팔공산(1,151m)
위치 : 전북 장수군 장수읍과 백운면 경계
산행일 : '09. 3. 7(토)
산행코스 : 차고개-합미성-팔공산-서구이재-오계치-와룡자연휴양림(점심 및 휴식시간 포함 5시간 10분)
함께한 산악회 : 미투리산악회
특징 ; 대구시의 진산인 팔공산과는 동명이산(同名異山)으로 산악인들에게 아직 입소문이 덜한 산... 금남호남정맥(錦南湖南正脈 : 전북 장수의 장안산(長安山:1237m)에서 서북으로 뻗어 무주의 주화산(珠華山:600 m)까지 약 65km에 이르는 옛 산줄기의 이름)에 위치한 산으로 전형적인 육산이지만 서구이재방향의 능선은 제법 가파른 암릉으로 이루어져 있다.
⇩ 산행들머리인 차고개(10:50)
13번국도가 지나가는 2차선 도로다. 도로 옆에는 大成高原이라는 돌비석이 서 있고, 주위에 단풍나무로 예쁘게 화단을 조성해놓았다, 원래는 수분령(소백산맥과 노령산맥으로 이어지는 산줄기로 이곳에서 한줄기는 금강으로, 한줄기는 섬진강으로 흐른다 해서 수분령이라 이름 붙여짐)에서 시작하려 했으나, 집사람의 컨디션이 안 좋아, 1시간여를 단축할 수 있는 이곳에서 산행을 시작...
⇩ 등산로는 돌비석 뒤로 난 임도를 따라가다 숲길로 이어진다, 완만한 경사의 등산로는 고운 흙길로 무릎이 안좋은 집사람에게는 최상의 코스이다. 주변 숲은 떡갈나무와 소나무가 반쯤 혼재해 있다.
⇩ 합미성(合米城, : 전라북도 기념물 제75호)
후백제때 축조된 성으로, 성안에 병사들의 군량미를 보관하였다고 하여 붙여진 이름... 성곽을 따라 우측으로 진행을 하면 성곽 안으로 들어서게 된다.
⇩ 合米城(남쪽 부분)
길이 320m 높이 5m 규모의 돌로 쌓은 성으로서, 성곽의 대부분이 무너져 내렸으나, 북서쪽과 남쪽의 성곽 일부분은 대체로 양호한 형태로 보존되고 있다
⇩ 등산로는 성곽을 오른편에 끼고 진행... 성안에는 주둔하던 군인들이 사용했다는 급수관 시설이 있었다고 하나, 지금은 떡갈나무와 산죽들만 사람들의 발길을 거부하고 있을뿐, 급수관의 흔적은 찾아볼 수 없다.
⇩ 천년의 역사를 자랑하는 성곽에 오랜 흔적 하나 없으면 말이 아니된다는 듯, 오래된 느티나무 한그루가 세월의 무게를 이겨내지 못하고 온몸을 비비꼬며 힘겨워하고 있다.
⇩ 합미성터를 지나 10분 정도 더 걸으면, 팔공산으로 가는 길이 두갈래로 나누어진다. 1013봉의 사면을 돌아가는 길과, 1013봉의 가파른 정맥 마룻금... 정맥답사가 이번 산행의 목적이 아닌 난, 고민 없이 곧 바로 우회로를 택한다. 이정표도 사면을 돌아가라고 지시하고 있다.
⇩ 이정표가 가리키는 우측 사면을 따라 진행하면, 계속해서 너덜지대가 이어진다. 등산로 주변은 온통 산죽들이 군락을 이루고 있다. 너덜지대가 끝날 즈음 만나게 되는 삼거리의 이정표엔 정상과 차고개 외에 필덕리가 다른 한 방향을 차지하고 있다. 필덕리 방향에 표지기가 많이 걸려있는 걸 보면, 아마 정맥을 답사하는 사람들이 1013봉을 올랐다가 정상방향으로 내려오는 길목인 모양이다.
⇩ 팔공산의 특징을 들어보라면 아무래도 산죽을 제일로 쳐야할 듯... 산의 밑자락에서 보이던 소나무는 3부 능선을 벗어나기도 전에 자취를 감추고, 그자리를 그리 크지 않은 참나무들이 메꾸고 있고, 그 아래는 산죽들이 늘어서 있다. 이러한 풍경은 산행내내 이어진다.
산죽의 효능
산죽은 인삼을 훨씬 능가한다고 할만큼 놀라운 약성을 지닌 약초이다. 산죽 한가지만 써서 당뇨병·고혈압·위염·위궤양·만성 간염·암 등의 난치병이 완치된 경우가 적지 않다. 산죽에서 추출한 항암활성물질은 강력한 항암효과가 있는 반면에 인체에는 부작용이 없다. 흔해 빠진 데다가 다른 나무가 자라는 데에 방해가 된다 하여 귀찮게 여기고 있는 이 나무가 이 세상의 병든 사람을 구할 수 있는 약초가 되는 것이다.
⇩ 서구이재 방향 능선의 첫 헬리콥터장에서 바라본 팔공산 정상(12:30)
팔공산은 경사가 너무 심하기 때문에, 등산로를 지그재그로 만들어 어느 정도 경사를 죽이고 있다. 가파른 오르막을 힘겹게 올라온 고행을 보상이라도 하려는 듯, 어디선가 청량한 바람 한점 이마를 스친다. 정상에는 통신 3사의 안테나가 전부 있는 것 같다, 정상표지석은 없고, 대신에 ‘전북 산사랑회‘에서 설치한 스테인리스 간판에 팔공산(1151m)이라고 써 있어, 그나마 이곳이 정상임을 알게 해 준다.
⇩ 통신시설을 옆에 끼고 돌면, 이곳에서 서구이재 방향의 능선으로 곧장 가다가는 정상을 놓친다며 어느 친절한 이가 돌맹이에 정상 방향표시를 해 놓았다. 산정에 서면 백두대간 마룻금이 한눈에 잡히는데, 오래전 백두대간 마룻금 밟기를 할 때와는 또 다른 감동이 찾아온다. 지리산 주릉에서 이어온 대간줄기가 정기를 잃지 않고 힘차게 뻗어내려, 덕유산으로 향하는 흐름에 막힘이 없다. 아~~
⇩ ‘春來 不似春’ 이곳이 정상이지만 정상 분위기를 느낄 수 없음을 떠올리다 문득 떠올리는 문구... 아! 때는 바야흐로 꽃피는 춘삼월이로소이다... 이른 아침을 먹었다는 집사람의 충고에 따라, 아직 이른 시간이지만 양지바른 곳에 자릴 잡고, 김밥으로 요기를 한다. 거기다 어찌 반주가 빠질 수 있으리오... 집에서 삶아온 계란이라는 괜찮은 안주가 있는데...
⇩ 정상에서 바라본 장수 들판...
비온 뒤끝의 하늘은 시원스럽게 푸르고 드높아 우러러 보는 것만으로도 마음이 넉넉해지는데..., 조망이 좋은 곳으로 소문난 이곳에서, 너무 빨리 찾아온 가스 때문에 더 멀리 볼 수 없다는 것이 흠이라면 흠이다. 누가 무주,진안,장수 고을을 일컬어 무진장 촌이라고 했을꼬~ 장수 들판이 저리도 넓은데...
⇩ 지리산 방향 조망
이곳은 조망 좋기로 소문난 곳... 비록 가스 때문에 시원스럽지는 않지만, 맑은 날씨덕분에 시계는 어느정도 확보할 수 있다. 왼편엔 지리산의 천왕봉, 중봉, 하봉 삼형제가 가물거리고, 오른편으로 낙조로 유명한 반야봉이 우뚝 솟아있다.
⇩ 헬기장에서 바라본 덕유산 방향
‘행복하다고 말하는 동안은 나도 정말 행복한 사람이 되어 마음에 맑은 샘이 흐르고, 아름답다고 말하는 동안은 나도 잠시 아름다운 사람이 되어 마음 한 자락 환해지고...‘ - 이해인 수녀님의 ‘나를 키우는 말’ 중에서 -
힘들고 지쳤다가도 산을 다녀오면 다시 처음의 환한 마음으로 돌아갈 수 잇는 건 산행을 하는 동안, ‘아름답다’라는 말을 그만큼 많이 해서인지도 모르겠다. 거기다 추가하여, 내 생활신조중의 하나인 립서비스... ‘Honey~ you are so beautiful!'
⇩ 우리가 걸어야 할 금남호남정맥... 제일 왼편에 우뚝 솟은 봉우리가 선각산이다.
시야에 전개되는 조화에 탄성을 연발하다 발길을 옮기는데, 얼마 안가 만난 헬기장에 서니 조망이 고조에 달하는 느낌이다. 진행할 서구이재 방향의 마룻금이 눈앞에 시원스레 펼쳐지는데, 내 감동을 시샘이라도 하려는 양 채 녹지 않은 눈길이 발걸음을 더디게 만든다. 그러나, 엉금엉금 기다시피 내려가는 집사람을 잡아주는 또 하나의 행복은 오늘 산행의 보너스다.
⇩ 정상에서 서구이재까지의 능선은 양편이 다 암벽으로 이루어져있다. 암벽이 그다지 높지도 않을뿐더러, 지자체에서 로프와 철제계단 등 안전시설을 잘 정비해 놓아 위험하지는 않다.
⇩ 능선은 참나무가 숲을 이루고 있는 가운데, 싸리나무와 진달래가 사이사이를 메꾸고 있다
며칠 전 내린 비에 대지는 촉촉이 젖어있다. 그러나, 습기찬 흙이 얼었다 녹는 중인지라 질퍽거리는 등산로 컨디션은 별로... 파란하늘에 떠 있는 뭉게구름은 가볍고, 길가 풀들은 벌써 녹색의 빛을 되찾아가고 있다.
⇩ "별, 바람, 아침이슬 아름다운 장수사랑!"
비록 어설픈 목판에 조잡한 필체이지만 이보다 더한 애향심이 있을까? 이어가는 능선은 가벼운 오르막에 가파른 내리막의 연속... 금새 산죽과 잡목들이 발목을 붙들어 진행을 더디게 하지만, 어떤 정맥들 같이 산줄기가 끊겨 도시의 중심지가 되어버린 곳은 없기에 마룻금 찾아가는 것은 큰 어려움이 없다.
⇩ 서구이재 근처의 억새군락지
서구이재는 742번 지방도가 지나간다. 인적이 끊긴 듯한 한가로운 고갯마루를 휴게소이었을 성 싶은 빈 건물이 지키고 있다. 건물 옆 공터에는 등산객이 타고 온 듯한 승용차가 한대... 양쪽 절개지 사이를 터널을 만들고, 그 위를 흙으로 덮어서 야생동물 통로로 만들어 놓았다. 덕분에 우리 같은 등산객들은 덤으로 편하다. 서구이치의 서 자는 지금 서녘 서(西)를 쓰지만 원래 쥐 서(鼠) 자를 사용했다 한다. 옛날 재를 넘어 전주 등지에서 생필품을 운반할 당시 길손이 쥐 아홉마리가 줄지어 계곡으로 이동하는 모습을 보고 그렇게 이름지었단다
⇩ 데미샘
데미샘은 섬진강 발원지란다. 이렇게 높은 곳에 누가 의자를 가져다 놓았을까? 궁금증은 산행을 마칠 때쯤에 도착한 와룡자연휴양림(데미샘의 오른편 계곡에 위치)에서 해답을 찾는다. 자연휴양림의 부대시설일 것이라고... 이곳에서 데미샘을 다녀오려면 상당한 거리를 내려갔다 다시 돌아와야 하기 때문에, 탐방은 생략하기로 하고, 목마름도 달랠 겸 잠깐 의자에 엉덩이를 붙여본다.
⇩ 오계재로 내려오는 길... 나무계단이 설치되어 있으나, 해빙기 질퍽거림까지 없앨수는 없었다
서구이재를 넘어 오계재로 가기까지는 때론 키를 넘기고, 때론 무릎을 덮는 억새밭이 길게 이어진 소담스런 산행길을 자주 만난다. 만일 늦은 가을날 억새꽃이 하얗게 피어날 때 이곳을 걷는다면, 지금보다 훨씬 운치 있는 산행이 되지 않을까?
⇩ 오계재
데미샘에서 출발하여 약 20분쯤 더 걸으면, 왼쪽으로 커브를 틀어 내리막길이다, 건너편에는 삿갓봉이 보이고, 그 아래로 오계재 밑을 도는 구불구불한 임도도 보인다, 전면의 삿갓봉 오르는 길의 경사를 보니 여간 힘들어 보이지 않는다. 다행이 난 여기서 휴양림 방향으로 하산하면 그만이니 이 얼마나 다행한 일인가...
⇩ 와룡리 자연휴양림...(16:00)
단체 합숙건물, 산막, 연수시설 등 비교적 여유로운 공간배치가 돋보이는 휴양림, 수 많은 야영시설 대(텐트를 칠수 있도록 나무로된 단을 만들어 놓았다)가 설치되어 있는 점이 다른 휴양림과 차이... 극기훈련 시설 외에도 수영장과 썰매장까지 다양한 레포츠시설이 구비되어 있다.
⇩ 휴양림의 대형버스 주차장 옆의 계곡... 요즘 같은 가뭄에도 제법 수량이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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