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라이등봉(644m)-대광봉(고대산, 810m)
산행코스 : 신탄리역→대광봉→삼각봉(815m)→대산리고개→610봉→주라이등봉→임도→대광골약수터→궁전가든입구 국도 (산행시간 : 6시간10분)
소재지 : 경기도 연천군 신서면
산행일 : ‘10. 8. 15(일)
같이한 산악회 : 곰바우산악회
특색 : 주라이등봉은 ‘국토지리정보원’에서 제작한 지도에도 나와 있지 않은 자그마한 봉우리이나 정상부의 암릉은 웬만큼 소문난 산에 뒤지지 않을 정도로 빼어났다. 다만 조그마한 산세와 고대산, 금학산, 지장산 등의 유명세에 밀려 지자체에서도 방치하고 있는 것이 흠이다. 그러나 산을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한번쯤은 다녀오라고 권하고 싶은 산이다.
▼ 산행들머리는 신탄리驛
서울과 원산을 잇는 경원선 철도의 마지막 역, 휴전선에 가로막혀 더 이상 나아가지 못하는 마지막 기차역인 신탄리역사를 빠져나와, 광장 오른편으로 난 도로를 따라 들어서면 철로 건너에 ‘김삿갓 단고기’ 식당이 보인다. 이곳에서 왼편방향으로 조금 더 들어가면 주차장이 나오고, 주차장을 왼편으로 끼고 잠깐 걸으면 오른편 밭두렁으로 등산로가 보인다. 산의 초입에 걸려있는 입산통제라는 플래카드로 등산로임을 미루어 짐작할 수 있다.
▼ 산으로 들어서면 등산로는 제법 뚜렷하게 나 있지만 엊그제 내린 폭우 탓에 길 한복판이 움푹 파져있고 그 골을 따라 물이 넘실대며 흐르고 있어 걷기가 여간 불편하지가 않다. * 대광봉 산행을 시작하는 기점인 신탄리(新炭里, 새숯막)는 이름만 들어봐도, 예로부터 숯이 많이 나던 지역임을 쉽게 눈치 챌 수 있다. 아니나 다를까 산행 중 만나는 갈참나무 군락이 그 주장을 뒷받침 해주고 있다.
▼ 제법 경사가 심한 등산로는 간혹 시늉만 암릉인 바윗길도 만나게 되나, 전형적인 흙산의 모습이다. 등산로 주변은 온통 참나무, 참나무類 중에서도 떡갈나무들 일색이다.
같은 산을 오르더라도 곰바우는 다르다? 주라이등봉을 가기 전에 전초전으로 거치려는 광대봉은 고대산의 한 봉우리, 고대산 정상으로 오를 수 있는 광대봉을 지나 정상으로 오르는 제1등산로가 깔끔하게 잘 개설되어있다. 그러므로 다들 제1등산로를 따라 산을 오르는 것이 보통인데도, 곰바위만은 정규등산로를 벗어나 남들이 잘 다니지 않는 등산로를 따라 오르고 있다. 오늘 같이 무더운 여름날에는 잘 정비된 등산로를 따라 오르기에도 무지 힘이 드는 법인데도 불구하고...
▼ 떡갈나무 숲에서 거친 호흡을 가다듬으며 2시간 조금 못되게 걸으면, 제1등산로와 만나게 되는 고개 삼거리에 도달하게 된다.(매표소 2.1Km, 고대산 정상 1.6Km) 정상방향의 오름길에는 나무계단으로 잘 정비되어 있다. 나무계단이 끝난 후, 이어지는 바윗길에는 손잡이용 동아줄이 튼실하고...
▼ 어제 내린 소나기의 여운일까? 정상에 가까워질수록 어디선가에서 운무들이 모여들더니 어느덧 하얀 구름바다 속을 걷고 있는 듯 싶을 정도로 짙은 어스름의 터널을 만들어 내고 있다.
▼ 이곳 고대산은 ‘98년 민간인들에게 개방되기 전까지만 해도 군인들이 주둔하던 지역. 벌써 10여년이 지났지만 아직도 당시의 군사시설이 낡은 모습으로 곳곳에 널려있다. 우리가 등산하다 보면 간혹 돌무더기를 보게 되는 경우가 있고, 그 옆에는 ’00성터‘라는 안내판이 서 있는 것을 볼 수 있다. 그럼 이 군사시설도 오랜 세월이 흐르고 난 후에는 ’문화유적‘이라는 이름표를 달고 있을까?
▼ 대광봉 정상은 널따란 헬기장, 군인들은 떠났어도 헬기장은 아직까지 사용하고 있는지 산뜻하게 하얀 페인트가 칠해져 있다. 헬기장 반대편 귀퉁이에는 못생긴 기둥이 심어져 있고, 그리 예술적이지 못한 글씨로 ‘대광봉’이라고 적혀있다. 정상 일대는 등산객들이 지나다니는 통로를 제외하고는 ‘산철쭉’ 보호를 위해 울타리를 쳐 놓았는데, 그 울타리 너머엔 억새가 넘실넘실, 꽃대를 내밀고 있는 게 가을이 찾아오고 있다는 소식을 전해주는 듯....
▼ 대광봉에 올라서면 서쪽으로 신탄리 벌판이 펼쳐지고 남쪽으로는 숨차게 달리는 한북정맥이 바라보이며, 북동쪽으로 고대산을 넘어 철원평야와 백마고지가 아스라이 보인다.
▼ 주라이등봉을 가기위해서는 삼각봉에서 약 50m 정도 못미처에서 오른편으로 내려서야 한다. ‘산철쭉 植生地’이니 들어가지 말라고 막아놓은 禁줄이 약간 띄어 진 지점으로 내려서면 된다.
▼ 멋없는 대광봉을 지나 10분이 채 못되게 더 오르면 삼각봉, 꽤 넓은 분지형태의 정상은 국기게양대과 참호, 토치카 등 오래된 군사시설이 흉물스럽게 남아있다. 한쪽 귀퉁이에 삼각봉이라고 씌어 있는 이정표가 보이는데, 이정표 뒤에 매어놓은 금줄을 넘어서면 고대산 정상이 한눈에 잘 들어온다.
▼ 고대산 주능선에서 내산리고개 방향으로 내려서면 처음에는 길이 잘 보이지 않는다. 약 10m 아래에 있는 몇 년 전까지 군사들이 참호로 이용하던 시설 근처에서 왼편으로 방향을 틀어 조금 더 내려가면 헬기장이 보인다. 이곳에서부터 등산로는 뚜렷해지기 시작한다.
▼ 헬기장에서 내려서면 고대산의 정상에 있는 軍部隊로 보급물자를 옮기기 위해 軍에서 설치한 모노레일이 보인다. 모노레일 옆으로 깔끔하게 정비되어 있는 등산로를 따라 내려가다가, 능선 안부에서 모노레일을 버리고 우측으로 방향을 튼 후, 작은 봉우리를 넘으면 내산리 고개의 임도가 보인다.
▼ 내산리 고개길
인근 軍部隊(실제로 대광골 방향으로 내려가다 보면 주위가 군부대의 훈련장 일색이다)에서 군인들이 만든 軍事用 도로이다. 좌측으로가면 내산리, 우측으로 가면 ‘대광유황온천’이 나온다. 주라이등봉으로 가려면 맞은편 절개지 사면을 치고 올라가야 한다. 내산리 고개 이후로는 짙게 우거진 숲길에 방공호 참호 삐삐선 등, 軍事遺蹟地라고 불러도 좋을 듯 싶을 정도로 군사시설들이 널려있다. 인적이 희미한 산길을 따라 오르고 내리고, 어떨 때는 우회를 하며 주라이등봉을 향해 나아가게 된다.
▼ 주라이등봉의 전위봉(610봉)을 우회하여 왔는데, 대송정으로 내려가는 왼편 등산로 외에는 인적이 끊겨버린다(사실 조금만 더 세심히 살펴보면 주라이등봉으로 가는 우회길이 보인다는 것을 후미그룹의 사람들에게 들어서 알았다). 부랴부랴 전위봉을 향해 가파른 능선을 기어오른다. 전위봉 정상은 덩그러니 군인들의 참호 하나가 보일 따름이다. 그나마 정상에서 주라이등봉의 전경이 한눈에 들어오는 것으로 위안을 삼아본다.
▼ 주라이등봉의 앞에서면 우선 우뚝 솟은 암릉에 위압감을 느끼게 되고, 그 위압감에 눌려, 자연스레 좌측 우회로로 진행방향을 잡게 된다. 우회로를 따라 5분 정도 진행한 후, 정상으로 향하는 능선으로 들어붙어 경사가 심한 오르막길을 10분 정도 오르면 정상으로 이어지는 암릉에 도달한다.
▼ 山勢가 좋은 주라이등봉은, 멋진 토종 소나무와 암릉이 어우러져 운치를 더해주고 있다. 그러나 조심은 필수, 오른편으로 시퍼런 낭떠러지 절벽이 위협하고 있으니까. 휘휘 늘어진 소나무 가지 아래로 軍事道路가 뱀처럼 꾸물거리고 있다.
▼ 주라이등봉은 서너 평 남짓 되는 좁은 바위봉우리이다. 능선은 한쪽 날이 바짝 선 國産 칼의 형상, 북쪽인 대광골 방향은 경사가 급한 바위 위를 흙이 덮고 있는 모습이지만, 내산리 쪽은 그야말로 날카롭게 고추 선 絶壁, 내산리 방향으로 한 평 정도의 윗부분이 평평한 바위가 있어 정상정복의 기념사진 촬영에 안성맞춤이다. 정상에 서서 눈을 들어보면 고대산과 지장산, 멀리는 성산의 산줄기가 하늘금을 만들어내고 있다.
▼ 주라이등봉 능선의 암릉은 자못 빼어난 절경의 모습을 보여준다. 奇奇妙妙라고까지 하기에는 2% 정도 부족하지만, 나름대로 풍취를 자아낼만한 형상을 지닌 바위들이 늘어서있다. 비록 그 길이가 짧은 것이 흠이지만..., 능선을 따라 늘어선 巖壁과 그 사이사이에 심은 듯 앉아있는 소나무들은 한 폭의 동양화를 연상시킨다.
▼ 신록이 한창인 숲속은 흡사 밀림을 옮겨다 놓은 듯 각종 수목들이 우거져 있다. 알싸한 향기가 코끝을 간지르고, 습기를 머금은 산속 공기는 폐부 속 묵은 때까지 벗겨내는 듯, 맑고 깨끗하기만 하다.
▼ 대광골 임도를 향해 내려가는 길은 경사가 급해서 힘들지만, 다행이 산자락을 타고 올라오는 바람이 있어 조금이나마 위안을 삼게 만들어 준다. 산자락을 휘감으며 올라오는 시원한 바람은, 마치 물 흐르듯 흘러버린 후, 아쉬운 듯 이마에 남아 머물던 땅방울 몇 개를 식혀주기에 충분하다.
▼ 대광리를 향해 이어지는 임도는 그야말로 폐허, 최근 폭우로 피해를 입은 듯 말이 도로이지, 형상은 계곡을 닮아 있다. 아니 등산객이 걷기에는 계곡보다도 훨씬 더 힘들 정도... 그래도 비온 뒤 끝에는 계곡에 물이 많아서 좋다. 인적이 드문 곳이니 옷쯤이야 홀라당 벗어부친들 누가 뭐라고 할리도 없으니 말이다. 대충 벗어부치고 물속에 들어서니 잠깐 앉아 있기도 힘들 정도로 물이 차갑다.
▼ 폐허가 된, 대광골의 옛 生水공장을 지나면 돌탑들로 한껏 모양을 낸 民家와 아취형 다리로 품위를 돋우는 民家... 그 생소한 운취로 무료함을 달래면서 조금 더 내려가면 왼편에 ‘대광골 약수’가 보인다. 藥水의 물길이 얼마나 센지 50㎝ 정도 밖에 안되는 높이에서 떨어지는 물줄기가 1m이상을 날아갈 정도다. 이정도로 힘이 세다면 약수의 효력을 의심할 필요는 없겠지?
▼ 산행 날머리는 ‘궁전가든’ 입구의 35번 국도
대광골약수터를 지나 군인들의 야외훈련장 사이로 난 아스팔트도로를 따라 여름날씨에 짜증날 만큼의 거리를 걷다보면 어느덧 경원선 철로와 나란히 달리고 있는 ‘35번국도’, 도로가에 서 있는 ‘궁전가든’의 이정표가 방금 지나온 대광골을 향하고 있다. 여기서 대광리역 방향으로 조금 더 내려가면 오른편에 ‘대광배드민턴 클럽’이 보인다.
'산이야기(경인)' 카테고리의 다른 글
작지만 알찬 산, 사향산('10.10.2) (0) | 2010.10.04 |
---|---|
산행보다는 트레킹코스로 더 어울리는 동두천의 국사봉('10.9.5) (0) | 2010.09.08 |
한강의 두물머리가 가장 잘 보이는 부용산('10.7.4) (0) | 2010.07.08 |
임꺽정의 숨결을 느낄 수 있는 산, 파주시 감악산('10.6.20) (0) | 2010.06.28 |
가족 산행지로 딱 좋은 동두천의 마차산('10.6.6) (0) | 2010.06.10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