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이산(972m)

 

산행일 : '07.6.2

소재지 : 강원도 정선군 남면

산행코스 : 양지마을 잠수교-백이산-감투바위-벽암산-마치재 

 

 

정선군 남면에 위치한 백이산(伯夷山·971m)은 원시 그대로의 자연을 간직하고 있는 산이다. 동강의 상류를 이루는 동남천변에 솟구친 이 산은 울창한 숲에 덮여 있으면서도 멋진 조망을 보여주었다. 북으로 가리왕산이 둥근 달처럼 솟아 있고, 두타·청옥산에서 매봉을 거쳐 함백산과 태백산으로 이어지는 백두대간은 강원 내륙을 감싸안고 있었다.

 

 

손 타지 않은 산은 자연 그대로 살아 있다. 백이산이 그랬다. 산릉이 산나물로 온통 먹을거리였다. 구름이 몰려오면서 바람이 숲을 파고 들고 나뭇가지가 살랑살랑 흔들리면서 산은 한층 맑아졌다. 맑은 빛깔의 숲길에 맑은 햇살. 거기에 바람까지 더해지니 더 이상 바랄 게 뭐가 있으랴 싶어졌다. 산사면에서 사람들이 올라왔다. 손에 색이나 비닐 봉지를 들고 있는 이들은 대부분 나물 산행객들이었다.

 

암봉을 왼쪽으로 길게 우회해서 좁은 사면을 따라가니 왼쪽은 벼랑이라 조심스럽고 나뭇가지사이로는 소위 정선지맥의 산봉들이 그 모습을 보여준다. 거의 수직절벽처럼 이어지는 흙길을 나뭇가지들을 잡고 힘겹게 올라가면 능선이 갈라지는 925봉이 나오고 그제서야 멀리 백이봉 정상의 암벽들이 시야에 들어온다. 운해에 덮혀있는 산봉들을 바라보며 안부로 떨어졌다가 쭉쭉 미끄러지는 진흙길따라 백이산(971.5m) 정상에 오르니 돌탑과 삼각점(정선319/2004재설)이 있고 무수한 산봉들이 둘러싸고있어 그 이름도 제대로 가늠하지 못한 채 탄성만 지른다.

칼날봉, 서늘한 숲에서 잠시 쉬고 앞에 보이는 암봉을 겨냥하고 안부로 떨어져 내려가면 오른쪽으로 우회하는 길이 보이고 분홍색 비닐끈도 걸려있지만 혹시 계곡으로 내려가는 길이 아닐까 우려하여 암봉 바로 밑을 돌기로 한다.  암봉을 돌아올라 나뭇가지들을 잡고 푸석거리는 좁은 암릉의 날등으로 내려서니 양쪽으로 급한 벼랑을 이루고있고 낙석이 수시로 굴러 떨어져 긴장이 된다. 조심스레 암릉을 벗어나면 이제는 건널 수 없는 절벽지대가 나타나고, 나무들을 잡고 오른쪽 수직사면으로 길게 벼랑을 우회해서 고생하며 내려가면 밑에서 올라오는 길과 만나고 곧 안부로 올라선다.

 

 

벽암산(923m)
나물캐는 사람들이 버린 펫트병만 간간이 나뒹구는 완만한 숲길을 따라가며 낮은 봉우리들을 연신 넘는다. 능선이 서쪽으로 갈라지는 갈림봉을 지나서 시간가는 줄 모르고 나무을 캔다. 주위에 나물이 지천이기 때문이다. 암릉이 다시 나타나고 진땀을 줄줄 흘리며 벽암산(923.4m) 정상에 오르니 작은 헬기장에는 삼각점(정선462/2004재설)과 작은 비닐코팅판이 걸려있고 나무들에 둘러싸여 조망은 막혀있다.

 

백이산에서 벽암산까지 가려면 제법 뻐근한 거리를 걸어야 한다. 백이산 정상에서 남쪽 안부로 내려서면 능선 왼쪽 나뭇가지에 매달린 빨간 리본이 보인다. 이 방향으로 하산하듯 내려서면 안부에 닿고, 여기서 눈앞에 보이는 암봉 오른쪽 사면으로 내려서다 트래버스하면 암봉을 우회해 다시 능선에 올라선다. 이후 벽암산까지 길이 희미하기는 하더라도 방향을 잃을 염려는 거의 없다. 그렇지만 벽암산은 신동과 남면을 잇는 38번 국도상의 마차치에서 출발해 정상에 올라섰다가 능선을 따라 백이산 쪽으로 향하다 수광암 쪽으로 하산하는 코스는 길이 나 있으나 정상 북쪽인 광덕리 쪽으로는 길을 찾기가 어려운 상황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