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주산 (569m)
산행코스 : 금룡사입구→금룡사→정상→540봉→곰넘이봉 못미쳐 안부 삼거리→일동초교 (산행시간 : 휴식시간 제외, 여유로운 4시간)
소재지 : 경기도 포천시 영중면과 일동면 경계
산행일 : ‘09. 5. 3(일)
같이한 산악회 : 산과 하늘
특색 : 예로부터 금주산 기슭에는 금이 많이 났다고 하며, 80년대 초 까지도 사금을 채취했다고... 덕분에 돈이 많았다 하여 금주리라 불렀단다. 금룡사 방향의 능선은 바윗길이라서 아기자기한 맛에 지루하지 않고, 일동면 방향 등산로는 포근한 육산이라서 하산하기에 편하다. 찾는 이들이 많지 않아 데이트하기에 딱 좋은 산이다.
⇩ 산행의 들머리는 만세교
서울에서 철원으로 향하는 43번국도, 포천시내에서 20분정도 북진하면 신북면과 영중면의 경계에 만세교가 있다. 산행은 이곳에서 시작한다. 이곳에서 구도로를 따라 30분 거리에 금룡사가 있다. 게으른 사람은 택시(요금 1만원)를 빌려 타고 금용사 마당까지 올라가서 산행을 시작한다. 오늘은 나도 게으른 사람이 되어보기로...
금룡사 앞마당 차를 세우면 일주문 대신에 지장전이 객을 맞는다.
지장전 앞에는 항아리가 많이 있다. 어느 보살의 꿈속에서 부처님으로부터 콩 10가마와, 소금 10가마, 커다란 통 10개를 받았단다. 부처님의 계시로 여기고, 메주와 된장을 만들어 신도들에게 나누어주었는데, 요즘은 이곳을 찾는 사람들에게도 팔고 있단다.
⇩ 대웅전으로 오르는 길가엔 어제가 초파일임을 알리는 연등이 도열해 있다. 절에서 들리는 염불소리의 장단에 맞춰 하느적거리고 있다, 코끝을 맴도는 바람결에 흘러드는 생강 내음새.... 간간히 보이는 생강나무는 이미 꽃이 시들어버리진 오래, 아~ 봄은 가버렸나 보다.
⇩ 눈을 드니 위태로워 보이는 대웅전과 석불입상이 보인다
이 사찰은 1865년 이순신 장군의 후손인 지담대사가 위태로운 나라의 앞날을 걱정, 홀로 암자를 짓고 수행하기 위해 창건하였단다. 1970년엔 지혜스님이 대웅전과 석불입상을 세웠다고 한다. 건물의 규모나, 단청을 볼 때 지난날의 영화가 감지되나, 요즘은 찾는 신도들 숫자가 적은지 절집의 쇄락함 또한 느껴진다.
⇩ 수직의 절벽에 붙여 만든 계단을 오르는 동안 내내 들려오던 스님의 독경소리는 여전한데, 아무리 둘러봐도 인적은 없다. 계단 옆 폭포는 오랜 가뭄 끝에 가느다란 물길 두어줄기 졸졸.... 마지막 숨결을 태우고 있다. 가파른 계단을 올라서면 대웅전이 나온다. 좁은 골짜기에 세운 대웅전은 그야말로 바위 벼랑에 서 있는 모습이다. 기초공사를 단단히 했겠지만 위태롭기는 매한가지...
⇩ 대웅전 옆엔 석굴을 파고 부처님을 모셨다는 석굴암이 있는데, 경주 토함산의 석굴암을 염두에 두었다면 어불성설... 그저 조그마한 토굴을 파고, 그 속에 본존불 하나와 조그만 불상 수백개를 모셔 놓았을 따름이다. 그 수백개 불상들을 같은 틀로 찍어 냈는지 천편일률로 그 형상이나 표정이 같다.. 실망....
⇩ 석불입상에 오르는 길은 가파른 계단이다. 주위 숲의 짙푸른 녹음은 싱싱한 삶... 공기는 청정하고 길은 정갈하다. 그 길을 천천히 내 숨소리를 들으며 걷는다. 뒤를 돌아보면 녹음에 가려 아무것도 볼 수 없는데, 가끔 아랫마을이 동영상처럼 나뭇잎 사이로 스쳐 지나간다.
⇩ 대웅전 뒤로 돌아 오르다보면 묘한 곳을 만난다.
암벽을 파서 그 곳에 나한상을 모시고 있는데, 그 숫자가 천개란다.. 천연의 암벽을 훼손하였으니 자연보호에 역행했는데... 아님 기특한 불심으로 이해??? 조금 난해한 기분이 드는 건 어쩔 수 없다.
⇩ 계단을 다시 올라가니 계단을 오르며 보았던 하얀색의 석불입상이 미소 지으며 환영한다. 높이가 18m, 무게는 좀 나갈까. 어떻게 운반하여 이곳에 세웠는지 의아스럽다. 불상은 정확하게 북한의 평양을 바라보고 있단다.
⇩ 금주산에서 가장 많이 이용되는 코스는 금룡사 미륵불입상 뒤로 이어지는 능선길로 정상에 오르는 코스다. 바윗길 오르막으로서 두어군데 로프가 설치되어 있으나, 잡지 않고도 오르는데 무리가 없다. 사랑하는 사람들이 오르며 여자의 손을 잡아주며 스킨십하기에 딱 좋은 코스이다.
⇩ 암릉은 하얀 바위를 층층이 쌓아 놓은 듯... 바위를 잡고 오르고, 오른쪽, 왼쪽으로 돌고, 두 발로 걷고 네 발로 기고... 그림 같은 소나무가 울타리를 치고 있는 바위 봉우리들... 오르막길은 잠시도 쉴 틈이 없고, 정상까지 평탄한 길을 내주지 않는다. 골짜기가 좁고 금주산 정상까지 거리도 짧기 때문이다.
⇩ 바위를 건너 뛰고, 조금 나가면 또 바위... 바위마다 조망이 좋아 전혀 지루함이 없다. 펑퍼짐한 능선, 능선위에 바위가 널려있다. 분재 같은 소나무를 지나고 돌탑 같은 바위도 지난다. 금주산 정상으로 오르는 길은 경사도는 깊으나 이따금씩 숨을 돌릴 수 있는 공간이 있어 전혀 부담이 되지 않은 길이다. 아무 생각 없이 걷다. 그래 이건 아니다, 걷고 생각하며 쉬엄쉬엄 정상에 선다.
⇩ 금주산(金珠山) 정상... 해발 568.1m, 올라오면서 보던 조망과는 달리 정상에서는 키 큰 나무들이 주위를 둘러싸고 있어서 그리 좋지 못하다. 그러나 이정표를 새로 세우는 등 등산로가 잘 정비되어 있다.
⇩ 금주산 정상에서부터는 능선 길이다. 오르내림이 심하지 않으나 그렇게 평탄하지만도 않다. 이 능선 길은 관모봉까지 이어진다. 능선에서 보는 조망은 좋은 편이다. 오늘따라 더 심한 가스의 영향으로 시계가 트이지 못한게 흠이라면 흠이랄가...
⇩ 능선 길이 오른쪽으로 방향을 틀자 운악산이 한눈에 들어온다. 흐릿한 가스가 시야를 가리지만 운악산은 우뚝한 모습으로 반갑게 서 있다. 한북정맥...저 길고 긴 능선을 이어갔던 날이 엊그제 같은데... 20m 직벽 위에서 하강기 순서를 기다리며, 매서운 눈보라에 몸을 맡기고 강추위에 얼마나 떨었던가... 산길이 방향을 바꾸면 북동쪽으로 일동면 건너 국망봉이 드러난다. 주변의 산세에 취해 본다... 아까 마신 소주의 기운을 빌어 콧노래를 읊어 보지만 나 혼자만의 흥얼거림일 뿐... 산은 저만치서 날 오라 손짓하고 있다.
⇩ 능선은 신갈나무가 주종... 이런 길은 여름에는 숲길이라 시원할 것이고, 가을에는 울긋불긋 단풍... 경사가 심하지 않으니 느긋한 마음을 갖게 할 것이고... 그래서 난 이러한 능선을 좋아한다. 능선은 정동으로 향하다가 왼쪽으로 휘어져 내리막길로 이어진다. 약 2m 깊이로 땅이 꺼져내린 위에 자연석이 다리처럼 놓여있는 작은 구름다리를 건너간다. 꺼져 내린 곳으로 내려가 셔터를 눌러보지만 구도가 시원찮아 게시는 포기...
⇩ 능선은 짙은 녹음이 그늘을 드리워 서늘했다. 산행 내내 마주친 사람은 겨우 두 팀에 다섯명... 참으로 한적한 산이다. 그나마 한 팀은 외톨이 산행이고, 다른 한팀은 남녀 두 커플이다. 부부이려니 생각했는데, 우리 일행중 한명 말이 ‘불륜’이란다. 지나치면서 얘길 들으니 부부들이 주고받는 단어들이 아니더란다... 좋겠다~~~~^^-*
⇩ 곰넘이봉 가는 길은 숲이 나를 가두어 버린 듯... 하늘도, 산 아랫마을도 보이지 않는 숲의 공간이 이어진다. 적당히 넓은 산길은 걷기에 전혀 불편하지도 않다. 눈앞에는 일정한 숲의 공간뿐... 그 곳에 내가 있다. 금주산의 주능선은 한가하다. 잊을 만하면 고만고만한 바위길이 나타나기도 하고 작은 봉우리가 숨을 고르게 한다.
⇩ 비탈은 낙엽이 푹신하고, 바윗길을 지나면 소나무 숲... 산이 높지는 않으나 바위가 옹기종기... 어린이나 노인들도 어렵지 않게 오를 수 있는 산이다. 거기다 전망 좋은 바위 봉우리가 여러개 있고, 남쪽으로 탁 트인 포천 벌판이 질펀해서 자신도 모르게 풍요로움을 주는 산이다.(하산은 대중교통 이용의 편의를 위해 일동초교 뒷편 냇가방향으로 잡는게 좋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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