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지 : 중국 무릉원풍경구 : 황석채(黃石寨)
여행일 : ‘13. 11. 4(월)
특징 : 한(漢)의 책사(策士)였던 장량(張良)이 이곳에서 은거하며 고통을 당할 때 사부인 황석공에 의해 구출되었다 해서 ‘황석채’라는 이름이 붙여졌다고 한다. 장가계에서 가장 높은 해발 1300m에 위치하고 있으며, 웅장(雄壯)함으로 장가계를 대표한다. ‘황석채에 오르지 않고 어찌 장가계를 봤다고 할 수 있으랴(부상황석채 왕도장가계 : 不上黃石寨 枉到張家界)’ 첫날 천문산에 오르면서 보았던 문구(文句)이다. 이 문구는 황석채의 입구에서도 눈에 띈다. 황석채가 장가계 여행의 백미(白眉)임을 나타내주는 문구(文句)이며, 빼어난 경관에 대해 그만큼 자신이 있다는 얘기일 것이다.
▼ 황석채를 좀 더 편하면서도 깊이 있게 구경하려면 정상으로 올라갈 때에는 케이블카를 이용하고, 약 5㎞정도 되는 탐방로를 한 바퀴 돌며 눈요기를 한 뒤 내려올 때는 금편계곡입구로 걸어 내려오는 방법이 바람직하다. 케이블카는 1995년 5월에 공사를 시작하여 2년2개월 만에 완공되었는데, 길이는 973m이고 높이는 430m라고 한다.
▼ 매표소를 지나서 10분 정도 들어가면 깔끔하게 정비된 공원(公園)이 나온다. 이곳은 웨딩촬영의 명소인가 보다. 열 쌍도 넘는 신혼부부들이 웨딩드레스(wedding dress)를 입은 채로 갖가지 포즈를 취해가며 사진촬영을 하느라 정신이 없다. 그리고 한편에는 원숭이들의 재롱, 황석채와 금편계곡 주변에는 유난히도 원숭이들이 많다. 그러나 원숭이에게 먹이를 주는 것은 조심해야 할 일이다. 먹이를 채려고 덤벼드는 통에 자칫하면 부상을 입을 염려가 있기 때문이다. 또한 이곳의 원숭이들은 제법 사납다. 카메라 앞에서 원숭이들과 포즈를 취해보려던 집사람은 사납게 덤비는 원숭이들에게 봉변을 당할 뻔 했다. 금편계곡으로 하산을 할 경우 이곳이 하산지점이 된다. 황석채 정상으로 올라가는 케이블카의 탑승장(搭乘場)은 이곳에서 셔틀버스로 3~4분 정도 더 들어가는 곳에 있다.
▼ 부상황석채 왕도장가계(不上黃石寨 枉到張家界)라는 문구는 산정(山頂)에 오르기도 전에 증명이 되어 버린다. 케이블카가 출발하자마자 장관(壯觀)이 펼쳐지는 것이다. 너무나 독특하고, 기이해서 말문이 탁 막힌다. 절벽과 절벽사이를 휘감아 돌며 정상으로 향하는 케이블카에서 바라보는 아름다운 기암괴봉(奇巖怪峰)들의 풍경은 한마디로 신비(神秘) 그 자체이다. 그러나 나 같이 고소공포증(高所恐怖症)이라도 있는 사람들은 케이블카를 타는 것 자체가 고통이다. 공포로 인해 눈을 뜨는 것부터가 고통인데, 쾌감과 짜릿함이 아무리 강하다고 해도 무슨 소용이 있겠는가. 집사람의 놀림에 못 배겨 겨우 눈을 떠보지만, 시선(視線)은 위로만 고정시키고 있을 따름이다. 눈을 조금만 아래로 깔 경우에는 어김없이 수백 길의 낭떠러지가 나타나기 때문이다. 현기증이 날 정도의 가파른 바위틈을 지나면 어느덧 정상에 오르게 된다.
▼ 황석채 케이블카에서 내려 맨 처음 오르는 전망대(展望臺)가 육기각(六奇閣)이다. 육각형 모양을 하고 있는 정자(亭子)인 3층 전망대에 오르면 시야가 확 트이면서 저절로 감탄사가 나온다. 필설(筆舌)로는 표현하기 어려울 정도의 비경(秘境)이 펼쳐지는 것이다. 육기각은 산, 물, 돌 그리고 구름, 숲, 동물 등 여섯 가지의 기이한 것이 있다고 해서 붙여진 이름이라고 한다. 정자의 가운데에 계단과 기념품 가게가 있고, 그리고 그 외부를 전망대로 만들어 놓았다. 정자가 제법 큰데도 불구하고 사진촬영이 힘든 것은 그만큼 많은 관광객들이 붐비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수많은 바위봉우리들과 바위틈에 뿌리를 내린 소나무들이 한 폭의 근사한 수묵화(水墨畵)를 펼쳐 보인다. 어제 본 미혼대만이 사람의 혼을 빼앗는 것은 아닌 모양이다. 사람들은 자연에 동화되어 버린 듯 그저 넋을 잃고 앞을 바라보고만 있다. 마치 넋을 빼앗겨버린 것처럼 말이다.
▼ 육기각을 올라봤으면 이번에는 근처에 있는 적성대(摘星臺)이다. 적성대는 해발 1,082m의 높이에 위치하고 있는데, 그 높이에서 별을 딸 수 있다고 해서 붙여진 이름이라고 한다. 이곳은 바라보는 경치도 좋지만 일출을 감상하는데도 최적의 장소로 알려져 있다. 그만큼 시야(視野)가 넓고 멀리 열린다는 의미일 것이다.
▼ 손가락을 펴거나 오므린 것처럼 보인다는 오지봉(五指峰), 수많은 돌봉우리들이 보이는데, 그중의 한 무리가 다섯 개의 봉우리로 이루어져 있다. 절경(絶景)은 더할 것도 뺄 것도 없는 한 폭의 산수화(山水畵)다. 400~500m 높이의 뾰족바위 수백 개가 버티고 있는 형상은 보는 순간 숨이 멎을 정도다. 그리고 절벽의 바위틈에 뿌리를 내린 소나무가 아슬아슬하다. 숨을 쉬는 것조차 잊어버린 채로 그저 눈만 껌벅이고 있다. 전망대 난간에 기대어 아래를 내려다보면 마치 구름 위를 걷는 것처럼 소름이 끼치면서도 황홀해 진다.
▼ 케이블카 상부 탑승장(上部 搭乘場) 부근에 있는 세 개의 전망대를 둘러봤다면 이번에는 정상을 한 바퀴 둘러보는 트레킹을 시작해야 한다. 황석채는 산의 꼭대기에 16.4㏊나 되는 매우 넓고 평평한 구릉(丘陵)으로 이루어져 있다. 덕분에 정상에는 음식점과 관공서 등 편의시설은 물론이고, 심지어는 경작지(耕作地)까지 있을 정도이다. 황석채를 제대로 구경하고 싶다면 트레킹을 빼먹어서는 결코 안 된다. 황석채는 우리들이 흔히 보아오던 산들과는 확연히 다르기 때문이다. 보통의 산들은 산 자체가 기암괴석(奇巖怪石)들을 품고 있지만, 이곳 황석채는 정상(頂上)을 이루고 있는 분지(盆地) 자체에는 기암괴봉(奇巖怪峰)이 하나도 없다. 분지를 가운데에 두고 기암괴봉들이 빙 둘러싸고 있는 모양새인 것이다. 따라서 분지의 가장자리를 따라 한 바퀴 돌게 되는 트레킹을 하지 않고는 황석채를 제대로 보았다고 말할 수 없다. 트레킹은 1시간30분 정도가 소요된다.
▼ 트레킹을 하는 내내 눈은 호사(豪奢)를 누리게 된다. 분지를 한 바퀴 돌게 되는 코스는 곳곳이 뛰어난 전망대이기 때문이다. 회음벽(回音壁), 구중벽(九重壁), 비운동(飛云洞), 통천하(通天河), 선녀헌화(仙女獻花) 등 수많은 전망대들은 다양(多樣)한 이름만큼이나 다양한 풍경들을 보여준다.
▼ 장가계의 첫 번째 매력은 뭐니 뭐니 해도 입이 떡 벌어지게 하는 암봉이다. 인사동에 갈일이 있을 때면 가끔 들러보았던 화랑(畵廊), 그곳에서 보았던 옛 그림들이 다 이곳에 모여 있다. 그림에서나 보았던 기기묘묘(奇奇妙妙)한 봉우리들이 눈앞에 펼쳐지고 있는 것이다. 아니 그림보다 차라리 뛰어나다고 볼 수 있다. 그림은 기껏해야 십여 개, 많아봐야 수십 개 밖에 표현해내지 못하지만 이곳에서는 손가락으로는 헤아릴 수도 없을 정도로 많이 널려있는 것이다. 그 놀라움에 그저 감탄사만 쏟아놓을 따름이다. 그런 암봉들이 가장 많이 널려 있는 곳이 황석채가 아닐까 싶다. 양가계나 원가계, 그리고 천자산 등 장가계의 다른 관광지들은 한 방향, 기껏 해봐야 두 방향 정도에 암봉들이 모여 있다. 그러나 황석채는 사방으로 생김새가 제각각인 암봉들이 헤아릴 수도 없을 정도로 많이 널려있는 것이다.
▼ 장가계가 산(山)이 아니었다고 하면, 다들 무슨 뚱딴지같은 소리냐고 말할 것이다. 그러나 장가계는 먼 옛날에는 평평한 땅이었다고 한다. 그러던 것이 3억 8천만 년에 걸친 융기(隆起), 풍화(風化), 침식(浸蝕) 작용으로 인해 장가계를 오늘날의 모습으로 만들었다. 무른 흙더미는 비바람에 쓸려나가고 바위 덩어리만 남아 봉우리가 됐다. 기기묘묘(奇奇妙妙)한 형상이 만들어질 것은 너무나 당연한 일이다. 피뢰침처럼 수직으로 꽂혀있는 것이 있는가하면, 장기 알을 쌓아 놓은 것처럼 위태롭게 서있는 것도 보인다. 또 어떤 것은 윗부분보다도 아랫부분이 더 가늘어서 곧 쓰러질 것 같은 봉우리까지 보인다. 그런데 어떤 봉우리 위에는 소나무들이 자라고 있다. 한 줌의 흙도 없을 것 같은 바위틈에서도 꿋꿋하게 살아가고 있는 소나무를 보며 지나온 삶을 되돌아본다. 그리고 작은 고난에도 좌절하거나 원망하지 않는 삶이었기를 바래본다.
▼ 서로 다른 높이로 뾰족뾰족 솟은 수백 개의 바위는 흡사 도심의 고층빌딩들을 연상시킨다. 바위틈에 뿌리내린 소나무가 아슬아슬하게 절벽에 걸려있는 모습은 한 폭의 동양화가 따로 없다.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광대한 자연 속에 동화돼 버린다. 넓고(野), 높으며(峻) 험(險)하다. 기이(奇)하고, 수려(秀)하며, 아름답고(巧), 묘(妙)한 것이 딴 세상(幽)이다, 관광안내책자에 적혀있는 장가계의 특징이다. 이보다 더 나은 표현이 있을까? 단 여덟 글자로 장가계, 그중에서도 황석채의 특징을 가장 잘 나타낸 것 같다.
▼ 마치 수천 개의 봉우리가 바다를 이루는 것 같다. 불쑥불쑥 고개를 내밀고 있는 기암괴석(奇巖怪石)들과 그 위에 의연하게 서 있는 몇 그루의 노송(老松). 그리고 깊은 계곡 사이를 빼곡히 채운 수목(樹木)들, 그 신비로움에 소름이 돋을 지경이다. 문득 장가계에 들어오면서 보았던 ‘태어나서 장가계에 가보지 않았다면 100세가 되어도 어찌 늙었다고 하겠는가(人生不到張家界, 百歲豈能稱老翁)’라는 문구가 생각난다. 그 장가계가 바로 이곳 황석채를 이르는 말이 아닐까 싶다.
▼ 하산트레킹은 적성대 옆에서 시작된다. 트레킹은 계단의 연속이다. 이 계단의 숫자가 4천여 개나 된다는 것에 놀라는 사람들이 많다. 그러나 그보다 더 놀라운 것은 이렇게 많은 계단을 사람들이 일일이 정으로 쪼아서 만들었다는 것이다. 인구가 넘쳐나는 중국에서나 가능한 일일 것이다.
▼ 하산은 남천문(南天門)이라는 이름이 붙은 바위틈을 지나기도 한다. 남천문은 거창한 이름에 비해 조형미(造形美)는 그다지 뛰어나지 못하다. 하산길에는 기념품과 먹거리를 파는 상점들을 곳곳에서 만나게 된다. 조잡한 기념품과 입맛을 돋우지 못하는 음식물, 가끔 사먹는 사람들도 보이는 것을 보면, 유난히 입맛이 까다로운 내 눈에만 음식물이 불결하게 보이는 모양이다.
▼ 대암옥(大岩屋), 옥(屋)이란 집을 뜻하는데, 왜 그런 이름이 붙었을까? 바위의 중간 하단에 있는 전망대(展望臺)로 가는 길이 푹 파여 있어서 마치 처마처럼 보이기도 하는데, 그 때문에 붙여진 이름이 아닐까 싶다. 옥에는 지붕이라는 의미도 포함되어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거대한 바위의 외형에 비해 전망대에서 바라본 조망(眺望)은 썩 뛰어나지 못하다. 하긴 산의 아랫자락에서 바라보는 경관(景觀)을 어찌 위에서 아래를 내다보던 경관에 비할 수 있겠는가.
▼ 트레킹은 1시간30분이 채 못 되어 끝난다. 아까 올라갈 때 셔틀버스를 탔던 공원에 도착하면서 트레킹이 끝난 것이다. 날머리에 있는 등산로 입구에는 가마의 요금안내판이 세워져 있다. 이번 장가계 여행 내내 탑승요구에 시달렸던지라 안내판을 들여다 본다. 안내판은 구간별 정액 요금을 표시하고 있는데, 짧은 거리인 100위안(한화 약1만8천원)에서 먼 곳은 300위안까지 받도록 되어 있다. 그러나 장가계 여행 중에 만난 가마꾼들은 부르는 게 값이었다.
▼ 장사로 돌아오는 길에 들른 휴게소에서 장가계라는 술 한 병을 샀다. 장가계주(酒)를 마시지 않고는 장가계를 다녀갔다고 할 수 없다‘라는 광고판(廣告板)을 보았기 때문이다. 그 술은 병의 디자인이 좋아서 지금도 거실의 장식장에 고이 모셔두고 있다. 물론 마시지 않은 채로다. 장사에 도착해서 공항으로 가기 전에 서호루(西湖樓)라는 식당에 들러 중국에서의 마지막 만찬을 즐겼다. 가이드 말에 의하면 한꺼번에 3천명이 식사를 할 수 있는 세계에서 가장 큰 식당이란다. 그의 말대로 식당은 어마어마하게 컸다. 자금성(紫禁城)을 닮은 외형과 정원(庭園) 등 외부의 휴게시설도 수준급 이상이었다. 그러나 음식(飮食)은 기대에 못 미쳤다. 그동안 공무출장(公務出場) 때문에 들렀던 북경이나, 상해, 항주, 광주, 청도 등 다른 지역에서 맛보았던 음식들에 못 미치는 편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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