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신봉 (1,284m)
산행코스 : 청학동→삼신봉→내삼신봉→종절골→쇠통바위→불일폭포→쌍계사 (산행시간 : 점심시간 포함, 6시간)
소재지 : 경남 하동군 청암면과 화개면의 경계
산행일 : ‘09. 6. 6(토)
함께한 산악회 : 서울동강산악회
특색 : 지리산은 예로부터 三神山 중의 하나로 불려왔다. 삼신산 중의 하나인 지리산에 삼신봉이라니... 그만큼 신령스럽다는 뜻일 것이다. 지리산답지 않게 기암절벽을 낀 능선과, 단풍나무, 신갈나무 등 활엽수로 터널을 이루는 숲길, 거기다 유서 깊은 청학동과 쌍계사를 끼고 있으므로, 시간을 쪼개서라도 한번쯤은 걸어 볼 것을 권하고 싶다.
⇩ 산행의 들머리는 국립공원관리소 청학동매표소
국립공원 입장료가 없어진 뒤로 매표소는 텅 비어있다. 국립공원 마크가 부착된 정복을 입은 아주머니가 국립공원에 대한 설문서를 받고 있다. 친절도는 당연히 최상...
⇩ 삼신봉에는 유난히도 산죽이 많다.
우리나라 어느 산에 가나 등산로 양편에 조릿대를 흔히 볼 수 있지만, 이곳은 유난히도 많다. 청학동 매표소에서부터 정상을 거쳐 쌍계사까지 내내 무릎 아래정도의 크기에서부터 사람 키를 훌쩍 넘기는 것까지 다양한 산죽군락들이 이어진다.
우리나라의 얼룩조릿대(산죽) 효능이 다양해서 외국으로 수출까지 한단다.
산죽은 인삼을 훨씬 능가한다고 할만큼 놀라운 약성을 지닌 약초이다. 산죽 한가지만 써서 당뇨병·고혈압·위염·위궤양·만성 간염·암 등의 난치병이 완치된 경우가 적지 않다. 산죽에서 추출한 항암활성물질은 강력한 항암효과가 있는 반면에 인체에는 부작용이 없다. 흔해 빠진 데다가 다른 나무가 자라는 데에 방해가 된다 하여 귀찮게 여기고 있는 이 나무가 이 세상의 병든 사람을 구할 수 있는 약초가 되는 것이다.
⇩ 음양샘
청학동을 출발한지 40분여, 옷이 땀에 흥건히 젖어갈 즈음에 만날 수 있다. 오늘 산행 코스의 처음이자 마지막 약수인 약수다. 수통의 물을 아직 한모금도 안마셨으니 더 채울 필요는 없고, 갈증이라도 풀 겸해서 두어 바가지 연속해서 마셔댄다. 땀 흘리며 산 오르다 마주치는 맑고 시원한 물 한 모금은 도심 속 카페에서 마시는 값비싼 카페의 음료보다 훨씬 달다.
⇩ 갓걸이재
음양샘에서 된비알을 한 20분 정도 오르면 안부능선인 갓걸이재에 도착한다. 고운선생이 이상향을 찾아 지금의 청학동을 넘나들면서 갓을 벗어놓고 잠시 쉬어갔다는...
⇩ 삼신봉 가는 길목의 기암
삼신봉은 갓걸이재에서 좌측 능선으로 20분정도 더 진행해야 한다. 능선길 양면으로 조릿대(산죽)가 유난히 많이 자생하고 있다.
⇩ 삼신봉은 ‘지리산 전망대’라는 별칭을 갖고 있다.
지리산 최고의 조망을 자랑하는 별칭 답게 사방으로 조망이 더할 나위 없이 시원하고 좋다. 언제나 변함없이 의연한 모습으로 우뚝 솟아있는 천왕봉과 제석봉, 그리고 영신봉, 촛대봉과 노고단까지의 지리산 주능선이 파노라마처럼 한눈에 들어온단다.
⇩ 가스 때문일까? 그 좋다는 지리산 전체의 모습이 보이지 않는다. 그저 어림짐작으로 유추해 볼 따름... 다행이 전망도가 설치되어 있어 눈짐작은 가능하다. ‘지리산 천왕봉에서 일출을 보려면 3代가 공덕을 쌓아야 한다.’는데, 그만큼 지리산의 일기가 안 좋다는 얘기라 생각하며 위안을 삼아본다.
⇩ 삼신봉에서 바라본 외삼신봉 능선
삼신봉은 외삼신봉과 삼신봉, 그리고 내삼신봉으로 이루어져 있다. 외삼신봉은 오늘 산행구간이 아니어서 눈으로 구경만 했다.
카메라 렌즈를 어느 곳으로 향하든 시원한 전망이 펼쳐진다. 하늘은 구름에 쌓여있지만 가끔은 파란 알몸을 보여주고 있다. 초여름 더위에 숨이 막히지만 산릉에서 불어오는 바람이 땀을 씻어준다. 암봉 틈새에 산목련이 소담하게 피어났다(접사로 산목련 꽃을 촬영하였지만 선명치 않아 올리는 것은 포기)
⇩ 삼신봉에서 바라본 내삼신봉 능선
오늘 가게 될 주봉인 내삼신봉은 삼신정상으로서 세 봉우리중 가장 높다. 만춘과 초여름의 사이, 초목은 짙푸름을 더해가고 산야를 수놓은 들꽃들의 자태는 더욱 강렬하다
⇩ 등산로는 끊임없는 산죽이 앞을 가로막는다. 마치 산죽바다를 항해하는 선박인양 착각에 빠져들 정도였다. 산죽 사이사이 진달래와 산목련이 도열해 있고, 간혹 산목련의 하얀 꽃들이 서럽도록 아름답게 피어오르고 있다. 그리고 그 뒤엔 단풍나무들... 가을에 찾는다면 타는 듯 붉게 물든 산하를 볼 수 있을 것 같다.
⇩ 바위로 성채를 두른 내삼신봉(삼신산)
삼신봉에서 좌측능선을 따라 30분 정도 진행하다가 石門을 통과하면 나오는데, 표지석에는 삼신산정으로 표기되어 있다. 항상 ‘빨리빨리’를 외쳐온 사람들도 산릉을 따라 천천히 걸으며, 숲 속 나무들과 바람이 어우러진 공기를 음미하다보면 어느새 가슴 속에 여유를 느낄 수 있게 된다.
⇩ 삼신산(내삼신봉)에서의 조망
영신봉에서 뻗어내린 남부능선이 힘차다. 삼신봉에서 약간 왼쪽으로 떨어져 있기 때문에 삼신봉보다 오히려 남부능선 조망을 하기 쉬울 듯... 삼신봉에서는 앞 봉우리에 가려서 보이지 않던 남부능선이 시원스레 보인다. 쌍계사에서 출발, 남부능선을 타고 세석을 거쳐 백무동으로 가는 길을 ‘남북종주’라고 부른다.
⇩ 내삼신봉은 전망이 좋은 탓인지 바위마다 등산객들이 쌍쌍이 앉아 쉬고 있다.
힘겨운 마음은 먼 곳을 향하게 한다. 먼 곳을 바라보면 오히려 가까운 것들이 다가온다. 사람이 그리워 먼 산을 바라보면 날 위로라도 하려는 양, 어느새 그 산이 내 앞에 서 있다.
⇩ 언제나 듬직한 산사나이, 오늘도 뒤에서 여자분 일행들을 챙기느라 고생이 많았다
천년만년 살 것도 아닌데 사람은 자기 자신과 아무 상관도 없는 것들을 너무 많이 보며 살아간다. 그런 면에서 지리산은 철마다 와서 보고 또 보면서 눈앞에 각인시켜 평생을 닮고 싶은 산이다.
⇩ 혼자 힘든 건 힘든 게 아니다. 다 같이 힘들 때가 힘든 것이다. 때론 눈앞에 턱 버티고 선 저 거대한 산을 훅 밀어버리고 싶을 때가 있다. 지금 당장 죽을 만큼 힘들어도 내 곁엔 사랑하는 사람들의 기도가 있다. 우리 삶은 그 누구도 이를 멈추게 할 수 없기에 돌 틈에서 겨울을 난 푸른 잎처럼 눈부시다.
⇩ 참는 게 아니라 기다리기로 한다. 참는 건 힘들지만 기다리는 건 힘들지 않다. 기다림은 곧 희망이다. 신은 우리에게 견딜 수 있을 만큼의 시련만 준다고 하지 않는가. 이 모든 것은 다 때가 있고 시기가 있고 시절이 있다.
⇩ 내삼신봉에서 바라본 멧돼지바위
언제 어디서든 살아 있다는 것은 참으로 소중한 일이다. 우리가 오늘을 열심히 사는 이유 중의 하나는 내일에 대한 여전한 기다림 때문이란 생각을 해본다. 휴식 또한 이 순간을 열심히 사는 일이다. 건강을 위해 난 오늘도 열심히 산을 오른다.
⇩ 정상에서 내려다 본 청학동
날개가 여덟이고 다리가 하나이며 사람의 얼굴에 새의 부리를 한 상상의 새 청학이 울면 천하가 태평해진다는데... 우리 선인들이 꿈꾸었던 청학동이 여기런가?
세속보다 더한 속세로 변해버린 모습이 안쓰럽다. ‘어린아이들은 남녀를 불문하고 머리카락을 자르지 않고 길게 땋아 늘어뜨리며, 성인 남자는 갓을 쓰고 도포를 입는다.’ 하지만 올라오는 길목에서 보니, 그런 사람은 보이지 않고, 팬션과 식당들이 즐비하게 들어서 있다. 이상향을 꿈꾸는 원주민들은 다 어디로 가고 안 보이는 것 일까?
⇩ 정상에서 내려설 때에는 로프를 이용해야하지만, 올라갈 때에는 앞에 보이는 굴을 통과하면 된다
6월의 초순. 산이 짙고 푸르다. 이미 계절은 봄을 훌쩍 넘어 여름으로 향하고 있다. 녹음방초(綠陰芳草)가 실감나는 시절. 싱그러운 계절을 더 홀가분하게 즐길 수 있는 일상탈출... 자~ 오늘은 지리산 하고도 삼신봉이다. 신록이 청정한 초록의 물감은 복잡한 머릿속을 개운하게 해주는 청량제 그 이상이다.
⇩ 이때 즈음이면 송정굴이 나올텐데...
내삼신봉 아래 송정굴을 찾아 두리번거렸지만 보이지 않고, 포기할 즈음에 시원하게 구멍이 뻥 뚫린 기암을 만나, ‘꿩대신 닭’이라며 위안을 삼아본다. 송정굴은 커다란 암봉 밑의 널찍한 관통굴로서 조선중기 학자였던 송정 하수일 선생이 임진왜란 당시 이 굴로 피난했던 것으로 알려져 있다. 적들이 쳐들어왔으면 싸울 일이지 왜 숨어 지냈을까? 지금이나 옛날이나 목숨을 걸어야하는 전쟁은 언제나 민초들 몫이었나 보다....
⇩ 발길을 옮길수록 숲은 점점 깊어만 간다. 얼마쯤 걸었을까. 보기에도 시원스런 활엽수들이 숲을 이루고 서 있다. 삼신봉의 짙은 숲길은 완만해 걷기에도 편안하다.
⇩ 복잡한 도심을 벗어나 자연으로 돌아갈 수 있는 곳, 싱그러운 바람과 따스한 햇살을 즐기며 나뭇잎의 이야기를 들을 수 있는 지리산국립공원은 일상에 지친 사람들에게 에코에너지를 선사한다. 이 초록 숲에서의 산행은 화사한 6월, 우리를 유혹하기에 충분하다
⇩ 열쇠구멍이 또렷한 쇠통바위..
쇠통바위는 두개의 큰 바위가 머리를 맞대고 있는데 그 사이로 큰 구멍이 뻥 뚫려 있다. 바위 상부에 마치 거대한 쇠통(자물쇠) 모양의 바위에 구멍이 나 있는데, 청학동 사람들은 학동마을에 있는 열쇠 바위를 이 구멍에 꽂으면 천지개벽과 함께 새로운 세계가 열린다고 믿고 있단다.
⇩ 쇠통바위에서 바라본 내삼신봉
날씨가 좋으면, 그 너머로 북쪽 하늘을 가르며 장쾌하게 펼쳐진, 천왕봉에서 노고단에 이르는 지리산 주릉길이 보일텐데... 비록 쾌청하지는 않을망정 많이 흐리지도 않은데 시야는 트이지 않고 있다.
⇩ 쇠통바위를 올라서면 청암면 묵계리 전경이 펼쳐진다.
상불재 방향으로 능선을 따라 걷다보면 청학동의 모습이 세속에서 벗어난 무릉도원처럼 아스라이 보인다. 산 중턱에 물을 이고 있는 것은 묵계저수지다. 청학동과 묵계지 중간, 터널을 통해 거림마을로 갈 수 있다. 어~~ 청학동에서 머물던 푸른 학이 언제부턴가 내 머리위에서 날갯짓을 하고 있다.
⇩ 하동 독바위
주능선인 1301봉에서 200여m 벗어나 있어 일부러 찾아보지 않기로... 독바위는 먼 능선길이나 청학동에서 그 온전한 모습을 볼 수 있는 거대한 바위다.
철도 없이 여름이다. 자연(自然)이 자연스럽지가 않다. 인간이 퍼다 먹은 자원으로 인해 봄이 사라져버렸으니, 모든 게 내 탓이다. 아이들이야 물놀이철이 길어져 좋겠지만 섭씨 30도를 웃도는 6월이 어디 봄인가. 그래서 난 떠난다 ‘섭시 8도’의 공간이 있는 산으로...
⇩ 상불재
왼쪽 방향은 청학동의 삼성궁, 오른쪽은 쌍계산 방향, 곧바로 직진하면 형제봉을 거쳐 소설 토지의 배경인 악양 평사리가 나온다. 상불재에서 불일폭포까지의 하산 길은 험한 돌길... 각종 낙엽수들과 단풍나무들이 터널을 만들고 있다.
⇩ 상불재에서 너덜길을 한참 힘들게 내려서면 갑자기 잣나무가 우거진 포근한 흙길을 만난다. 그렇다고 고생 끝났다 생각하면 큰 오산... 고마운 흙길은 잠깐이면 끝나버리고, 또다시 무릎에 무리를 주는 너덜길이 주욱 이어진다. 길가는 낙엽송과 잣나무, 단풍나무, 신갈나무와 갈참나무들이 주종이다. 물론 산죽은 필수...
⇩ 불일폭포
청학봉과 백학봉이 마주선 협곡 사이로 떨어지는 폭포로서 낙차가 60미터란다. 지리산에서 가장 규모가 큰 이 폭포는 고려 희종 때(1205년) 지눌 보조국사가 폭포 옆에 암자를 짓고 수도하던 곳이었다고 한다. 그가 입적하자 왕이 내린 '불일'이란 시호를 따라 붙여진 이름이다.
⇩ 수량이 많을 때에는 괴음을 토하는 물줄기가 천지를 진동시킨다는데... 겨울가뭄이 아직 해갈되지 않았는지 수량이 많지 않아 기대에 못미쳤지만, 그 웅대함은 설악산의 대승폭포에 견줄 만큼 위용이 넘쳤다. 깎아지른 절벽에 고고하게 서있는 소나무, 절벽에 달라붙어 끈질긴 생명력을 과시하고 있는 이끼, 무르익은 봄기운을 타고 있는 연녹색 푸르름의 나무들... 왁자지껄한 등산객들의 환한 미소를 뒤로하고 발길을 되돌렸다
⇩ 꿈속 같은 정경의 불일평전
불일폭포를 구경하고서 빼곡히 하늘을 덮던 나무들의 터널을 부지런히 내려오는데 갑자기 하늘이 열린다. 소나무 아래 네 개의 장승이 버티고 있는 불일평전이다. 휴게소 주인이 가꾸어왔다는 소망탑들, 한반도 지형을 닮은 연못과 그 연못가에 자라는 작은 소나무는 시간에 쫓겨 그냥 스치듯 지나쳤다.
지루한 돌계단을 10분 뛰고서야, 불일폭포를 들르지 않은 집사람을 따라잡을 수 있었다. 마침 집사람은 최치원이 학을 불러 타고 다녔다는 큼직한 바위인 환학대(환악대)에서 기다리고 있었다.
⇩ 쌍계사
지리산 남쪽 中산간지대에 위치한 사찰로 본래 이름은 옥천사였다. 신라 성덕왕 22년(723년) 삼법화상에 의해 창건했다가 840년 진감선사가 개창하며 쌍계사라는 이름이 붙여졌다. 문화재로는 국보 47호인 진감선사대공탑비를 비롯하여 부도, 5층석탑, 일주문 등을 간직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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