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봉산 (909m)
산행코스 : 꽃댕이마을→화당보건진료소→벌목지→능선→삼거리→삼봉산→삼거리→무덤→시내버스 종점 (산행시간 : 4시간30분)
소재지 : 충청북도 제천시 백운면
산행일 : ‘10. 2. 28(일)
함께한 산악회 : 곰바우산악회
특색 : 오지 중에서도 오지인 산, 조망을 빼 놓으면(오늘은 시계가 제로인지라 조망도 없었지만) 별 특색이 없는 산으로 특별히 오지산을 답사하고 싶지 않은 사람에게는 권하고 싶지 않은 산, 제천시에서 잘 닦아 놓은 등산로를 이용하지 않을 경우 낭패를 볼 우려가 있을 정도로 오지 그대로의 모습이다.
* 삼봉산에는 50여 년 전만 해도 호랑이가 많이 살았다고 한다. 이를 증명하듯 ‘호랑이에게 물려 죽은 사람의 유골을 찾아 그 자리에서 화장을 하고 돌로 무덤을 만든 후, 무덤에 시루를 뒤집어씌우고 시루 구멍에다 부엌칼을 꽂아 원귀가 나오지 못하도록 했다’는 호식총(虎食塚)이 대호지 마을 일원의 너럭골 부근에 있었단다.
▼ 산행들머리는 꽃댕이 마을
38번 국도를 따라 영월방향으로 달리다가, 평동교차로에서 내려서면 백운면소재지이다. 이곳에서 402번 지방도로를 따라 신림방면으로 달리다가 왼편 화당리 방향으로 보이는 화당교를 건너면 ‘꽃댕이 마을’, ‘화당보건진료소’를 왼편으로 끼고 돌아, 잠깐 과수원 사잇길을 따라 걸으면 길의 흔적이 보인다.
* 오늘 산행의 들머리인 ‘꽃댕이' 마을은, 옛날 이 지역에 연못이 많았고, 연못 곳곳에 꽃들이 만발했다고 하여 이름 붙여졌다고 한다.
▼ 길은 길이로되 결코 길이 될 수 없는 등산로... 일년 내내 한두 사람이나 지나다녔을 성 싶은 등산로는 인간의 흔적을 결코 느낄 수 없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지금은 겨울의 끝자락... 여름철엔 사람이 다닐 수 없을 정도로 우거졌을법한 수풀이 힘없이 길바닥에 누워있다는 것이다.
▼ 초입에서 10여분을 걸어 야트막한 능선에 올라서면 건너편 산자락의 하늘 금이 눈에 들어온다. 저 정도라면 어쩜 약간의 조망은 즐길 수 있으려나?
▼ 인적이 끊긴지 오랜 등산로는 그야말로 苦難 그 자체이다. 싸리나무, 진달래, 찔래... 어느 것 하나 거치적거리지 않는 것이 없다. 경고 ‘앞 뒷사람의 간격을 넓게 벌리세요!’ 그렇지 않으면 뒷사람의 얼굴은 자연스레 회초리에 노출될 지니라...
▼ 苦難의 행군 끝에 입에서 단내가 나기 시작할 즈음, 갑자기 시야가 확 트인다. 지난 겨울철에 벌목을 끝냈는지 산등성이가 깔끔하게 정돈되어 있다. 등산로는 처음에는 伐木地의 경계선인 철조망을 따르다가 이내 伐木地를 가로질러 버린다.
▼ 황량함 속에서도 한점 운치를 찾아낼 수 있는 것은, 완벽을 일탈한 작은 애교... 깔끔하게 벌목된 능선에 어쩌다 한 그루씩 남겨둔 소나무의 외로움을 같이 할 수 있기 때문이 아닐까?
▼ 여름철 같으면 하늘을 가린 나뭇잎 탓에 허공 한점 볼 수 없을 정도로 짙은 참나무 숲이 이어지는데, 지금은 겨울철... 앙상한 가지들 사이로 비인 하늘, 아니 하늘을 안고 있는 짙은 안개가 흐르고 있다.
▼ 오늘 산행 중에는 이런 바위群落을 몇 곳 만난다. 채석장에서 발파작업 끝에 막 튀어나온 석회석인양 각지고 못난 모습들은, 만일 다른 산에서라면 바위 축에도 못 끼일 정도...
▼ 등산로 주위는 온통 참나무..., 소나무는 나뭇잎 무성한 여름철이면 눈에 띄지도 않을 정도로 찾아보기 힘들다. 발목을 덮을 정도로 쌓여 있는 낙엽이 내딛는 발걸음을 부드럽게 감싸 안는다.
▼ 정상에 가까워 질 무렵(아마 3봉에서 2봉으로 넘어가는 능선 정도), 등산로 주변의 나무들이 모두 진달래群落으로 변한다. 오늘이 꽃피는 춘삼월이었다면 오늘 걷는 이 길이 얼마나 화사했을까?
▼ 오늘 산행에서 처음 본 리본, 다른 산악회가 아닌 오늘 내가 따라나선 ‘곰바우산악회’의 시그널이니, 그만큼 이 코스로는 산행을 하지 않는다는 증거일 것이다. 하기야 ‘오지 산행이 특기인 곰바우산악회’이니 이런 코스로 산행안내를 하고 있겠지?
▼ 삼봉산은 백운산, 구학산, 주론산, 천등산, 십자봉에 둘러싸여 한가운데에 자리해 있기 때문에 조망이 뛰어난 곳으로 소문나 있건만, 오늘은 온통 안개에 뒤덮여 있다. 오늘의 시계는 제로... 치악산과 백운산은커녕 가까이에 위치한 십자봉조차도 보이지 않는다.
▼ 바위가 듬성듬성 심어져있는 능선을 오르면 해발 910미터의 삼봉산 정상, 먼저 도착한 일행들이 정상의 모습을 카메라에 담느라 분주하다. 한켠에는 점심상을 펴고 있는 부부... 서너평 남짓한 정상에는 정상표지석이 놓여있다.
▼ 하산은 반대편으로, 여러 개의 산악회 리본들이 보이기 시작한다. 떡 두 덩어리로 허기를 때우고 자리를 털고 일어선다. 그러나 ‘옷깃만 스쳐도 인연’이라는 우리네 삶... 일행께서 권하는 술잔을 사양치 못하고 슬그머니 엉덩이를 다시 내려놓는다.
▼ 정상에서 대호지를 향해 바윗길을 내려서면 안부, 왼편으로 난 능선을 따라 내려서야 한다. 안부에서 조금 더 진행하면 대호지로 내려가는 방향을 알려주는 이정표 이정표가 나오고, 등산로는 이내 급경사로 변한다.
▼ 급경사 끝의 쉼터, 긴 의자 두개가 놓여있다. 의자가 있는 것으로 봐서는 제천시에서 삼봉산에 대해 신경을 많이 쓰고 있다는 얘기일진데, 왜 이 능선의 반대편 2,3봉 능선은 모질게 방치하고 있을까?
▼ 몇 백 년은 자란 듯한 소나무가 길옆에 우람하게 서있는 능선, 나무계단으로 곱게 단장한 등산로를 따라 내려가다 보면, 좌우로 일본잎깔나무(낙엽송)가 하늘을 향해 손가락질을 하고 있는 숲, 그 끝 언저리에서 임도를 만나게 된다.
▼ 임도를 따라 오른편으로 조금 더 진행하면 신작로 수준급 시멘트 포장도로를 만난다. 배재로 가는 임도이다. 이곳에서 배재의 반대방향으로 내려가면 임도 양 옆으로 잣나무가 빼곡히 늘어선 ‘숲 탐방로‘...
▼ 산행날머리는 대호지(大虎地) 시내버스 종점
임버럭골(임버럭골은 ‘님 버린 곳'이란 뜻이라는데, 어느 무정한 님이 품에 안고 살아도 아까운 정인을 버렸단 말인가?)로 내려온 등산로는 시멘트 포장임도를 따라 걷기를 20여분, 다리가 아플 즈음에야 도착이 가능할 정도로 지긋지긋하게 멀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임도 주위의 농가들, 줄에 매어있는 누렁이들이 반갑다 꼬리치는 모습을 볼 수 있고, 그 녀석들과 노닥거리며 심심파적을 할 수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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