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자산(君子山, 948m)-남군자산(南君子山, 836m)
산행코스 : 쌍곡교 솔밭주차장→하늘벽→군자산→도마재→남군자산→칠암봉→삼형제바위→보람원→하관평 (산행시간 : 5시간50분)
소재지 : 충청북도 괴산군 칠성면
산행일 : ‘10. 11. 28(일)
같이한 산악회 : 정산악회
특색 : 예로부터 충북의 소금강이라고 불렸을 정도로, 온 산이 奇巖怪石과 암릉으로 이루어져 있어 山勢가 험한 편이다. 옛 문헌에 보면 君子들이 품어야할 孤高한 기상을 소나무에서 찾았다고들 하는데, 어쩌면 군자산이란 이름은 이 산에 소나무들이 많은 이유로 해서 얻게 되지나 않았을까? ‘오늘 산행은 군자산의 암릉과 조망, 그리고 남군자산의 삼형제바위를 빼 놓으면 별로 뛰어난 게 없는 산행이다’라고 말하던 정산악회 회장님의 말마따나 군자산이나 남군자산은 다른 소문난 바위산들, 아니 517번 지방도로 건너편에 있는 칠보산 보다 별로 나은 점이 없는 산이다. 그러나 우리가 보통으로 생각하는 산들보다는 잘생긴 산이니 한번쯤은 찾아볼 가치가 있는 산이다.
▼ 산행들머리는 ‘솔밭유원지 駐車場’
중부내륙고속도로의 연풍 I.C에서 빠져나와 34번 국도를 따라 괴산읍 방향으로 달리다가, 칠성면 소재지 조금 못미처에서 좌회전 517번 지방도로를 따라 쌍곡구곡방향으로 들어서면 된다. 지방도 初入에 쌍곡탐방지원센터가 있다. 쌍곡구곡을 따라 이어지는 도로를 달려 소금강휴계소와 쌍곡교를 지나면 곧이어 오른편에 솔밭유원지 주차장이 보인다. 산행은 주차장 귀퉁이에 서 있는 산행안내도의 뒤쪽으로 난 등산로를 따라 시작한다. 혹시 등산로 입구의 반대방향으로 보이는 저 암릉이 하늘벽? 어쩌면 여기가 아니고 ‘소금강 휴게소’의 뒤편에 보이는 岩壁이 하늘벽일 것이다. 하여간 오늘은 하늘벽의 위를 밟는 코스인 것으로 알고 있으니 어느 암벽이 하늘벽인들 무슨 상관이겠는가...
▼ 산행이 시작되자마자 나타나는 鐵製의 틀에 판자를 올려놓은 계단, 그리고 다음은 각진 통나무를 뉘어 놓은 계단이 이어지고 있다. 계단은 자체부터가 경사가 심한데, 거기다가 계단 하나하나의 높이까지 높기 때문에, 한 걸음에 한 계단을 오르는 것 자체를 무척 힘들게 만들고 있다. 시작부터 호흡은 蒸氣機關車의 엔진소리 같고, 영하의 날씨에도 이마에는 땀방울이 비 오듯이 흐르기 시작한다. 그렇게 20분 조금 못되게 오르면 첫 번째 안부와 만난다. 苦盡甘來, 멋진 소나무 한 그루가 여기까지 오면서 겪은 勞苦를 보상해 주고 있다.
▼ 첫 번째 안부에서 부터는 오른편에 絶壁을 끼고서 걷게 된다. 워낙 높은 낭떠러지인지라 가끔 오른편을 하얀 로프로 막아 놓고, 그 위에 위험표지만을 매달아 놓은 것을 볼 수 있다. 능선을 따라 걷다보면, 소금강의 하늘벽과 능선의 암릉 등 수려한 景觀들이 보이기 시작한다. 한여름을 예쁘게 장식했을 이파리들이, 다 떨어져버리고 난 빈가지 사이로 잠깐 나타났다가 금방 사라져버리는 아쉬움은 있지만, 짧음의 아쉬움을 달래줄 만큼 넉넉한 아름다움, 험준하면서도 아름다운 자태의 암릉이 시야에서 넉넉하게 펼쳐지고 있다.
▼ 안부에서 부터는 잠시 傾斜가 완만해진다. 등산로 주변의 소나무들은 어느새 신갈나무로 바뀌어있다. 어쩌다가 보이는 소나무 아래는 진달래나무가 도배를 하고 있고,.. 급경사 오르막길을 오르느라 달아오른 熱氣를 식히려는지 다들 자켓을 벗어 배낭에 갈무리한다. 오늘은 올해 들어 제일 춥다는 영하의 날씨, 모자의 차양을 타고 흐르는 땀방울이 고드름으로 맺힐 정도로 매서운 추위인데도, 산을 오르며 내품는 산을 사랑하는 山客들의 열기까지는 결코 얼리지 못하는가 보다. 길바닥에는 어제 내린 눈발이 약하게 쌓여있으나 미끄럽지는 않다.
▼ 첫 번째 안부에서 20분쯤 걸으면 두 번째 안부, 그리고 조금 더 걸으면 이정표가 보인다(군자산 1.1km, 소금강 1.4km). 절반을 넘게 올랐으니 위안이 될 수 있으나, 정작 본격적인 산행은 지금부터 시작된다. 이정표를 지나서 불필요한 로프가 매어있는 바윗길을 지나면 곧이어 거대한 암벽이 가로막는다. 그러나 걱정은 禁物, 설치한지 얼마 안 된 듯한, 아직 페인트 냄새고 덜 가신듯 한, 鐵製틀 위에 판자를 얹어 놓은 계단(151개)이, 갈之자를 만들며 등산객들을 벼랑 위까지 올려다 놓는다. 계단 위는 한마디로 빼어난 전망대다. 이곳에서는 칠보산과 보배산이 잘 조망된다.
▼ 계단을 지나 칼날같은 능선을 걸어서 30분 정도 오르면 암봉이 보이고, 이 암봉에서 다시 10분 정도 더 오르면 드디어 군자산 정상이다. 등산로 주변은 그리 크지 않은 신갈나무 일색이지만, 간혹 나타나는 소나무 가지 사이로 건너편 山陵이 겹겹이 쌓여있는 광경이 바라보이는데, 아마 이런걸 보고 다들 疊疊山中이라고 하는가 보다.
▼ 산마루를 이루는 암릉의 곳곳에서 하늘로 치솟는 기암괴석과 그 위에 자리잡고 있는 소담스런 老松들은 한 폭의 수려한 眞景山水畵를 마술사의 손재주처럼 펼쳐놓고 있다.
▼ 군자산 정상, 기다시피 암릉을 오르면 암봉형태의 군자산 정상이다. 정상은 서너 평 남짓 되는 분지로, 귀퉁이 돌무더기 앞에 말뚝모양의 정상석이 서 있다. 맞은편에는 삼각점과 이정표가 보인다. 이 근처의 最高峰답게 이곳에서의 조망은 뛰어나다. 보배산과 칠보산 그리고 희양산과 저 멀리 주흘산이 희미하게 바라보인다. 산행들머리에서 여기까지 2시간이 조금 못 걸렸다.
▼ 도마재로 내려가려면 올라온 방향과 반대방향으로 내려서야 한다. 비학산과 갈리는 봉우리를 지나면 제법 까탈스러운 내리막길이 간간히 나타난다. 큰 사고가 날 정도로 위험스럽지는 않지만 ‘萬事는 불여튼튼’, 조심스럽게 급경사 내리막길을 내려선다.
▼ 도마골에서 반대로 올라오는 등산객들과 반갑게 인사를 나누며 서서히 高度를 낮추어 간다. 그렇게 고도를 뚝뚝 떨어뜨리다 보면 간혹 조망이 좋은 암봉을 만나게 된다. 前面으로 보배산과 칠보산, 그 뒤로는 백두대간의 장쾌한 능선이 이어지고 있다.
▼ 도마재, 하루 중에서 제일 氣溫이 높다는 점심시간 무렵이어서인지 산행하기에 어려움이 없을 정도로 날씨가 포근해져 있다. 그러나 모자의 차양 위 땀 고드름은 아직도 대롱거린다. 둔덕 수준의 작은 봉우리 두 개를 넘으니 널따란 도마재 안부가 보인다. 먼저 도착한 일행들이 옹기종기 모여 앉아 점심을 먹고 있다. 나도 한켠에 주저앉아 컵라면에 따뜻한 물을 부어 넣는다. 군자산 정상에서 여기까지는 약 1시간 남짓 걸렸다.
▼ 도마재에서 남군자산으로 가는 길은 이정표에 ‘탐방로 아님’으로 적혀있고, 그 곁에 이 길을 위험해서 사고가 날 위험이 있어 통행을 금지하니, 만일 지나가다가 적발될 경우, 50만원이나 되는 거액의 過怠料를 물리겠다는 무시무시한 경고문까지 붙어 있다. 그러나 어느 분의 助言 ‘남군자산에서 내려오는 사람들은 적발해도, 군자산에서 남군자산으로 넘어가는 사람들은 괜찮단다.’ 다들 용기를 내어 길이 아닌 길을 향해 힘차게 출발하고 본다.
▼ 도마재에서 남군자산으로 가는 길은 그야말로 난코스이다. 그렇다고 아까 경고문에서와 같이 위험하다는 것은 아니고, 오랫동안 사람들이 다니지 않는 까닭에 낙엽이 수북이 쌓여있어 걷기가 불편하다는 얘기이다. 너덜길은 바위 위까지 차오른 낙엽들 때문에 혹시라도 내딛는 발이 허방이라도 짚을 가 두렵고, 흙길은 흙길 나름대로 낙엽 때문에 많이 미끄러워서 오르막길에서 헛심을 쓰도록 만들고 있기 때문이다.
▼ 너덜길 위에 오랫동안 쌓여온 落葉으로 인해 길의 흔적이 희미해져버린 등산로를 따라 15분정도 경사면을 오르면 661봉 정상이 나오고, 또다시 50분 정도 더 진행하여 846봉을 지나게 된다. 846봉에서부터는 高度가 심하지 않는 능선으로 연결되다가 슬며시 840봉에 다다르게 된다. 오늘 산행에서 처음으로 山竹군락도 보여주면서....
▼ 840봉에서 남군자산으로 향하는 등산로 주변은, 커다란 바위가 하나 둘 늘어나더니 얼마안가 온통 바위천지로 변해버린다. 길가의 괴상하게 생긴 바위들을 감상하며 걷다보면, 문득 등산로 전면을 거대한 암봉이 가로막고 있는 것을 볼 수 있다. 저 봉우리가 남군자산이다. 거대한 암봉의 옆 斜面의 갈之자 등산로가 지친 발걸음을 정상으로 끌어 올리고 있다. 힘겹게 오른 능선안부에서 왼편으로 보이는 암릉을 따라 조금 더 오르면 남군자산 정상이다. 다음 행선지인 삼형제바위로 가려면 정상을 답사한 후, 다시 이곳 안부로 되돌아 내려와야만 한다.
▼ 남군자산 정상도 군자산 정상과 마찬가지로 서너 평 남짓한 넓이의 분지 가장자리에 자그마한 烏石으로 정상석을 만들어 놓았고, 한쪽 귀퉁이에는 거리표시가 없는 낡은 이정표가 을씨년스럽게 서있다. 정상에 서면 북으로는 군자산의 웅장한 산세가 보이고 북동쪽으로 보배산과 칠보산,·악희봉으로 연결되는 백두대간이 流長하게 다가온다. 남동쪽으로는 대야산, 그 너머로 속리산의 문장대로 이어지는 능선이 그림같이 펼쳐지고... 도마재에서 1시간30분 조금 넘게 걸렸다.
▼ 남군자산에서 형제봉으로 내려가는 길은 그저 곱다고 하는 것이 맞는 표현일 듯 싶다. 선채로 걸어 내려와도 괜찮을 듯한 곳에 매어있는 로프지대를 지나면, 곧이어 나이든 소나무들이 가로수 역할을 하고 있는 산책코스 가까운 고운 길이 등산객들을 맞이한다. 모처럼 호강하며 20분 조금 못되게 걸어 내려가면 칠월봉, 제수리재와 보람원 하산길이 갈리는 삼거리와 만나게 된다.
▼ 칠월봉 삼거리에서 부드러운 황톳길을 따라 5분 정도 걸어 내려오면 갑자기 거대한 바위가 보인다. 바위의 우측 斜面을 따라 돌면 또 다른 바위, 바위 사이를 통과하면 로프가 두 개가 기다랗게 늘여진 바위슬로프가 보인다.
▼ 눈앞을 가로막는 거대한 바위가, 삼형제바위 인줄 알고 어렵게 바위 위로 올라봤지만, 당사자는 아니고 삼형제바위가 잘 내려다보이는 전망대이다. 전망좋은 바위에서 내려와 삼형제 바위로 내려가려면, 약 30m정도 되는 슬로프를 로프를 이용해서 내려서야한다. 사면의 길이가 제법 길기 때문데 두려움이 일수도 있으나, 우선 슬로프의 경사가 그리 심하지 않고, 바위斜面이 신발창에 잘 달라붙기 때문에, 초보자들도 어렵지 않게 내려설 수 있다.
▼ 로프를 이용해서 슬로프를 내려온 다음 삼형제바위로 가기 위해서는 산부인과 바위라고 하는 바위 침니를 지나야만 한다. 바위와 바위 사이 틈이 30cm밖에 되지 않아 배낭을 메고는 빠져나갈 수 없고 손을 잡을 곳조차 마땅치가 않다. 우격다짐으로 몸을 구겨 넣고서야 겨우 빠져 나올 수가 있다. 아래 사진에서처럼 산부인과에 가면 저런 모습으로 아기들이 세상과 첫 對面을 할까? 약간은 궁금해진다.
▼ 남군자산의 삼형제봉에서 만난 소나무들
군자산을 지나오면서 못내 서운했던 점은 지난번 칠보산을 답사할 때 보았던 그리도 아름답던 老松들을 볼 수 없었다는 것이다. 道路 하나를 사이에 두고 마주보고 있는 산인데도 어찌 그리 다를 수가 있단 말인가. 거기다 奇巖怪石도 칠보산에 비하면 현격히 그 수준이 떨어지고... 그런 내 실망은 남군자산의 삼형제바위에 도착하면서 다소나마 해소될 수 있었다. 척박한 바윗틈에서도 나름대로 꿋꿋이 그 기개를 지켜가고 있는 소나무들의 고고한 삶을 보면서...
▼ 삼형제바위에서 보람원으로 내려서는 길, 삼형제바위에서 급격히 고도를 낮춘 등산로는 이후부터는 완만하게 이어진다. 주변은 갑작스레 찾아온 강추위 때문에 제대로 펼쳐보이지도 못하고 스러져버린 단풍잎들이, ‘선홍빛 축제’가 못내 아쉬운 듯. 아직도 나뭇가지에 그 못다 핀 아름다움을 주렁주렁 매달고 있다.
▼ 산행날머리는 하관평마을 버스정류장
車가 다녀도 괜찮을 정도로 잘 닦인 林道를(보람원의 자연관찰로) 따라 내려서면 보람원의 널따란 주차장이 보인다. 방금 내려온 임도의 입구 좌측에 남군자산의 산행 안내도가 서 있다. 이곳부터 보람원(아마 청소년 수련원인 듯 싶다) 입구까지는 제법 긴 거리를 2차선 포장도로를 따라 걷게 된다. 웬만한 건물보다도 더 큰 바위로 간판을 단 보람원을 벗어나면 곧바로 517번 지방도로이다. 이곳에서 좌측으로 방향을 틀어 약 5분정도 걸어가면, 오늘의 산행이 마무리되는 하관평마을 버스정류장이 나온다. 남군자산 정상에서 약 1시간 20분 정도 걸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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