왕방산 (旺方山, 737m)


위치 : 경기도 포천시 신북면과 동두천시의 경계


산행코스 : 무럭고개→주능선→왕방산 정상→서북능선 안부→깊이울 계곡→심곡저수지(산행시간 : 점심시간 포함 5시간)

산행일 : ‘09. 10. 11(일)

함께한 산악회 : 산과 하늘


특징 : 왕방산은 초겨울 가족 산행지로 소문이 나 있으나, 아담한 산세와 완만한 등산로, 키를 넘는 억새 풀밭이 있어 가을철 산행지로도 추천할 만 하다. 특히,  완만한 등산로는 흙길, 넓기까지 하니 사랑하는 사람들끼리 손목을 잡고 도란도란 얘기 나누며 걸어도 좋을 듯... 나무숲 때문에 주위 경치는 볼 수 없으니 둘만의 얘기에 집중할 수도 있을 것 같고... 

 

산행들머리는 무럭고개(물어고개라고 표기된 안내판도 보인다)

포천시내에서 서북쪽 신북온천으로 가는 325번 도로에 있는 고갯마루, 고개 정상부근 약수터 맞은편에 있는 등산로를 따라 산행을 시작한다. 

  

 

‘에구머니나~ 꺼림칙해라~~’ 약수를 그냥 지나칠 수 없는 우리의 다우악, 냉큼 한바가지 마신 후, 돌아서는데 안내판에 ‘식용 부적합’이라고 적혀있더란다.

 

 

산행은 고갯마루 주차장(약수터 앞)에서 도로를 건너 맞은편에 설치된 이정표를 따라 진행  

 

 

우선 인원부터 점고하고...

모두 14명이니 웬만한 정기산행 수준이다. 누군가 曰 '조금만 더 노력하면 버스 대절해도 되겠다.‘ 맞습니다 맞고요 ^^-* 오늘은 작년 남한산성 산행 때 첫선을 보여주었던 현주양이 남자친구와 함께 참석해 주었다. 덕분에 평균연령은 한참 아래로 낮출 수 있었고... 

 

 

산행은 입구에서 서남쪽으로 이어진 능선을 타고 오르게 된다. 등산로 주변은 소나무와 굴참나무가 적당하게 섞여있다  

 

 

 

여유로운 산행이니 당연히 느긋한 휴식...

무럭고개에서 왕방산 정상까지는 4.8Km, 등산로는 지극히 양호하고 주변엔 굴참나무들이 많다.

 

 

사람도 이정도면 잘 빠진 다리일텐데...

다우악이 ‘연리목(連理木)’이 아니냐며 나무 한그루를 가리킨다. ‘물론 아니올시다’... 원래 연리목이 소나무에서 많이 발견되는지라 주변의 소나무들을 살펴보기 시작한다. 그러나 이곳의 소나무들은 연리지와는 정 반대... 두 그루의 나무가 하나로 합쳐져야 하는데도, 이곳의 소나무들은 한 그루가 여러 개의 줄기로 나뉘어지고 있다.  

 

 

 

 

 

누가 뭐라고 할 사람도 없으니 또 휴식...

지금은 도토리로 넘치는 계절이건만 이곳은 도통 찾아볼 수가 없다. 지난주에 영월의 완택산에서는 거의 반말이나 주워왔을 정도로 등산로 주변에 도토리가 널려 있었는데...   

 

 

고도를 서서히 높여가면, 붉은 옷으로 갈아입은 단풍나무들이 눈에 띄기 시작한다.

 

왜소하기는 해도 영락없는 자라바위다. 

 

햇볕 가린 터널 숲을 천천히 걷다가 이번엔 심심해서 휴식...

서울에서 가깝고, 또 산행 거리까지 짧으니 구태여 서두를 필요가 없어 좋다.  

 

 

이번엔 아예 술자리까지... 무게를 조금이라도 줄여보려는 것일까? 종보는 캔맥주, 진철이는 막걸리를 부지런히 꺼내 놓는다. 서로 경쟁이라도 하려는 듯...  

 

 

정상어림엔 억새가 가득한다. 별로 넓지 않은 공터이지만 키가 웃자라 사람 키를 훌쩍 넘기고 있다. 이성계가 마음풀기에 딱 좋았을 듯...  

 

 

왕방산 정상에서 유일하게 그늘을 제공해 주는 소나무 한 그루. 우리의 개구쟁이 종보는 낼름 나무로 기어오른다.

 

 

왕방산이란 이름은, 왕이 방문했다는 뜻, 왕위에서 물러난 이성계가 들렀다는 얘기도 있고, 한편으론 신라 때 도선국사를 찾아 헌강왕이 들렀다는 설도 있다. 아무튼 왕이 들르긴 들렀었나보다.

 

정상에 서면 동쪽 발아래, 포천시가지 뒤로 국망봉과 운악산이 병풍을 친 듯이 늘어서 있다.  

 

 

서북쪽으로 소요산이... 그 외에도  천주, 금주, 해룡, 천보산 등이 왕방산을 둘러싸고 있다.   

 

 

금강산도 식후경

정상 근처에서 점심상을 차린다. 잡채, 오징어 두루치지 등등 각종 안주에 술, 복분자주, 마늘주에 막걸리... 오늘도 술이 술술 잘도 기어나온다.

 

 

하산은 정상에서 10m 정도를 더 나아가 9시 방향, 국사봉 방향으로 꺾게 된다.

 

 

 

제법 경사가 심하다. 로프도 나오고...  

 

 

 

경사지를 한동안 내려서면 안부에 이정표가 나온다. 우측-깊이울저수지, 왼편-임도, 왕방산 500m, 국사봉 2.3Km. 오른편 깊이울저수지 방향으로 내려선다.  왕방지맥은 여기서 국사봉으로 이어진다.

<왕방지맥>

한북정맥 분기점인 축석령에서부터 천보산, 해룡산, 왕방산, 국사봉을 거쳐 영평천과 한탄강이 만나는 아루라지까지 이르는 거리 약 38Km, 또는 개미산에서 갈라져 신천과 한탄강이 만나는 지점까지 이어지는 지맥이다.

 

  

안부에서 오른편 심곡저수지 방향의 깊이울계곡으로 떨어지는 길은, 말 그대로 떨어지고 있다. 안전로프를 잡지 않고는 쉽게 내려설수 없을 정도로 경사가 심하다. 

  

 

깊이울 계곡은 가히 원시림... 왜 深谷(깊이울)로 불리우는지 알성싶다.

 

 

 

 

다래에 홀린 인간들...

원시림이라면 사람들이 덜 찾는다는 것을 의미할 것이니, 원시의 숲속엔 자연이 주는 선물인 과일을 찾아내는 것은 별로 어렵지 않은 일일 것이다.  

    

 

포천시의 진산인, 왕방산에서 발원하는 깊이울계곡 주변은 빼어난 풍광을 자랑하며 맑은 계곡물은 항상 수량이 풍부한 편인데, 요즘 가을가뭄이 심한 듯 바닥을 드러낸 곳이 꽤 많다. 깊이울계곡은 호젓하고 울창한 숲과 시원한 계류, 거기에 바위가 어우러져, 하루 산행을 멋지게 마감할 수 있게 해준다.

 

 

 

타잔 드디어 한국에 오다!

오늘 아침 샤워를 하면서 산에서 만날 사람들을 떠올리며 흥에겨워 무심코 내 뱉은 말... 이렇게 즐거운 모습들을 보려고 그런 말을 했나보다.. 타잔 못지않게 나무등걸을 잘 타던 타잔의 연인은 '제인', 제인 역은 아마 '브랜다 조이스'였을 것이다. 

 

 

 

 

 

 

깊이울 계곡을 따라 길게 이어지는 등산로 주변은, 아직은 조금 이르지만 가을기운이 완연하다.   나무들은 서서히 빨간 색동옷으로 갈아입기 시작하고 있다.

 

 

 

 

 

등산로 주변 계곡에 있는 돌탑 무리... 어느 간절한 소망이 저리도 많았을까?  

 

 

왕방산과 국사봉을 오르는 신북면 심곡리 깊이울에는 조수보호구역 팻말을 자주 만나게 된다. 그만큼 새들의 합창을 많이 들을 수 있다는 뜻이다. 그러나 아쉽게도 새소리는 들을 수가 없었다.

 

 

이런 곳을 보면 발을 담고 싶은 마음은 인지상정...  

 

 

 

'잔잔한 호수에 파문을 일으키는 이는 누구인가?' 가을 가뭄으로 물이 적지만, 깨끗하고 물고기도 보인다. 어느 글에선가 식용으론 부적합 하다고 하던데 충분히 마시고도 남을 듯 싶다. 

 

 

 

 

산이 주는 또 하나의 선물은 밤

제법 많이 떨어져있는지 나에게도 맛볼 수 있는 기회가 주어졌다.  

 

 

산행 날머리인 심곡저수지

저수지는 낙시꾼들의 좌대로 가득 차 있다. 제법 고기가 많은 듯...

 

 

물고기가 많은데 철새라고 그냥 지나칠 수야...

  

 

뒷풀이는 버스정류장 근처의 '고향나들이'에서 오리구이로...

심곡저수지에서 이곳까지는 제법 먼 거리라서 걷기에 조금 부담스럽다.  이곳에서 뒷풀이를 할 경우에는 저수지에서 이곳까지 15인승 이스타나 승합차를 이용할 수 있다. 말만 잘하면 뒷풀이 후에 포천시내의 버스터미널까지 이동도 가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