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악산(紺岳山, 675m)
산행코스 : 범륜사입구 휴게소→범륜사→만남의 숲→어름골재→감악산→임꺽정봉→만남의 숲→범륜사 휴계소 (산행시간 : 3시간)
소재지 : 경기도 파주시 적성면과 양주시 남면의 경계
산행일 : ‘10. 6. 20(일)
함께한 산악회 : 산과 하늘
특색 : 감악산은 휴전선이 멀지 않은 경기최북단 지역에 있는 바위산이다. 곳곳에 숯가마 터가 널려있는 주 등산로를 따라 오르다 보면 육산으로 보이나, 신암저수지 등, 산의 외부에서 보면 감악산의 모습은 정상부가 동쪽과 남쪽에 깎아지른 암벽으로 되어있는 멋스러운 巖山이다. 감악산은 서울에서 가깝고, 오르기에 그리 힘들지 않는 나지막한 산이면서도 빼어난 바위산의 면모를 보여주는 산이다. 따라서 가족들끼리 찾아볼 것을 권하고 싶은 산이다.
▼ 산행들머리는 범륜사입구 휴게소
전철을 이용하여 의정부역에서 내린 다음, 역사 앞 도로를 건너서 적성방면으로 가는 25번 버스를 탑승한 후, 349번 지방도로를 따라 달리다 설마리의 설마橋(파주시 적성면 설마리)에서 내리면 된다. 설마橋에서 내려 범륜사 방향으로 고개를 돌리면 다리 옆에 경기5악(감악, 관악, 운악, 화악, 송악)의 하나인 감악산의 등산코스를 그린 커다란 입간판이 있다. 여기서 동쪽으로 감악산 계곡을 따라 들어가면 운계폭포(3단폭포로 전체 높이 47m)가 나오고(범륜사까지는 도로가 닦여져 있다) 절은 폭포 위에 위치하고 있다.
▼ 범륜사, 본래 감악산에는 감악사, 운계사, 범륜사, 운림사 등 4개의 사찰이 있었으나 모두 소실되었고 현재는 범륜사 하나만 남아 있다. 지금의 범륜사는 1970년에 옛 운계사터에 再창건된 태고종단 소속의 사찰이다. 그래서인지 범종을 치는 사람도 승려복을 입지 않고 평복차림... 범륜사입구 휴게소에서 이곳까지는 15분 남짓 걸린다.
* 범륜사는 마당 가운데 세워진 백옥으로 조성한 관음상이 볼만하다. 중국 하북성 아미산 백옥으로 현지에서 만들어 1995년 이곳에 안치했다고 한다.
▼ 범륜사를 지나면서 넓은 너덜길을 따라 본격적인 산행이 시작된다. 예쁘게 만들어진 나무다리를 건너면, 등산로는 계곡을 따라 주욱 이어진다. ‘정상 2.5km, 임꺽정봉 2.7km, 까치봉 2.3km, 매표소 0.65km’,
▼ 하얀 들국화가 만발한 묵밭에서 계곡길을 따라 정상으로 오른다. 정상까지의 거리는 1km남짓, 등산로 주변에는 유난히도 돌담이 둘러쳐진 조그만 움터 모양의 숯가마터가 많이 보인다. 묵밭 이정표 : 정상 1.7km, 임꺽정봉 1.9km, 까치봉 1.4km, 매표소 1.5km, 범륜사 0.8km
▼ 묵은 밭에서 오른편 숲길로 들어서서 조금 올라가면 ‘만남의 숲’이란 쉼터에 이르며, 여기서 오른편으로 방향을 잡으면 장군봉을 거쳐 임꺽정봉으로 가는 길이다. 우리는 바로 직진하는 안골이라는 계곡을 따라 어름골재 방향으로.., 노약자들이 선택해도 무리가 없을 정도로 순탄한 코스이다.
▼ 만남의 숲을 지나자마자 휴식, 오늘의 멤버들은 산꾼들이라기 보다는, 그저 산에 드는 것 자체에서 즐거움을 찾는 사람들... 당연히 쉬엄쉬엄은 기본이다. 종보君이 챙겨온 족발에 막걸리 두병으로 목을 축인 후 산행을 다시 시작한다.
▼ 계곡은 너덜길이 계속해서 이어진다. 왼편엔 정상을 떠받치고 있는 절벽, 절벽은 암벽등반 마니아들이 천연암장으로 사용하고 있는지 자일 몇 개가 늘어져있고, 절벽아래에는 건장한 남녀들, 십여명이 몸을 풀고 있는 모습이 보인다
▼ 어름골재, 들머리에서 1시간 남짓 걸으면 정상과 임꺽정봉의 중간에 있는 능선안부인 어름골재에 도착한다. 이곳에서 정상은 왼편, 임꺽정봉을 가려면 오른편으로 진행하면 된다.
▼ 널따란 공터로 되어있는 감악산 정상에 올라서면 커다란 돌비가 하나 서 있다. 주인이 누군가를 알 수 없는... 어떤 이들은 신라의 야심 찬 젊은 왕 진흥왕이라고들 하며, 또 다른 이들은 당나라 장수 설인귀라고도 하고있다. 이름하여 비뚤대왕비*라는 이 비석이 진흥왕이 세운 것으로 보는 사람들은 비석의 모양이 북한산 비봉의 진흥왕 순수비와 흡사하다는 점, 신라의 영향이 한반도 중부에 미치기 시작한 것이 진흥왕때라는 점을 들어 그의 순수비 범주에 넣을 수 있을 것이라고 하고 있다. 반면에 당나라 장수로 이 땅에 와서 신라를 도왔던 장수 설인귀로 보는 사람들은 설인귀가 이곳 사람인데도 외국에 가서 출세를 했고 그의 제사가 정상에서 모셔졌다는 것을 들어 설인귀의 비로 본다는 것이다. 감악산 부근에는 높은 산이 없어 조망은 아주 뛰어난다. 남쪽은 양주벌판이고 북쪽과 서쪽은 광활한 임진강 하류 옥토지대지만 상당부분은 북한의 개풍군이다. 뛰어난 조망에 비해 사진에 담을 만한 풍광은 없다는 것이 흠인지라 카메라에 담는 것은 생략해 버린다.
* 비뚤대왕비 : ‘비석대왕비’라는 뜻으로 비석 자체가 신앙의 대상이 된 때문에 그렇게 불린 것으로 보인다.
▼ 정상에서 바라본 임꺽정봉
▼ 범륜사에서의 정상으로 가려면 묵밭에서 까치봉을 거쳐 정상에 이르는 코스와, 만남의 숲에서 오른편 장군봉과 임꺽정봉을 거쳐 정상에 이르는 코스, 그리고 정상과 장군봉의 사이 계곡을 따라 오르는 코스가 있다. 오늘 산행의 첫 번째 실수는 일행의 뒤에서 사진을 찍으며 따라가다가, 원래 오르려고 했던 장군봉으로 가는 오른편 등산로를 깜빡 지나쳐 버렸다는 것이다. 덕분에 이 길을 두 번 걷는 불상사가 생겨버렸다
▼ 새로운 발견, 새로 나타난 무서운 산꾼인 코스모스네 언니, 다들 돌아서 내려오는 제법 높은 암벽을 기초상식 하나 없는 서툰 손놀림만으로도 성큼 내려서 버린다. 감악산이라는 이름은 예로부터 바위사이로 검은 빛을 띤 푸른빛이 쏟아져 나온다고 해서 감악(紺岳), 즉 감색바위산이라고 부른데서 유래했단다. 조선시대에는 경기 오악의 하나로 신령스러운 산으로 일컬어졌다. <태조실록>에 의하면 궁중에서 이 산에 춘추로 별기은(別祈恩: 국가의안정과 평안을 위해 명산대천에서 지내던 산신제의 하나, 삼국시대부터 조선시대까지 계속됐다)을 지냈다고 한다.
▼ 임꺽정봉, 아래에서 올려다보면 매처럼 생겼다 해서 매봉 혹은 응봉이라고도 불리는데 전망 좋은 벼랑위에 정상표지석과 벤치가 설치되어 있다. 조선 명종때의 의적 임꺽정이 양주 출신이어서 감악산과 인연을 맺고 있었던지, 그 흔적으로 임꺽정봉과 임꺽정굴을 이곳에 남겨놓았다.
▼ 임꺽정봉에 올라서면 남쪽과 서쪽으로 빼어난 조망을 보여준다. 서쪽으로 이어지는 장군봉의 암릉과, 남쪽의 절벽단애 아래로 펼쳐지는 신암저수지와 널따란 뜰이 자못 시원시원하다.
▼ 임꺽정봉에서 바라본 장군봉 능선, 너른 평지의 감악산 정상에 비해 좁은 임꺽정봉 정상은 사방이 절벽인 암봉(岩峰)으로 마음이 여린 사람들은 다리가 떨릴 정도이다. 그러나 임꺽정봉에 오르면 떠나기를 망설일 정도로, 바위와 어우러진 소나무와 주변 암릉들의 풍광이 한폭의 그림같이 수려하기 때문이다. 어쩜 임꺽정은 이 봉우리에서 개성과 한양을 호령할 기개를 키웠을지도 모른다.
▼ 다정해 보이는 모습, 아니 날씬하고도 아리따운 자태에 반해 카메라에 담아본다. 당연히 연약할 것이라고 생각했건만, 속단은 금물이었다. 옆 봉우리로 오르는 암벽을 힘 하나 안들이고 올라채는 괴력의 여인들이었다. 우리 동호회에 가입시킬 수 있었으면 좋으련만...
▼ 언제나 즐거운 점심시간, 오늘의 히어로는 종보, 아까 중간에서 쉴 때에도 족발을 내놓더니 점심때에도 포장을 뜯지 않은 족발이 또 나온다. 술을 좋아하는 난, 밥은 통째로 옆으로 밀어놓고 술잔과 씨름을 시작해 본다. 그 여파로 등산로를 잘못 잡았고, 덕분에 올랐던 길로 다시 내려가야만 했고... 참, 점심시간엔 내가 챙겨온 솔방울 술도 제법 인기가 있었다.
▼ 감악산은 바위산이므로 산의 본 모습을 보려면 까치봉이 있는 서북쪽 능선과 임꺽정봉이 있는 서남쪽 능선을 선택하는 것이 좋다. 아름다운 암릉과 암봉들이 거의 연이어져 높이 700미터가 채 안되는 산인데도 코스가 아기자기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점심상이 급해 임꺽정봉 옆 봉우리에서 자리를 잡았던 우린 불콰해진 술기운 탓에 올라왔던 길로 다시 내려서는 최악의 산행코스를 밟는 愚를 범해버리고 말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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