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비산(鳥飛山, 295m)-정배산(277m)


산행코스 : 장평리 조천사 입구→조천사→조비산 정상→암릉→동굴→황새울관광농원 갈림길→정배산→MBC 선덕여왕 세트장 (산행시간 : 쉬엄쉬엄 3시간)


소재지 : 경기도 용인시 백암면과 원삼면의 경계

산행일 : ‘10. 12. 12(일)

같이한 산악회 : 산과 하늘


특색 : 조비산은 비록 높지는 않지만, 멋지고 거친 岩峰을 가진 산이다. 주변의 부드러운 산세와는 완연히 다른 모습... 용인의 널따란 벌판에 우뚝 솟은 암봉이라는 희귀성 때문인지, 龍仁八景 중에서 제일 아름다운 山으로 불린다. 서울에서 들어오는 교통이 편하고, 또한 산을 오르기가 별로 힘들지 않으므로 가족들끼리 부담 없이 찾아볼만하다. 산행시간이 짧으므로 같은 능선에 있는 구봉산과 연계산행을 하는 것이 바람직하나, 조비산을 제외한 다른 산들은 별다른 특징을 보여주지 못하고 있어 큰 의미가 없다.

 

▼  산행들머리는 백암면 장평 버스停留場(325번 지방도)

서울 남부터미널에서 진천까지 가는 버스(4,200원)를 타고 가다가 용인시 백암면 소재지에서 하차, 백암에서 다시 한택식물원가는 10-4번 시내버스로 갈아탄 후, 10분 정도 달리다가 장평리 조천사입구에서 내리면 된다. 우리 일행같이 버스를 기다려야하는 시간(우린 20분)을 아끼고 싶으면 택시를 이용(5,400원)하면 된다.

 

 

▼  325번 地方道’ 조천사 입구에서 하차하면 ‘조천사 표지석’이 보인다. 우릴 태우고 온 택시는, 조천사까지 자동차가 다닐 수 있는데도 ‘조천사 들머리’의 맞은편, 도로변 공터에 우릴 내려놓고 돌아가 버린다. 잠깐 산행채비를 마친 후, 장평마을로 들어선다.

 

 

 

 

▼  비닐하우스와 양계축사가 늘어서 있는 시멘트 포장도로를 따라 걷다보면 우측으로 작지만 옹골찬 산세의 조비산이 나뭇가지 사이로 어렴풋이 조망된다. 인적이 끊긴 한적한 도로, 오랜만에 만난 회포를 얘기로 달래다보면 어느새 조천사 앞 주차장에 도착하게 된다. 주차장의 산행안내도 앞에서 오늘의 산행코스를 설계하는 사이 또 다시 산행준비, 이곳 조천사는 비구니들의 修行道場이니 남자들은 조금 참는 게 좋겠지? 장평리 도로변에서 출발한지 약 10분정도 걸렸다.

 

 

 

▼  조천사 대웅전 뜰을 통과하여 맞은편에서 본격적인 등산로가 열린다. 등산로 입구 오른편에 이정표가 세워져 있어서 들머리를 잃을 염려는 없다. 등산로는 낙엽이 깔린 푹신하면서도 완만한 경사로 이어진다. 조금 미끄럽기는 해도 걷는데는 별로 지장을 주지 않는다. 손쉽게 정상에 다다른다는 것이 여유로움을 주었는지 다들 발걸음이 가볍게 보인다.

 

 

▼  누군가가 인생은 塞翁之馬라고 했다. 그 말을 증명이라도 하려는 듯이 등산로는  갑자기 험악해져 버린다. 등산로 주변의 왼편에 커다란 암릉이 보이기 시작하면서, 곱게 이어지던 등산로가 갑자기 사납게 변하기 시작하는 것이다. 급경사에서 발걸음이 더뎌질 즈음, 드디어 등산로에는 로프가 매어져있고, 그 끝에는 나무테크로 만든 계단이 오르는 이의 더딘 발걸음을 도와주고 있다.

 

 

 

 

 

 

▼  나무계단을 올라선 후, 바윗길을 돌며 손가락 끝에 바위 맛을 느끼게 해 줄 즈음이면, ‘주능선 전망대’ 바위위로 올라서게 된다. 왼편 아래로 거대한 암릉이 펼쳐져 보이고, 그 너머로 널따란 장평리 들판이 시원하게 조망된다. 전망대에서 주능선을 20m 정도 오르면 드디어 정상이다. 산행들머리에서 정상까지는 채 1시간도 안 걸렸다.

 

 

▼  조비산 정상은 나무테크로 깔끔하게 정비되어 있고, 그 한쪽 귀퉁이 바위위에 커다라면서도 예쁘장한 정상표지석이 서있다. 정상의 나무테크는 그 넓이가 무려 10평 정도, 산의 정상에 이정도로 넓고 편한 시설을 만들어준, 이곳 행정기관에 감사를 드려본다. 조비산은 예로부터 전해져 내려오는 이런 이야기가 있다. ‘우리나라의 모든 산들이 머리를 한양 쪽으로 두고 있는데도, 유독 조비산만 산의 머리를 남쪽으로 두고 있다고 해서 역적산으로 불리어졌는데 70년대에 규석광산을 개발하면서 산을  훼손시킨 탓에, 지금은 머리 부분이 없어져 버렸단다.’

 

 

 

 

 

 

 

 

▼  11시가 채 못 되었으니 점심을 먹기에는 아직 이른 시간이지만, 짧은 산행을 이유로, 준비해 온 음식들을 펼쳐 놓는다. 나무테크는 그야말로 최상의 식탁으로 금방 변해버린다. 앗뿔싸! ‘산과 하늘’의 제일 기호식품인 술이 품귀현상이다. 11명 산행인원에 소주가 기껏 한병(두 홉들이 병으로는 다섯 병) 뿐이라니...  우리의 호프인 코스모스님이 아니었다면 아마 우린 술이 고파 산행을 더 이상 진행 못했을 것이다. 술과 함께 맛있는 닭도리탕을 준비해 오신 코스모스님께 다시 한번 감사드린다. 나를 위해 몇 개 더 넣어 오신 닭똥집은, 분명 날 위해 준비해 오셨건만, 누군가가 내 승낙도 없이 다 먹어치워 버린 탓에 난 네 개뿐이 못 먹었다. 술을 마실 수 없는 탓에 꾹 눌러 참았지만, 뉘기야????

 

 

 

▼  조비산 정상에서의 조망은 자못 뛰어나다. 사방이 막힘이 없는 탓에, 너른 공간이 주는 해방감을 만끽해볼 수 있다. 도심생활에서 싸인 스트레스를 너른 공간에 펼쳐놓다 보면 조금 전까지 戰戰兢兢했던 우리네 고민들은 사라진지 이미 오래다.

 

 

 

▼  구봉산 방향으로 내려서는 길은 깎아지른 絶壁, 날카롭게 서있는 바위 아래로 로프가 매달려 있다. 차례차례로 조심스럽게 내려선다. 옛날 한창 때, 모 산악회의 산행대장 경력이 있는 최영철君의 실력이 빛을 발하는 때가 이 즈음이다. 여성들에게는 어느 정도 도움이 필요한 난코스이기 때문이다. 이런 때는 公認 총각인 블루엔젤이 나서야 할 때인데...

 

 

 

 

 

 

 

 

 

 

 

▼  산은 오르는 산의 특징에 따라 각기 다른 맛이 난다. 흙산은 흙산 나름대로의 맛이 있고, 바위산은 바위산 나름대로 멋이 있다. 그러나 대부분의 등산객들이, 바위산을 오르내리는 즐거움이 최고라고 말하는 것은, 아마 위험한 바윗길에서 느끼게 되는 짜릿한 스릴 탓이 아닐까? 워킹을 고집하는 사람들도 용아릉이나 공룡릉(설악산), 자연성릉(계룡산), 사다리병창(치악산)등이 좋다는 것은 부정하지 않는 것도 이 때문일 것이다. 조비산의 등산로는 짧은 것이 흠이기는 하지만, 경기 남부지역에서 흔하게 접하기 어려운 암릉을 끼고 있어 찾는 이들에게 즐거움을 줄 수 있는 산이다.

 

 

 

 

▼  절벽을 내려선 후, 왼편으로 방향을 틀어 조금 내려서면 체육공원 쉼터가 보인다. 운동기구와 벤치가 설치되어 있는 맞은편 거대한 절벽(정상부 밑)아래 커다란 동굴 하나가 떡하니 입을 벌리고 있다. 옛날에 중석을 채굴하던 동굴이란다. 동굴내부는 의외로 넓은데, 巫俗人들이 드나드는지 여러 개의 제단이 만들어져 있다. 이곳이 클라이머들이 찾는 곳인지 동굴 입구 외벽엔 암벽훈련의 흔적들이 제법 짙다.

 

 

 

▼  체육공원 쉼터에서 오른편 등산로를 따라 진행하면 구봉산 방향으로 가게 된다. 밤나무 숲 아래를 통과하는 등산로는 걷기 좋을 만큼 푹신푹신, 거기다 내리막길이니 뛰어도 좋을 정도... 서서히 가도 아무 문제가 없는 산행이지만, 동굴을 못보고 지나친 선두그룹을 따라잡으려고 속도를 내본다. 어느새 등산로는 석천리 황새울과 용천리 증말부락을 잇는 임도와 마주친다.

 

 

 

 

▼  임도에 내려서서 왼편으로 20m정도 걸으면 오른편 능선으로 등산로가 이어진다. 물론 입구에 이정표가 서있다. 정배산으로 이어지는 등산로는 높낮이가 거의 없는 능선을 이어진다. 주변은 참나무類의 일색, 간혹 소나무가 듬성듬성 서있다. 뒤돌아보면 소나무가지 위로 조비산이 암릉이 두둥실 떠 있다. 저 오른편 암벽을 타고 우리가 내려왔다니... 그저 우리 자신에게 탄복해주어도 충분할 일이다.

 

 

 

▼  능선 길엔 갈참나무 떡갈나무 등이 깔아놓은 낙엽이 발목을 덮을 정도여서 밟을 때마다 부드럽기가 그지없다. 군데군데 낙엽송과 잣나무 군락이 있어서 단조로움을 덜어준다. 여유로운 산행의 장점인양 짬만 나면 모두들 이야기꽃을 피우고 있다. 걸으나 쉬나 이야기를 나누는 데는, 아무런 지장이 없을 정도로 느린 거북이 산행이기 때문이다. 하긴 조금만 빨라도 ‘야 선두! 천천히 가자!’를 외치는 구름나그네님이 있는데, 아무리 배짱 좋은 악마구리라도 속도를 낼 수는 없었을 테지?

 

 

 

 

 

 

▼  말안장 같은 능선을 따라 이러지는 등산로는 특별 의미를 주지 못한 채로 이어지다가, 정배산 가까이 다가가면서 제법 가파르게 변한다. 그러나 로프를 매어 놓았기 때문에, 겨울철 積雪산행에도 별 문제는 없을 것 같아 보인다.

 

 

 

 

▼  정배산 정상은 다른 곳보다 약간 튀어 오른 정도인 능선상의 한 지점, 나무기둥에 매달려있는 정배산이라는 표지판이 없었더라면 어느 누구도 이곳이 정배산의 정상인 줄 모르고 지나칠 정도로 평범함 그 자체이다. 그래도 이곳이 정상이니 잠시 쉬어가라고 벤치를 만들어 놓았다.

 

 

 

 

▼  오롯이 솟아오른 말안장 같은 능선을 타고 걷는 호젓한 길, 왼편에는 태영골프장이 발밑에 있고 그 뒤로 쌍령산 정수산을 병풍삼아 자리 잡은 마을들은 옛 고향처럼 정겹다. 오른편 구봉산 방향의 산자락에는 MBC문화동산이 내려다 보인다.

 

 

 

▼  정배산에서 오르던 방향의 맞은편을 향하여 얼마간 진행하다가, 주능선을 벗어나, 오른편으로 90도를 꺾어 내려가야 구봉산 방향으로 가게 된다. 평탄한 지능선을 얼마간 걷다가 오른편 계곡으로 냉큼 내려선다. 아까 낙성대님 친구분께 부탁한 택시가 도착할 시간이 되었기 때문이다. 웬일 일까? 시간이 촉박할 터인데도 모두들 자리를 잡고 앉는다. 누군가가 꺼내는 술 한 병, 아까의 술타령에도 내놓지 않고 버틴 의지의 술이다. 또 다시 난 마른침만 삼키고 있다.

 

 

 

 

 

 

 

▼  계곡이 끝나는 지점에서 MBC에서 촬영용으로 개설해 놓은 임도로 건너가는 길은 가시덩굴 속을 헤매는 수난의 길, 없는 길을 만들어가며 진행하다보니 어쩔 수 없다. 잘 닦인 촬영용 도로엔 아직도 눈이 수북이 쌓여있다. 이 도로에서 馬車가 달리고, 軍人들이 열심히 뛰었겠지?

 

 

 

 

 

 

 

 

 

▼  촬영용 도로가 끝나면 MBC문화동산이라는 이름표를 달고 있는 촬영세트장이 나온다. 이곳에서 선덕여왕을 촬영했단다. 大히트를 쳤던 작품은 역시 블록버스터? 촬영세트장의 규모는 어마어마할 정도로 넓다. 비록 건물은 一回用 같이 날림이었지만... 

 

 

 

 

 

 

▼  산행날머리는 촬영세트장 경비실 앞

촬영세트장을 벗어나면 정문 경비실이 나오고 여기가 오늘 산행의 날머리이다. 원래는 325번 지방도로가 지나는 용천리까지 걸어 나가야 하지만, 시간을 절약하기 위해 택시(1만원)를 불렀기 때문이다. 한명을 더 태운 탓에 택시비 오천원을 더 주고 도착한 백암식당, 맛은 있는데 서비스는 별로다. 손님이 원하면 뭐든 들어주는, 서울지역 식당의 서비스에 물들었는지 다들 불평들이다. 특히 구름나그네님, 음식도 별로라면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