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협산 (海峽山 531m)-정암산 (正岩山 403m) 연계산행
위치 : 경기도 광주시 퇴촌면 - 남종면
산행코스 : 퇴촌읍-오리교-국사봉-해협산-409봉-정암산-귀여1리(산행시간 : 점심시간 포함 5시간30분)
산행일 : '08. 12. 28(일)
같이한 산악회 : 백두산악회
특징 : 산세가 험하지 않고 강과 연접해 있어 가족단위 산행지로 적당한 곳이다. 그러나 팔당호라는 아름다운 주변경관을 끼고 있으면서도, 나무에 가려 그 모습을 제대로 느껴볼 수 없는 안타까운 산이다.

지하철 2호선 강변역, 1번 출구 건너편 버스정류장에서 13-2번 버스를 탑승, 퇴촌읍에서 하차한다.
한시간여를 시내버스 속에서 같혀있었으니 하차할 때 쯤이면 생리현상이 필요한 사람들이 생겼을 터... 이런 분들을 위한 소중한 정보 하나!! 슬그머니 토마토노래방 화장실을 이용하면 된다.

산행들머리는 도마토 노래방에서 맞은편으로 난 횡단보도를 건너 오리교 방향으로 5분 정도를 걷는다.

산행들머리는 남종면으로 향하는 지방도의 오리교에서 약 30m 전방, 도로변에서 우측으로 진행... 들머리는 낡은 산행안내판 하나가 외로이 지키고 있다

오늘 산행의 특징중 하나는 길이 참 곱다는 것이다. 아이들이나 나이드신 분도 걷는데 조금도 불편하지 않을 정도로... 가파른 잡목길을 잠시 올라, 굴참나무가 간간히 섞인 소나무 숲길에 들어서면, 푹신거리는 발의 감촉에다 코끝엔 감미로운 솔향... 아흐~~.


국사봉
서너평 남짓한 정상은 정자 한채, 그리고 국사봉 유래를 적어 높은 안내판 하나가 지키고 있다. '고려가 멸망한 후 낙향한 벼슬아치들이 이곳에 올라 개경을 바라보며 달랬단다' 멸망한 나라의 벼슬아치들이라 가슴 또한 작아져서일까? 정상적인 선비들이라면 설마 이정도 봉우리에서 망국의 한을 달랬을 성 싶지 않다. 결론은 뭔가를 의미있게 꾸며보려는 이곳 분들이 조금 무리해서 봉우리 이름을 해석한게 아닐까? 사실 이곳 뿐만이 아니라 다른 봉우리들의 해설도 여간 억지스럽지 않다.

요즘 산을 찾을 때마다 느끼는 것 중의 하나가 해당 지자체에서 산에 쏟는 정성들이다. 이곳도 역시 등산로 주변을 곱게 다듬고 이정표를 세워두는 것은 물론, 쉬엄쉬엄 산행을 즐기라며 곳곳에 벤치까지 설치해 주는 세심함을 보여주고 있다. 물론 그러지 못하는 지자체들도 가끔 보이지만...

해협산까지의 산행은 무명봉과 고개, 삼거리, 사거리 등를 무수히 지나야만 한다. 지리할만 하면 나타나는 이정표... 국사봉과 해협산의 거리표시는 들쭉날쭉 제멋대로인데, 등산로 주변은 간간히 좌우측으로 민가들이 얼핏얼핏 보이는 것이 마치 시골 고향마을 뒷동산에 온듯 친근감을 준다.

완만하게 오르고 내리던 능선은 해협산 밑에서 갑작스레 급경사로 변한다. 국사봉 근처에서 주종을 이루던 소나무들을은 언제부터인가 사라져버리고, 소나무 사이사이에서 간간이 얼굴을 내밀고 있던 굴참나무들이 그 빈자리를 대체하고 있다.

해협산 정상 못미처에 소나무쉼터가 있다. 벤치가 설치되어 있고, 벤치 맞은편이 훤한 게 전망을 위해, 노송 주변의 큰 나무들을 제거한 것 같은데, 그동안 자라버렸는지 작은 잡목들의 끝이 눈가를 웃돌아 전망은 별로다. 다만 아름드리 노송의 자태가 고울 뿐...

조금 덜 자란 잡목위로 가까스로 맞은편 산봉우리를 조망할 수 있지만, 짙은 개스 탓에 그저 희므끄레한 산의 형상만 잡힐 뿐이다. 아마 건너편엔 양자봉이 있을텐데...

정상 근처에 있는 노송의 하늘을 향한 몸부림
산 정상에 올라 바라보는 세상은 또 다른 감동을 준다. 평지에서 자신의 눈높이로 바라보는 세상과는 무언가 다른... 혹시 산의 정상에 오르면 우리의 시야가 새의 눈높이에 도달하기 때문이 아닐까? ‘세상은 넓고 할 일은 많다’ 지금은 망해버렸지만 한때는 전 세계를 떠들썩하게 했던 어느 기업가가 쓴 책의 제목이 떠오름은 정상에서 바라보는 세상이 그만큼 더 넓어서일까?

정상에 오르면 언젠간 내려와야만 하고, 정상에 이르기까지에는 수없는 오르막과 내리막이 있다. 인생도 이와 같은 것... 한사람의 삶에 성공만 있지도 않겠지만, 그렇다고 실패만 연속되지도 않을 것이다. 성공에 자만하지도 말 것이며, 그렇다고 실패를 너무 두려워하지도 말 것이다. 오늘은 산에서 삶을 느껴보자
너무 열심히 오르기만 하면 등산길 여기저기 피어있는 아름다운 들꽃조차 놓치게 된다. 오늘 하루만이라도 느긋하게 걸어보자. 잘생긴 나무는 안아도 보고, 괴상한 바위엔 걸터앉아도 보면서, 길가 들꽃에는 수줍은 듯 입맞춤... 가끔은 가다가 잠시 걸음을 멈추고 새들의 지저귐에 귀도 기울여 보자.

오늘의 퀴즈 : 뒷태 고운 저 여인은 과연 뉠까요? 정상표지석까지 차지한 채로 점심을 먹고 있던 어느 산악회 때문에 난 본의아니게 근처에서 점심식사를 마친 뒤에서야, 다시 돌아와 이 사진을 찍을 수 있었다.
해협산(海峽山 531m)은 천지개벽 당시 온 천지가 물바다가 되어 있을 때, 정상에 있는 "군두바위"에 말뚝을 박고 배를 잡아매었다고 전하며, 바위가 있는 곳이 골짜기라 하여 해협산이라 불렀다 하는데, 글쎄다... 海峽이란 본시 육지 사이에 끼인 좁고 긴 수로를 말하는데, 해설이 해설의 본질을 벗어나 버린 것이 아닐런지... 해협산 정상은 대여섯평의 평지에 정상표지석, 등산안내도 그리고 벤치가 있다.

정상에서는 북쪽으로 남한강과 양평이 조망된다는데, 잡목에 가려 강의 모습은 애시당초 찾아 볼 수도 없고, 눈어림만으로도 찾아 낼 수 있다는 용문산이나 백운봉의 모습까지도 눈에 띄지 않는 것은 오늘의 시계가 제로에 가까운 탓...
눈 내렸던게 꽤 지났는데도 음지에는 아직도 잔설이 남아있다. 길위에 낙엽이 수북해서 눈이 쌓이면 꽤나 미끄러울 것이니 이곳의 겨울산행엔 아이젠은 필수...
해협산에서 정암산을 가려면 좌측으로 이어지는 내리막길은 무시하고 우측(수청리 방향)으로 이어지는 내리막길을 따라 내려가야 한다. 또 다시 나타나는 두어번의 갈림길에서도 좌측 내리막길은 무시하고 무조건 우측으로 이어지는 내리막길을 따라 내려가야 고생을 덜한다는게 통설이란다.
낙엽이 쌓인 부드러운 육산, 정상까지의 능선은 몇개의 봉우리를 오르락내리락 해야만 한다. 정상이 가까워지자 육봉에 심은듯 육중한 바윗덩어리들이 꿈틀거리고 있는데, 곧 이어 오른쪽으로 나뭇가지들 사이로 팔당호가 내려다 보인다.
정암산 (正岩山)
이름대로 정상에는 작은 바위가 하나 있다. 요 정도의 바위를 보고 산 이름에까지 岩자를 넣다니 참으로 넉살도 좋다.ㅎㅎ 정상은 아까 해협산에서 정상을 전세낸 듯이 둘러앉아 점심을 먹고 있어 사진촬영을 어렵게 만들던 어느 산악회 분들에게 이미 점령당해 있다. 이들은 이곳에선 아예 등산안내판에 재킷까지 걸쳐두는 몰상식을 일삼고 있다. 해협산과 마찬가지로 여기서도 버너를 켜고 뭔가 조리까지 하면서... 산에서 뭔가를 느껴보기 위해 산을 찾았다면 먼저 남을 배려해 주는 예의를 갖추는게 필요할텐데.. 휴~~~
정상에서는 나뭇가지사이로 팔당호가 보인다. 겨우겨우 강물을 찾았는데 나뭇가지가 방해를 하다니... 휴~~ 한여름에 올랐다면 울창한 숲들 사이로 한강을 볼 수나 있었을까 싶은 마음으로 위안을 삼아본다.
오른편 팔당호 너머로 운길산이 보인다. 날씨만 좋으면 그 너머 멀리 백운봉과 용문산도 눈에 들어올텐데, 아쉽게도 오늘의 시계는 제로에 가깝다.
정상에서 귀여1리쪽 하산길 초반은 바윗로 바닥을 깔아 놓은 듯, 바윗길이면서도 평평함을 유지하고 있다. 국사봉-해협산-정암산까지의 능선은 삼거리 등의 갈림길이 그리도 많았는데, 정암산에서 귀여1리 쪽 하산길은 외통수 길... 신기하기까지 하다.
낯설었던 이정표가 어느새 낯익은 모습으로 바뀌어 있다. 이런 모습이 더 자연스레 느껴짐은 우리들 일상 또한 자연스러움에서의 일탈에 익숙하지 못함일 것이다.
귀여1리 버스정류장에 도착하니 팔당호쪽 야구장에서 사회인야구팀인듯한 사람들이 연습을 하고 있다. 하산지점의 단점은 퇴촌쪽으로 나가는 버스의 배차간격이 너무 길다는 것이다(2시간 정도). 사이사이 다니는 면내 버스는 일반인들의 탑승을 거부(조금만 더 넓게 보면 우리도 이웃일텐데 배려가 아쉽다)... 버스를 놓친 후미 10명... 여자분 3명은 히치하이킹,, 남자들은 대장님이 수완을 발휘해 픽업한 승합차를 이용해 퇴촌으로 나올 수 있었다.
산행 참가인원이 45명이라나? 영리산악회에서는 이정도면 대박이라고 하는데... 그동안 참여인원에 관계없이 묵묵히 산행을 안내해온 백두산악회 임원분들의 여유를 닮고 싶다.
오늘 산행은 그들을 닮아 조금은 여유롭게 즐겨보자. 삶도 이러한 것... 삶과 죽음은 백지장 한 장의 차이이니 너무 조급해 하지도 말며 지금 주어진 현실에 만족하며 살아보자. ‘행복은 만족이라는 절대 명제 뒤에 찾아온다’ 그래서 많은 우리의 선배들은 인생을 산에서 배운다고 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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