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안산(長安山, 1,237m)
산행코스 : 무룡고개→장안산→중봉→하봉→덕천암 삼거리→범연동 (산행시간 : 3시간)
소재지 : 전라북도 장수군 장수읍, 계남면, 번암면의 경계
산행일 : ‘10. 10. 31(일)
같이한 산악회 : 안전산악회
특색 : 白頭大幹의 영취산에서 갈라져 나온 산으로서 호남정맥이 시작하는 첫 번째 산이자 ‘호남정맥’에서 가장 높은 산이다. 그러나 산의 육중한 덩치에 비해 등산로는 무척이나 여성스럽다는 느낌이 들 정도로 평탄하고 잘 정비되어 있다. 한마디로 말해 부드럽다는 느낌, 만추의 계절에는 억새와 단풍을 한꺼번에 구경할 수 있으니, 가족 나들이를 권하고 싶은 산이다.
* 오늘 산행의 주제는 '길'이다. 오솔길과 부드러운 육산에서는 발걸음이 즐겁다. 어느덧 길 위에는 가을바람을 못 이겨 떨어진 낙엽들이 수북이 쌓여 폭신폭신하고, 길가의 풀들이 노랗게 무르익은 조붓한 길은 예뻐서 '정말 예쁘다'는 말만 셀 수없이 되풀이 하게 만들고 있다. 오솔길이 끝나면 이어지는 나무계단, 장안산에는 그 흔한 바위하나 찾아보기 쉽지 않다.
▼ 산행들머리는 무룡고개
대진고속도로 자우 I.C에서 빠져나와 거창, 안의 방향으로 가는 26번 국도를 타고 가다보면 우측으로 743번 지방도가 보인다. 이 도로를 따라 주욱 들어가면 대곡저수지와 논개 생가를 지나 산행 들머리인 무룡고개에 다다르게 된다. 무룡고개는 백두대간이나 호남정맥을 종주하는 사람들이 구간종주의 기점으로 삼는 곳이라서 찾는 사람들이 많은 편이다. 아니나다를까 찾아드는 사람들을 위해서 고갯마루 위에 상당히 넓은 주차장을 만들어 놓았다.
▼ 산행 들머리인 무령고개에서 나무 계단을 오르면서 본격적인 산행이 시작된다. (반대편은 백두대간인 영취산으로 오르는 길이다) 계단의 초입 左右에는 장안산 안내지도와 다른 여러가지 안내판들이 흡사 어느 전시회를 찾아온 것 같은 착각을 불러일으키게 할 정도로 번잡하게 설치되어 있다. 나무계단이 끝나면 다시 흙길이 나타나고 등산로 주변에는 소나무 일색, 다른 산과 다른 점은 소나무가 마치 낙엽송같이 하늘을 향해 솟구치고 있다는 점이다. 마치 ‘하늘도 넓지만, 땅도 넓다’는 사실을 모르는 것처럼...
▼ 지금 걷고 있는 구간, 그러니까 이곳 무령고개에서 장안산 정상까지는 호남정맥의 일부이다
* 호남정맥, 조선시대 旅菴 申景濬선생이 저술한 ‘山經表’에서 분류하고 있는 1大幹(白頭大幹 : 백두산에서 지리산까지), 1正幹(長白正幹 : 백두산에서 시작해서 동북쪽으로 동해안과 두만강을 나누는 分水山脈), 13정맥(淸北正脈, 淸南正脈, 海西正脈 臨津北 禮成南正脈, 漢北正脈, 漢南正脈, 漢南錦北正脈, 錦北正脈, 錦南正脈, 錦南湖南正脈, 湖南正脈, 洛東正脈, 洛南正脈)중 하나인 호남정맥으로서, 전북 장수군에 있는 백두대간 상의 영취산에서 전남 광양시에 있는 백운산까지 호남지역을 관통하는 총 연장이 462Km인 산줄기이다.
*장안산은 호남정맥의 宗山이자, 매우 영험한 산이라고 소문이 나서, 가뭄이 들면 이곳에서 祈雨祭를 지내냈었단다. 예부터 우리 조상들은 우리나라의 ‘으뜸 산과 으뜸 강’을 각각 12개씩 선정하여 12宗山과 12宗江으로 불렀는데, 여암 신경준선생이 저술한 '東國文獻備考’의 ‘與地考’에는 12종산을 삼각산, 백두산, 원산, 낭림산, 두류산, 분수령, 금강산, 오대산, 태백산, 속리산, 장안산, 지리산이라고 적혀있다.
▼ 팔각정, 무령고개에서 5분 정도 오르면 삼거리를 만나게 되고, 오른편으로 오르면 멋진 조망을 보여주는 팔각정이 나온다. 이곳에서는 산 아래 위치한 대곡호를 비롯해 즐비하게 늘어선 멋진 산들을 한눈에 볼 수 있다. 남덕유와 서봉, 깃대봉, 영취산, 백운산으로 이어지는 대간 마룻금이 잘 조망된다. 장안산 정상으로 가려면 아까의 삼거리로 되돌아 나와야만 한다.
▼ 木製칩 시험 포설구간, 사람 키만큼 자란 산죽 울타리를 좌우에 끼고 한동안 편안한 산행이 이어지는데, 등산로 오른편에 ‘목재칩 시험 포설구간’이라는 팻말이 서 있다. 아미 이곳은 흙산이어서 질퍽거리는 등산로를 개선하기 위한 방편인 듯, 나무 칩을 땅에 심음으로서 땅을 다지는 방법을 알고 있으니 말이다. 등산객들이 오랫동안 다녀서 더 깊이 박혀버렸는지 육안으로는 목제칩을 구경할 수 없다.
▼ 1.5km 진행후, 무룡고개에서 장안산 정상까지의 딱 중간지점에 서 있는 이정표에 500m 전방에 억새군락지가 있다고 적혀있다. 이정표에는 왼편 20m 아래에 샘터가 있다고 적혀있다. 山行記 소재도 삼을 겸 잠깐 짬을 내어 내려서니 작은 우물이 있다. 누군가가 준비해 놓은 플라스틱 바가지, 그분의 친절함에 감사하는 마음으로라도 한모금 마셔야겠지만, 흐르지 않고 고여 있는 샘물을 마시기에는 난 그리 건강한 편이 아닌가보다.
▼ 샘터를 지나면 광활한 억새밭이 나오는데 아침햇살에 반사되어 은빛 물결로 출렁이는 풍경은 壯觀을 이루고 억새밭에서 펼쳐지는 조망은 일품이다. 저 멀리 동쪽 능선으로부터 시원스런 느낌을 주는 초원지대가 보이고, 반대쪽 끄트머리까지 온통 하얀 억새의 물결이다. 그야말로 하얀 파도가 출렁이는 느낌,,, 장관이라고 표현한다면 다소 무리일까? 그러나 가슴이 탁 트이고, 시원하고 아름다운 것만은 사실일 것이다. 이곳의 억새는 다른 곳에 비해 더 웃자라서 사람의 키 높이까지 닿는 것이 특색이다. 억새밭은 민둥산이나 영남알프스 같이 광활하게 넓지는 않지만, 억새를 구경하는데 서운함이 없을 정도의 면적은 된다. 조금 늦게 왔을까? 새의 깃털 같은 새하얀 억새꽃은 많이 사라진 같아 아쉬운 마음이 드는 것은 어쩌면 당연한 일,,,
▼ 가을의 전령사인 억새, 하얀 억새꽃들이 바람에 흩날리는 모습을, 마치 사람들이 손을 흔들고 있는 영상으로 전환해내면서 찾는 이들을 반기고 있다. 억새평원 전면으로는 구름에 한점 머리위에 인 山野가 조망되고, 앞으로 가야할 방향으로는 억새들 사이로 장안산 정상이 내다보인다. ‘언덕 위를 늠름하게 점령하고 있는 아름드리나무는 바람에 부러지는 일이 있어도, 연약한 갈대는 결코 부러지는 일이 없다’고 적혀있는 글을 읽은 적이 있는데 그 말을 증명이라도 해 주려는 듯, 가는 바람에 흔들리고 있는 갈대들은 결코 넘어질 줄 모른다. 그래 부드러운 것이 도리어 더 강한 모양이다.
▼ 억새평원이 끝나면 그동안 바위는커녕 작은 작은 돌맹이 하나 구경하기 힘들었던 등산로에 갑자기 큼지막한 바위가 나타난다. 등산로는 커다란 바위 아래를 감싸고 돌도록 나무 테크로 예쁘장하게 다리를 만들어 놓았다. 주변은 오리나무와 산죽들이 줄을 잇고 있다.
▼ 바위지대를 지나 장안산 정상으로 오르는 길목은, 푸르름이 이미 사라진 채 황갈색으로 물들어가는 나무들이 등산객을 맞이하고 있다. 지난 주말에는 설악산에서 가을정취를 만끽하였는데, 어느새 가을은 이곳 장안산까지 내려와 있었나보다.
▼ 장안산 정상에 오르기 위해서는 가파른 나무계단을 올라서야한다. 턱에 차오르는 숨도 달랠 겸 뒤돌아보면 지나온 마룻금이 뱀처럼 꿈틀거리고, 저 멀리 덕유산 자락이 조망된다. 나무계단을 지나면 지척에 정상이 있다. 산행들머리인 무룡고개를 출발한지 1시간 20분 정도 지났다. 늦가을 억새군락지 위에서 내려다보이는 능선 위에 묘한 느낌의 초록빛이 반짝이는 것을 보게 된다. 이것은 다름 아닌 산죽군락이다. 장안산은 산 전체에 산죽군락이 넓게 퍼져있다.
▼ 장안산 정상은 상당히 넓은 헬기장이다. 어느 분이 말씀하신 대로 ‘전북에서 제일 잘생긴 정상표지석’이 번듯하게 서 있다. 그리고 정상의 한쪽 모퉁이에 인공위성으로 촬영한 종합안내도가 장안산 전체의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정상표지석 뒤에 있는 이정표에는 들머리인 무룡고개에서 이곳까지가 3Km, 호남정맥을 종주하는 사람들이 일반적으로 하산지점으로 삼는 말목재까지는 9.3Km, 또 다른 이정표에 우리가 가야할 범연동은 앞으로 5Km를 더 가야한다고 표기되어 있다.
▼ 장안산 정상에 서면, 남쪽으로 지리산의 주능선, 북쪽으로는 덕유산, 동북쪽에 황석산과 금원산이 보이는가 하면 동쪽에는 백운산, 그리고 서쪽의 팔공산 등이 잘 조망된다. 그래서 등산객들 사이에서는 이곳 장안산을 조망의 명소로 꼽고 있다.
▼ 정상에서 장안산의 인공위성 사진이 게시되어 있는 곳의 뒤편으로 내려서면 범연동 (5Km 지점)으로 가게 된다. 중봉까지 이어지는 등산로는, 오늘 산행 중에 구경하기 힘들었던 바위들이 널려있는 구간, 등산로 주변에 그리 굵지는 않으나 오래 묵은 참나무들이 줄지어 늘어서 있고, 그 아래에 크고 작은 바위들이 옹기종기 모여있다. 바위 사이사이에는 산죽들도 보이고...
▼ 장안산 정상에서 범연동으로 내려가는 코스를 따르다보면 중봉과 하봉을 거치게 되어 있는데, 이정표가 없기 때문에 어디가 어디인지 알 수가 없다. 그저 여기가 거기쯤이려니 유추해 볼 수밖에 없는데, 중봉은 정상에서 약15분 정도 내려온 지점인 것 같으나, 하봉은 아예 추측해 볼 수도 없다.
▼ 중봉에서 범연동으로 내려가는 길은 경사가 다소 심한 지역이 여럿 있어 주의가 필요하다. 등산로에는 미끄러우니 아예 붙들고 가라면 한손에 잡기에는 약간 왜소한 로프를 매달아 놓았다. 이곳에서부터 덕천암갈림길까지 이어지는 등산로가 오늘 산행중 제일 나은 경관을 보여준다. 가을의 상징은 붉은 단풍으로...
▼ 범연동 방향으로 내려가는 등산로는 심심찮게 양옆으로 산죽이 도열해 있다. 산죽 사이로 난 길은 푹신푹신한 흙길, 장안산의 좋은 점은 거의 전 구간이 흙길이어서 걷기에 편하다는 것이다. 지방자치단체에서 공을 들였는지 산죽도 말끔하게 자르고, 길바닥도 잘 정비해 놓아서 걷는 것 자체를 즐길 수 있는 길로 조성해 놓았다.
▼ 높은 산들로 병풍처럼 둘러싸인 아기자기한 능선에는 참나무·떡갈나무·상수리나무가 한껏 고운 자태로 물들고, 그 틈새 푸른 소나무가 몇 그루, 바닥은 온통 산죽로 덮여 美的 감각을 한층 고조시켜 주고 있다. 가끔가다 올려다보는 하늘은 비취색 푸르름, 빈 나뭇가지 사이로 파란 하늘이 걸려있다.
▼ 덕천암 갈림길 삼거리, 오늘 산행 중에서 가장 빼어난 경관을 보여주는 구간, 가을의 한 가운데에서 빨갛게 물든 단풍군락지를 지나면, 움푹 파인 능선안부의 고갯마루에 닿는다(정상에서 4Km 지점). 오른편으로 내려가면 덕천암이 4Km, 곧바로 진행하면 1.5Km전방에 오늘 산행의 날머리인 범연동이 나온단다.
▼ 덕천암 갈림길 삼거리에서 조그만 고개하나를 넘으면(약 5분 정도 소요) 이정표가 없는 삼거리를 다시 만나게 된다. 이 지역에서 만들어 놓은 산행들머리로 가려면 곧바로 진행한는 것이 옳을 듯 싶은데도, 산행리더의 판단(잘못?)에 따라 우린 왼편 등산로를 따라 내려선다. 덕분에 우린 범연부락의 동네 안 고삭을 통과해야만 했고, 별로 달갑지 않은 아스팔트 포장도로를 따라 걸어야하는 불편을 겪어야만 했다.
▼ 범연부락으로 내려서는 下山 길은 마음이 약한 여성분들에게는 별로 달갑지 않은 코스, 거의 수직에 가까운 산의 斜面을 따라 이어지는 등산로는 위험천만, 혼자 걷기에도 좁게 느껴질 정도인 길에서, 혹시라도 미끄러질 경우 큰 사고를 당할 수 밖에 없는 낭떠러지에 가까운 길이다.
▼ 색채 심리학에 따르면 빨간색을 칠한 방은 사람을 흥분시키고, 주황색은 사물을 보다 커 보이게 만든단다. 또한 감색은 다른 사물보다 무겁게 보이게 반들고... 감나무에 달린 감이 튼실해 먹음직스러운 이유도 여기에 있단다. 그래서 붉게 물든 가을산이 사람들로 넘치고 있나 보다.
▼ 산행날머리는 용림제 상류
산행을 벗어나 시멘트로 포장된 농로를 따라 걸어 내려오면 범연부락이 보이고, 동네 고삭을 통과한 후, 군내버스 정류장을 지나 아스팔트 포장도로를 따라 약 500m 정도 걸어 내려오면 용림제가 보인다. 호수의 상류로 들어가는 계곡에서 잠시 산행 중 흘린 땀을 씻은 후, 조금 더 내려가면 이 지역에서 조성해 놓은 산행들머리에 도착하게 된다. 들머리에는 조그만 주차장과 산행 안내도, 그리고 간이화장실이 깔끔하게 정비되어 있다. 이곳에서 산행을 시작하면 아마 아까 우리가 범연동으로 내려설 때 고민했던 삼거리에 닿을 것으로 생각된다.
▼ 오늘의 concept은 논개
알려진 대로 논개는 장수군에서 태어난 義人이다. 때문에 장수군에서는 논개의 사당을 마련하고 매년 제사를 지내는 것은 물론, 논개의 생가까지 복원해 놓았다. 이왕에 들른 장수이니 두 곳을 둘러보지 않을 수 없다.
산행을 시작하기 전에 들른 논개 生家, 무룡고개 못미쳐에 있는 논개의 생가 주변은 골짜기 곳곳에 다랑이 논들이 포개져 있다. 열을 올리던 태양도 허덕이다가 지쳐서 그만 돌아서는 가을 길, 푸르름도 덩달아 기진했을까? 길가 다랑이 논의 벼가 누렇게 물들었다 했더니만 어느새 빈 공간으로 변해버렸다. 볏짚을 담은 하얗고 둥그런 원통만 남겨놓은 채로... 아직은 여름의 끝자락이라며 마지막 생명의 불씨를 지켜가고 있는 나뭇잎들마저 생기를 잃은지 이미 오래다. 바야흐로 지금은 가을, 조금 있으면 서리가 올텐데...
▼ 산행을 마친 후 들른 논개의 사당인 義岩祀, 1574년 장안산 자락의 주촌마을에서 아버지 주달문과 어머니 박씨 사이에서 외동딸로 태어났단다. 다섯 살에 아버지를 여읜 논개는 어머니와 함께 당시 장수 현감이었던 최경회에게 거두어졌다가 최경회가 강상우도 병마절도사로 임명되자 그를 따라 진주로 거처를 옮기게 되었고, 그 뒤 일본 장수와 함께 진주 남강에 투신한 것은 널리 알려진 사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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