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사봉(國師峰, 754m)
산행코스 : 새목고개→국사봉 정상→헬기장→깊이울계곡 내려서는 안부 사거리→MTB임도→오지재고개 (산행시간 : 느림보 걸음에 점심시간까지 합하여 4시간)
소재지 : 경기도 동두천시 탑동과 포천시 신북면 경계
산행일 : ‘10. 9. 5(일)
같이한 산악회 : 산과 하늘
특색 : 우리나라 山중에 國師峰이라는 이름은 여러 곳에서 찾아볼 수 있다. 경남 의령과 거제, 전남 영암, 경북 문경 등등... 그중의 하나가 이곳 동두천시와 포천시의 경계에 놓여있다. 정상을 군부대에 내어주고 그저 이름만 걸어 놓은 불쌍한 봉우리, 아무런 특징도 없는 그저 그렇고 그런 산이다. 1대간9정맥을 마친 산꾼들이 자연스레 찾게 되는 지맥들 중 하나인 ‘왕방지맥’이 있어 奧地를 찾는 산꾼들이 찾아올 뿐, 보통사람들은 구태여 올라야할 이유가 없는 산이다. 그러나 국사봉과 왕방산의 허리쯤을 가르며 해룡산 아래까지 이어지는 MTB用 林道와 연계해서 걷는 코스는 가족들과 함께 걸어볼 것을 권하고 싶다.
▼ 산행들머리는 새목고개
동두천 중앙역에서 나와, 택시를 이용하여 347번 지방도를 따라 포천시 신북면 방향으로 넘어가다보면, 포천시와 동두천시의 경계에 새목고개 고갯마루가 있다. 고갯마루에서 해룡산의 들머리인 오지재까지 MTB도로가 깔끔하게 정비되어 있다. 우리 팀보다 먼저 길을 나서는 사람들을 따라 무심코 MTB도로로 들어선다. 들머리 이정표에는 이곳에서 우리가 오늘 가려고 하는 해룡산 아래 오지재까지의 거리가 7.5Km라고 적혀있다. 옛말에 ‘여자를 조심하라’고 했거늘... 여자가 한명도 없는 우리 팀이었기에 무심코 그 여자분들 따라 나섰던 것이 불찰이었나 보다. 200m 정도를 진행했지만 왼편 국사봉으로 오르는 진입로가 보이지 않는다. 아뿔싸~~ 이 도로는 국사봉으로 오르는 길이 아니었던 것이다.
▼ 다시 돌아 나오는데 오른편 국사봉 방향으로 개구멍 같은 길이 희미하게 보인다. 새목고개까지 돌아가서 정상적인 등산로를 이용하여 산을 오르는 것이 옳은 일인데도, 뒤돌아 내려가는 것이 귀찮아서 무작정 산으로 들어서 버린다. 개구멍은 개들이 다니는 길이지 사람에게는 어울리지 않는다는 것을 깜빡한 채로... 결국 우린 길이 없는 가시밭길에서 가시넝쿨과 싸우며 엄청나게 고생해야만 했다.
▼ 등산로를 새로 만들어가며 가시넝쿨과 싸우길 20분, 겨우 능선에 다다른다. 능선에서 遭遇한 정규 등산로를 따라 급경사 오르막길을 20분 정도 힘들게 오르면 軍部隊 앞 헬기장과 만나게 된다. 이곳에서 출발지인 새목고개까지의 거리는 1.5Km이다.
▼ 국사봉 정상은 군부대가 점령하고 있다. 오른편 시멘트도로 끝에 헬기장이 있으며 왕방산으로 가려면 헬기장의 끄트머리 부분에서 내려서야한다.
▼ 헬기장 뒤쪽으로 보이는 봉우리가 왕방산
▼ 소요산 방향의 山群들
▼ 국사봉에서 왕방지맥인 급경사 내리막길을 따라 내려선다. 가파른 등산로를 따라 안전시설인 로프가 깔끔하게 묶여져 있다. * 오늘 우리가 걸으려고 하는 국사봉에서 왕방산과 해룡산을 지나, 장림고개까지 이어지는 능선은 왕방지맥의 일부분이다. 왕방지맥은 한북정맥의 축석령에서 천보산과 해룡산, 개미산을 거친 후 한탄강으로 흘러 들어가는 약 40Km 거리의 산줄기이다.
▼ 숲속 길을 걷는 일은 즐겁다. 나무 중에서 가장 많은 피톤치드를 뿜어내는 편백나무가 아니면 어떠랴, 소나무, 참나무 어느 나무 하나 피톤치드를 내뿜지 않는 나무가 없는데... 숲 길을 걷다보면 숲속의 향기와 나무의 기운에 취해 발걸음이 가벼워지고 정신은 맑아진다. * 숲이 내뿜고 있는 맑고 깨끗한 기운은 나무들이 해충 등으로부터 방어하기 위해 공기 중에 발산하는 항생 물질인 피톤치드(PhytonCide) 때문이다. 피톤치드는 사람의 항균과 진정, 스트레스 해소에 많은 도움을 준다.
▼ 찌는 듯한 무더위, 산속 숲에서 만끽할 수 있는 느림의 미학과 맑은 공기를 마시며 심신의 고단함을 해소해 보는 것도 괜찮을 듯 싶다. 유유자적한 혼자도 좋고, 오늘 같이 내가 좋아하는 사람들과 함께라면 더욱 좋을 것이다.
▼ 가파른 능선을 로프에 매달려서 내려선 후, 고저가 크지 않은 봉우리 두개를 더 넘으면 깊이울계곡으로 내려가는 안부사거리에 닿는다. 왼편으로 내려가면 심곡저수지, 오른편은 오지재고개에서 새목고개로 이어지는 MTB道路와 만나게 되는 길이다. 이곳에서 왕방산 정상까지는 1.6Km이다. 작년에 다녀온적이 있는 왕방산을 오르는 것은 생략하고, 해룡산까지는 MTB임도를 따라 트레킹을 하기로 결정한 후, 오른편 등산로를 따라 내려선다.
▼ 임도로 내려서다 보면 길가엔 야생화가 가득하다. 못생긴 며느리밥풀꽃이 지천인데, 간간히 벌개미취가 무리를 지어 山客을 맞는다. 눈부신 벌개미취들 사이, 마치 메밀꽃이 가득한 봉평 들판에 선 느낌이다. 꽃에 취할 즈음 이어서 가을의 전령인 억새가 마중 나오는데, 그 높이가 무려 사람 키위에 머리 하나를 더 달고 있다.
▼ 깊이울계곡으로 내려서는 안부 사거리에서 대략 10분 정도를 내려서면 잘 닦여진 MTB道路, 정규 MTB대회를 개최하는 장소답게 도로가 깔끔하게 정비되어 있다. 도로변을 따라 街路樹를 심었을 정도로 정성들인 흔적이 역역하다. 이곳에서 해룡산 밑에 있는 오지재고개까지는 대략 3.5Km 정도가 남았다
▼ 자 지금부터는 '느림의 美學'에 빠져보는 트레킹이다. 임도는 잠깐 오르더니 이내 내리막이다. 그러다 얼마쯤 더 가면 다시 오르막... 타박타박 걸으며 숲의 피톤치드로 한껏 매연에 찌든 폐를 씻어낸다. 언 듯 구름사이로 태양이 햇살을 드리우는데, 빛으로 샤워를 하면서 더욱 투명하게 빛나는 이파리들. 산들바람에 사르르 수런거리며 나그네의 발걸음을 가볍게 해준다.
▼ MTB임도으로 내려서면 오른편으로 자로 잰듯이 규모가 반듯한 공원묘지가 보인다. 임도는 갑자기 하늘이 뻥 뚤려 조망은 좋아졌지만 시원한 그늘이 그리울 정도로 햇빛이 따갑다. 길은 널따랗고 고저가 없는데, 모처럼 찾아온 여유로움에 느긋한 호흡으로 발걸음에 보조를 맞춰본다. 고요한 길가에는 싸리꽃 나리꽃 등 여름꽃들이 인사를 하고 있다.
▼ 새목고개에서 오지재까지 이어지는 임도는 가는 곳마다 보여주는 풍광이 다르다. 도로변 나무의 종류나 주변 풍물들, 거기다 도로변의 작은 개울까지도... 요즘 많은 지방자치단체에서 올래길을 만드느라 부산한데, 동두천시에서 이 도로를 올래길로 개발해도 충분할 것 같다. 아니나 다를까 高底가 심하지 않은 이 길을 쉬엄쉬엄 여유롭게 걷는 사람들이 있다. 새목고개를 오를 때 만났던 그 여자분들처럼...
▼ 벌써 가을의 냄새가, 지독한 폭염에 초록도 성이 났다. 숲은 짙어질대로 짙어져 섬뜩함이 느껴질 만큼 검푸른 빛을 토해낸다. 이 더위가 지나고 찬바람이 불기 시작하면 곧 퇴색되고 말, 마지막 절정의 초록이다. 그 초록의 곁가지엔 벌써 빨갛게 물든 나뭇잎 몇 개가 대롱거리고 있다.
▼ 이 임도는 MTB로만 활용하지는 않는 듯, 새목고개에서는 MTB메니아를 만났는데, 국사봉에서 내려와 오지재로 가는 길에는 오프로드 차량을 만날 수 있었다. 뒷자리에 날씬한 여성을 태우고 달리는...
▼ 저 멀리 해룡산에 구름에 잠길 즈음 임도에도 가는 빗줄기가 내리기 시작한다. 습기에 젖어드는 숲이 더 없이 상쾌하다. 숲에는 소나무와 참나무가 뒤섞여 있다. 상수리, 갈참나무, 신갈나무, 굴참나무 등등, 주변 숲에는 참나무류들이 다양하게 뒤섞여 숲을 건강하게 지탱하고 있다.
▼ 느림의 美學, 산이나 계곡, 또는 고갯길을 걷는 트레킹의 매력은 뭐니 뭐니 해도 느릿느릿 걷는 것일 것이다. 고속 열차보다 느릿느릿 가더라도 창 밖 풍경을 감상할 수 있는 완행열차가 그리워질 때가 있듯이 걷는 것 또한.... 빠르게 스쳐가기 보다는 천천히 길을 거닐며 온전히 그 장소를 느껴보는 것이 트레킹의 묘미. 한 템포 늦춰 천천히 걷다보면 아담한 산과 발아래 펼쳐지는 울창한 숲으로 둘러싸인 계곡... 그러한 여유가 곧 느림의 미학이 아닐까?
▼ 산행 날머리는 오지재고개
고저가 거의 없는 MTB 林道를 따라 내려오면 동두천시와 포천시 가산면을 잇는 364번 지방도인 오지재고개에 닿는다. 오지재고개는 새목고개와 마찬가지로 포천시와 동두천시의 경계이다. 고개에는 해룡산 방향에 자그만 간이음식점이 보이고, 그 반대편 도로변에 왕방산까지 3.4Km라는 이정표, 그리고 왕방산 등산안내도와 MTB안내도가 세워져 있다. 원래는 장림고개까지 걸을 계획이었으나 갑자기 쏟아지는 폭우 때문에 오지재고개에서 오늘의 산행을 마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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