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용산 (656m)
산행코스 : 금천교→사목재→474봉→구멍바위→전망대→625봉→장룡산 정상→제2등산로→자연휴양림 (산행시간 : 널널한 3시간)
소재지 : 충북 옥천군 군서면과 이원면 경계
산행일 : ‘09. 5. 31(일)
함께한 산악회 : 장미산악회
특색 : 충북사람들이 종주산행지로 즐겨찾는 山群인 ‘천성장마’중 하나, 천성장마의 주산인 천태산과는 달리 바위산이 아닌 흙산... 중간에 암릉을 끼고 있으나, 왜소하다. 산 밑의 자연휴양림을 이용한 나들이 때에나 산책삼아 오르기에 적당한 코스, 산행코스가 짧고 특별히 빼어난 경관도 없으므로 장룡산만 목적삼아 찾기에는 어쩐지 미흡하다.
< 천성장마 >
충북 영동군 양산면 천태산에서 옥천군 옥천읍까지 이어진 능선 상에 있는 주요 4개산(천태산(天台山) 714.7m, 대성산(大聖山) 704.8m, 장용산(將龍山) 654.5m, 마성산(馬城山) 510m)의 이름을 따서 만든 종주산행을 일컫는다.
⇩ 산행들머리는 금천1교
사목재를 가려면 이곳에서 좌측의 시멘트 포장도로를 따라 가야한다. 곧바로 직진하면 장용산 휴양림...,
봄은 꽃이요, 여름은 신록이다. 계절의 징검다리를 건너는 5월말이면 일상에 갇힌 마음이 날개를 단다. 골프채 좋아하는 아저씨들이나 등산복 챙기는 아줌마들, 거기다 괜시리 선글라스 끼고 거울 앞에서 서성이는 아가씨들...
⇩ 사목재를 따라 조금 걸으면 금천계곡의 하류가 보인다. 계곡은 제법 넓으나 수량은 많지 않은 듯... 계곡 곳곳에 보를 막아 물을 농용수로 이용하고 있는 것을 볼수 있다.
나들이 지수가 최고조인 요즘이다. 등산을 좋아하는 나와 내 집사람은 부창부수... 새로 꺼낼 필요도 없이 아무 옷이나 주워 입고 산으로 떠난다. 야호~~~
⇩ 사목재
장용산은 이곳에서 우측능선으로 진행... 좌측으로 진행하면 ‘천성장마’의 막내인 마성산이 나온다. 곧바로 고개를 넘으면 용암사...(장용산 중턱에 자리한 용암사는 신라시대 의신대사가 속리산에 법주사를 창건하기 전에 세운 절로서, 보물인 쌍삼층석탑을 지니고 있다)
⇩ 마성산
'천성장마'의 막내둥이 산... 밋밋한 흙산으로 볼만한 경관은 없다
어느 화창한 봄날,,, 길가에서 어서오라 손짓하는 흰 찔레꽃을 따라 산을 올랐다. 인적 없는 좁은 흙길을 구불구불 넘어 옥천시가지가 내려다보이는 능선에 섰다.
⇩ 안부에 올라서면 등산로는 암릉으로 변한다. 장용산에서 가장 아름다운 구간... 암릉지대에서 바라보는 서대산과 금천계곡의 풍광은 첩첩산중의 그윽한 맛을 자아낸다.
푸르디푸른 하늘가, 나뭇가지 사이로 보이는 산봉우리에는 구름이 걸렸고, 짙은 녹음의 골짜기에선 옅은 안개가 피어오른다. 어디선가 뻐꾹새 한 마리가 촉촉한 울음소리를 보내고 있다. ‘활~딱~벗~어’ 집사람의 해설이 아니더라도 난 저 새의 울음소리가 좋다.
⇩ 평탄한 능선 길을 오솔길처럼 이어지다가도 간간히 험한 암릉 길이 나타나곤 한다. 조금 위험하다싶으면 로프를 설치해 놓아 큰 어려움은 없다. 그러나 만사는 불여튼튼이라고 긴장을 늦출 필요는 없다.
⇩ 능선에서 바라보면 천성장마의 끝자락인 마성산과 함께 옥천읍내가 한눈에 보인다.
충북 옥천은 정지용 시인의 고향이다. 지금은 누구나 그의 시 한 편쯤은 알고 있겠지만, 세상은 잠시 그를 잊고 있었던 때가 있었다. 월북시인이라는 붉은 딱지가 매겨져 있었던 시절...
⇩ 장용산의 암릉에서 만나는 두개의 기암괴석중 하나인 거북바위
오지 산을 찾는 여정은 인적이 없는 조용한 숲길을 가는 맛뿐만 아니라 빼어난 절경을 만나는 기회도 선사한다. 깊으면서도 또한 아름다운 길을 따라가는 여정이다. 이런 오지로의 여정은 유쾌하고 떠들썩한 행락과는 어울리지 않는다.
⇩ 거북바위를 통과하려면 약 60Cm 정도의 침니를 통과해야만 한다. 상채가 굵은 난, 어렵게 릿찌를 이용 바위 상부를 통과... 덕분에 침니를 통과하고있는 여인의 아릿다운 뒷태를 잡을 수 있었다.
⇩ 거북바위에서 바라 본 왕관바위
능선에는 소나무와 참나무 숲 사이로 왕관바위(구멍바위), 거북바위(포옹바위) 등 기묘한 모습의 거대한 기암괴석이 간간이 눈에 띄며, 조망이 무척이나 좋아 인근의 대자연을 한눈에 만끽할 수 있다.
⇩ 왕관바위
산 아래에서 바라다보면 왕관 같다고 해서 붙여진 이름이지만 막상 대면하고 보면 그 거대한 크기 때문에 그 형태를 알아볼 수 없다. 사람이 간신히 지나갈 만한 폭 30㎝ 정도의 침니 구간이 있어 ‘구멍바위’라고도 불린다. 바위틈 사이 좁은 문을 통과해야 산길이 이어진다.
⇩ 왕관바위의 중간어림은 침니형태의 구멍
높지 않은 산, 포근한 등산로, 그리고 푸르름... 장용산은 번잡한 일상에 치여 삶의 여유를 찾고 싶을 때, 혹은 사방이 막혀 탈출구가 보이지 않을 때, 그저 바람처럼 다녀와 볼만한 곳으로 생각된다.
⇩ 구멍을 통과하려는 여성분들은 다이어트가 필수...
너무 뚱뚱해서 통과가 어려운 여성분들을 위해 왕관바위가 베푸는 또 하나의 친절... 바위의 허리쯤에 매어진 밧줄을 이용해서 우회하면 낯 붉힐 일은 자연스레 면할 수 있다.
능선에 서면 호젓한 숲길과 시원한 바람 한줄기, 그리고 저 멀리 바라보이는 저수지의 맑은 물빛... 무엇보다 오지 산의 고요함이 도회지에서 지친 심신을 위로해 주리라...
⇩ 암릉과 소나무의 조화...
키 작은 소나무들이 바위와 어울린 모습을 찾아 두리번거려보지만, 근처의 천태산이나 갈기산에서 보았던 경관은 보이지 않는다. 칠보산의 정취를 그려보며 오른 장용산, 그저 이 정도로 만족할 수 밖에...
적요한 숲길과 청정한 자연, 그리고 소담스런 이정표.. 이런 능선에서 만난 사람들은 어쩌면 때 한점 묻지 않은 사람들이리라... 그런 사람들을 만날 수 있는 산이 좋다.
⇩ 보라! 저 끈질긴 생명력을...
흙 한점 없는 바위틈에 자리잡아, 척박함 속에서도 기개를 잃지 않는 저 푸르름...
고도을 높이면서 산허리를 타고 넘는 깊은 숲길은 참으로 고요하다. 길가로 이름모를 들꽃들이 환하게 피어있는, 유연하게 휘어진 흙길은 그것만으로도 마음을 빼앗기기에 충분하다.
⇩ 바람 솔솔 소나무...
능선에 올라서니 대성산 방향에서 불어오는 바람이 그렇게 시원할 수 없다. 안부까지 올라오느라 흘린 땀방울... 한줄기 시원한 바람이 스치듯 훔쳐 가버린 지 오래다. 아침 집을 나서기 전 무더울 것이라는 일기예보에 놀라 집사람이 마실 물까지 넉넉히 준비했는데...
⇩ 지정된 하산시간에 여유가 있어 참외를 안주삼아 느긋하게 캔맥주를 마신다. 타는 목마름을 달래줄 얼음물을 아무리 들이켜도 목마름을 해결할 수 없을 때에, 2%가 아닌 20%의 부족함을 보충하기 위해 준비했는데.. 얼려온 보람 없이 날씨는 시원하기만 하다. 얼음 동동 뜬 맥주가 차라리 거추장스러울 정도...
⇩ 능선에서 바라본 다른 능선의 경관
암릉을 지나면 오르락내리락 하는 무난한 산길이 이어진다. 길은 곱고 수북이 쌓인 낙엽으로 인해 푹신푹신하다. 약 30분정도 가다보면 팔각정을 만나게 된다. 전망대에서는 식장산과 고리산, 마성산, 대성산을 비롯해 옥천일대가 한눈에 내려다 보인다.
⇩ 전망대 정자
장용산에서 가장 조망이 빼어나다. 식장산과 고리산, 마성산 등 장용산 주변 산군을 비롯해 옥천군 일대가 한눈에 내려다보인다. 보통 정자하면 팔각정인데, 아무리 보아도 이곳의 정자는 육각정이다... 일행曰 ‘팔각정이라고 부르면 팔각정인거지 어느 할일 없는 사람이 자세히 세어보나?’
⇩ 능선리에서 바라보는 삼청저수지...
얼마 전 이곳을 선답한 이가 보내준 사진에는 바닥이 보일정도로 메말라 있었는데, 지난번 내렸던 봄비의 양이 제법 여유로웠던가 보다. 저수지는 어느새 만수위... 그 모습이 한반도를 닮았다고 느꼈다면 나만의 호사일까?
⇩ 장용산의 능선을 따라 걷다보면 묘한 광경이 눈에 들어온다. 능선의 오른편(휴양림 방향)엔 소나무, 왼편엔 참나무들이 끼리끼리 군락을 이루고 있다. 어디에나 튀는 놈은 있는 법, 간간이 남의 구역까지 기어들어간 청개구리 형 나무들도 눈에 띄지만...
⇩ 일단 능선 위에 다다르니 바람이 더 시원하다. 전망대 쪽으로 난 오솔길은 폭신폭신하기까지 하다. 소나무 낙엽이 수북이 쌓인 흙길은 마치 양탄자 위를 걷는 듯... 산바람도 적당히 불고 그늘과 햇빛이 적당히 교대를 하여 그리 덥지 않다. 그래서 야금야금 걷다보면 능선 나무들 사이 저만치에 하늘이 걸려있다.
⇩ 장룡산 정상(長龍山656m)
마성산, 용봉, 재건산 등을 거느리고 있는 지능선상의 맏형이고 천태산을 모산으로 하고 있다. 주변의 서대산과 대성산에선 불과 5km미만의 거리에 있으면서도 잘 알려지지 않다가 1994년에 장룡산 자연휴양림이 개방되면서부터 일반에 널리 알려지게 되었단다.
정상에 올랐으니 증명사진은 당연지사... 내 만족을 위해 정상 근처에서 다정하게 식사를 하고 계시는 어느 등산객 부부의 한가로움을 깨뜨리고 만다. 죄송~~~ 정상석 하나 없는 가난한 산이어서??? 가난한 산을 찾는 등산객의 숫자, 또한 가난할 수밖에 없는 것인가 보다.
⇩ 정상 못미처 119의 제5 구조지점...
휴양림으로 하산하려면 이곳에서 제2 등산로를 따라 내려가야 한다. 여기서 정상까지는 약 10분 소요... 정상에서 대성산 쪽으로 이어지는 길은 보이는데 길이 없다고 막아놓았다. ‘천성장마’의 능선이니 당연히 등산로가 있을 것이고, 내가 알기론 조금 더 진행하면 휴양림으로 내려서는 등산로가 있다. 아마 휴양림에서 막아 놓은 모양...
⇩ 정상을 뒤로하고 휴양림으로 내려서는 길은, 울울창창한 소나무 오솔길이 길게 이어진다. 지금껏 그리도 시원하게 불던 바람이 서서히 잦아진다. 방울방울 떨어지기 시작한 땀방울이 휴양림에 도착할 때 즈음이면 등허리 어림을 흥건히 적셔버리고 만다.
가파른 하산길이 무에 문제랴~~ 숨만 쉬면 솔향기 그윽한 상큼한 공기를 흠뻑 들어차는데... 웰빙에 미친 요즘 사람들, 치톤피트 넘치는 장용산 자락에서 노니는 나... 이아니 신선놀음일손가...
⇩ 소나무 가지 사이에 대성산을 넣어 보았다.
올봄에 대성산을 찾았다가 어설픈 리본에 속아 고생했던 기억이 새록새록 떠오른다. 제대로 내려섰으면 옥천군 이원면이었을 것을, 난 충청남도 하고도 금산군으로 내려서는 낭패를 보았다... 아픈 추억^^-*.
⇩ 금천계곡을 가로지르는 현수교
철제로 만들어진 약간은 우직하게 생긴 다리이나, 나름대로 풍취가 있는 듯...
옥천 제일의 계곡이라고 일컬어지는 금천계곡은 수량이 많고, 천연기념물인 어름치가 서식하고 있을 만큼 청정함을 자랑한다는데... 요즘 가뭄이 해갈될 정도로 비가 제법 내렸는데도 물 흐름이 없는 것을 보면 소문과는 다른 모양이다. 다만 계곡이 넓고 평평한 바위가 많아 산행의 피로를 풀며 족탁을 하기에는 안성맞춤이다.
⇩ 때는 바야흐로 늦봄
때 이른 더위에 아이들은 벌써 물속에서 첨벙인다. ‘감기 들라’ 아이들 감싸는 모심은 어머니보다 할머니가 위라는 것을 증명이라도 하려는 양, 아이들 첨벙거리며 노는 모습을 물끄러미 바라만 보는 母心을 나무라는 할머니의 애처로움이 마치 한 폭의 수채화 같다.
⇩ 하산지점인 휴양림의 금천계곡에 도착하니 이제 겨우 2시... 아직은 한낮이다.
서서히, 아주 서서히 거닐었는데도 세 시간을 넘기지 못했다. 산은 비록 빼어나지는 않았지만, 볼만한 바위와 소나무를 낀 나름대로 괜찮았던 산이었는데, 산행시간이 너무 짧았던 것이 흠이라면 흠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