둔덕산(屯德山, 970m)
산행일 : ‘11. 7. 23(토)
소재지 : 경상북도 문경시 가은읍과 충청북도 괴산군 청천면의 경계
산행코스 : 선유동계곡주차장→학천정→선유동계곡→능선→760고지→정상→헬기장→대골삼거리→대골→용추계곡주차장(산행시간 : 5시간)
함께한 산악회 : 안전산악회
특징 : 백두대간의 대야산(931m)과 조항산(951m) 사이에서 동쪽으로 솟아 있는 산이다. 주변의 바위산들과는 달리 전형적인 흙산(肉山)이며, 주변의 이름난 산들의 명성에 가려 찾는 이들이 많지 않은 산이다. 덕분에 때가 타지 않은 천연의 숲을 간직하고 있으나 이정표(里程標) 등 등산로가 정비되어 있지 않아 초심자들이 산을 오르기에는 다소 부담스럽다. 산 아래에는 아름답고 물이 맑다고 소문난 선유동계곡과 용추계곡을 끼고 있다.
▼ 산행들머리는 문경 선유동계곡 주차장
중부내륙고속도로 연풍 I.C를 빠져나온 후 34번 국도(國道/ 괴산방향)를 따라 달리다가, ‘금호가든 쉼터’에서 517번 지방도(地方道/ 가은읍 방향)로 좌회전한다. 가은읍 관내인 관평삼거리에서 좌회전, 922번 지방도(가은읍 방향)를 따라 들어서면 용추계곡들머리를 지나 선유동계곡의 주차장에 이르게 된다. 참고로 운전에 대해서는 타의 추종(追從)을 불허하는 안전산악회 회장님은 중부고속도로 증평I.C에서 빠져나와 선유동계곡에 이르는 코스를 선택하였다. 그러나 귀경(歸京) 때는 위의 코스를 이용...
▼ 선유동계곡으로 들어가는 다리를 건너면 선유동식당이 떡하니 버티고 있다. 식당 앞에서 왼편으로 방향을 틀면 커다란 바위벼랑 아래에 자리 잡고 있는 학천정이 눈에 들어온다. 조선 후기의 학자인 도암 이재(陶庵 李縡)가 후학을 가르치던 자리에 지역 유림(儒林)들이 그의 덕망을 기려 세웠다는 팔작지붕 형태의 정자이다. * 조선 후기 학자인 이재(李縡, 1680~1746)는 18세기 사상 논쟁인 호락논쟁(湖洛論爭) 중 인물성동론(人物性同論)을 주장한 낙론(洛論)의 대표적 학자이다.
▼ 선유동계곡(仙遊洞溪谷)을 따라 걸어 내려가면서 산행이 시작된다. 우리 일행 외에도 계곡으로 들어서는 사람들이 많이 눈에 띄나 산행보다는 물놀이를 나온 사람들로 보인다. 이고지고 들어가는 짐들이 등산장비가 아니고 먹고 마시는 것들로 보이기 때문이다. 계곡을 따라 100m내려간 후, 계곡을 가로지르면 오른편에 산으로 오르는 등산로가 보인다. * 이곳 선유동계곡은 대야산을 사이에 두고 반대편에 있는 괴산군의 선유동계곡보다 계곡의 길이가 더 길고 계곡미가 빼어나 문경팔경의 하나로 꼽히는 곳이다. 인공적으로 쌓아 놓은 듯한 거대한 암석 사이로 맑은 옥계수가 흐르며 굽이마다 경승지가 널려 있다.
▼ 계곡을 건너면 작은 개울을 따라 완만(緩慢)한 오르막길이 이어진다. 등산로 주변은 참나무들이 울창하게 숲을 이루고 있다. 다행이도 산행을 시작할 때 내리던 비가 어느새 멈춰있다. 가녀린 물소리를 동무 삼으며 30분 정도 오르면 능선 안부에 도착하게 된다. 안부는 좌우로 길의 흔적이 보이고 있으나, 이정표가 없기 때문에 어디서 올라오는지는 알 수가 없다. 오른편 나뭇가지 사이로 둔덕산이 바라보이지만 정상은 구름에 가려있다.
▼ 안부에서부터 고난(苦難)의 행군이 시작된다. 오르고 또 오르고, 아무리 올라도 끝이 보이지 않는다. 경사라도 완만하면 좋으련만 가파르기 짝이 없는 급경사 오르막길로만 연결되고 있다. 입에서 단내가 날 정도로 힘이 든다. 거기다 오늘 새벽까지 마신 술의 여파는 아무리 물을 들이켜도 갈증이 가시지를 않는다. ‘오늘 처음으로 나온 사람들은 엄청나게 고생하겠네요.’ 산에서 날아다니기로 소문이 나 있는 산꾼의 얘기이다. 내 대답은 단 한마디 ‘아니 매주 주말마다 산을 찾고 있는 나도 힘들어 죽겠답니다.’
▼ 숨이 턱에 차게 오르다보면 전면에 커다란 바위벼랑이 보이고, 벼랑위에 올라서면 왼편으로 시야가 열리고 있다. 비록 비는 내리고 있지 않지만 구름에 뒤덮인 산하(山河)는 그 자태를 보여주지 않는다. 그동안 고생하며 오른데 대한 보답일까? 모처럼 청량한 바람이 불어 가슴 밑바닥까지 시원하게 해준다. 다들 가던 걸음을 멈추고 땀을 식히고 있다.
▼ 전망바위에서부터 길은 경사가 완만해진다. 갑자기 찾아온 호사(豪奢)에 주변의 경물이 눈에 들어오기 시작한다. 들꽃을 살펴보는 여유까지 부리다보면 어느덧 둔덕산 정상이다. 열 평 남짓한 분지(盆地)로 이루어진 정상엔 이정표 하나 없이 자그마한 정상표지석만이 외로이 지키고 있다. 구름을 짙게 두른 산하는 아직까지 그 모습을 보여주지 않고 있지만, 구름이 걷힌다 해도 정상을 둘러싼 나무들로 인해 조망은 시원치 않을 것 같다. 산행을 시작한지 2시간이 조금 못되었다.
▼ 정상에서 하산(下山)은 대야산 방향으로 잡는다. 이정표 하나 없는 정상이기 때문에 대충 어림짐작으로 진행할 수밖에 없다. 등산로가 2곳뿐이라 방금 올라왔던 길의 반대방향으로 내려서면 되니 걱정할 필요는 없다. 정상에서 10분 조금 넘게 능선을 따라 내려서면 잘록이에 이른다. 삼거리인 이곳에서 오른편으로 표지기가 나풀거리는 길이 보이는데, 가리막골로 내려가는 길이다. 잘록이에서 다시 오르막길을 잠깐 오르면 헬기장(957봉)에 올라서게 된다. 헬기장과 헬기장으로 오르는 길가엔 온통 억새들 천지... 가을이 무르익으면 훌륭한 볼거리를 제공해 줄듯 싶다.
▼ 헬기장은 둔덕산에서 가장 전망이 좋다고 소문난 곳이다. 청화산, 조항산, 대야산, 희양산으로 이어지는 백두대간의 산들이 만들어내는 하늘금을 볼 수 있다지만, 아쉽게도 오늘은 그런 아량을 베풀어주지 않고 있다.
▼ 헬기장에서 능선을 따라 다시 20분 정도를 내려오면 또 하나의 삼거리를 만나게 된다. 이곳에서 표지기가 덕지덕지 매달려있는 능선길로 직진하면 대야산, 오른편으로 방향을 틀면 대골로 내려서게 된다. 삼거리에서 오른편 대골방향으로 5분정도 내려서면 등산로가 두 갈래로 나뉘는데, 진행방향을 놓고 고민하게 만든다. 오른편 길이 더 넓고 탄탄한데도 표지기들은 길의 흔적이 희미한 능선에 붙어있기 때문이다. 선답(先踏)한 산악회 리더들을 믿기로 하고 능선길로 방향을 잡는다. 그리고 얼마 안 있어 최상의 선택이었음을 알아차리고 콧노래를 흥얼거린다. 산행 내내 열어주지 않던 조망(眺望)이 터지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 이런 행운이... 모처럼 시야(視野)가 열리며 백두대간이 만들어내는 하늘금이 눈앞에 펼쳐진다. 저 앞의 산이 대야산일 것이고, 그 옆으로 장성봉, 희양산... 백두대간의 산들이 이곳을 가운데에 두고 마치 병풍처럼 둘러싸고 있다.
▼ 전망 좋은 능선을 내려서면서 길은 갑자기 험해진다. 경사가 심한 것도 아니고, 그렇다고 노면(路面)이 너덜길 같이 거친 것도 아니지만, 산죽(山竹)이라는 거친 적들이 갈 길을 방해하고 있기 때문이다. 가도 가도 산죽의 숲은 끊어지지 않고 이어진다. 어른의 키를 훌쩍 넘겨버린 산죽의 잎들은 사정없이 얼굴을 할퀴고, 길의 흔적까지도 삼켜버리고 있다. ‘이제 그만!’ 외쳐보지만, 돌아오는 건 산죽의 이파리가 때리는 따귀 한 대, 더 이상 산죽을 생각하기도 싫어질 즈음에야 용추계곡이 마중 나온다. 선유동계곡의 상류에 위치하고 있는 용추계곡은 선유동계곡과 마찬가지로 바닥이 대부분 암반이다. 옷을 입은 채로 그냥 바위에 누워본다. 암반 위를 흐르는 옥수(玉水)는 더위에 시달린 육신에 다시 한 번 생기를 채워준다.
▼ 문경8경중에 하나인 용추계곡의 볼거리는 2단으로 이뤄진 용추폭포. 바위가 수천 년 동안 물에 닳아서 원통형 홈이 파져 있는데 하트(♥)모양을 하고 있어 더욱 신비스럽다. 용추[龍湫]란 폭포가 떨어지는 바로 밑에 생긴 웅덩이. 용소(龍沼)를 말한다. 암수 두 마리의 용이 하늘로 오른 곳이라는 전설을 증명이라도 하듯이 용추 양쪽 거대한 화강암 바위에는 두 마리의 용이 승천을 할 때 용트림 하다 남긴 용비늘 흔적이 신비롭게도 선명하게 남아 있고, 아무리 가물어도 이곳의 물은 마르는 일이 없어 옛부터 극심한 가뭄이 들면 이곳에서 기우제(祈雨祭)를 올리기도 하였다고 한다.
▼ 산행날머리는 용추계곡 대형차량 주차장
용추에서 나무테크 등으로 잘 정비된 길을 내려서면 민박집들이 즐비한 집단시설지구(集團施設地區)이다. 이곳 끄트머리에 있는 마지막 산장에서 왼편으로 주차장 가는 길이 보인다. 주차장은 고개를 하나 넘어야 하니 무더운 여름 날씨에는 쉬운 일이 아니다. 알탕으로 깔끔해진 몸뚱이가 또다시 땀으로 젖어오를 즈음에야 주차장에 이르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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