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서하구촌(西霞口村) 트레킹 : 신조산 야생동물원(神雕山野生动物园)

 

여행일 : ‘13. 9. 28

소재지 : 중국 위해영성시 성산진 서하구촌(威海 荣成市 成山镇 西霞口村)

산행코스 : 용안항신조산야생동물원성산두복여동해풍경구용안항

함께한 산악회 : 영진투어(집사람 및 아들내외와 함께)

 

특징 : 산둥반도 최동단(最東端)에 위치한 융청(荣成市)는 인구 249만 명의 웨이하이(威海)시에 행정구역이 편입된 소도시로 인구 40만 명이 거주하는 전형적인 농촌마을이다. 서하구촌(西霞口村)이란 지명은 저녁노을이 이쪽으로 흘러간다.’는 데서 유래한다. 용안항 주변에는 중국에서도 내세울 만한 유명 관광지가 많다. 중국에서 가장 먼저 일출을 볼 수 있는 곳이면서 중국의 희망봉으로 일컬어지는 성산두는 진시황의 불로초(不老草) 일화(逸話)가 서려 있고, 산둥성에서 가장 큰 사설 야생동물원이면서 중국 3대 동물원으로 꼽히는 성산두야생동물원’, 그리고 중국국가보호급 명승지인 복여동해가 있다. 복여동해는 자연적 지형이 조롱박처럼 생겨서 복여란 이름이 붙여졌다고 한다. 특히 우리에게 친숙한 유적(遺跡)도 눈에 띈다. 해상무역왕 장보고가 지은 것으로 알려진 불교사원 적산법화원장보고 기념관이 바로 그것이다.

 

 

중국의 서하구촌으로 가기 위해서는 먼저 경기도에 있는 평택으로 와야만 한다. 서하구촌에 있는 용안항으로 가는 배(18t급 대룡호)가 평택항의 국제여객선터미널에서 출발하기 때문이다. 많은 사람들은 선박(船舶)을 이용해 여행을 하면서 낭만이라는 단어(單語)들을 즐겨 사용한다. 그러나 난 여행경비를 줄이기 위해서 배편을 이용했다. 선박을 이용할 경우 많이 저렴해지기 때문이다. 그러나 만일 시간에 쫒기는 직장인들이라면 선박을 이용한 여행은 가급적 피하라고 일러주고 싶다. 배에서 머물러야만 하는 시간이 지루한 것을 넘어서 지긋지긋할 정도로 길기 때문이다. 4시에 승선(乘船)한 배는 830분에야 출항(出港)을 하더니, 한숨이 날 정도로 늦은 속도로 달리다가 아침 8시가 다 되어서야 용안항에 도착했다. 지루함은 여기에서 끝나는 게 아니다. 출입국(出入國) 업무를 담당하는 공무원들의 출근(出勤)하는 시간까지 배에서 더 기다려야 하기 때문이다. 오후 4시에 배를 타서, 다음날 아침 930분에야 중국 땅에 발을 들여 놓았으니 무려 15시간 30분을 배에서 갇혀 지내야만 했다. 물론 돌아올 때에도 형편은 똑 같으니 시간이 여유롭지 못한 사람들이 이용하기에는 무리가 따를 수밖에 없는 것이다.

 

 

 

 

용안항에서 신조산 야생동물원은 버스로 10분 정도밖에 걸리지 않는다. 동물원은 신조산이라는 바다와 인접한 산에 맹수류, 초식동물, 희귀동물, 조류, 열대우림 동물, 아프리카동물, 해양동물 등 200여종, 3,000여 마리의 야생동물들이 살고 있다고 한다. 자연의 조건을 이용하여 동물들이 뛰어 놀 수 있게 만듦으로서 관람객들에게 야생(野生)을 직접 체험할 수 있게 해주는 것이 이 동물원의 특징이다. 참고로 동물원의 입장료는 성인 1인당 120위안이다.

 

 

차량을 이용할 경우에는 신조산의 바위절벽(絶壁) 앞에 있는 광장에까지 곧바로 올라갈 수 있다. 바위 절벽 앞에 서면 금방 동물원에 와 있다는 것이 실감이 난다. 거대한 절벽에 갖가지의 동물 모형들이 빽빽하게 들어붙어 있는 것이다. 그리고 광장의 한쪽 귀퉁이에 지어 놓은 화장실도 이채롭다. 독특하게도 하마와 코뿔소형상으로 만들어 놓은 것이다. 코뿔소가 남자화장실, 그리고 하마는 여자화장실이다. 이왕에 화장실 이야기가 나왔으니, 이곳에서 만난 화장실 문화(文化)도 이야기 해볼까 한다. 동물원을 관람하다 화장실에 들어가 본 사람들은 황당한 상황과 맞닥뜨리게 된다. 특히 여자들이라면 그 정도는 더욱 심해질 것이다. 화장실 바닥에 재래식 변기의 구멍만이 뻥 뚫려있고, 칸막이가 설치되어 있지 않는 것이다. 변기(便器)에 쭈그리고 앉아 일을 보고 있는 사람들은 앞에는 차례를 기다리는 사람들이 줄을 서있다. 줄을 서있는 사람들 앞에서 일을 보아야 하는 상황은 생각만 해도 소름이 끼친다. 이런 문화에 익숙한 중국 사람들이야 괜찮겠지만, 대소변을 자기만의 비밀로 여기고 싶어 하는 한국 사람들은 결코 만나고 싶지 않은 풍경들이 틀림없다.

 

 

관람은 일방통행(一方通行)으로 이루어진다. 출구와 입구가 따로 정해져 있기 때문에 한 방향으로만 진행이 가능한 것이다. 관람은 맹수류 구역부터 시작된다. 마치 성벽을 연상케 하는 담장 위로 관람로(觀覽路)가 나있고, 양 옆으로는 갖가지 맹수류들이 배치되어 있다. 그런데 담장의 높이가 의외로 낮다. 혹시라도 맹수들이 뛰어오르지 않을까 걱정이 되지만, 다행이 맹수들은 초가을 날씨인데도, 오뉴월 염천(炎天)이라도 된 듯이 늘어져 있다. 덕분에 안심하고 관람을 즐길 수 있었다. 지루함을 달래본다고 어제 저녁에 마셔댄 술 탓인지 입술이 바짝바짝 말라온다. 행여 음료수를 파는 코너라도 보일까봐 살피는데, 다행이도 음료수와 선물들을 파는 곳이 눈에 띈다. 이런 코너들은 이곳 말고도 관람로의 곳곳에 설치되어 있다. 15위안인 캔맥주 값은 생각보다는 저렴한 편이다. 집사람과 며느리가 집어든 조개로 만든 팔찌도 15위안이란다. 혹시 이 코너의 모든 상품들이 모두 15위안짜리가 아닐까? 참고로 맹수류 구역에서는 살아있는 닭을 팔고 있는 것이 보인다. 관람객들이 사서 맹수들에게 던져줄 수 있다는데, 살생을 좋아하지 않는 난 그냥 지나쳐버린다.

 

 

 

 

 

 

맹수류 구역을 지나면 자그만 바위산에 지어진 원숭이 아파트가 나타난다. 원숭이들과 관람로 사이에 따로 벽()을 두르지 않았기 때문에 관람객들이 직접 원숭이들은 만져볼 수 있는 것이 특징이다.

 

 

 

 

 

 

 

관람을 하다보면 그동안 주변에서 보아오던 동물원들과는 확연히 다른 점을 느낄 수가 있다. 우선 자연친화적(自然親和的)이라는 것이다. 시설(施設)은 다소 거칠고 조잡하지만 신조산과 바다를 크게 훼손하지 않고 지형을 있는 그대로 이용했다. 그리고 또 하나는 동물들과의 거리를 없앤 것이다. 맹수류나 독물류(毒物類)를 제외하고는 관람객들이 동물들을 직접 만져볼 수 있게 했다.

 

 

 

 

 

 

중국의 국보인 대형 팬더곰, 시엔즈(仙子)와 징징(晶晶)이라는 이름의 형제인데, 오늘은 한 마리만 보였다. 중국의 국보급 팬더곰은 쓰촨(四川)성에 있는 중국 팬더곰 보호센터인 비펑씨아(碧峰)’라는 국가기관이 엄격한 관리를 한다. 시엔즈와 징징은 사천성에 있는 와룡 대형 팬더 자연보호구로부터 들여와 공개하고 있다고 한다. 참고로 팬더곰은 하루에 대나무 24~30(40~50)을 먹고 당근 600g, 2.4의 워터우, 사과 3개를 먹어치운다. 팬더곰 1년 사육비만 약 15천만 원이 들어간다고 한다.

 

 

 

2시간 가까이 이어지던 동물원 관람은 바닷가에서 끝을 맺는다. 마지막 코스가 해양동물(海洋動物) 구역이기 때문이다. 바닷물을 막아 물개, 수달과 같은 해양 동물들을 키우는 발상이 참 신선하다. 바닷가에 있는 지리적 조건을 최대한 살린 것이다. 해양 동물구역 앞의 광장에서 버스에 올라타면서 직접 체험하며 즐겼던 동물원 관람이 끝난다.

 

 

 

동물원 관람이 끝났으면 이제는 출출해진 배를 달래줘야 할 시간이다. 허기를 달래줄 식당은 멀리 갈 것까지는 없다. 아까 동물원에 들어갈 때 입장권을 샀던 매표소 근처에 있기 때문이다. 마침 다음 행선지인 성산두로 가는 길목에 있어서 더욱 시간에 부담이 없다. 그러나 맛을 기대해서는 결코 안 된다. 중국 음식에 거부감을 느끼지 않는 내 식성에 까지 미치지 못할 정도였으니 두말할 나위가 없을 것이다. 하긴 이런 소도시에서 맛까지 챙길 수야 없지 않겠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