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지 : 중국 태항산 여행
여행일 : ‘18. 10. 8(월) - 10.12(금)
일 정 : 석가장(8)→휘현 천계산·왕망령·만선산(9)→임주 태항산대협곡(10)→임주 팔천협(11)→안양 문자박물관(11)→석가장 조운묘(12)
여행 넷째 날 : 중국 문자박물관(中國 文字博物館)
특징 : ① 안양(安陽, 安阳) : 하남성의 최북단에 있는 인구 500만의 도시로 중국 7대 고도(古都)의 하나이자 주(周)의 문왕(文王)이 '주역(周易)'을 발전시킨 곳이기도 하다. 또한 세계 최초의 문자 중 하나로 간주되는 '갑골문(甲骨文)'의 고향인 탓에 '문자의 성지'로도 불린다. ‘은나라(殷, BC1384-1111)’의 수도였던 은허(殷墟)의 유적지가 이 부근에서 발견되었기 때문이다. 은의 뒤를 이은 주(周)나라가 낙양(洛陽, 뤄양)으로 도읍을 옮기면서 쇠퇴했다가 근래에 들어와 은허를 발굴하는 작업이 이루어지면서 다시 역사의 장으로 올라섰다고 보면 되겠다. 이 작업은 중국 역사의 시작연도라고 공식적으로 알져왔던 BC 776년보다 500년 전에 찬란하고 진보된 단계의 문명이 이미 발달했었음을 입증했다고 한다. 또한 중국 고대문명의 연대에 관해 가장 확실한 증거를 제공했단다. 참고로 안양에 있는 은의 유적지는 가장 오래된 중국 문자로 신탁(神託)이 새겨진 거북등딱지와 짐승 뼈가 20세기 초에 우연히 발견됨으로써 학자들에게 알려졌다. 그러나 1928년이 되어서야 비로소 과학 장비를 갖춘 조사단에 의해 체계적으로 발굴되기 시작했으며, 이때 발굴된 것으로는 궁궐의 초석을 포함하여 청동제품·마차·도기·돌·옥 및 신탁이 새겨진 수천 개의 ‘뼈 조각’ 등이 있다.
② 중국문자박물관(中國文字博物館) : 중국의 문자 발전사를 반영한 중화문명을 소개하기 위해 2009년에 설립한 박물관으로 건축면적 34,500㎡에 건물 높이 32.5m로 지어졌다. 전시 내용은 한자의 기원·발전·변천, 한자인쇄술, 서예의 발전역사, 갑골문 발견·연구, 소수민족문자 등이다. 소장품으로는 1급 305점을 포함해 문화재 4,123점과 보조 전시품 1,058점 등이 있다. 참고로 우리나라(용산구)에도 ‘한글박물관’이 있다. 한국의 대표적 문화유산인 한글의 역사와 가치를 일깨우는 전시와 체험, 배움의 기회를 제공하기 위해 2014년 문을 열었다. 3층 건물로 지어졌으며 1층에는 한글누리(도서관)가 들어서 있으며, 2층은 상설전시실과 아름누리(카페 & 문화상품점), 그리고 3층은 기획전시실과 어린이를 위한 한글놀이터, 외국인을 위한 한글배움터 등으로 구성되어 있다.
▼ 비행장이 있는 석가장으로 가는 길에 안양시(하남성)에 잠시 들른다. 이곳 안양(정확히는 안양시 관내 ‘소둔촌小屯村이다)’은 중국 최초의 문자이자 세계최조의 문자 가운데 하나인 갑골문자(甲骨文字)를 사용하던‘ 상나라(商, BC 1600-1046)’가 도읍으로 삼았던 곳이다. 그래서 이 지역에서 갑골문자가 많이 발굴되었고 지금도 계속 발굴된다고 한다. 이곳에 ‘중국문자박물관(中国文字博物馆)’이 들어선 이유일 것이다. 버스에서 내리면 커다랗게 지어진 박물관 건물이 여행객을 맞는다. 2009년 정식으로 문을 연 박물관은 현대식 건축 스타일과 상나라의 궁전 양식을 혼합한 ‘포스트모더니즘(postmodernism)’의 대표적 건축물이라고 한다. 상나라의 궁전 양식인 ‘사아중옥(四阿重屋, 네모난 지붕을 가진 2층 건물)’의 이미지를 표현하고 있단다.
▼ 본관의 높이는 32.5m, 외관은 금빛으로 빛난다. 상나라 시대의 문양이라는 도철문(饕餮紋)과 반리문(蟠螭文)으로 장식되어 있다. 참고로 ‘상나라(商)’는 ‘은나라(殷)’라고도 불린다. 20대 왕 반경이 기원전 1,300년경에 은(현재의 안양)으로 수도를 옮겼기 때문이다. 주나라(周, BC1046-256)에 의해 기원전 1046년경 상나라가 멸망하면서 은이 폐허가 되어 은허(殷墟)라 불린다.
▼ 입구에는 문자박물관을 상징하는 조형물인 ‘자방(字坊)’이 세워져 있다. ‘방(坊)’이란 중국 고대건축이 갖고 있는 주요형식의 하나로 ‘패방(牌)’, ‘패루(牌樓)’라고도 불린다. 이곳 중국문자박물관의 자방은 높이 18.8m에 너비가 10m이며, 갑골문(甲骨文)과 금문(金文)에서의 ‘字(자)’를 형상화했다고 한다. 도철문(饕餮紋)의 그림으로 장식함으로써 고풍스러우면서도 위엄을 갖추었다고 평가받는다.
▼ 본관까지 가는 길 양쪽에는 구리로 만든 갑골편(甲骨片) 28개가 전시되어 있다. 표면에 ‘갑골문(甲骨文)’이 새겨져 있음은 물론이다. 갑골문자는 중국 최초의 문자이다. 거북이 등이나 뼈에 새겨진 글자라서 갑골문자라고 한다. 기원전 1,600년에 세워진 상나라에서 만들어 썼던 문자로 세월이 흐르면서 한자로 변화·발전했다. 상나라 때 사용됐던 갑골문자는 3천여 자이나 이 가운데 절반만이 해독됐다고 한다. 그런 그렇고 걸려있는 ‘갑골편’들은 상당히 크다. 그렇다고 갑골문자가 새겨진 거북이의 등까지 엄청나게 클 것이라는 생각을 해서는 안 된다. 모형은 모형일 따름이니까 말이다. 전시장 안으로 들어가면 실물을 보게 되는데, 앙증맞다 싶을 정도로 그 크기가 작다.
▼ 안으로 들면 널따란 홀(hall)이 방문객을 맞는다. 이 중앙 홀은 중국 천원지방(天圓地方)의 이념을 내포하고 있단다. 전시장은 본관의 1·2·3층에 자리 잡고 있으며, 총면적은 7,554㎡에 달하고, 홀·기본전시장·전문전시장·특별전시장 등으로 나뉘어져 있다. 참! 입구에 ‘일편갑골경천하(一片甲骨驚天下)’라는 문구가 적혀있다는 걸 깜빡할 뻔했다. ‘한편의 갑골이 세상을 놀라게 하다’는 뜻으로 중국 문명사에서 차지하는 갑골문의 비중이 그만큼 크다고 할 수 있겠다.
▼ 돔(dome)으로 된 중앙 홀의 천장이 눈길을 끈다. 이슬람 문화권을 여행할 때 만나게 되는 아라베스크(arabesque) 문양을 연상시키는 기하학적인 무늬가 수놓아져 있다.
▼ 사면(四面)에 새겨진 부각(浮刻)은 중국 문자매체의 발전사와 중국 서법 발전사, 세상을 놀랜 갑골, 소수민족 문자 대집성 등을 보여 주고 있단다.
▼ 벽에 걸린 세계지도가 눈길을 끈다. ‘세계 4대 문명’의 발상지를 표기해놓았는데, 이곳 황하 강 유역에서 일어났던 황하문명 말고도 나일 강변의 이집트 문명, 티그리스·유프라테스 강 유역의 메소포타미아 문명, 인도의 인더스 강 유역의 인더스 문명이 표시되어 있다. 큰 강의 유역에 위치한 이들 지역은 교통이 편리하고, 관개 농업에 필요한 물이 풍부하며, 공통적으로 ‘청동기, 문자, 도시국가’라는 특징을 지니고 있다. 이들은 각기 문자를 갖고 있었으니 이집트문명의 성각문자, 메소포타미아문명의 설형문자, 인더스문명의 상형문자, 그리고 이곳 황하문명의 갑골문자이다. 이중 유일하게 갑골문만이 남아 현재의 한자가 되었단다.
▼ 1층은 갑골문을 주제로 전시를 하고 있다. 안양시(安陽市) 관내 은허(發掘)에서 이루어졌던 갑골문의 발견과 발굴 및 연구과정을 보여주는데, 갑골문의 연구서적과 발굴된 일부 갑골들, 그리고 발굴 과정을 보여주는 사진들이 흥미롭게 다가온다. 참고로 박물관의 홈페이지에는 1층의 전시를 ‘갑골현세(甲骨現世)’, ‘과학발굴(科學’, ‘복이문의(卜以問疑)’, ‘문자해독(文字解讀)’ 등 네 부분으로 나누고 있었다.
▼ 갑골편(甲骨片)은 중국에만 있는 게 아닌 모양이다. 미국과 영국, 러시아 등 갑골편을 수장(收藏)하고 있는 나라들과 그 보유 숫자를 세계지도에 표기해 놓았다.
▼ 2층은 3개의 상설전시실과 교류와 영상 전시실이 들어서 있다. 제1전시장은 ‘자법자연(字法自然)’과 ‘갑골기사(甲骨紀事)’ 두 부분으로 나뉘어져 있으며 창힐(倉頡)이 문자를 만든 전설, 고대에 새겨진 부호, 상주갑골과 갑골문자의 창제 방법 등 다양한 내용들이 전시되어 있다. 그중에서도 가장 눈길을 끄는 것은 ‘갑골기사’라는 주제로 전시된 갑골편(甲骨片)들이다. 다양한 형태의 갑골들이 전시되어 있는데 설명문을 보면 거북 배딱지에 새겨진 것이 ‘갑(甲)’, 소의 어깻죽지 또는 짐승 뼈에 새겨진 것이 ‘골(骨)’이란다. 그래서 갑골문을 귀갑수골문자(龜甲獸骨文字)‘라고도 한단다. 한자가 만들어진 원리를 설명해놓은 패널(panel)들도 주의를 끌기에 충분하다. 물체의 형상을 본떠 만든 ’상형 문자‘. 추상적인 개념인 수나 공간을 가리키는 ’지사 문자‘와 상형 문자와 지사 문자 중에서 두 가지 이상의 글자를 결합하여 만드는 ’회의 문자‘ 등은 물론이고 글자의 절반은 뜻을 나타내고 글자의 절반은 음을 나타내는 ’형성 문자‘도 있단다.
▼ ‘종정천추(鍾鼎千秋)’라는 문구가 눈에 띈다. 홈페이지에서 얘기하는 제2전시장인 모양이다. 이곳은 두 부문, 즉 ’종정천추(鍾鼎千秋)‘와 ’물이재문(物以載文)‘으로 나뉘어져 있는데 상조 때부터 춘추전국시기까지의 금문(金文)이 주로 전시되고 있다. 금문이란 은·주 시대부터 진한 시대까지 각종 청동기에 새겨 넣던 문자를 말하는데 다양한 형태의 용기에 글씨가 새겨져 있다. 진열된 유물은 솥(鼎)이 대부분이나 준(樽)과 배(杯) 같은 다른 용기도 일부 보인다.
▼ 이 공간에서는 다양한 종류의 문자들도 엿볼 수 있다. 대나무에 새긴 간독(簡牘, 죽간), 비단에 쓴 백서(帛書), 옥돌에 새긴 옥석기문(玉石器文), 화폐에 새긴 화폐문(貨幣文), 도자기에 새긴 도문(陶文), 도장에 새긴 새인문(璽印文) 등. 종류가 참 다양하기도 하다.
▼ 제3전시장에는 ’문자통일(文字統一)‘, ’종예도해(從隸到楷)‘, ’설자전의(說字傳義)‘ 등의 부분으로 나뉘어 있으며 진한시기의 금문(金文), 간독(簡牘), 돌에 세긴 비갈(碑碣)문자의 발전과 변화 과정 및 고대자서(字書), 한자의 교육, 한자의 표준화, 한자의 개혁 등 역사들이 전시되어 있다. 이 가운데 문자의 통일을 이끈 진시황의 이야기가 주를 이룬다고 보면 되겠다. 중국을 통일한 진시황은 문자, 도량형, 화폐를 통일시켜 사회발전에 이바지했는데, 그중 문자의 통일이 현재 한자를 존재하게 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후 한자는 번체자로 불리는 예서, 해서체에서 더욱 간단히 한 간체자까지 빠르고 간결하게 쓰기 위해 변화를 거듭하고 있음을 전시를 통해 알 수 있다. 참! 이 전시장에도 진한 시기의 금문, 간독, 돌에 새긴 비갈 문자, 일반적으로 볼 수 있는 활자화된 문자 등이 전시되어 있었다.
▼ 일부 공간에는 디오라마(diorama, 하나의 장면이나 풍경을 일정 공간 안에 입체적 구경거리로 구성한 것)로 종이를 만드는 과정이나 배움을 청하는 장면들을 재현해 놓았고, 한편에는 인물의 두상을 배치해 시각적 흡인력을 높이고 있다. 그런가 하면 고대 자전과 한자의 교육이나 개혁 등에 관한 전시물도 보인다. 병음화(倂音化) 과정도 빼놓지 않았음은 물론이다.
▼ 3층은 4·5전시장과 특별전시실로 나누어져 있다. 제4전시장은 ’민족문자 대가족 전시장‘이라고도 일컫는데 ’십문유채(拾文遺彩)‘, ’승고전금(承古傳今)‘, ’창신발전(創新發展)‘ 등 세 부분으로 나뉘어 있다. 이곳에서는 티베트 문자와 몽골 문자, 위구르 문자 등 현존하는 문자는 물론이고, 점차 사라져 가는 세계 유일의 여성 전용문자인 여서(女书)와 윈난 지역에서 사용되는 징포문(景颇文) 그리고 거란(契丹)족이 사용했던 거란문 등 흥미로운 내용들을 엿볼 수 있다.
▼ 이 가운데는 훈민정음과 금강경도 소개하고 있었다. 그런데 한글 또는 한국어라 칭하지 않고 조선족이 쓰는 문자로 소개했다. 우리 것이면서도 우리 것이 아닌 것처럼 낯설게 다가오는 것은 나 혼자만의 느낌이었을까?
▼ 제5전시장은 인쇄술과 정보화 전시장이라고도 일컫는다. ’인쇄술 기원‘, ’조판인쇄(雕版印刷)‘, ’활자연변(活字演變)‘, ’새로운 도약‘, ’정보화시대‘ 등 다섯 부분으로 나누어 제지(製紙)와 조판(雕版), 활자인쇄술, 현대한자, 소수민족 언어문자의 정보화 기술 등의 발전상황을 보여주고 있다. 참! 송나라 때 조판인쇄의 불편함을 해소함으로써 실용적인 활자 인쇄를 발명한 필승(毕昇)의 동상(銅像)도 보인다. 중국 4대 발명품의 하나인 종이와 더불어 인쇄술에 대한 자긍심도 매우 크다는 증거일 것이다.
▼ 새로운 도약을 위한 계획도 보이고 인쇄소를 재현해 놓기도 하였다.
▼ 마지막으로 들른 특별전시실에서는 ’중국 고대 자침전(中國 古代 瓷枕展)‘이 열리고 있었다. 흙으로 구워낸 옛 베개들이 제각기 다른 모습으로 해설과 함께 진열되어 있는데 개중에는 기상천외한 외형을 지닌 것들도 눈에 띄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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