몽덕산에서 부터 가덕산을 거쳐 북배산, 계관산에 이르는 등산로는 고도가 그리 크지 않고, 주능선은 대략 폭 20여m을 나무를 베어내어 방화선을 만든 덕분에 시계가 확보되어 있다. 신갈나무, 소나무들이 숲을 이룬 가운데 방화선에는 억새와 싸리나무, 딸기덩굴이 자리를 차지하여 가을이면 억새꽃들이 산상축제를 벌인다.


산행코스 : 마장이고개-몽덕산-가덕산-북배산-계관산-마을회관(산행시간 : 5시간30분)


특징 : 능선은 나무들이 제거된 후 자연스레 자라난 억새들로 인해 가을산행이 제격이나, 겨울철 눈이 쌓일 경우 상급의 슬로프 구실도 할 수 있을 듯...

 

 

경기도(가평)와 강원도(춘천)의 경계인 마장이고개에서 산행을 시작... 오른쪽으로 난 도로(자동차도 넉넉히 다닐 정도의 규모로 넓히는 공사중이다)를 따라 약 5분정도 오르면 널따란 공터가 나오는데, 앞으로 걷게될 능선이 한눈에 들어오는 등 조망이 일품이다.

 

 

첫 봉우리에서 바라본 오늘 걷게될 능선...아래쪽에서 올려볼 때 꽤 높아 보이는 봉우리들은 올라 갈수록 점점 가파라지고, 등산로의 마사토는 미끄러워 등산객들의 발걸음을 어렵게 만든다

 

 

 

능선은 그 나름대로 아름다운 가을을 구가하는 중이라 길 위엔 낙엽이 수북하다. 곳곳에 단풍이 물든 나무들은 햇빛에 화사한 자태를 빚어 내 억새와는 또 다른 환희의 산길을 만들어준다.

 

 

가평엔 잣나무가 많다는 것을 증명이라도 하려는 양 등산로 한쪽은 잣나무 숲이 점령하고 있다. 저 숲 아래엔 황금빛 솔가리가 잘 건사한 소박한 깔개처럼 얌전히 깔려 있겠지? 다른 한켠엔 굴참나무 숲....

 

 

몽덕산(690m)

찾는 이가 많지 않아 호젓한 산행지로 괜찮을 듯... 정상은 좁은 부위의 마루턱으로, 여기서는 전망이 좋아서 화악산은 물론 가덕산에서 북배산으로 잇는 연릉이 일직선으로 뻗어 나간 모습을 볼수 있다.

 

 

오늘의 산행은 몽덕산에서 계관산까지 주욱 방화선으로 길이 이어진다. 오늘 산행의 컨샙은 억새산행이건만 억새도 억새지만 싸리나무와 잡풀들이 더 반기고 있다.

 

억새가 많을 즈음에는 전국의 유명한 억새밭은 사람의 물결로 홍역을 앓을 것이고, 특히 추억을 새기거나 새로운 추억을 그리고 싶은 사람들로 넘쳐날 것이다. 그게 싫어 유명세를 살짝 비켜난 한적한 곳을 찾았는데, 기대에 미치지 못하는 억새... 이걸 보고 새옹지마라고 하나??

 

 

 

가덕산(858m)

경기도 제1봉인 화악산의 지맥으로 모양새가 당당한 산... 정상은 나무가 별로 없어서 밋밋하지만 전망은 좋은 편으로, 동쪽으로 의암호·춘천호와 호반의 도시 춘천시가 조망되고 서북 방향으로 화악산, 남쪽으로 북배산과 계관산·삼악산으로 이어지는 능선이 펼쳐진다. 100명산에 포함되어 있으나, 산세보다는 검색창의 최 상위에 적혀있어 검색수가 많은 탓에 포함된 듯... 

 

 

가덕산은 인접한 몽덕산과 함께 '멍에덕이'로 부르는 산이다. 두 산의 정상이 마치 말이나 소의 목에 얹고 수레나 쟁기를 끌게 하는 멍에를 닮아서란다

 

 

 

가덕산 정상에서 바라본 춘천호

산 봉우리 사이로 언듯언듯 보이는 호반이 다른 곳보다 더 특별한 것도 없지만, 그래도 작은 무엇이나마 내 가슴속에 쌓이는 또 하나의 추억... 그 길위의 추억은 차곡차곡 쌓여 결코 지워지지 않는 멋진 길로 남겨질듯 하다.  

 

 

북배산까지 이어지는 능선 길의 춘천쪽 방향은 촘촘한 철망으로 막혀있다. 군부대인가 했더니만 같이 산행을 하던 분이 춘천댐의 수질을 보호하기 위해 사람들의 통행을 막으려고 설치한 것이란다(사실 군부대는 압착판을 붙인 철조망을 사용하고 있다)

 

 

능선에 오르면 크고 작은 봉우리가 줄지어 서있고, 봉우리를 잇는 능선의 산불방지용 방화선엔 자연스레 자라난 억새들이 어느새 지나는 사람들의 키를 훌쩍 넘고 있다. 

 

 

북배산(867m)

빼어나지도, 웅장 하지도 않은 수수한 매무새의 산, 주능선 대부분이 시원스레 조망되며, 특히 積雪시 경치는 이색적 분위기를 느끼게 해 준다. 경사진 사면을 그리 힘들게 올라왔지만 정상은 초라하기 그지없다. 봉우리라기 보다는 구릉에 가까운 억새밭에 초라한 표지석 하나 외로이 서있을 따름이다  

북배산은 빤히 보이지만 오르기는 만만찮다. 코가 땅에 닿을 듯 급한 경사... 더구나 바삭바삭 마른 흙길은 미끄러워 보통 때보다 훨씬 더 발걸음을 옮기기 힘들게 만든다

 

 

산을 다니다보면 단풍이든, 야생화든, 억새든 절정의 시각을 맞추기가 여간 어렵고, 하물며 세가지를 한꺼번에 맞춘다는 것은 어불성설이다. 그러나 오늘 만개한 억새를 만났고, 거기에다 비록 시들기 시작하는 구절초와 초입에 들어서는 단풍을 같이했으니 이 얼마나 행운인가? 

 

 

정상에서 바라보는 전망은 마치 뭇 산들이 덩실덩실 춤을 추며 일어서는 듯 하다. 계관산으로 이어지는 산길도 꿈틀대기 시작한다. 앞으로 4Km... 가시넝쿨이 유난히 많이 눈에 띠어 갈길이 만만치 않을 것임을 예고하고 있다.  

 

 

능선은 억새가 방화선 따라 이어져 길 잃을 염려는 없다. 늦가을 정취에 흠뻑 젖어 가는 산길... 그러나 출발한 지 얼마 되지 않아 억새는 진절머리로 나는 존재로 다가왔다. 헤엄치듯 억새를 헤쳐야만 하는데, 풀독 알레르기가 있는 난 행여 가려울세라 억새를 헤치는 것이 두렵다.

  

 

 

표고차가 얼마 되지 않은 작은 봉우리를 오르내리기 수 차례. 사리재에 닿기 전 바위지대를 만났다. 주변 전망도 일품이나 육산에서 만난 바위는 사막의 오아시스처럼 반가움을 더하고, 바위를 뚫고 나와 키를 높인 소나무들의 푸르름이 빗바랜 활엽수들의 스산함과 대조를 이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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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나온 길을 되돌아본다. 되돌아 본 북배산과 가덕산으로 이어지는 능선이 마치 만리장성을 떠올리게 한다

 

 

계관산(736m)

산의 모습이 흡사 닭의 벼슬과 같이 생겼다 하여 이름지어진 산으로, 정상에 서면 북으로는 북배산, 가덕산이 가까이 보이고, 그 오른쪽으로 용화산과 오봉산, 동쪽 발 아래로는 물위에 떠 있는 듯한 춘천시내와 의암호가 보인다

 

 

소슬한 바람이 분다. 활짝 핀 억새들의 움직임이 무척 가볍다. 어디선가 청아한 새소리도 들려오고... 개스의 흐림속에서도 해는 둥근데, 하늘엔 깃털구름 둥둥... 저멀리 희미하니 삼악산이 떠있고, 동쪽으로 춘천시내와 의암호가 코 앞이다 

 

 

만개한 억새꽃...바람에 나부끼고 있는 솜꽃은 능선위로 지나가는 구름과 함께 사뭇 정감어린 풍광을 만들고, 억새꽃이나 구름은 흔하디흔한 것이지만 사위가 훤히 조망되는 호젓한 능선에 오면 두 가지 꽃은 각별한 빛을 발한다. 

 

 

가을이 깊어가면서 산 속의 바다도 깊어진다.

능선마다 바람에 출렁이는 억새의 물결. 그 회백색 파도.......

 

 

억새꽃은 그 생김이 백발과 비슷해 쓸쓸한 정서로 와닿는다. 그래서 황혼과 잘 어울린다. 억새꽃을 가장 멋지게 감상하려면 해질 무렵 해를 마주하고 보아야 한다. 낙조의 붉은 빛을 머금으며 금빛 분가루를 털어내는 억새를 바라볼 때, 스산한 가을의 서정이 긴 여운으로 남는다

 

 

 

계관산에서의 하산은 표지석 바로 뒷편의 서쪽 능선을 타면 된다. 경사가 심한 바윗길엔 참나무와 진달래가 주종이고, 낙엽이 많이 쌓인 탓에 미끄러우므로 주의를 요한다, 30분쯤 내려가면 전망이 트이는 안부를 만날 수 있고, 이곳에서는 잘 가꾸어진 잣나무 조림지와 오늘 지나온 능선들이 한눈에 들어온다.

마을회관 가까이 오면 땀에 젖은 몸 씻고가라며, 조그만 개울이 하산하는 이들을 기다리고 있다

 

 

마을회관 근처의 논은 이미 추수를 끝냈다. 무더운 여름철 고생한 대가라며 벼짚단으로 훈장삼고, 풍요의 상징인양 누우런 배만 디립다 내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