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약산((芍藥山, 770m)
산행일 : ‘13. 3. 16(토)
소재지 : 경북 상주시 이안면과 경북 문경시 가은읍의 경계
산행코스 : 구미리 마을회관→느티나무→샘터→작약산→거북바위→시루봉(작은작약산)→송이막→임도→능선→마을회관(산행시간 : 쉬는 시간 없이 3시간20분)
함께한 산악회 : 안전산악회
특징 : 작약산은 한마디로 숨어있던 산이다. 문경과 상주에 워낙 유명한 산들이 많기 때문에 그들의 유명세(有名稅) 묻혀있던 탓도 있지만, 산세(山勢) 또한 특별한 볼거리를 제공하지 못하기 때문일 것이다. 그러나 오랫동안 찾는 사람들이 많지 않았던 탓에 자연 그대로의 순수함 간직하고 있으며, 정상에서의 조망(眺望)은 뛰어난 편이다. 백두대간 등 주변의 산군(山群)들이 한눈에 들어오기 때문이다. 특히 산이 별로 높지 않고 산길이 부드럽기 때문에 가족 산행지로 추천할만하다.
▼ 산행들머리는 구미리 마을회관(상주시 이안면)
중부내륙고속도로 함창 I.C를 빠져나와 32번 지방도를 따라 농암면 방향으로 진행한다. 32번 도로로 들어서자마자 만나게 되는 이안면소재지를 지나, 면소재지에서 얼마 떨어지지 않은 아천리(이안면)에서 우회전하여 들어가면 산행이 시작되는 구미리 마을이다. 마을회관 앞에는 버스주차도 가능한 주차장이 마련되어 있다.
▼ 구미리 마을회관에서 마을 안길을 따라 5분(400m)쯤 들어가면 마을을 빠져나가기 전에 길이 좌우(左右)로 나뉜다(이정표 : 작약산 정상 2.5Km, 1시간20분). 이곳에서는 왼편(이정표 방향 참조)으로 방향을 잡아야 한다. 왼편 시멘트 포장 임도로 접어든 후에는 전면에 보이는 작약산을 향해 제법 가파른 임도를 따라 곧장 진행하면 된다.
▼ 시멘트로 깔끔하게 포장된 임도를 따라 15분 정도를 더 올라가면 거대한 느티나무 아래 아담한 정자(亭子)가 하나 보인다. 정자의 곁에는 구미리의 연혁과 이 마을의 자랑인 약수터를 설명하는 안내판이 하나 세워져 있다. 일제시대에 잠깐 구미(九味)라고 불렸으나, 원래의 이름은 구미(龜尾)였기 때문에 본래의 이름으로 환원(還元)시켰다는 얘기와 함께 구미리라는 이름이 붙게 된 연유(緣由)를 적어 놓았다. 마을 뒷산인 작약산의 산세(山勢)가 마치 진흙에 빠진 거북의 형상을 하고 있는데, 마을 위치가 거북의 꼬리 부분에 위치하고 있기 때문에 구미(龜尾)라는 이름이 붙게 되었다는 것이다. 정자 옆의 느티나무는 천연기념물로 지정된다고 해도 하나도 이상하지 않을 정도로 위풍당당한데, 옛날에는 이곳에서 동제사(洞祭祠)를 지냈다고 한다. 마을 안내판과 느티나무의 사이에 보이는 거대한 바위는 석연암(奭然岩)이라고 불리는 바위인데, 옛날 선비들이 이곳에서 심신(心身)을 수련했다고 전해진다.
▼ 느티나무에서 10m쯤 더 올라가면 임도(林道)는 좌우(左右)로 나뉜다. 가은읍(문경시) 수예리에서 이안면(상주시) 안용리로 이어지는 임도이다. 이곳에서는 임도를 버리고, 간이화장실과 약수터안내판의 사이로 난 오솔길로 들어서야 한다. 산의 초입에는 참나무들이 대부분이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소나무들의 숫자가 점점 늘어난다.
▼ 오솔길로 접어들면서 본격적인 산행이 시작된다. 오솔길은 처음에는 약간 거친듯하나 점점 또렷해지기 시작한다. 산길은 한마디로 보드랍다. 솔가리(소나무의 낙엽)가 수북하게 쌓여있어, 부드럽게 느껴지는 쿠션감이 여간 기분 좋은 게 아닌 것이다. 비록 갈지(之)자를 만들고서야 겨우 고도(高度)를 높일 수 있을 정도로 가파른 오르막길이지만 힘든 줄도 모를 정도로 편안한 산행이 이어진다.
▼ 등산로 주변에는 봄의 전령인 생강나무가 샛노란 꽃망울을 활짝 터뜨리고 있다.
▼ 개체수가 점점 늘어나던 소나무가 어느새 군락(群落)으로 변해버렸다. 갑자기 코끝을 스치며 지나가는 바람결에서 솔향이 느껴지는 것은. 문득 소나무에서 많이 배출된다는 피톤치드(phytoncide)를 떠올렸음일 것이고, 어쩌면 오늘 산행이 웰빙(well-being)산행이 될 것 같다는 느낌이 만들어낸 결과가 아닐까 싶다. 느티나무를 떠나 20분쯤 더 진행하면 길은 두 갈래(이정표 : 작약산 상봉 0.9Km/ 약수터 0.6Km/ 마을회관 2.0Km)로 나뉜다. 올라오던 길을 따라 곧장 진행하면 정상으로 올라가게 되고, 만일 구미마을이 자랑하는 약수(藥水)를 맛보고 싶은 사람들이라면 이곳에서 오른쪽 길로 들어서야 한다.
▼ 약수의 맛이 궁금해 오른편 길로 접어들면 산길은 산의 사면(斜面)을 따라 이어지다가 반대편 능선으로 붙은 후에는 가파른 오르막길을 만들어 낸다. 이 길은 사람들이 많이 다니지 않은 탓에 자연 그대로의 순수함을 간직하고 있다. 사람하나 지나갈 정도의 가뜩이나 좁은 길은, 가끔 길을 찾기 힘들게 만들기도 한다. 등산로를 정비하지 않고 오랫동안 방치한 탓이다. 통나무로 만든 계단이 곳곳에 보이지만, 바닥의 통나무는 썩은 채로 방치되어 있고, 산길은 흔적을 찾기가 쉽지 않을 정도로 잡목(雜木)으로 뒤덮여 있다.
▼ 부지런한 집사람, 엎드려 있기에 무슨 일인가 했더니만 달래를 캐고 있는 중이란다. 집사람의 부지런함은 산행이 끝날 때까지 이어졌고, 우린 꽤나 많은 산나물을 채취할 수 있었다. 달래, 냉이, 그리고 민들레, 덕분에 오늘 아침 우리 집 밥상에는 봄 내음이 넘쳐흘렀다.
▼ 가파른 오르막길을 20분 정도 오르다가 커다란 바위가 보이는 곳에서 길은 다시 두 갈래로 나뉜다. 이곳에서 약수터는 오른편으로 진행해야 하나, 이정표가 세워져 있지 않아 길을 못 찾을 우려가 있으므로 주의가 요구되는 지점이다. 갈림길에서 오른편에 보이는 거친 사면길로 접어들어 3분 정도 걸으면 계곡 아래에 약수터가 보인다. 이 약수는 옛날부터 위장병 등에 특효하다고 알려져 있다. 일제 말엽에는 나병이 낫는다고 하여 인근지방 나병환자들이 몰려와 치료하는 것을 동민들이 불결하다고 쫓아내었다는 일화가 있다. 해발 760.5m 8부 능선 귀암 절벽(絶壁) 상단 자연석이 갈라진 부위에서 사시사철 똑 같은 양의 약수가 흘러나온다고 한다.
▼ 아까의 갈림길로 되돌아와 지능선으로 올라붙은 후, 산골짜기로 다시 내려섰다가 다음 지능선으로 올라서면 아까 헤어졌던 정상으로 향하는 산길과 다시 만나게 된다. 이 길은 비탈진 사면(斜面)을 따라 나 있기 때문에 주의가 요구되는 구간이다. 안전설비가 일절 없기 때문에, 만일 미끄러지기라도 할 경우에는 큰 부상이 우려되기 때문이다.
▼ 주등산로를 만나고 나면 이어서 정상까지는 금방이다. 마을회관을 출발한지 1시간30분 정도가 지났다. 두어 평도 채 안 되는 비좁은 정상에는 정상표지석과 이정표(거북바위 50m/ 저음리, 약2시간30분/ 수예리)가 세워져 있다. 정상에 서면 산행을 출발했던 구미리와 이안면의 들녘이 눈에 잘 들어온다.
▼ 조망(眺望)이 뛰어나다는 거북바위로 향한다. 거북바위는 바위의 모양이 거북의 형상을 하고 있어 그렇게 이름 붙여졌다고 한다. 거북의 꼬리라는 뜻의 구미(龜尾)마을의 어원이 되는 곳이며, 옛날에는 마을사람들이 기우제(祈雨祭)를 지내던 장소이기도 하다. 바위에 올라서서 마을을 내려다보면 가슴이 시원하게 뻥 뚫린다. 상주시 방향뿐만이 아니고 문경시 방향도 시원스레 조망(眺望)이 터진다. 봉황산, 속리산, 대야산, 백화산을 거쳐 대미산으로 이어지는 장쾌한 백두대간(白頭大幹)의 능선이 파노라마처럼 펼쳐져 가슴을 뭉클하게 한다.
▼ 작약산에서 시루봉으로 향하는 능선은 한마디로 곱다. 고저(高低)의 차이가 거의 없는 봉우리들이 늘어선 능선을 오르내리게 되는데, 능선은 밭을 일구어도 충분할 만큼 널따란 분지(盆地)형태를 띠고 있다. 시루봉까지의 능선은 문경시와 상주시의 경계를 겸하고 있다. 왼편은 문경시(가은읍), 그리고 오른편은 상주시(이안면) 땅인 것이다. 능선이 넓어서 불편한 점도 있다. 길의 흔적을 놓치기 쉽기 때문이다. 산악회 리본을 잘 살피면서 진행하는 것이 요구되는 구간이다.
▼ 작약산을 출발해서 20분 정도가 지나면 이정표(작약산 임도 1.5Km/ 작약산 상봉 0.6Km) 하나를 만나게 되는데, 이곳에서는 임도를 가리키는 방향으로 진행하면 된다. 이어서 봉우리를 넘나들면서 고도(高度)를 점점 떨어뜨리던 능선은 시루봉 못미처의 능선에서 두 갈래(이정표 : 시루봉 정상 0.6Km/ 임도 1.3Km/ 작약산 상봉 2.2Km)로 나뉜다. 오른편에 보이는 지능선을 따르면 이안면 안룡리에서 은척면 수예리의 산길을 잇는 임도로 내려서게 되므로, 시루봉은 왼편 능선으로 올라서야 한다.
▼ 시루봉으로 향하는 능선은 마지막으로 길고 깊게 아래로 떨어졌다가 다시 오르막길을 만들어낸다. 오늘 산행의 마지막 어려운 구간이다. 그동안 떨어졌던 고도(高度)를 한꺼번에 복구해야 하기 때문이다. 오르막길의 가파른 구간에는 로프를 매달아 놓았고, 중간에 벤치까지 구비해 놓아 오르는 사람들을 배려하고 있다.
▼ 작약산을 출발한지 50분 정도가 지나면 드디어 시루봉 위에 올라서게 된다. 시루봉 정상도 작약산과 마찬가지로 두어 평이 채 못 되는 좁다란 분지(盆地)이다. 정상에는 정상표지석과 산에 대한 설명판, 그리고 산행안내도와 이정표(임도 2.0Km/ 작약산 상봉 2.2Km)가 세워져 있다. 정상석 앞에는 시산제(始山祭)를 지낼 수 있도록 제단(祭壇)을 만들어 놓았다. 그런데 정상석에 ‘작약산’이라고 쓰여 있어 눈살을 찌푸리게 만든다. 비록 행정기관이 아닌 동호회에서 만들었다고 하지만, 여러 사람들이 보게 되는 시설이니 신경을 썼어야 하는 게 아닐까 싶다. 정상에 서면 이안면의 들녘이 발아래에 펼쳐진다.
▼ 시루봉에서 임도로 내려가는 하산 구간은 소나무 향기를 맡으며 산림욕을 겸할 수 있는 멋진 구간이다. 산길이 경사(傾斜)가 너무 심해서 왔다갔다 갈지(之)자를 만들어야만 겨우 고도(高度)를 낮출 수 있을 정도로 가파른 내리막길이지만, 조금도 무릎에 지장을 주지 않을 정도이다. 바닥에 수북하게 쌓인 솔가리로 인해 마치 양탄자 위를 걷고 있는 것같이 폭신폭신하기 때문이다.
▼ 소나무가 많은 산의 특징대로 이곳도 송이버섯이 많이 나는 모양이다. 솔향기를 만끽하면서 산을 내려서다보면 비닐로 지어진 산막(山幕)을 만나게 되기 때문이다. 산막근처에 이정표(임도 0.9Km/ 시루봉 정상 1.1Km) 하나가 세워져 있다. 이 곳에서 고민이 시작된다. 지도(地圖)가 지시하는 임도(林道)는 이정표가 지시하는 방향으로 진행해야 하는데 오른편에 또렷한 등산로가 보이는 것이다.
▼ 아래 사진처럼 임도로 가는 산길이 또렷한데도, 고민 끝에 오른편으로 내려선다. 아침에 산행대장이 30분 정도 능선을 따라 진행하다가, 오른편으로 내려서라고 했기 때문이다. 오른편으로 접어들어 가파른 내리막길을 10분 정도 내려서면 임도와 만나게 된다. 아침에 출발할 때 만났던 가은읍 수예리에서 이안면 안용리로 이어지는 임도이다.
▼ 임도에서 방황이 시작된다. 수예리 방향으로 10분 정도 걸었지만 산 아래로 내려서는 길이 보이지 않기 때문이다.(참고로 내려서는 지점인 계곡을 자세히 살피면 등산로가 보인다고 한다) 다시 되돌아와 이번에는 반대편 임도를 따라 고갯마루로 올라선다. 아까 산막에서 헤어졌던 등산로로 진행했을 경우에 이르게 되는 지점이다. 또 다시 고민이 시작된다. 지도(地圖)에 표기된 지형(地形)과 눈앞에 펼쳐지는 지형이 다른 것이다. 고민 끝에 산행대장에게 전화를 해보지만 정답은 나오지 않는다. 그분도 아직 이곳을 지나가지 않았기 때문에 상황을 모르는 것이다.
▼ 우여곡절 끝에 이력이 있는 산꾼으로 소문난 이상혁선생을 만나 고갯마루에서 맞은편 능선으로 올라선다. 산길은 봉우리 위까지 짧게 올랐다가 이내 하산길을 만들어 내는데, 길이 비록 또렷하지는 않지만 어렵지 않게 찾을 수는 있을 정도이다.
▼ 산행날머리는 구미마을(원점회귀)
임도 앞 봉우리를 넘으면 나뭇가지 사이로 구미마을이 보이기 시작한다. 가파른 내리막길을 10여분 내려오면 잘 가꾼 묘(墓)들이 4기(基)가 보이고, 이어서 능선이 조금 더 나지막하게 허리를 낮추면 또 다른 묘역(墓域)이 나타난다. 아마 마을 사람들이 선산(先山)으로 이용하고 있는 모양이다. 묘역을 벗어나면 들녘 저 건너편에 아침에 출발했던 구미마을이 보이고, 농로(農路)를 따라 10분 정도 더 걸으면 마을회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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