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현산(普賢山, 1,126m)
산행일 : ‘12. 6. 6(수)
소재지 : 경상북도 영천시 화북면과 청송군 현서면의 경계
산행코스 : 절골→보현사→능선→보현산(천문대)→시루봉→부약산→석기듬→법룡사→용소리(산행시간 : 4시간30분)
함께한 산악회 : 히트산악회
특징 : 일명 `모자산(母子山)`이라고도 한다. 이 산이 하나의 맥을 이루므로 이 자체를 보현산맥(普賢山脈)이라고 부르기도 한다. 1996년 준공된 천문대로 인해 더욱 알려졌으며, 전형적인 흙산(肉山)으로서 부드러우면서도 웅장한 산세(山勢)가 동서남북 어디에서 보아도 코끼리를 닮았다고 해서 보현산이라는 이름이 붙여졌다고 한다. 참고로 '普賢'은 코끼리를 상징한 보현보살에서 비롯된 불교식(佛敎式) 이름이다.
▼ 산행들머리는 정각리 절골마을
대구-포항고속도로 북영천 I.C를 빠져나와 안동 방면으로 가는 35번 국도를 타고 가다보면, 화남면 소재지를 거쳐 화북면 소재지에 이르게 된다. 이곳 화북면 소재지에서 1Km쯤 더 들어가면 고현천을 가로지르는 옥계교가 나오는데, 옥계교를 건너기 직전에 우측으로 보이는 2차선 도로(道路 : 별빛로)를 따라 들어가면 된다. 이 도로는 보현산천문대(天文臺)로 올라가는 도로이니 방향을 잡을 때에 참고하면 도움이 될 것이다. 별빛로를 따라 들어가다가 버스가 더 이상 들어가지 못하도록 표시해 놓은 지점이 산행들머리인 절골마을 입구이다.
▼ 절골 입구에 서 있는 마을표지석을 따라 들어가면 오래된 정자(亭子)나무가 보인다. 느티나무라고 부르는 것이 맞겠지만 수령(樹齡)이 500년이나 된 지정 보호수(保護樹)이기 때문에 정자나무라고 불러보는 것이다. 정자나무란 동네 어귀에 있는 큰 나무가, 나무그늘 밑에서 사람들이 모여 놀거나 쉴 수 있게끔 공간을 만들어 줄 때 일컫는 말이기 때문이다. 아니나 다를까 나무 아래에는 깔끔하게 지어진 정자가 오롯이 앉아있는 것이 보인다.
▼ 오른편이 보현사
▼ 정자나무를 뒤로 하고 마을 안쪽 길을 따라 5분 쯤 들어가면 왼편 개울 건너 언덕배기로 석탑(石塔) 하나가 올려다 보인다. 경상북도유형문화재 제269호인 ‘정각리3층석탑(正覺里三層石塔)’이다. 신라(新羅) 말기에서 고려(高麗) 초기에 나타나는 장식성을 그대로 보여주는 좋은 작품(作品)이라기에 가까이서 보려고 철다리로 들어서보지만, 누군가가 다리 끝에 금(禁)줄을 매어 놓아 사람들의 출입을 막고 있다. 거기에다 개 짖는 소리까지 요란해서 부득이 발걸음을 돌리고 만다.
▼ 개울을 끼고 이어지는 시멘트 포장도로를 따라 5분쯤 올라가면 길은 왼편으로 급하게 휘면서 다리(橋)를 건너게 만든다. 계속해서 포장도로를 따라 들어가면 정각사(正覺寺)가 나온다. 만일 보현산으로 가고 싶다면, 왼편으로 휘기 전에 맞은편에 보이는 임도(林道)를 따라 들어서면 된다. 임도로 들어서면서 본격적인 산행이 시작된다. 임도로 들어서서 얼마간 걸으면 ‘상수보호용 철망울타리’가 보이고, 이곳에서 오른편으로 방향을 틀면서 오름길이 시작된다. 제대로 된 산길이 시작되는 것이다. 산길은 오르막길이 계속되지만 가파르지는 않다. 사방은 온통 참나무 일색, 울창한 숲은 하늘을 가려 한줄기의 빛이 스며드는 것조차 허락하지 않고 있다.
▼ 산행을 시작한지 30분쯤 지나면서 산길은 가파른 오르막길로 변한다. 가도 가도 끝날 줄 모르는 오르막길, 주변에 보이는 것이라고는 온통 참나무들뿐이다. 오뉴월 무더위는 바람 한 점 불어주지 않는데, 이어지는 산길의 풍물은 조금도 변할 줄을 모른다. 한마디로 짜증나는 구간이라고 표현해도 좋을 듯 싶다.
▼ 가파른 오르막길을 30분 정도 오르면 이정표가 세워져있는 사거리가 나타난다. 오늘 산행에서 처음으로 만나게 되는 이정표이다(천문대 0.5Km, 시루봉 0.8Km/ 천문대 0.4Km, 시루봉 0.7Km/ 천문대 주차장 0.3Km/ 숲속교실 1.2Km). 이곳에서 300m지점에 주차장이 있다고 한다. 1시간 이상을 힘들게 올라오기 싫은 사람들을 위해, 승용차로 올라올 수 있도록 산꼭대기까지 도로(道路)가 만들어져 있다는 의미일 것이다. 사거리에서는 능선을 따라 이어지는 맞은편 등산로로 올라선다. 왼편으로 방향을 잡아도 천문대로 갈 수 있겠지만, 천문대까지의 거리가 조금은 더 가깝지 않을까 해서이다.
▼ 사거리에서 매끈한 통나무로 만들어진 계단을 밟으며 10분 정도 오르면 나무테크로 만들어진 길이 나온다(이정표 : 시루봉 0.7Km/ 천문대 0.3Km/ 숲속교실 1.4Km). 시루봉에서 천문대(天文臺)까지 이어지는 ‘천수누림길 테크로드’이다. 천문대어서 300m 정도를 더 연장해서 설치해 놓은 것이다. 테크로드를 따라 잠시 걸으면 오른편에 천문대가 보인다.
▼ 보현산 정상은 천문대 경내를 통과해야만 만날 수 있다. 전시관(展示館)의 뒤편으로 난 널따란 도로를 따라 100m 정도를 올라가면 돌무더기로 이루어진 언덕위에 정상표지석이 세워져 있고, 정상석 주위에는 누군가가 쌓아놓은 엉성한 돌탑(石塔) 서너 기(基)가 흩어져 있는 것이 보인다. 정상에 서면 남북으로 뻗어 내려간 낙동 정맥이 잘 조망(眺望)된다. 또한 남쪽의 기룡산과 영천댐, 그리고 서쪽의 팔공산이 선선히 눈에 들어온다.
▼ 맞은편 봉우리가 시루봉
▼ 정상에서 내려와 시루봉으로 가는 길에 잠깐 천문대 전시관(展示館)에 들러본다. 난생 처음 보는 시설인지라 큰 기대를 갖고 들어선 전시관은 한마디로 실망 그 자체이다. 전시물이라고는 관측기구(觀測氣球)처럼 생긴 자그마한 조형물(造形物)이 하나 보일 따름이고, 천체(天體) 사진들 몇 장이 벽면(壁面)을 장식하고 있을 따름이다. 내가 알기로는 꽤나 많은 관람객들이 찾고 있는 것으로 아는데, 조금 더 알차게 전시관을 꾸몄으면 좋지 않을까 생각해본다.
* 보현산천문대(天文臺), 보현산 정상 일대에 세워진, 대덕연구단지에 있는 한국천문연구원의 지역 천문대이다. 천문대는 밤하늘의 천체(天體)를 관측(觀測)하는 1.8m 광학 망원경(望遠鏡)과 태양의 생생한 모습을 볼 수 있는 태양 플레어 망원경을 운영하고 있으며, 국내에서 제작한 1m 광학 망원경이 현재 시험 가동 중이다. 일반 방문객을 위해 4월, 5월, 6월, 9월, 10월의 네 번째 토요일에는 주간공개행사(公開行事)를 진행한다(망원경의 정비를 위해 하절기(7~8월)와 동절기(11월~다음 해 3월)에는 행사를 진행하지 않는다). 참고로 참가비는 무료(無料)이나, 행사시작 5일전까지 예약을 해야만 행사에 참여할 수 있다.
▼ 천문대에서 시루봉까지 이어지는 능선 길은 작은 쇄석(碎石)이 깔려있다. 보현산에는 인위적(人爲的)으로 조성해 놓은 길이 많은데, 이 길도 그중의 하나가 아닌지 모르겠다. 주변에 조성된 철쭉군락들과 어우러진 산길은 마치 정원을 걷고 있는 느낌이 든다. 천문대에서 헬기장을 거쳐 시루봉까지는 5분 남짓한 거리이다.
* 보현산에는 사람과 자연(自然)이 하나가 되는 길들이 많다. ‘보현산 하늘 길’이라는 이름으로 불리는 길들은 ‘구들장 길’과, '천수 누림 길‘, 그리고 '태양 길’, ‘보현산 댐 길’ ‘횡계구곡 길’ 등 5개의 탐방로(探訪路)로 되어 있다. 보현산 정상으로 오르는 데크로 만들어진 길이 바로 천수(天壽)를 누리고자 하는 사람들이 찾는다는 ‘천수 누림 길’이다.
▼ 시루봉 정상은 널따란 분지(盆地)이다. 한쪽 귀퉁이에 정상석(보현산 시루봉 해발 1124.4m)이 세워져 있고, 그 뒤를 산행안내도가 지키고 있다. 패러글라이딩 활공장으로 사용되고 있는 탓인지 좌우(左右)로 넓고 곱게 바닥을 정비해 놓았고, 한쪽에는 바람의 방향을 읽을 수 있도록 깃발도 매달아 놓았다.
▼ 시루봉에서는 사방팔방으로 조망(眺望)이 훤히 트인다. 부약산이 가까이에 있는가하면, 그 뒤에는 선암산과 팔공산이 어렴풋하고, 반대쪽에는 면봉산과 운주산 등 주변의 산들이 각각의 머리를 치켜세우고 있다. 그러나 이곳 보현산보다 높은 산은 팔공산을 제외하고는 없을 것이다.(시루봉 정상 이정표: 천문대 0.3km, 정각리 절골 2.8km)
▼ 시루봉의 바로 아래, 그러니까 ‘천수 누림 길’의 끄트머리에는 이층으로 된 팔각정(八角亭)이 세워져 있다. 안내도에는 ‘웰빙 숲 관찰전망대’라고 표시되어 있지만 이곳을 찾는 사람들은 대부분 점심을 먹는 장소로 이용되고 있는 듯, 왁자지껄한 소음(騷音)과 함께 음식냄새가 코끝을 자극하고 있다.
▼ 시루봉 정상에서 철망울타리를 따라 서쪽으로 이어지는 능선은 이른바 팔공보현지맥(八公普賢枝脈)을 따라 걸어보는 구간이다. ‘왜 철망으로 막아 놓았을까요?’ 끝이 보이지 않을 정도로 길게 이어지고 있는 철망의 설치목적이 다들 궁금한 모양이다. 누군가가 장뇌삼(蔘) 재배지일 것 같다고 알려주지만 절도예방 시설(施設)치고는 너무 과하다는 생각이 드는지 다들 고개를 갸웃거린다. 시루봉에서 400m쯤 내려오면 산길은 급하게 왼편으로 휘면서 철조망과 이별을 고한다(이정표 : 시루봉 0.4Km/ 법룡사 2.4Km). 35번 국도상의 노귀재로 연결되는 팔공보현기맥과 이별을 고하는 것이다.
* 팔공보현지맥(八公普賢枝脈), 낙동정맥(洛東正脈) 상의 가사령(佳士嶺) 북서쪽 약 1.44km 떨어진 733.9봉에서 분기해 베틀봉과 보현산(普賢山), 시루봉, 방각산(方覺山), 구무산을 거친 후, 위천과 낙동강의 합수점인 새띠마을(경북 상주시 중동면 간물리)까지의 159.2km에 달하는 산줄기이다.
▼ 보현지맥을 떠난 산길은 별 특징이 없이 지루하게 이어진다. 참나무가 울창하게 우거진 숲길이 싫증이 날 경우에는 잠깐 산길을 벗어나 숲속으로 들어서보는 것도 괜찮을 것이다. 왜냐하면 참취와 당귀, 그리고 비비추 등이 군락(群落)을 이루고 있기 때문이다. 보현지맥과 헤어지고 1Km 정도를 더 걸으면 난데없는 바위가 앞을 가로막는다(이정표 : 시루봉 1.4Km/ 법룡사 1.4Km). 오른편으로 돌아 바위 위로 오르면 시원스레 조망(眺望)이 터진다. 발아래에는 별빛마을이 펼쳐지고, 진행방향에는 부약산과 석이덤이 늘어서 있다. 전망대에서 석이덤을 가기 위해서는 부약산을 거쳐야만 한다. 부약산은 별다른 특징(特徵)이 없는 야트막한 산봉우리(791m)에 불과하다. 이곳이 부약산의 정상임을 알려주는 아무런 표식(表式)도 없을뿐더러, 워낙 펑퍼짐한 곳이라서 그냥 지나치기 쉽다. 산의 이름도 일부 산행개요도에만 표기되어 있을 뿐, 25,000분의 1 지도에는 표고점(標高點)으로만 표시되어 있을 따름이다.
▼ 갑자기 나타나는 거대한 바위벽을 오른편으로 돌아 오르면 멋진 전망대(展望臺)가 나타난다. 바로 석이덤의 상부(上部)이다. 바위벼랑에 설치된 목책(木柵) 앞에 서면 시원스레 시야(視野)가 열린다. 입석동일대와 별빛마을로 넘어가는 간여재가 그림처럼 내려다보인다. 전망대 뒤편의 소나무 숲을 헤치면 또 하나의 조망터가 나타난다. 바로 앞에 별 특징 없는 부약산이 보이고, 그 오른편에는 보현산이 그 웅장(雄壯)한 자태(姿態)를 보여주고 있다. 저런 모습이 코끼리의 등허리로 보였나 보다.
▼ 석이덤에서 내려서서 조금 걷다가, 왼편으로 급하게 방향을 틀며 내려서면 난데없는 체육시설(體育施設)이 나타난다. 이 산중에 누구보고 이용하라는 것인지 이해가 가지 않는다. 당연히 관리가 되지 않은 탓에 주변에는 잡초(雜草)만이 우거져 있다. 체육시설에서 잠깐 고개를 돌려보면 짙게 우거진 숲 사이로 석이덤이 철옹성마냥 솟아있는 것이 보인다. 전형적인 흙산(肉山)에 솟아오른 거대한 바위봉우리가 차라리 경이(驚異)롭기까지 하다.
▼ 체육시설을 지나 가파른 경사로(傾斜路)를 잠깐 내려서면, 나무숲 사이로 법용사가 고개를 내민다. 산신각은 그냥 지나치고 대웅전을 둘러본다. 요사(寮舍)에서 두런거리는 소리가 들려나오지만 누구하나 관심을 보이지 않는 것을 보면, 나같이 특별한 목적 없이 찾는 이들이 심심찮게 나타나는 모양이다.
* 법룡사(法龍寺), 1910년경 황재준이라는 이가 몹쓸 병을 앓고 눕자 그의 아내가 이 산에 와서 백일기도 끝에 얻은 산삼(山蔘)으로 치유되고 나서 세웠다는 전설(傳說)이 전해져 내려오고 있다. 그 산삼을 캔 봉우리 이름도 남편의 약(藥)을 내려주었다고 해서 부약산(夫藥山)이라고 부르게 되었다고 한다. 절의 역사가 오래되지 않은 탓에 규모도 작을뿐더러 보유하고 있는 문화재(文化財)도 없다.
▼ 산행날머리는 용소리
법룡사에서 시작되는 하산길은 지루하기 짝이 없다. 법룡사가 상당히 높은 곳에 위치하고 있는지라 산행이 마무리되는 용소리까지는 고도(高度) 차이가 많이 난다. 법룡사에서 용소리까지의 거리인 2.2Km를 내려오는 동안에 서서히 고도를 낮추는 것이 힘들었던지 지그재그로 길을 만들어내면서 이어진다. 그래도 경사(傾斜)를 떨어뜨리지 못한 탓에 내려딛는 발걸음은 잔뜩 힘이 들어갈 수밖에 없다. ‘볼품도 없는 산이 끝까지 애를 먹이네요.’ 집사람의 말마따나 오뉴월 뙤약볕에 완전히 노출된 비탈길을 걷는다는 것은 보통 고역(苦役)이 아니다. 걷기에 지쳐서 자신도 모르게 욕설이 튀어나올 즈음이면 드디어 앞이 환히 트이면서 용소리에 닿게 된다(이정표 : 법룡사 2.2Km, 시루봉 4.7Km, 천문대 5.0Km). 용소리 주변은 댐 공사가 한창인지라 중장비의 왕래가 빈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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