칠보산(七寶山, 778m)


산행코스 : 떡바위→와폭→청석고개→중절모바위→칠보산 정상→거북바위→안부→살구나무골→강선대→쌍곡폭포→절말 쌍곡휴계소 (산행시간 : 4시간30분)


소재지 : 충청북도 괴산군 칠성면

산행일 : ‘10. 11. 14(일)

같이한 산악회 : 히트산악회


특색 : 佛敎의 7가지 寶物인 금, 은, 산호, 거저(바다조개), 마노(석영), 파리(수정), 진주처럼 아름답다하여 칠보산이라는 이름이 붙었다. 산의 규모는 작지만 奇巖怪石과 老松들이 조화를 이루어 아름다움의 극치를 만들어 내고 있다. 산의 高度가 그리 높지 않기 때문에 정상까지 오르기가 그리 어렵지 않고, 하산 코스를 살구나무골로 삼을 경우, 기암괴석을 끼고 흐르는 청정옥수가 있어 물놀이까지 함께 즐길 수 있으므로, 가족들과 함께 찾아볼 만한 산이다.

 

 

▼  산행들머리는 ‘떡바위 지역’ 칠보산 진입로

중부내륙고속도로의 연풍 I.C에서 빠져나와 34번 국도를 따라 괴산읍 방향으로 달리다가, 칠성면 소재지 조금 못미처에서 좌회전 517번 지방도로를 따라 쌍곡구곡방향으로 들어서면 된다. 지방도 초입에 쌍곡탐방지원센터가 있다. 쌍곡구곡을 따라 이어지는 도로를 달려 소금강휴계소와 군자산코스 진입로, 보배산 진입로(서당말)을 지나면 곧이어 오늘 산행이 시작되는 떡바위지역이다.  등산로 입구인 떡바위란 지명에 억매일 필요는 없을 듯, 구태여 없는 시간까지 쪼개어 어떤 것이 떡바위인지를 확인해 볼 필요는 없을테니까... 그러나 꼭 찾아봐야할 이유가 있다면, 등산로 입구에서 100m 정도 내려가면 마을도로 우측에 있다하니 직접 눈으로 확인하는 것은 각자가 알아서 할 일이다. 

 

 

▼  산행들머리에 세워져 있는 이정표(정상까지 2.7Km)의 뒤로 난, 나무테크로 반듯하게 만들어 놓은 나무계단을 밟고 내려간 다음, 쌍곡구곡을 가로지르는 나무다리(다리 난간에는 산행의 안전을 119가 책임진다는 프랭카드가 걸려있다)를 지나면서 본격적인 산행이 시작된다. 다리난간에서 바라보면, 옥수의 물줄기를 돌리고 있는 거대한 암반이 보인다, 저게 떡바위가 아니면 혹시 문수암? 지도를 보면 들머리 근처에 문수암이라는 지명이 나오는데 아무리 둘러봐도 암자라고는 눈에 띄지 않으니 어쩌면 내 추측이 맞을지도 모르겠다. 들머리로 표기된 원래의 떡바위는 입구에서 조금 더 내려가야만 만날 수 있다.

 

 

 

 

▼  다리를 건너 산에 들어서면서 등산로는 계곡을 따라 이어진다. 등산로 주변에는 제법 많은 단풍나무들, 붉은 잎은 바짝 말라비틀어져 생기를 잃은 지 오래다. 또한 등산로 아래의 계곡도 물기 한 점 없는 완벽한 乾川이다. 만일 가을의 초입에, 거기다가 요즘처럼 바짝 마른 乾期가 아니었다면 계곡을 흐르른 玉水에 선홍빛으로 붉게 물든 화려한 가을잔치를 만날 수 있었으련만...

 

 

▼  계곡을 따라 얼마쯤 걷다보면 통나무 계단을 만나게 된다(이런 통나무 계단은 청석고개에 다다를 때까지 심심치 않게 마주치게 된다). 일정한 굵기의 통나무가 매끄럽기까지 한 것을 보면 아마 수입목? 그러나 이 나무가 어디서 태어났으면 어떠랴 우리들의 발길이 경사진 등산로에서도 미끄러지지 않게 해주면 그만인 것을...

 

 

 

▼  산행을 시작한지 40분쯤 지나면 臥瀑을 만나게 된다. 커다란 바위들이 주변에 널려있는데, 그 사이를 비집고 오르다보면 오른편으로 쳐진 로프 아래로 20m 정도 길이의 비스듬한 巖盤이 보인다. 지도에 瀑布라고 적혀있으나 乾期인 요즘에는 그저 평범한 바위 벼랑으로 보일 따름이다.

 

 

▼  청석고개, 臥瀑을 지나 부딪치게 되는 경사가 심한 통나무 계단과 씨름하다보면, 어느새 청석고개와 다다르게 된다. 사방의 조망이 시원스럽게 트이는 청석재는 보개산과의 갈림길로서 이곳에서 왼편으로 진행하면 보개산으로 가게 되지만, 그쪽 방향은 로프로 막아놓고 출입금지란다. 그것도 벌금까지 매기겠다고 겁을 주면서... 이곳에서 오른편으로 진행하면 정상으로 가게 되는데, 1Km가 채 남지 않았다. 물론 산행을 시작한지는 2Km가 조금 넘었고...

 

 

▼  안장바위, 청석고개에서 멋지게 늙은 10여그루의 노송이 나아갈 방향을 알려주듯이 한 줄로 늘어서 있는 등산로를 따라 가면 얼마 안 있어 안장바위에 다다른다. 등산로는 초반에 잠깐 포근한 흙길을 내주다가 안장바위를 만나면서 암릉으로 변해 버린다. 암릉의 시작을 알리는 안장바위는 누군가가 이미지를 알려주기 전에는 그 형상을 유추해 내기가 어려울 정도, 어쩌면 이곳 칠보산에서 이름표가 붙은 바위를 만날 때마다, 그 의미를 찾느라 사색에 잠겨야하는 것은 아닐런지...

 

 

 

 

 

▼  제법 높은 그러나 그리 위험하지는 않은 암릉을 로프에 매달려 오르면 만나게 되는 중절모바위, 이 산에 들어 처음으로 만나게 되는 고사목이 신기해서일까? 중절모의 챙 위에서 넋을 잃고 枯死木에 시선을 집중시키고 있는 善男善女, 조그만 것에도 감정이 移入되는 그들의 순수함이 부러울 따름이다.  중절모바위 주변은 각양각색의 형상을 만들어 내는 기암괴석이 곳곳에 널려있고, 고사목과 노송이 암봉과 조화를 이루어 한 폭의 동양화를 이루어 내고 있다.

 

 

 

▼  枯死木, 칠보산을 걸으며 느낄 수 있는 특징 중 하나는 오래 묵은 소나무가 많다는 것이다. 그리 굵지도 않은 모습의 소나무들이 머리 위가 이미 늙어버렸기 때문에 자연스레 老松으로 분류될 수 밖에 없다. 같이 걷는 형우君 曰 ‘거참 묘하게 생겼도다!’ 하여간 칠보산의 소나무들은 古風스러우면서도 呱呱하게까지 느껴져 우리 마음 또한 古雅하게 만들어 준다.  삶고 죽음의 竝存, 사람이나 나무나 살아가는 게 힘든 것은 마찬가지, 그러나 옛말에 ‘아무리 삶이 힘들어도 저승보다는 이승이 낫다’고 했다. 아무려나, 우리 앞에 펼쳐지는 순간들에 충실함으로써, 어느 한순간 죽음의 문턱에 서게 된다 하더라도, 결코 후회하는 일이 없어야 하겠다.

 

 

 

 

 

▼  칠보산 정상, 중절모바위에서 흙과 바위가 번갈아 나타나는 급경사 오르막길을 치고 오르면 정상, 정상은 서너평 정도 되는 흙으로 된 분지, 그러나 구봉능선 방향으로 20평도 더 될 정도로 널따란 암반이 놓여있다. 암반의 끝에 시야를 가로막으며 사방을 둘러친 흰 줄에 ‘탐방로 아님’ ‘위험’ ‘추락주의’를 알리는 표지판들이 주렁주렁 매달려 있다.  흰 줄 너머로는 ‘9봉 능선’의 거대한 암릉이 펼쳐져 있다.

 

 

▼  정상에서의 조망은 동쪽으로 백두대간의 희양산, 구왕봉, 장성봉으로 이어지는 호쾌한 능선과, 막장봉으로 뻗어간 능선위로 대여산과 중대봉이 살며시 고개를 내밀고 있다.

 

 

▼  하산은 절말 방향으로(4.3Km), 암릉지대에 가파르게 놓인 철계단을 따라 내려서게 된다. 동양화의 화폭같은 바윗길이 굽이굽이 이어지는데, 급경사인지라 내딛는 발걸음마다 조심스럽기 그지없다. 그러나 곳곳에 안전시설이 갖추어져 있으니 그다지 걱정할 일은 아니다.

 

 

 

▼  묘기의 대 향연, 사람의 손길이 미치지 못하는 저 놓은 곳에 놓여 있는 저 돌들은 누군가가 던져서 올려 놓은 것이리라.

 

 

 

▼  정상에서 절말을 향해 내려서는 길은 칠보산에서 경관이 가장 빼어난 코스이다. 장성봉을 향해 이어지는 능선에 낙랑장송과 기암괴석들이 줄줄이 늘어서 있다. 절경에 취해 걷다보면 어느덧 마당바위에 다다른다. 널따란 바위 위는 칠보산에서 빼 놓을 수 없는 일류 조망처, 한가지 흠은 쉬기에 좋을만큼 널따랗기 때문에 많은 사람들이 점심장소로 이용하고 있어, 간혹 별로 유쾌하지 않은 냄새에 코를 찡그릴 경우가 발생한다는 것이다.

 

 

 

 

▼  거북바위, 마치 누군가가 정으로 다듬은 것 같은 거북이와 너무 흡사하게 닮은 자연석이다.

 

 

▼  마당바위에서 다시 계단을 따라 내려서면 곳곳에 밧줄이 쳐져 있는 구간이 나온다. 암릉지대 하산길은 사뭇 가팔라서 주의를 기울이지 않으면 미끄러지기 십상이다. 허나 보기와는 달리 그리 힘들지는 않은 편이다. 작은 바위봉을 좌우로 돌아 나타나는 등산로를 따라 조심스럽게 암릉을 내려선다.

 

 

▼  칠보산을 얘기할 때, 대부분의 사람들은 먼저 奇巖怪石을 떠올리며 얘기를 시작하게 된다. 시루떡바위, 안장바위, 중절모바위, 버선코바위, 마당바위, 거북바위 등등... 칠보산을 거닐면서 만나게 되는 바위 하나하나가 어느 것 하나 무심코 지나칠 만한 것이 없다. 奇奇妙妙...

 

 

 

 

 

 

▼  마당바위에서 20분 정도 더 걸으면 각연사와 악휘봉으로 갈리는 사거리 안부에 닿는다. 그러나 두 등산로 역시 폐쇄구간으로 유일하게 허용된 등산로인 살구나무골로 내려설 수 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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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거리 안부에서 내려서면 등산로는 고도를 완전히 낮추며 숲길로 이어진다. 그동안 이어지던 바위도 언제부턴가 사라져버리고 길은 포근하고 부드러운 흙로 변해 있다. 등산로 주변의 나무들도 소나무에서 참나무로 바뀌어 있다. 참나무 밑은 山竹, 언제부턴가 길가의 나무들은 또다시 낙엽송(일본이깔나무)으로 바뀌어 있다. 

 

▼  낙엽송 아래를 걷는 호사가 끝나면서 등산로 아래로 흐르는 계곡의 물줄기가 점점 굵어지기 시작한다. 살구나무골의 수정처럼 맑고 시원한 물은 瀑布 그리고 潭과 沼를 만들며 흐르고 있다. 맑은 물이 암반을 휘감아 흐르는 구간이 있는가 하면, 자그마한 폭포를 끼고 있는 沼도 있고, 기암괴석에 뿌리를 내린 소나무 아래 작은 여울도 있다. 이러니 퇴계 이황과 송강 정철 등 많은 유학자와 문인들이 찾아들어 풍류를 즐기었을 것이다.

 

 

▼  降仙臺, 옛날에 선녀들이 내려와 노닐었다는 곳, 계곡이란 뭐니뭐니 해도 호젓해야 제 맛인데, 이곳 강선대는 그 기준에 포함시켜도 좋을 듯, 좁은 오솔길 가에 오롯이 숨어있다. 世俗의 티끌을 털어내고 자연 속에서 노닐고자 선비들이 찾았음직한 강선대는, 옛적에는 깊은 산중에 숨은 오지였을 것이다. 지금은 비록 계곡을 따라 이어지는 등산로에 사람들이 넘치고 있지만... * 강선대는 전국에 여러곳이 있지만 그중에 제일 유명한 곳은 퇴계선생과 기생 두향이 애틋하게 사랑을 엮었던 충추호에 수몰된 강선대이다.

 

▼  쌍곡폭포. 폭포 보다는 폭포 아래에 깨끗한 물이 있는 넓은 沼가 더 좋아보인다. 8m 정도 되는 반석을 타고 흘려 내려오는 물이 마치 여인의 치마폭처럼 펼쳐지고 있다. 폭포 아래 沼의 맑은 물 위에는 올 한해를 알차게 보내고, 그 생명을 마감한 落葉들이 마지막 정열을 불태우며, 쪽빛을 띠고 있어야할 沼의 물빛을 선홍빛 빛깔로 붉게 변형시키고 있다.

 

 

▼  산행날머리는 쌍곡휴게소

탐방지원센터가 있는 쌍곡폭포를 벗어나 소나무 밑을 얼마간 걷다보면 골짜기 건너로 쌍곡휴게소의 주차장이 보이기 시작한다. 널따란 주차장을 벗어나려는데 어디선가에서 흘러오는 고소한 냄새. 주차장 곁에 있는 제법 규모가 큰 휴게소에서는 흘러나오는 맛있는 냄새의 유혹을 못 참고 식당 한 귀퉁이에 자리를 잡는다. 파전에 감자전을 안주삼아 동동주 몇 사발 들이키고 나면 오늘 산행의 피로는 눈 녹듯이 사라져 버리고 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