맹현봉(1,214m)
우리나라 최후의 오지인 삼둔-사가리 내린천변에 맹렬한 형상으로 솟아있는 산
맹현봉의 계곡인 운리동골은 커다란 암반과 소, 폭포가 어울어져 수려한 경관을 자랑한다.
<삼둔 사가리>
정감록에서 「난을 피해 숨을 만한 곳」으로 꼽는 곳으로
삼둔(생둔, 월둔, 달둔)과 사가리(아침가리, 연가리, 적가리, 명지거리)를 말하며
둔은 「산기슭에 자리 잡은 평평한 둔덕」, 가리는 「계곡가의 살만한 땅」을 의미한다
산행코스 : 계수동-능선삼거리-맹현봉-1218봉-1177봉-안현동
(산행시간 : 나물구경 1시간 포함하여 6시간)
함께한 산악회 : 뫼솔산악회
특징 : 이 산은 사람들의 발길이 닿지 않은 깊은 산이면서도 위험한 코스가 별로 없다.
다만 1218봉을 따라가는 동릉 하산길은 경사가 심해서 미끄럼에 주의해야 한다
계수동 입구에서 바라본 맹현봉
지루한 임도가 끝날 무렵에 나타나는 별장
임도 주변에 잘 닦여진 집터들이 줄지어 있는걸 보면, 아마 임도는 부동산 개발업자들이 만든 도로인듯...
능선에서 만나는 참취의 자태를 구경하며 한 30분을 걷다보면 나타나는 헬리포트
뒷편에 보이는 봉우리가 정상인 맹현봉... 왼쪽에 위치한 방태산의 자태를 찾아보지만 숲에 가려 보이지 않는다
맹현봉 정상은 밋밋한 평지로 헬리포트의 하얀 보도블럭들이 등반객들을 맞고 있다
맹현봉 능선의 대부분을 점령하고 있는 산죽...
주의 하나 : 산죽군락을 만나면 산나물구경을 그만 두세요!!! 산죽의 억센뿌리 때문에 산나물이 살지를 못하거든요
저 끈끈한 삶의 의지를 보라!
비록 비좁은 바위 틈바귀이지만 삶의 의지를 펼치기에는 결코 좁지않다는... 그것도 여러그루가 함께 삶을 공유하고 있다
하산길에 마주치는 철쭉... 아마 물철쭉??
남쪽지방의 철쭉보다 큰 나무에 걸린 꽃들이, 우거진 나뭇잎의 위세에 눌려 어쩐지 왜소해 보인다
백두대간 철쭉은 바래봉에서 피어올라, 서쪽으로 노고단, 동쪽 천왕봉으로 퍼지고
덕유산으로 소백산으로 태백산, 정선 두위봉으로 북상하니, 아마 두위봉이나 연인산도 만개해 있을 듯...
철쭉이 지는 곳에 불쑥 여름이 찾아오고, 꽃불로 뜨겁던 강산이 녹음 짙은 숲으로 서늘한 계절이 된다.
몇년전에 이 근처의 백송들을 주인공으로 한 소설을 읽으며, 그들이 페르몬으로 표현하는 대화를 엿들으며
소나무의 삶과 투쟁, 그리고 그들의 꿈을 가슴으로 받아들인 적이 있는데, 하산길 마주치는 우람한 소나무 군락을 보며
문득 제목도 기억해 내지 못하는 소설의 작가, 그의 가슴속까지 반추해 봄은 역시 산은 나에게 낭만 그 자체인가 보다.
생둔교에서 안현동으로 들어가는 입구의 표지석
오늘 산행의 미진했던 것 중의 하나... 아름답기로 소문난 운리동계곡과, 추억의 살둔산장을 들르지 못한 것이다.
운현동 들어가는 입구에서 바라본 운리동계곡의 하류
저 끄트머리에 거대한 바위를 휘돌리는 부챗살 낙수의 천국인 운리동계곡이 있는데...
방태산
미산계곡을 사이에 두고 맹현봉과 마주하고 있다
곰취...
집에 도착하자 마자 지은 따뜻한 밥에 한입... 입안 그득한 향기가 너무 좋다
좋은 산을 안내해준 뫼솔산악회에 감사!!! 특히 말씀잘하시는 대장님께도...
사실 "MBC 100분토론"의 페널 출연 등 적지않게 TV 출연을 하며, 눌변에 속상한 나이기에 말 잘하는게 여간 부럽지 않다.
우리집 현관을 들어서자 마자 마주치는 사진...
사진에서와 같이 우리부부는 집사람이 언제나 적극적...
산나물을 구분하지 못하는 난... 오늘도 지청구를 친구 삼을 수 밖에 없었다.
산과 강이 어우러진 오지 삼둔. 버들치 어름치가 물살따라 노니는 사가리.
그곳에 간 난... 오늘 하루만이라도 진짜 자연인으로 돌아가 호젓한 산길을 걸어본다.
나물...
지금이야 웰빙식품이라지만 우리 어릴 땐 구황식물이었다.
춘궁기에 보리죽의 양을 불리기 위해 넣을 수 밖에 없었으니 맛이야 그저 씁쓰레하기만 했다
그 시절을 그리며 언젠가 끄적여 본 글귀를 떠올리며 입꼬리에 잔잔한 미소... 오늘의 산행을 마무리한다
어린시절 봄이되면 늘상 배가 고팠다
먹을 것이 없어 비참했던 보리고개, 얼른 모리가 익었으면...
참다 못해 보리서리라도 하다보면 입 언저리뿐 아니라 얼굴 전체가 먹물로 물들었다.
아이야 무슨 소린지 이해할까마는 그래도 들려주고 싶다.
"사기그릇에 고봉으로 가득담은 보리밥과
열무김치 하나로 끼니를 때워도 뿌듯햇던 때가 있었노라고...."
학교갔다 돌아오면 다들 들녁에 나간 빈자리만이 아이들을 반길뿐...
점심때 먹은 도시락은 기억에 없고 처마 밑에 매달린 대나무 광주리만 눈에 차 오를 뿐.
한걸음에 도착한 뒤안 옹달샘가...
바닥에 깔린 보리 알갱이 하나라도 놓칠새라 조심스레 물에 인다.
몽당 놋수저 움직임을 누가 볼새라
두입 걸러 한입 넣는 된장 입힌 풋고추의 얼얼함에 엉덩이 들썩거림은 차라리 추임새다.
그나마도 보리밥에도 정신없이 코박던 옆집아이는 갈비뼈 앙상한 가슴에 배만 남산만했다.
옆집 그 아이 벌써 며느리 본단다. 그 꼬마아이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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