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지 : 중국 무릉원 명승풍경구 : 양가계(楊家界)
여행일 : ‘13.11.3(일)
특징 : 동쪽으로 원가계, 북쪽으로는 천자산과 인접해 있는 양가계는 10년 전만해도 사람들의 입에 떠올려지지 않던 장소였다. 때문에 인터넷에 떠도는 지도(地圖)들을 아무리 찾아봐도 양가계라는 지명(地名)은 보이지 않는다. 양가계는 양(楊)씨 일족들이 이 지역에 많이 산다고 해서 얻어진 이름이라고 한다. 옛날 북송의 양가장(楊家將)이 향왕천자(向王天子)를 토벌할 때 천자산에 군대를 주둔시켰다고 한다. 쉽게 끝날 줄 알았던 전쟁이 길어지면서 양씨의 후손들이 이 지역에 번성하게 되었고, 이로 인해 양가계라는 이름을 얻게 되었다는 것이다. 장가계가 장씨 성이 많아서 생긴 이름이고, 원가계가 원씨들이 많이 산다고 해서 그런 이름이 생긴 것과 마찬가지인 것이다. 양씨 가문에 전해져오는 족보(族譜)와 명청시대(明淸時代)의 양씨 조상(祖上)들의 묘(墓), 그리고 천파부(天波府), 유량완(六浪灣), 쫑바오완(宗保灣) 등의 지명(地名)들이 이러한 전설(傳說)을 뒷받침 해주고 있다고 한다. 또한, 양가계에는 8개의 웅장한 바위봉우리(石峰)이 있는데, 양씨가문의 여덟 장수(將帥)가 바위로 변한 것이라는 전설도 전해진다.
▼ 원가계 관광이 끝나면 또 다시 셔틀버스(shuttle bus)를 타게 된다. 이번에는 양가계를 보기 위해서이다. 양가계의 주차장에 도착하면 주변에 들어선 상점들이 먼저 눈에 들어온다. 그리고 길가에는 노점상, 대부분 밀감 등 과일을 팔고 있다. 이곳의 상인들도 역시 한국 화폐로 가격을 흥정한다. 그리고 또 하나 눈에 들어오는 것은 가마, 중국의 관광지에서 빼놓을 수 없는 구경거리이다. 그들이 받는 요금(料金)은 부르는 게 값이었지만, 공식적인 요금은 사실 정해져있다. 이는 황석채 트래킹을 마치고 나서 날머리에 세워진 정액요금(定額料金) 안내판을 보고 알 수 있었다.
▼ 입구에서 10분쯤 들어가면 길은 계곡 아래로 잠시 내려섰다가 다시 오른편으로 붙는다. 바위절벽 아래로 길이 나있기 때문이다. 이 길을 따라 잠시 걸으면 오룡채라는 현판이 붙은 건물을 통과하게 된다. 예로 들면 양가계의 대문인 셈이다. 오룡채 대문을 통과한 후, 돌계단을 잠시 오르면 조금 너른 공터를 인위적(人爲的)으로 만들어 놓았는데 전망대(展望臺) 역할을 한다. 공터의 뒤편 벼랑아래에는 현지인이 노래를 부르고 있는 것이 보인다. 노래를 불러주고 얻는 팁으로 살아가는 모양이다. 전망대에서 볼 때 맞은 편에 보이는 절벽이 회음벽(回音壁)일 것이다. 이곳에서 소리를 지르면 앞에 보이는 절벽에 부딪친 후에 메아리가 되어서 다시 돌아온다고 해서 그런 이름을 얻었다고 한다.
▼ 전망대에서 조금 더 올라가면 길이 두 갈래로 나뉜다. 왼편은 바위벼랑을 따라 산 위로 올라가는 길이고, 오른편은 좁다란 협곡(峽谷)을 통과하여 위로 오르는 길이다. 그러나 어느 길로 가더라도 오늘의 하이라이트인 천파부로 가기는 매일반이다. 마음에 드는 길로 갔다가 되돌아 올 때는 반대방향의 길로 나오면 된다. 그러나 난 오른편 협곡으로 진행해볼 것을 권하고 싶다. 벼랑으로 난 길은 조망(眺望)이 뛰어나기 때문에 산을 내려오면서 봐야 제격이기 때문이다. 이렇게 아름다운 경관(景觀)을 등 뒤에 놓고 걷는다는 것은 생각만 해도 불행한 일이다.
▼ 오른편으로 방향을 잡으면 곧바로 협곡(峽谷)으로 들어서게 된다. 좁다란 협곡은 한사람이 겨우 통과할 수 있을 정도이다. 이런 길이라면 아무리 많은 군대가 쳐들어온다고 해도 걱정할 필요가 없었을 것 같다. 그래서 이곳 오룡채가 산적(山賊)들의 소굴로 이용되었나 보다.
▼ 천파부로 가는 길에 만나게 되는 토가민간공예전시관, 전시물의 종류도 적고 모양도 보잘 것이 없다. 그러나 사진은 못 찍게 한다. 카메라만 꺼내들면 고함을 지르는 것이다. 자칫 사진을 찍었을 경우에는 봉변을 감수해야만 한다. 막무가내로 돈을 내라고 윽박지르기 때문이다. 이럴 때는 돈을 주든지 아니면 사진을 지우는 수밖에 없다.
▼ 오룡채 산길의 끝에는 하늘도 출렁인다는 바위봉우리인 천파부(天波府)가 있다. 오룡채 대문에서 서쪽으로 500m쯤 떨어진 곳이다.
▼ 천파부에 올라가려면 거의 수직(垂直)에 가까운 바위벼랑을 내려갔다 다시 기어 올라가야 한다. 때문에 맨몸으로는 결코 위로 오를 수가 없다. 그러나 사람들은 위로 올라가지 않고는 못 배기는 모양이다. 천파부로 올라갈 수 있도록 철사다리 두 개를 걸쳐놓은 것이다. 하긴 인간이 원하면서도 못해내는 일이 어디 있겠는가. 그러나 워낙 아래가 비좁은 탓에 사다리는 수직에 가까울 수밖에 없다. 그래선지 사다리의 밖을 철근으로 빙 둘러 놓았다. 사람들이 절벽 아래로 떨어지는 것을 예방한 것이다.
▼ 전에는 구름다리를 이용해서 건너편으로 갈 수가 있었던 모양이다. 그러나 지금은 통행을 금지하고 있다. 너무 낡아서 통행이 불가능한 탓이다. 내려섰다 다시 올라가는 길이 짜증은 났지만 아래에서 올려다보는 구름다리의 모습이 제법 정겨워서 짜증은 금방 사라져버린다.
▼ 전망대에 서면 천파부라는 말 그대로 각양각색(各樣各色)의 바위봉우리들이 파도처럼 일렁거리고 있다. 그저 황홀할 따름이다. 인간으로서는 감히 범접할 수 없는 신비로움이 깃들어 있는 것이다. 문득 언젠가 옛 그림에서 본적이 있는 무릉도원(武陵桃源)이 머릿속에 떠오른다. 그래서 중국 사람들이 이곳을 무릉원이라고 부르나보다.
▼ 천파부에서 돌아오는 길에는 여러 곳에서 시야(視野)가 열린다. 곳곳이 전망대인 것이다. 아름다운 양가계 트레킹은 장가계 관광과 다른 점이 하나 있다. 다른 곳들은 산봉우리에서 멀리 떨어진 분지(盆地)에서 봉우리들을 바라보게 되지만, 이곳 양가계는 직접 산봉우리에 올라 사방을 둘러본다는 것이다. 산봉우리로 오르는 길은 비좁다. 그래서 한 발만 내디디면 곧바로 하늘로 오를 수 있을 것 같다고 해서 일보등천(一步登天)이라고 부른다고 한다.
▼ 협곡과 다른 방향으로 내려올 때 만나게 되는 절벽구간, 얼핏 봐서는 오금이 저리지 않을까 걱정되지만, 막상 걸어보면 그다지 어렵지 않게 통과할 수 있다. 길이 제법 너른데다가 쇠파이프로 가장자리에 난간까지 만들어 놓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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