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기봉(696m)

 

산행일 : '07. 6. 19

소재지 : 충청북도 단양군 단성면과 대강면의 경계

산행코스 : 방곡리-미륵바위 능선-만기봉 정상-북서릉-장화바위-식기봉-벌천교회

 

만기봉은 월악산 국립공원내에 위치한 산으로 뛰어난 경관미를 자랑하지만 출입금지 구역으로 지정(과태료 50만원 부과 지역은 아님)되어 있어 많은 산행객이 찾는 곳은 아니다. 산행들머리는 방곡 삼거리. 직진하면 벌천을 경유하여 사인암으로, 우측은 빚재(빗재)를 넘어 사인암으로 가는 길이다. 능선 곳곳에 기암과 괴석이 숨어 있어 산행하는 재미가 쏠쏠하지만 찾는 사람이 적어 등산로는 흐릿한 편이다. 만기봉과 식기봉의 모산은 대강면에 있는 황정산이다. 소백산에서 황장산으로 이어지는 백두대간이 1080.6m봉에서 북서쪽으로 가지를 쳐 수리봉과 황정산을 일구고, 황정산을 일군 산줄기는 직티를 거쳐 두 갈래로 나뉘어지는데, 이 중 하나는 북서쪽으로 가지를 쳐 도락산을 일구고, 다른 하나가 남서 및 서북쪽으로 가지를 쳐 만기봉과 식기봉을 일군다.

 

 

 

 

 

산행을 금지시키고 있어선지 등산로가 정비되어 있지 않다

낡은 로프에 정상표시판은 썩은 채로 방치되어 있다

 

 

정상이 식기를 뒤집어 엎어 놓은 것 같다해서 붙은 이름이다

정상은 꽤나 넓어서 수십명이 함께 어울릴 수 있다.

 

 

 

등잔봉(451m)


산행코스 : 산막이 옛길 주차장→고인돌 쉼터→등잔봉→한반도 전망대→천장봉(438m)→삼성봉(550m)→유람선 선착장 쉼터→산막이 옛길→옛길 주차장 (산행시간 : 3시간30분)


소재지 : 충청북도 괴산군 칠성면과 문광면의 경계

산행일 : ‘10. 12. 11(토)

같이한 산악회 : 안전산악회


특색 : 제주 올레길 開發이후 지리산 둘레길과 더불어 ‘우리나라 3대 아름다운 길’로 입소문 을 타면서 매일 1,000 여명 이상의 관광객들이 찾아들고 있다는 괴산 ‘산막이 옛길’,  그 옛길 위의 산봉우리가 등잔봉이다. 韓半島 모형이 잘 조망된다는 등잔봉과 소문난 ‘산막이 옛길’을 함께 거닐어 볼 수 있어 누구나 한번쯤은 찾아볼 것을 권하고 싶다. 산행시간이 짧고 그다지 힘들지 않기 때문에 가볍게 다녀올 수 있는 코스이다.

 

 

▼  산행들머리는 외사리 ‘산막이 옛길’ 駐車場

중부내륙고속도로 괴산 I.C를 빠져나와, 19번 국도와 525번 지방도로를 지나 칠성면 소재지로 접어들면 산막이 옛길 4.2Km라는 이정표가 보인다. 이정표를 따라가면 칠성면 외사리에 있는 ‘산막이 옛길’입구의 제1주차장에 다다른다. ‘산막이 옛길’은 괴산군에서 10억을 들여 2009년 10월에 조성했다는 곳, 호숫가의 경관이 너무 좋아 하루에 천명 이상이 찾는 관광명소가 되었다고 한다.

 

 

 

▼  주차장을 빠져나와 시멘트로 포장된 널따란 ‘수레 길’을 따라 언덕으로 오르면 連理枝가 있는 ‘고인돌 쉼터’가 나온다. 쉼터의 안쪽에 ‘연리지 나무’가 意氣揚揚하게 서있다. 연리지는 영원한 사랑을 상징하기 때문인지, 연리지 나무 주변에 또 다른 사랑의 표시인 하트모양의 목판들이 걸려있는 광경이 보인다. 예쁜 하트모양의 목판에는 사랑을 염원하는 많은 글귀들이 담겨져 있다.

 

 

 

 

▼  수렛길이 끝나면서 시작되는 산책로 주변엔 아름다운 글귀 들을 적어놓은 지게 형태의 전시판들이 괴산호를 배경으로 곳곳에 세워져 있어, 이곳을 찾는 이들에게 볼거리를 제공해 주고 있다.

 

 

 

▼  괴산호의 유람선 선착장이 조망되는 지점을 지나서 통나무계단을 올라서면, 나무다리가 소나무에 매어져있는 출렁다리가 나온다. 소나무와 소나무를 연결해 놓은 출렁다리를 걷는 것은 신나는 일이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다리를 매어놓은 소나무들이 얼마나 버텨낼지 의심스럽다. 그러나 어쩌랴 세상은 인간이 만들어가는 것을...

 

 

 

 

▼  출렁다리를 건너면 다시 산책로와 만나게 된다. 이곳에서 왼편으로 조금 더 진행한 후, 산행 안내도가 세워져있는 지점에서 오른편으로 난 등산로로 접어들면 등잔봉으로 오르게 된다. 산행 안내판에는 1코스인 노루샘에서 천장봉을 지나 산막이 마을까지는 4.4Km, 2코스인 전장봉에서 진달래 동산으로 하산하면 2.9Km로 적혀있다. 거기에다 옛길 3.1Km와 삼성봉을 다녀오는 거리는 덤이다.

 

 

▼  옛길을 벗어나 등산로로 접어들면 곧바로 용담군락지, 곧이어 나타나는 암릉길을 돌아 오르면 비록 잠시지만 소나무 숲 사이로 난 편안한 길을 만나게 된다. 그러나 편안함도 잠시, 등산로는 금방 급경사 오르막길로 변해버리면서 등잔봉으로 이어진다.

 

 

 

▼  가파른 오르막길을 치고 오르면 삼거리 갈림길이 나온다. 이정표에 우측은 편안한 길, 그리고 좌측은 힘들고 위험한 길이라고 적혀있다. 다들 편한 길로 진행할 것으로 생각되지만 오른편 등산로로 들어서는 사람은 한명도 보이지 않는다.

 

 

▼  급경사인지라 힘들기는 하지만, 이정표와는 달리 위험하지는 않는 등산로를 따라 오르면, 첫 번째 전망대를 만나게 된다. 전망대에 올라서면 시야가 시원스레 트이고, 괴산댐의 호수가 잘 내려다보인다. 괴산湖 중간어림에 보이는 것이 한반도 모형이라지만 아직은 그 형상을 그려낼 수 없다.

 

 

 

 

 

▼  展望臺에서 가파른 오르막길을 조금 더 오르면 드디어 등잔봉 정상, 이정표의 다리어림에 이곳이 등잔봉 정상임을 표시해 놓았다. 그 위에는 등산로의 방향표시와 함께, 이곳에서 천장봉은 1.3Km가 남았고, 노루샘에서 여기까지는 900m라고 표시되어 있다. 정상에 서면 눈앞에 군자산과 남군자산이 마음껏 그 아름다움을 자랑하고 있고, 그 발아래 펼쳐진 괴산湖에는 한반도의 모형이 또 다시 만들어 지고 있다. 아직은 설익은 채로... 등잔봉은 옛날 한양으로 과거를 보러간 아들의 장원급제를 위해 등잔불을 켜 놓고, 100일 기도를 올렸다는 유래를 가지고 있단다.

 

 

 

 

 

▼  등잔봉에서 능선을 따라 이어지는 등산로는 콧노래가 저절로 나올 만큼 편안한 등산로이다. 곧이어 만나게 되는 이정표에서, 등산로는 왼편으로 90度로 방향을  틀면서 천장봉과 ‘한반도 전망대’로 이어진다. 천장봉으로 향하는 내리막길은 제법 경사가 심하다. 

 

 

 

 

▼  등산로는 다시 高低가 별로 없는 밋밋한 능선으로 변한다. 능선은 왼편 괴산호 방향은 수직에 가까운 絶壁으로 되어있고, 오른편은 흙으로 된 완만한 傾斜面을 이루고 있다. 능선을 오르락내리락 하면서 걷다보면, 왼편에 시원스레 시야가 열리는 展望臺가 몇 곳이 보인다. 전망대에서 바라보는 湖水의 풍광은 사뭇 뛰어나다.

 

 

 

 

 

 

▼  걷기 편한 소나무 숲을 조금 더 걸으면 곧 韓半島 展望臺가 나온다. 괴산군의 해설은 한반도가 조망된다고 하지만, 내가 보기엔 글쎄다. 저걸 보고 어떻게 한반도를 그려낼 수 있단 말인가... ‘우기는 사람들의 정성을 봐서라도 닮았다고 인정해 줍시다’ 집사람의 말을 듣고 보니 어느 정도 닮기는 닮아 보인다. 역시 사고는 긍정에서부터 출발하는 게 올바른 습관인가 보다.

 

 

 

 

▼  진달래동산 하산로가 표시되어있는 이정표를 지나면, 등잔봉과 마찬가지로 이정표 하나가 달랑 서있는 천장봉 정상에 다다른다. 천장봉은 이정표가 아니라면, 결코 정상인줄 알아챌 수도 없을 만큼, 그저 밋밋한 능선상의 한 지점일 따름이다.

 

 

 

 

▼  천장봉에서 산막이 마을 2.1Km라고 적힌 방향으로 내려선다. 소나무 일색이던 등산로 주변의 나무들이, 천장봉 가까이에 오면서 소나무와 참나무가 알맞게 섞이기 시작하더니, 천장봉에서부터는 참나무 群落地로 변해버린다. 등산로 주변은 별다른 특징을 보여주지도 못하고, 거기다가 나무숲에 가려 조망도 일절 없다.  천장봉에서 한참 내려가면 산막이마을과 삼성봉으로 나뉘는 삼거리에 다다르게 된다. 삼거리이지만 이정표는 좌측으로 산막이마을 방향만 나타내고 있고, 삼성봉은 아예 표기도 해 놓지 않았다. 그러나 이왕에 들른 등잔봉 코스에서, 어느 한 구간을 빼놓을 수 없기에 삼성봉으로 발걸음을 옮긴다.

 

 

 

 

 

▼  삼성봉으로 가는 길은 가파른 오르막길이다. 참나무 잎이 수북이 쌓여 엄청나게 미끄러운 길을 15분 정도 어렵사리 걸어 오르면 삼성봉에 닿는다. 삼성봉에는  정상에 오르면 連理枝(맞나?)에 서투른 글씨로 방향표시를 나타낸 안내판을 매달아 놓았고, 또 다른 나무 한 그루에는 제법 깔끔하게 인쇄된 정상표시판이 붙어 있다.

 

 

 

▼  다시 조금 전에 지나왔던 안부 삼거리로 되돌아와 우측 하산로를 따라 산막이마을로 내려선다. 가파른 내리막길이 잠시 보이더니 이내 완만하고 걷기 좋은 길이 이어진다. 그렇게 이어지는 등산로가 끝날 즈음, 잘 지어진 하얀 건물이 보이고, 그 뒤로는 괴산호의 湖畔이 펼쳐지고 있다.

 

 

▼  ‘산막이 옛길은 하얀 별장형 주택에서부터 시작된다. 주택 근처, 토착 주민의 집인 듯한 허름한 산막에 휴게소를 열고 각종 주류와 간단한 음식들을 팔고 있다. 이곳에서 시작되는 산막이 옛길은 하얀 碎石이 깔린 新作路, 오래묵은 정자나무를 지나치면 선착장을 낀 쉼터가 보인다. 유람선 한척이 떠다니는 湖水 주변의 풍광들이 그림처럼 아름답다. ’산막이 옛길‘이 외길인지라 여기까지 걸어온 사람들이 되돌아 나갈 때 이용하라고 만들어 놓은 듯, 導船料는 편도 5천원이다.

 

 

 

 

 

▼  옛길은 하얀 碎石이 깔린 널따란 자갈길로 이어지다가 모퉁이 하나를 돌면서 길의 폭이 좁아지기 시작한다. 호반에 접한 산허리를 깎아서 만든 道路이니 당연히 좁아질 수 밖에... 원형의 터널 外壁을 다래넝쿨로 두른 지점(다래숲 동굴이라는 이름표를 달고 있다)을 지나면서 옛길은 나무테크로 바닥의 옷을 갈아입는다. 군데군데에서 바라보는 湖畔이 무척 아름답다.

▼  다래숲 동굴

 

 

 

▼  푸르른 호반의 물결위에 길다란 전망대 두 개(고공전망대와 槐陰亭)가 絶壁의 중간어림에서 걸쳐져 있다. 하나는 바닥이 유리, 발 아래로 호수의 푸른 물결이 요동치고 있다. 고공전망대에 올라서면, 문득 올봄에 中國의 상하이에 들렀을 때, 국제금융빌딩의 수백 미터 높이 전망대에 올라가서, 바닥 유리 아래를 내려다보면서 무서움에 몸을 떨었던 생각이 떠오르면서, 갑자기 소름이 돋아 오른다.

▼  괴음정

 

▼  호수전망대

 

 

▼  앉은뱅이가 어렵게 올라 와서 이 藥水를 마시고 걸어서 내려갔다는 ‘앉은뱅이 약수터’ 살아있는 참나무 속에서 쏟아져 나오는 희한한 광경에 감탄하면서. 시원한 藥水 한 바가지로 목을 축인 후, 다시 발걸음을 옮긴다.

 

▼  옷벗은 美女참나무

 

 

 

 

 

▼  남매바위 위에 나무테크로 展望臺(군자산과 비학산, 그리고 괴산호가 잘 조망된다)를 만들어 놓은 望世樓를 지나면, 등잔봉을 오를 때 갈라졌던 삼거리에 도착한다. 테마형으로 조성된 3Km에 이르는 ‘산막이 옛길’은 그 막을 내린다는 의미이다. 옛길은 그 막을 내리기가 못내 아쉬운지 길 왼편에 볼거리를 하나 더 만들어 놓았다. 이름표에 情事木이라고 적혀있는 나무, 소나무의 세 줄기가 서로 엇갈리면서, 그중 한 줄기를 나머지 두 줄기가 가랑이 사이에 끼고 있는 형상, 어떤 사람이 이름을 지었는지는 몰라도 대단히 뛰어난 想像力을 가진 분일 것이다.

망세루

 

정사목(情事木)

 

군자산(君子山, 948m)-남군자산(南君子山, 836m)


산행코스 : 쌍곡교 솔밭주차장→하늘벽→군자산→도마재→남군자산→칠암봉→삼형제바위→보람원→하관평 (산행시간 : 5시간50분)


소재지 : 충청북도 괴산군 칠성면

산행일 : ‘10. 11. 28(일)

같이한 산악회 : 정산악회


특색 : 예로부터 충북의 소금강이라고 불렸을 정도로, 온 산이 奇巖怪石과 암릉으로 이루어져 있어 山勢가 험한 편이다. 옛 문헌에 보면 君子들이 품어야할 孤高한 기상을 소나무에서 찾았다고들 하는데, 어쩌면 군자산이란 이름은 이 산에 소나무들이 많은 이유로 해서 얻게 되지나 않았을까? ‘오늘 산행은 군자산의 암릉과 조망, 그리고 남군자산의 삼형제바위를 빼 놓으면 별로 뛰어난 게 없는 산행이다’라고 말하던 정산악회 회장님의 말마따나 군자산이나 남군자산은 다른 소문난 바위산들, 아니 517번 지방도로 건너편에 있는 칠보산 보다 별로 나은 점이 없는 산이다. 그러나 우리가 보통으로 생각하는 산들보다는 잘생긴 산이니 한번쯤은 찾아볼 가치가 있는 산이다.

 

 

▼  산행들머리는 ‘솔밭유원지 駐車場’

중부내륙고속도로의 연풍 I.C에서 빠져나와 34번 국도를 따라 괴산읍 방향으로 달리다가, 칠성면 소재지 조금 못미처에서 좌회전 517번 지방도로를 따라 쌍곡구곡방향으로 들어서면 된다. 지방도 初入에 쌍곡탐방지원센터가 있다. 쌍곡구곡을 따라 이어지는 도로를 달려 소금강휴계소와 쌍곡교를 지나면 곧이어 오른편에 솔밭유원지 주차장이 보인다. 산행은 주차장 귀퉁이에 서 있는 산행안내도의 뒤쪽으로 난 등산로를 따라 시작한다. 혹시 등산로 입구의 반대방향으로 보이는 저 암릉이 하늘벽? 어쩌면 여기가 아니고 ‘소금강 휴게소’의 뒤편에 보이는 岩壁이 하늘벽일 것이다. 하여간 오늘은 하늘벽의 위를 밟는 코스인 것으로 알고 있으니 어느 암벽이 하늘벽인들 무슨 상관이겠는가...

 

 

 

▼  산행이 시작되자마자 나타나는 鐵製의 틀에 판자를 올려놓은 계단, 그리고 다음은 각진 통나무를 뉘어 놓은 계단이 이어지고 있다. 계단은 자체부터가 경사가 심한데, 거기다가 계단 하나하나의 높이까지 높기 때문에, 한 걸음에 한 계단을 오르는 것 자체를 무척 힘들게 만들고 있다. 시작부터 호흡은 蒸氣機關車의 엔진소리 같고, 영하의 날씨에도 이마에는 땀방울이 비 오듯이 흐르기 시작한다. 그렇게 20분 조금 못되게 오르면 첫 번째 안부와 만난다. 苦盡甘來, 멋진 소나무 한 그루가 여기까지 오면서 겪은 勞苦를 보상해 주고 있다.

 

 

 

▼  첫 번째 안부에서 부터는 오른편에 絶壁을 끼고서 걷게 된다. 워낙 높은 낭떠러지인지라 가끔 오른편을 하얀 로프로 막아 놓고, 그 위에 위험표지만을 매달아 놓은 것을 볼 수 있다. 능선을 따라 걷다보면, 소금강의 하늘벽과 능선의 암릉 등 수려한 景觀들이 보이기 시작한다. 한여름을 예쁘게 장식했을 이파리들이, 다 떨어져버리고 난 빈가지 사이로 잠깐 나타났다가 금방 사라져버리는 아쉬움은 있지만, 짧음의 아쉬움을 달래줄 만큼 넉넉한 아름다움, 험준하면서도 아름다운 자태의 암릉이 시야에서 넉넉하게 펼쳐지고 있다.

 

 

 

▼  안부에서 부터는 잠시 傾斜가 완만해진다. 등산로 주변의 소나무들은 어느새 신갈나무로 바뀌어있다. 어쩌다가 보이는 소나무 아래는 진달래나무가 도배를 하고 있고,.. 급경사 오르막길을 오르느라 달아오른 熱氣를 식히려는지 다들 자켓을 벗어 배낭에 갈무리한다. 오늘은 올해 들어 제일 춥다는 영하의 날씨, 모자의 차양을 타고 흐르는 땀방울이 고드름으로 맺힐 정도로 매서운 추위인데도, 산을 오르며 내품는 산을 사랑하는 山客들의 열기까지는 결코 얼리지 못하는가 보다. 길바닥에는 어제 내린 눈발이 약하게 쌓여있으나 미끄럽지는 않다.

 

 

 

▼  첫 번째 안부에서 20분쯤 걸으면 두 번째 안부, 그리고 조금 더 걸으면 이정표가 보인다(군자산 1.1km, 소금강 1.4km). 절반을 넘게 올랐으니 위안이 될 수 있으나, 정작 본격적인 산행은 지금부터 시작된다. 이정표를 지나서 불필요한 로프가 매어있는 바윗길을 지나면 곧이어 거대한 암벽이 가로막는다. 그러나 걱정은 禁物, 설치한지 얼마 안 된 듯한, 아직 페인트 냄새고 덜 가신듯 한, 鐵製틀 위에 판자를 얹어 놓은 계단(151개)이, 갈之자를 만들며 등산객들을 벼랑 위까지 올려다 놓는다. 계단 위는 한마디로 빼어난 전망대다. 이곳에서는 칠보산과 보배산이 잘 조망된다.

 

 

 

 

 

 

 

▼  계단을 지나 칼날같은 능선을 걸어서 30분 정도 오르면 암봉이 보이고, 이 암봉에서 다시 10분 정도 더 오르면 드디어 군자산 정상이다. 등산로 주변은 그리 크지 않은 신갈나무 일색이지만, 간혹 나타나는 소나무 가지 사이로 건너편 山陵이 겹겹이 쌓여있는 광경이 바라보이는데, 아마 이런걸 보고 다들 疊疊山中이라고 하는가 보다.

 

 

 

 

 

▼  산마루를 이루는 암릉의 곳곳에서 하늘로 치솟는 기암괴석과 그 위에 자리잡고 있는 소담스런 老松들은 한 폭의 수려한 眞景山水畵를 마술사의 손재주처럼 펼쳐놓고 있다.

 

 

 

 

 

 

▼  군자산 정상, 기다시피 암릉을 오르면 암봉형태의 군자산 정상이다. 정상은 서너 평 남짓 되는 분지로, 귀퉁이 돌무더기 앞에 말뚝모양의 정상석이 서 있다. 맞은편에는 삼각점과 이정표가 보인다. 이 근처의 最高峰답게 이곳에서의 조망은 뛰어나다. 보배산과 칠보산 그리고 희양산과 저 멀리 주흘산이 희미하게 바라보인다. 산행들머리에서 여기까지 2시간이 조금 못 걸렸다.

 

 

 

 

▼  도마재로 내려가려면 올라온 방향과 반대방향으로 내려서야 한다. 비학산과 갈리는 봉우리를 지나면 제법 까탈스러운 내리막길이 간간히 나타난다. 큰 사고가 날 정도로 위험스럽지는 않지만 ‘萬事는 불여튼튼’, 조심스럽게 급경사 내리막길을 내려선다.

 

 

 

 

▼  도마골에서 반대로 올라오는 등산객들과 반갑게 인사를 나누며 서서히 高度를 낮추어 간다. 그렇게 고도를 뚝뚝 떨어뜨리다 보면 간혹 조망이 좋은 암봉을 만나게 된다. 前面으로 보배산과 칠보산, 그 뒤로는 백두대간의 장쾌한 능선이 이어지고 있다.

 

 

 

 

▼  도마재, 하루 중에서 제일 氣溫이 높다는 점심시간 무렵이어서인지 산행하기에 어려움이 없을 정도로 날씨가 포근해져 있다. 그러나 모자의 차양 위 땀 고드름은 아직도 대롱거린다. 둔덕 수준의 작은 봉우리 두 개를 넘으니 널따란 도마재 안부가 보인다. 먼저 도착한 일행들이 옹기종기 모여 앉아 점심을 먹고 있다. 나도 한켠에 주저앉아 컵라면에 따뜻한 물을 부어 넣는다. 군자산 정상에서 여기까지는 약 1시간 남짓 걸렸다.

 

 

 

▼  도마재에서 남군자산으로 가는 길은 이정표에 ‘탐방로 아님’으로 적혀있고, 그 곁에 이 길을 위험해서 사고가 날 위험이 있어 통행을 금지하니, 만일 지나가다가 적발될 경우, 50만원이나 되는 거액의 過怠料를 물리겠다는 무시무시한 경고문까지 붙어 있다. 그러나 어느 분의 助言 ‘남군자산에서 내려오는 사람들은 적발해도, 군자산에서 남군자산으로 넘어가는 사람들은 괜찮단다.’ 다들 용기를 내어 길이 아닌 길을 향해 힘차게 출발하고 본다.

 

 

 

 

▼  도마재에서 남군자산으로 가는 길은 그야말로 난코스이다. 그렇다고 아까 경고문에서와 같이 위험하다는 것은 아니고, 오랫동안 사람들이 다니지 않는 까닭에 낙엽이 수북이 쌓여있어 걷기가 불편하다는 얘기이다. 너덜길은 바위 위까지 차오른 낙엽들 때문에 혹시라도 내딛는 발이 허방이라도 짚을 가 두렵고, 흙길은 흙길 나름대로 낙엽 때문에 많이 미끄러워서 오르막길에서 헛심을 쓰도록 만들고 있기 때문이다.

 

 

 

 

▼  너덜길 위에 오랫동안 쌓여온 落葉으로 인해 길의 흔적이 희미해져버린 등산로를 따라 15분정도 경사면을 오르면 661봉 정상이 나오고, 또다시 50분 정도 더 진행하여 846봉을 지나게 된다. 846봉에서부터는 高度가 심하지 않는 능선으로 연결되다가 슬며시 840봉에 다다르게 된다. 오늘 산행에서 처음으로 山竹군락도 보여주면서....

 

 

 

 

▼  840봉에서 남군자산으로 향하는 등산로 주변은, 커다란 바위가 하나 둘 늘어나더니 얼마안가 온통 바위천지로 변해버린다. 길가의 괴상하게 생긴 바위들을 감상하며 걷다보면, 문득 등산로 전면을 거대한 암봉이 가로막고 있는 것을 볼 수  있다. 저 봉우리가 남군자산이다. 거대한 암봉의 옆 斜面의 갈之자 등산로가 지친 발걸음을 정상으로 끌어 올리고 있다. 힘겹게 오른 능선안부에서 왼편으로 보이는 암릉을 따라 조금 더 오르면 남군자산 정상이다. 다음 행선지인 삼형제바위로 가려면 정상을 답사한 후, 다시 이곳 안부로 되돌아 내려와야만 한다.

 

 

 

 

▼  남군자산 정상도 군자산 정상과 마찬가지로 서너 평 남짓한 넓이의 분지 가장자리에 자그마한 烏石으로 정상석을 만들어 놓았고, 한쪽 귀퉁이에는 거리표시가 없는 낡은 이정표가 을씨년스럽게 서있다. 정상에 서면 북으로는 군자산의 웅장한 산세가 보이고 북동쪽으로 보배산과 칠보산,·악희봉으로 연결되는 백두대간이 流長하게 다가온다. 남동쪽으로는 대야산, 그 너머로 속리산의 문장대로 이어지는 능선이 그림같이 펼쳐지고... 도마재에서 1시간30분 조금 넘게 걸렸다.

 

 

 

 

 

▼  남군자산에서 형제봉으로 내려가는 길은 그저 곱다고 하는 것이 맞는 표현일 듯 싶다. 선채로 걸어 내려와도 괜찮을 듯한 곳에 매어있는 로프지대를 지나면, 곧이어 나이든 소나무들이 가로수 역할을 하고 있는 산책코스 가까운 고운 길이 등산객들을 맞이한다. 모처럼 호강하며 20분 조금 못되게 걸어 내려가면 칠월봉, 제수리재와 보람원 하산길이 갈리는 삼거리와 만나게 된다.

 

 

 

 

▼  칠월봉 삼거리에서 부드러운 황톳길을 따라 5분 정도 걸어 내려오면 갑자기 거대한 바위가 보인다. 바위의 우측 斜面을 따라 돌면 또 다른 바위, 바위 사이를 통과하면 로프가 두 개가 기다랗게 늘여진 바위슬로프가 보인다.

 

 

 

▼  눈앞을 가로막는 거대한 바위가, 삼형제바위 인줄 알고 어렵게 바위 위로 올라봤지만, 당사자는 아니고 삼형제바위가 잘 내려다보이는 전망대이다. 전망좋은 바위에서 내려와 삼형제 바위로 내려가려면, 약 30m정도 되는 슬로프를 로프를 이용해서 내려서야한다. 사면의 길이가 제법 길기 때문데 두려움이 일수도 있으나, 우선 슬로프의 경사가 그리 심하지 않고, 바위斜面이 신발창에 잘 달라붙기 때문에, 초보자들도 어렵지 않게 내려설 수 있다.

 

 

 

 

▼  로프를 이용해서 슬로프를 내려온 다음 삼형제바위로 가기 위해서는 산부인과 바위라고 하는 바위 침니를 지나야만 한다. 바위와 바위 사이 틈이 30cm밖에 되지 않아 배낭을 메고는 빠져나갈 수 없고 손을 잡을 곳조차 마땅치가 않다. 우격다짐으로 몸을 구겨 넣고서야 겨우 빠져 나올 수가 있다. 아래 사진에서처럼 산부인과에 가면 저런 모습으로 아기들이 세상과 첫 對面을 할까? 약간은 궁금해진다.

 

 

 

 

 

▼  남군자산의 삼형제봉에서 만난 소나무들

군자산을 지나오면서 못내 서운했던 점은 지난번 칠보산을 답사할 때 보았던 그리도 아름답던 老松들을 볼 수 없었다는 것이다. 道路 하나를 사이에 두고 마주보고 있는 산인데도 어찌 그리 다를 수가 있단 말인가. 거기다 奇巖怪石도 칠보산에 비하면 현격히 그 수준이 떨어지고... 그런 내 실망은 남군자산의 삼형제바위에 도착하면서 다소나마 해소될 수 있었다. 척박한 바윗틈에서도 나름대로 꿋꿋이 그 기개를 지켜가고 있는 소나무들의 고고한 삶을 보면서...

 

 

 

 

▼  삼형제바위에서 보람원으로 내려서는 길, 삼형제바위에서 급격히 고도를 낮춘 등산로는 이후부터는 완만하게 이어진다. 주변은 갑작스레 찾아온 강추위 때문에 제대로 펼쳐보이지도 못하고 스러져버린 단풍잎들이, ‘선홍빛 축제’가 못내 아쉬운 듯. 아직도 나뭇가지에 그 못다 핀 아름다움을 주렁주렁 매달고 있다.

 

 

 

▼  산행날머리는 하관평마을 버스정류장

車가 다녀도 괜찮을 정도로 잘 닦인 林道를(보람원의 자연관찰로) 따라 내려서면 보람원의 널따란 주차장이 보인다. 방금 내려온 임도의 입구 좌측에 남군자산의 산행 안내도가 서 있다. 이곳부터 보람원(아마 청소년 수련원인 듯 싶다) 입구까지는 제법 긴 거리를 2차선 포장도로를 따라 걷게 된다. 웬만한 건물보다도 더 큰 바위로 간판을 단 보람원을 벗어나면 곧바로 517번 지방도로이다. 이곳에서 좌측으로 방향을 틀어 약 5분정도 걸어가면, 오늘의 산행이 마무리되는 하관평마을 버스정류장이 나온다. 남군자산 정상에서 약 1시간 20분 정도 걸렸다.

 

칠보산(七寶山, 778m)


산행코스 : 떡바위→와폭→청석고개→중절모바위→칠보산 정상→거북바위→안부→살구나무골→강선대→쌍곡폭포→절말 쌍곡휴계소 (산행시간 : 4시간30분)


소재지 : 충청북도 괴산군 칠성면

산행일 : ‘10. 11. 14(일)

같이한 산악회 : 히트산악회


특색 : 佛敎의 7가지 寶物인 금, 은, 산호, 거저(바다조개), 마노(석영), 파리(수정), 진주처럼 아름답다하여 칠보산이라는 이름이 붙었다. 산의 규모는 작지만 奇巖怪石과 老松들이 조화를 이루어 아름다움의 극치를 만들어 내고 있다. 산의 高度가 그리 높지 않기 때문에 정상까지 오르기가 그리 어렵지 않고, 하산 코스를 살구나무골로 삼을 경우, 기암괴석을 끼고 흐르는 청정옥수가 있어 물놀이까지 함께 즐길 수 있으므로, 가족들과 함께 찾아볼 만한 산이다.

 

 

▼  산행들머리는 ‘떡바위 지역’ 칠보산 진입로

중부내륙고속도로의 연풍 I.C에서 빠져나와 34번 국도를 따라 괴산읍 방향으로 달리다가, 칠성면 소재지 조금 못미처에서 좌회전 517번 지방도로를 따라 쌍곡구곡방향으로 들어서면 된다. 지방도 초입에 쌍곡탐방지원센터가 있다. 쌍곡구곡을 따라 이어지는 도로를 달려 소금강휴계소와 군자산코스 진입로, 보배산 진입로(서당말)을 지나면 곧이어 오늘 산행이 시작되는 떡바위지역이다.  등산로 입구인 떡바위란 지명에 억매일 필요는 없을 듯, 구태여 없는 시간까지 쪼개어 어떤 것이 떡바위인지를 확인해 볼 필요는 없을테니까... 그러나 꼭 찾아봐야할 이유가 있다면, 등산로 입구에서 100m 정도 내려가면 마을도로 우측에 있다하니 직접 눈으로 확인하는 것은 각자가 알아서 할 일이다. 

 

 

▼  산행들머리에 세워져 있는 이정표(정상까지 2.7Km)의 뒤로 난, 나무테크로 반듯하게 만들어 놓은 나무계단을 밟고 내려간 다음, 쌍곡구곡을 가로지르는 나무다리(다리 난간에는 산행의 안전을 119가 책임진다는 프랭카드가 걸려있다)를 지나면서 본격적인 산행이 시작된다. 다리난간에서 바라보면, 옥수의 물줄기를 돌리고 있는 거대한 암반이 보인다, 저게 떡바위가 아니면 혹시 문수암? 지도를 보면 들머리 근처에 문수암이라는 지명이 나오는데 아무리 둘러봐도 암자라고는 눈에 띄지 않으니 어쩌면 내 추측이 맞을지도 모르겠다. 들머리로 표기된 원래의 떡바위는 입구에서 조금 더 내려가야만 만날 수 있다.

 

 

 

 

▼  다리를 건너 산에 들어서면서 등산로는 계곡을 따라 이어진다. 등산로 주변에는 제법 많은 단풍나무들, 붉은 잎은 바짝 말라비틀어져 생기를 잃은 지 오래다. 또한 등산로 아래의 계곡도 물기 한 점 없는 완벽한 乾川이다. 만일 가을의 초입에, 거기다가 요즘처럼 바짝 마른 乾期가 아니었다면 계곡을 흐르른 玉水에 선홍빛으로 붉게 물든 화려한 가을잔치를 만날 수 있었으련만...

 

 

▼  계곡을 따라 얼마쯤 걷다보면 통나무 계단을 만나게 된다(이런 통나무 계단은 청석고개에 다다를 때까지 심심치 않게 마주치게 된다). 일정한 굵기의 통나무가 매끄럽기까지 한 것을 보면 아마 수입목? 그러나 이 나무가 어디서 태어났으면 어떠랴 우리들의 발길이 경사진 등산로에서도 미끄러지지 않게 해주면 그만인 것을...

 

 

 

▼  산행을 시작한지 40분쯤 지나면 臥瀑을 만나게 된다. 커다란 바위들이 주변에 널려있는데, 그 사이를 비집고 오르다보면 오른편으로 쳐진 로프 아래로 20m 정도 길이의 비스듬한 巖盤이 보인다. 지도에 瀑布라고 적혀있으나 乾期인 요즘에는 그저 평범한 바위 벼랑으로 보일 따름이다.

 

 

▼  청석고개, 臥瀑을 지나 부딪치게 되는 경사가 심한 통나무 계단과 씨름하다보면, 어느새 청석고개와 다다르게 된다. 사방의 조망이 시원스럽게 트이는 청석재는 보개산과의 갈림길로서 이곳에서 왼편으로 진행하면 보개산으로 가게 되지만, 그쪽 방향은 로프로 막아놓고 출입금지란다. 그것도 벌금까지 매기겠다고 겁을 주면서... 이곳에서 오른편으로 진행하면 정상으로 가게 되는데, 1Km가 채 남지 않았다. 물론 산행을 시작한지는 2Km가 조금 넘었고...

 

 

▼  안장바위, 청석고개에서 멋지게 늙은 10여그루의 노송이 나아갈 방향을 알려주듯이 한 줄로 늘어서 있는 등산로를 따라 가면 얼마 안 있어 안장바위에 다다른다. 등산로는 초반에 잠깐 포근한 흙길을 내주다가 안장바위를 만나면서 암릉으로 변해 버린다. 암릉의 시작을 알리는 안장바위는 누군가가 이미지를 알려주기 전에는 그 형상을 유추해 내기가 어려울 정도, 어쩌면 이곳 칠보산에서 이름표가 붙은 바위를 만날 때마다, 그 의미를 찾느라 사색에 잠겨야하는 것은 아닐런지...

 

 

 

 

 

▼  제법 높은 그러나 그리 위험하지는 않은 암릉을 로프에 매달려 오르면 만나게 되는 중절모바위, 이 산에 들어 처음으로 만나게 되는 고사목이 신기해서일까? 중절모의 챙 위에서 넋을 잃고 枯死木에 시선을 집중시키고 있는 善男善女, 조그만 것에도 감정이 移入되는 그들의 순수함이 부러울 따름이다.  중절모바위 주변은 각양각색의 형상을 만들어 내는 기암괴석이 곳곳에 널려있고, 고사목과 노송이 암봉과 조화를 이루어 한 폭의 동양화를 이루어 내고 있다.

 

 

 

▼  枯死木, 칠보산을 걸으며 느낄 수 있는 특징 중 하나는 오래 묵은 소나무가 많다는 것이다. 그리 굵지도 않은 모습의 소나무들이 머리 위가 이미 늙어버렸기 때문에 자연스레 老松으로 분류될 수 밖에 없다. 같이 걷는 형우君 曰 ‘거참 묘하게 생겼도다!’ 하여간 칠보산의 소나무들은 古風스러우면서도 呱呱하게까지 느껴져 우리 마음 또한 古雅하게 만들어 준다.  삶고 죽음의 竝存, 사람이나 나무나 살아가는 게 힘든 것은 마찬가지, 그러나 옛말에 ‘아무리 삶이 힘들어도 저승보다는 이승이 낫다’고 했다. 아무려나, 우리 앞에 펼쳐지는 순간들에 충실함으로써, 어느 한순간 죽음의 문턱에 서게 된다 하더라도, 결코 후회하는 일이 없어야 하겠다.

 

 

 

 

 

▼  칠보산 정상, 중절모바위에서 흙과 바위가 번갈아 나타나는 급경사 오르막길을 치고 오르면 정상, 정상은 서너평 정도 되는 흙으로 된 분지, 그러나 구봉능선 방향으로 20평도 더 될 정도로 널따란 암반이 놓여있다. 암반의 끝에 시야를 가로막으며 사방을 둘러친 흰 줄에 ‘탐방로 아님’ ‘위험’ ‘추락주의’를 알리는 표지판들이 주렁주렁 매달려 있다.  흰 줄 너머로는 ‘9봉 능선’의 거대한 암릉이 펼쳐져 있다.

 

 

▼  정상에서의 조망은 동쪽으로 백두대간의 희양산, 구왕봉, 장성봉으로 이어지는 호쾌한 능선과, 막장봉으로 뻗어간 능선위로 대여산과 중대봉이 살며시 고개를 내밀고 있다.

 

 

▼  하산은 절말 방향으로(4.3Km), 암릉지대에 가파르게 놓인 철계단을 따라 내려서게 된다. 동양화의 화폭같은 바윗길이 굽이굽이 이어지는데, 급경사인지라 내딛는 발걸음마다 조심스럽기 그지없다. 그러나 곳곳에 안전시설이 갖추어져 있으니 그다지 걱정할 일은 아니다.

 

 

 

▼  묘기의 대 향연, 사람의 손길이 미치지 못하는 저 놓은 곳에 놓여 있는 저 돌들은 누군가가 던져서 올려 놓은 것이리라.

 

 

 

▼  정상에서 절말을 향해 내려서는 길은 칠보산에서 경관이 가장 빼어난 코스이다. 장성봉을 향해 이어지는 능선에 낙랑장송과 기암괴석들이 줄줄이 늘어서 있다. 절경에 취해 걷다보면 어느덧 마당바위에 다다른다. 널따란 바위 위는 칠보산에서 빼 놓을 수 없는 일류 조망처, 한가지 흠은 쉬기에 좋을만큼 널따랗기 때문에 많은 사람들이 점심장소로 이용하고 있어, 간혹 별로 유쾌하지 않은 냄새에 코를 찡그릴 경우가 발생한다는 것이다.

 

 

 

 

▼  거북바위, 마치 누군가가 정으로 다듬은 것 같은 거북이와 너무 흡사하게 닮은 자연석이다.

 

 

▼  마당바위에서 다시 계단을 따라 내려서면 곳곳에 밧줄이 쳐져 있는 구간이 나온다. 암릉지대 하산길은 사뭇 가팔라서 주의를 기울이지 않으면 미끄러지기 십상이다. 허나 보기와는 달리 그리 힘들지는 않은 편이다. 작은 바위봉을 좌우로 돌아 나타나는 등산로를 따라 조심스럽게 암릉을 내려선다.

 

 

▼  칠보산을 얘기할 때, 대부분의 사람들은 먼저 奇巖怪石을 떠올리며 얘기를 시작하게 된다. 시루떡바위, 안장바위, 중절모바위, 버선코바위, 마당바위, 거북바위 등등... 칠보산을 거닐면서 만나게 되는 바위 하나하나가 어느 것 하나 무심코 지나칠 만한 것이 없다. 奇奇妙妙...

 

 

 

 

 

 

▼  마당바위에서 20분 정도 더 걸으면 각연사와 악휘봉으로 갈리는 사거리 안부에 닿는다. 그러나 두 등산로 역시 폐쇄구간으로 유일하게 허용된 등산로인 살구나무골로 내려설 수 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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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거리 안부에서 내려서면 등산로는 고도를 완전히 낮추며 숲길로 이어진다. 그동안 이어지던 바위도 언제부턴가 사라져버리고 길은 포근하고 부드러운 흙로 변해 있다. 등산로 주변의 나무들도 소나무에서 참나무로 바뀌어 있다. 참나무 밑은 山竹, 언제부턴가 길가의 나무들은 또다시 낙엽송(일본이깔나무)으로 바뀌어 있다. 

 

▼  낙엽송 아래를 걷는 호사가 끝나면서 등산로 아래로 흐르는 계곡의 물줄기가 점점 굵어지기 시작한다. 살구나무골의 수정처럼 맑고 시원한 물은 瀑布 그리고 潭과 沼를 만들며 흐르고 있다. 맑은 물이 암반을 휘감아 흐르는 구간이 있는가 하면, 자그마한 폭포를 끼고 있는 沼도 있고, 기암괴석에 뿌리를 내린 소나무 아래 작은 여울도 있다. 이러니 퇴계 이황과 송강 정철 등 많은 유학자와 문인들이 찾아들어 풍류를 즐기었을 것이다.

 

 

▼  降仙臺, 옛날에 선녀들이 내려와 노닐었다는 곳, 계곡이란 뭐니뭐니 해도 호젓해야 제 맛인데, 이곳 강선대는 그 기준에 포함시켜도 좋을 듯, 좁은 오솔길 가에 오롯이 숨어있다. 世俗의 티끌을 털어내고 자연 속에서 노닐고자 선비들이 찾았음직한 강선대는, 옛적에는 깊은 산중에 숨은 오지였을 것이다. 지금은 비록 계곡을 따라 이어지는 등산로에 사람들이 넘치고 있지만... * 강선대는 전국에 여러곳이 있지만 그중에 제일 유명한 곳은 퇴계선생과 기생 두향이 애틋하게 사랑을 엮었던 충추호에 수몰된 강선대이다.

 

▼  쌍곡폭포. 폭포 보다는 폭포 아래에 깨끗한 물이 있는 넓은 沼가 더 좋아보인다. 8m 정도 되는 반석을 타고 흘려 내려오는 물이 마치 여인의 치마폭처럼 펼쳐지고 있다. 폭포 아래 沼의 맑은 물 위에는 올 한해를 알차게 보내고, 그 생명을 마감한 落葉들이 마지막 정열을 불태우며, 쪽빛을 띠고 있어야할 沼의 물빛을 선홍빛 빛깔로 붉게 변형시키고 있다.

 

 

▼  산행날머리는 쌍곡휴게소

탐방지원센터가 있는 쌍곡폭포를 벗어나 소나무 밑을 얼마간 걷다보면 골짜기 건너로 쌍곡휴게소의 주차장이 보이기 시작한다. 널따란 주차장을 벗어나려는데 어디선가에서 흘러오는 고소한 냄새. 주차장 곁에 있는 제법 규모가 큰 휴게소에서는 흘러나오는 맛있는 냄새의 유혹을 못 참고 식당 한 귀퉁이에 자리를 잡는다. 파전에 감자전을 안주삼아 동동주 몇 사발 들이키고 나면 오늘 산행의 피로는 눈 녹듯이 사라져 버리고 만다.

구병산(九屛山, 876m)


산행코스 : 장고개→신선대→853봉→구병산→쌀개봉→구병리 (산행시간 : 4시간30분)


소재지 : 충청북도 보은군과 경상북도 상주시의 경계

산행일 : ‘10. 11. 13(토)

같이한 산악회 : 송암산악회


특색 : 속리산에서 시작된 ‘충북 알프스’가 구간의 마침표를 찍는 산(보은군청에서 1999년에 속리산에서 구병산을 잇는 43.9Km구간을 ‘충북 알프스’라 命名하고 업무표장 등록을 한 바 있다. 뾰족뾰족한 아홉개의 봉우리가 동쪽에서 서쪽으로 마치 병풍을 두른 듯하여 구병산이란 이름이 붙여졌다. 속리산에 결코 뒤지지 않을만한 경관을 지녔으나 교통이 불편하여 그동안 찾는 사람들이 많지 않았으나, 최근 청원-상주간 고속도로가 개통되고 난 뒤부터 부쩍 찾는 사람들이 늘었다. 굳이 ‘충북알프스’를 찾는 사람들이 아니더라도 한번쯤은 둘러볼만한 산이다.


 

▼  산행들머리는 장고개

청원-상주고속도로 화서 I.C에서 빠져나와 25번 국도를 타고 보은읍 방향으로 달리다가, 화남면사무소에서 우회전, 왕복 2차선 포장도로인 505지방도로 따라 10분 정도 달리다보면 ‘장고개’ 고갯마루에 닿게 된다. 이곳은 ‘충북알프스’을 답사하는 사람들이 1구간과 2구간을 나누는 지점으로, 여기서 오른편으로 올라서면 2구간인 속리산 문장대로 가게 되고, 왼편으로 진행하면 1구간인 구병산 구간이다.

 

 

▼  장고개에서 왼편으로 난 통나무 계단을 오르면서 산행이 시작된다. 통나무계단이 끝나면 이번에는 오른편에 철조망을 낀 또 다른 통나무계단. 등산로는 그렇게 고도를 100여m 이상을 높여 놓는다. 그렇게 급경사 오르막이 끝을 맺으면 등산로는 다시 완만해지고 낙엽송(일본이깔나무) 숲과 참나무 숲을 지나 헬기장에 닿게 된다. 헬기장 주위에는 높게 자란 나무가 없어서 조망이 四通八達로 펼쳐진다.

 

 

 

 

 

 

 

 

 

▼  헬기장에서 신선대로 이어지는 등산로는 길가에 큼지막한 바위들이 가끔 보일따름, 다른 산과 별다른 차이를 보여주지 않는 평범한 산길이다. 새로운 멋이 없기에 고개를 기웃거릴 일도 없으니 당연히 같이 걷는 이와 얘기를 나눌 수 밖에 없을 것이고, 나 또한 집사람과 이번 겨울에 떠날 여행이야기로 시간을 메꾸어 본다.

 

 

 

  

 

 

 

▼  神仙臺, 깎아지른 듯한 벼랑 위에 서너평 정도의 평평한 바위로 되어있다. 속리산 방향으로 절벽을 이루고 있어 천왕봉을 위시한 속리산의 능선들이 한눈에 들어온다. 마로면 들녘을 보고 싶으면 올라왔던 길을 건너뛰어 반대편 벼랑위에 올라서면 된다. 神仙들이 장기를 뒤며 놀았다는 전설이 있으나, 傳說을 떠올릴만한 별다른 경관은 보여주지 못하고 있다. 산행 들머리에서 이곳까지 약 1시간30분이 걸렸다.

 

 

 

 

▼  824봉, 신선대에서 853봉으로 향하다 보면 정규 등산로 왼편으로 희미한 산길 흔적이 보인다. 바윗길인지라 망설였지만 손맛도 즐겨볼 겸 냉큼 올라선다. 우여곡절 끝에 도달한 봉우리는 고생한 것에 대해 충분히 보상해 주고도 남는다. 적암리 방향과 853봉 방향의 열리는 조망은, 이곳이 구병산에서 제일 뛰어난 조망처일 듯 싶다. 거기다가 또 하나의 보상은 낭떠러지 위에 위태롭게 서 있는 老松, 삶과 죽음을 함께하는 모습이라니...

 

 

 

 

 

 

▼  824봉에서 853봉으로 이어지는 구간은 구병산에서 이곳보다 더 나은 곳은 없을만큼  아름다운 능선이다. 봉우리에 올라서면 바로 앞에 병풍 같은 단애가 위치하고 있다. 기암괴석과 노송들이 아름다움을 자랑하는 경연장인 듯 싶을 정도로...

 

 

 

 

 

 

 

▼  시원한 조망과 함께 아찔한 암릉길, 위험한 구간은 우회를 하고 일부 구간은 밧줄을 부여잡고 암릉길을 넘어간다.

 

 

 

 

▼  신선대에서 853봉으로 이어지는 능선은 奇巖怪石과 아름다운 老松이 연속으로 나타난다. 한마디로 絶景 그 자체... 가끔 나타나는 절벽이 위험하기는 않지만 구태여 모험을 하지 않아도 되는 것은 우회로가 잘 갖추어져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난 집사람을 꼬드겨 칼바위 능선으로 올라섰고, 밧줄에 매달려 오르내리기도 하고, 때로는 좁은 바위 위에서 중심을 잡아야하는 스릴을 만끽할 수 있었다. 내가 제일 좋아하는 게 바윗길에서 집사람을 도와주는 것이니 당연한 선택일 것이다.

 

 

 

 

▼  바위능선에서 밧줄에 대달려 짜릿한 스릴에 흠뻑 빠져있는데, 심술궂은 등산로가 갑자기 흙길로 변해버린다. 그 오르막 흙길의 끄트머리에서 만나는 삼거리, 널따란 암반이 음식상 차리기에 좋은지 많은 사람들이 옹기종기 무리지어 앉아 점심을 먹고 있다. 853봉은 여기에서 왼편으로 올라갔다가 다시 내려와야만 한다.

 

 

 

▼  853봉은 특이한 광경을 보여주지 못하는 그저 그런 봉우리, 서너 평 됨직한 분지 한가운데에 중간어림이 부러진 ‘853봉’이라고 적힌 정상석이 서 있다. 정상에서는 오늘 가야할 구병산 정상이 잘 바라보인다. 물론 발밑에는 적암리 너머로 마로면의 들판이 깔려있고....

 

 

 

▼  853봉에서 구병산 정상으로 이어지는 약 1시간 정도 걸리는 등산로는 바윗길과 흙길이 번갈아 나타난다. 초반에는 바위능선 위주로 스릴과 재미를 함께 누릴 수 있는 구간, 거기에 능선위에서 바라보는 갖가지 형상을 만들어 내고 있는 기암괴석들과, 주변 경관도 일품이다. 한마디로 산행의 재미를 톡톡히 볼 수 있는 구간이다.

 

 

 

 

 

 

 

 

▼  853봉-구병산 구간의 후반부는 바윗길이 적어지고 흙길이 더 많은 구간이나, 간혹 나타나는 바윗길에서 853봉의 암릉을 감상하는 것도 하나의 재미일 것이다. 작은 봉우리들을 오르내리며 만나게 되는 삼거리(구병리)와 사거리(오른편은 구병리, 왼편은 적암리)를 지나 급하게 바윗길을 치고 오르면 드디어 구병산 정상에 닿게 된다.

 

 

 

 

 

 

▼  구병산 정상, 암봉이지만 제법 넓은 분지를 만들어 놓고 있다. 적암리 방향 벼랑위에 보기드물게 빼어난 자태를 자랑하고 있는 소나무 한그루가 있는데, 어떤 이유인지 그 소나무가 말라비틀어져가고 있다. 어떤 이의 말로는 ‘너무 많은 사람들이 나무에 올라가서 사진을 찍는 바람에 나뭇가지의 껍질이 벗겨져서 가지가 말라가고 있는 것’이라니, 안타깝기 그지없을 따름이다. 진정한 사랑은 상대방을 배려하는 마음일진데... 정상에는 삼각점과 안내판, 이정표가 있다. 이정표(↑형제봉 13.2km, ↓서원리 7.7km) 정상석 뒤에는 충북알프스를 지정한 경과와 개요가 적혀 있다. 오늘도 역시 정상석 곁에 주저앉아 간식을 먹고 있는 사람들 때문에 증명사진을 촬영하는 과정에서 눈살을 찌뿌리고야 만다.

 

 

 

 

▼  정상은 평평하고 시야가 확보되어 있어 주변 경관의 아름다움이 한눈에 들어온다. 적암리 방향으로는 넓은 마로면 들판이 내려다보이고, 멀리 속리산의 주봉들이 눈에 들어온다. 좌우로 고개를 돌리면 보이는 정경마다 어느 곳 하나 아름답지 않은 곳이 없다.

 

 

 

 

▼  風穴, 구병산 정상에서 제법 경사가 심한 鐵製계단을 내려서면 風穴의 안내판이 서있는 것을 보게 된다. 여름에는 냉풍, 겨울에는 훈풍이 솔솔 불어 나온다는 풍혈, 구병산 풍혈은 전북 진안 대두산 풍혈, 울릉도 도동 풍혈과 더불어 우리나라 3대 풍혈로 알려져 있는데, 지름 1m짜리 1개와 30cm 짜리 3개가 있다. 찾은 시점이 덥지도 춥지도 않은 시점인지라 여리게 불어나오는 바람 또한 미지근하다.

 

 

 

 

▼  쌀개봉, 풍혈에서 조그만 고개 하나를 더 넘으면 만나게 되는 봉우리가 쌀개봉, 이 봉우리도 구병산의 다른 봉우리들과 마찬가지로 왼편 적암리 방향으로는 날카로운 벼랑으로 이루어졌다. 이곳에서 조금 더 진행하면 이정표(↑구병산 0.8km, ←삼가저수지 3.3km, ↓서원리 6.9km)가 보이고, 오늘 산행을 마감하려고 하는 구병리는 이곳 삼거리에서 우측으로 내려서면 된다.

 

 

 

▼  '쌀개봉 삼거리‘에서 오른편 삼가저수지 방향으로 내려서서 약 10정도 걸으면 다시 삼거리와 마주친다. 왼편으로 가면 쌀개봉 이정표에 적혀있는 삼가저수지, 오늘 산행을 마감 지으려는 구병리는 오른편으로 진행해야만 한다. 구병리로 내려가는 등산로는 초반에는 심한 급경사를 이루고 있다. 여기서 보은군 당국의 넘치는 재치 하나. 등산로의 양 옆에 로프를 깔고, 양 로프로 통나무를 고정시켜서 자연경관을 해치지 않으면서도 미끄러짐을 막아주게 하고 있다.

 

 

 

▼  급경사가 끝나면서 등산로는 그야말로 양탄자를 깔아놓은 듯 부드럽고 포근하게 변한다. 초반에는 낙엽송(일본이깔나무), 그리고 뒤 이어 잣나무, 떨어진 나뭇잎들이 오랜 세월 동안 흙길 위에 쌓여있어 푹신푹신하기 그지없다.

 

 

 

 

▼  산행날머리는 구병리마을

능선을 벗어나자마자 만나게 되는 시멘트포장도로를 따라 조금 내려가면 길 左右에 멋들어지게 지어진 팬션들이 늘어서 있다. 각기 다른 모양의 독특한 건물들을 구경하다보면 금세 제법 널따란 駐車場을 만나게 된다. 화장실과 마을 구판장까지 갖춘 주차장 앞에는 한번쯤은 들러볼 만한 가치가 있는 酒家가 있다. 입구에 ‘송로주’라는 돌비석이 서 있고, 건물로 들어가는 통로 양측에 커다란 甕器를 엎어 놓은 이 집이 ‘충북 無形文化財 제3호’로 지정되어 있는, 보은군이 자랑하는 松露酒(기능보유자 : 신형철)를 제조하는 곳이다.

 

옥순봉(玉筍峰, 283m), 구담봉(龜潭峰, 335m)


산행코스 : 계란재→옥순봉(286m)→전망대→고개 갈림길→구담봉(335m)→계란재 (산행시간 : 3시간)


소재지 : 충청북도 제천시 수산면과 단양군 단성면의 경계

산행일 : ‘10. 5. 5(수)

함께한 산악회 : 정산악회


특색 : 옥순봉과 구담봉은 나지막하기 때문에 산이라고 부르기에 좀 민망할 정도, 그러다보니 부지런히 걸으면 세 시간도 채 되기 전에 출발지점에 도착할 수 있는 자그마한 산이다. 그러나 단양팔경 중의 두 자리를 차지하고 있으며, 국가지정 명승지로 선정될 정도로 그 경관이 빼어난 곳이다. 산을 오르내릴 때 스킨십이 필요할 만큼 알맞게 스릴 있는 암릉을 끼고 있어 사랑을 확인하고 싶은 선남선녀들에게 권하고 싶은 산이다.

 


▼  산행들머리는 계란재

36번 도로를 타고가다 장회리, 계란재에 닿으면 오른편으로 국립공원 탐방지원센터가 있다. 등산로는 탐방지원센터와 등산 안내도 사이로 나 있다. 계란재에서 첫 번째 목적지인 옥순봉까지는 총 2.3km, 월악산국립공원에 속해있는 때문인지 비교적 등산로는 깔끔하게 잘 정비되어있다.

 

 

 

 

 

▼  들머리에서 20분 정도 걸으면 갈림길(옥순봉 1.2km, 구담봉 0.9km), 이정표의 지시를 따라 옥순봉 방향으로 향한다. 이 때부터 얼핏 나무들 사이로 청풍호와 옥순대교가 보이기 시작한다.  

 

 

 

 

 

▼  계속된 내리막길 암릉을 따라 내려가다  옥순봉 0.2km이정표에서 조망이 좋은 암릉길을 따라 왼쪽으로 향한다. 조망을 즐기며 잠시 걷다보면 너른 공터로 이루어진 옥순봉 정상에 닿는다. 주변의 소나무들은 사람이 가꾸지 않았어도 분재처럼 나지막한 게 무척 곱다. 바위 위에 뿌리박고 살다보니 자연스레 그리 된 모양이다.  

옥순봉(玉筍峰)

퇴계 이황 선생이, 단양군수로 재임(1548년) 할 때 붙인 이름이다. 천길 단애를 이룬 석벽이 비 온 뒤 솟아오르는 옥색 대나무 순과 같다고 하여 불렀다 한다. 또, 두향이라는 기녀의 입을 빌어 이 봉우리를 단양군에 넘겨줄 것을 청풍군수에게 청하였으나 거절당하자 단애를 이룬 석벽에 단구동문(丹丘洞門·단양의 관문)이라고 새겼다고 한다. 그렇지만 아직도 옥순봉은 제천시에 소속되어있다.

 

 

 

 

 

 

▼  정상에서의 조망은 좋은 편, 발아래는 최고의 청풍호반 조망처인 암릉이 호반의 푸른 물결과 함께 어우러지고, 넓게 펼쳐진 청풍호 너머로 둥지봉과 그 뒤로 가은산, 금수산을 조망할 수 있다. 오른쪽으로 구담봉(330m)이 보인다. 

 

 

 

 

 

 

 

▼  2001년에 개통한 옥순대교, 옥순대교 아래를 지나는 유람선들의 여유로운 광경이 있어 옥순봉 산행의 재미는 한결 더 업그레이드된다. 하얀 포말을 일으키며 청풍호반을 시원스럽게 가르는 유람선과 에메랄드 빛 물줄기의 조화는 마치 한 폭의 그림을 보고 있는 듯하다.

 

 

 

▼  옥순봉에서 구담봉으로 가기위해 되돌아 나오는 길에 꼭 들러보아야 할 곳이 있다. 왼편으로 이어지는 암릉, 그 끄트머리에 청풍호반 멋진 경관을 한 눈에 볼 수 있는 최고의 조망처가 있다. 깎아지른 절벽 위에서 바라보는 청풍호반엔 하얀 포말을 일으키며 옥순대교 밑을 달리는 유람선이 보이고, 강변의 멋스런 기암 그리고 옥순봉의 웅장한 자태가 한눈에 들어온다. 주위의 등산객들 모두가 감탄하느라 입들을 다물 겨를이 없다.  

 

 

 

  

 

▼  옥순봉에서 청풍호반으로 바싹 다가서서 구담봉으로 가고 싶었으나  '비법정 탐방로'란다. 탐방로 입구를 지키고 있는 국립공원 지킴이들은 공원 자연보존을 위해 그렇게 해놓았다며, 등산객들을 통제하지 않을 경우 얼마 못가서 이 아름다운 경관이 황폐화 되어버릴 거란다. 아쉬운 마음을 달래며 온 길을 되돌아 나와 구담봉으로 향한다.   

  

 

 

 

▼  구담봉 가는 길은 옥순봉과는 달리 암릉으로 이어진다. 계단과 철제난간, 밧줄 등 안전장치가 잘 만들어져있어 그다지 위험하지는 않지만 그래도 조심은 기본, 덕분에 이 구간에서는 짜릿한 스릴을 맛볼 수 있다. 

 

 

  

 

▼  암릉을 따라 걷다보면 왼편으로 멋스런 남근석 바위가 위풍당당하게 그 모습을 뽐내고 있다. ‘잘 생겼죠?’ 집사람에게 물어보지만 ‘별로 닮지도 않았다’는 대답, 하긴 여성이 보는 느낌과 남성이 보는 느낌은 사뭇 다르겠지?  

 

 

▼  요건 감투바위? 언젠가 책에서 본 기억이 있는 도깨비감투가 생각나서 붙여본 이름이다.  

 

  

 

▼  335봉에서 바라본 구담봉

구담봉의 산세는 청풍호와 어우러져 뛰어난 경관을 자랑한다. 비록 해발 335미터의 나지막한 산이지만 정상에서 아래를 내려다보면 아찔함마저 느낀다. 커다란 바위로 이루어진 좁은 정상부에는 위험이 도사리고 있지만 다들 개의치 않고 올라선다. 암벽위의 노송이 운치를 더해주고, 그 아래에 펼쳐지는 호반의 아름다움이, 그 옛날 선계가 부럽지 않을 정도이니 당연한 귀결이라 하겠다.

 

 

 

▼  철제난간과 와이어로프가 설치된 구담봉의 암벽코스, 앞에서 손은 잡고 끌어주거나 뒤에서 밀어주어야 하는 이 코스는 사랑하는 사람들이 스킨십 하기에 최적의 장소이다. 손을 끌고 잡으며 오르다보면 정이 든다고 해서 어떤 이들은 이 코스를 “사랑코스”로 부르기도 한다. 그러나 막상 오르기 시작하면 길은 뚜렷해진다.  

 

 

▼  절벽에 붙어 꼬물꼬물 오르는 사람들의 흡사 절벽에 매달려 있는 것 같다.  오금이 저려온다. 그렇게 절벽과 씨름하다 보면 어느덧 거북 등껍질을 닮았다는 구담봉(龜潭峰)에 오르게 된다.  

 

 

 

▼  수직에 가까운 암벽과 씨름하다 보면 어느덧 청풍호반이 시원스레 조망되는 정상, 정상석에는 해발330m로 표기되어있다. 내가 갖고 있는 지도에는 분명히 335m로 적혀있는데...  

구담봉(龜潭峰)

정상의 기암절벽이 흡사 거북이의 형상을 하고 있고, 그 바위가 물속에 비치면 거북무늬까지 만들어 낸다고 해서 붙여진 이름이다.   

 

 

 

▼  정상표지석 옆의 암반을 잡고 오르면 천길 낭떠러지인 조망바위에 도착한다. 오늘 산행코스 대부분이 조망이 뛰어나지만 이곳의 조망은 그저 감탄스러울 따름... 바위틈에서 모진 생명력을 이어가고 있는 멋스런 노송과 어우러진 청풍호반의 모습은 한 폭의 잘 그린 동양화가 된다.  

 

 

 

▼  奇巖위에서 萬古風霜에도 변함없이 지조를 지켜온 古松들, 비록 키는 작지만 수천년은 되었을 듯... 하나하나 까마득한 기암절벽에 올라 앉아 그 청정의 기품을 뽐내고 있다.  

 

 

 

 

 

▼  구담봉에 올라서면 조망이 좋아 동남방향으로 장회나루가 잘 보이고, 그 뒤는 제비봉, 주말이라서인지 장회나루 주차장엔 관광버스와 승용차들로 가득 차 있다. 

 

 

▼  정상을 지나 봉우리는 호수 쪽으로 이어지고 있다. 출입 통제지역인지라 더이상 진행하면 안되겠지만, 괜찮은 사진이라도 몇 장쯤 건질 수 있을 것 같아 한참을 더 진행하다 돌아왔다. 

 

 

▼  구담봉 정상은 바위, 뒤에는 수백미터의 벼랑으로 이루어져 있어 조심은 필수, 남한강 물줄기를 따라서 펼쳐지는 장엄한 奇巖怪峰이 제비봉과 금수산, 멀게는 월악산으로 둘러싸여 있다. 옥순봉과 함께 구담봉은 국가지정문화재인 명승으로 지정되어 있다.   

 

 

 

▼  구담봉에서의 하산은 다시 한번 사랑코스를 통과해야만 한다. 안전을 위해 조심조심 내려오면서, 반대편에서 올라오는 어느 일가족을 보며 살짝 얼굴을 붉힌다. 엄마, 아빠의 도움을 거절하며 씩씩하게 올라서고 있는 꼬마는 이제 겨우 10살 남짓... 아까 난 엄청 쫄면서 올랐었는데 ^^-*  

 

 

 

  

 

▼  이정표(구담봉에서 0.4Km 지점)에서 정규 등산로를 버리고 왼편 등산로로 접어든다. 지정등산로는 아니지만, 가끔 등산객들이 지나다니는지 걷기에 아무런 지장이 없다.

 

 

 

 

▼  그렇게 5분쯤 내려오다 오른편 된비알을 내려서면 등산로는 계곡으로 이어진다. 계곡은 물기가 말라버린 乾川, 등산로는 갑자기 험해지면서 넘어져 있는 나무들의 아래를 엎드려 지나거나, 늘어진 칡넝쿨을 헤치며 나가야만 한다. 그렇게 10분을 더 걸으면 국립공원탐방지원센터 아래의 36번 국도의 도로변에 도착하게 된다.  

 

 

삼봉산 (909m)


산행코스 : 꽃댕이마을→화당보건진료소→벌목지→능선→삼거리→삼봉산→삼거리→무덤→시내버스 종점 (산행시간 : 4시간30분)


소재지 : 충청북도 제천시 백운면

산행일 : ‘10. 2. 28(일)

함께한 산악회 : 곰바우산악회


특색 : 오지 중에서도 오지인 산, 조망을 빼 놓으면(오늘은 시계가 제로인지라 조망도 없었지만) 별 특색이 없는 산으로 특별히 오지산을 답사하고 싶지 않은 사람에게는 권하고 싶지 않은 산, 제천시에서 잘 닦아 놓은 등산로를 이용하지 않을 경우 낭패를 볼 우려가 있을 정도로 오지 그대로의 모습이다.

* 삼봉산에는 50여 년 전만 해도 호랑이가 많이 살았다고 한다. 이를 증명하듯 ‘호랑이에게 물려 죽은 사람의 유골을 찾아 그 자리에서 화장을 하고 돌로 무덤을 만든 후, 무덤에 시루를 뒤집어씌우고 시루 구멍에다 부엌칼을 꽂아 원귀가 나오지 못하도록 했다’는 호식총(虎食塚)이 대호지 마을 일원의 너럭골 부근에 있었단다.

 

▼  산행들머리는 꽃댕이 마을

38번 국도를 따라 영월방향으로 달리다가, 평동교차로에서 내려서면 백운면소재지이다. 이곳에서 402번 지방도로를 따라 신림방면으로 달리다가 왼편 화당리 방향으로 보이는 화당교를 건너면 ‘꽃댕이 마을’, ‘화당보건진료소’를 왼편으로 끼고 돌아, 잠깐 과수원 사잇길을 따라 걸으면 길의 흔적이 보인다.  

* 오늘 산행의 들머리인 ‘꽃댕이' 마을은, 옛날 이 지역에 연못이 많았고, 연못 곳곳에 꽃들이 만발했다고 하여 이름 붙여졌다고 한다.  

 

 

 

▼  길은 길이로되 결코 길이 될 수 없는 등산로... 일년 내내 한두 사람이나 지나다녔을 성 싶은 등산로는 인간의 흔적을 결코 느낄 수 없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지금은 겨울의 끝자락... 여름철엔 사람이 다닐 수 없을 정도로 우거졌을법한 수풀이 힘없이 길바닥에 누워있다는 것이다.   

 

 

 

▼  초입에서 10여분을 걸어 야트막한 능선에 올라서면 건너편 산자락의 하늘 금이 눈에 들어온다. 저 정도라면 어쩜 약간의 조망은 즐길 수 있으려나?  

 

 

▼  인적이 끊긴지 오랜 등산로는 그야말로 苦難 그 자체이다. 싸리나무, 진달래, 찔래... 어느 것 하나 거치적거리지 않는 것이 없다. 경고 ‘앞 뒷사람의 간격을 넓게 벌리세요!’ 그렇지 않으면 뒷사람의 얼굴은 자연스레 회초리에 노출될 지니라... 

 

 

▼  苦難의 행군 끝에 입에서 단내가 나기 시작할 즈음, 갑자기 시야가 확 트인다. 지난 겨울철에 벌목을 끝냈는지 산등성이가 깔끔하게 정돈되어 있다. 등산로는 처음에는 伐木地의 경계선인 철조망을 따르다가 이내 伐木地를 가로질러 버린다.

 

 

 

 

▼  황량함 속에서도 한점 운치를 찾아낼 수 있는 것은, 완벽을 일탈한 작은 애교... 깔끔하게 벌목된 능선에 어쩌다 한 그루씩 남겨둔 소나무의 외로움을 같이 할 수 있기 때문이 아닐까?  

 

 

 

▼  여름철 같으면 하늘을 가린 나뭇잎 탓에 허공 한점 볼 수 없을 정도로 짙은 참나무 숲이 이어지는데, 지금은 겨울철... 앙상한 가지들 사이로 비인 하늘, 아니 하늘을 안고 있는 짙은 안개가 흐르고 있다.   

 

 

 

▼  오늘 산행 중에는 이런 바위群落을 몇 곳 만난다. 채석장에서 발파작업 끝에 막 튀어나온 석회석인양 각지고 못난 모습들은, 만일 다른 산에서라면 바위 축에도 못 끼일 정도.. 

 

    

 

 

▼  등산로 주위는 온통 참나무..., 소나무는 나뭇잎 무성한 여름철이면 눈에 띄지도 않을 정도로 찾아보기 힘들다. 발목을 덮을 정도로 쌓여 있는 낙엽이 내딛는 발걸음을 부드럽게 감싸 안는다.  

 

 

▼  정상에 가까워 질 무렵(아마 3봉에서 2봉으로 넘어가는 능선 정도), 등산로 주변의 나무들이 모두 진달래群落으로 변한다. 오늘이 꽃피는 춘삼월이었다면 오늘 걷는 이 길이 얼마나 화사했을까?  

 

 

 

▼  오늘 산행에서 처음 본 리본, 다른 산악회가 아닌 오늘 내가 따라나선 ‘곰바우산악회’의 시그널이니, 그만큼 이 코스로는 산행을 하지 않는다는 증거일 것이다. 하기야 ‘오지 산행이 특기인 곰바우산악회’이니 이런 코스로 산행안내를 하고 있겠지?   

 

 

 

▼  삼봉산은 백운산, 구학산, 주론산, 천등산, 십자봉에 둘러싸여 한가운데에 자리해 있기 때문에 조망이 뛰어난 곳으로 소문나 있건만, 오늘은 온통 안개에 뒤덮여 있다. 오늘의 시계는 제로... 치악산과 백운산은커녕 가까이에 위치한 십자봉조차도 보이지 않는다.  

 

 

 

 

 

▼  바위가 듬성듬성 심어져있는 능선을 오르면 해발 910미터의 삼봉산 정상, 먼저 도착한 일행들이 정상의 모습을 카메라에 담느라 분주하다. 한켠에는 점심상을 펴고 있는 부부... 서너평 남짓한 정상에는 정상표지석이 놓여있다.  

 

 

 

 

▼  하산은 반대편으로, 여러 개의 산악회 리본들이 보이기 시작한다. 떡 두 덩어리로 허기를 때우고 자리를 털고 일어선다. 그러나 ‘옷깃만 스쳐도 인연’이라는 우리네 삶... 일행께서 권하는 술잔을 사양치 못하고 슬그머니 엉덩이를 다시 내려놓는다.  

 

  

 

▼  정상에서 대호지를 향해 바윗길을 내려서면 안부, 왼편으로 난 능선을 따라 내려서야 한다. 안부에서 조금 더 진행하면 대호지로 내려가는 방향을 알려주는 이정표 이정표가 나오고, 등산로는 이내 급경사로 변한다.  

 

 

 

 

 

▼  급경사 끝의 쉼터, 긴 의자 두개가 놓여있다. 의자가 있는 것으로 봐서는 제천시에서 삼봉산에 대해 신경을 많이 쓰고 있다는 얘기일진데, 왜 이 능선의 반대편 2,3봉 능선은 모질게 방치하고 있을까?  

 

 

 

 

 

▼  몇 백 년은 자란 듯한 소나무가 길옆에 우람하게 서있는 능선, 나무계단으로 곱게 단장한 등산로를 따라 내려가다 보면, 좌우로 일본잎깔나무(낙엽송)가 하늘을 향해 손가락질을 하고 있는 숲, 그 끝 언저리에서 임도를 만나게 된다.  

 

 

 

 

 

▼  임도를 따라 오른편으로 조금 더 진행하면 신작로 수준급 시멘트 포장도로를 만난다. 배재로 가는 임도이다. 이곳에서 배재의 반대방향으로 내려가면 임도 양 옆으로 잣나무가 빼곡히 늘어선 ‘숲 탐방로‘...

 

 

 

▼  산행날머리는 대호지(大虎地) 시내버스 종점

임버럭골(임버럭골은 ‘님 버린 곳'이란 뜻이라는데, 어느 무정한 님이 품에 안고 살아도 아까운 정인을 버렸단 말인가?)로 내려온 등산로는 시멘트 포장임도를 따라 걷기를 20여분, 다리가 아플 즈음에야 도착이 가능할 정도로 지긋지긋하게 멀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임도 주위의 농가들, 줄에 매어있는 누렁이들이 반갑다 꼬리치는 모습을 볼 수 있고, 그 녀석들과 노닥거리며 심심파적을 할 수 있기 때문이다.

 

악휘봉(樂輝峰, 845m) - 마분봉(馬糞峰, 776m)


산행코스 : 은티마을→마법의 성→마분봉→말똥바위→은티재→선바위→악휘봉→오봉정고개→은티마을 (산행시간 : 5시간)


소재지 : 충북 괴산군 연풍면과 경북 문경시 가은읍의 경계

산행일 : ‘09. 9. 5(토)

함께한 산악회 : 정산악회


특색 : 마법의 성에서 시작되는 능선은 악휘봉까지 3~4번의 고개를 지나게 되는데, 골이 깊기 때문에 산의 높이나 거리에 비해 훨씬 더 힘이 든다. 능선은 암릉으로 위험한 곳이 몇 곳 있지만, 안전시설이 잘 되어있다. 그렇지만 여자 혼자만의 힘으로 오르기엔 벅찬 구간이 꽤 많아서, 새로 사귄 여자친구와 더 가까워지고 싶은 남자들에게 권하고 싶은 산이다.  

 


산행들머리인 은티마을 주차장

이곳에서 산행안내 표시판 방향으로 진행한다. 마분봉을 연풍사람들은 ‘말똥바우’라 부르며 ‘말똥바우’에 비가 묻어오면 바쁘게 비설거지를 한다. 연풍지역의 비는 늘 이곳부터 시작되기 때문이란다.  

 

 

 

은티마을은 소나무 아래 쉼터, 은티마을은 다리건너에 옹기종기 십여 가구의 집들이 이마를 마주하고 있는, 산모롱이 밑의 숨겨진 마을이다.  길가 왼편엔 무궁화꽃이 주욱 늘어서 있다.

 

 

은티마을을 지나 주욱 진행하면 큰 바위를 문설주로 세워 놓은 잘 지어진 집을 만난다.  문 옆에 희귀 동,식물들을 위하여 등산로를 폐쇄한다는 안내판... 자세히 보니 백두대간 마룻금이다. 그럼 대간을 답사하고 있거나 하려고 계획중인 사람들은 어떻게 할꼬?

 

 

본격적인 산행이 시작되기 전에 만나는 사과과수원, 이곳에서 악휘봉 가는 길과 이별하게 된다.

오늘 가는 마분봉은 유난히 뾰족한 봉우리가 말똥을 연상케도 하지만 실제로 정상 가까이 가보면 화강암 덩어리들이 말똥처럼 보인다. 특히 정상에는 또 하나의 말똥이 사발을 엎어 놓은 듯이 보여 어느 모로 보나 말똥바우가 틀림없는 듯하다.

 

 

 

마분봉으로 오르는 길은 심한 오름길이 한동안 계속된다. 그 된비알의 힘듬을 이겨낸 자에게 드러내는 선물은 아름다운 능선... 보이느니 묵빛 바위와 노송이 절묘하게 어우러진 여덟 폭짜리 동양화의 병풍이다.  

 

  

692봉 정상에서 서쪽의 가파른 내리막길을 한참 내려가다 보면, 낙타등 같은 암릉과 마주치니 이곳이 ‘마법의 성’이다. 암릉의 아래로 돌아가는 길도 있지만, 암릉을 타고 오르면 칼날 같은 날등이 30여m를 뻗어가며 양쪽이 까마득한 벼랑이다.  

  

 

만화에서나 볼 듯한 마법의 성곽... 운치있게 굽은 나무들이 여기저기 바위위에 어우러져 암릉도 소나무와 하나가 된다.  

  

 

바위등에 올라서면 어김없이 휘휘 굽은 소나무를 만난다. 그 소나무 가지 사이로 마법의 성이 슬며시 잠겨간다.

 

 

이 산에는 소나무들이 많다. 어떤 소나무는 까마득한 바위등에 올라타기도...

 

 

보이는 곳곳이 절경이요. 발길 닫는 곳이 모두 아스라한 벼랑이다.

 

 

날등을 지나면 본격적으로 빼어난 암릉길이 시작된다. 기암괴석과 바위벼랑, 그리고 휘휘 늘어진 노송들... 저멀리 능선의 끝자락에 암봉으로 치솟은 마분봉이 눈앞에 다가온다.  

 

 

 

흙 한점 찾을 수 없을 것 같은 바위위에 자리를 잡은 소나무가 한편으론 존경스럽기까지 한다.  

 

 

마분봉의 산능선은 낙타등처럼 융기를 거듭하며 손에 잡힐 듯 가깝게 다가온다. 참으로 많은 산군들이 첩첩이 겹치면서 온 천지가 산으로 가득한 느낌이다.  

 

 

 

마분봉 방향으로 내려가는 길은 고사목이 암릉길에 운치를 더해주고 있다. 서편 벼랑도 기암괴석의 벼랑..

 

 

 

마법의 성이 끝나면 바위벽이 막아선다. 그러나 크게 염려할 필요는 없다. 발 디딜 곳과, 손으로 잡을 만한 바위 모서리가 있으니까...    

 

 

 

뒤돌아본 마법의 성... 결코 성곽 같이 보이지는 않는다. ‘마법의 성’ 능선을 지나올 때 동화 속 요술나라에서나 볼법한 기기묘묘한 형상들을 보고 붙인 이름일성 싶다.  

 

 

 

보이는 곳곳이 암릉의 산이요. 까마득한 암벽이 도사린... 그리고 그 암벽위에 어김없이 낙낙한 노송을 얹고 있는 절경의 산하이다.  

 

 

 

안부 능선에서 산비알 돌아 다시 아스라한 절벽 위로 바위등을 타고 오른다. 여기도 보이는 것이 다 암릉이요. 기암괴석이요, 그리고 벼랑에 걸친 소나무... 건너편 마분봉 봉우리가 눈앞에 있다.

 

 

우주선 바위, UFO바위라고도 불린다.

마분봉을 오르는 길목에서 이상하게 생긴 바위를 만난다. 말똥 같기도 하고, 한편으론 우주선 같기도... 보는 사람의 마음에 따라 그 생김새가 달리 보일 듯 싶다.  

 

 

마분봉 정상을 가려면 우주선 바위봉에서 밧줄을 타고 내려섰다가 다시 암벽을 올라가야 한다. 까마득한 바위벽을 기어오르면서 잠깐 뒤돌아보면, 공룡의 등처럼 융기를 반복하고 있는 능선이 눈앞에 도열하고 있다.

 

 

마분봉을 다녀 온 사람들이라면 ‘암릉과 깎아지른 절벽, 기암괴석에 천년 노송이 어울러진 선인들이 그린 산수화 실물풍경을 오롯이 감추고 있는 산’으로 그 빼어난 자태를 결코 잊지 못할 것이다.

 

 

 

마분봉 정상

조그만 표지석이 개활지 한 복판에 서있다. 동남간으로 전망이 탁트인 바위등이 놓여있다. 저 건너편 악휘봉이 가까운 산자락에 겹쳐 우뚝 치솟아 오른다.   연풍사람들은 ‘말똥바우’라 부른단다. 하필이면 말똥일까? 산정을 오르기전 능선에서 바라보면 영락없는 ‘말똥 무더기’처럼 보인다 해서 그리 불리는 모양이다.

 

 

능선을 따라 악휘봉으로 향하다 발견한 독립문... 능선의 사면에서 악휘봉이 건너다 보인다.

 

 

 

조금 위에서 만난 또 하나의 독립문, 위의 것과 다른점은 문설주 위의 천정돌이 위의 것은 자연석인데 반해, 아래는 인공적이라는 점이다.  

 

 

악휘봉 가는 능선에서 오늘 지나왔던 길을 뒤돌아 본다. 소나무 숲 위로 마분봉의 암릉이 공룡의 등처럼 험준하게 치솟아 있다.

 

 

입석바위

우뚝 솟은 산자락과 바위 곁에 굽어진 소나무와 어우러져 절묘한 경관을 연출해 내고 있다. 산 아래 입석리(立石里)는 이 바위에서 비롯된 이름이란다.

 

 

악휘봉 정상

암릉으로 이루어진 정상은 주변이 작달만한 나무들로 이루어져 조망이 좋다. 정상에서 서편의 암벽을 내려서면서 건너다보이는 거대한 암봉은, 그 장관이 숨막히는 전율감을 느끼게 만든다.

 

 

넓고 평탄한암반의 악휘봉 정상은 조망이 시원스럽다. 북에서 동으로 월악산, 조령산과 주흘산이 겹치고, 동으로는 구왕봉과 희양산이, 그리고 서쪽으론 칠보산과 군자산의 산줄기가 물결친다.

 

 

오봉정고개

마분봉과 악휘봉의 중간쯤에 있기 때문에 악휘봉을 가면서 지나갔던 곳이다. 하산시간을 단축하기 위해 다시 이곳으로 돌아와, 은티골짜기 곁으로 잘 닦여진 등산로를 따라 내려선다 

 

 

하산길 등산로 주변은 그야말로 참나무 천국, 참나무와의 싸움에서 맨날 지기만 하는 소나무는 구경하기조차 힘들다. '후두둑 후두둑'  바람에 도토리 떨어지는 소리가 흡사 우박 쏟아지는 소리와 같다. 행여 머리에 떨어질세라 얼른 모자를 고쳐써본다.

 

 

은티골

‘이 계곡은 은티마을 주민들이 식수로 이용하는 곳이니 통행을 제한합니다’ 안내간판과 함께 등산로는 계곡에서 벗어나 버린다. 그러면 땀에 젖은 이 몸은 어떡하란 말입니까? 식수를 공급하는 관으로 보이는 호스가 매설된 곳에서 조금 아래로 내려가, 땀에 흠뻑 젖은 몸을 씻는다. 아 시원해~~   

 

 

은티골 계곡이 끝날 즈음, 마분봉을 오르기 위해 지나갔던 등산로와 만난다. 올라갈 때 보았던 탐스러운 사과과수원도 만나고... 알맞게 익은 홍로의 알알이 먹음직스럽다. 그러나 난 홍옥의 팬... 새콤한 맛을 좋아하는 이유는 내 배가 임산부처럼 많이 나와서일까? 

포암산 (布岩山, 962m) - 만수봉


산행코스 : 미륵리 주차장→하늘재→포암산→관음재→만수봉→능선→만수교쉼터 ( 산행시간 : 5시간30분)


소재지 : 충북 충주시와 경북 문경시의 경계

산행일 : ‘09. 8. 8(토)

함께한 산악회 : 안전산악회


특색 : 월악산국립공원에 포함된 山群으로서는 유일하게 백두대간 마룻금상 위에 놓인 산, 인근 산들과 마찬가지로 바위로 된 산이나 그리 험하지는 않다. 험한 바위 길에서 만난지 얼마 되지 않는 여인의 손목이라도 잡아주려는 꿍꿍이를 가진 사람이라면 다른 코스를 택해야 할 듯...

 

 

산행들머리는 미륵리

597번 지방도로가 지나가는 충주시 상모면 미륵리에 있는 미륵사지 주차장에서 뒤편 미륵가든 방향 아스팔트 도로를 따라 시작한다. 미륵사지가 유명한 탓인지 각종 편의시설이 대부분 미륵이란 상호를 사용하고 있다.  

      

 

미륵사지

송계계곡 상류에 있는 사적지로서, 확실한 연대는 알 수 없으나 신라 말에서 고려초 사이의 것으로 추정된다. 이곳에는 보물 96호인 석불입상과 보물 95호인 5층석탑, 충청북도 유형문화재인 미륵리석등, 미륵리 3층석탑 등이 있다.  

 

 

하늘재(전설속의 옛길 - 계립령)

경북 문경에는 새재(鳥領 - 조령), 이화령, 하늘재라는 유서 깊은 옛 고갯길이 3개나 있다. 삼국사기에 ‘신라 아달라왕 3년(156년)에 북진을 하려고 계립령을 열었다’는 기록이 나오니 우리나라에서 맨 처음 뚫린 고갯길이라고 해도 틀린 말이 아닐 것이다  

 

 

하늘재에 이르는 오솔길

울창한 솔숲을 가로 지르는 오붓한 산길을 찬찬히 걷다보면 청신한 솔향기와, 바람소리, 새소리가 신산한 세상살이를 까마득히 잊게 해준다. 숲길 곳곳에는 역사 자연 관찰로가 조성돼 있고 숲의 생태와 부근 유적에 관한 안내판이 세워져 있어 자연 관찰로로 제격이다. 울창한 숲 사이의 길... 느린 걸음으로 걷는다면 마음은 한층 여유로워질 터인데도, 선두의 재빠른 발걸음을 따라잡느라 주위 경관은 구경할 틈도 없고 그저 헉헉대는 가픈 숨소리만 턱에 차 오른다.

 

 

하늘재의 백두대간 포암산 들머리

하늘재의 문경 방향은 아스팔트 포장이 되어있으며 약간의 주차공간이 있다. 백두대간 종주시 꼭 거쳐야 하는 하늘재, 반대 방향은 마패봉을 거쳐 조령산을 넘어 이화령으로 이어지는 백두대간이다.

 

 

본격적으로 산행이 시작되는 등산로의 초입에 있는 하늘샘

어제가 입추였다. 그러나 말복을 며칠 앞둔 오늘, 아침부터 몹시 더웠다. 햇살이 정면에서 비쳐왔다. 몸은 벌써 뜨거워져 있었다. 하늘샘에 도착했다. 시원한 물로 목을 축였다. 몸의 열기가 조금은 가라앉았다.  

 

 

하늘재에서 시작한 등산로는 백두대간 마룻금을 타고 지독히도 가파른 비탈로 접어든다. 계단을 올라서고 돌 너덜을 지나 하늘재가 숲에 가려 모습을 감출 즈음, 길은 어둑한 숲을 벗어나 가파른 산 비알로 올라선다.  

 

 

시야가 트이면서 암릉과 암괴가 사뭇 근사한 경관을 펼쳐주고 있다. 7년쯤 전에도 난 백두대간을 종주하면서 이길을 지나간 일이 있다. 그런데도 아무 기억이 떠오르지 않는다. 아마 무박산행을 하면서 앞사람 발뒤쿰치만 바라보며 달렸었을 것이다. 산은 언제나 우릴 받아들이려 하는데도, 하루하루를 그저 바쁘게만 살아가는 인간들이라니...

 

 

산행들머리에서 쳐다볼 때는 평범한 육산처럼 보였는데 산행을 계속하며 정상에 다가설수록 이름만큼이나 바위산임을 알 수 있었다. 아름드리 노송군락과 벼랑 위에 선 고사목들에서 자연의 신비감을 느끼게 해준다.  

 

 

가파른 산비알은 오를수록 시원스럽게 시야를 열어주는게, 벌써부터 노송과 암릉이 어우러지면서 산경은 한 폭의 수채화인양 멋스럽기 짝이 없다. 

 

 

비록 상층부는 구름에 가려 보이지 않지만, 앞쪽으로 월향삼봉의 산줄기에 겹쳐서 주흘산의 험준한 자태가 하늘가에 실루엣을 펼쳐 놓고, 골짜기 건너편으로는 성주봉이 위용을 자랑하고 있다.   

  

  

포암산은 부근의 월악산, 주흘산, 신선봉 등과 더불어 조령 5악으로 불리는데 산세가 험한 대신 수려한 풍광을 자랑한다. 쌍봉 낙타 등처럼 생긴 포암산은 등산로 양옆이 급한 암벽을 형성해 여느 산처럼 등산로가 잘 발달되지 않았으나 등산로에는 아름드리 노송군락과 벼랑 위에 선 고사목들이 있어 자연의 신비감을 더해준다.

 

 

산으로 오르는 길은 매우 가파르다. 밧줄에 매달리고 스틱에 의지하며 암릉을 올랐다. 암릉에 매달린 내 발 밑으로 구름이 지나가는 듯, 앞 산마루 등허리에 운무가 흐르고 있다. 허공에 떠 있는 듯, 구름에 실려 가는 듯... 오늘 난, 또 한명의 산신령이 되어본다. 

 

 

포암산(布岩山) 정상

하늘재에서 약 한 시간쯤 걸으면 포암산 정상에 도착한다. ‘백두대간 포암산’이라는 조그만 표지석이 서있고, 주변에 아무렇게나 쌓아 올린 돌무더기가 정상을 지키고 있다. 이 산은 옛날에는 베바우산이라고 불리기도 하는데, 문경에서 하늘재를 보고 오르면 포암산이 마치 큰 베를 펼쳐 놓은 것처럼 보여서란다.

지금은 비가 막 개어가고 있는 시점, 멀리 보이는 산들의 봉우리는 구름의 한 가운데에 놓여있다. 아쉬운 마음이 들지만, 그나마 비가 내리지 않은 것만도 다행스러운 일이다.

 

 

 

눈길을 남서쪽인 주흘산의 영봉과 주봉을 바라보니 저 멀리 가물거리는 황학산과 백화산도 희미하게 나타나고 그 끝자락에 속리산 마루금도 보이는 듯 착각을 일으키고 있다.  

 

 

포함산 정상에서 마치 책꽃이의 책이 기운 듯한 네모반듯한 바위가 층층이 쌓인 포갠 바위를 내려오면 등산로는 진달래군락을 지나게 된다. 온통 하늘을 가려버린 진달래 숲은 어느 봄날 이곳을 찾은 선남선녀들의 가슴을 무던히도 두근거리게 만들어 줄 듯 싶다.  

 

  

만수봉으로 가는 길은 무성한 숲이 밀림을 이룬 밋밋한 오솔길이 백두대간을 따라 오르내리며 이어진다. 낙엽이 쌓여 비옥해진 토양에 밀생한 나무들과 풀이 한껏 푸르름을 자랑하고 있다. 풀 냄새 가득한 숲의 기운이 한껏 싱그럽다.  길가의 참나무 숲이 시원한 그늘을 만들어 주는데, 울창한 나뭇잎 사이로 한줄기 햇살이 부채살 마냥 퍼지고 있다. 등산로 옆은 연한 풀잎이 마치 잔디를 깔아 놓은 양 펼쳐진다.

 

 

길가에 노란 원추리 꽃 함초롬히 피어 가쁜 숨 몰아쉬는 나를 맞아준다. 잠시 걸음 멈추고 숨을 돌렸다. 숲속 나뭇잎 사이로 하늘이 보이기 시작했다. 그에 맞추어 숲은 속은 속살을 드러내 준다. 마치 오랜 세월 마음에 담아 두었던 이야기들을 토해 내려는 듯이...   

 

 

만수봉을 1.5Km 남겨놓은 헬기장을 지나면서부터 등산로는 온통 조릿대 숲으로 덮여진다. 숲을 벗어나 거대한 암릉위에 올라서면 눈앞에 만수봉이 우뚝 서있다. 

 

 

너럭바위

마골치에서 만수봉으로 이어지는 능선길은 심심치 않을 정도... 때로는 겨우 한사람 정도가 빠져나갈 수 있는 암릉을 넘어서기도 하고 푸른 산죽이 군락하는 8부 능선길을 타기도 하는 데, 만수봉을 얼마 남겨놓지 않은 800여m길은 제법 험준하여 위험하기까지 하다.   

 

 

 

만수봉은 멀리서 보면 암릉으로 보이지만 좀 더 가까이 이르러 보면 마치 파란 옷을 입은 부드러운 누에처럼 보인다. 이곳 너럭바위는 만수봉 남릉의 모습을 가장 선명히 볼 수 있는 장소이다.

 

 

포암산 정상에서 마골치로 가는 백두대간 길은 여러 번 오르락 내리락을 반복한다. 약 1시간쯤 산행을 하고 나서 뒤를 돌아보면 가까이 포암산이 보이고 그 너머로 주흘산과 부봉, 그리고 월항삼봉과 마역봉이 좌우로 이어진다.  

  

 

너럭바위에서 5분쯤 가면 왼쪽으로 만수계곡으로 내려가는 길이 나온다. 이곳에서 만수교까지는 3.8㎞이다. 이 길로 내려가지 않고 똑바로 가파른 경사를 약 10여 분 오르면 만수봉 정상 못 미쳐 또다시 갈림길을 만나게 된다. 오른쪽으로 꺾어지면 월악산 종주코스로 공룡능선을 타게 된다. 그러나 이곳은 출입금지구역으로 묶여있다.

 

 

 

만수봉 정상에는 바위와 소나무들이 있어 포암산 정상처럼 그렇게 땡볕은 아니다. 그렇지만 이들 나무로 인해 조망이 포암산 정상만큼 좋지는 않다  

 

 

만수봉이란 이름은 만수교와 만수골의 이름을 빌어 만수봉으로 불려지고 있다. 만수계곡 건너편에 있는 포암산과 마치 오누이처럼 다정스런 모습을 하고 있는 산이다. 회백색 바위 사이로 아름다운 푸르름을 간직한 소나무 군락들이 황홀경을 만들어 내는 봉우리로서 여기에서 보는 조망 역시 한폭의 산수화를 만들어 내고 있다. 

 

 

 

만수봉 정상(983m)에서는 북쪽으로 월악산 영봉쪽 조망이 좋은 편이다. 그러나 산과 물이 어우러진 조화로운 모습이 아니고 암릉들만 우뚝 솟은 강박한 모습이다.

 

 

만수봉 정상에 올라서면 월악산의 웅자를 한껏 감상할 수 있다. 깎아지른 바위벼랑으로 치솟아 오른 험준한 산세가 시선까지도 얼어붙게 만들다 못해, 오싹 전율감으로 이어지고 있다.

 

 

등산로는 암릉과 노송이 어우러져 한 폭의 산수화를 만들어 내고, 마치 화폭 속을 거니는 양 흥겨움으로 발걸음까지 가볍다.  암릉과 기암괴석이 천인단애의 벼랑을 일으켜세우고, 온통 아름드리 노송들이 낙낙장송 가지들을 멋들어지고 늘어뜨리고 있다

 

  

만수봉 능선에서 바라본 포암산 방향

포암산에서 만수봉 까지는 U자형으로 휘돌아 포암산이 아주 가까이 보인다.  포암산 우측으로는 주흘산 영봉이 솟구쳐 있다. 주흘산 주능선을 우측으로 따라가면 부봉의 6봉우리가 톱날처럼 보이고 그뒤로 아스라이 조령산이 보인다. 

   

 

 

서쪽으로 길게 누워있는 바위 옆 소나무 가지 사이로 다가가니 그 앞으로 용암봉이 솟아 있고 미륵리와 송계리 사이의 만수골 넘어 박쥐봉과 북바위산도 조망된다.  

 

 

군데군데 박혀 잇는 아름드리 소나무들이 옛 산의 자태를 과시하듯 눈을 멈추게 한다.   

정신없이 선두를 따라잡느라 정신없는데, 가픈 숨결 따라 가슴 가득 숲향이 밀려들어온다. 바쁜 발걸음 와중에도 나름대로 흥을 실어 보는데, 心身一體일까? 마음따라 발걸음도 차츰 가벼워온다.

 

 

하산길은 나무계단과 산행로 사이드 안전지지대가 잘 설치되어 산행을 편히 할 수 있다. 특히 이곳 포암산/만수봉 산행지에서는 안전시설과 이정표가 어느 산보다 아주 잘 정비되어 있어 산객들이 어렵지 않게 산행을 즐길 수 있도록 배려했다는 점을 느낄 수 있다.

 

 

구름 아래 산 첩첩 늘어서 나를 기다리고 있었다. 나를 부르고 있었다. 참나무 가득한 숲은 뜨겁게 달궈진 듯 온 몸이 타는 듯했다.

 

 

820m봉까지는 매우 가파른 길이며 아름드리 소나무들과 부드러운 자태의 바위들이 군데군데 어우러져 있어 운치를 더하며 쉬는 곳곳 마다 전망이 좋아 아래 만수계곡이 훤히 내려다보인다.   우측으로 내려 서면 쇠봉으로 안전선을 그어 놓았는데 그리 위험스러운 곳은 아니나 발길을 멈추게 할 정도로 전망이 좋은 곳이다.

 

 

 

 

만수교 입구는 자연탐방로이다.  길 양옆에 조성된 야생화 단지에는 온갖 꽃들이 피어 있다. 벌개미취, 산나리 등등... 산행 날머리지점 가까이에서 만수계곡을 가로지르는 木橋를 만나게 된다. 포암산에서 만수봉 까지는 U자 형으로 휘도는데 그 U자로 만들어진 깊고 넓은 계곡이 만수 계곡이다.

 

 

 

산행 날머리인 만수교

뜨거운 날씨에 쫓겨 산을 부지런히 산을 내려왔다. 내려 선 산은 숲이 울창하다. 넝쿨들이 나무를 휘어감아 마치 원시림에 들어온 듯 하고 산나리 홀로 피어 낯설었다. 

 

 

산은 늘 우리를 받아들이고 있지만 우리는 늘 제멋대로다. 산은 가지런히 산줄기를 뻗으며 길을 열어주고 있지만 우리는 늘 제멋대로 이리저리 다닌다.


산은 모든 생명 품어 안은 채 모든 생명에게 활짝 열려 있건만 사람들은 자기들이 지나지 못하도록 산길을 막았다. 숲을 지키기 위해서... 숲과 자연이 없으면 사람은 살 수 없으니 당연한 일일 것이다.


숲은 저 홀로 풍성하고, 산은 저만치서 우리를 바라보며 의연한데, 사람들만 저희들끼리 모여 옳고 그르다며 아우성이다.

장용산 (656m)


산행코스 : 금천교→사목재→474봉→구멍바위→전망대→625봉→장룡산 정상→제2등산로→자연휴양림 (산행시간 : 널널한 3시간)


소재지 : 충북 옥천군 군서면과 이원면 경계

산행일 : ‘09. 5. 31(일)

함께한 산악회 : 장미산악회


특색 : 충북사람들이 종주산행지로 즐겨찾는 山群인 ‘천성장마’중 하나, 천성장마의 주산인 천태산과는 달리 바위산이 아닌 흙산... 중간에 암릉을 끼고 있으나, 왜소하다. 산 밑의 자연휴양림을 이용한 나들이 때에나 산책삼아 오르기에 적당한 코스, 산행코스가 짧고 특별히 빼어난 경관도 없으므로 장룡산만 목적삼아 찾기에는 어쩐지 미흡하다.

 

< 천성장마 > 

충북 영동군 양산면 천태산에서 옥천군 옥천읍까지 이어진 능선 상에 있는 주요 4개산(천태산(天台山) 714.7m, 대성산(大聖山) 704.8m, 장용산(將龍山) 654.5m, 마성산(馬城山) 510m)의 이름을 따서 만든 종주산행을 일컫는다.

 

산행들머리는 금천1교

사목재를 가려면 이곳에서 좌측의 시멘트 포장도로를 따라 가야한다. 곧바로 직진하면 장용산 휴양림...,

봄은 꽃이요, 여름은 신록이다. 계절의 징검다리를 건너는 5월말이면 일상에 갇힌 마음이 날개를 단다. 골프채 좋아하는 아저씨들이나 등산복 챙기는 아줌마들, 거기다 괜시리 선글라스 끼고 거울 앞에서 서성이는 아가씨들...

 

 

사목재를 따라 조금 걸으면 금천계곡의 하류가 보인다. 계곡은 제법 넓으나 수량은 많지 않은 듯... 계곡 곳곳에 보를 막아 물을 농용수로 이용하고 있는 것을 볼수 있다.  

나들이 지수가 최고조인 요즘이다. 등산을 좋아하는 나와 내 집사람은 부창부수... 새로 꺼낼 필요도 없이 아무 옷이나 주워 입고 산으로 떠난다. 야호~~~

 

 

사목재

장용산은 이곳에서 우측능선으로 진행... 좌측으로 진행하면 ‘천성장마’의 막내인 마성산이 나온다. 곧바로 고개를 넘으면 용암사...(장용산 중턱에 자리한 용암사는 신라시대 의신대사가 속리산에 법주사를 창건하기 전에 세운 절로서, 보물인 쌍삼층석탑을 지니고 있다)  

 

 

마성산

'천성장마'의 막내둥이 산... 밋밋한 흙산으로 볼만한 경관은 없다 

어느 화창한 봄날,,, 길가에서 어서오라 손짓하는 흰 찔레꽃을 따라 산을 올랐다. 인적 없는 좁은 흙길을 구불구불 넘어 옥천시가지가 내려다보이는 능선에 섰다.

 

  

안부에 올라서면 등산로는 암릉으로 변한다. 장용산에서 가장 아름다운 구간... 암릉지대에서 바라보는 서대산과 금천계곡의 풍광은 첩첩산중의 그윽한 맛을 자아낸다.

푸르디푸른 하늘가, 나뭇가지 사이로 보이는 산봉우리에는 구름이 걸렸고, 짙은 녹음의 골짜기에선 옅은 안개가 피어오른다. 어디선가 뻐꾹새 한 마리가 촉촉한 울음소리를 보내고 있다. ‘활~딱~벗~어’  집사람의 해설이 아니더라도 난 저 새의 울음소리가 좋다.

 

 

평탄한 능선 길을 오솔길처럼 이어지다가도 간간히 험한 암릉 길이 나타나곤 한다. 조금 위험하다싶으면 로프를 설치해 놓아 큰 어려움은 없다. 그러나 만사는 불여튼튼이라고 긴장을 늦출 필요는 없다.  

 

  

 

능선에서 바라보면 천성장마의 끝자락인 마성산과 함께 옥천읍내가 한눈에 보인다.

충북 옥천은 정지용 시인의 고향이다. 지금은 누구나 그의 시 한 편쯤은 알고 있겠지만, 세상은 잠시 그를 잊고 있었던 때가 있었다. 월북시인이라는 붉은 딱지가 매겨져 있었던 시절... 

 

 

장용산의 암릉에서 만나는 두개의 기암괴석중 하나인 거북바위

오지 산을 찾는 여정은 인적이 없는 조용한 숲길을 가는 맛뿐만 아니라 빼어난 절경을 만나는 기회도 선사한다. 깊으면서도 또한 아름다운 길을 따라가는 여정이다. 이런 오지로의 여정은 유쾌하고 떠들썩한 행락과는 어울리지 않는다.

 

 

거북바위를 통과하려면 약 60Cm 정도의 침니를 통과해야만 한다. 상채가 굵은 난, 어렵게 릿찌를 이용 바위 상부를 통과... 덕분에 침니를 통과하고있는 여인의 아릿다운 뒷태를 잡을 수 있었다. 

 

 

거북바위에서 바라 본 왕관바위

능선에는 소나무와 참나무 숲 사이로 왕관바위(구멍바위), 거북바위(포옹바위) 등 기묘한 모습의 거대한 기암괴석이 간간이 눈에 띄며, 조망이 무척이나 좋아 인근의 대자연을 한눈에 만끽할 수 있다.

 

 

왕관바위

산 아래에서 바라다보면 왕관 같다고 해서 붙여진 이름이지만 막상 대면하고 보면 그 거대한 크기 때문에 그 형태를 알아볼 수 없다. 사람이 간신히 지나갈 만한 폭 30㎝ 정도의 침니 구간이 있어 ‘구멍바위’라고도 불린다. 바위틈 사이 좁은 문을 통과해야 산길이 이어진다.  

   

  

 

왕관바위의 중간어림은 침니형태의 구멍

높지 않은 산, 포근한 등산로, 그리고 푸르름... 장용산은 번잡한 일상에 치여 삶의 여유를 찾고 싶을 때, 혹은 사방이 막혀 탈출구가 보이지 않을 때, 그저 바람처럼 다녀와 볼만한 곳으로 생각된다.

 

 

구멍을 통과하려는 여성분들은 다이어트가 필수... 

너무 뚱뚱해서 통과가 어려운 여성분들을 위해 왕관바위가 베푸는 또 하나의 친절... 바위의 허리쯤에 매어진 밧줄을 이용해서 우회하면 낯 붉힐 일은 자연스레 면할 수 있다.

능선에 서면 호젓한 숲길과 시원한 바람 한줄기, 그리고 저 멀리 바라보이는 저수지의 맑은 물빛... 무엇보다 오지 산의 고요함이 도회지에서 지친 심신을 위로해 주리라...

 

 

암릉과 소나무의 조화...

키 작은 소나무들이 바위와 어울린 모습을 찾아 두리번거려보지만, 근처의 천태산이나 갈기산에서 보았던 경관은 보이지 않는다. 칠보산의 정취를 그려보며 오른 장용산, 그저 이 정도로 만족할 수 밖에... 

 적요한 숲길과 청정한 자연, 그리고 소담스런 이정표.. 이런 능선에서 만난 사람들은 어쩌면 때 한점 묻지 않은 사람들이리라... 그런 사람들을 만날 수 있는 산이 좋다.  

 

 

⇩ 보라! 저 끈질긴 생명력을...

흙 한점 없는 바위틈에 자리잡아, 척박함 속에서도 기개를 잃지 않는 저 푸르름... 

고도을 높이면서 산허리를 타고 넘는 깊은 숲길은 참으로 고요하다. 길가로 이름모를 들꽃들이 환하게 피어있는, 유연하게 휘어진 흙길은 그것만으로도 마음을 빼앗기기에 충분하다.

 

 

 

바람 솔솔 소나무...

능선에 올라서니 대성산 방향에서 불어오는 바람이 그렇게 시원할 수 없다. 안부까지 올라오느라 흘린 땀방울... 한줄기 시원한 바람이 스치듯 훔쳐 가버린 지 오래다. 아침 집을 나서기 전 무더울 것이라는 일기예보에 놀라 집사람이 마실 물까지 넉넉히 준비했는데...    

 

 

지정된 하산시간에 여유가 있어 참외를 안주삼아 느긋하게 캔맥주를 마신다. 타는 목마름을 달래줄 얼음물을 아무리 들이켜도 목마름을 해결할 수 없을 때에, 2%가 아닌 20%의 부족함을 보충하기 위해 준비했는데.. 얼려온 보람 없이 날씨는 시원하기만 하다. 얼음 동동 뜬 맥주가 차라리 거추장스러울 정도...

 

 

능선에서 바라본 다른 능선의 경관

암릉을 지나면 오르락내리락 하는 무난한 산길이 이어진다. 길은 곱고 수북이 쌓인 낙엽으로 인해 푹신푹신하다. 약 30분정도 가다보면 팔각정을 만나게 된다. 전망대에서는 식장산과 고리산, 마성산, 대성산을 비롯해 옥천일대가 한눈에 내려다 보인다.   

   

 

  

 

전망대 정자

장용산에서 가장 조망이 빼어나다. 식장산과 고리산, 마성산 등 장용산 주변 산군을 비롯해 옥천군 일대가 한눈에 내려다보인다. 보통 정자하면 팔각정인데, 아무리 보아도 이곳의 정자는 육각정이다... 일행曰 ‘팔각정이라고 부르면 팔각정인거지 어느 할일 없는 사람이 자세히 세어보나?’  

 

 

능선리에서 바라보는 삼청저수지...

얼마 전 이곳을 선답한 이가 보내준 사진에는 바닥이 보일정도로 메말라 있었는데, 지난번 내렸던 봄비의 양이 제법 여유로웠던가 보다. 저수지는 어느새 만수위... 그 모습이 한반도를 닮았다고 느꼈다면 나만의 호사일까?  

 

 

장용산의 능선을 따라 걷다보면 묘한 광경이 눈에 들어온다. 능선의 오른편(휴양림 방향)엔 소나무, 왼편엔 참나무들이 끼리끼리 군락을 이루고 있다. 어디에나 튀는 놈은 있는 법, 간간이 남의 구역까지 기어들어간 청개구리 형 나무들도 눈에 띄지만...  

 

 

일단 능선 위에 다다르니 바람이 더 시원하다. 전망대 쪽으로 난 오솔길은 폭신폭신하기까지 하다. 소나무 낙엽이 수북이 쌓인 흙길은 마치 양탄자 위를 걷는 듯...  산바람도 적당히 불고 그늘과 햇빛이 적당히 교대를 하여 그리 덥지 않다. 그래서 야금야금 걷다보면 능선 나무들 사이 저만치에 하늘이 걸려있다.

 

 

장룡산 정상(長龍山656m)

마성산, 용봉, 재건산 등을 거느리고 있는 지능선상의 맏형이고 천태산을 모산으로 하고 있다. 주변의 서대산과 대성산에선 불과 5km미만의 거리에 있으면서도 잘 알려지지 않다가 1994년에 장룡산 자연휴양림이 개방되면서부터 일반에 널리 알려지게 되었단다.

정상에 올랐으니 증명사진은 당연지사... 내 만족을 위해 정상 근처에서 다정하게 식사를 하고 계시는 어느 등산객 부부의 한가로움을 깨뜨리고 만다. 죄송~~~ 정상석 하나 없는 가난한 산이어서??? 가난한 산을 찾는 등산객의 숫자, 또한 가난할 수밖에 없는 것인가 보다.

 

 

 

정상 못미처 119의 제5 구조지점...

휴양림으로 하산하려면 이곳에서 제2 등산로를 따라 내려가야 한다. 여기서 정상까지는 약 10분 소요... 정상에서 대성산 쪽으로 이어지는 길은 보이는데 길이 없다고 막아놓았다. ‘천성장마’의 능선이니 당연히 등산로가 있을 것이고, 내가 알기론 조금 더 진행하면 휴양림으로 내려서는 등산로가 있다. 아마 휴양림에서 막아 놓은 모양...

  

 

정상을 뒤로하고 휴양림으로 내려서는 길은, 울울창창한 소나무 오솔길이 길게 이어진다. 지금껏 그리도 시원하게 불던 바람이 서서히 잦아진다. 방울방울 떨어지기 시작한 땀방울이 휴양림에 도착할 때 즈음이면 등허리 어림을 흥건히 적셔버리고 만다.

가파른 하산길이 무에 문제랴~~ 숨만 쉬면 솔향기 그윽한 상큼한 공기를 흠뻑 들어차는데... 웰빙에 미친 요즘 사람들, 치톤피트 넘치는 장용산 자락에서 노니는 나... 이아니 신선놀음일손가...  

 

 

소나무 가지 사이에 대성산을 넣어 보았다. 

올봄에 대성산을 찾았다가 어설픈 리본에 속아 고생했던 기억이 새록새록 떠오른다. 제대로 내려섰으면 옥천군 이원면이었을 것을, 난 충청남도 하고도 금산군으로 내려서는 낭패를 보았다... 아픈 추억^^-*.   

 

 

금천계곡을 가로지르는 현수교

철제로 만들어진 약간은 우직하게 생긴 다리이나, 나름대로 풍취가 있는 듯...  

옥천 제일의 계곡이라고 일컬어지는 금천계곡은 수량이 많고, 천연기념물인 어름치가 서식하고 있을 만큼 청정함을 자랑한다는데... 요즘 가뭄이 해갈될 정도로 비가 제법 내렸는데도 물 흐름이 없는 것을 보면 소문과는 다른 모양이다. 다만 계곡이 넓고 평평한 바위가 많아 산행의 피로를 풀며 족탁을 하기에는 안성맞춤이다.  

 

 

때는 바야흐로 늦봄

때 이른 더위에 아이들은 벌써 물속에서 첨벙인다. ‘감기 들라’ 아이들 감싸는 모심은 어머니보다 할머니가 위라는 것을 증명이라도 하려는 양, 아이들 첨벙거리며 노는 모습을 물끄러미 바라만 보는 母心을 나무라는 할머니의 애처로움이 마치 한 폭의 수채화 같다.  

 

 

하산지점인 휴양림의 금천계곡에 도착하니 이제 겨우 2시... 아직은 한낮이다.

서서히, 아주 서서히 거닐었는데도 세 시간을 넘기지 못했다. 산은 비록 빼어나지는 않았지만, 볼만한 바위와 소나무를 낀 나름대로 괜찮았던 산이었는데, 산행시간이 너무 짧았던 것이 흠이라면 흠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