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봉산(劍峰山, 530m)

 

 

산행일 : ‘11. 9. 13(화)

소재지 : 강원도 춘천시 남산면

산행코스 : 강촌역→강촌유원지→강선사→강선봉(降仙峯, 484m)→검봉산→육개봉(384m)→문배골 펜션→문배마을→구곡폭포 주차장→강촌역 (산행시간 : 5시간30분 )

 

함께한 산악회 : 집사람과 둘이서

 

 

특징 : 검봉산의 입구에 강촌역이 자리하고 있어 경춘선이 전철(電鐵)로 바뀐 뒤 부쩍 찾는 사람들이 늘어나고 있는 추세이다. 서울에서 접근성이 뛰어나기도 하지만, 산행이 끝나기 전에 만나는 정상 어림의 문배마을에서 맛있는 음식으로 호사(豪奢)를 누릴 수도 있다. 산채 비빔밥과 토종닭 요리를 잘하는 집들이 모여 있기 때문이다. 또한 검봉산은 밖에서 보기에는 험준해 보이나, 막상 산에 들어가 보면 등산로가 위험지대를 벗어나 있어 초보자도 손쉽게 정상에 도전할 수 있기 때문에 가족 산행지로 추천할 만하다.

 

 

 

산행들머리는 경춘선 전철(電鐵) 강촌역

강촌역을 빠져나오면 맨 먼저 눈에 띄는 것은 강선봉, 그 오른편에는 삼악산이 우뚝 솟아있다. 역 앞에서 왼편으로 가면 강촌 시가지(市街地)를 거치지 않고도 강선봉으로 오를 수 있다. 그러나 난 망설임 없이 강촌시가지를 통과하여 강선사를 오르는 코스를 선택한다. 서울을 벗어난다는 게 고작 경춘선으로 대성리와 강촌이 전부였던 시절... MT하면 으레 강촌이었고, 학생들은 이곳을 ‘해방구’로 여겼었다. 그런 추억어린 길을 다시 한 번 걸어볼 생각을 하니 가슴이 설레기 시작한다. 아니 두근거림을 넘어 가슴 저림으로 치닫고 있다.

 

 

 

강촌역에서 오른편으로 내려선 후, 강촌중학교을 왼편에 끼고 돌면 강촌유원지(遊園地)가 시작된다. 길가는 전형적인 유원지, 숙박시설은 물론이고 PC방과 유흥음식점들이 늘어서 있는 풍경은 엊그제 우리가 들렀던 도심(都心)의 한 복판을 연상시키고 있다. 옛 추억을 떠올릴 수 없을 정도로 변해버렸지만 그나마 자전거 대여점에서 빛바랜 흑백사진을 떠올린다. 그 옆에 늘어선 사륜구동바이크가 조금 낯설기는 하지만...

 

 

유원지 중심가를 지나다보면 저만큼에 우람한 절벽(絶壁)이 보이고, 왼편으로 강선사로 들어가는 소로(小路)가 보인다. 들머리에 강선사 팻말이 보이니 길을 헷갈릴 걱정은 없다. 강선사로 오르는 골목길 좌우에는 MT오는 대학생들을 위한 민박집들이 빼곡히 들어서 있다. 골목길을 따라 5분여 오르면 웅장한 바위산이 갑자기 모습을 드러낸다. 강선사는 바로 그 산자락에 고즈넉이 자리 잡고 있다. 강선봉에 오르기 위해선 강선사 입구의표지판이 지시하고 있는 방향으로 진행해야만 한다. ‘강선봉 1.05㎞, 검봉산 3.10㎞’라고 적혀 있다.

 

 

강선사(降仙寺) , 한국불교(韓國佛敎) 5대 종단(宗團) 중의 하나라는 ‘대한불교 법화종(法華宗)’에 소속된 사찰(寺刹)로서 약 50년의 역사를 가진 절이다. 법화종은 법화경(나무묘법연화경)을 소의 경전(所依 經典 : 교파의 수행의 근간이 되는 경전)으로 하고 있으며, 주요사업의 하나로 사찰납골당을 추진하고 있다. 강선사에서도 역시 극락정토원이라는 납골당(納骨堂)을 운영하고 있다.

 

 

경춘가도와 나란히 달리는 북한강 전경이 주변 산세와 어우러져 한 폭의 수채화를 그려내고 있다.

 

 

 

강선사에서 강선봉으로 오르는 코스는 몹시 가파르고 큰 바위가 곳곳에 널린 너덜길이다. 길은 험하지만 곳곳에 로프를 설치해 놓아 등산객들의 안전(安全)을 돕고 있다. 40분 정도를 힘들게 능선에 오르면 오른편은 가파른 암벽(巖壁)이다. 암릉의 특징대로 조망이 뛰어난 전망대가 가끔 보이고, 바위에 올라서면 북한강과 삼악산 줄기가 어우러진 멋진 경치가 나타난다. 강선봉으로 오르는 구간에서 만나는 풍광이 오늘 산행 중에서 가장 뛰어나다.

 

 

새로 지어진 강촌역사

 

 

 

 

강선봉을 오르는 중간에 만나는 고사목. 춘천 방향의 전망이 좋다

 

 

 

 

강선봉 정상은 바위로 이루어져 있다. 넓지 않은 분지(盆地)에 정상표지석은 찾아볼 수 없고, 강원대 산악회에서 세워 놓은 강선봉 입간판을 보고서야 이곳이 강선봉의 정상임을 눈치 챌 수 있다. 정상에 서면 서쪽과 남쪽으로 검봉산과 봉화산이 한눈에 들어온다. 강선봉은 암벽으로 우뚝 솟아있는데 옛 적엔 ‘칼바위’라고 불린 적이 있었단다. 이를 미루어볼 때 검봉산이라는 이름은 아무래도 이곳 강선봉에서 유래했을 것 같다. 실제로 검봉산은 평범한 흙산이니까 말이다. 산행을 시작한지 1시간이 지났다.

 

 

 

강선봉 정상에는 이정표가 없고, 또한 사방이 바위로 되어있어 길의 흔적을 찾아내기도 쉽지가 않다. 검봉산으로 가려면 왼편(남쪽)의 경사가 심한 사면을 가파르게 내려섰다가 오른편으로 돌면서 길을 찾아야 한다. 검봉으로 이어지는 능선의 초반은 오른편이 까마득한 낭떠러지이다. 절벽의 난간에 쇠로프로 안전펜스를 만들어 놓아 사람들의 접근을 막고 있다.

 

 

 

 

 

암벽구간이 끝나고 검봉산으로 가까워지기 시작하면서 주변의 풍경은 확연히 변한다. 이제까지의 이어오던 바위산의 모습은 어디서도 찾아볼 수 없고, 전형적인 흙산(肉山)의 모습을 보여준다. 따라서 길은 순하고, 걷기에 부담이 없다. 말안장 같은 능선, 말안장이 포근한 흙으로 덮여있으니 당연히 편하게 걸을 수 있을 것이다. 거기다가 낙엽까지 수북하게 쌓여있으니...

 

 

 

 

 

정상 가까이에서 만나는 짧은 바위지대를 통과하면 이내 검봉산 정상이다. 검봉산 정상은 서너 평 됨직한 흙으로 이루어진 분지(盆地)로 특별한 볼거리는 제공하지 못하고 있다. 정상의 한가운데에 두 개의 정상표지석이 세워져 있다. 그리고 그 옆에는 산행안내도가 서있고... 강촌에서 올라오는 길목에 널따란 바위 몇 개 놓여있으니 잠깐 쉬었다가도 좋을 일이다. 산행을 시작한지 2시간이 지났다. (정상의 이정표 : 문배마을 1.95Km・봉화산 4.7Km/ 강선봉 2.05Km/ 매표소 1.28Km)

 

 

검봉산 정상 인근의 전망데크. 북한강 줄기가 까마득히 내려다보이는 가운데 삼악산을 비롯해 명지산, 국망봉, 화악산, 삿갓봉, 용화산 등 주변 산이 한눈에 들어온다.

 

 

 

하산길은 목조계단이 잘 설치돼 있어 안전하지만 대신 지루하다. 10여분 계단을 내려오면 표지판과 간이의자가 놓인 숲속 쉼터가 나타난다. 표지판에는 ‘문배마을 1.9㎞, 정상 0.57㎞’라고 적혀 있다. 이곳에서 길은 두 갈래로 나뉜다. 문배마을로 가는 길과 육개봉과 굴봉산으로 가는 길이다. 그러나 내가 가려고하는 봉화산은 이정표에 표시되어 있지 않다. 벤치에서 점심식사를 하고 있는 등산객들에게 물어보지만 그들도 고개만 갸우뚱... 어림짐작으로 방향을 잡아 진행한 길은 육개봉 방향, 문배마을로 내려가는 길보다는 능선으로 이어지는 육개봉 방향이 더 신뢰(信賴)가 갔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 결정이 오늘 산행을 고난의 연속으로 만들어버렸다. 봉화산으로 가려면 이곳에서 왼편의 문배마을 방향으로 능선을 타고 가야한다. 가는 길에 왼편에 문배마을이 보이지만 무시하고 곧바로 진행하면 봉화산이 나오기 때문이다.

 

 

 

확신 없이 진행하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 마음이 놓인다. 작은 봉우리 하나를 넘자 잘 정비된 등산로가 눈에 들어왔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것이 또 하나의 실수였다. 이 길은 사람이 많이 다녀서 잘 닦인 길이 아니고, 강촌리조트에서 스키장을 찾는 사람들을 위하여 검봉산까지 등산로를 정비해 놓았기 때문이란다. 육개봉으로 가는 등산로는 경사가 완만한 능선으로 이어진다. 거기다가 낙엽까지 수북하게 쌓여 걷기가 무척 편하다. 그러다가 100m 정도의 급경사의 오르막길을 오르면 이내 정상(384m)에 이르게 된다. 정상에는 정상표지석 대신에 육개봉이라고 적힌 종이코팅지 2개가 나뭇가지에 매달려 있을 따름이다. 사방이 숲으로 둘러싸여 조망도 일절 없다.

 

 

 

육개봉에서 고민이 시작된다. 이곳의 이정표가 지시하고 있는 굴봉산은 분명히 아님을 알기 때문에 다른 길이 있는지 찾아본다. 길이 없다. ‘길이 있나요?’ 언제 도착했는지 머리가 하얀 노인장께서 길을 물어 오신다. 그리고 길을 잘못 들었음을 알고 검봉산 방향으로 뒤돌아 나온다. 10분 정도 돌아 나오는데 오른편으로 등산로가 열려있는 것이 보인다. 다른 사람으로부터 설명을 들었다는 노인장분의 말씀을 쫒아 오른편으로 내려선다. 이것이 또 실수였다. 우린 전망대 아래의 삼거리까지 되돌아 나가야했던 것이다.

 

 

 

고저(高低)가 크지 않게 오르내리던 등산로가 갑자기 급경사 내리막길을 만들어내고 있다. ‘앗! 잘못 들어왔다’ 그러나 되돌아 나가기에는 너무 늦어버렸다. 그냥 내려가자고 말하는 집사람의 의지는 너무나 확고(確固)하다. 힘든 내리막길의 끝에는 ‘문배골 펜션’이라는 간판이 걸린 잘 지어진 건물이 있었다. 펜션 앞에서 또다시 고민이 시작된다. 그냥 잘 닦인 임도(林道) 로 내려가야 하느냐? 아니면 문배마을을 향해 산을 넘어야 하느냐이다. 이곳이 어디인줄 알면 결정을 내리기에 편할 터인데도, 나에게는 지도가 없다. 또다시 찾아오는 후회... 우선 산이 자그마하고, 이전에 세 번이나 찾아왔다는 자신감 때문에 지도를 챙겨오지 않은 내 자신이 너무나 창피스럽다. 나중에 지도를 확인해 본 결과, 하산지점은 백양리였고 임도를 따라 곧장 내려갈 경우 경춘선 경강역에 닿게 됨을 알 수 있었다.

 

 

 

‘문배골 펜션’에서 목을 축인 후, 문배마을이라고 적힌 이정표가 지시하는 데로 산행을 이어간다. 등산로는 골짜기를 따라 길게 이어진다. 평소에 지나다니는 사람들이 많지 않은지 잡초로 뒤덮인 길은 거칠기만 한데, 그나마 길가에 곱게 핀 들국화와 물봉선화가 다소나마 위안을 주고 있다. 계곡이 끝나고 문배마을로 오르는 등산로는 그야말로 급경사(急傾斜) 오르막길, 가파름을 배겨낼 수가 없어서인지 등산로는 갈지(之)자로 몸부림을 치면서 조금씩 고도(高度)를 높여가고 있다. ‘어디서 오시기에 이 길로 올라오시나요?’ 중턱쯤에서 만난 사람들이 신기하다는 듯이 물어온다. 2男2女로 약초를 캐는 사람들인 모양인데, 그만큼 이 길로 다니는 등산객들이 뜸하다는 얘기일 것이다. 길을 잘못 들어 ‘육개봉’까지 갔다가, 이어서 산 아래까지 내려갔고, 다시 산을 올라오고 있는 중이라는 대답을 듣고는 놀라는 기색(氣色)이 역역하다. 약초꾼들이 놀랄 정도의 코스이니 집사람이 힘들어 하는 것은 당연한 일, 집사람의 얼굴빛이 사색(死色)으로 변한지는 이미 오래이다.

 

 

 

끊임없이 이어지던 오름길이 끝나면 검봉산에서 봉화산으로 이어지는 능선의 안부 사거리에 올라서게 된다. 이곳에서 왼편은 검봉산(1.87Km), 봉화산은 오른편 2.9Km지점에 있다. 맞은편 바로 아래에 문배마을이 보인다. 사거리에서 봉화산 정상으로 향하고 싶지만 집사람에게 말도 못 부친다. 집사람에게는 그만한 체력이 남아있지 못함을 이미 알고 있기 때문이다. 육개봉에서부터 길을 잃고 같이 헤맨 노익장을 자랑하는 할아버지와 헤어져 문배마을로 내려선다. 그렇게 고생해 놓고도 봉화산을 오를 체력(體力)이 남아있다니, 체력이 나이와 비례하는 것이 아님은 분명할 것이다. 문배마을은 한마디로 말해 하늘에 떠 있는 작은 마을이다. 봉화산의 능선과 검봉산의 작은 능선 사이 2만여 평의 분지(盆地)에 10여 가구가 토속음식을 판매하며 모여 살고 있다. 마을이름은 약 200년 전쯤 산간에 자생하는 돌배보다는 조금 큰 문배나무가 많이 있어서 그렇게 불리게 됐다고 전해진다.

 

 

 

예전에는 화전민(火田民)들이 모여 살던 심심산골이 이제는 소문난 관광지(觀光地)로 변했다(오늘은 추석 다음날인지라 등산객들이 뜸한데도, 문배마을에서 내려가는 길에 만난 사람들이 100명도 훨씬 넘었다). 주민들의 생계도 농업보다는 요식업으로 바뀌었다. 비록 아직도 전형적인 시골풍경을 그대로 유지하고 있지만, 이 또한 이곳을 찾는 사람들의 입맛에 맞추기 위해서일 것이다.

 

 

 

문배마을 앞에는 커다란 저수지(貯水池)가 조성되어 있었다. 저수지 가운데에 있는 파이프는 아마 분수시설인 듯, 그만큼 관광지로 잘 관리하고 있음이다. 저수지의 하부가 춘천이 자랑하는 구곡폭포(九谷瀑布)이니 아마 폭포의 수량을 조정하는 역할(役割)도 하고 있을 것이다. 문배마을에서의 하산은 저수지 옆의 통나무집 오른쪽 길을 따라 50m정도의 언덕을 넘어야 한다. 갈지자로 구불대고 있는 경사진 길은 분명히 등산로이련만 맞은편에서 헉헉대고 올라오는 사람들의 차림새는 전형적인 야외나들이 복장이다. 그들은 문배마을이 해발 500m에 가까운 곳인데도, 산으로 생각하고 있지 않은 모양이다. 그래서 내리막길은 산책로의 냄새를 풍기고 있다.

 

 

 

 

산행날머리는 강촌역(원점회귀)

문배마을에서 구곡폭포 입구의 매표소(賣票所)까지는 1.7Km, 그리 먼 거리는 아니지만 이미 5시간 가까이를 걸으면서 바닥나버린 체력으로는 만만치 않은 거리이다. 힘들어하는 집사람과 보조를 맞추며 40분 정도를 걸어 내려오면 시멘트로 포장된 임도(林道)가 보이고, 임도를 따라 조금 더 걸어 내려가면 구곡폭포 앞 매표소이다. 구곡폭포가 비록 춘천이 자랑하는 절경이라지만 여름과 겨울, 그리고 가을에 세 번이나 들러봤기에 다시 둘러보는 것은 생략하기로 한다. 춘천에서 강촌을 거쳐 이곳까지 다니는 버스를 이용해 강촌역으로 갈수 있으나 그냥 걸어서 강촌역으로 향한다. 버스가 시간마다 한 대씩 다니고, 다음 버스는 50분 후에나 온다니 어쩔 수가 없다. 매표소에서 20분 정도 걸으면 강촌역에 도착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