묵방산 (萬垈山, 680m).묵방산(墨坊山, 611m)
산행일 : ‘12. 1. 21(토)
소재지 : 강원도 홍천군 동면과 횡성군 공근면의 경계
산행코스 : 어둔리 주막거리→치치박골산(송락봉)→작은 만대산→739.6봉→만대산→묵방산→적봉교(산행시간 : 5시간30분)
함께한 산악회 : 월산악회
특징 : 말 그대로 오지(奧地)의 산, 대부분 흙으로 이루진 전형적인 육산(肉山)이나, 작은 만대산의 정상어림과 한강기맥과 만나는 지점 부근은 제법 험한 바윗길을 보여주기도 한다. 우리나라의 모든 산을 다 올라보고 싶은 사람들은 한번 쯤 찾아봐도 무관(無關)하겠으나, 구경거리를 찾아다니는 사람들이라면 권하고 싶지 않은 산이다. 참나무로 가득 찬 흙산에서 구경거리를 찾는 것은 한마디로 어불성설(語不成說)일 것이기 때문이다.
▼ 산행들머리는 어둔리 주막거리
중앙고속도로 횡성 I.C를 빠져나와 5번국도(國道/ 홍천 방향)를 따라 달리다가, 공근면소재지(所在地)에서 406번 지방도(地方道/ 홍천군 동면방향)로 옮긴 후 금계천을 가로지르는 청곡교(橋) 바로 앞에서 왼편의 금계서로(西路)를 따라 들어서면 오래지 않아 어둔리에 이르게 된다. 버스에서 내리면 ‘어둔리 송락봉 등산로 입구’라고 쓰인 이정표(里程標)가 보인다. 이정표가 지시하는 방향에 보이는 조그만 다리를 건너면서 산행이 시작된다.
▼ 논밭 지역을 지나자마자 임도(林道)를 버리고 왼편에 보이는 산길로 들어선다. 길은 무척 가파르면서도 사람들이 잘 다니지 않은 탓인지 흔적을 찾기가 쉽지 않다. 선답(先踏)산악회의 리본으로 방향을 잡아가며 일단 능선에 올라서면 길은 뚜렷해진다.
▼ 능선은 전형적인 흙산, 발밑에서 느껴지는 감촉이 포근하기 그지없다. 그러나 가파른 오르내림이 연속되기 때문에 생각보다는 힘이 드는 편이다. 참나무 일색(一色)인 능선을 따라 걸으면 몇 기(基)의 묘(墓)를 지나서 치치박골산(548m)에 도착하게 된다. 정상표지석은 보이지 않고 볼품없는 바위에 누군가가 송락봉(548m)라고 써 놓았다. 등산로 초입(初入)의 이정표에도 그렇게 적힌걸 보면, 아마 차치박골산을 이곳에서는 송락봉이라고 부르나보다. 산행을 시작한지 40분이 조금 못되었다.
▼ 차치박골산에서 작은 만대산으로 이어지는 능선길은 오르내림이 더욱 가팔라진다. 참나무 일색이던 능선은 점점 소나무의 숫자가 불어나더니만, 잣나무가 우거진 오르막길에 올라서면서부터는 아예 소나무 일색으로 바뀌어 있다. 빈가지만 앙상하게 남은 왼편 숲 사이로 중앙고속도로(高速道路)가 내려다보인다.
▼ 길가 참나무에 겨우살이들이 많이 보인다. 몸에 좋다는 발표가 있은 후부터 부쩍 각광을 받고 있는 식물이다. 아니나 다를까 오지의 산에서 만났던 유일한 사람들은 역시 겨우살이 채취꾼들 이었다.
▼ ‘갈기가 뭔 뜻인데요?’ 우리가 걷고 있는 능선을 ‘갈기능선’이라고 부르면 어떻겠느냐는 내 얘기를 듣고 집사람이 물어온다. 능선이 마치 말의 갈기를 연상케 할 정도로 양쪽 모두 날카롭게 서 있기 때문이다. 갈기의 한 가운데에 로프가 매어져 있는 것이 보이더니 암릉으로 된 길은 점점 더 험해진다. 그리고 이내 작은 만대산 정상(633m)에 오르게 된다. 작은 만대산은 정상표지석이나 이정표는 보이지 않고 삼각점만이 외롭게 정상을 지키고 있다. 산행을 시작한지 1시간 20분 정도 지났다.
▼ 작은 만대산 정상에서 내려서는 길도 역시 암릉이다. 그러나 로프가 잘 매어져 있기 때문에 안전(安全)을 걱정할 필요는 없다. 조심조심 로프에 매달려 내려서다보면 ‘등산로 종점’이라고 쓰인 붉은 색 이정표가 보이고, 왼편으로 내려가라고 방향을 지시하고 있다. 아마도 작은 만대산 구간(區間)만 오르는 사람들이 많은 모양이고, 이정표는 그들을 위해 세워 놓은 듯 싶다. 한강기맥 위에 위치한 만대산으로 가려면 이정표 뒤의 능선을 따라 올라서야 한다.
▼ 갈림길에서부터 다시 오르막길이 시작된다. 오르막길의 끄트머리에서 헬기장을 만나고, 능선은 별다른 특징(特徵) 없이 오르내림을 반복하고 있다. 산행을 시작하면서 보이던 눈발이 점점 굵어지더니, 이제는 제법 함박눈 느낌으로까지 발전되었다. 왼편에 경제림(經濟林) 조성이 목적인 듯한 벌목지가 보인다. 남겨 놓은 몇 그루의 나무가 함박눈에 휩쓸리며 몽환적(夢幻的)인 분위기를 만들어 내고 있다.
▼ 눈 때문에 시야(視野)가 가려 조망(眺望)이 일절 없다. 볼 것도 없으니 그저 앞만 보고 걸을 따름이다. 작은 만대산에서 1시간정도 걸으면 삼각점(741.1m)이 있는 한강기맥분기점(分岐點)과 만나게 된다. 이곳에서 오늘 처음으로 정상표시판을 만날 수 있다.
▼ 한강기맥 : 백두대간의 오대산 두로봉에서 서쪽으로 비로봉, 계방산, 용문산, 유명산을 지나 양평의 두물머리(양수리)까지 이어지는 161km의 산줄기이다. 우리나라 중부권(中部權)을 가로지르며, 많은 명산(名山)을 품고 있다.
▼ 한강기맥분기점(分岐點)에서 오른쪽 방향에 있는 커다라면서도 멋진 소나무 뒤로 내려가면, 등산로는 커다란 바위에서 오른편으로 우회(迂廻)를 시키고 있다. 산의 경사면(傾斜面)을 갈지(之)자로 자르면서 내려가는 길은 위험하기 짝이 없다. 경사(傾斜)가 심한데다가 길의 폭(幅)까지 좁으니 조심해서 내려서야만 한다. 우회가 싫은 사람들은 아까 만났던 바위를 넘으면 되나. 눈길임을 감안한다면 우회하는 것이 더 안전할 것이다.
▼ 암릉을 내려서면 길은 유순해진다. 전형적인 흙산(肉山) 특유의 산길은 포근하고, 굴곡(屈曲) 또한 깊지 않으니 나름대로 여유를 즐기면서 걷는 것이 좋다. 분기점에서 능선길을 따라 1시간 조금 못되게 걸으면 만대산(679m)에 도착한다. 만대산 정상도 역시 정상표지석은 없고, 대신 개인들이 매달아 놓은 정상표지판만 2개가 걸려있다. 이곳에서 오른쪽방향으로 가면 한강기맥방향이고, 묵방산은 왼편으로 진행해야 한다.
▼ 정상에서 묵방산을 향해 왼쪽으로 약 30m 내려선 후, 다시 왼쪽능선으로 내려가야 한다. 주의(注意)가 필요한 구간이다. 잘못해서 곧바로 내려설 경우 가려고 하는 지점의 반대편에 있는 동네가 나오기 때문이다.
▼ 만대산에서 묵방산 가는 길도 역시 유순(柔順)하다. 많이 내려서고 조금 올라서면서 서서히 고도(高度)를 낮추어가기 때문이다. 발목에 부담이 전혀 없는 흙길을 따라 40여분 정도 걸으면 묵방산에 다다르게 된다. 묵방산 정상은 조망(眺望)이 트이지 않은 좁다란 공터에 개인이 만들어 놓은 정상표시판 하나만 매달려 있다.
▼ 하산은 소나무 숲길을 따라 내려선다. 이곳은 온통 소나무들의 천국(天國), 10~20년 정도 되는 소나무들이 대부분인데 궁궐(宮闕)의 기둥으로 세워도 좋을 만큼 굵은 것도 심심찮게 눈에 띈다. 길 주변에 하얗게 착색된 소나무 숲이 색다른 아름다움을 선보이고 있다. 조금 전까지 내리던 눈이 저렇게 아름다운 설경(雪景)을 만들어 내었나 보다. ‘내년 봄에 고사리 뜯으러 와요’ 집사람 말마따나 산길 주변을 온통 고사리가 뒤덮고 있다. 이 능선의 바로 아래에는 우리들이 간혹 머물다 가는 별장(別莊)이 있다. 그래서 집사람의 마음에는 길가에 널린 고사리가 다 자기 것으로 보이나 보다.
▼ 산행날머리는 홍천군 동면 상수도사업장
‘저게 예쁜 소나무인가 봐요’ 집사람이 손끝이 가리키는 곳에 예쁘다고 표현할 정도까지는 못될 것 같은 우람한 소나무 한 그루가 서있다. 산행지도에 ‘예쁜 소나무’라고 적힌 554봉이다. 산길은 이곳에서 오른편으로 급하게 휜다. 가파른 내리막길을 내려서면 오래지 않아 진행방향에 인삼밭이 널따랗게 펼쳐지고, 이내 홍천군 동면의 상수도사업장 건물 옆(적봉교)으로 빠져 나오면서 산행이 마무리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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