겠으나 우리의 삶이 그러하듯 산도 역시 절정의 짧은 순간보다는 그 과정을 즐기는 것이 우리에게 주어진 여건을 최대한 즐기는 바른 태도가 아닐까?
거북바위에서 와룡마을쪽으로 급경사 내리막길을 20여분 내려오면 시멘트 포장길을 만나는데, 산행 날머리로 생각하면 큰 오산이다. 여기서 주자창인 좌룡동 정수장까지는 거의 30분 이상을 아스팔트 위를 지루하게 걸어야 한다. 차라리 계속 능선을 타고 내려오다가, 용두봉을 거쳐 정수장으로 하산하는게 더 바람직할 듯 싶다.
여기는 따뜻한 남쪽나라
지금은 바야흐로 12월 하고도 하순... 그런데도 이곳의 대나무들은 저렇듯 싱싱한 연녹색 푸르름을 자랑하고 있으니 말이다.
와룡마을쪽 하산로 주변은 온통 조경수 재배단지이다
이곳을 지나 지루할 정도로 걷다보면 와룡저수지가 나오고, 조금 더 내려오면 감시초소에서 출입을 통제시키고 있다. 11월1일부터 5월15일까지 산불예방기간으로 정해놓고 임내저수지-도암재-새섬바위-민재봉, 백천계곡-백천재-민재봉 두 코스 외에는 통제한단다. 그러나 이미 산행을 마치고 하산중인 우리는 팻말을 못봤다고 우길 수 밖에 없다.
한해를 보내고 또 한해을 맞이하는 마지막 달은 사람들마다 각별하겠지만, 일상생활에서 잠시 짬을 내어 산을 찾아 차분하게 한해를 정리하고, 새로운 마음으로 새해를 맞이해 보면 어떨까. 그렇듯 의미를 갖고 찾아 온 산에서, 산행내내 겨울바다를 껴안았고, 거기다 사랑하는 사람과 함께 오손도손 새해를 설계해 보았으니 이야말로 금상첨화가 아닐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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