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병산(九屛山, 876m)


산행코스 : 장고개→신선대→853봉→구병산→쌀개봉→구병리 (산행시간 : 4시간30분)


소재지 : 충청북도 보은군과 경상북도 상주시의 경계

산행일 : ‘10. 11. 13(토)

같이한 산악회 : 송암산악회


특색 : 속리산에서 시작된 ‘충북 알프스’가 구간의 마침표를 찍는 산(보은군청에서 1999년에 속리산에서 구병산을 잇는 43.9Km구간을 ‘충북 알프스’라 命名하고 업무표장 등록을 한 바 있다. 뾰족뾰족한 아홉개의 봉우리가 동쪽에서 서쪽으로 마치 병풍을 두른 듯하여 구병산이란 이름이 붙여졌다. 속리산에 결코 뒤지지 않을만한 경관을 지녔으나 교통이 불편하여 그동안 찾는 사람들이 많지 않았으나, 최근 청원-상주간 고속도로가 개통되고 난 뒤부터 부쩍 찾는 사람들이 늘었다. 굳이 ‘충북알프스’를 찾는 사람들이 아니더라도 한번쯤은 둘러볼만한 산이다.


 

▼  산행들머리는 장고개

청원-상주고속도로 화서 I.C에서 빠져나와 25번 국도를 타고 보은읍 방향으로 달리다가, 화남면사무소에서 우회전, 왕복 2차선 포장도로인 505지방도로 따라 10분 정도 달리다보면 ‘장고개’ 고갯마루에 닿게 된다. 이곳은 ‘충북알프스’을 답사하는 사람들이 1구간과 2구간을 나누는 지점으로, 여기서 오른편으로 올라서면 2구간인 속리산 문장대로 가게 되고, 왼편으로 진행하면 1구간인 구병산 구간이다.

 

 

▼  장고개에서 왼편으로 난 통나무 계단을 오르면서 산행이 시작된다. 통나무계단이 끝나면 이번에는 오른편에 철조망을 낀 또 다른 통나무계단. 등산로는 그렇게 고도를 100여m 이상을 높여 놓는다. 그렇게 급경사 오르막이 끝을 맺으면 등산로는 다시 완만해지고 낙엽송(일본이깔나무) 숲과 참나무 숲을 지나 헬기장에 닿게 된다. 헬기장 주위에는 높게 자란 나무가 없어서 조망이 四通八達로 펼쳐진다.

 

 

 

 

 

 

 

 

 

▼  헬기장에서 신선대로 이어지는 등산로는 길가에 큼지막한 바위들이 가끔 보일따름, 다른 산과 별다른 차이를 보여주지 않는 평범한 산길이다. 새로운 멋이 없기에 고개를 기웃거릴 일도 없으니 당연히 같이 걷는 이와 얘기를 나눌 수 밖에 없을 것이고, 나 또한 집사람과 이번 겨울에 떠날 여행이야기로 시간을 메꾸어 본다.

 

 

 

  

 

 

 

▼  神仙臺, 깎아지른 듯한 벼랑 위에 서너평 정도의 평평한 바위로 되어있다. 속리산 방향으로 절벽을 이루고 있어 천왕봉을 위시한 속리산의 능선들이 한눈에 들어온다. 마로면 들녘을 보고 싶으면 올라왔던 길을 건너뛰어 반대편 벼랑위에 올라서면 된다. 神仙들이 장기를 뒤며 놀았다는 전설이 있으나, 傳說을 떠올릴만한 별다른 경관은 보여주지 못하고 있다. 산행 들머리에서 이곳까지 약 1시간30분이 걸렸다.

 

 

 

 

▼  824봉, 신선대에서 853봉으로 향하다 보면 정규 등산로 왼편으로 희미한 산길 흔적이 보인다. 바윗길인지라 망설였지만 손맛도 즐겨볼 겸 냉큼 올라선다. 우여곡절 끝에 도달한 봉우리는 고생한 것에 대해 충분히 보상해 주고도 남는다. 적암리 방향과 853봉 방향의 열리는 조망은, 이곳이 구병산에서 제일 뛰어난 조망처일 듯 싶다. 거기다가 또 하나의 보상은 낭떠러지 위에 위태롭게 서 있는 老松, 삶과 죽음을 함께하는 모습이라니...

 

 

 

 

 

 

▼  824봉에서 853봉으로 이어지는 구간은 구병산에서 이곳보다 더 나은 곳은 없을만큼  아름다운 능선이다. 봉우리에 올라서면 바로 앞에 병풍 같은 단애가 위치하고 있다. 기암괴석과 노송들이 아름다움을 자랑하는 경연장인 듯 싶을 정도로...

 

 

 

 

 

 

 

▼  시원한 조망과 함께 아찔한 암릉길, 위험한 구간은 우회를 하고 일부 구간은 밧줄을 부여잡고 암릉길을 넘어간다.

 

 

 

 

▼  신선대에서 853봉으로 이어지는 능선은 奇巖怪石과 아름다운 老松이 연속으로 나타난다. 한마디로 絶景 그 자체... 가끔 나타나는 절벽이 위험하기는 않지만 구태여 모험을 하지 않아도 되는 것은 우회로가 잘 갖추어져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난 집사람을 꼬드겨 칼바위 능선으로 올라섰고, 밧줄에 매달려 오르내리기도 하고, 때로는 좁은 바위 위에서 중심을 잡아야하는 스릴을 만끽할 수 있었다. 내가 제일 좋아하는 게 바윗길에서 집사람을 도와주는 것이니 당연한 선택일 것이다.

 

 

 

 

▼  바위능선에서 밧줄에 대달려 짜릿한 스릴에 흠뻑 빠져있는데, 심술궂은 등산로가 갑자기 흙길로 변해버린다. 그 오르막 흙길의 끄트머리에서 만나는 삼거리, 널따란 암반이 음식상 차리기에 좋은지 많은 사람들이 옹기종기 무리지어 앉아 점심을 먹고 있다. 853봉은 여기에서 왼편으로 올라갔다가 다시 내려와야만 한다.

 

 

 

▼  853봉은 특이한 광경을 보여주지 못하는 그저 그런 봉우리, 서너 평 됨직한 분지 한가운데에 중간어림이 부러진 ‘853봉’이라고 적힌 정상석이 서 있다. 정상에서는 오늘 가야할 구병산 정상이 잘 바라보인다. 물론 발밑에는 적암리 너머로 마로면의 들판이 깔려있고....

 

 

 

▼  853봉에서 구병산 정상으로 이어지는 약 1시간 정도 걸리는 등산로는 바윗길과 흙길이 번갈아 나타난다. 초반에는 바위능선 위주로 스릴과 재미를 함께 누릴 수 있는 구간, 거기에 능선위에서 바라보는 갖가지 형상을 만들어 내고 있는 기암괴석들과, 주변 경관도 일품이다. 한마디로 산행의 재미를 톡톡히 볼 수 있는 구간이다.

 

 

 

 

 

 

 

 

▼  853봉-구병산 구간의 후반부는 바윗길이 적어지고 흙길이 더 많은 구간이나, 간혹 나타나는 바윗길에서 853봉의 암릉을 감상하는 것도 하나의 재미일 것이다. 작은 봉우리들을 오르내리며 만나게 되는 삼거리(구병리)와 사거리(오른편은 구병리, 왼편은 적암리)를 지나 급하게 바윗길을 치고 오르면 드디어 구병산 정상에 닿게 된다.

 

 

 

 

 

 

▼  구병산 정상, 암봉이지만 제법 넓은 분지를 만들어 놓고 있다. 적암리 방향 벼랑위에 보기드물게 빼어난 자태를 자랑하고 있는 소나무 한그루가 있는데, 어떤 이유인지 그 소나무가 말라비틀어져가고 있다. 어떤 이의 말로는 ‘너무 많은 사람들이 나무에 올라가서 사진을 찍는 바람에 나뭇가지의 껍질이 벗겨져서 가지가 말라가고 있는 것’이라니, 안타깝기 그지없을 따름이다. 진정한 사랑은 상대방을 배려하는 마음일진데... 정상에는 삼각점과 안내판, 이정표가 있다. 이정표(↑형제봉 13.2km, ↓서원리 7.7km) 정상석 뒤에는 충북알프스를 지정한 경과와 개요가 적혀 있다. 오늘도 역시 정상석 곁에 주저앉아 간식을 먹고 있는 사람들 때문에 증명사진을 촬영하는 과정에서 눈살을 찌뿌리고야 만다.

 

 

 

 

▼  정상은 평평하고 시야가 확보되어 있어 주변 경관의 아름다움이 한눈에 들어온다. 적암리 방향으로는 넓은 마로면 들판이 내려다보이고, 멀리 속리산의 주봉들이 눈에 들어온다. 좌우로 고개를 돌리면 보이는 정경마다 어느 곳 하나 아름답지 않은 곳이 없다.

 

 

 

 

▼  風穴, 구병산 정상에서 제법 경사가 심한 鐵製계단을 내려서면 風穴의 안내판이 서있는 것을 보게 된다. 여름에는 냉풍, 겨울에는 훈풍이 솔솔 불어 나온다는 풍혈, 구병산 풍혈은 전북 진안 대두산 풍혈, 울릉도 도동 풍혈과 더불어 우리나라 3대 풍혈로 알려져 있는데, 지름 1m짜리 1개와 30cm 짜리 3개가 있다. 찾은 시점이 덥지도 춥지도 않은 시점인지라 여리게 불어나오는 바람 또한 미지근하다.

 

 

 

 

▼  쌀개봉, 풍혈에서 조그만 고개 하나를 더 넘으면 만나게 되는 봉우리가 쌀개봉, 이 봉우리도 구병산의 다른 봉우리들과 마찬가지로 왼편 적암리 방향으로는 날카로운 벼랑으로 이루어졌다. 이곳에서 조금 더 진행하면 이정표(↑구병산 0.8km, ←삼가저수지 3.3km, ↓서원리 6.9km)가 보이고, 오늘 산행을 마감하려고 하는 구병리는 이곳 삼거리에서 우측으로 내려서면 된다.

 

 

 

▼  '쌀개봉 삼거리‘에서 오른편 삼가저수지 방향으로 내려서서 약 10정도 걸으면 다시 삼거리와 마주친다. 왼편으로 가면 쌀개봉 이정표에 적혀있는 삼가저수지, 오늘 산행을 마감 지으려는 구병리는 오른편으로 진행해야만 한다. 구병리로 내려가는 등산로는 초반에는 심한 급경사를 이루고 있다. 여기서 보은군 당국의 넘치는 재치 하나. 등산로의 양 옆에 로프를 깔고, 양 로프로 통나무를 고정시켜서 자연경관을 해치지 않으면서도 미끄러짐을 막아주게 하고 있다.

 

 

 

▼  급경사가 끝나면서 등산로는 그야말로 양탄자를 깔아놓은 듯 부드럽고 포근하게 변한다. 초반에는 낙엽송(일본이깔나무), 그리고 뒤 이어 잣나무, 떨어진 나뭇잎들이 오랜 세월 동안 흙길 위에 쌓여있어 푹신푹신하기 그지없다.

 

 

 

 

▼  산행날머리는 구병리마을

능선을 벗어나자마자 만나게 되는 시멘트포장도로를 따라 조금 내려가면 길 左右에 멋들어지게 지어진 팬션들이 늘어서 있다. 각기 다른 모양의 독특한 건물들을 구경하다보면 금세 제법 널따란 駐車場을 만나게 된다. 화장실과 마을 구판장까지 갖춘 주차장 앞에는 한번쯤은 들러볼 만한 가치가 있는 酒家가 있다. 입구에 ‘송로주’라는 돌비석이 서 있고, 건물로 들어가는 통로 양측에 커다란 甕器를 엎어 놓은 이 집이 ‘충북 無形文化財 제3호’로 지정되어 있는, 보은군이 자랑하는 松露酒(기능보유자 : 신형철)를 제조하는 곳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