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지 : 중국 장가계 보봉호(寶峰湖)
여행일 : ‘13.11.3(일)
보봉호의 특징 : 삭계(索溪)자연보호구 남쪽에 위치한 보봉호는 댐(dam)을 쌓아 물을 막아서 만든 자연의 호수에 인공적 준설을 더한 인공호수(人工湖水)이다. 길이는 2.5㎞이며, 수심은 평균 72m이고 깊은 곳은 150m나 된다고 한다. 원래는 수력발전(水力發電)과 양어장(養魚場)으로 사용되었는데 말레이시아 상인이 투자를 더하여 관광지(觀光地)로 개발하였다. 아름다운 호수와 그윽한 주위 환경이 잘 어울려 무릉원(武陵源) 수경(水景)중의 대표로 뽑힌다. 참고로 보봉호는 해발 555m 정도의 산 중턱에 만들어져 있는데, 호수의 물은 하늘의 비와 땅의 샘, 두꺼비의 눈물로 채워졌다는 전설(傳說)이 전해진다.
▼ 보봉호의 트레킹은 삭계욕마을에 있는 ‘보봉호풍경구(寶峰湖風景區)’의 매표소를 통과하면서 시작된다. 입구로 들어서면 길은 둘로 나눠진다. 왼편은 자동차 등이 다닐 수 있을 정도의 널따란 포장도로, 인도(人道)는 포장도로의 오른편에서 나란히 이어진다. 입구에는 지팡이를 파는 곳이 자주 눈에 띈다. 보봉호까지 가는 길이 그다지 힘들지도 않은데 지팡이를 팔고 있는 것을 보면 아마 이곳을 찾는 사람들 중에 노약자(老弱者)들도 꽤 많다는 의미일 것이다.
▼ 매표소를 지나면 왼편에 거대한 폭포(瀑布) 하나가 보인다. 바위절벽에 뚫린 구멍에서 힘찬 물줄기를 쏟아내고 있는데 아쉽게도 인공폭포라는 가이드의 설명이다. 절벽 뒤편이 보봉호수인데 인위적으로 구멍을 뚫어 폭포를 만들었단다. 보봉호수의 수위(水位) 조절과 관상용(觀賞用)을 겸하고 있으니 다목적 폭포인 샘이다.
▼ 매표소에서 한참을 올라가면 오른편에 보봉사(寶峰寺)라는 절이 나타난다. 사찰 뒤편의 암봉들이 위용을 자랑하고 있다. 하늘을 찌를 듯한 위세(威勢)를 뒤로 하고 갈 길을 재촉한다. 오늘의 관광 일정이 빠듯하기 때문이다.
▼ 입구에서 10분 조금 못되게 걸으면 왼편에 돌로 만든 아치형(arch)의 다리가 하나 보인다. 보봉호로 가려면 이 다리를 건넌 후 이번에는 돌계단을 밟고 고갯마루로 올라서야 한다. 제법 긴 계단을 힘들게 올라 고갯마루를 넘으면 드디어 보봉호수이다. 파란 물결이 넘실거리는 호수는 인공적으로 만들었다는 것이 실감나지 않을 정도로 자연과 잘 동화(同化)되고 있다.
▼ 호수에 왔으면 이번에는 유람선(遊覽船)을 타야한다. 유람선을 타고 호수를 둘러봐야만 보봉호의 아름다운 경관을 온전히 구경할 수가 있기 때문이다. 유람선을 탈 때는 따로 돈을 낼 필요는 없다. 아까 입구에 들어올 때 구입(購入)한 입장권에 이미 승선료(乘船料)가 포함되어 있기 때문이다. 기념품 가게 앞에 있는 승선장(乘船場)에 서면 꽤 많은 배들이 늘어서 있는 것이 보인다. 물론 호수 위에도 오가는 유람선들이 보인다. 그만큼 이곳을 찾는 사람들이 많기 때문일 것이다.
▼ 유람선은 호수를 한 바퀴 돌며 빼어난 경관을 보여준다. 배마다 토가족 여성안내원이 한사람씩 승선하지만, 우리를 안내하는 가이드는 그녀의 설명이 성에 차지 않는 모양이다. 호수를 거의 한 바퀴 다 돌 때까지 마이크를 넘겨줄지를 모르고 있기 때문이다. 가이드의 설명이 시작된다. 그의 설명에 따라 고개를 좌우로 돌린다. 아름다운 바위봉우리들이 연이어 나타난다. 아니 두 개다. 시선(視線)을 잠시 아래로 돌리면 바위봉우리 하나가 더 물위에 떠 있는 것이다. 호수 주변을 둘러싸고 있는 봉우리들이 물에 비쳐 그 자체로 아름다운 한 폭의 산수화(山水畵)가 된다.
▼ ‘손뼉을 크게 쳐 주세요.’ 난데없는 가이드의 지시에 따라 무조건 박수를 치고 본다. 그러자 오른편에 보이는 작은 배에서 묘령(妙齡)의 토가족(T'u-chia, 土家族) 여성이 나타나면서 노래를 부른다. 이 노래는 토가족이 짝을 찾을 때 부르는 구애가(求愛歌)라는 가이드의 설명이다. 여자의 노래만 있는 것이 아니다. 호수를 한 바퀴 둘러보고 나올 때 맞은 편에 있는 배에다 다시 한 번 박수를 치면 이번에는 남자가 나타나 노래를 하는 것이다. 옛날에는 배 한척에 남녀(男女) 한 쌍이 함께 머물며 노래를 불렀었다고 한다. 그렇다면 요즘은 왜 그들을 떼어 놓았을까? 가이드의 귀띔에 의하면 유람선이 뜸할 때, 선남선녀(善男善女)가 할 수 있는 일이란 뻔하기 때문이란다. 믿거나 말거나이다.
▼ 30분 정도 유람선을 타고 있노라면 선녀바위, 두꺼비바위, 공작새바위 등 사람이나 짐승을 닮은 바위들이 보인다. 기기묘묘(奇奇妙妙)한 바위들이 나타났다 사라지기를 반복하면서 사람들을 황홀경에 빠뜨리게 만든다. 어떤 사람들은 ‘마치 신선(神仙)이 되어 무릉도원(武陵桃源)에 있는 듯하다’고 표현을 할 정도이다. 하긴 보봉호가 위에서 내려다볼 때 마치 산 속에 비취 알맹이를 품고 있는 것 같다고 했으니 그런 느낌을 받았을 만도 하다.
▼ 보봉호는 기이한 모양의 바위봉우리들에 둘러싸인 모습이 꼭 ‘천연요새’ 같다. 말 그대로 보물 같은 바위봉우리들이 호수에 비치고 고개를 올려보면 보이는 것 마다 아름답기 그지없다. 그래서 이곳이 영화촬영지(映畵撮影地)로 자주 이용되나 보다. 참고로 이곳에서 우리가 잘 아는 영화인 '와호장룡'과 ‘서유기’가 촬영되었다고 한다.
▼ 30분 정도의 선상(船上)트레킹이 끝나면 유람선은 아까 배를 탔던 곳에서 조금 떨어진 건너편에다 관광객들을 내려놓는다. 보봉호와 아쉬운 이별을 해야만 하는 것이다. 보봉호를 벗어나는 길은 계단과 함께 시작해서 계단으로 끝을 맺는다. 고층건물의 비상계단을 닮은 계단이 끝도 없이 나타나는 것이다. 계단을 내려가다 보면 바위벼랑에 난 옛길이 보인다. 새로운 계단을 만들기 전에 통행하던 길이다. 난간도 없는 저런 길을 다녔을 생각을 하니 소름이 끼칠 정도이다.
▼ 계단이 끝나면 보봉폭포 아래로 내려서게 된다. 아까 올라갈 때 보았던 인공폭포이다. 폭포는 호수와 함께 이곳 풍경구의 대표적인 볼거리인 것이 분명하다. 온통 사진을 찍느라 분주한 모습들만 보이기 때문이다. 사진촬영 포인트 주변에는 예쁘게 전통복장을 차려입은 토가족 아가씨들이 많이 보인다. 1천원만 주면 함께 사진을 촬영(撮影)을 해주겠단다.
▼ 폭포를 빠져나오는 길은 딱 하나뿐이다. 토산품전시장을 통과해야만 밖으로 빠져나올 수 있도록 되어 있는 것이다. 목조 조각품, 중국전통의 수예품, 보석류 등 상당히 이국적인 것들로 꽉 채워졌지만 내 눈길을 끌지는 못한다. 거기다 하나 더 눈에 띄는 것은 장뇌삼이다. 한국에서 그리도 비싸건만 이곳에서 1만원이면 한 뿌리를 살 수 있으니 엄청나게 싼 편이다. 그러나 이 역시 내 호기심을 자극하지는 못한다. 오랜 여행에서 쌓인 노하우(knowhow), 관광지에서의 쇼핑은 후회와 함께 끝을 맺는 경우가 많다는 것을 익히 알고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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