웅산(熊山, 710m)-시루봉(666m)-천자봉(天子峰, 502m)

 

산행일 : ‘14. 12. 7()

소재지 : 경남 창원시 진해구와 성산구의 경계

산행코스 : 안민고개헬기장웅산출렁다리시루봉수리봉천자봉대발령 만남의광장(산행시간 : 3시간50)

 

함께한 산악회 : 청마산악회

 

특징 : 진해는 따뜻한 해양도시이다. 진산(鎭山)인 장복산을 위시해서 덕주봉과 웅산 그리고 시루봉과 수리봉, 천자봉 등이 시가지를 병풍(屛風)처럼 빙 둘러싸면서 북서풍(北西風)을 막아주고 있기 때문이다. 그 안에 진해만()이 들어앉아 있다. 대부분 바위로 이루어진 이 산들은 어느 것 하나 허투루 지나칠 수 없을 정도로 각자 나름대로의 독특한 자태를 자랑한다. 거기다 바위산의 특징대로 산행을 하다가 어디에 멈춰서더라도 시야(視野)가 뻥 뚫린다. 진해와 창원 시가지는 물론, 가덕도와 거제도, 연도, 지심도 등을 품은 다도해(多島海)의 남녘바다가 거침없이 눈 안으로 달려온다. 대죽도와 저도를 징검다리 삼아 두 섬을 잇는 거가대교(大橋)는 차라리 보너스이다. 암봉을 오르며 느끼는 짜릿한 전율, 보드라운 흙으로 이루어진 능선의 포근함, 거기다 눈터지는 조망(眺望)까지 더하니 빼어난 산이라 아니할 수 없다. 당연히 한번쯤은 꼭 들러봐야 할 산이라는 얘기이다.

 

산행들머리는 안민고개(창원시 진해구 석동)

남해 제1고속도로 서마산 I.C에서 내려와 마산시내를 통과한 후, 2번 국도를 이용해 진해방면으로 달리다보면 장복터널이 나온다. 터널을 지나 진해대로를 타고 5분쯤 들어가다 경화고가교를 올라가기 전에 태백동 스포츠파크로 빠져나가면 된다. 들머리에 안민고개라고 쓰인 이정표가 보이니 놓치지 말아야 한다. 스포츠파크에서 일단 안민고개길로 들어서면 길은 외길이다. 구불구불 구곡양장(九曲羊腸)의 길을 따라 한참을 용트림하다 보면 성산구와 진해구의 경계를 이루는 고갯마루인 안민고개에 올라서게 된다.

 

 

 

안민고개 고갯마루의 정 중앙에는 안민생태교(生態橋)’가 놓여있다. 도로가 놓이면서 끊겼던 동물들의 이동 통로를 다시 복원해 놓은 다리이다. 이 다리를 기점(基點)으로 오른편은 장복산, 그리고 왼편으로 진행할 경우에는 웅산으로 가게 된다. 물론 주차장이 있는 성산구 방향에서 바라보았을 경우이다. 산행은 다리 왼편의 능선으로 올라서면서 시작된다. 능선 위로 난 길은 신발을 벗고 다녀도 좋을 정도로 곱다. 경사(傾斜)가 거의 없는 보드라운 흙길은 발끝을 따라 전해오는 촉감까지도 그윽하다. 아무래도 오늘 산행은 부담 없이 그저 즐기기만 하면 되지 않을까 싶다.

 

 

웅산으로 향하는 길은 상호배려(相互配慮)의 길이다. 무슨 말인고 하니 서로를 이해하고 양보해야만 한다는 얘기이다. 이 구간은 등산객들이 다니는 산길(능선)MTB(mountain bike)가 다니는 임도(林道)가 합쳐졌다가 헤어지기를 반복하면서 이어진다. 길 하나를 갖고 등산객들과 MTB마니아(mania)들이 함께 써야만 하기 때문에 이런 길에서는 서로 간에 양보와 배려가 없을 경우에는 사고가 나기 십상일 것이다. 그래서인지 길가에 세워진 이정표에 공유, 상호배려라는 낱말들이 나타나기도 한다.

 

 

능선을 따라 난 산길의 주변은 온통 벚꽃나무들의 천지이다. 창원시에서 조림(造林)을 한 모양인데, 나무가 자라다보니 이제는 아예 주인노릇을 하고 있다. 봄이라도 되면 흐드러지게 핀 벚꽃이 터널을 만들어내면서 벚꽃의 도시진해를 한층 더 돋보이게 만들지 않을까 싶다.

 

 

산행을 시작한지 5분이 조금 못되면 경찰의 통신시설을 지나게 되고, 이어서 조금 후에는 길가에 만들어 놓은 벤치를 만나게 된다. 이곳에서부터 시작되는 눈터지는 조망(眺望)을 실컷 즐겨보라는 모양이다. 오른쪽으로는 진해시가가 바다와 함께 어우러지며 한 폭의 그림을 만들어내고, 왼편으로 고개를 돌리면 창원의 공업단지가 이색적인 모습으로 달려온다.

 

 

 

 

 

조망을 즐기면서 15분쯤 더 걸으면 헬기장이다. 아마 이곳은 캠핑마니아(camping mania)들의 놀이터인가 보다. 날씨가 제법 추운데도 여러 동의 텐트들이 쳐져 있는 것을 보면 말이다.

 

 

 

헬기장을 지나서도 눈터지는 조망은 계속된다. 왼편의 창원공단은 그 모습 그대로이지만 오른편 진해만은 아까보다 더 멀리, 그리고 더 그윽하게 다가온다. 송전탑(送電塔)을 지나 능선에 솟아오른 작은 바위봉우리 위에 올라서면 이번에는 진행방향의 왼편에 '부처의 어머니 산'이라 불리는 불모산(佛母山)이 나타난다. 시야(視野)가 한층 더 넓어진 것이다.

 

 

 

 

눈터지는 조망(眺望)을 즐기면서 능선의 한가운데를 차지하고 있는 커다란 바위 두 개를 왼편으로 돌아 통과하면 곧이어 석동마을 갈림길(이정표 : 시루봉 2.6Km/ 석동/ 안민고개 3.4Km)이다. 헬기장에서 30분이 걸렸다. 이곳 이정표는 짚고 넘어갈 것이 하나 있다. 오늘 걷고 있는 능선의 주봉(主峰)이 웅산인데도 이정표에는 표기가 되어 있지 않은 것이다. 아니 이곳뿐만이 아니다. 이후부터 만나게 되는 이정표들 중 어느 것 하나 웅산이라는 지명(地名)을 나타내고 있는 이정표는 눈에 띄지 않았다. 거기다 더해 웅산 정상에 정상표지석까지 없다보니 자칫 웅산이라는 지명이 허상(虛像)이 아닐까 하는 생각까지 들 정도였다.

 

 

 

갈림길에서 18분 정도를 더 걸으면 능선이 갑자기 가팔라지면서 바윗길로 변한다. 산길은 그 가파름이 못내 부담스러웠던지 계단을 만들어 놓았다. 덕분에 위로 올라가기는 편해졌지만 다른 한편으론 서운한 마음도 있다. 이정도의 슬랩(slab)이라면 릿지(ridge)로도 충분히 오를 수가 있을 것이고, 이런 코스에서는 오를 때 느껴오는 짜릿한 긴장감을 그저 즐기기만 하면 되겠기에 하는 말이다.

 

 

 

길고 긴 나무계단을 오르면 또 다시 밋밋한 능선이 이어진다. 그리고 10분 조금 못되는 지점에서 갈림길(이정표 : 시루봉 1.5Km/ 불모산 1.6Km/ 안민고개 4Km)을 만나게 된다. 이곳에서 왼편으로 가면 통신시설이 정상을 점령하고 있는 불모산(佛母山)이다. 집사람이 함께 하지 않은 오늘은 모처럼 선두그룹이다. 함께 걷고 있던 사람들이 너나 할 것 없이 불모산을 다녀오겠다며 왼편으로 진행하지만 난 망설임 없이 오른편 시루봉 방향으로 발걸음을 옮긴다. 연속해서 이틀 동안 산행을 하고 있는지라 체력에 부담이 있었기 때문이다.

 

 

 

불모산 갈림길에서 오른편으로 방향을 틀어 참나무 숲을 지나면 바로 웅산 정상이다. 그러나 이곳이 웅산 정상인줄 아는 사람은 거의 없다. 밋밋한 봉우리에 정상표지석까지 없다보니 그냥 지나치기 십상이기 때문이다. 나 역시 예외일 수 없이 그냥 지나쳐버리는 우()를 범하고 말았다. 아니 나 뿐만이 아니다. 오늘 산행을 같이 한 일행들은 너나 할 것 없이 모두 그냥 지나쳐 버렸단다.

 

 

웅산은 바위산이다. 특히 시루봉 방향은 제법 날이 선 바윗길이다. 그 경사(傾斜)가 못내 부담스러웠던지 철제(鐵製) 난간을 만들어 오르내리는 사람들이 도움을 받도록 해 놓았다. 내려가는 순서를 기다리다가 고개라도 들어보면 눈앞에 펼쳐지는 풍경이 시원스럽다. 진행방향 건너편에는 두 개의 바위봉우리(巖峰)를 잇고 있는 출렁다리가 선명하고, 그 뒤에는 706m봉과 시루봉이 줄지어 늘어서 있다. 그리고 왼편으로 고개를 돌리면 가덕도와 거제도, 그리고 두 섬을 잇는 거가대교(大橋)가 또렷하게 나타난다. 물론 징검다리 역할을 하고 있는 대죽도와 저도는 덤이다.

 

 

정상에서 내려서면 10분이 채 못 되어 출렁다리에 이르게 된다. 출렁다리는 한마디로 앙증맞다. 당연히 높지도 그렇다고 길지도 않다. 꼭 다리가 필요해서라기보다는 등산객들의 눈요기를 위해서 만들었지 않았나 싶을 정도이다. 그러나 조망만은 뛰어나다. 하긴 오늘 걷는 능선 어디서도 이 정도의 조망은 흔하게 볼 수 있었지만 말이다.

 

 

출렁다리를 지나 건너편 암봉에 오르면 또 다시 시원스런 조망이 터진다. 진행방향에는 날카롭게 허리를 곧추세운 706m봉이 우뚝하고, 고개라도 돌릴라치면 아까 정상인줄도 모르고 지나쳤던 웅산이 근육질의 암릉을 자랑하고 있다. 그리고 그 오른편에는 통신탑(通信塔)을 머리에 이고 있는 불모산이 나도 있다며 고개를 내밀고 있다.

 

 

 

출렁다리에서 10분 조금 넘게 진행하면 706m봉이다. 산길은 706m봉 앞에서 오른편으로 우회(迂廻)를 한다. 봉우리 위로 올라가는 길이 희미하게나마 나타나고 그곳에 매달려 있는 밧줄이 보이는데도 말이다. 아마 위험하다고 해서 막아 놓은 모양이다.

 

 

오른편으로 우회한 길이 706m봉의 뒤편에 이르면 706m봉 방향으로 난 길이 희미하게나마 나타난다. 무작정 그 길로 들어서고 본다. 지형도에 나오는 그것도 웅산에 비길 정도로 높은 봉우리를 그냥 지나칠 수가 없었기 때문이다. 봉우리 위로 올라가는 길은 조금 위험하기는 해도 올라가는데 큰 어려움은 없다. 비록 바위벼랑에 매달린 안전로프가 낡아서 언제 끊어질지 모르지만 말이다. 그저 저나 근육질의 암봉인 이 봉우리를 웅산의 추봉(主峰)으로 삼아야 한다고 주장하는 사람들도 있으니 눈여겨 볼 일이다. 현재의 주봉인 710m봉이 규모가 작아서 주봉이라고 부르기에 초라하다면서 말이다. 이곳 706m봉도 역시 웅산 정상과 마찬가지로 정상표지석은 물론 이정표나 삼각점 등 그 어떤 시설물도 눈에 띄지 않는다.

 

 

봉우리 위로 오르면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오는 것은 제법 너른 봉우리의 한가운데를 차지하고 있는 꽃 무덤이다. 자그만 돌들을 둥그렇게 쌓은 뒤에 그 안에다 조화(造花) 한 묶음을 올려놓았다. 아마 누군가가 이곳에서 사고(事故)로 죽은 모양이고, 그 넋을 기리기 위해 만들어 놓은 것이 아닐까 싶다. 어쩌면 아까 봉우리 위로 오르는 길을 막았던 이유가 바로 이것이었는지도 모를 일이고...

 

 

706m봉에서의 조망(眺望)은 막힘이 없다. 북으로는 이 산의 주봉(主峰)인 웅산이 울퉁불퉁한 근육질을 자랑하고 있고, 그 오른편에는 불모산이 나도 있다며 손을 흔들고 있다. 고개를 조금 더 돌려보자. 이번에는 화산과 굴암산이 바다를 향해 나아가고 있는 것이 보인다. 이번에는 서쪽으로 고개를 돌려보자. 산행을 시작했던 안민고개 너머로 장복산의 긴 산줄기가 한눈에 들어온다. 그리고 남쪽에는 여자들의 젖꼭지를 닮았다는 시루봉이 기괴한 모습으로 솟아 있다. 물론 진해시가지와 자그만 섬들이 둥둥 떠다니는 남해바다는 두말할 필요도 없다.

 

 

706m봉에서 내려와 시루봉을 향해 산행을 이어간다. 시루봉을 내려서자마자 산길은 갑자기 고와진다. 바위투성이였던 조금 전까지와는 달리 돌맹이 하나 찾아보기 힘들 정도의 순수한 흙산으로 변해버린 것이다. 거기다 경사(傾斜)까지 거의 없다보니 그야말로 룰루랄라 산행이다. 그리고 25분 정도가 지나면 웅산의 명물인 시루봉에 이르게 된다.

 

 

국토지리정보원 발행 25000분의 1 지형도에 '시리바위'로 표기되어 있는 시루봉은 높이 10m에 둘레가 50m인 거대한 바위가 흡사 떡시루를 닮았다고 해서 붙여진 이름이라고 한다. 시루봉은 밋밋하게 생긴 흙봉우리 위에 솟아오른 거대한 바위의 형상만으로도 보는 이들에게 신비스런 느낌을 준다. 이 같은 생김새 때문에 시루봉은 '진해의 진산'인 웅산의 한 자락에 불과한 봉우리이면서도 웅산 정상보다도 오히려 더 신성(神聖)시 돼왔다고 한다. 신라 때에는 국태민안(國泰民安)을 비는 제사를 이곳에서 올렸었고, 조선 시대에도 고을에서 춘추대제(春秋大祭)를 지낼 때 '웅산 신당'을 두어 산신제(山神祭)를 지냈었다. 또 조선 후기 명성황후가 세자 순종을 출산한 후 세자의 무병장수(無病長壽)를 비는 백일기도를 올린 곳이기도 하단다. 참고로 거대한 암봉인 시루봉은 곰의 형상을 닮았다고 해서 곰메(바위) 또는 웅암(熊巖)으로 불리며, 한편 멀리서 볼 경우 그 생김새가 영락없는 여인네의 젖꼭지를 닮았다 하는 사람들이 많다.

 

 

시루봉은 시리바위를 가운데에 두고 나무데크로 빙 둘러 통로를 만들어 놓았다. 이 통로는 전망대(展望臺)의 역할도 겸한다. 데크의 어느 곳에 서더라도 막힘없는 조망이 터지는 것이다. 여기까지 오는 동안에 가슴에 담았던 풍경들이 다시 한 번 눈앞에 펼쳐진다.

 

 

 

 

시루봉에서 천자봉으로 향하는 길은 나무데크로 만들어 놓았다. 내려가는 길을 왜 계단으로 표현하지 않았냐하면 지그재그 형으로 만들어진 데크가 모서리 부분에서만 계단을 만들어내고 다른 부분은 대부분 평평하게 연결되기 때문이다. 시루봉에서 내려섰다가 맞은 편 봉우리로 오르면 운동기구를 갖춘 쉼터. 뒤돌아보면 시루봉의 시리바위가 더욱 이국적(異國的)으로 다가온다, 쉼터에서 또 다시 나타나는 나무데크 길을 따라 길게 내려서면 이번에는 정자(亭子) 쉼터가 있는 바람재 갈림길(이정표 : 만장대 2.5Km/ 자은초등학교 2.1Km/ 시루봉 0.5Km)이다. 이곳 쉼터에서 오른편으로 내려가면 자은동이나 풍호동에 이르게 된다. 시루봉에서 이곳까지 15분이 걸렸으니 거리에 비해 시간이 많이 걸린 셈이다. 이는 계단을 내려설 때 자동적으로 눈에 들어오는 풍경을 구경하느라 걷는 속도를 떨어뜨린 탓이 아닐까 싶다. 진행방향에 수리봉과 천자봉, 그리고 능선의 좌우로 드러나는 진해만의 풍광을 바라보는 재미가 제법 쏠쏠하기 때문이다.

 

 

 

 

바람재에서 수리봉으로 가는 길도 역시 흙길이다. 당연히 이 구간에서는 조망이 트이지 않는다. 길가의 나무들이 시야(視野)를 가로막고 있기 때문이다. 조망(眺望)이 트이지 않는다고 해서 실망할 필요는 없다. 산길은 조망 대신 억새꽃이라는 또 다른 볼거리를 제공해주기 때문이다. 마침 햇빛을 등진 억새꽃들이 하얗게 빛나며 색다른 아름다움을 선보인다.

 

 

바람재를 출발한지 15분쯤 되면 오른편으로 천자암 가는 길이 나뉘고, 조금 후에는 진행방향에 있는 수리봉이 시야(視野)에 들어오기 시작한다. 오른편이 수직(垂直)의 바위절벽으로 이루어진 형상으로 말이다. 그리고 다시 15분쯤 더 걸으면 수리봉이다.

 

 

산길은 수리봉를 오른편에 끼고 살짝 우회(迂廻)하도록 나있다. 그러나 자세히 보면 오른편에 산악회의 시그널(signal) 몇 개가 매달려 있는 것이 보인다. 수리봉으로 올라가는 길이다. 그러나 바위로 이루어진 이 길은 여자나 노약자들이 이용하기에는 다소 부담스럽다. 자칫 잘못하면 사고를 당할 우려가 있기 때문이다. 바위를 붙잡고 겨우겨우 위로 오르면 정수리부분은 의외로 흙으로 이루어져 있다. 정수리에서 식사를 하고 있는 부부의 양해를 구하고 잠깐 조망을 즐긴다. 유일하게 시야(視野)가 트이는 오른편에 진해시가지가 오롯이 앉아있다. 하산은 천자봉 방향으로 내려선다. 약간 경사(傾斜)가 심한 편이지만 아까 올라왔던 길보다는 훨씬 낫다. 노약자들은 이 코스를 이용하면 될 것 같다.

 

 

 

수리봉에서 내려서서 잘생긴 바위 옆을 지나면 10분 후에는 왼편으로 만장대로 내려가는 길이 나뉘고, 이어서 거친 너덜 길을 따라 5분쯤 더 걸으면 천자봉(天子峰) 정상에 올라서게 된다. '하늘의 아들'이라는 뜻의 천자봉 정상에는 그 귀한 이름을 알리기라도 하려는 듯 반듯한 정상표지석이 세워져 있다. 오늘 산행에서 만나게 되는 유일한 정상석이다. 정상은 정상석 하나만으로는 외로웠나보다. 무인산불감시탑과 무덤까지 거느리고 있는 것을 보면 말이다. 아무튼 정상에서의 조망(眺望)은 뛰어나다. 정상에 서면 발아래에는 진해국가산업단지가 내려다보이고, 동쪽으로는 가덕도와 부산 사하구의 일부 지역이, 그리고 남쪽에는 거가대교와 거제도가 나타난다. 고개를 돌려보면 조금 전에 지나온 수리봉과 젓꼭지를 닮았다는 시루봉이 보이는 것은 물론이다. 한마디로 빼어난 풍광(風光)이다.

 

 

 

 

천자봉에서 대발령으로 내려가는 길은 또 다시 계단으로 시작된다. 그만큼 경사(傾斜)가 가파르다는 의미일 것이다. 이곳의 계단도 평평한 데크가 많은 것이 아까 지나왔던 계단들과 매한가지이다. 당연히 내려서는데 부담이 없기 때문에 시도 때도 없이 시선(視線)을 들게 된다. 그리고 눈앞에 펼쳐지는 다도해(多島海)의 풍광을 실컷 즐기는 호사를 누리게 된다.

 

 

 

천자봉에서 15분 조금 못되게 내려서면 벤치와 평상 등을 갖춘 분지(盆地)를 만나게 된다. 이곳 사람들이 천자봉 삼림욕장으로 부르는 곳으로, 지형도(地形圖) 상의 391봉이다. 분지는 통나무로 난간을 만들어 사람들의 진입을 막고, 그 안에다 왕벚나무와 산철쭉 등을 심어 놓았다. 창원시에서 추진 중인 ‘Green City, 1000만 그루 나무심기운동의 일환으로 조성한 것이란다, 조림지(造林地) 근처에는 팔각정이 세워져 있고, 그 옆에는 산신단(山神壇)이 만들어져 있다. 명 태조 주원장과 조선 태조 이성계의 전설이 서려 있는 정상을 향해 제사(祭祀)를 올리기 위한 단()이란다.

 

 

삼림욕장에서 대발령까지는 차량 통행이 가능한 시멘트로 포장된 임도(林道)로 연결된다. 그러나 임도를 따를 경우에는 걸어야할 거리는 엄청나게 길어진다. 이 때문에 등산로는 임도를 따르지 않고 능선을 따라 곧장 아래로 향한다. 중간 중간에 임도와 만났다 헤어지기를 반복하면서 말이다. 임도와 만나고 헤어지는 지점마다 산악회의 시그널(signal)들이 덕지덕지 매달려 있고, 산길도 생각보다 또렷하기 때문에 길이 헷갈릴 염려는 없다.

 

 

산행날머리는 대발령 만남의 광장

삼림욕장에서 15분쯤 내려오면 만나게 되는 임도(이정표 : 대발령 1.0Km/ 만장대 0.8Km/ 사각정자 0.7Km)에서 임도를 마지막으로 벗어난다. 이어서 조금 후에는 울창한 편백나무 숲속으로 들어서게 된다. 숲에는 길과 구분하기 위해 만들어 놓은 나무데크 난간이 낡다 못해 무너져 내리고 있다. 오랫동안 보수를 안했다는 증거일 것이다. 그러나 이 정도로는 오늘의 산행을 행복하게 마무리 짓는데 하등의 지장이 없다. 그러기에는 코끝을 스쳐가는 편백나무 향이 너무나 짙기 때문이다. 피톤치드(phytoncide)를 가장 많이 배출하는 나무 중의 하나가 편백나무라고 했으니, 오늘 산행은 웰빙(well-being)산행, 아니 힐링(healing)산행으로 마무리를 짓는가 보다. 편백나무 숲을 빠져나와 진해시가지를 바라보며 조금 더 내려오면 부산과 진해를 잇는 2번 국도변에 있는 대발령 만남의 광장에 이르게 되면서 오늘 산행이 끝을 맺는다. 오늘 산행은 3시간50분이 걸렸다. 물론 쉬지 않고 걸은 시간이다. 그러나 각 포인트마다 소요된 시간은 좀 들쭉날쭉한 편이다. 웅산까지는 잰 걸음으로 걷다가, 이후부터는 갈수록 속도를 떨어뜨렸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