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용산(禿用山, 955m)
산행일 : ‘11. 12. 10(토)
소재지 : 경상북도 성주군 가천면과 금수면의 경계
산행코스 : 금봉리 시엇골 입구 주차장→시엇골 왼쪽 능선→성터→성곽 능선→독용산 정상→동문→은광폭포→시엇골계곡→주차장 (산행시간 : 4시간30분)
함께한 산악회 : 월산악회
특징 : 대체로 산이 보여주는 것은 몇 가지로 나누어볼 수 있다. 첫째 산 자체의 아름다움이니, 이는 대체로 바위산들을 얘기할 때 거론된다. 두 번째는 조망(眺望)으로서. 산행을 하면서 다른 산이 만들어내는 아름다운 경관을 보는 것이고, 마지막으로 그 산이 안으로 품고 있는 경관(景觀)으로서, 일로 치면 계곡미(溪谷美)를 꼽을 수 있을 것이다. 이렇게 구분할 때, 독용산 산행은 두 번째와 세 번째를 함께 볼 수 있는 산이라 할 수 있다. 산행을 하면서 보게 되는 가야산 등 주변의 산군(山群)들이 헌걸차고, 독용산이 자랑하는 시어골이 만들어내는 수많은 소(沼)와 담(潭), 그리고 폭포(瀑布)는 자못 빼어나다. 거기다 영남에서 제일 큰 규모라는 독용산성도 볼 수 있으니 가히 일석이조(一石二鳥)의 산행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겨울보다는 여름철에 더 어울리는 산이다.
▼ 산행들머리는 가천면 금봉리 시어골 입구 주차장
중부내륙고속도로 성주 I.C에서 빠져나와 33번국도(國道/ 고령읍 방향)와 59번 국도(김천시 방향)을 이용해서 가천면소재지까지 들어간다. 이곳에서 국도를 벗어나 왼쪽으로 903번 지방도(地方道)를 따라 들어가다. 독용산성 안내판이 세워져 있는 곳에서 오른편으로 접어들면 산행들머리인 금봉리에 이르게 된다.
▼ 금봉리 ‘시엇골 계곡’의 입구에는 ‘보강 산삼영농조합’이란 팻말이 세워져있고, 간이화장실까지 갖춘 제법 널따란 주차장(駐車場)이 조성되어 있다. 산행을 시작하기 위해서는 우선 왼편의 다리를 건너 마을로 들어서야 한다. 인가(人家)가 몇 채 보이지만 버려진지 이미 오래인 듯, 인적(人迹)을 찾을 길이 없고, 구멍이 숭숭하게 뚫린 벽(壁)만 남아 있는 폐가(廢家)는 황량하기만 하다.
▼ 마을 끄트머리 집 조금 못 미쳐서 왼편으로 난 농로(農路)를 따라 들어가다가 묘지(墓地)가 보이는 오른편으로 방향을 틀면서 본격적인 산행이 시작된다. 등산로는 뚜렷하지만 잡목(雜木)으로 우거져 있어 걷기가 여간 사납지 않다. 산길도 심심찮게 여러 갈래로 나뉘고, 거기에다 오랫동안 쌓여온 참나무 낙엽들이 수북하게 쌓여있다. 까딱하면 엉뚱한 길로 접어들 염려가 있으니, 산악회 리본을 잘 살펴보며 진행해야 할 것이다.
▼ 거친 산길을 헤쳐 나가다보면 몇 번의 갈림길을 만나게 되나, 리본이 많이 붙어 있는 길로 진행하면 길을 잃을 염려는 없다. 독도 주의구간이어선지 리본을 많이 달아놓았다. 어쩌면 이 길이 지도에 표기된 옛길일 것이다. 지능선에 올라서면 길은 다시 뚜렷해진다. 산허리를 옆으로 째는 사면(斜面)길을 따라 진행하면 주능선에 올라서게 된다. 중간에 몇 번의 갈림길이 보이지만, 어느 갈림길을 따르더라도 결국 ‘주능선 길’과 합류하기 때문에 신경을 쓰지 않아도 된다.
▼ 주능선길은 말 그대로 탄탄대로(坦坦大路)다. 마룻금을 따라 이어지는 뚜렷한 길만 쫓으면 어렵지 않게 산행을 이어갈 수 있다. 그러나 계속되는 오르막길은 가파르기 때문에 무척 힘이 든다. 때는 바야흐로 영하(零下)의 겨울이건만 이마에는 땀방울이 비 오듯이 흘러내리고 있다. 간혹 가다 열리는 나뭇가지 사이로 가야산의 산줄기들이 우람하게 펼쳐지고 있다.
▼ 주능선을 치고 오르다가 아무런 특징 없이 밋밋하기만 한 741봉을 넘으면 이내 독용산성과 첫 대면(對面)이 이루어지게 된다. 시작은 원래부터 조금은 아쉬운 법, 무너져 있는 성곽(城郭)은 돌무더기 수준으로 왜소하기 짝이없다.
* 독용산성(禿用山城 , 경상북도 지정기념물 제105호) : 수도산의 줄기인 독용산(955m)의 해발800m 능선과 계곡을 잇는 둘레 7.7Km의 포곡(包谷)식 산성이다. 성의 축조 연대는 정확히 알 수 없으나 1,500여년전(年前) 가야시대에 쌓은 것으로 추정되며, 임진왜란의 피난 중에 발견되었고, 조선 숙종 원년(1675)에 관찰사 정중휘의 주청(奏請)으로 개축(改築)하였다. 영남지방에 구축(構築)한 산성 중 가장 규모가 크다고 한다.
▼ 옛 성터를 넘으면 등산로는 왼편에 허물어진 옛 성곽(城郭)을 끼고 이어진다. 길은 고저(高低)가 거의 없는 밋밋한 능선 길, 낙엽이 두텁게 쌓인 길은 곱고 유연하다. 성곽 너머로 얼핏 보이는 바위 위에 올라, 가야산의 산군(山群)들을 보기도 하면서 여유롭게 걷다보면 어느새 남문(南門)터에 닿게 된다. 누각(樓閣)이 없는 남문은 한사람이 겨우 통과할 정도의 넓이로 성벽을 갈라놓았다. 암문(暗門)이라고 표현하는 것이 올바른 표현일 것이다.(이정표 : 독용산 정상 1.5Km, 주차장 2.8Km)
▼ 남문을 지나면서부터 길은 아예 자동차길(車道)을 연상시킬 정도로 넓고 판판하게 닦여 있다. 이어서 나타나는 북문 터(北門地), 이정표만 볼 것 같으면 남문을 지나면 서문을 건너 뛴 채로, 곧바로 북문으로 이어진다. 원래 성을 지을 때면 문을 4곳에 만드는 것이 일반적인데도, 독용산성은 서문을 만들지 않았단 말인가? 잘잘못은 역사학자(歷史學者)들의 몫으로 남겨놓고, 산행을 이어간다. 남문에서 500m 정도 걸으면 등산로는 널따란 임도를 벗어나 왼편의 능선으로 향하고 있다.
▼ 정상은 시멘트로 포장된 작은 헬기장이다. 커다란 정상석에 쓰인 독용산(禿用山), 산 이름이 참으로 특이하다. 첫 글자가 대머리 독(禿)자이니 민둥산이라는 얘기일까? 정상은 산의 이름을 살리려고 작정이나 한 듯이 주위의 나무를 모조리 잘라내서 민둥산으로 만들어 놓았다. ‘저 禿자는 끌어 모을 禿자로서 이 城을 쌓고 백성들을 끌어 모아 성을 지킨다고 해서 붙은 이름이랍니다.’ 후미대장께서 하시는 말씀이다. 정상에 서면 가야산을 비롯한 주변의 산군(山群)들이 산 그리메를 만들어 내고 있다.(이정표 : 북문지 0.5Km, 영천리(중리) 3.5Km, 시엇골 4.7Km/ 동문 1.0Km, 주차장 2.0Km, 시엇골 4.0Km)
▼ 하산은 산성(山城)의 동문(東門) 방향으로 잡는다. 정상에서 진행 방향 정면으로 급하게 내려서는 뚜렷한 길의 왼편은 역시 성벽(城壁)이다. 능선에서 사면(斜面)길로 내려서는 동문 갈림길까지는 10분, 이곳에서는 왼편의 성벽을 따라 진행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곧장 사면(斜面)길로 내려서는 것보다 거리는 약간 멀지만, 독용산 산행에서 결코 빼 놓을 수 없는 성주호의 조망(眺望)을 볼 수 있기 때문이다.
▼ 바닥에 깔린 진행표시지를 따라 오른편 사면(斜面)길로 내려선다. 널따란 임도(林道)를 따라 걸으면 5분이 채 안되어서 동문을 만나게 된다. 동문은 복원(復元)된 지 얼마 지나지 않은 듯 단청(丹靑)색깔이 선명하다. 누각의 좌우로는 성곽이 길게 늘어서 있다. 이곳에서 성문을 빠져나가면 산성주차장에 이르게 된다.
▼ 동문에서 시엇골로 내려서는 길은 동문으로 올라오는 임도(林道)를 따라 내려가면 된다. 임도는 사람들이 자주 다니지 않은 듯 싸리나무와 가시나무 넝쿨들로 우거져 있어 걷기가 여간 불편하지 않다. 조금 내려가다 만나게 되는 첫 번째 꺾어지는 지점에서 왼편으로 내려선다. 길은 경사(傾斜)가 심해서 내려서기가 만만치 않다. 이번에는 작고 메마른 개울을 건너 사면(斜面)길을 걷다가 이내 왼편으로 방향을 틀어 내려선다.
▼ 성벽에서 시엇골로 내려서는 길은 무척 가파르다. 등산로는 경사(傾斜)를 조금이라도 줄여 보려는 듯 계속해서 갈지(之)자를 만들어 보지만 가파름은 결코 약해지지 않고 있다. 허리를 세우고 내려서는 것은 언감생심(敢不生心), 엉거주춤 내려서다가, 이내 엉덩이를 땅에 붙이고서야 어렵사리 내려설 수가 있다. 몇 번을 엉덩방아를 찧고서야 시엇골에 내려서게 된다.
▼ 시엇골에 내려서면 골짜기는 온통 얼음으로 덮여있는데도, 어디선가 싱그러운 물소리가 들려온다. 얼음 아래로 물이 흐르면서 내지르는 소리인 것이다. 제법 수량이 많은 계곡은 수많은 소(沼)와 담(潭)을 만들어 내며 흘러가고 있다.
▼ 계곡을 따라 이어지는 산길은 계곡을 따라 바로 내려가다가도, 어느 때는 개울을 건너기도 하고, 또 어느 때는 지능선으로 올라간 뒤, 사면(斜面)길을 따라 이어지기도 한다. 비록 이정표(里程標)는 보이지 않지만 리본이 곳곳에 매달려 있기 때문에 조금만 주의를 기울인다면 그런대로 어렵지 않게 이어갈 수 있을 것이다.
▼ 계곡의 물소리를 벗 삼아 유유자적 발걸음을 옮긴다. 암반(巖盤)을 타고 흘러내리는 물은 꽁꽁 얼어붙어 빙벽(氷壁)을 만들어내고 있고, 속이 훤히 내다보이는 얼음판 아래로 흐르는 맑고 깨끗한 물은 청량감을 더하고 있다. 개울을 벗어나 작은 언덕을 넘어 암벽의 사면(斜面)을 치고 내려서면 오른편에 거대한 얼음벽이 보인다. 바로 은광폭포(瀑布)이다.
▼ 시엇골의 골짜기 안에는 겨울과 가을이 공존하고 있다. 고드름이 쇠창살같이 내려 와 있는데, 계곡의 물소리는 우렁차기만 하다. 물길은 얼음으로 두텁게 덮여 있는데도, 비탈진 내리막길을 내려서느라 흘린 땀방울이 춥게 느껴지지 않을 정도로 계곡의 공기는 따사롭기만 하다. 계곡 양편으로 솟구친 산세는 하늘만 빼꼼히 열어놓고 있다. 그래서 이렇게 공기가 따스한가 보다.
▼ 산행날머리는 시엇골 입구 주차장(원점회귀)
여느 계곡처럼 하류로 내려갈수록 길이 고와지려니 했지만 사정은 나아지지 않는다. 보기 좋게 예상이 빗나간 것이다. 계곡을 따라 내려가며 바위사이를 건너뛸 때도 있고, 또 어떤 때는 계곡을 좌우로 건너다니기도 해야만 한다. 아마 장마철에는 이 길은 이용할 수 없을 것이다. 아무리 고운 것일지라도 오래 보면 싫증이 나는 것은 인지상정(人之常情)일 것이다. 그 아름답던 시엇골 계곡이 서서히 지루해지기 시작한다. 이제나 저제나 하며 계곡이 끝나길 고대해 보지만 계곡은 쉽사리 끝을 보여주지 않는다. 입에서 육두문자가 나올 즈음에야 계곡이 환하게 열리며 산행을 시작했던 주차장이 그 모습을 드러내 보인다.
'산이야기(경북)' 카테고리의 다른 글
기암괴석에 둘러싸인 전설속의 세외선경, 주왕산('12.4.29) (0) | 2012.05.07 |
---|---|
육지속의 섬마을 회룡포와 비룡산('12.1.29) (0) | 2012.01.31 |
원시의 숲길 산책과 백천계곡 트레킹을 함께하는 청옥산('11.8.27) (0) | 2011.08.29 |
이성계가 삼고초려했다는 어래산('11.8.6) (0) | 2011.08.09 |
선유동계곡과 용추계곡을 품고있는 둔덕산('11.7.23) (0) | 2011.07.29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