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암산 (布岩山, 962m) - 만수봉
산행코스 : 미륵리 주차장→하늘재→포암산→관음재→만수봉→능선→만수교쉼터 ( 산행시간 : 5시간30분)
소재지 : 충북 충주시와 경북 문경시의 경계
산행일 : ‘09. 8. 8(토)
함께한 산악회 : 안전산악회
특색 : 월악산국립공원에 포함된 山群으로서는 유일하게 백두대간 마룻금상 위에 놓인 산, 인근 산들과 마찬가지로 바위로 된 산이나 그리 험하지는 않다. 험한 바위 길에서 만난지 얼마 되지 않는 여인의 손목이라도 잡아주려는 꿍꿍이를 가진 사람이라면 다른 코스를 택해야 할 듯...
⇩ 산행들머리는 미륵리
597번 지방도로가 지나가는 충주시 상모면 미륵리에 있는 미륵사지 주차장에서 뒤편 미륵가든 방향 아스팔트 도로를 따라 시작한다. 미륵사지가 유명한 탓인지 각종 편의시설이 대부분 미륵이란 상호를 사용하고 있다.
⇩ 미륵사지
송계계곡 상류에 있는 사적지로서, 확실한 연대는 알 수 없으나 신라 말에서 고려초 사이의 것으로 추정된다. 이곳에는 보물 96호인 석불입상과 보물 95호인 5층석탑, 충청북도 유형문화재인 미륵리석등, 미륵리 3층석탑 등이 있다.
⇩ 하늘재(전설속의 옛길 - 계립령)
경북 문경에는 새재(鳥領 - 조령), 이화령, 하늘재라는 유서 깊은 옛 고갯길이 3개나 있다. 삼국사기에 ‘신라 아달라왕 3년(156년)에 북진을 하려고 계립령을 열었다’는 기록이 나오니 우리나라에서 맨 처음 뚫린 고갯길이라고 해도 틀린 말이 아닐 것이다
⇩ 하늘재에 이르는 오솔길
울창한 솔숲을 가로 지르는 오붓한 산길을 찬찬히 걷다보면 청신한 솔향기와, 바람소리, 새소리가 신산한 세상살이를 까마득히 잊게 해준다. 숲길 곳곳에는 역사 자연 관찰로가 조성돼 있고 숲의 생태와 부근 유적에 관한 안내판이 세워져 있어 자연 관찰로로 제격이다. 울창한 숲 사이의 길... 느린 걸음으로 걷는다면 마음은 한층 여유로워질 터인데도, 선두의 재빠른 발걸음을 따라잡느라 주위 경관은 구경할 틈도 없고 그저 헉헉대는 가픈 숨소리만 턱에 차 오른다.
⇩ 하늘재의 백두대간 포암산 들머리
하늘재의 문경 방향은 아스팔트 포장이 되어있으며 약간의 주차공간이 있다. 백두대간 종주시 꼭 거쳐야 하는 하늘재, 반대 방향은 마패봉을 거쳐 조령산을 넘어 이화령으로 이어지는 백두대간이다.
⇩ 본격적으로 산행이 시작되는 등산로의 초입에 있는 하늘샘
어제가 입추였다. 그러나 말복을 며칠 앞둔 오늘, 아침부터 몹시 더웠다. 햇살이 정면에서 비쳐왔다. 몸은 벌써 뜨거워져 있었다. 하늘샘에 도착했다. 시원한 물로 목을 축였다. 몸의 열기가 조금은 가라앉았다.
⇩ 하늘재에서 시작한 등산로는 백두대간 마룻금을 타고 지독히도 가파른 비탈로 접어든다. 계단을 올라서고 돌 너덜을 지나 하늘재가 숲에 가려 모습을 감출 즈음, 길은 어둑한 숲을 벗어나 가파른 산 비알로 올라선다.
⇩ 시야가 트이면서 암릉과 암괴가 사뭇 근사한 경관을 펼쳐주고 있다. 7년쯤 전에도 난 백두대간을 종주하면서 이길을 지나간 일이 있다. 그런데도 아무 기억이 떠오르지 않는다. 아마 무박산행을 하면서 앞사람 발뒤쿰치만 바라보며 달렸었을 것이다. 산은 언제나 우릴 받아들이려 하는데도, 하루하루를 그저 바쁘게만 살아가는 인간들이라니...
⇩ 산행들머리에서 쳐다볼 때는 평범한 육산처럼 보였는데 산행을 계속하며 정상에 다가설수록 이름만큼이나 바위산임을 알 수 있었다. 아름드리 노송군락과 벼랑 위에 선 고사목들에서 자연의 신비감을 느끼게 해준다.
⇩ 가파른 산비알은 오를수록 시원스럽게 시야를 열어주는게, 벌써부터 노송과 암릉이 어우러지면서 산경은 한 폭의 수채화인양 멋스럽기 짝이 없다.
⇩ 비록 상층부는 구름에 가려 보이지 않지만, 앞쪽으로 월향삼봉의 산줄기에 겹쳐서 주흘산의 험준한 자태가 하늘가에 실루엣을 펼쳐 놓고, 골짜기 건너편으로는 성주봉이 위용을 자랑하고 있다.
⇩ 포암산은 부근의 월악산, 주흘산, 신선봉 등과 더불어 조령 5악으로 불리는데 산세가 험한 대신 수려한 풍광을 자랑한다. 쌍봉 낙타 등처럼 생긴 포암산은 등산로 양옆이 급한 암벽을 형성해 여느 산처럼 등산로가 잘 발달되지 않았으나 등산로에는 아름드리 노송군락과 벼랑 위에 선 고사목들이 있어 자연의 신비감을 더해준다.
⇩ 산으로 오르는 길은 매우 가파르다. 밧줄에 매달리고 스틱에 의지하며 암릉을 올랐다. 암릉에 매달린 내 발 밑으로 구름이 지나가는 듯, 앞 산마루 등허리에 운무가 흐르고 있다. 허공에 떠 있는 듯, 구름에 실려 가는 듯... 오늘 난, 또 한명의 산신령이 되어본다.
⇩ 포암산(布岩山) 정상
하늘재에서 약 한 시간쯤 걸으면 포암산 정상에 도착한다. ‘백두대간 포암산’이라는 조그만 표지석이 서있고, 주변에 아무렇게나 쌓아 올린 돌무더기가 정상을 지키고 있다. 이 산은 옛날에는 베바우산이라고 불리기도 하는데, 문경에서 하늘재를 보고 오르면 포암산이 마치 큰 베를 펼쳐 놓은 것처럼 보여서란다.
지금은 비가 막 개어가고 있는 시점, 멀리 보이는 산들의 봉우리는 구름의 한 가운데에 놓여있다. 아쉬운 마음이 들지만, 그나마 비가 내리지 않은 것만도 다행스러운 일이다.
⇩ 눈길을 남서쪽인 주흘산의 영봉과 주봉을 바라보니 저 멀리 가물거리는 황학산과 백화산도 희미하게 나타나고 그 끝자락에 속리산 마루금도 보이는 듯 착각을 일으키고 있다.
⇩ 포함산 정상에서 마치 책꽃이의 책이 기운 듯한 네모반듯한 바위가 층층이 쌓인 포갠 바위를 내려오면 등산로는 진달래군락을 지나게 된다. 온통 하늘을 가려버린 진달래 숲은 어느 봄날 이곳을 찾은 선남선녀들의 가슴을 무던히도 두근거리게 만들어 줄 듯 싶다.
⇩ 만수봉으로 가는 길은 무성한 숲이 밀림을 이룬 밋밋한 오솔길이 백두대간을 따라 오르내리며 이어진다. 낙엽이 쌓여 비옥해진 토양에 밀생한 나무들과 풀이 한껏 푸르름을 자랑하고 있다. 풀 냄새 가득한 숲의 기운이 한껏 싱그럽다. 길가의 참나무 숲이 시원한 그늘을 만들어 주는데, 울창한 나뭇잎 사이로 한줄기 햇살이 부채살 마냥 퍼지고 있다. 등산로 옆은 연한 풀잎이 마치 잔디를 깔아 놓은 양 펼쳐진다.
⇩ 길가에 노란 원추리 꽃 함초롬히 피어 가쁜 숨 몰아쉬는 나를 맞아준다. 잠시 걸음 멈추고 숨을 돌렸다. 숲속 나뭇잎 사이로 하늘이 보이기 시작했다. 그에 맞추어 숲은 속은 속살을 드러내 준다. 마치 오랜 세월 마음에 담아 두었던 이야기들을 토해 내려는 듯이...
⇩ 만수봉을 1.5Km 남겨놓은 헬기장을 지나면서부터 등산로는 온통 조릿대 숲으로 덮여진다. 숲을 벗어나 거대한 암릉위에 올라서면 눈앞에 만수봉이 우뚝 서있다.
⇩ 너럭바위
마골치에서 만수봉으로 이어지는 능선길은 심심치 않을 정도... 때로는 겨우 한사람 정도가 빠져나갈 수 있는 암릉을 넘어서기도 하고 푸른 산죽이 군락하는 8부 능선길을 타기도 하는 데, 만수봉을 얼마 남겨놓지 않은 800여m길은 제법 험준하여 위험하기까지 하다.
⇩ 만수봉은 멀리서 보면 암릉으로 보이지만 좀 더 가까이 이르러 보면 마치 파란 옷을 입은 부드러운 누에처럼 보인다. 이곳 너럭바위는 만수봉 남릉의 모습을 가장 선명히 볼 수 있는 장소이다.
⇩ 포암산 정상에서 마골치로 가는 백두대간 길은 여러 번 오르락 내리락을 반복한다. 약 1시간쯤 산행을 하고 나서 뒤를 돌아보면 가까이 포암산이 보이고 그 너머로 주흘산과 부봉, 그리고 월항삼봉과 마역봉이 좌우로 이어진다.
⇩ 너럭바위에서 5분쯤 가면 왼쪽으로 만수계곡으로 내려가는 길이 나온다. 이곳에서 만수교까지는 3.8㎞이다. 이 길로 내려가지 않고 똑바로 가파른 경사를 약 10여 분 오르면 만수봉 정상 못 미쳐 또다시 갈림길을 만나게 된다. 오른쪽으로 꺾어지면 월악산 종주코스로 공룡능선을 타게 된다. 그러나 이곳은 출입금지구역으로 묶여있다.
⇩ 만수봉 정상에는 바위와 소나무들이 있어 포암산 정상처럼 그렇게 땡볕은 아니다. 그렇지만 이들 나무로 인해 조망이 포암산 정상만큼 좋지는 않다
⇩ 만수봉이란 이름은 만수교와 만수골의 이름을 빌어 만수봉으로 불려지고 있다. 만수계곡 건너편에 있는 포암산과 마치 오누이처럼 다정스런 모습을 하고 있는 산이다. 회백색 바위 사이로 아름다운 푸르름을 간직한 소나무 군락들이 황홀경을 만들어 내는 봉우리로서 여기에서 보는 조망 역시 한폭의 산수화를 만들어 내고 있다.
⇩ 만수봉 정상(983m)에서는 북쪽으로 월악산 영봉쪽 조망이 좋은 편이다. 그러나 산과 물이 어우러진 조화로운 모습이 아니고 암릉들만 우뚝 솟은 강박한 모습이다.
⇩ 만수봉 정상에 올라서면 월악산의 웅자를 한껏 감상할 수 있다. 깎아지른 바위벼랑으로 치솟아 오른 험준한 산세가 시선까지도 얼어붙게 만들다 못해, 오싹 전율감으로 이어지고 있다.
⇩ 등산로는 암릉과 노송이 어우러져 한 폭의 산수화를 만들어 내고, 마치 화폭 속을 거니는 양 흥겨움으로 발걸음까지 가볍다. 암릉과 기암괴석이 천인단애의 벼랑을 일으켜세우고, 온통 아름드리 노송들이 낙낙장송 가지들을 멋들어지고 늘어뜨리고 있다.
⇩ 만수봉 능선에서 바라본 포암산 방향
포암산에서 만수봉 까지는 U자형으로 휘돌아 포암산이 아주 가까이 보인다. 포암산 우측으로는 주흘산 영봉이 솟구쳐 있다. 주흘산 주능선을 우측으로 따라가면 부봉의 6봉우리가 톱날처럼 보이고 그뒤로 아스라이 조령산이 보인다.
⇩ 서쪽으로 길게 누워있는 바위 옆 소나무 가지 사이로 다가가니 그 앞으로 용암봉이 솟아 있고 미륵리와 송계리 사이의 만수골 넘어 박쥐봉과 북바위산도 조망된다.
⇩ 군데군데 박혀 잇는 아름드리 소나무들이 옛 산의 자태를 과시하듯 눈을 멈추게 한다.
정신없이 선두를 따라잡느라 정신없는데, 가픈 숨결 따라 가슴 가득 숲향이 밀려들어온다. 바쁜 발걸음 와중에도 나름대로 흥을 실어 보는데, 心身一體일까? 마음따라 발걸음도 차츰 가벼워온다.
⇩ 하산길은 나무계단과 산행로 사이드 안전지지대가 잘 설치되어 산행을 편히 할 수 있다. 특히 이곳 포암산/만수봉 산행지에서는 안전시설과 이정표가 어느 산보다 아주 잘 정비되어 있어 산객들이 어렵지 않게 산행을 즐길 수 있도록 배려했다는 점을 느낄 수 있다.
⇩ 구름 아래 산 첩첩 늘어서 나를 기다리고 있었다. 나를 부르고 있었다. 참나무 가득한 숲은 뜨겁게 달궈진 듯 온 몸이 타는 듯했다.
⇩ 820m봉까지는 매우 가파른 길이며 아름드리 소나무들과 부드러운 자태의 바위들이 군데군데 어우러져 있어 운치를 더하며 쉬는 곳곳 마다 전망이 좋아 아래 만수계곡이 훤히 내려다보인다. 우측으로 내려 서면 쇠봉으로 안전선을 그어 놓았는데 그리 위험스러운 곳은 아니나 발길을 멈추게 할 정도로 전망이 좋은 곳이다.
⇩ 만수교 입구는 자연탐방로이다. 길 양옆에 조성된 야생화 단지에는 온갖 꽃들이 피어 있다. 벌개미취, 산나리 등등... 산행 날머리지점 가까이에서 만수계곡을 가로지르는 木橋를 만나게 된다. 포암산에서 만수봉 까지는 U자 형으로 휘도는데 그 U자로 만들어진 깊고 넓은 계곡이 만수 계곡이다.
⇩ 산행 날머리인 만수교
뜨거운 날씨에 쫓겨 산을 부지런히 산을 내려왔다. 내려 선 산은 숲이 울창하다. 넝쿨들이 나무를 휘어감아 마치 원시림에 들어온 듯 하고 산나리 홀로 피어 낯설었다.
산은 늘 우리를 받아들이고 있지만 우리는 늘 제멋대로다. 산은 가지런히 산줄기를 뻗으며 길을 열어주고 있지만 우리는 늘 제멋대로 이리저리 다닌다.
산은 모든 생명 품어 안은 채 모든 생명에게 활짝 열려 있건만 사람들은 자기들이 지나지 못하도록 산길을 막았다. 숲을 지키기 위해서... 숲과 자연이 없으면 사람은 살 수 없으니 당연한 일일 것이다.
숲은 저 홀로 풍성하고, 산은 저만치서 우리를 바라보며 의연한데, 사람들만 저희들끼리 모여 옳고 그르다며 아우성이다.
'산이야기(충북)' 카테고리의 다른 글
길은 길이로되 결코 길이랄 수 없는 길을 따라간 삼봉산('10.2.28) (0) | 2010.03.04 |
---|---|
'마법의 城'에서나 볼 수 있다는 마분봉과 악휘봉 풍경('09.9.5) (0) | 2009.09.10 |
산책하기 딱 좋은 장용산('09.5.31) (0) | 2009.06.02 |
기암괴석과 소나무의 어울림, 갈기산 산행기('09.5.9) (0) | 2009.05.12 |
천태산('09.4.18) (0) | 2009.04.21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