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지 : 중국 무릉원풍경구 : 원가계(袁家界)
여행일 : ‘13.11.3(일)
특징 : 전문가들이 ‘대자연의 미궁’이라고 일컫는 ‘무릉원(武陵源)’은 장가계시의 핵심 경치구역이다. ‘무릉원 명승풍경구’는 ‘**)장가계국가삼림공원’, ‘천자산 자연보호구’ 그리고 ‘삭계욕 자연보호구’로 나뉜다. 원가계는 양가계와 함께 ‘장가계국가삼림공원’에 포함되어 있는데, 우리나라 사람들이라면 결코 빠뜨리지 않고 찾아보는 명소 중의 하나이다.
(**) 아주 오래 전, 장가계(張家界)는 ‘장씨의 마을’이라는 뜻, 장가계는 원래 청암산(青岩山)이라 불렸다. 그러다가 한(漢)나라 유후(留侯, 유주의 제후) 장량(張良)이 은거한 것이 인연이 되어 장가계란 이름을 얻게 되었다. 그는 한신(韓信)이 죽어가며 했던 말, ‘교활한 토끼를 사냥하고 나면 사냥개는 삶아 먹히며, 높이 나는 새를 다 잡고 나면 좋은 활은 감춰지며, 적국을 쳐부수고 나면 모신(謀臣)은 버림받는다.’는 말을 떠올리며 도망쳐 정착했는데, 그곳이 바로 토가족이 살던 청암산이었고, 이곳에서 수행하고 도(道)를 배워 장씨의 도맥(道脈)을 남겼다고 한다. ‘대용’이라고도 불리는 장가계가 세상에 처음 알려지기 시작한 것은 이로부터 2200년이 지난 1980년대부터다. 이 지역 출신 화가가 장가계의 산수를 담은 그림을 발표하면서 중국 정부에 의해 관광지로 개발됐다고 한다.
▼ 보봉호수를 둘러본 다음에는 원가계(袁家界) 관광이 기다리고 있다. 원가계로 가려면 먼저 무릉원(武陵源)시설지구로 와야만 한다. 이곳에서 입장권(入場券)을 구입해야하기 때문이다. 한국화폐로 5만원 정도되는 입장권은 한번 구입하면 2일 동안 사용할 수 있고, 장가계국가삼림공원과 천자산 및 삭계욕자연보호구, 그리고 황석채까지 둘러볼 수가 있다. 그런데 플라스틱 카드(plastic card)로 만들어진 이 입장권이 좀 특이하다. 구입한 사람의 지문(指紋)을 입력시키도록 되어 있는 것이다. 그리고 입장할 때마다 지문 확인과정을 거쳐 입장을 허락한다. 카드 하나를 가지고 여러 사람이 돌아가며 사용하는 것을 막기 위한 것이라고 한다.
▼ 매표소를 통과하면 또 셔틀버스(shuttle bus)가 기다리고 있다. 원가계 입구에 있는 백룡엘리베이터(elevator)까지의 이동수단이 셔틀버스이기 때문이다. 이곳뿐만이 아니다. 장가계는 매표소(賣票所)와 관광지(觀光地), 그리고 관광지와 관광지 사이를 모두 셔틀버스를 이용해서 이동시키고 있다. 물론 도보로 이동할 수도 있지만 실제 걷는 사람들은 눈에 띄지 않았다. 걸어서 이동하기에는 소요되는 시간이 너무 오래 걸리기 때문일 것이다. 셔틀버스는 백룡엘리베이터 앞이 아닌 금편계곡 광장에다 내려놓는다. 오후 일정에 들어가기 전에 먼저 점심을 먹기 위해서라고 한다. 금편계곡이 아니면 오후 일정 중에는 식당가가 없다는 얘기이다. 물론 관광지의 간이식당에서 중국 고유의 간편식(簡便食)을 사먹을 수는 있지만 그럴 수야 없을 것이다. 계곡의 상가에 있는 조선족 식당에서 먹은 점심은 국내에서 사먹는 식사와 별반 다른 점이 없을 정도로 맛깔스러웠다. 아니 두부조림과 목이버섯은 차라리 국내에서보다 더 나은 편이었다. 참고로 이집에서는 자연산 목이버섯을 팔고 있다. 사가지고 돌아와 먹어본 결과 진품이었는데, 값까지 저렴하니 선물용으로도 구입해볼만하다.
▼ 식사를 마친 뒤에는 **)금편계곡(金鞭溪谷)을 둘러보는 시간이다. 1시간을 채 못 넘기는 자투리시간을 주었기 때문에 계곡을 다 둘러볼 수는 없고, 상가의 광장(廣場) 근처만 돌아볼 수가 있었다. 광장 근처는 기암절벽(奇巖絶壁)으로 둘러싸여 있기 때문에 어느 쪽으로 고개를 돌려봐도 눈에 들어오는 것이라곤 오로지 기암(奇巖)뿐이다. 금편계곡으로 들어서본다. 하지만 멀리 갈 수는 없고, 길가를 점령하고 있는 원숭이들만 희롱하고 발길을 돌리고 말았다. 기암괴석이야 조금 후에 만나게 될 원가계에서도 실컷 구경할 수 있을 것이기 때문이다. 이런 구경을 일컬어 주마간산(走馬看山)이라고 하는 것이 아닌지 모르겠다.
(**) 금편계곡이라는 이름은 금편암(金鞭岩)을 지나서 흐른다는 데에서 지어진 이름이다. 서쪽으로는 비파계로 모여들고, 동쪽으로는 삭계로 들어가는 한 줄기의 깊고 고요한 7.5Km 길이의 협곡(峽谷)이다.
▼ 금편계곡에서 탄 셔틀버스는 채 5분도 안되어 **)백룡엘리베이터 입구에 관광객들을 내려놓는다. 기암절벽(奇巖絶壁)으로 둘러싸인 협곡(峽谷)의 안이다. 그런데 한쪽 절벽에 밧줄처럼 길게 매달린 시설물 하나가 보인다. 백룡엘리베이터로 그 높이가 무려 326m나 된다고 한다. 어떻게 저기에 저런 시설을 만들겠다는 발상(發想)을 했을까? 그들의 창의적(創意的)인 발상에 찬사를 보내본다. 원가계 관광은 백룡엘리베이터를 타는 것으로 시작한다. 수직(垂直)으로 서 있는 엘리베이터를 타고 곧바로 올라간 뒤 기기묘묘(奇奇妙妙)한 바위봉우리 주변을 걸으며 풍경을 감상하게 되는 것이다. 원가계를 구경하려면 백룡엘리베이터를 타고 올라가야만 한다. 물론 엘리베이터의 탑승권(搭乘券)은 ‘무릉원’ 입장권과는 별도로 따로 돈을 내고 구입해야만 한다.
(**) 장가계 국가삼림공원 내 수요사문에 설치된 백룡 엘리베이터는 높이 335m에 이르는 세계 제일의 관광전용 엘리베이터라고 한다. 실제 운행높이는 326m로 밑으로 156m는 산속 수직동굴(垂直洞窟)이며 그 위로 170m는 산에 수직 철강구조를 설치해 만들었다.
▼ 엘리베이터에서 내리면 기암절벽과 괴석(怪石)들이 펼쳐진 광경을 볼 수 있다. 기이한 형태의 봉우리들이 우뚝우뚝 솟아 있어 장관을 이루며, 봉우리 아래 울창한 계곡을 내려다보면 아찔한 생각이 든다. 눈앞에 펼쳐지는 절경에 한눈을 팔다가 셔틀버스 정류장으로 향한다. 백룡에레베이터에서 내려 20분 정도 걸으면 셔틀버스 정류장, 줄을 서서 기다리다보면 군밤을 파는 여자들이 몰려든다. 2천원이라며 막무가내로 권한다. 집사람이 한 봉지를 사서 먹고 있는데도 한 봉지 더 사라고 조를 정도인 것이다. 좀 짜증스러웠지만 다행이도 군밤은 맛이 있었다.
▼ 셔틀버스에서 내려 조금 걸으면 원가계 최고의 전망대라는 미혼대(迷魂臺)이다. 정신(혼)을 잃을 만큼 아름다운 곳이라 하여 미혼(迷魂)이라는 이름을 붙였다고 한다. 미혼대는 크게 두 부분으로 나누어지는데 한 부분이 2미터 정도 더 높으며 열댓 명이 앉을 수 있는 넓이다. 전망대에 서면 불규칙적으로 뾰족하게 솟아있는 석봉들이 늘어서 있는 것이 보인다. 역광(逆光) 때문에 흐릿하게 나타나는 광경은 마치 한 폭의 동양화를 보는 것 같다. 그러나 서글프도록 아름다운 광경도 잠시 시장바닥을 방불케 하는 관광객들로 인해 오래 버티지 못하고 이내 자리를 뜨고 만다.
▼ 좁은 산길을 한참 가다보면 또 다른 전망대가 나타난다. 이번 전망대에는 제임스 카메론 감독의 영화 ‘아바타’의 주인공 조형물(造形物)이 만들어져 있다. 아바타의 주인공이 새를 타고 하늘을 나는 모형을 만들고, 수많은 영화의 내용을 담은 벽보(壁報)들을 붙여 놓았다. 마치 이곳에서 영화(映畵) 촬영(撮影)한 것처럼 꾸며 놓았으나 사실은 모티브(motive)만 따왔을 따름이다. 원가계의 풍경을 모티브로 한 그래픽(graphic)을 영화에 삽입했을 뿐인 것이다. 그래도 아바타 조형물을 배경으로 사진 찍는 사람들이 많은 모양이다. 사진을 찍어주는 것을 직업으로 삼고 있는 현지인이 있는 것을 보면 말이다. 때문에 관광객들이 자기 카메라에 자기 모습을 담는 것은 불가능하다.
▼ 원가계의 험준한 바위절벽과 쭉쭉 뻗어 오른 바위봉우리들을 보고 있노라면 자연스레 영화 ‘아바타’의 장면들이 떠오르게 된다. 실제와 영상(映像)이 번갈아 나타나면서 어느 것이 진짜이고 어느 것이 영상인지 구분이 되지 않을 정도이다. 그저 황홀할 따름이다. 실제로 원가계의 곳곳에서 만나게 되는 전망대(展望臺) 앞에 서면, 설 때마다 그 어느 수식어로도 표현하지 못할 정도로 멋진 풍경(風景)이 펼쳐진다.
▼ 산길 곳곳에서 만나게 되는 전망대에서 한눈을 팔다보면 또 하나의 절경이 눈에 들어온다. 바로 천하제일교이다. 1982년에야 사람들에게 알려지기 시작했다는 '천하제일교'는 자연이 만들어낸 또 하나의 걸작(傑作)으로 실제 처음 발견 했을 당시에는 수(隨)나라때 만들어진 석교(石橋)인 것으로 알았다고 한다. 그만큼 정교(精巧)하게 생겼다는 얘기이다. 긴 세월 동안 여러 차례의 지각변동(地殼變動)과 기후의 영향을 받아 형성된 이 천연 석교는 350미터 높이의 두 바위벼랑 위에 놓인 두께 2m에 길이가 20m인 돌다리(石橋)이다.
▼ 천하제일교는 깎아지른 듯한 바위절벽 위에 놓여있기 때문에 다리 위를 거닐 때는 아찔한 느낌마저 든다. 그런데 다리 위를 걷다보면 색다른 풍경(風景)이 눈에 들어온다. 다리 부근의의 난간에 수많은 열쇠들이 매달려 있는 것이다. 중국의 민간 풍속(風俗) 중의 하나로 사랑하는 사람들이 매달아 놓은 것이라고 한다. 난간에 열쇠를 채우고 그 키를 다리 아래로 던져버리면 그 키는 영원히 찾을 수가 없게 된다. 그래서 그들의 사랑도 영원히 깨지지 않게 된다고 한다. 우리부부도 하나 채워볼까 하다 그만 둔다. 열쇠가 꼭 아니더라도 우리의 사랑이 깨질리 만무하니까 말이다.
▼ 천하제일교를 건너 맞은 편 봉우리까지 갔다가 되돌아 나오면 원가계의 관광은 거의 끝이 난다. 마지막 하나 남은 전망대를 둘러보고나면 수많은 상점들이 늘어서있는 상가에 이르게 되면서 원가계 관광이 끝을 맺는 것이다. 중국의 모든 관광지는 항상 한 방향으로 이어진다. 다시 되돌아 올 필요가 없도록 개발되어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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