응봉산((鷹峰山, 998.5m)
산행일 : ‘13. 3. 1(금)
소재지 : 경상북도 울진군 북면과 강원도 삼척시 원덕읍의 경계
산행코스 : 덕구온천→민씨묘→옛재능선길→응봉산→구.원탕→온정골→용소폭포→덕구온천 (산행시간 : 4시간30분)
함께한 산악회 : 동강산악회
특징 : 울진 쪽에서 볼 때 비상(飛上)하고 있는 매의 형상을 닮았다고 해서 매봉산(응봉산)이란 이름이 붙었다고 전해진다. 산 자체의 아름다움보다는 동서남북으로 뻗어나간 골짜기들로 인해 유명세(有名稅)를 타고 있는 산이다. 특히 기암절벽(奇巖絶壁)과 폭포(瀑布)들로 둘러싸인 용소골과 문지골은 많은 산악인들로부터 사랑을 받고 있으며, 오늘 걷게 될 온정골도 앞의 두 골짜기에 뒤지지 않을 정도로 아름답다고 알려져 있다. 참고로 이곳 온정골 입구에는 국내 유일의 노천온천(露天溫泉)인 덕구온천이 자리 잡고 있다.
▼ 산행들머리는 덕구온천
38번 국도를 이용해서 태백시까지 온 다음, 통리고개를 넘어 427번 지방도(삼척시 방향)와 416번 지방도(호산방향)를 연이어 달리다보면 삼척시 원덕읍의 소재지인 호산에 이르게 된다. 이곳에서 7번 국도(울진읍 방향)로 갈아타고 달리다가 울진군 북면소재지에 있는 덕구온천교차로(交叉路)에서 오른편의 917번 지방도로 들어서면 얼마 지나지 않아 덕구온천에 이르게 된다. 참고로 동강산악회의 버스는 영동고속도로를 거쳐 삼척까지 온 다음, 삼척에서 동해안을 일주하는 7번 국도로 갈아탔다.
▼ 덕구온천단지를 통과한 후 경사(傾斜)가 가파른 시멘트포장도로를 따라 고갯마루로 올라붙으면 산행안내소가 나온다. 응봉산을 오르기 위해서는 이곳에서 입산신고를 먼저 마쳐야 한다. 안내소 옆에 세워진 산행안내도에는 출발지에서 정상까지가 거리가 5.7Km로 표시되어 있다. 온정골을 경유하는 하산코스가 7Km이니 오늘 산행은 12.7Km를 걷게 되는 것이다. 참고로 안내소는 근처에 소형차주차장을 갖추고 있으나, 하산코스를 온정골로 잡을 경우에는 요 아래에 있는 벽산덕구온천콘도가 날머리가 되기 때문에 콘도 주차장에 주차하는 것이 한결 편리하다. 안내소(산불감시초소를 겸함)를 지나 능선으로 이어지는 나무계단을 오르면서 산행이 시작된다. 계단을 오르면 곧바로 능선과 연결되는데, 능선을 따라 이어지는 길은 부드러운 황톳길, 거기다가 경사(傾斜)가 완만(緩慢)하고 넓기까지 하니 걷기가 여간 편한 것이 아니다. 정상까지의 거리가 멀다(5.7Km)보니 구태여 급하게 고도(高度)를 높일 필요가 없었나 보다.
▼ 길가에는 온통 소나무 천지이다. 수령(樹齡)이 그리 오래된 것 같지는 않지만 소나무들이 능선을 꽉 채우고 있다. 소나무 숲길을 걷다보면 나무들이 뿜어내는 상큼한 기운에 이내 정신이 맑아진다. 아마 숲이 내뿜는 피톤치드(PhytonCide) 때문일 것이다. 모든 나무는 피톤치드를 발산하지만 그 양(量)에는 차이가 있다고 한다. 침엽수가 활엽수보다 2배 이상 많고, 침엽수 중에서도 편백나무의 피톤치드가 가장 많다. 그 다음이 소나무라고 하니 오늘 산행을 힐링(healing)산행이라고 불러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 소나무 향이 코끝을 스치는 웰빙(well-being)코스이니 느긋하게 걷는 것이 당연하건만 집사람의 발걸음은 평지에서보다도 더 빠른 속도를 내고 있다. 오후 1시에 출발한 산행을 해 떨어지기 전에 끝내려면 여유를 부릴 틈이 없기 때문이다. 부지런히 걷다보면 30분 쯤 후에는 ‘민씨 묘(墓)’에 이르게 되고, 다시 10분이 지나면 제1헬기장 위로 올라서게 된다.
▼ 제1헬기장을 지나면 산길이 좁아지면서 전형적인 오솔길을 만들어낸다. 경사(傾斜)는 아까보다 조금 더 가팔라지기는 했지만 아직까지는 힘들지 않게 오를 수 있는 수준이다. 길가의 소나무들은 갈수록 그 굵기가 커져가면서 색깔이 붉은색으로 변해간다. 전형적인 금강송(金剛松)의 자태를 보이는 것이다.
▼ 방화수(防火水), 산행을 하다보면 곳곳에서 물병을 만날 수 있다. 언젠가 구입한 적이 있는 ‘고로쇠나무 수액(樹液)’을 담았던 병을 쏙 빼다 닮았다. ‘혹시 산불을 끌 때 사용하라는 것이 아닐까요?’ 병을 확인해 본 결과 집사람의 예상이 맞아 떨어졌다. 방화용(防火用) 물이었던 것이다. 다른 산에서는 볼 수 없었던 광경이었는데, 아무래도 산행 중에 심심찮게 보이던 산불의 흔적과 무관(無關)하지는 않으리라.
▼ 제1헬기장에서 20분 정도 더 걸으면 암릉구간이다. 나무로 둘러싸여 조망(眺望)이 일절 트이지 않았는데, 바윗길이 나타나면서 처음으로 시야(視野)가 열린다. 왼편으로 응봉산의 주릉과 주변의 산군(山群)들이 선명하게 나타나는 것 외에는 별다른 볼거리는 없다.
▼ 분재(盆栽)처럼 잘 생긴 소나무가 암릉을 지키고 있다.
▼ 암릉구간이 끝나면 또 다시 흙길로 변하면서 산길은 온통 짙은 소나무 숲으로 둘러싸인다. 그러다가 이내 제2헬기장에 이르게 된다. 산행을 시작한지 85분, 제1헬기장에서는 45분이 걸렸다. 2Km정도 거리에 45분이 걸렸으니 경사가 약간 가팔라지면서 산행속도도 자연스레 더뎌졌던 모양이다.
▼ 나무로 만들어진 이정표, 자연친화적인 것 같아 마음에 든다.
▼ 119의 구조지점 표시판, 지자체(地自體)마다 그 형태가 다르나, 나무말뚝에다 구조지점을 표시하는 것이 보통이다. 그러나 이곳 응봉산은 현수막(懸垂幕)을 만들어 나무에다 매달아 놓은 것이 다른 산에서는 볼 수 없는 풍경이다.
▼ 제2헬기장에서 정상까지는 1.3Km, 25분이면 충분하다. 그 동안 소나무들 일색이던 능선은 정상에 가까워지면서 수종(樹種)이 바뀌어 간다. 신갈나무와 갈참나무 등 활엽수(闊葉樹)들이 소나무를 대신하여 정상을 지키고 있는 것이다. 정상어림에는 눈이 수북이 쌓여있어 아직은 겨울의 끝자락임을 일깨워 준다.
▼ 가파른 눈길을 조심스럽게 치고 오르면 드디어 헬기장으로 이루어진 정상이다. 널따란 헬기장의 뒤편 언덕에는 사람의 키보다도 훨씬 큰 정상석이 세워져 있다. 정상표지석을 중심으로 오른편은 우리가 올라온 ‘옛재능선 길’이고, 왼편으로 가면 덕풍계곡으로 가게 된다. 그리고 정상석 뒤편으로 진행하면 큰골과 재량박골로 내려갈 수 있으나, 이용하는 사람들이 드문 탓에 길의 흔적(痕迹)은 희미하다. 온정골(덕구계곡)으로 내려가려면 정상석의 맞은편으로 내려서면 된다. 산행을 시작한지 1시간50분이 지났다.
▼ 정상에서의 조망(眺望)은 일품이다. 동쪽으로는 저 멀리 동해바다가 일렁이고 있고, 반대편에는 백병산과, 함백산을 비롯한 백두대간 능선이 잘 조망된다,
▼ 정상에서 온정골로 내려서는 하산길은 한마디로 가파르기 짝이 없다. 어찌나 가파르던지 조심하다보면 산을 오를 때보다 더 산행속도가 더디어 질 정도이다. 하긴 갑자기 600m정도의 고도(高度)를 낮추다보니 별수 없었을 것이다. 조심스럽게 내려딛는 하산 길은 1시간 가까이나 계속된다.
▼ 길가에는 고사목(枯死木)이 가끔 보이고, 타다 남은 나무줄기들도 심심찮게 보인다. 아마 오래전에 큰 산불이 있었나보다.
▼ 더딘 하산길이 짜증스럽지만 그나마 다행인 것은 산길을 온통 **금강송(金剛松)들이 둘러싸고 있다는 것이다. 가파른 경사(傾斜)에도 불구하고 울진의 자랑거리인 금강소나무가 전봇대처럼 곧게 자라고 있다. 오래된 것은 삼백살이 넘는 나무도 있다고 한다. 그 굵기가 어른 몸통 두셋을 합한 것보다도 더 굵은 나무들이 수두룩하다.
**) 금강송(金剛松)이란 금강산소나무란 뜻으로, 금강산을 비롯한 태백산맥 일대에서 자란다고 해서 붙여진 이름이다. 이 외에도 붉은 빛을 띠고 있어서 적송(赤松), 곧게 뻗은 자태가 늘씬한 여인처럼 아름답다고 해서 미인송(美人松), 일제시대부터 1970년대 중반까지 소광리에서 벌목된 소나무가 봉화 춘양역으로 실려 갔다고 해서 춘양목, 왕실의 궁궐을 짓고 관을 짜는 데 사용하여 황장목이라도 불린다.
▼ 하산을 시작한지 1시간 가까이 흐르면 로프를 이용해야 만이 내려설 수 있는 비탈길을 만나게 되고, 이어서 나타나는 나무계단을 내려서면 낯선 다리(橋) 하나가 눈에 띈다. 영국의 포스교(Forth Railway Bridge)를 본떠서 만든 다리라고 한다. 태풍 매미로 계곡에 설치됐던 다리들이 유실(流失)된 이후, 피해복구(被害復舊) 차원에서 세계의 아름다운 교량(橋梁)을 흉내 낸 다리 13개를 새로 놓았다고 한다. 내내 계곡을 따라 내려가는 산길이 계곡물을 가로지를 때마다 이 다리들을 건너게 된다. 차례로 모습을 드러내는 다리들은 그들이 가진 독특한 형상(形象)을 드러내며 계곡의 아름다움과 묘한 어울림을 만들어내고 있다.
▼ 포스교를 지나면 산길은 산의 사면(斜面)을 뚫고 이어진다. 왼편에는 바위로 이루어진 계곡이 아스라이 내려다보인다. 흐르는 물은 비록 적지만 계곡은 곳곳에 소(沼)와 담(潭), 그리고 폭포(瀑布)를 만들어내고 있다.
▼ 포스교에서 10분 정도를 걸어 내려오면 원탕(原湯)이다. 따뜻한 온천수(溫泉水)가 샘솟는 작은 분수대가 보이고, 주변은 온천수에 손을 적시려는 사람들로 붐비고 있다. 분수대 옆에는 발바닥 모양의 노천탕도 보이지만, 물은 흐르지 않고 있다. 이곳 원탕은 옛날 사냥꾼의 화살에 상처를 입은 멧돼지가 도망치다가 이곳에서 상처를 치료하고 도망을 갔다는 이야기가 전해져 오는 국내 유일의 자연용출온천수(自然湧出溫泉水)라고 한다.(원탕의 이정표 : 효자샘 1Km, 용소폭포 2.85Km, 덕구온천 4Km/ 정상 2.9Km, 제2헬기장 4.3Km, 제1헬기장 5.5Km)
▼ 두 번째로 만나게 되는 다리는 중국의 장제이橋(Jiangjiehe Bridge), 그리고 그 다음이 일본의 도모에가와橋(Domoegawa Bridge), 네 번째는 다시 한 번 영국으로 넘어간다. 바로 맨체스터에 있는 트리니티橋(Trinity Foot Bridge)란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박지성선수가 활약하던 ‘맨체스터 유나이티드’가 연고지(緣故地)로 삼고 있는 지역이다.
▼ 산길 오른편에 자그마한 샘이 하나 눈에 들어온다. 효자샘이라고 불리는 약수(藥水)터인데, 사경을 헤매는 어머니를 모신 효자가 응봉여신(女神)의 도움으로 이곳을 발견하게 되었고, 이 약수를 마신 후 어머니의 병이 나았다는 설화(說話)를 간직한 샘이다. 마침 목이 마른 참이라 벌컥벌컥 바가지채로 마셔본다. 건강에 좋다는 약수를 마시는 것으로는 모자라 빈 물통에도 꼭꼭 채워본다.
▼ 연리지, 안내판이 아니면 알아볼 수 없을 정도로 엉성하다
▼ 트리니티橋 다음에는 다리라기보다는 차라리 계단이라고 부르는 것이 옳을 것 같은 다리가 나타난다. 불국사의 청운교(靑雲橋)와 백운교(白雲橋)를 닮았는데, 물론 계곡을 가로지르지도 않는다. 그래서인지 다리에 대한 안내판도 보이지 않는다. 그 다음에 보이는 다리는 경복궁에 있는 취향교(醉香橋)라고 하는데 독특한 아름다움을 자랑하고 있다.
▼ 다음은 스페인의 알라밀로橋(Alamillo Bridge)와 스위스의 모토웨이橋(Mortorway Bridge), 그리고 독일의 크네이橋(Knee Bridge)가 연달아 나타난다.
▼ 10m 남짓한 높이의 비스듬한 암반(巖盤) 위를 물이 타고 흐르는 와폭(臥瀑)의 형상을 하고 있다. 또 위에서 바라보면 낙차에 의한 마모로 만들어진 소(沼)가 여러 개 보인다. 언젠가 설악산에 있는 십이선녀탕에서 보았던 광경과 비슷하게 생겼다. 폭포의 양 옆은 제법 높은 산 사면(斜面)이 둘러싸고 있다.
▼ 모토웨이교를 지나면 우렁찬 굉음(轟音)이 들려온다. 덕구계곡 풍경(風景)의 하이라이트인 용소폭포(瀑布)이다. 용이 되기를 수백 년 기다린 이무기가, 산신(山神)의 도움으로 이곳에서 승천했다고 한다. 그 이무기가 훑고 갔다는 굽이친 소(沼)와 폭포(瀑布)가 장관(壯觀)이다. 폭포 위에 설치된 크네이橋에서 내려다보는 풍경도 일품(一品)이다.
▼ 호주의 하버브릿지橋(Harbor Bridge)와 프랑스의 노르망디橋(Normandy Bridge)를 지나면 눈에 익은 다리 하나가 눈에 들어온다. 바로 여의도서 한강을 가로지르는 서강대교(西江大橋)이다.
▼ 미국의 금문橋(Golden Gate Bridge)를 마지막으로 다리들의 패션쇼는 끝을 맺는다. 금문교를 지나면 산행이 종료되는 **덕구온천단지이다. 정상을 출발한지 2시간 30분, 원탕에서 이곳까지는 1시간10분이 소요되었다.
**) 덕구온천(溫泉), '국내 유일의 자연 용출 온천'으로 유명한 곳이며, 1년 내내 43℃의 약알칼리성 온천수가 동력(動力)없이도 5m정도 올라온다고 한다. 그래서 이곳은 온천수를 데우지 않고 산에서 분출하는 물을 사용하기 때문에 찾는 사람들이 사시사철 끊이지 않는다. 덕구온천에는 전해져 내려오는 설화가 있다. 고려말(高麗末) 창과 활을 잘 쓰기로 소문난 전씨 성(姓)을 가진 사람이 있었다고 한다. 그가 사냥을 하던 어느 날, 부상을 입고 쫓기던 멧돼지가 계곡물에 몸을 씻더니 언제 아팠냐는 듯이 달아나는 것을 보고, 살펴보니 온천수(溫泉水)가 샘솟고 있더란다. 그 후 주민들이 이 물줄기에 특별한 효능(效能)이 있음을 깨닫고 돌을 쌓아 온천탕을 만들었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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