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석산(斷石山, 827.2m)

 

산행일 : ‘13. 2 16()

소재지 : 경상북도 경주시 건천읍과 내남면, 산내면의 경계

산행코스 : 천포교장군바위장군봉방대리 마애불진달래능선단석산신선사 마애불상군오덕선원주차장(산행시간 : 4시간30)

 

함께한 산악회 : 기분좋은 산행

 

특징 : 경주시의 최고봉으로 삼국통일을 이룬 김유신 장군과 관련된 전설(傳說)이 짙게 배어있는 산이다. 거대한 바위와 전망대가 유난히 많은 이 산에는 우리 전통 고미술사(古美術史)와 종교사에서 빼놓을 수 없는 귀중한 유산(遺産)이 있다. 바로 정상 서쪽 아래 비탈에 자리 잡은 신선사마애불상군이다. 거대한 바위에 새겨진 10개의 불상(佛像)과 보살상(菩薩像)으로 이루어진 마애불상군은 1300여 년 전에 조성된 신라 최초의 석굴사원(石窟寺院)이기도 하다.

 

 

산행들머리는 건천 I.C 근처 강산식당 안내판(건천읍 천포리)

경부고속도로 건천 I.C의 요금소를 빠져나온 후, 국도 20호선을 타고 건천읍 방향으로 300m만 가면 고속도로 굴다리를 만나게 된다. 굴다리를 지나자마자 오른쪽에 강산식당 안내 간판이 보인다. 이곳이 오늘 산행의 들머리이다.

 

 

 

고속도로 굴다리를 빠져나오면 왼편에 고속도로와 나란히 가는 시멘트 포장 소로(小路)가 보인다. 입구에 강산식당 간판이 세워져 있으니 참고하면 된다. 소로로 들어서서 100m정도 걸으면 물기가 보이지 않는 냇가에 이르게 된다. 건천(乾川)이라고 불리는 하천(河川)이다. 장마철 외에는 물이 흐르지 않기 때문에, 물이 마른 하천이라고 해서 건천(乾川)이라는 이름이 붙었다고 한다. 등산로는 고속도로의 아래를 지나는 하천을 가로지른 후, 건너편 산자락으로 연결된다.

 

 

 

고속도로 위편의 산자락에 올라서면 맨 먼저 눈에 띄는 게 공동묘지(共同墓地)이다. 등산로는 공동묘지를 지나서 5분 정도의 거리에 있는 체육공원까지 생각보다 또렷하게 나 있다. 묘지(墓地) 사이로 난 길을 걷다가 고개를 들어보면 진행방향의 산등성이에 커다란 바위 하나가 돌출(突出)되어 있는 것이 보인다. 장군바위라고 한다. 밋밋하기만 한 능선에 유아독존(唯我獨尊)처럼 솟아난 것이 흡사 장군(將軍)처럼 보였나 보다.

 

 

 

공원묘지와 체육공원을 지나면서 산길은 제법 가팔라진다. 전망대(展望臺)가 유난히도 많은 오늘 산행에서 첫 번째로 만나게 되는 전망바위는 공원묘지에서 약 15분 조금 더 되는 거리에 있다. 전망바위에 올라서면 공설운동장을 비롯한 건천읍 시가지(市街地) 전경과 경부고속도로 등이 잘 보인다. 시가지 건너편에 보이는 산은 아마 구미산일 것이다.

 

 

 

전망바위에서 10분 쯤 가파른 능선을 치고 오르면 작은 무덤가에 거대한 바위 하나를 만나게 된다, 장군바위인데, 어떤 사람들은 이를 부정하면서 공기돌 바위라고 부르기도 한다. 산행을 시작해서 여기까지 오는데 30분이 조금 더 지났다. 이곳에서부터 능선은 완만(緩慢)하게 이어진다.

 

 

 

장군바위에서 고도(高度)의 차가 거의 없는 능선을 20분 정도 오르내리다보면 장군봉(457m)이다. 장군봉은 이름이 주는 이미지와는 달리 별다른 특색이 없는, 그저 능선상의 한 지점일 따름이다. 앞서가던 일행이 장군봉이라고 알려주지 않았더라면 그냥 지나쳤을 정도이다. 물론 이곳이 정상임을 알려주는 그 어떠한 표식(表式)도 없다. 또한 조망(眺望)도 일절 트이지 않는다.

 

 

산행이 시작된 지 꽤 오래 되었지만 거리나 방향을 알려주는 아무런 표지(標識)도 만날 수가 없다. 심지어는 개념도에 나와 있는 장군봉까지도 아무런 표시 없이 방치되어 있을 정도이다. 등산로가 도시근교의 공원(公園)수준으로 잘 닦여 있는데도 이정표 하나 보이지 않는 것이 도리어 이상하다는 생각이 든다. 그렇다고 정상으로 가는 방향을 알려주지 않는 것은 아니다. 작년에 열렸던 진달래 축제때 붙여 놓았던 코팅지가 이정표를 대신하여 정상으로 가는 길을 알려주고 있는 것이다.

 

 

기둥에다 고무호스를 얼기설기 매달고 있는 나무는 분명 고로쇠나무일 것이다. 소나무와 참나무가 대부분인 능선에서 어렵게 만난 고로쇠나무을 채취꾼들이 그냥 지나치지 않았을 것이다.

 

 

장군봉을 내려가면 산세(山勢)는 능선이라고 부르는 것이 무색할 정도로 구릉(丘陵)의 형태를 띠고 있다. 하지만 산길이 뚜렷하기 때문에 산행을 이어가는데 불편한 점은 없다. 장군봉에서 10분 조금 넘게 걸으면 산길의 흔적이 뚜렷한 안부사거리에 이르게 되고, 여기서부터 등산로는 444봉으로 오르는 능선을 벗어나 오른편 산허리를 째며 우회(迂廻)를 시킨다. 당연히 오른편의 널따란 길을 따라 진행해야 한다.

 

 

 

오른편으로 우회(迂廻)하던 길은 30분쯤 후에 444봉 뒤의 능선으로 다시 올려놓는다. 능선에 오르면 또 하나의 멋진 전망바위가 기다리고 있다. 바위손이 덕지덕지 붙어있는 전망바위 위로 올라서면 단석산 정상과 오봉산, 사룡산 등이 눈에 들어온다. 전망바위에서부터 산길은 올망졸망한 봉우리들을 반복해서 오르내리는 능선산행이 계속된다.

 

 

 

 

작은 오르내림을 반복하며 20분 정도를 걷다보면 또 다른 전망바위를 만나게 되고, 전망바위를 지나 내려서는 안부에서 길이 두 갈래로 나뉜다. 전망바위와 진행방향을 막고 있는 거대한 바위의 중간지점이라고 생각하면 이해가 쉬울 것이다. 이곳에서는 바위를 곧장 오르는 길 대신에, 오른편에 보이는 내리막길로 진행해야 한다. 그래야만 방대리 마애불상을 만날 수 있기 때문이다.

 

 

 

오른편으로 급하게 50m가량 내려섰다가 왼쪽으로 돌면 거대한 바위 절벽(絶壁)이 나타난다. 그 바위 면에 마애불(磨崖佛)이 돋을새김 방식으로 새겨져 있는 것이 보인다. 바로 ‘**방내리 마애불인데 상제암 마애불이라고도 불린다. 작은 돌탑과 제단(祭壇)과 함께 있는 마애불은 둥근 얼굴에 육계가 뚜렷하며 결가부좌(結跏趺坐)를 취하고 있다.

**) 방대리 마애불(磨崖佛). 커다란 바위 아래쪽에 인자하게 생긴 불상(佛像) 하나가 새겨져 있다. 그런데 아무리 눈을 크게 뜨고 찾아봐도 그 흔한 안내판 하나도 보이지 않는다. 국보급 문화재(文化財)는커녕 지방문화재에도 끼어있지 않은 모양이다. 그렇다면 석공이 새긴 솜씨가 예술성(藝術性)이 떨어졌던지, 아니면 역사적(歷史的)으로 보존할만한 가치가 부족했다는 의미일 것이다. 그러나 한편으로는 그 정교함과 거대한 규모에도 불구하고 제대로 된 평가를 받고 있지 못하는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든다.

 

 

 

등산로는 마애불을 앞을 지나 사면(斜面)길로 이어진다. 사면길을 따라 5분 쯤 걸으면 다시 능선 위로 올라서게 되고, 오른편으로 방향을 틀면 얼마 지나지 않아 여기부터 경주국립공원입니다.’라고 쓰인 현수막(懸垂幕)이 보이고, 이어서 옹달샘을 만나게 된다. 옹달샘에는 친절하게도 스테인리스 컵까지 비치해 놓았지만 마실 생각까지는 들지 않는다.

 

 

 

함께 걷던 일행이 바위의 생김새가 흡사 챔피언 벨트를 닮았다고 한다. 요즘에야 사람들의 기억(記憶) 저 너머로 사라져버렸지만, 한때는 온 국민들이 환호하던 스포츠가 복싱이었다. 유명우나 장정구 등 한 시대를 풍미하던 선수들은 너나 할 것 없이 저렇게 생긴 챔피언 벨트를 허리에다 차고 있었다.

 

 

국립공원 현수막에서 10분 정도를 더 걸으면 이내 방내리에서 올라오는 길과 만나는 안부삼거리에 이르게 된다. 이곳 삼거리에서 오늘 산행 중 처음으로 이정표(단석산 정상 1.7Km/ 방내지 1.6Km)를 만나게 된다. 경주국립공원에서 세운 것을 보면 이곳에서부터 국립공원이 시작되나 보다. 이곳 삼거리에서 왼편 길로 내려가면 천주암을 지나 방내지마을에 이르게 된다.

 

 

 

 

방내리 갈림길에서 조금 더 진행하면 능선은 언제 평탄(平坦)하였냐는 듯이 가팔라진다. 작은 봉우리들이 이어지는 능선은 짧고 완만(緩慢)하게 내려섰다가 급하게 오르기를 번복하면서 서서히 고도(高度)를 높여 간다. 갈림길에서 얼마간 더 걸으면 능선의 왼편에 거대한 바위 하나가 보인다. 오늘 산행 중에서 가장 뛰어난 조망을 보여주는 전망바위이다. 바위 위로 오르면 먼저 잘생긴 소나무 한 그루가 손님을 맞는다. 잘 생긴 바위 앞에 서면 건천시가지와 그 너머에는 경주, 그리고 주변의 산군(山群)들이 한눈에 들어온다.

 

 

 

 

 

 

단석산의 구조신고지점 표시판은 다른 산에서 보아오던 것과는 확연히 다르다. 대부분의 산들은 나무 말뚝에다 신고지점 위치를 표기(表記)해 놓았는데 이곳에는 구조지점을 표시한 철판을 나뭇가지에 매달아 놓은 것이 특이하다.

 

 

전망바위를 지나면서 간간히 보이기 시작하던 진달래가 서서히 밀도(密度)를 높이기 시작하더니, 세 번째 이정표(단석산 정상 0.8Km/ 방내지 2.5Km)를 지나면서 부터는 완전히 군락지(群落地)로 변해버린다. 이곳에서부터 정상까지의 능선은 진달래 능선이라고 불리며 봄이면 이곳에서 진달래 축제(祝祭)’가 열린다. 이곳의 진달래군락은 그 크기와 범위가 진달래로 소문난 다른 산들에 비에 뒤떨어지지 않지만, 진달래 꽃 잔치를 한눈에 볼 수가 없다는 것이 흠()이 아닐까 싶다.

 

 

 

진달래가 터널을 만들어내고 있는 숲길을 따라 걷다보면 어느새 단석산 정상에 올라서게 된다. 방대리 마애불에서 1시간, 산행을 시작한지 3시간 정도의 거리이다. ‘공원 지킴이 쉼터가 있는 정상은 너른 분지(盆地)로 이루어져 있고, 그 북쪽에 커다란 정상석이 자리 잡고 있다. 정상에서는 사방으로 조망(眺望)이 시원스럽게 열린다. 조망안내판 앞에 서서 눈을 들어보면, 송화산과 선도산, 토함산, 조항산 등이 일렬로 늘어서 있는 것이 보인다.(정상의 이정표 : 신선사 1.0Km/ 당고개 3.4Km, OK그린연수원 2.8Km/ 방내지 3.3Km)

 

 

 

 

 

단석산(斷石山)의 정상에는 마치 칼로 자른 듯이 반듯하게 둘로 쪼개진 바위가 있다. 바로 이 바위가 단석(斷石)이라는 산 이름을 낳게 한 바위이다. 바위는 정확하게 둘로 나눠져 있는데, 김유신이 난승(難勝)이라는 신인(神人)으로부터 얻은 신검(神劍)으로 내리친 흔적이라고 한다.

 

 

하산지점으로 정한 신선사로 내려가려면 정상석을 지나 삼각점 쪽으로 난 길로 진행해야 한다. 하산을 시작하자마자 곧 만나게 되는 헬기장을 지나 왼편으로 방향을 잡는다. 이어서 완만한 산길을 따라 20분 정도 내려가다 보면 거대한 바위들이 앞을 가로막는다.(이정표 : 신선사 0.4Km/ 단석산 정상 0.6Km) 이곳에서 오른편으로 방향을 틀어 10분 정도 더 내려가면 능선의 오른편에 신선사가 보인다.

 

 

 

 

신선사로 방향을 틀면 먼저 강화유리로 지붕을 덮은 거대한 바위 덩어리가 눈에 들어온다. 바로 국보(國寶) 199호로 지정된 ‘**단석산 신선사 마애불상군이다. 거대한 바위는 몇 개로 쪼개져 있고, 쪼개진 단면에는 새겨진 불상(佛像)들이 웃고 있다. 천년의 미소들이 정겹기 그지없다.

**) 단석산 신선사 마애불상군(斷石山 神仙寺 磨崖佛像群 : 국보 제199), 높이 30m의 거대한 암석이 자형으로 솟아 석실을 형성하고 있는데, 북쪽 바위 2개 중 구석 바위에는 거대한 여래상(如來像)을 주존(主尊)으로 하였고, 동쪽 바위에는 보살상을, 남쪽 바위에는 보살상과 명문(銘文)을 조각하여 3(三尊)의 형식을 이루었다. 또한 북쪽의 바위에는 위쪽에 여래와 보살 4구를, 아래에 공양상(供養像) 2구와 여래상 1구를 조각하여 도합 10구의 상을 조각하였다. 동쪽 바위에는 '경주 상인암 조상명기(慶州上人巖造像銘記)'라는 400자 가까운 명문이 음각되었고, 북쪽 바위에는 다른 여래입상 ·보살상과 함께 반가사유상이 조각되었다. 이 마애불상군은 우리 나라 석굴사원의 시원적(始原的) 형식을 보여 주는 점에서 그 의의가 클 뿐만 아니라, 당시 신앙의 흐름을 이해하는 데도 중요한 자료를 제공해 주고 있다. 조성 연대는 7세기 초()경으로 추정된다. <두산백과 참조>

 

 

 

 

신선사(神仙寺)는 마애불의 왼편 아래쪽에 있다. 신선사로 들어서면 맨 먼저 만나게 되는 당우(堂宇)가 대웅보전이고, 그 외에도 산령각 등 몇 채의 당우가 더 보인다. 신선사는 대한불교법화종에 소속된 사찰이다. 7세기(世紀)경에 자장(慈藏)의 제자 잠주(岑珠)가 창건했으며, 이 절에서 김유신(金庾信:595673)이 삼국통일을 위해 기도했다고 전해진다. 원래 신선사라고 불리던 석굴(石窟)은 현재는 작은 암자(庵子)처럼 쓰이고, 50m쯤 아래에 본 절이 들어서 있다. 절의 전각(殿閣)으로는 관음전과 산령각, 요사채 등이 있다. 한편 석굴은 동, , 3()이 갈라진 바위로 둘러싸여 있으며, 옛날에는 지붕을 얹어 사용했다고 한다. 이 석굴의 안쪽 벽에 국보 제199호인 불상과 보살상들(마애불상군)이 새겨져 있다.

* 법화종(法華宗), 김갑열(金甲烈) 스님이 창종(創宗)한 한국 불교 27개 종단의 하나이다. 고려의 대각국사(大覺國師)를 종조(宗祖)로 하고 있으며, 종찰(宗刹)은 무량사(無量寺:서울 성북동 소재)이다. 소의경전(所依經典)묘법연화경(妙法蓮華經)’이며, 본존(本尊)은 십계만다라(十界曼多羅)이나 불상은 석가모니불을 봉안한다.

 

 

 

산행날머리는 우중골 주차장

신선사를 벗어나 갈지()자로 고도(高度)를 낮추는 오솔길을 따라 300m를 내려오면 신선사 간이주차장, 이어서 차가 다닐 수 있을 정도로 넓은 길을 300m쯤 더 내려오면 또 하나의 주차장이 나온다. 경주국립공원 안내도가 세워져 있는 두 번째 주차장은 가파른 경사(傾斜)로 인해 위에 있는 간이 주차장까지 오를 수가 없는 승용차들을 위해 마련된 것이 아닐까 싶다. 두 번째 주차장에서부터는 시멘트 포장도로로 연결된다. 도로를 따라 20분 정도 걸으면 조계종 사찰인 오덕선원(禪院)을 만나게 되고, 또 다시 10분 가까이 더 걸으면 산행이 종료되는 우중골 주차장에 이르게 된다. 신선사에서 날머리까지는 대략 1시간 정도가 소요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