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악산 (1,097m)


산행코스 : 동창교→자광사→송계삼거리→영봉(정상)→중봉→하봉→보덕암→수산리 (산행시간 : 점심 및 휴식시간 포함 7시간)


소재지 : 충북 제천시 한수면과 덕산면의 경계

산행일 : '09. 3. 28(토요일)

함께한 산악회 : 한국방사성폐기물관리공단 산악회


특색 : 달이 뜨면 주봉인 靈峰에 걸린다 하여 月岳이라 이름이 붙은 산. 국립공원으로 지정되었을 정도이니 당연히 산세가 웅장하다. 청송과 기암괴석으로 이루어진 바위능선을 타다 보면, 충주호의 잔잔한 물결이 한폭의 그림처럼 다가온다. 

 

 

산행들머리인 동창교

월악산의 주요 들머리(수산시, 덕주골, 송계리, 월악리, 미륵리, 동창교)중 하나, 정상인 영봉까지 최단시간에 도착할 수 있어, 단순히 영봉만을 오르려는 사람들이 자주 찾는 곳이다.

 

 

산행을 시작하기 전, 자광사 앞에서 김병곤 대장님의 지도로 간단한 스트레칭... 저 끄트머리에 있는 산악회 총 간사님은 따라 안하고 뭐하는기야요??? 철저한 준비운동은 곧 안전산행을 보장는데... 사진찍느라 스트레칭을 생략했던 난, 이 말을 증명이라도 하려는 듯 산행중에 손목을 다치고야 말았다.

 

 

자광사 입구의 매화나무는 꽃잎을 가녀린 바람에 흩날리고 있는 중...

생애 찬란한 한때가 지나가고 있다. 오늘같이 화창한 봄날, 사랑하는 사람의 손목을 꼬옥 부여잡고 나들이 떠남은, 어디서도 위로받지 못한 외롭고 서러운 사람들... ‘내 생애 찬란했던 그 때’를 두고두고 꺼내보기 위한 길일지도 모른다.

 

 

 

⇩ 자광사를 지나자마자 저 멀리 영봉이 보이기 시작한다. 커다란 암봉으로 된 영봉은 그 웅장한 자태만으로도 찾는 이들을 압도하고 있다. 

멋진 암릉에 소나무 매달고 시선은 그 너머로...  산에 든다는 것은 선택이다. 들어가든지, 말든지... 그러나 일단 산문을 열면 힘듦에 대한 보답은 있다. 자연이 주는 선물... 참으로 값진 보상이다.

 

 

월악산 산신각

부처님이면 어떻고, 산신님이면 어떠하리오, 오늘의 산행이 무사하기만 하면 되는 것을... 지나가는 길에 고개를 깊이 숙이지는 않는 채로 안전산행을 빌어본다. 고개를 덜 숙인 탓일까? 난 오늘 안전사고를 당하고 말았다.ㅠㅠ <고려 고종 때 시작된 월악산신제의 일환으로 건립되었으며, 일제시대에 헐렸다가 2000년에 재건되어, 정월과 시월에 주민들의 평안을 위하는 산신제를 지내고 있다.>   

 

 

등산로는 완만하게 시작된다.

주변은 특별히 주종이라 할만한 나무군락은 없다. 간혹 이깔나무가 섞여있어, 특유의 향이 코끝을 간지른다. 조금 더 진행하면 숲은 신갈나무로 바뀌고, 능선에 올라서면 거대한 소나무가 하나 둘..  

 

 

⇩ 산신각을 뒤로하고 조금 더 오르면 가파른 경사에 지긋지긋한 돌계단이 시작된다. 월악산의 등산로는 이곳이 아닌 다른 코스들도 모두 급경사... 수많은 돌계단을 결코 피할 순 없지만, 그래도 돌계단은 싫다. 

숨이 턱에 찬다, 역시 힘든 코스인지라 선두와 후미사이가 벌어지기 시작한다. 아버지를 기다리느라 길가 바위에 걸터앉아 있는 표팀장 막내아들의 그림자가 유난히도 외롭게 보인다. 괜한 걱정... ^^-*  

 

 

  올라가기에 내려가는 것이고 내려가기에 올라가는 것인데... 아마 월악산은 내려감이 없는 올라가기만 하는 산인가 보다. 끝없이 이어지는 오름길 끝에 성벽처럼 생긴 암릉이 떠억 앞을 가로막는다. 원래 성벽의 위는 평평한 법이렸다... 우측으로 돌아서 올라간 암릉의 위는 예상대로 완만한 능선이었다. 야호~~~

 

 

 

⇩ 산신각에서 35여분쯤이면 첫번째 능선에 올라선다. 안내판이 설치된 전망대는 한마디로 사막에서 만나는 오아시스라 부르고 싶다. 계곡에서 불어오는 시원한 바람을 맞으며 바라보는 경관... 저멀리 부봉의 봉우리 끝이 살갑게 다가온다. 소나무 둥치 사이사이로 절벽이 내려다보이고, 그 절벽 아래로는 급경사를 따라  또 다른 울창한 소나무 숲이 시원하게 펼쳐진다.  

 

 

  

 

앗불싸! 너무나  빼어난 경치에 심취했었나 보다... 

絶境(절경)과 絶艶(절염)의 絶妙(절묘)한 앙상블을 위한 지점을 찾다 그만 꽈당~~ 팔목이 부러지지 않은 것이 확인은됐지만, 월악산의 쇠파이프나 로프와 한손만으로 싸우느라 난 온몸을 던질 수 밖에 없었다  

 

 

 

거대한 암벽위에 얹힌 노송들... 

절벽을 따라 노송들이 가지를 내리고, 그 섬세한 가지를 계곡 아래서 불어오는 세찬 바람에 맨몸으로 내 맡기고 있다.  

 

 

정팀장은 지금 불심검문중 

가도가도 끝이 보이지 않는 오르막길의 끝에서 만나게 되는 희열... 그 희열을 기다리는 마음으로 이런 고행의 길을 걷고 있나 보다.

 

 

영봉 초입 삼거리

영봉을 오른 후에는 다시 이곳으로 내려와야만 하기 때문에, 종주를 즐기는 사람들에게는 못마땅한 코스... 중봉으로 가려면 이곳에서 오른쪽으로 진행, 다른 코스는 모두 오던길로 되돌아가야만 한다.   

 

 

 

삼거리에서 영봉을 오르려면 절벽과 절벽사이를 아슬아슬하게 연결해 놓은 343개(다른 사람의 후기에서 옮김)의 가파른 계단을 올라야만 한다. 비록 난간이 설치되어 있긴 하지만 급경사인지라 위험을 느끼기는 매 한가지... 그러나, 가쁜 숨 헐떡이다보면 두려움은 찾아들 틈새도 없다.

 

 

⇩ 정상을 만들어 내는 암벽의 밑을 도는 급경사 계단을 지나고 나면, 제법 평평한 분지가 나온다. 그곳에서 우측의 계단 오름길을 오르면 정상인 영봉에 올라서게 된다.

 

 

 

⇩ 저녁이면 모두가 비워 놓고 떠날 자리에 영봉은 작은 돌멩이로 서 있다. 단 두마디 낱말이 새겨진 채로... 저 작은 돌멩이가 영봉이 되어 저 높은 곳을 의연히 지키고 있는 것이다. 

  

 

 

영봉은 뾰쪽한 바위로 되어 있다. 그 위에 정상표지석, 그리고 그 주위를 쇠파이프로 난간을 두르고 있어 절벽근처로 가는 걸 두려워하는 사람들도 보인다. 등산객들은 서로 먼저 증명사진을 찍겠다고 아수라장이다. 민주주의의 장점은 다수결... 다행이 우리 일행이 제일 다수인지라, 사진 촬영도 우리가 먼저였지 않았을까?

 

 

무거운 몸 이끌고 오시느라 늦게 도착하신 강본부장님을 위하여 한컷!

정상정복 증명사진 없다고, 행여 토라지실까봐 사진을 안 찍어드릴 수 없다(손은 비록 v자를 내보이시지만, 얼굴은 이미 웃음을 잊으셨음 ㅎㅎ) 저와 윤본부장님은 별수 없는 둘러리...

 

 

또 한명의 지각생 표팀장!

이제나 저제나 아빠 오시길 목이 빠져라 기다리는 아드님의 효심이 너무 이쁘다 (아드님에게 눈치 안보이려면, 일부러 틈을 만들어서라도 운동 열심히 하세요 ^^-*)

 

정상은 사방으로 장엄한 산맥들이 파노라마처럼 펼쳐지고 있다. 가히 현기증이 일 정도... 포함산, 대미산 등 백두대간, 주흘산, 조령산... 주흘산에서 제일 아름답다는 부봉은 차라리 왜소해 보일 정도다.  정상엔 조망도가 설치되어 있어, 실제 산과 맞혀보는 재미를 쏠쏠하게 선사하고 있다.  

    

 

 

중봉, 하봉으로 이어지는 암봉들의 행진이 장엄하다. 백여미터는 됨직한 깎아지른 왼쪽 벼랑을 드러내고 있다. 영봉에서 보면 영봉이 중봉과 하봉이라는 두 아우를 아우르고 있는 형상일 것이다.  

 

 

⇩ 정상에서 100여 미터 정도를 내려서면 평평한 장소가 나오는데 왼편은 수백길 낭떠러지... 얼핏 봐도 위험한 장소이지만 식사를 하기에 안성맞춤이다. 다들 보는 눈은 같은 듯, 다른 등산객들 몇이 식사를 마치고 우리에게 자리를 내어준다. 자리에 앉자마자 나타나는 양주... 낭떠러지 곁에서 음주를 한다는데 약간 켕기지만 그래도 어떠랴 술이 땅기는 것을...

 

 

 

모처럼 만난 枯死木

외로움에 몸도 지치고 마음은 매말라만 간다. 이제 삶의 뒷부분에서 비바람에 씻기며 나머지 삶을 준비해 본다. 이정도 세월이면 삶과 이별하는 슬픔은 이미 익숙해졌을 것이고, 살아서도 외로웠으니 죽어서 좀 외로운들 뭘 그리 두려워 할까나...

 

 

전망대에서 잠깐 쉬며 앞을 바라보니 절벽엔 소나무가 松松..

마치 계단처럼 각이 진 절벽에 노송들이 심은 듯 박혀있다. 이곳은 월악산의 독립 암봉인 영봉, 중봉, 하봉 중, 중봉이다.

 

 

중봉에서 바라본 영봉...

지나온 영봉이 코앞에 서있고, 능선 오른쪽 벼랑 아래엔 송계계곡, 그리고 뒤돌아서면 하봉 너머로 펼쳐지는 충주호... 하늘과 물, 바위, 숲, 완벽하게 빚어내는 천지간의 조화가 차라리 경이롭기까지 하다.  

 

 

중봉에 서면, 하봉의 직벽과, 직벽 뒤로 펼쳐지는 충주호가 시원스레 눈앞에 다가온다. 가경... 하봉은 암봉으로 되어있고, 암봉의 직벽과 상부의 송림이 어우러져 한폭의 산수화를 연상시키기에 충분하다.  

 

 

와~~ 중봉을 내려서는 순간 저절로 입이 벌어지고 만다. 하봉 넘어로 산 굽이굽이를 파란 물줄기가 돌아가는 시원한 조망이 펼쳐지고 있기 때문...  

 

 

  거울을 통하지 않고 나 자신의 모습을 볼 수 있는 사람은 없다. 그러나 산은 이렇게 그 곳에 있지 않아도 맞은편을 보여준다. 내 마음의 거울을 통해 보는 산이 손을 뻗으면 닿을 것 같은 저기에 있다.

 

 

⇩ 앞으로 몇 시간을 끌고 다닐 봉우리들이 발아래 엎드려 있다. 월악의 영봉이 아름다운 것은 하봉이 있고, 중봉이 있음이라는 말이 있으니, 나 또한 저 길을 느끼고, 가슴에 담아 갈 것이다.

 

 

중봉에서 하봉을 가는 길은 작은 바위협곡을 따라 능선으로 형성되어 있다. 골짜기에서 불어오는 바람이 시원하고, 암릉 사이사이에 틀어박힌 노송의 그늘은 청량하기 까지 하다.  

 

 

하봉의 초입엔 ‘탐방로 아님’ 우회길에서 만난 고드름...

하봉의 정상은 넘어갈 수 없다는 안내에 따라 고민없이 왼쪽길로 우회한다. 하봉은 사람들로 하여금 자신의 발아래로 개미처럼 작은 자세로 지나가도록 강요하고 있는 셈이다.    

 

 

쉬엄쉬엄 책이라도 읽으면서 쉬어가라는 책바위(모양새를 보고 내가  作名을 해봤음)

하봉 아래를 우회하고나면, 위험구간은 모두 끝나고 부드러운 능선길이 시작된다. 그럭저럭 걷다보면 보덕암을 만날 수 있고, 대웅전 앞 감로수 한잔 들이키다 보면, 오늘 하루의 피로는 이미 가시고 없다.  

 

 

갈길 바쁜 나그네를 유혹하는 여심

한번 자세히 살펴 보라는 집사람의 조언... 햐~~~ 보면 볼수록 감탄사가 절로 나온다. 사람의 마음은 같은 것인지, 하산 후에 뒤에 오신 분들에게 물어보니 다들 같은 느낌이었단다.

 

 

  보덕암

작고 아담한 절인지라 입구를 알리는 일주문이나 천왕문을 여기서는 찾을 수 없다. 외지 사람들에게 월악의 서편 끄트머리에 틀어박힌 이 조그만 절의 이름을 기억하게 하는 유일한 단서는 아마 대웅전 뒤 대왕암과 보덕굴일 것이다.

대웅전 앞 약수터... 가슴 밑바닥까지 서늘하게 만드는 감로수 한 바가지 들고 서는데, 월악산 자락을 타고 내려온 바람이 지나가자 처마밑 풍경이 “댕그랑” 하며 청아한 소리를 낸다. 그 바람이 다시 밀치고 가자 내 코끝에 걸리는 단아한 향 내음... 산행을 하느라 바빴던 내 마음은 어느새 고요해지고 있었다.  

 

 

대왕암 뒤편엔 보덕굴..

누군가 30m만 내려가면 보덕굴이 있다며, 꼭 들러 보란다. 보덕굴은 큰 바위 아래에 있는 자역석굴인데, 아마 석회석 동굴이 아닌가 싶다. 동굴 앞엔 조그만 연못이 있는데, 강본부장님이 가리키는 곳을 바라보니 개구리알들이 지천이다. 역시 봄인가 보다...  

 

 

보덕굴 안에는 약병을 손에 들고 있는 약사여래상이 모셔져 있다. “왜 약을 조제하는 분이 藥師인가 했더니만 약사여래에서 따왔나 봅니다” 장난삼아 한 말이 정설로 굳어버린 날이기도 했다(약사여래상의 손에 든 병이 약병이라고 설명해 주신 윤본부장님이 동의하셨는데 아무래도 건성으로...)  ^^-*  

 

 

⇩ 산행 날머리인 통나무집 휴계소

낙엽이 무릎까지 차오르는 급경사 내리막을 한참 걷다보면 임도가 나오고, 두어채의 廢家를 지나 시멘트포장 도로로 조금 더 내려오면서, 출입통제선(쇠사슬)을 넘으면 오늘의 산행이 종료된다.  

 길가의 진달래는 꽃방울을 맺기 시작하고, 제법 큰 가지를 늘어뜨린 생각나무는 꽃술을 하나, 둘 이미 내려뜨리고 있다. 향내 풀풀나는 봄날... 난 땀내 역겨운 등산복 사이사이를 봄날의 향기로 가득 채워 본다.

 

 

산행의 즐거웠던 여운은 온천수로 갈무리...

인정 많은 산악회장님의 배려로 우린, 수안보에서 시설이 제일 좋다는 조선호텔로 찾아든다. 그리고 嶽山에서 악소리나게 뭉쳐진 근육들을 여유롭게 풀어본다. 그러나, 안내와는 달리 노천탕은 찾을 수 없었다(집사람 얘기론 여탕에는 있었다는데... 성차별??)

 

 

산행의 마무리는 영영보충으로...

수안보의 자랑거리인 뭐니뭐니해도 꿩요리.... 산악회 임원들의 수고로 파악된, 이 지역에서 꿩요리를 제일 잘한다는  '양지말 가든'으로 찾아든다. 그리고 우린 오늘 소모된 칼로리보다 훨씬 많은 칼로리를 채워 넣을 수 있었다. 그럼 왜 산행을 한거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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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샤브샤브, 꿩야채무침, 튀김, 만두 등등... 무려 여덟가지나 되는 요리이니 꿩들의 놀이터라고 불려도 과언이 아닐듯 싶다. 다만 아쉬운 것은 몰려드는 술잔들의 분주함으로 인해 그 맛난 음식을 제대로 맛볼 수 없었다는 것... 그러나 어찌하랴~ 내가 먼저 술을 찾고 있었던 것을... 좋은 산, 좋은 온천, 좋은 음식을 제공해 주신 산악회 임원진들께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저희 집사람도 두손모아 함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