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제봉(靈帝峰, 1,054m)

 

산행일 : '06. 3. 25

소재지 : 전라북도 남원시 주천면과 전라남도 구례군 산동면의 경계

산행코스 : 밤재터널-숙성치-영제봉-다름재-수기리 산수유축제장

함께한 산악회 : 산과 사람들 

 

 

모처럼 '산과 사람들'과 함께 산을 찾았습니다

2001년 산악회를 만들면서 꽤나 신경을 많이 썼었는데...

이젠 회원수가 3만명이 넘는 제일 큰 산악회로 변했습니다.

한명이라도 회원수를 늘리려고, 산행때마다 새로나온 사람들에게

내 돈을 풀어 술잔치를 벌려주던 시절이 엊그제 같은데 말입니다.

 

이젠 완연한 봄입니다.

이 봄에 산수유꽃이 만개한 구례군 산동면을 찾아갑니다.

마침 산수유축제가 열린다는 군요.

 

원래는 4시간짜리 코스인 지리산 만복대를 올랐다가 축제장으로

가려고 했는데, 국립공원관리소에서 오지마라는 연락입니다.

벌금 50만원이 아까워 코스를 변경할 수 밖에 없습니다.

 

남원에서 구례로 넘어가는 터널에서 산행을 시작합니다.

영제봉... 인적이 뜸해 등산로가 엉망인 코스입니다.

 

오늘의 추억... 삼재가 닥친 산행입니다.

철쭉(사람키보다 큽니다), 싸리나무, 산죽...

쉴새없이 뺨을 때리고, 찌르고, 짜증으로 가득찬 산행이었네요.

 

거기다 나뭇잎이 수북히 쌓인 경사길은 미끄럽기 한이없습니다.

안 넘어지려 힘을 쓰다보니 더 힘이 들 수 밖에요...

"18" 욕이 저절로 나옵니다. 나뿐만이 아니라 다들요.

 

산은 볼품이 없습니다. 조망도... 산세도...

다만 늦은 봄 철쭉이 만개할 때에는 아름다울 것 같습니다.

그러나 전... 앞으로 두번다시 오고싶지 않은 산이었습니다.

 

산행시간 6시간...

고로쇠 채취를 위한 호스로 어지러운 산이었습니다.

 

靈帝峰...

1,054미터이니 꽤 높은 산입니다.

신령스런 임금님 산이라고요?

이름에 걸맞지 않은 그저 그런 산이었습니다.

 

산행중 자주온 듯한 몇몇을 제외하고는 다들 낯설은 듯...

어느새 '산과 사람들'은 안내산악회로 변해버린 모양입니다.

 

카페지기인 '명륜당'

제가 활동할 때만 해도 그리도 순수하더니만...

 

3시간 정도 걸려서 도착한 정상인데

벌써 지처버렸습니다. 의자를 필 힘이 없어 그냥 주저 앉습니다.

 

구례군 산동면으로 하산하여

산수유꽃 무리 앞에 서봅니다.

 

꽃은 개나리만 못한데도

무리지어 모인 군락이 부족함을 채워주는군요

 

오랫만에 산행을 같이한

빗소리가 셧터를 눌러주네요.

 

1년동안 한북정맥을 같이 했던 맴번데

학생들 가르키느라 산행을 할 수 없다나요?

체력이 딸린다며 산행은 포기하고 축제장에서 하루를 보냈답니다

 

산수유 밭으로 옮겨봅니다.

모처럼 찾은 산수유 동네이니 당연히...

 

꽃보다 아름다운 그녀...

내가 사랑하는 여인은 꽃보다 아름답답니다

 

 

나물캐는 천사...

그녀는 나의 천사이니까요

저에게 냉이국을 끓여주겠다며

냉이를 캐는 그녀는 분명히 천사입니다

 

입암산 (笠岩山, 626m)

 

산행코스 : 주차장→전남대 수련원→남창3교→입암산성→북문→갓바위(정상)→은선고개→은선골→주차장

 

소재지 : 전라남도 장성군 북하면과 전라북도 정주시 입암면의 경계

산행일 : ‘05. 10. 29(일)

함께한 산악회 : 설피마을

 

특색 : 내장산국립공원 하면 일반적으로 내장산과 백암산 두 개 산으로 알려져 있지만, 공원 서쪽으로 입암산 또한 큰 면적을 차지하고 있다. 입암산은 중부 이북의 등산인들에게는 낯설지만 호남 등산인들에게는 오래 전부터 명성이 자자한 산이다. 특히 가을철이면 내장산 못지않게 고운 단풍으로 인기를 끄는 산이다.

 

 

가을 단풍하면 내장사와 백양사가 대표하지만, 입암산도 은은하면서도 때로는 화려한 단풍이 그 어디에도 뒤지지 않을 멋진 모습으로 찾는 사람들을 반기고 있다.

 

 

주차장에서 부터 입암산성과 갓바위를 올라 주차장으로 돌아오는 약9㎞구간 내내 멋진 단풍길이 이어진다. 경사가 심하지 않는 완만한 산행길에 단풍이 어우러지니 가족과 함께하는 가을 산책코스로는 최적인 듯 싶다.  산 입구에서 부터 길손들을 맞는 단풍... 붉게 타는 단풍이 너무 고왔다. 내장산 국립공원이라서 그런지 온 산이 단풍천지이다.

 

 

 

 

 

 

 

 

골짜기 깊숙한 곳이 분지를 이루고 있어 군사적 요충지로 관리되어왔고, 정상부에 위치한 입암산성은 조선 효종때 개축한 것으로 사적 384호다. 입암산은 옛부터 왜적의 침입을 막던 항쟁의 장소였다. 고려시대는 송고비장군이 몽고의 6차 침입을 맞아 이곳에서 몽고군을 물리쳤다고 하며 임진왜란 때는 윤진이 소서행장과 싸우다 전사하기도 했다.

 

 

입암산성에서 점심을 먹고 삿갓봉으로 오르는데 이름모를 열매가...카메라에 담아봤다.  산성 내는 넓고 평평해서 많은 인원이 주둔할 수 있었을 것 같다. 특히 물이 많은게 특색...

 

 

삿갓바위 올라가는 계단. 뒷쪽에 요상하게 서있는 바위가 있다. 기형적으로 서 있는데 금방 넘어갈 것 같다.

 

 

삿갓봉, 산 봉우리의 모양이 삿갓을 쓴것 같다고 해서 붙여진 이름이란다.

 

삿갓바위 위에서..

 

 

이곳 전망데크에 서면, 입암산저수지 넘어 끝자락 쯤 볼록 솟은 방장산과 그 뒤 희하게 보이는 선운산, 그리고 곰소항과 변산반도국립공원, 새만금간척지까지 시원스레 조망된다.

 

 삿갓봉 맞은 편 봉우리

 

 

입암산은 능선보다는 남창(南倉)계곡의 아름다움으로 이름나 있다. 공원 남부, 즉 백암산 일원을 찾는 등산인 가운데 반수 이상이 남창계곡으로 들어선다는 사실만으로도 남창계곡의 산세를 짐작할 수 있을 것이다. '남창(南倉)'은 입암산성 남쪽에 식량창고가 있었다는 데에서 유래한 이름이라고 한다. 입암산과 갓바위 능선 남쪽으로 흘러내리는 산성(山城)골과 은선(隱仙)골, 입암산과 백암산을 가로지르며 흘러내리는 새재(鳥峙)골(반석동계곡), 시루봉 남쪽의 자하동(紫霞洞), 사자봉 서쪽의 하곡동(霞谷洞), 사자봉 남서쪽의 내인동 등, 남창계곡을 이루는 여러 지계곡들은 모두 골이 깊고 아름다워 예로부터 선인들의 은거지 역할을 하기도 했다.

 

천등산(592m)

 

산행지 : 전라남도 고흥군 풍양면

함께한 산악회 : 금수산악회

산행코스 : 송정리-가시나무재-월각산-철쭉공원-천등산-도화면 소재지

 

 

 

높이는 얼마 안되지만, 0m에서 산행이 시작되기 때문에 내륙의 900m이상 되는 산과 비슷한 높이

 

안내해준 금수산악회에 실망...

천둥산에선 리딩을 해주지 않아 두시간을 더 걸어야했고

적대봉에선 하산지점에서 기다리지 않고 출발...

덕분에 새로 구입한 스틱을 잃어버렸음

 

 

누군가 일부러 쌓아놓은 것처럼 바위 문의 형상을 하고 있다. 그 이름도 석문(石文)이다. 이 문을 넘어서야 제대로 된 산을 만날 수 있다는 것인가. 그랬다. 본격적인 산행은 석문에서부터 시작되는 것이었다. 밋밋하던 산길이 석문을 넘어서면서 갑자기 돌변한다. 멀리서보면 그저 그런 바위들의 조합에 지나지 않던 곳이 세밀하게 갈라지고 흩어져 새로운 느낌을 던져준다. 가파른 바위 능선은 섬뜩한 기분까지 느끼게 한다.

 

 

딸각산은 가파르고 험준한 바위를 밟고 오르다보면 '딸각딸각'소리가 난다 해서 붙여진 이름이다. 바위에서 나는 소린지 사람의 무릎에서 나는 소린지 쉽게 구분이 되지 않지만 석문을 넘어서면서부터 바위를 밟지 않고는 한 발짝도 움직일 수 없는 것만은 확실하다. 지도에 표기된 딸각산의 지명은 월각산(月角山)이다. 우리말 이름을 무리하게 한문으로 옮기면서 원래의 의미와는 완전히 다른 이름으로 바뀌어버린 것이다. 긴 세월을 지나오면서 산의 이름이 '딸각'에서 '달각'으로, '달각'에서 달을 '月'로 표기하면서  '월각'으로 변했다. 그러나 아직도 월정마을 사람들은 옛 지명 그대로 딸각산이라 부른다.

 

 

 

딸각산을 제하고 산행을 하면 천등산이 가진 매력의 절반밖에 눈에 담지 못하는 것이라고들 한다. 그만큼 산행의 묘미를 던져주는 요소가 많다는 의미일 터, 정상에 서서 서쪽 능선으로 시선을 돌리면 굽이굽이 바위 고개들이 한순간에 눈을 매료시킨다.
아흔아홉골. 이름에서 이미 대강의 유추가 가능하듯 아흔아홉 개의 거대한 바위가 군락을 이루고 있다. 눈은 즐겁지만 험준함의 정도가 워낙 심해 사람이 제 발로 밟아보지 못한다는 것이 아쉬움이라면 아쉬움이다

 

 

벼락봉 가는 능선, 딸각산 정상에서 비스듬한 능선을 타고 내려와 다시 천등산으로 오르는 길은 쉽다. 느린 걸음으로 30분이면 정상이다.

 

 

천등산 정상에 올라서야 비로소 이곳이 왜 천등산(天登山)이라 이름 붙여졌는지 알 수 있다. 봉우리가 하늘에 닿는다. 사람들의 간절한 바람이 모아지고 모아져 결국 하늘에 닿는다는 의미일 것이다. 누군들 가슴속에 소중하게 담아놓은 바람이 없을까.

 

 

정상어림의 돌탑, 예전에는 천등산 인근에 수많은 절이 있었다고 한다. 스님들이 천등산 정상에 천 개의 등불을 피웠다는 말이 전한다. 그것을 보면 천등산이 하늘과 사람을 연결해주는 통로 역할을 했던 것 같다. 천등산 정상에는 작은 제단이 마련돼 있다. 남해 바닷가를 끼고 있는 산들이 대부분 그렇듯 천등산도 바다를 조망하기 좋은 장소에 놓여 있어 산 정상에는 봉수대가 있었다. 천등산 봉수대는 동쪽으로는 마복산 봉수, 서쪽으로는 장기산 봉수와 서로 응했다. 지금은 이미 사라지고 봉수대가 있던 자리를 작은 제단이 대신하고 있지만 다도해를 한눈에 담을 수 있는 특징만은 세월이 지나도 여전하다.

 

 

 

이름을 알수없는 봉우리, 여기서 길을 잃은 덕분에 두시간을 더 걸어야만 했다.

 

 

적대봉이 있는 거금도에 들어가려면 이곳 녹동항에서 도선을 타야만 한다.

 

 

적대봉 산행 출발지인 파상재

 

소재지 : 전라남도 고흥군 거금면

산행코스 : 파상재-마당목-정상-남동릉-오천리

거금도에 있는 적대봉은 여름산행지론 최악, 특히 정상무렵의 1Km정도는 나무한그루 없는 지옥의 구간이다. 높이 592m에서 이렇게 헤맬수도 있는 모양이다

 

 

적대봉엔 이런 탑이 여러개 있음

밑에 태어난 해가 적혀 있는게

아마 개인이 공덕을 쌓는다고 만든 것으로 보임

 

 

적대봉 정상의 봉화대, 거의 탈진상태에서 도착해서, 더이상의 진행은 무리라 생각되어 하산...

녹동에서 드라이 아이스로 포장한 팟빙수를, 산행대장과 어느 여자분 그리고 나, 맛있게 먹음

 

 

정상의 단풍나무는 벌써 울긋불긋... 가을은 이미 우리 곁에 와 있었다.

 

정상에서 바라본 오천항 방향

 

천관산(天冠山, 723m)

 

산행코스 : 천관산 주차장→영월정→장천재→종봉(금강굴)→대장봉(환희대)→천관산 정상(연대봉)→양근암→영월정→천관산 주차장 (산행시간 : 4시간)

 

소재지 : 전라남도 장흥군 관산읍과 대덕읍의 경계

산행일 : ‘10. 12. 4(토)

같이한 산악회 : 피닉스산악회

 

특색 : 가을의 전령인 억새와 바람, 그리고 우뚝 솟은 奇巖怪石이 자리 잡고 있는 전혀 어울릴 것 같지 않지만 그래도 묘한 연결점을 지닌 산이 천관산이다. 하늘을 향해 수십 개의 바위봉우리가 주옥으로 장식한 천자의 冕旒冠을 닮았다고 해서 ‘하늘의 갓’ 즉 天冠山이 불렸을 정도로, 이름에 걸맞게, 아름답고 기기묘묘한 바위들의 展示場 같은 산이다. 한반도의 한쪽 귀퉁이에 자리 잡고 있어, 빼어난 경관에 비해 덜 알려졌으나, 얼마 전 강호동의 ‘一泊二日’에 소개되고 난 후, 갑자기 찾아오는 등산객들로 몸살을 앓을 정도란다.(천관산은 남도 제일의 지리산을 비롯해 아기단풍이 많은 내장산, 바위덩어리 월출산, 처녀림을 간직한 내변산 등과 함께 호남의 5대 명산에 속한다)

 

 

▼  산행들머리는 천관산도립공원 駐車場’

무안-광주고속도로 나주 I.C에서 빠져나와 羅州市 외곽을 통과한 후, 13번 국도를 따라 강진군 성전면까지 달린 다음, 이곳에서 2번 국도로 갈아타고, 장흥읍 못 미쳐서 23번 국도와 만나는 지점까지 달린다. 이어서 23번 국도를 따라 고금도 방향으로 달리다보면 관산읍을 지나게 되고, 곧 이어 나타나는 이정표를 따라 오른편으로 들어서면 천관산도립공원 주차장에 다다르게 된다. 駐車場은 이곳 천관산이 道立公園이어선지 깔끔하고 널따란 化粧室을 두 개가 갖추고 있고, 주변 시설들의 外觀을 봐도 이곳 行政機關에서 공들여 관리하고 있는 것을 쉽게 느낄 수 있다. 주차장입구 맞은편 천관산 방향으로 커다란 산행안내도가 설치되어 있고, 등산로는 그 뒤로 이어진다. 등산로 입구에 있는 산불통제소의 옆에 湖南第一支提靈山(호남제일지제영산)이라고 쓰인 커다란 표지석이 눈길을 끈다. 아마 천관산의 옛이름이 지제산이었나 보다.

 

 

 

 

▼  여기는 따뜻한 남쪽 나라, 이미 첫눈이 내린지 오래건만 이곳에는 아직도 예쁜 꽃들이 화사하게 피어있다. 주차장으로 들어오는 들머리 주변의 국화차 재배지의 농원에도 노란 국화꽃이 만개해 있었다.

 

 

 

 

▼  잘 닦인 시멘트포장도로를 따라 200m정도 걸어 올라가면 迎月亭(육각정)이 보이고, 그 옆에 또 하나의 산행안내도가 서 있다. 이곳에서 곧바로 직진하면 장천재로 가게되고, 왼편 능선으로 올라서면 양근암을 거쳐 정상에 다다르게 된다. 영월정에서부터 등산로는 두사람이 한꺼번에 걸을 정도로 좁은 흙길로 변한다. 영월정 앞에는 작은 쉼터를 만들어 놓고 그 뒤에 천관산이 ‘호남 5대명산’의 하나라는 비석과 고려시대 인종대왕의 왕비였던 공예태후가 태어난 곳임을 알려주는 입석이 세워져 있다.

 

 

 

 

▼  영월정에서 조금 더 걸어 올라가면 長川齋(전라남도 유형문화제 제72호)가 나온다. 장천재는 조선 후기 실학자인 存齋 위백규 선생이 후학을 가르치던 곳이라고 한다. 장천재 앞의 개울을 건너는 다리가 도화교인데, 다리 건너에 있는 장천재 건물 앞으로 보이는 우람한 소나무가 태고송이다. 태고송은 장천재를 처음 지을 당시인 조선 태종 때부터 있었다고 하는데, 솔바람 소리를 기상을 예측했다는 얘기가 전해 내려온다.

 

 

 

▼  장천재에서 조금 더 걸어 올라가면 體育公園 삼거리가 나온다. 이곳에서 왼편으로 가면 금수굴을 거쳐 頂上인 연대봉으로 가게 되고, 오른편으로 90℃를 틀어 진행하면 금강굴과 환희대를 거쳐 정상인 연대봉으로 가게 된다. 체육공원으로 오르는 등산로 왼편에는 꽤 오래된 동백나무 群落地가 보인다. 아마 겨울철 막바지에는 흐드러지게 핀 동백꽃을 구경할 수 있을 듯...

 

 

▼  체육공원을 지나 오른편 능선으로 들어서면 그야말로 급경사, 다행이도 5분이 채 못되어 오르막이 끝나고 이정표가 서있는 안부에 다다른다. 여기서부터는 약 20분 동안 완만한 경사의 등산로를 걷게 된다. 등산로 주변에는 아직도 가을인양 단풍이 붉게 물들어있다.

 

 

 

▼  곱게 이어지던 등산로는 계곡을 가로지르는 다리를 건너면서부터 다시 가파라지기 시작한다. 바위지대를 오르면서 잠깐 짬을 내어 돌아보면 남해바다의 리아스식 해안이 한눈에 들어온다. 저 멀리 점점이 흩어져 있는 섬들, 마치 바다위에 떠있는 돛단배인양 파도위에서 넘실대며 흘러 다니고 있다.

 

 

 

 

 

 

▼  뒤가 열린 능선길을 30분 정도 더 오르면 망부석 같은 바위가 늠름하게 버티고 섰다. 함께 걷게 된 ‘구의산악회’ 회장님 왈, 이곳 천관에는 바위 문이 7개인가 되는데 저 문이 첫 번째 문이란다. 저 문이 있는 봉우리가 바로 선인봉(선봉)이다. 선인봉에서부터 바위들의 열병식이 시작된다는데 기대해 볼 일이다.

 

 

 

 

 

 

 

▼  산을 오르면서 다른 산에서는 느껴보지 못했던 감정 하나, 이곳저곳에 널린 바위들을 바라보며 ‘누가, 언제, 저렇게 예쁘게 쌓아 놓았을까?’ 이는 바위 하나하나가 누군가가 일부러 만들어 놓은 藝術作品으로 느껴질 정도로 정교한 아름다움을 지녔다는 말이다. 너무도 아름답게 생긴 바위들을, 넋을 잃고 바라보며 감탄사를 쏟아 놓다보면, 어느새 우린 정상에 도착해 있다.

 

 

 

 

 

 

 

▼  선인봉에서 15분을 더 오르니 금강굴이 있다. 그리 깊지는 않다. 주변에 선 바위가 만든 좁은 통로를 일부러 통과하니 금종암이다. 종봉이라고도 부른다. 종봉 아래가 금강굴인 것이다. 종봉에 올라서면 웬 기다란 나무 널빤지가 바위위에 놓여있다. 구의산악회 회장님의 권유에 따라 드러누워 본다. ‘와~~와~~ 이럴수가~~’ 저 앞의 구정봉 등 바위봉우리들이 눈앞에 펼쳐지는 광경이란... 마치 오목렌즈속의 풍경이 이렇지 않을까? 그야말로 요지경속에 세상에 내가 놓여있다. 이곳이 역시 부처님과 연관이 깊은 산이라는 것은, 이런 좋은 전망방법을 수도하던 스님이 발견했다는 것이 이를 증명한다. 이 바위위에서 수도에 정진하던 스님이 잠시 쉬기 위해 바위에 드러누웠다가 이런 기발한 조망방법을 발견했다니 말이다.

 

 

 

 

 

 

 

  

▼  전망바위 뒤의 제법 위험한 바위위에서 구의산악회 회장님이 올라오라고 손짓한다. 조금은 무섭지만 까짓~~ 어찌 조금의 위험을 무릅쓰지 않고서 절경을 구경할 수 있으리오... 나 또 하나의 奇物과 만날 수 있었다. 어쩌면 저리도 ‘洋便器’를 빼다 닮았단 말인가? 요즘이 가물어서 그렇지 만일 비까지 온 뒤라면 누가 뭐라고 해도 영락없는 양변기가 종봉 위에 놓여 있었다.

 

 

 

 

▼  이곳의 바위는 설악산만큼 그 규모가 크고 웅장하지는 못하지만, 정교하고 오묘한 맛은 차라리 설악산보다 한수 위이다. 또한 이곳에서 그리 멀지 않은 곳에 위치하고 있는 월출산과도, 또 다른 形態美를 보여주고 있다. 산 전체가 奇巖怪石으로 둘러싸인 월출산에서 비해, 개개의 奇巖怪石들이 흙 능선위에 심은 듯 솟아올라, 다른 유명한 바위산들과는 색다른 美를 보여주고 있다.

 

 

 

 

▼  九龍峰, 아홉마리의 용들이 머리를 맞대고 노니는 형상이라해서 붙여진 이름인데, 바위로만 이루어진 봉우리는 ‘바위 博物館’이라 할 만큼 各樣各色의 바위들이 어우러지며 각각의 자태를 뽐내고 있다.

 

 

▼  종봉을 돌아 작은 계단을 올라서니 天子의 冕旒冠을 닮은 구정봉의 바위들이 올려다 보인다. 천관산은 옛날에는 지제산이나 천풍산으로 불렸으나 疊疊이 쌓인 奇巖怪石이 천자의 면류관 형상을 닮았다하여 천관산이라고 바꿔 부르게 되었단다. 등산로를 벗어나 구정봉 바위에 올라서면 저 앞에 환희대와 좌우로 펼쳐진 능선의 바위들이 보인다. 능선을 따라 서 있는 모습들이 마치 군인들이 도열해 있는 것 같다.

 

 

▼  비스듬하게 기울은 것이 피사의 사탑? 능선을 걷다보면 奇巖怪石들이 연출하는 아름다운 경관들이 시종일관 보는 이의 눈을 즐겁게 만들어준다. 奇奇妙妙한 바위들로 이루어진 종봉과 천주봉, 대장봉 등 바위봉우리들이 奇妙하면서도 웅장한 모습으로 다가온다.

 

 

 

 

▼  환희대(대장봉 정상), 벅찬 歡喜를 느끼며 닿은 곳, 환희대는 책 형상의 네모나게 깎인 바위들이 서로 겹쳐 있어, 만권의 책을 쌓아놓은 것 같은 평평한 石臺이다. 산에 올라 이곳에서 성취감과 큰 기쁨을 맛보라고 그렇게 이름을 지었단다. 환희대에서 연대봉까지는 억새밭이 사방에 광활하게 펼쳐져 있다. 환희대는 구룡봉과 장천재, 그리고 연대봉으로 갈라지는 삼거리이다. 한쪽 귀퉁이에 그 징표들을 주렁주렁 머리에 매달은 이정표가 늠름하게 서 있다.

 

 

▼  환희봉에서 연대봉대까지 이어지는 平原은 가을이면 하얀 억새꽃이 장관을 이루는 곳이다. 그 넓이가 자그마치 40만평, 비록 영남알프스의 억새 평원에는 미치지 못하지만 다른 유명한 억새평원보다는 결코 뒤떨어지지 않는다. 그러나 지금은 겨울의 초입, 하얀 솜털 같은 꽃잎들은 어디로 다 날려가 버리고, 나락을 훑고 난 벼의 짚단같이 모습으로, 앙상한 줄기만 바람에 온몸을 맡기고, 바람에 부대끼면서 사각사각 울음소리를 내고 있다.(이곳 억새평원이 만들어진 이유를 보면 한마디로 슬픈 역사의 한토막이다. 이고장 출신의 소설가인 이청준선생은 그의 소설 ‘신화시대’에서 그 이유를 이렇게 적어 놓았다. ‘고려시대 때, 여몽연합군이 일본정벌에 사용할 軍船을 만들기 위해 濫伐을 한 이래, 朝鮮時代의 壬辰倭亂 때에는 朝鮮水軍의 군선 製造用으로, 그리고 日帝 강점기에는 建築資材로 사용하기 위해 일본인들이 濫伐하였다.’)

 

 

 

▼  광활한 억새평원은 찬란했던 은빛의 절정을, 홀씨와 함께 이미 보내버리고 이제 허허롭게 가을의 잔재들을 갈무리하고 있다. 하얀 억새꽃이 햇빛을 등지고 바람에 흔들릴 때 이곳을 찾았다면 얼마나 아름다웠을까? 못내 아쉬워하며 걷는 능선은 소잔등처럼 부드럽게 이어진다.

 

 

 

▼  천관산 정상은 흙으로 된 밋밋한 봉우리, 그 꼭지에 烽火臺가 자리 잡고 있다. 아담한 정상표지석은 봉화대의 전면에 세워져 있다. 천관산의 정상부는 억새의 공간이다. 억새는 태양을 마주하고 보는 逆光에서 가장 아름답기 때문에 오전 산행은 환희대에서 연대봉으로 오후 산행은 연대봉에서 환희대로 가는 편이 좋단다. 그러나 지금은 억새꽃이 다 져버린 겨울의 初入, 역광이 무슨 소용이 있으리오. 넘실거려줄 은빛 꽃이 없는데서야... 연대봉 정상은 장흥에서 가장 높기 때문에 조망 또한 뛰어나다. 여기서는 제암산은 물론, 완도의 상황봉, 해남의 두륜산, 그리고 월출산과 무등산까지 다 바라보인다. 날씨가 좋은 날은 제주도의 한라산과 거문도까지 보인다고 하나 오늘은 날씨가 맑은 편인데도 그 모습을 보여주지는 않고 있다.

 

 

 

▼  하산은 정상에서 왼편 양근암 방향의 능선을 따라 내려선다. 疊疊이 바윗돌이 쌓인 바윗돌인 庭園岩. 능선 위에 자리 잡은 모양새가 예쁘다. 조금 더 내려가면 또 다른 정원암, 정원암에서 양근암까지는 그리 험하지 않은 바윗길이 이어진다. 덕분에 좌우 능선에 심어져 있는 奇巖怪石은 물론 전면에 펼쳐지는 多島海의 풍광을 실컷 눈요기 할 수 있다.

 

 

 

 

 

 

 

▼  陽根岩이라고 적힌 이름표를 달고 있는 바위를 만난다. 그 동안 산행을 하면서 수없이 많은 陽根石을 만났었다. 그러나 이곳보다 큰 것은 본 일이 있지만 이곳만큼 잘 생긴 양물은 결코 보지 못했다(그러나 살짝 방향을 바꿔서 바라보면 결코 男根으로 보이지 않는 아쉬움도 있다). 어쩌면 저리도 하늘을 향해 힘차게 치켜들고 있을까? 장엄한 남성의 상징물을 바라보며 그저 부러워할 따름... 용감하다고 소문난 우리나라 아줌마들, 다들 손으로 만지락거리며, 바위를 껴안고 사진 찍느라 바쁜데, 심지어는 그 형상에 뽀뽀를 하고 있는 아줌마도 보인다.

 

 

 

 

 

 

▼  산행날머리는 천관산도립공원주차장(原點回歸 산행)

양근암에서 30분 정도 더 내려오면 갈림길이 보인다. 능선을 따라 곧 바로 내려가면 육각정(영월정)으로 이어지고, 오른쪽 하산로를 선택하면 장안사를 거쳐 주차장 방향으로 내려가게 된다. 정상에서 양근암을 거쳐 영월정으로 내려서는 능선 길은 多島海 風光이 눈에서 벗어나는 일이 없어 그 멋은 倍加되는 길이다.

 

 

 

 

 

 

조계산(曹溪山, 884m)


산행코스 : 매표소→송광사→토다리→연산봉사거리→연산봉(851m)→장막골→장군봉(정상)→마애여래상→선암사→승선교→주차장 (산행시간 : 4시간40분)


소재지 : 전라남도 순천시 승주읍과 송광면의 경계

산행일 : ‘10. 10. 9(토)

같이한 산악회 : 서울동강산악회


특색 : 산의 자태보다는 산이 지닌 존귀함으로 인해 명승 제65호로 지정된 산, 산의 북쪽에 우리나라 삼보사찰의 하나인 승보사찰 송광사가 위치하고, 남쪽에는 선·교의 종찰 태고총림 선암사가 자리 잡고 있다. 두 사찰 모두 울창한 숲속에 전각과 수많은 문화재가 잘 보존관리 되고 있으므로, 꼭 산행이 아니더라도 한번쯤은 꼭 들러볼 것을 권하고 싶다.

 

 

▼  산행들머리는 송광사 주차장

호남고속도로 송광사(주암) I.C에서 빠져나와 18번 국도를 타고 송광면사무소 방향(보성방향)으로 달리다가 송광사삼거리에서 좌회전 834번 지방도를 따라 들어가면 송광사 주차장에 닿게 된다. 주차장에서 집단시설지구 상가를 왼편에 두고 도로를 따라 들어가면서 산행이 시작된다.

 

 

 

▼  주차장에서 송광사까지는 1Km 남짓, 20분 정도 같이 걷는 사람들과 못다 한 얘기를 주고받으며 걷다보면 어느덧 송광사 일주문에 닿게 된다. 계곡을 따라 이어지는 길은 시원한 느낌을 준다. 걷는 중간에 만나게 되는 청량각이라는 다리樓閣에서 잠시 쉬며 주변 풍물을 돌아보는 것도 하나의 운치일 듯...

 

 

 

 

 

▼  松廣寺 : 우리나라 삼보사찰〔佛寶(통도사). 法寶(해인사). 僧寶(송광사)〕중의 하나인 僧寶寺刹, 삼십일 본산 중에서도 巨刹이며 慧璘大師의 창건(770년경)이후 중흥조인 普照國師를 비롯한 16국사를 배출한데 연유하여 승보사찰이 되었다. 殿堂이 60여동에 이르러 국내 거찰 중에서 가장 큰 규모를 지녔다가 6.25동란에 대웅전을 비롯한 20여동이 소실되었으나, 이후 重建을 거듭하여 지금은 점차 복원되어 가고 있다.

 

 

 

▼  송광사를 떠올리면 羽化閣 밑으로 맑게 흐르는 계곡물을 건너다니게 만들어 놓은 징검다리 사진이 떠오른다. 우화각은 虹橋위에 세운 일종의 門樓형식의 건물로서, 앞에서 보면 樓閣이지만 옆에서 보면 다리역할을 하는 樓橋라는 특이한 형태를 갖추고 있다.  이 건물이 사시사철 아름다움을 간직할 수 있는 것은 밑을 흐르고 있는 청계수의 덕일 것이다. 다리 위의 우화각도 아름답지만 청계수에 비친 다리가 더욱 아름답게 보이니까 말이다.

 

 

 

▼  송광사의 명물 비사리 구시. 1724년 남원 세전골에 있었던 큰 싸리나무가 쓰러지자 이곳을 가공하여 만들었다고 전해지며, 송광사 대준의 밥을 담아 두었던 것으로 쌀 7가마분(약 4,000명 분)의 밥을 담을 수 있다고 한다. 흔히 절의 규모를 추측하는 기준으로 당간지주의 크기와 말구유, 공양(주방) 기구를 드는데, 송광사의 비사리구시는 솥의 개념을 넘어 작은 배만한 크기를 자랑한다. 이만한 寺勢였다면 호남 제1사찰로 위상을 떨치기에 부족함이 없었을 것이다.

 

 

▼  송광사를 둘러본 후, 사찰의 오른편으로 난 널따란 등산로를 따라 들어서면 본격적인 산행이 시작된다. 울창한 대나무 숲을 벗어나면, 조계산 산행 안내도가 보이고, 계속해서 진행하면 계곡을 가로지르는 콘크리트 다리가 놓여 있다. 다리 건너에는 편백나무들이 하늘을 찌를듯이 솟아있고 등산로는 그 아래로 이어진다.

* 편백나무는 측백나무 科目으로서, 우리 몸에 이롭다는 피톤치드라는 물질을 많이 내 뿜는다는 침엽수의 일종이다. 침엽수 중에서도 가장 많은 양의 피톤치드를 내뿜는다니, 오늘의 산행은 그야말로 豪奢를 누리는 산행인 된 샘이다. 피톤치드란 나무가 병충해나 나쁜 환경으로부터 자신을 지키기 위해 방출하는 일종의 분비물을 말한다. 일본에서는 피톤치드를 이용해서 아토피성 피부병을 치료하고 있으며, 전라남도 장성군에 있는 축령산에는 편백나무가 내뿜는 기운이 항암효과에 좋다고 해서 많은 말기암 환자들이 몰려든다고 한다.

 

 

 

 

 

▼  계곡을 따라 이어지는 등산로를 따라 제법 韻致있는 木橋도 건너며, 잘 닦인 등산로를 따라 걷다보면, 이내 ‘토다리 삼거리’에 닿게 된다. 오른편에 설치되어 있는 목교를 건너 이어지는 길은 ‘조계산 둘레길’로서 그 유명한 보리밥집을 거쳐 선암사에 닿게 된다. 조계산의 정상인 장군봉으로 가려면 왼편의 피아골 계곡을 따라 올라가야한다.

 

 

▼  장군봉으로 오르는 길은 너덜길의 연속, 말라붙은 계곡을 건너갔다 건너오기를 여러 번, 개울가 암석위에서 아슬아슬하게 목숨을 이어가고 있는 나무들도 구경하면서 쉬엄쉬엄 오르면 것이 피아골을 통과하는 최선의 방법일 것이다. 특별한 아름다움이나 괴이함을 주지 못하는 너덜길은 그저 무심코 통과하는 것이 최상일 터이니까 말이다.

 

 

 

 

▼  싱싱하고 푸르른 숲속은 오만가지 새들의 지저귐으로 꽉 차있다. 바람이 살살 불어오고, 그 바람에 실려 오는 공기에는 풋풋한 나무 향이 듬뿍 스며있다. 조계산을 들어서는 길은 짙은 녹음에 갇혀있고, 이는 내가 늘상 원하던 길이었다.

 

 

 

 

▼  연산 사거리, 계곡을 따라 이어지는 너덜길 등산로가 물릴 정도쯤 되면 어느덧 연산봉사거리에 다다른다. 턱에 찬 숨을 고르며 돌아보니 이게 웬일? 우리가 올라왔던 등산로에 ‘사람의 통행을 금지’한단다. 우리가 지나왔던 ‘토다리 삼거리’에는 그런 안내가 없었는데... 하여간 피아골을 거쳐 송광사로 내려가는 길이 폐쇄되어 있으니, 이름을 ‘연산 삼거리’로 고쳐야 맞을 듯... 연산봉으로 가는 길은 山竹길이다. 그 위는 남자성인의 키를 조금 넘을 듯한 작은 갈참나무들... 걷다보면 오른편으로는 상사호가 희미하게 보이고, 왼편에는 나뭇가지 사이로 가야할 장군봉이 걸려있다. 송광사 주차장에서 이곳까지는 4.2 Km로서 약 1시간30분이 걸렸다.

 

 

▼  연산봉의 정상은 헬기장으로 상당히 넓다. 조계산 연산봉이라고 적힌 정상표지석(851m)이 날씬하게 서있다. 동쪽으로는 선암사와 상사호가 그 왼편으로 산줄기 능선이 아름답게 흐르고 있고, 서쪽 방향은 산봉우리 너머로 주암호 일부와 그 뒤로 추월산이 바라보인다. 남쪽은 호남정맥과 그 오른편으로 천자암봉이 육중하게 서 있다.

 

 

 

▼  연산봉에서 다시 연산사거리로 내려서서 장군봉으로 향하는 능선은 온통 참나무 群落地, 남자成人 키로 두 길이 채 못 될 정도로 작달막하다. 등산로가 제법 넓어서 같이 걷는 사람과 얘기를 나누면서 걸어도 충분할 정도... 집사람과 정겨운 얘기 나누며 행복에 겨워하고 있는데, 갑자기 눈살을 찌푸리게 만드는 사람들과 마주치면서 그 흥이 깨져버린다. 사람들이 많이 다니는 등산로 한 가운데를 버젓이 막아놓고, 버너에 찌개를 끓이고 있는 모습들이라니....

 

 

 

 

▼  연산봉에서 장군봉으로 이어지는 조계산의 주능선은 우뚝 솟아오른 형태, 갈참나무들 때문에 시야가 가리지만 간혹 만나는 봉우리들은 四圍가 시원스레 트여 있다. 광양 백운산, 지리산 반야봉, 노고단이 가시권에 들어온다. 날씨가 좋을 때는 連峰들의 물결 너머로 순천만을 감상할 수 있다는데...

 

 

▼  경사가 완만한 등산로를 따라 오르내리는데, 등산로 주변의 山竹 밀집도가 높아지기 시작한다. 크기도 어느새 사람의 키만큼 커져버렸고... 산죽군락 사이를 가르며 예쁘게 생긴 나무계단이 봉우리를 향해 일직선으로 이어지는데, 그 끄트머리에는 방송시설이 서 있다. 산불예방 방송이 시끄럽게 들리는지 집사람이 꼬집는 멘트 한마디 ‘저게 바로 騷音公害인데...’

 

 

 

 

▼  널다랐던 등산로는 어느새 두 사람이 어깨를 마주하고 걸어갈 수 없을 정도로 좁아져 버렸다. 그래서 일열로 서서 걸어야만 하고, 이야기를 주고 받기 힘들기에 그저 묵묵히 걸을 수 밖에 없는 길, 걷는 동안 세속의 번뇌를 하나 둘, 다 떨쳐버리고, 그렇게 걷다보면 나와 숲은 언젠가 하나로 동화되어버린다.

 

 

 

▼  장군봉 정상에 올라서면, 그리 넓지 않은 안부에 검은 오석으로 멋지게 만들어 세운 정상표지석과, 중앙의 엉성하게 쌓인 돌무더기 위에 날카로운 돌을 세워져 있는 것이 먼저 보인다. 이정표에는 올라왔던 선암사 방향, 작은골목재 보리밥집 방향, 장밭골 송광사 방향이 표시되어 있다. 송광사에서 여기까지 거리는 6km란다. 연산봉 정상에서 이곳 장군봉 정상까지는 약 3.4Km 한 시간 남짓 걸어왔다.

 

 

 

▼  정상에서의 전망은 남쪽을 제외하고는 나뭇가지에 가려져서 잘 보이지 않는다. 동쪽은 나뭇가지에 가려진 상사호와 그 배후 능선들이 희미하고, 서쪽의 연산봉도 역시 나뭇가지 사이로 언뜻 나타났다가 사라져 버린다. 다만, 남쪽으로 깃대봉과 호남정맥의 봉우리들이 연이어 흐르고 있다. 그 뒤에는 아스라이 남해바다가 나타났다 이내 사라져버린다.

 

▼  선암사로 가기 위해서는 장군봉에서 좌측으로 내려서야한다. 등산로는 급경사 내리막길... 급사면을 내려서면 남쪽으로 조망이 확 트이는 전망대가 나타나고, 다시 한 번 내리막을 달리다보면 앙증맞은 약수터를 만나게 된다. 바위 위에 플라스틱 바가지가 놓여있지만 물맛을 보는 것은 사양, 수통에 물이 아직도 많이 남아있기도 하지만, 수질을 믿지 못하는 것도 또 하나의 요인일 것이다.

 

▼  약수터에서 급경사 너덜 길을 따라 내려서면 등산로는 고와지지 시작한다. 사람의 키를 훌쩍 넘겨버린 산죽 사이의 길을 따라 내려서면 대각암 우측의 삼거리가 보인다. 이곳 삼거리에서 오른편으로 진행하면 ‘작은 굴목재’를 거쳐 장군봉에 이르게 되고, 선암사로 가려면 곧바로 진행하면 된다.

 

 

 

 

 

▼  大覺庵, 大覺國師가 이곳에서 크게 깨달았다고 한다.

 

 

▼  仙巖寺 磨崖如來立像.

대각암을 지나면서 도로는 시멘트포장도로로 바뀐다. 포장도로를 따라 조금 더 내려오면 오른편에 마애여래입상이 보이는데, 큰 바위에 如來佛의 立像이 새겨져 있다. 딱 푸근한 동네 아줌마를 연상시키는 모습으로... 이 여래입상은 전남 문화재자료 제157호로. 고려 중․후기 작품으로 추정된단다.

 

 

▼  마애여래입상을 지나면 곧바로 좌측으로 선암사의 殿閣들이 보인다. 건물들의 겹겹이 이어진 지붕이 보이고, 길은 迷路... 장군봉에서 이곳까지는 약 2.7 Km 의외로 시간이 많이 걸려 한 시간이 넘게 걸렸다. 

* 仙岩寺 : 삼십일본산의 하나로서 백제 성왕 7년(529)에 阿道和尙이 毘盧庵이란 암자를 세운 것이 시초라는 창건설화가 있으나,詳考할 만한 자료는 없다. 寺傳에 의하면 新羅 경덕왕 때(742)에 道詵師가 중건하여 조계산 선암사라 하였으며, 임진왜란 때 전소된 것을, 純祖 때 梅鶴, 訥庵, 益宗 등 삼대사가 중창하여 오늘에 이르게 되었다. 전각은 모두 24동으로서 그 규모와 역사성에서 송광사에는 미치지 못하나, 계류의 풍광은 오히려 송광사 쪽보다 뛰어나다.

 

 

▼  仙巖寺 解憂所(우리나라에서 유일하게 문화재자료로 지정된 화장실)

‘눈물이 나면 기차를 타고 선암사로 가라, 선암사 해우소로 가서 실컷 울어라. 해우소 앞에 쭈그리고 앉아 울고 있으면 죽은 소나무 뿌리가 기어 다니고, 목어가 푸른 하늘을 날아다닌다.’ 정호승 시인의 작품에서 나오는 해우소가 바로 이 건물이다. 해우소의 바닥은 흔한 시멘트 바닥이 아니라 마룻바닥으로, 얼핏 보면 여느 기와집 대청마루 같다. 또한, 변소 특유의 역겨운 암모니아 냄새 대신, 시원한 바람과 햇볕 냄새가 은은히 났다. ‘대소변을 몸 밖으로 버리듯 번뇌와 망상도 미련 없이 버리세요’ 정호승 시인이 보았다던 종이는 보이지 않았다.

선암사의 해우소에는 ‘깐 뒤’라는 두 글자가 새겨져 있다. 그런데 깐의 머리 자음은 ‘ㅅ’과 ‘ㄱ'을 합쳐 놓았다. 거꾸로 읽으면 ‘뒤 깐’이고, 제대로 읽으면 ‘깐 뒤’, 또 어떻게 보면 ‘싼 뒤’로도 보인다. 대체 뭘 까고, 뭘 싼다는 것일까?

 

 

▼  아름드리 소나무가 옆으로 누워 자라고 있는데, 가지 하나는 하늘을 향해 서 있는 것이 이채롭다.

 

▼  降仙樓, 강선루의 경치는 승선교와 더불어 선암사에서 대표선수 격이다. 풍경사진이 있는 달력에 자주 등장할 정도로 사진작가들이 자주 찾는 곳이다. 사찰이름이나 강선루, 승선교에 신선 仙가 공통으로 들어가는 이유가 뭘까? 혹시 옛날에는 이곳이 佛敎寺刹이 아니라 道敎의 仙院이 아니었을까? 믿거나 말거나...

 

 

▼  仙巖寺 昇仙橋(보물 제400호), 선암사 입구에 있는 虹橋, 홍교란 다리 밑이 무지개처럼 반원형으로 쌓은 다리를 말하며 홍예다리, 아치교, 무지개다리라고도 부른다. 전남 보성군 벌교읍에 있는 筏橋虹橋(보물 제 304호)와 함께 그 구조 형식이 가장 뚜렷하다.

 

 

▼  산행날머리는 선암사 매표소앞 주차장

선암사에서 매표소까지는 약 2Km, 無念無想으로 걷다 보면 아마 참으로 운치 있는 길이라는 생각이 들 것이다. 아직까지 흙길을 그대로 유지하고 있는 것 하며, 길가의 아름드리 졸참나무를 보면서 말이다. 굴참나무나 갈참나무는 크게 자란 것을 흔히 볼 수 있지만 졸참나무가 이렇게 큰 것은 이곳 선암사가 아니면 보기 힘들 것이다. 제법 큰 나무들이 바깥의 빛을 차단하고 있기에 무심결에 올려다본 하늘은 모자이크 처리된 화면을 보는 듯 했다. 마치 새롭게 눈뜬 사람에게 경이로움을 주는 느낌으로 비유할 수 있을까?

 

 

 

▼  귀경길에 들른 낙안읍성(사적 제302호)

선암사에서 30분 거리에 있는 朝鮮 前期의 성곽으로, 보존상태가 다른 읍성에 비해 양호하다는 평이다. 왜구의 잦은 침입을 막으려고 쌓은 성으로서 城內에 주민들이 살고 있다는 것이 다른 城郭과 확연히 구별되고 있다.

 

백아산 (白鵝山, 810m)


산행코스 : 아산목장→마당바위→천불봉→백아산 정상→문바위봉 삼거리→문바위 왕복(3㎞)→문바위봉 삼거리→팔각정→암릉→휴양림(산행시간 : 4시간)


소재지 : 전라남도 화순군 북면

산행일 : ‘10. 5. 1(토)

함께한 산악회 : 월산악회


특색 : 백아산은 전국이 東西南北, 四通八達, 도로가 뻥뻥 뚫린 요즘 같은 시대에도 접근하기가 결코 쉽지 않은 동떨어짐을 지닌 독특한 산이다. 높지도 그렇다고 낮지도 않아 체력에 부담이 없이도 오를 수 있는 산, 거기다 하얀 바위 능선을 실컷 밟을 수 있으니. 산을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한번쯤은 짬을 내어 찾아봐야할 산으로 본다.  백아산은 무등산과 지리산을 잇는 전략적 요충지라서 한국전쟁 중에 빨치산들이 웅거했던 곳이다. 조정래선생의 ‘태백산맥’에 마당바위 등 백아산 일대가 자세하게 묘사되어 있다.  

 


▼  산행들머리는 아산목장

15번국도 상의 북면 어천리 덕고개, 목초지 건너편에 등산로 표지석이 세워져 있다. 표지석의 오른편으로 산행이 시작된다. 산행은 워밍업을 하라는 배려인지 처음 몇 분 동안은 수월하게 이어지다가, 이정표가 서있는 소나무 숲에 들어서면서부터 본격적인 산행이 시작된다.   

 

 

 

▼  숲에 들어서자 서늘한 숲의 정기가 느껴진다  

 

 

 

 ▼  들머리에서 편안한 산길을 따라 20여분 정도 오르면 관광목장에서 올라오는 등산로와 만나 오른편 능선으로 방향을 튼다. 등산로는 전형적인 육산, 조금 경사진 오르막길도 나오지만 대체로 마당바위까지 편안하게 오를 수 있다.  잠시 숨을 고르며 이마에 흐르는 땀을 훔친다. 볼을 스치는 바람은 오월의 늦은 봄바람이건만 아직 냉기를 품고 있다.

 

 

  

▼  안부의 등산로 주변은 소나무와 참나무가 알맞게 섞인 숲, 오솔길을 따라 불어오는 바람은 길 주변의 나뭇잎을 스치면서 훔쳐온 솔향까지 듬뿍 안은 채로 콧가에서 살랑살랑.., 어디를 들렸다왔는지 거기엔 들꽃향기까지도 한 웅큼이다.

 

 

 

▼  관광목장과 만났던 지점에서 다시 30분이 채 못되게 오르다보면 철쭉단지 삼거리, 이정표에 철쭉단지 삼거리라고 적혀있지만 주위의 나무들은 온통 진달래, 올 봄의 이상기온 때문인지 철이 한참 지났는데도 이제야 꽃봉오리를 한껏 열어놓고 있다. 이곳에서 왼편으로 방향을 잡고, 철계단과 바윗길을 100m 정도 오르면 마당바위 위로 올라서게 된다.  

 

 

 

▼  마당바위, 철제사다리를 타고 마당바위에 오르면, 맨 먼저 헬기장으로 조성된 200~300명 정도는 족히 쉴 수 있을 만큼 널따란 마당이 보이고, 그 뒷편에 바위언덕이 보기 좋게 솟아있다.

조정래의 ‘태백산맥’에서는 마당바위를 이렇게 표현했었다. ‘그 벼랑바위 사이를 어렵사리 타서 위에 오르면, 거기에 또 하나의 경이가 펼쳐져 있었다. 삼백여 평을 헤아리는 그야말로 넓은 '마당'이 질펀했던 것이다. 그런데 또 무슨 조화인지 바위가 평평해서 된 '바위마당'이 아니고 흙으로 된 '흙마당'이었다. 그리고 바위는 담을 치듯이 가장자리를 따라 드러나고 있었다. 그러니까 넓은 바위가 흙을 담고 있는 격이었다.’ 

 

 

 

▼  마당바위 뒤에 있는 비학봉은 암릉으로 이어지는데, 칼날처럼 날카롭게 솟은 능선은 쉽게 사람의 접근을 허용하지 않을 것 같다. 용기를 내서 20m 남짓 나아가보지만, 이내 그만 뒤돌아서고 만다.  마당바위는 사면이 벼랑을 이루고 있어서 이곳에서의 조망은 일품, 우선 발아래는 북면의 마을들이 내려다보이고, 눈을 들면 인근의 무등산은 물론이고 날씨가 좋은 날이면 멀리 지리산 천왕봉까지 보인다. 동서남북 사방으로 장쾌한 산릉의 파노라마가 펼쳐지고 있다.

 

 

 

 

 

▼  마당바위에서 바라본 천불봉 능선, 널찍한 평원에 진달래가 활짝 피어있다  봄은 한껏 물이 올랐는데... 어느 봄 깊은 날, 살랑살랑 바람결 따라 흔들다 제풀에 지친 진달래들... 철모르는 진달래로 포위된 오월의 山野, 그리고 群舞를, 난 한눈에 가득 넣고 돌아왔다.

 

 

 

 

▼  마당바위에서 내려와 천불봉 방향으로 잠깐 걸으면 약수터이정표를 만난다. 천불봉 아래 방향으로 표기되어 있지만 답사는 사양한다. ‘날진’물통에 얼음물도 가득 차 있으니 갈증해소도 불필요... 거기다 진달래 향에라도 취했다면 몰라도, 진달래는 원래 향이 없음이려니..., 

 

 

 

 

 

 

▼  천불봉 아랫도리를 지나다 보면 고갯마루로 오르는 길목에 길을 막고 누워있는 소나무를 만난다. 삶의 애착? 잠깐이나마 숨이 끊어졌다가 중환자실에서 살아있음을 깨달았던 추억이 있는 난, ‘1년, 1달, 아니 단 하루’라도 더 살게 해 달라며 하느님께 매달렸던 기억을 되살리며 ‘아무리 하찮은 삶일지라도 삶은 존귀한 것’이라는 話頭를 떠 올려본다.   

 

 

▼  천불봉으로 오르려면 이런 모험을 시도해야만 한다.

 

 

 

▼  정상으로 향하는 능선을 지나다 뒤돌아본 천불봉과 마당바위. 능선에 오밀조밀 늘어선 떨기나무(灌木)들은 한껏 몸을 낮추고 있다. 바람은 솔솔... 나뭇잎들을 스치며 도란도란, 바위는 어루만지며 소곤소곤, 다정스레 이야기를 나눈다.   

 

 

▼  등산로는 암릉과 진달래, 그리고 산죽길이 번갈아 나타난다. 덕분에 산행은 지루함을 느낄 여유를 주지 않는다.  

 

 

 

▼  산행들머리에서 1시간 30분 정도 걸어야 도달하게 되는 백아산 정상은 그리 크지 않은 암봉, ‘흰 거위들이 모여 앉아 있는 모습’이라는데, 세속에 찌든 내 눈엔 先人들이 느꼈다는 형상이 도대체 가슴에 와 닿지 않는다.   큰 바위들이 널려있는 정상에는 높이(810m)가 적힌 자그마한 정상석이 서 있다. 정상에서의 조망은 막힘이 없다. 화순에서 제일 높은 모후산이 바로 코 앞에 놓여있다.

 

 

 

 

 

▼  백아산은 동쪽에 백운산, 그 위에 동악산, 서쪽에는 무등산, 남쪽에 조계산과, 북쪽에는 지리산 등 전남의 산들이 두루 보이는 최고의 조망처이다.  

 

 

 

▼  이게 바로 ‘문바위’? 정상에서 100m정도 내려오면 한사람이 지나갈만한 바위 틈새가 나타난다. 그러나 지도상에는 여기서도 한참을 더 진해해야 나오는 산불감시초소 삼거리가 ‘문바위봉 삼거리’로 표시되어 있으니 분명 이곳은 문바위가 아닐 것이다.  

 

 

 

 

 

▼  정상아래, 날등 길을 지나, 바위 사이로 난 길을 따라, 큰 돌들이 깔려있는 길을 한 20분쯤 걸어 내려오면 산불감시 초소가 있는 ‘문바위봉 삼거리’이다. 지도에는 문바위를 가려면 이곳에서 좌측으로 진행하도록 표기되어있다. 문바위를 보고 싶은 마음에 좌측으로 진행해 봤지만 문바위 형상을 찾을 수는 없었다. 1.5Km를 걸어 내려가면 회차장 방향을 알려주는 이정표, 결국 난 소득 없이 돌아서야만 했다. 3Km를 더 걸은 것은 다 내 건강을 위한 것이었다는 마음으로 위안을 삼으며...  

 

 

 

▼  산이 비록 九重深處에 놓여 있지만, 산을 좋아하는 사람들이 어디 그냥 지나칠 수 있으랴, 그들이 매달아 놓은 표지기가 여기저기에서 나부끼고 있다. 비록 안내없이 찾아가는 문바위일망정 옆으로 빠지는 길도 없으므로 표지기만 따라가면 길을 잃을 염려는 붙들어 놓아도 된다. 

 

 

▼  오늘 산행이 좋은 또 하나의 이유

이곳 백아산의 피톤치드 분포가, 전남 도내 다른 산들에 비해 많게는 4배까지 월등히 높다는 것이다(전남도 보건환경연구원 2009년5월 발표) 그럼 어떻게 하면 피톤치드를 보다 많이 흡수할 수 있을까? ‘통기성이 좋고 땀을 잘 흡수하는 편안한 옷을 입고 최소한 3시간 이상을 숲속에 머물러야 한다’ 그럼 오늘 산행은 완벽한 산행일 것이다. 등산복이 바로 그런 재질의 옷이고, 또 오늘 산행은 4시간 이상 걸렸으니까... 

 

 

▼  아내는 살림꾼

문바위를 찾아 떠나는 날보고 아내가 혼자서 다녀오란다. 30여분이 지난 뒤 다시 만난 그녀의 손에는 각종 나물이 한웅큼이다. 참나물, 고사리, 원추리 등등...  

 

 

 

▼  팔각정 못미처 만나는 전망대

전망대 자체는 볼품이 없지만, 광주광역시의 상수원인 동북수원지가 잘 내려다 보인다. 그냥 생각없이 내 뒤를 따르던 여성 산행대장분 曰 '괜히 다리품만 헛 팔았다!' 

 

 

 

▼  팔각정, 이곳에서 직진하면 휴양림까지 편안하게 걸을 수 있는 임도와 합류하게 된다. 암릉에서 스릴을 느끼고 싶으면 뒤돌아 나와 삼거리에서 오른편으로 가파른 내리막길을 따라 진행해야 한다.  

 

 

  

▼  자연휴양림으로 내려가는 바윗길 능선 암릉구간을 걷는 것은 비록 힘들지만, 주변 경관을 감상하는 것만으로도 충분한 보상을 해준다고 본다.  석회암으로 이루어진 뾰쪽뾰쪽한 바위들은 금방이라도 날개를 펴고 날아오를 듯 하다

 

 

▼  백아산은 이름에 걸맞게 산 전체가 하얗다. 바위 색깔이 하얀 석회암들이 여기저기서 산의 거죽을 뚫고 나와 있는 형상이고, 그 부분이 제법 크기에 그렇게 보이는 것이다.  

 

▼  암릉이 끊나면 길은 아가씨 품처럼 고와진다.

 

 

▼  산들은 물결이 되어 아득히 퍼져나간다. 뒤를 돌아다보면 조금 전에 지나온 흰 바위들이 연녹으로 물들기 시작한 나뭇잎 사이로 하얗게 반짝이고 있다.  

 

 

▼  사각거리는 낙엽 쌓인 등산로를 걷다보면 어느덧 자연휴양림이다. 능선에서 휴양림으로 내려서는 100m 정도 되는 내리막길은 나무테크로 계단이 잘 만들어져 있다.  

 

두륜산 (頭崙山, 703m)


산행코스 : 주차장→대흥사→진불암→북미륵암→오심재→노승봉→가련봉→두륜봉→구름다리→진불암→표충사→대흥사→주차장 (산행시간 : 4시간30분)


소재지 : 전라남도 해남군 삼산면과 북일면의 경계

산행일 : ‘10. 4. 25(일)

함께한 산악회 : 서울동강산악회


특색 : 고산 윤선도선생은 대나무를 보고 ‘나무도 아닌 것이, 풀도 아닌 것이’라 느끼셨다. 오늘 난 두륜산을 돌아보며 ‘흙산도 아닌 것이, 그렇다고 돌 산도 아닌 것이’라고 읊고 싶다. 아랫도리는 흙산인데 상부는 암산이니 말이다. 동백나무와 북가시나무, 편백나무 등 상록수로 뒤덮인 아름다운 숲과 상부의 奇奇妙妙한 형상의 암릉들, 어느 것 하나 놓치기 아까운 아름다움이었다.   

 

 

▼  산행들머리는 대흥사 주차장

주차장에서 대흥사까지는 제법 먼 거리이나, 동백과 느티나무 숲 터널이 길을 어둡게 만들고, 삼나무와 편백나무들은 하늘을 향해 솟아올라 미끈한 아랫도리를 아낌없이 보여주고 있다. 이런 숲을 걷다보면 결코 지루함을 느낄 겨를이 없다. 대흥사로 들어가는 길은 좁은 협곡성 회랑으로 되어있다. 거기다 울창한 숲이 세속과 탈속을 분명하게 갈라놓고 있어서, 호젓하면서도 경건한 분위기에 젖어들게 만들어 준다.

  

 

 

▼  우리나라에서 가장 오래되었다는 여관인 유선여관

대흥사 들어가는 입구, 계곡물을 가로지르는 彼岸橋의 바로 밑에 자리를 잡았으니 僧과 俗의 중간어림이랄까? 여기를 넘어가면 彼岸에 당도하니, 당연히 여긴 속세 사람들이 묵어가는 곳이지 승려들이 묵고가지는 않을 것이다. 물가에 위치하고 있어 계곡에서 들려오는 물소리를 오래 듣고 있자면 모든 번뇌와 망상이 사라진단다. 유홍준씨가 쓴 ‘나의 문화유산 답사기’에 반찬이 좋다고 적혀있다.  

 

 

 

▼  일주문을 지나 사찰경내로 들어서면 대륜산을 배경으로 대흥사의 전경이 한눈에 들어온다. 정상의 암릉은 만일암 어림에서 활처럼 굽어진 채 숲으로 뒤덮인 산록으로 이어지다가 두륜봉을 솟구치고 있다. 전망대에서 우측은 표충사, 좌측으로 가면 연리근과 대웅전을 만난다.  

 * ‘三災가 미치지 못하여 萬年동안 毁損되지 않을 땅’ 서산대사의 유언이 아닐지라도 두륜산은 빼어난 절경을 자랑한다. 두륜산의 넓은 분지에 자리한 대흥사는 대한불교 조계종 22교구 본사이다.

 

 

 

 

▼  대웅전 가기 직전에 만나는 連理根

뿌리가 각각 다른 나무가 서로 엉켜, 마치 한그루처럼 보이는 것을 연리지라고 부르며, 전에는 효성이 지극함을 나타냈으나 요즘은 부부애가 진한 것에 비유를 한다. 그 것에 연유해서 뿌리가 붙은 것을 連理根이라고 하며, 연리지와 같은 의미를 부여하고 있다.  

 

 

▼  대웅보전

북미륵암 마애여래좌상(국보 제308호), 탑산사 동종(보물 제88호), 북미륵암 삼층석탑(보물 제301호), 응진전 삼층석탑(보물 제320호), 서산대사 부도(보물 제1347호), 서산대사 유물(보물 제1357호), 천불전(전남유형문화재 제48호), 천불상(전남유형문화재 제52호), 용화당(전남유형문화재 제93호), 대광명전(전남유형문화재 제94호), 관음보살도(전남유형문화재 제179호), 표충사(전남기념물 제19호) 등, 대흥사 도량 전체가 사적명승 제9호로 지정되어 있을 정도로 문화재가 널려있는데, 새로 지었다는 죄로 대흥사에서 제일 중요한 건물임에도 불구하고 유독 이 대웅전만 문화재로 지정받지 못했다.(풍담(風潭) 스님으로부터 초의(草衣)스님에 이르기까지 13 대종사(大宗師)가 이 곳에서 배출되었단다)  

 

 

▼  표충사앞을 통과하기전 왼쪽으로 가는 길과 오른쪽으로 가는 길이 나뉘는데 왼쪽 길이 일지암-만일재, 오른쪽 길이 진불암-오심재길이 된다. 두 길은 북미륵암에서 만나게된다.

* 表忠詞(전라남도 유형기념물 제19호)와 서산대사 坐像

표충사는 임진왜란 때 승병을 일으켜 왜적을 물리치는데 앞장섰던 서산대사를 모시는 사당으로 조선 현종(1669년) 때 건립되었으며, 정조 12년에 대사의 공을 기리기 위해 왕이 친히 사액을 내린바 있다. 후에 임란 때 왜적을 물리치는데 공을 세웠던 유정스님과 처영스님을 함께 모시고 있다.  

 

 

▼  등산로는 계곡을 따라 진불암으로 이어진다.  등산로 주변은 동백나무 群落, 둥근 꽃봉오리가 검푸른 잎새 사이로 원앙금침에 수를 놓은 듯 붉게 빛나는 동백, 그 외에도 단풍나무와 참나무가 어우러진 숲이 짙게 우거져 대낮에도 어두울 지경으로 남국적 정취를 자아내고 있다.  

 

 

 

▼  계곡을 따라 20여분을 오르면 시멘트 포장도로를 만난다. 길은 넓고 평탄한데 5분 조금 못되게 걷다보면 진불암과 만나게 된다. 진불암 입구에서 오른편으로 오르면 두륜봉의 후면 오름길...  

 

 

▼  眞佛庵

산 중턱에 수채화처럼 조용히 앉아있는 조그만 암자, 특별한 감명을 주지 않기에 최하림시인의 시집에서 진불암이라는 시 한편을 옮겨 보는 것으로 소감을 대신해 본다.

대륜산 중머리에 진불암이라는 암자 한 채 가랑잎처럼 떠 있다. 비 오고 바람 부는 날에도 나무아미타불을 읊조리며 물아래 그림자를 보고 있다. 보살들이 산문으로 들어서는 오후가 되면 풍경소리 울고 바람도 없이 보리수 잎들이 떨어져내려 뜰을 덮는다. 바로 그런 순간에 혹은 그보다 훨씬 늦은 시간에 밤은 거기서 발을 내리고 뱀처럼 또아리를 튼다. 검은 산문으로 목을 빼고 보면 마음 깊은 사람들이 오는지 잎새가 설렁이지만 모습을 보이는 이는 없다. 산문에는 草衣도 淸華도 없다.

  

▼  북미륵암으로 가는 길은 크기가 1,2미터의 판석같은 돌들이 되는대로 박혀있는 길이다.  

 

 

 

▼  너덜길을 지나 조금 더 나아가면 산죽숲이 나타나고, 산죽에 둘러싸인 길다란 요사채와 龍華殿이라는 법당이 보인다. 용화전 안의 유리상자 속에 국보로 지정된 미륵불이 모셔져 있다.  미륵불은 來世佛로서 現世를 어렵게 살아가고 있는 서민들이 주로 믿는 부처로서, 대개는 사회의 밑바닥 구성원들이 조성한다(예, 황순원선생의 장길산에 나오는 운주사의 천불사상). 따라서 대부분의 미륵불은 투박하고 거칠기만한데, 이곳의 부처님은 고운것이 특이하다

 

▼  국보 제308호인 북미륵암 마애여래좌상

신라의 下代에 조성된 것으로 한국 불교조각의 最盛期인 8세기 양식을 계승한 秀作이다. 아마 新羅末의 혼란기에 야기되는 외침을 견제하려는 濩佛性에서 조성된 것으로 추정된다.  

 

 

▼  북미륵암에서 그리 경사가 심하지 않은 길을 얼마간 오르다보면 넓은 헬기장으로 이루어진 오심재이다. 노승봉은 이곳에서 오른편으로 틀어 산죽길을 따라 올라가야 한다 

 

 

 

▼  노승봉으로 가는 등산로 주변은 소사나무 군락, 생존력이 매우 강해 비탈진 능선이나 바람이 센 정상에서도 번성하는 특성에 맞에 군락을 이루고 있다.  

 

 

 

▼  헬기장에서 바라본 노승봉, 노승봉은 가파른 암릉으로 되어있어, 밧줄과 쇠줄을 번갈아 잡고 씨름을 해야만이 오를 수 있다. 정상은 공간이 넉넉하여 잠깐 배낭을 내려놓고 간식을 먹으며 조망을 즐기기에 알맞다.   노승봉 정상에 서면 눈 맛이 좋아진다. 그 좋은 눈 맛은 서서히 가슴으로 전해져 심장을 바쁘게 만들고, 그 바쁨은 설레임으로 변해 내 가슴에 차곡차곡 쌓여만 간다. 그리고 난 그 설레임을 찾아 또 다른 산을 찾아 나선다.

 

 

 

 

 

▼  노승봉에서 바라본 고계봉, 케이블카의 상부역사가 있는 곳, 산을 오르는데 익숙하지 않은 사람들은 저 곳을 통과하면 그리 힘들지 않고 두륜산을 맛볼 수 있다.  

 

 

▼  노승봉에서 바라본 두륜산의 정상인 가련봉, 가련봉의 정상은 3개의 암봉으로 이루어져 있다. 정상에서 계곡을 내려다보면 협곡을 향하여 도도히 흘러내려가다가 절묘한 곳에 산간평지를 펼쳐놓았다. 그곳에 대흥사 가람이 조용히 앉아있다.  

* 두륜산은 주봉인 두륜봉(673m)을 위시하여 가련봉(703m), 고계봉(638m), 노승봉(685m), 도솔봉(672m), 혈망봉(379m), 향로봉(469m) 연화봉(613m) 등 여덟 개의 봉우리가 여덟 개이다. 원래는 큰 산이라는 뜻으로 ‘듬’과 ‘한’이 어우러져 한듬으로 불리다가 대듬으로, 마침내는 대둔산으로 불리웠단다. 그 후에 중국의 곤륜산의 ‘륜’자와 백두산의 ‘두’라를합하여 두륜산으로 바꿔 불렀다고 하는데, 믿거나 말거나.....

 

 

 

 

 

▼  노승봉에서 가련봉으로 가는 내리막 구간  

 

 

 

▼  가련봉에서 바라본 노승봉

자연의 아름다움은 경계가 없다. 날이 맑으면 맑은 대로, 흐리면 흐린 대로, 그리고 눈이 오나 비가 오나 그 상황에 따라서 자연은 제각기 다른 모습의 아름다움을 보여준다. 다만 덜 익은 인간들이 자기 가슴에 차이를 두면서 담을 따름...  

 

 

 

▼  대륜산의 정상인 가련봉은 두어평 남짓 되는 협소한 공간, 한쪽 귀퉁이에 ‘가련봉 703m’라고 적힌 작은 바위가 초라하게 얹혀있다.  

 

 

 

 

 ▼  가련봉의 발아래에 있는 만일재와 두륜봉을 바라보며 계단을 내려선다.  

 

 

▼  기가막히게 새를 닮은 바위  

 

 

▼  가련봉을 내려와 험한 너덜지대를 지나면, 두륜봉을 뒷 배경으로 삼고 있는 만일재가 보인다. 산행은 두륜봉을 올랐다가 돌아와 만일암터로 내려가야 한다. 대륜산에서 빼먹어서는 안되는 곳 중의 하나가 만일암터와 千年樹이니까... 그런데 난 진불암으로 내려가는 남쪽 능선을 탄 덕분에 千慮一失의 우를 범하고야 말았다. 진불암 뒷편 능선을 오르며 만일암터를 찾아 희미한 등산로를 해매기를 20여분, 결국 다리품만 헛되이 팔고 발걸음을 돌릴 수 밖에 없었다.   

 

 

 

 

 

▼  만일제에서 바라본 가련봉

이런 세상이 내가 사는 세상이었으면 하는 작은 바램, 내 짊어진 근심걱정 이곳에다 다 내려놓고, 한 사흘 푹 쉬다 내려갔으면... 아니다, 내가 내려놓은 근심걱정이 이렇게 고운 仙界를 더럽힐지도 모르니 다시 주워담고 내려가야겠다.  

 

 

 

▼  두륜봉의 깎아지른 벼랑 아래로 난 길을 돌아가면 벼랑사이로 철제 사다리를 설치해 놓을 정도로 급한 경사길이 나있다. 철제 사다리 위에는 석문이 있는데 자연 구름다리로는 규모가 꽤 큰 돌다리이다. 무지개형으로 생긴 이 다리는 마치 하늘에 걸린 구름다리로 보인다 해서 일명 하늘다리라고도 불리운다. 하늘을 걷는 기분을 맛보려는 것일까? 많은 사람들이 위험을 무릅쓰고 다리 위를 건너다니고 있다.  

 

 

 

▼  두륜봉 정상은 모나지 않은 넓은 반석이 틈없이 촘촘히 들어찬 넓은 공터이다. 그러나 정점만 벗어나면 이렇게 흙으로 곱게 뒤덥힌 분지도 맛볼 수 있다.

 

 

▼  두륜봉 정상은 길이 50미터정도의 타원형으로 되어있고 타원형의 외곽은 높은 단애로 되어 있다 두륜산의 주봉(정상)은 가련봉이지만, 두륜봉 정상에 두륜산의 정상표지석이 세워져 있다. 아무래도 높이에 관계없이 이곳 두륜봉이 두륜산의 정상노릇을 하는 가 보다. 두륜은 산꼭대기가 둥글다는 뜻이란다.  

 

 

▼  동쪽 발아래로는 바둑판처럼 잘 정비된 벌판이 내려다보이고 그 너머로 다도해가 펼쳐져 있다. 강진만 앞바다에 떠있는 섬들 사이로 해로가 멀어지는 먼 바다에 햇빛이 은빛 비늘을 만들어 내고 있다.  

 

 

 

▼  두륜봉에서 투구봉과 위봉으로 가는 능선이 나지막하게 흐르고 있다.   

 

 

▼  두륜봉에서 진일암으로 내려가는 하산 길은 투박하고 거칠다. 가파른 내리막에 박힌 바위들은 굵고 못생겨 발 디디기가 쉽지 않다. 너덜 중에서도 상 너덜길...  

 

 

▼  등산로 주변에는 난대성 상록수인 동백나무 群落, 철이 지난 탓에 나무에 얹힌 꽃보다 땅위에 누워있는 꽃이 더 많다. 김소월 시인이 사뿐히 즈려밟고 지나갔던 진달래와는 달리, 난 거침없이 동백꽃 위를 걷는다. 깔아 주는 정성이 없음이려니... 

 

 

삼문산 (399m)


산행코스 : 관산리→움먹재→토끼봉(등거산)→움먹재(회귀)→삼문산(망봉)→장룡산→죽선마을 (산행시간 : 2시간 10분)


소재지 : 전라남도 완도군 약산면(藥山島)

산행일 : ‘10. 1. 1(금)

같이한 산악회 : 월산악회


특색 : 부드러운 바다를 아래로 깔고 후덕하게 솟아오른 산, 간혹 바위를 내밀고 있으나 전체적으로는 흙산이다. 능선에서 다도해를 내려다보는 조망 외에는 자랑할만한 특징이 없으나 능선 대부분이 억새를 이고 있어, 억새로 유명한 근처 장흥 천관산의 번잡함이 싫은 사람들에게 천관산 대용으로 찾아볼 것을 권해볼만한 산이다. 

 

 

▼  산행들머리는 면소재지에서 득암리로 넘어가는 관산리 고갯마루, 고갯마루에서 조금 오르면 깔끔한 공중화장실이 길손들을 맞는다. 세속의 찌든 찌꺼기 깨끗이 비우고 신성한 산에 올라가라는 듯...  

능선으로 오르는 좌측 길가는 철망으로 울타리를 두르고 있다. 염소를 방목하기 위한 울타리란다. 언젠가 읽어 본적이 있는 ‘건강한 섬에서 자란 이 약초를 먹고 천연림이 우거진 섬 절벽에 서서 먼 수평선을 바라보던 염소.’ 그게 바로 약산도에서 방목하는 흑염소이란다.

 

 

 

▼  삼문산은 능선 곳곳에 억새 군락지들이 들어서 있다. 다도해 조망 외에는 별다른 특징이 없는 이산의 ‘트레이드-마크’로 삼아도 좋을 듯... 만일 억새로 유명한 근처 천관산의 번잡한 인파가 싫은 사람들이라면, 천관산 대신 찾아봐도 괜찮을 듯 싶다.

 

 

▼  관산리에서 오르는 코스는 겨울가뭄에 물기 한점 없이 말라버린 계곡을 타고 오르게 된다. 메마른 계곡은 작은 섬의 조그만 산답지 않게 굵은 바위 군락이 산꾼들을 맞이한다.  

 

 

▼  ‘진달래가 왜 안보이지? ‘왜요?’ ‘영변에 약산 진달래꽃 아름 따다 가실 길에 뿌리오리다.’ 어이없어하며 눈동자만 굴리고 있는 집사람 대신 어느 여자분이 물어온다. ‘여기가 그 약산이나요?’ 가벼운 조크로 던졌던 단어에 살이 붙어옴이 부담스러워, 겸연쩍은 미소를 대답대신 보내며 재빨리 발걸음을 돌린다.  

내 어설픈 조크에 화답함일까? 이 고갯마루에서 조금 더 나아가면 진달래공원이 조성되어 있단다(이정표에 표기되어 있음). ‘진달래공원’이라니... 그럼 진짜로 여기가 김소월시인이 읊은 영변의 약산이 맞는겨??? ^^-*

 

 

▼  움먹재(이곳에서 오른편으로 270m 거리에 있는 토끼봉에 갔다가 돌아와야한다.)

관산리 코스는 삼문산의 다른 코스에 비해 비교적 완만한 경사를 지녀 힘들이지 않고 주능선에 오를 수 있는 장점이 있다.  

 

 

▼  움먹재에서 토끼봉으로 가는 능선

 

 

▼  유일한 암봉인 토끼봉

망봉(삼문산 정상), 장룡산 등 적당한 높이와 바위로 이루어진 주능선의 봉우리는 제각각 멋진 조망을 보여준다. 특히 산 위에서 보는 큰 섬들에 갇힌 듯 아기자기한 다도해 풍광은 빼어난다.  

 

 

▼  토끼봉에서 툭 트인 바다를 조망하다 보면, 그 정경에 푹 취해 한동안 넋을 놓을 수밖에 없다. 평온한 바다에 사뿐히 내려앉은 올망졸망한 작은 섬들의 예사롭지 않은 풍경은 마치 한 폭의 그림을 보는 듯 착각을 불러일으킬 정도이다.  

 

 

▼  삼문산 정상(399m)

서너평 남짓한 분지 한편에 망봉이라 적힌 이정표가 서있다. 그 반대편에는 이 산에서 흔하다는 돌을 반듯이 쌓은 두어평 남짓한 봉화대 터...  

 

 

▼  이곳이 삼문산 정상인데도 삼문산이라는 표기 대신에 망봉이라고 적혀 있는 것은 아무래도 여기서의 조망이 가장 빼어나기 때문인 듯...  그리고 옛날엔 왜적과 해적들의 침입을 감시하던 봉우리로 사용했을 것이고...

 

 

▼  오른편(동쪽) 멀리 보이는 생일도와 금일도 등 섬들의 무리가 정겹게 다가온다.

 

 

▼  왼편(서쪽}으로 고금도와 신지도, 완도로 이어지는 올망졸망한 산세가 아름답게 너울거리고 있다.  

 

 

 

▼  삼문산의 토끼봉에서 장룡산까지 이어지는 주능선은 말발굽형을 이루고 있다. 종주하는데 2시간 남짓 걸리니 산책하기에 적당하다고 볼 수 있으나, 그것도 버거운 사람들에게 피곤하면 그만 하산하라는 듯 중간, 중간에 내려설 수 있는 갈림길이 뚫려있다.

 

 

 

▼  약산도는 해남반도와 고흥반도 정 중앙에 위치한 섬, 행정구역이 완도군에 포함(약산面)되어 있으나 최근 고금도와 약산도를 다리로 이은 후, 이어서 강진군 마량항에서 고금도로 연륙교를 개통시켜 지금은 강진군과 더 친근한 섬으로 변해 버렸다.

조선시대 중국에서 약용식물을 탕재로 많이 수입해 왔는데 중국에서 가장 가까운 이 섬에 약초를 이식했기 때문에 ‘약재가 많은 산’이라 해서 藥山島라 부르게 되었단다. 옛날에는 조약도(助藥島), 즉 ‘약을 수북이 담아 일한다.’는 뜻...

 

 

▼  약산도 산에는 돌이 많다. 흑염소들의 가끔 떨어져 죽을 정도로... 

 

 

 

 

 

▼  삼문산에서도 명개나무가 자주 눈에 띤다.

명감, 망개, 청미래라고도 불리우며, 그 넝쿨은 우리나라 야산 어디서나 구할 수 있는 약초, 중금속 특히 수은이나 납의 해독작용 및 살균작용의 효능이 있단다. 예전에 꿀떡을 파는 사람들이 이 청미래 잎으로 떡을 싸서 보관을 하면 떡이 상하지도 않고 맛이 변하지도 않기 때문에 많이 사용했었다.  

  

 

 

▼  장룡산 정상(356m)

밋밋한 능선에 배불뚝이처럼 나지막하게 머리를 내민 봉우리, 서너평 됨직한 공터에 하얀 바위덩어리 몇 개 널려있고, 자그마한 나뭇가지위에 장룡산이라는 나무 팻말이 걸려있다.  

 

 

 

 

▼  북으로는 마량포구와 멀리 영암 월출산이 보이고 동으로 눈을 돌리면 거금도 금당도 생일도가 한 그루의 분재처럼 아담하게 다가서는데, 남으로는 신지도 등이 수석처럼 푸른 바다에 꽂혀 있다. 눈 이르는 곳곳에 섬들이 푸르게 일렁이는 드넓은 바다에 앉은 듯, 모로 돌아서 있다. 이곳이 바로 다도해국립해상공원... 청정바다, 섬사람들의 삶의 터전이다.  

 

 

▼  장룡산에서 50m 정도 거리에 있는 삼거리에서 왼편 죽선마을로 하산  

 

 

▼  신선골 약수터

장룡산에서 죽선마을 방향으로 내려오는 길은 급경사로 관산리에서 오르던 길과는 대조적이다. 간혹 나타나는 너덜지대도 옮기는 발걸음을 더디게 만든다. 거기다 가볍게 쌓인 눈은 가뜩이나 낙엽 때문에 미끄러운 길을 한층 더 미끄럽게 만들고 있다. 장룡산에서 500m 정도 내려오면 거대한 바위절벽이 나타나고 그 아래에서 졸졸 약수가 흘러나오고 있다.  

 

 

▼  몇 가지 체육시설이 있는 약수터에서 경사가 심한 내리막길을 조심스럽게 내려서면 죽선마을, 완도의 유자가 유명하다는 것을 입증이라도 하려는 듯 곳곳에 따지 않고 내버려둔 유자들이 나무마다 주렁주렁 매달려 있다.  

 

백운산 (483m)


산행코스 : 서성항 선착장→생일면사무소→임도→학서암→삼거리→백운산 정상→삼거리(회귀)→생일면사무소 (산행시간 : 2시간 30분)


소재지 : 전라남도 완도군 生日面(島)

산행일 : ‘10. 1. 1(금)

같이한 산악회 : 월산악회


특색 : 生日島는 해돋이와 해넘이를 한꺼번에 구경할 수 있는 섬으로 최근 알려지기 시작한 섬, 면사무소에서 찾는 이들에게 떡국을 끓여주는 등 손님맞이에 최선을 다하고 있으나, 아직은 덜 알려져서인지 올 1월1일엔 우리 일행 외에는 다른 단체들을 구경할 수 없었다.  

 

 

▼  강진군 마량에서 연육교를 건너 고금도, 약산도의 당목항에서 도선을 타고 생일도로 들어간다.

생일도는 처음에는 ‘산일도’, ‘산윤도’로 불렸으나, 주민들의 마음 씀씀이가 너무 착해서 ‘갓 태어난 아이와 같다’고 하여 ‘생’과 ‘일’을 합하여 생일도라 불렀다는 설이 있다. 아무튼 생일도는 ‘새로 태어났다.’는 의미를 담고 있는 섬이다.  

 

 

 

▼  산행들머리는 생일면사무소 뒷길...

대체로 임도에서 능선길로 올라붙지만, 급경사가 부담스러운 사람들은 임도를 따라 곧장 진행하면 학서암에 도달하게 된다. 그러나 아무 대가없이 편한 게 어디 있으랴? 약 1 Km정도를 더 걸어야하는 대가가 뒤따르게 된다.  

 

 

▼  상황파악이 덜된 달...

일출을 보려고 다들 바삐 발걸음을 옮기고 있는데, 시간가는 줄 모르는 저 달은 아직도 제 세상인양 허공에서 사라질 줄 모르고 있다.

 

 

▼  생일초교 뒤편의 콘크리트 임도를 따라 오르노라면 언덕배기 직전 오른편으로 산길이 보인다(학서암 0.9km, 백운봉 1.8km). 여기서 왼쪽 방향으로 오르면 학서암(1.7km)이나 학서암 위쪽 백운대 등로(2.6km)로 접어들 수 있다.  

 

 

▼  임도를 따르는 등산로는 1Km를 더 걷는 대신에, 경사가 완만하여 걷기에 부담이 없어 가족끼리 손잡고 도란도란 얘기를 나누며 걷기에 좋지만, 간혹 지나다니는 차량들이 일으키는 먼지가 부담스럽다.  

 

 

▼  초행길에 길을 잃은 탓에, 학서암으로 우회하는 임도를 따라 오르는 우를 범해 버렸다. 덕분에 바다에서 떠오르는 日出을 보지 못하고, 산 능선으로 고개를 내미는 햇님을 맞는데 만족해야만 했고...  

 

 

 

 

 

 

  

▼  일출 후의 산릉 양옆 바다는 물고기 비늘처럼 반짝이고 있었다.

 

 

 

▼  학서암

조선 숙종 45년에 천관사의 승려 화식(和湜)이 창건한 암자, 당시 섬의 여러가지 액과 화를 제거하고 인명을 구제하기 위해 세운 것으로 전해지는데, 찾는 이들이 드문 탓인지 현재는 조그맣고 쇠락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  학서암에서 300m 정도를 곧장 더 걸으면, 아까 등산로 초입 임도에 서있던 이정표가 곧바로 오르도록 표시하고 있던 등산로와 만나게 된다.(백운봉까지는 1.2km 남았다), 하산은 학서암을 들르지 않고 곧바로 생일면사무소로 내려가는 코스를 택한다.

 

 

▼  ‘앞산에 가려진 뒷산 능선이 투시돼 보이는 것 같은 착각을 불러일으키는 산’, 인터넷 포털 사이트 검색어 1위로 등극하며 인터넷을 떠들썩하게 만든 화제의 ‘투명 산!!’이 바로 백운산이다. ‘SBS 신동엽의 있다! 없다?'까지 출동하게 만들었던...  

 

 

▼  등산로 주변에는 동백나무와 후박나무 등 난대수목이 심심찮게 보인다. 주종은 소사나무... 노랗게 말라비틀어진 풀밭에는 간간히 춘란도 보인다.  

백운산은 '볼게나무' 군락지, 그럼 이 섬사람들은 술 많이 마셔도 괜찮겠다. 볼게나무는 ‘헛개나무’로 잘 알려져있으며, 호리깨나무(허리깨나무). 백석목, 지구자나무로도  불리운다. 열매 맛이 달고 약간 떫고 신맛이 나는데 요즈음 남성들 사이에 숙취해소에 좋아 각광받는 그 열매로 술에 섞으면 술이 헛것이 된다니 말이다.

 

 

 

 

▼  암반이 길게 뻗은 능선마루에 올라서면 사방이 확 트인다. 一望無涯... 학서암을 연상해서일까? 서늘한 바람 한줄기 타고 가녀린 목탁소리가 귓전을 울린다.  

 

 

 

 

▼  생일도 최고봉 백운산(白雲山·482.6m)

완도에 위치한 상황봉(644m)에 이어 완도군 내 제2위 고봉인 백운산은 여기에 청산도와 금일도 등 완도 일원의 크고 작은 섬뿐 아니라, 고흥반도와 여수 일원의 해안까지도 눈에 들어온다.  

 

 

▼  백운산 정상은 빈 장대 하나가 덩그러니 지키고 있다. 무릎 밑으로 깔리는 잡목과 억새 덕분에 다도해 크고 작은 섬들의 풍광이 한눈에 들어온다. 

 

 

▼  맑은 날이면 남쪽 멀리 제주도까지 바라보일 만큼 조망이 뛰어나다지만 오늘은 그저 뿌옇게 조망이 그렇고 그럴뿐... 산에 올라서면 온통 섬과 바다, 결코 외면할 수 없기에 차라리 가슴에 담아버린다

 

 

▼  정상에 서면 기암절벽 아래로 남해 조망이 뛰어나다. 소덕우도에 이어 형제도, 덕우도가 겹을 이루고 그 오른쪽으로 영화 ‘서편제’의 무대 청산도가 남해를 한층 멋스럽게 꾸며주고 있다.  

 

 

 

▼  능선에서 만난 배를 닮은 바위, 순풍에 밀려 망망대해를 가르며 나아가려는 듯, 바다를 향한 눈망울이 차라리 열망에 가깝다. 

 

 

 

  

 

 

▼  학서암으로 우회하지 않고 곧바로 하산하는 등산로는 급경사에 암릉이 많다. 덕분에 조망은 좋은 편, 전면에 파란 물감을 풀어놓은 호수 같은 바다에 고래 등처럼 둥둥 떠오른 수많은 섬들이 보인다. 

 

 

 

▼  백운산에는 유난히도 명개나무가 자주 눈에 띤다.

명감, 망개, 청미래라고도 불리우며, 그 넝쿨은 우리나라 야산 어디서나 구할 수 있는 약초, 중금속 특히 수은이나 납의 해독작용 및 살균작용의 효능이 있단다. 예전에 꿀떡을 파는 사람들이 이 청미래 잎으로 떡을 싸서 보관을 하면 떡이 상하지도 않고 맛이 변하지도 않기 때문에 많이 사용했었다.  

 

 

▼  호수 같은 파란 바다 너머로는 천관산을 비롯해 제암산, 사자산, 삼비산 등 장흥 명산들이 어우러져 한 폭의 그림처럼 느껴진다.  

 

 

▼  내려가는 등산로는, 급경사에 몸을 움츠리는 등산객들을 조금이라도 도와주려는 듯, 굵은 동아줄을 깔아놓았다.  

 

 

▼  생일도 일대는 바다가 거의 양식장이다. 다시마 전복 등을 매단 부표 등이 가을 운동회 만국기처럼 색색의 풍경을 연출하고 있다. 일부 뱃길(항로)만 내어준 채로 나머지는 거의 양식장이다. 섬사람들의 삶의 터전...  

 

 

▼  생일면사무소에서는 해맞이 손님들에게 떡국을 대접하고 있었다. 굴과 소고기를 듬뿍 넣은 떡국과 알맞게 맛이 든 김치도 맛있었지만, 웃는 얼굴로 손님을 맞는 주민들의 훈훈한 인심이 더 돋보였다. 

 

 

남망산(164m)-동석산(240m) 연계 일출산행

 

‘해야 솟아라, 말갛게 씻은 얼굴 고운 해야 솟아라.’ 매일 뜨고 날마다 바라보는 태양이건만 연말연시만 되면 왠지 색다르게 다가오는 게 해돋이다. 어둠을 뚫고 솟아나는 해를 바라보며 한 해 동안 얽히고설킨 묵은 감정들을 훌훌 털어버리고 밝은 태양을 닮은 여유로운 마음을 꿈꾸어보자.

 

산행일 : '09.1.1(목)

함께한 산악회 : 장미산악회

 

 

주차장 옆 부두의 창고...아직도 어둠이 짙은데 수품항의 주민들은 손님맞이에 분주하기만 하다. 안내에서 부터 떡국 대접까지(안내해 주시는 주민들의 모습은 등산로 곳곳에서도 볼 수 있었다) ... 자기 동네을 찾은 손님을 따뜻이 맞아주는 인심이 정겹기 그지없다.  

 

 

하두 많은 양을 끓이다보니 떡국이 많이 불어있다. 그러나 조금 불어 있으면 어떠랴~  담아주는 그릇마다 듬뿍듬뿍 넣어 보내는 주민들의 정겨운 인심은 풀어진 떡의 쫄깃함보다 더 감칠맛이 나는 걸... 

 

 

남망산(164m)

 

소재지 : 전남 진도군 의신면 접도

 

특징 : 산이라고 부르기에 민망할 정도로 자그마한 산, 그렇다고 산세가 도드라진 것도 아니나, 코스가 짧고 망망대해를 마주하고 있어서 일출산행에 알맞다.

 

산행 들머리는 주자창 창고 맞은 편 골목

딸깍! 헤드랜턴을 켜자 화들짝 놀란 어둠이 황급히 피하면서 빛의 길이 생긴다. 하늘에서 간간히 내려주는 눈꽃들이 랜턴 불빛따라 춤을 추고 있다. 이른 7시, 남망산에서 일출을 보기 위해 수품항을 출발한다. 차가운 새벽공기가 뺨을 때리고, 비릿한 바다 내음이 막힌 코를 뚫는다.

  

 

수품항 뒤쪽의 산자락을 휘감아 오른 뒤 능선에 서면 일출봉 130m, 아홉봉 880m 이정표가 나온다

일출봉 방향으로 잠시 가면 앞이 확 트인 바다가 열린다. 체력이 약하신 분들이 찾는 이곳은 애기밴바위라고도 불린다... 이곳에서 만난 이정표는 두개,, 첫번째인 이곳은 아홉봉까지 880m, 두번째 만나는 것은 550m... 800, 500으로 끊지 않고 같은 숫자를 연이은 주민들의 재치가 느껴져 한층 정겹게 다가온다.  

 

 

렌턴의 불빛에 의지해 도착한 아홉봉... 아직 해가 떠오르기엔 이른 때문인지  사위는 어스름하다.

유난히 힘들었던 한 해. 극심한 경기불황 속에 이리 뛰고 저리 뛰었던 시간을 모아보니 어느덧 1년이다. 절망과 고난이 많았던 한 해였던 만큼 기대와 희망의 새로운 한 해를 시작하고 싶은 마음 또한 크다. 사실 어두운 경기전망 때문에 어려움만 쌓여가는 이 시기에 새해 일출만큼 희망과 용기를 불러 주는 매체도 없을 것이다.

 

 

이제나 저제나 떠오르는 해를 기다리기 20여분.... 희미한 여명만 보여준 채, 새해 일출은 내년을 기약하라며, 하늘에선 점점이 하얀 눈을 내려주기  시작한다.  

부지런한 사람은 새해 아침에 일출을 보기 위해 높은 산이나 바다로 가서 장엄하게 떠오르는 해를 바라보며 자신이 바라는 소원을 빌거나, 붉게 타오르는 태양을 향해 함성을 토하며 한 해의 건강을 기원한다. 이와 같이 우리는 새로운 일을 하거나 각오를 다질 때 또는 어려움을 해결하려고 할 때 어디론가 간다. 그러나, 반드시 멀리 갈 필요는 없을 것이다. 자기 소원을 빌 수 있는 곳이면 어디든 괜찮을 것이니까...

 

 

 

 

다들 실망스럽기는 매 한가지인 듯 곳곳에서 한숨소리가 들려온다. 그러나, 꼭 해가 떠 올라만 새해의 의미가 있으랴, 여명이 밝아 오는 곳을 향하여 우리가족과 내가 알고 있는 모든 사람들의 건강과 행복을 빌어본다

 

 

 

힘차게 달려온 우리내 인생, 혹시 등이 떠밀려 죽지 않기 위해서 무작정 살아오지는 않았는지. 가끔은 자신의 건강을 살펴보고 가족과의 관계도 되돌아보자. 소원하게 지냈던 친구와도 연락해보자. 떠밀려온 삶을 살아서야 되겠는가.

 

 

  마치 양탄자 위를 걷는 것처럼 발바닥으로 전해지는 감촉이 부드럽고 푹신푹신하다.

 

 

남망산은 조그마한 산이지만 숲이 울창하다. 등산로 주변은 후박나무, 동백나무 등 난대 상록수들 덕분에 한 여름철..., 춘란도 많이 나는 곳인지 등산로 주변에 캐가지 말라는 경고문이 보인다.

 

 

애기밴바위의 몽필생화(?) 

애기밴바위는 암반의 형태가 임산부를 닮았다는데, 아무리 머리를 짜내봐도 내 눈엔 아니올시다. 자연은 품을 수 있는 자만이 자연을 느낄 수 있다는데... 아무래도 난 멀었나보다. 아무튼 이곳에서 내려다보이는 다도해 풍광이 빼어나다. 또한 기암괴석과 깎아지른 듯한 절벽도 볼만하다. 특히 전면에 보이는 바위위의 소나무는 중국의 황산에서 본 몽필생화를 떠올리게 만든다. 황산은 소나무가 죽은 뒤, 인조목으로 대체했다니 차라리 이곳의 소나무에게 더 후한 점수를 주고 싶다. 

 

 

애기밴바위에서 바라본 아홉봉

주변 섬의 아홉 개 봉우리가 보이는 전망대로, 넓은 너럭바위가 형성돼 있다. 삼면이 바다를 접해서 조망이 좋다. 맞은편이 해남의 송지면 그 끄트머리에 땅끝마을이 있으나, 날씨가 흐린 탓에 그저 희미하게 보일뿐이다. 하루에 한번씩 이곳에 들른다는 현지 주민의 말씀이 날씨가 좋으면 멀리 추자도 뒤로 한라산까지 보인단다. 이곳이 남망산에서 일출이 제일 좋은 곳이다. 앞바다에 떠 있는 부표를 보니 만일 햇빛이 났다면 반짝이는 양식장 풍경이 참 아름다웠을 터인데 아쉽다.

 

   

 

 

즐겁기보다는 어렵고 힘든 연말이다. 합창이 사라진 이 시대에 서로의 손을 잡고 각자의 마음속에 들어 있는 가사를 꺼내 합창을 해보자. 맞잡은 손길에서 함께 있다는 따뜻한 느낌이 전달될 것이다.

 

 

남망산에서 바라본 수품항

태양은 어제도, 오늘도, 내일도 항상 떠오르지만 왜 유독 이날 더욱 각별한 의미로 다가오는 것일까. 비록 형식적이긴 하지만 이 때를 기점으로 잊고 싶은 기억은 묻어버리고, 기대와 희망만을 간직한 채 새롭게 한해를 시작해보고 싶다는 바람 때문은 아닐런지...

 

 

 

수품항에 정박중인 어선들 

일출산행의 의미는 떠오르는 해를 품은 가슴에다 더하여, 웅장한 산의 기운까지 한꺼번에 느껴보는 것이다. 사람마다 느끼는 크기와 강약은 다르겠지만, 그건 아마 단전을 감싸주는 맑고 따뜻한 기운일 것이다.

 

 

 

해를 못본 아쉬움을 달래며 되돌아 온 수품항엔 주민들과 해맞이 길손들이 함께 어울려 신나는 춤판을 벌이고 있다

 연말이 되면 올해가 우리 곁은 떠나가고 사람들도 떠나간다. 지금 나와 함께 있는 사람이 누구인지 생각해 보라. 그리고 그들을 사랑하자. 불안감을 떨쳐 버릴 수 있는 힘은 동행할 수 있는 누군가가 있을 때 가능하다.

 

 

수품항을 찾아 온 일출맞이 행렬 들...

검푸르게 잠든 산하. 그 위로 용솟음치는 붉은 태양... 새해 첫 아침, 올해도 어김없이 장엄한 해돋이 장면을 감상하기 위해 멀리 진도의 남망산까지 찾아왔건만 햇님은 눈보라에 쌓여 그 모습을 보여주지 않는다. 내년에 다시 찾아오라며...  

 

 

 동석산 (240m)

위치 : 전남 진도군 지산면

특징 : 산 자체가 성곽을 연상시키는 커다란 바위로 이루어진 산으로, 비록 고도는 높지 않으나 전국 어디에 내 놓아도 뒤지지 않을 만큼 빼어난 암릉미를 자랑한다.

 

 

산행들머리인 천종사 

등산로는 천종사를 우측에 끼고 완만한 경사로 시작된다. 폐침목을 바닥에 깐 길이 끝날 즈음 잘 다듬어진 나무계단이 나타나고 그 밑에 정자가 세워져 있다.

 

 

  

토끼 귀 모양의 암봉 사이로 난 길을 따라 오르면 석불좌상이라고 표시된 이정표가 나온다. 잠깐 합장이라도 해보려고 들러봤지만 두어 사람이 웅크리고 앉을만하게 움푹 파여진 곳은 텅 비어있다.  되돌아 나와 조금 더 오르면 능선에 다다르게 된다. 왼편은 정상, 오른편은 전망대로 향하는데, 철제난간을 잡고 오른편 전망대에 올라서면 널다란 봉암저수지가 한눈에 잘 들어온다.  

 

 

정상(이정표 두 곳을 조합해보면 전망바위 맞은편 2봉이 정상임을 추측해 볼 수 있다)은 위험하여 우회... 로프를 잡고 내려서 칼날능선 앞에 서니 눈보라를 안은 세찬 바람 때문에 몸의 중심잡기 조차 힘들 정도다. 몇 번의 망설임 끝에 위험을 감수하기로 하고 능선에 올라서는데, 집사람의 눈초리가 심상찮다. 하긴 이 눈보라에 위험을 자초하는 내가 미울만도 할 것이다 

 

 

 

잘 정비된 들판이 평화롭게 내려다보이고 다도해의 수많은 섬들이 한눈에 들어온다. 올망졸망한 산들 몇 개가 육지를 바다 삼아, 마치 바다 속에 떠 있는 섬같이 보여 이채롭다.  

 

 

칼날능선(3봉과 4봉 사이에 또 하나의 칼날능선이 있다)은 좌우로 수십미터의 바위벼랑위로 아슬아슬하게 길이 나 있다. 안전로프가 설치되어 있기는 하나 발밑이 수십미터 낭떠러지니 무서울 밖에... 가뜩이나 추운날씨에다 두려움이 겹치니, 더욱 온몸을 움츠러지게 만든다.  

 

 

3봉을 오르는 능선은 크게 어려움 없다. 로프나 쇠고리 등 안전시설이 잘 설치되어 있어, 그저 짜릿한 릿지 맛만 느껴보면 된다. 오른쪽 절벽 아래로는 천종사가 까마득하게 내려다 보인다.  

 

 

 

눈보라에 포위당한 4봉

저곳을 가려면 칼날능선을 지나야하는데, 오늘 같이 눈보라가 세찬 날은 사실 불가능하다. 다음을 기약하며 돌아서는데 서운한 마음에 발길이 무겁다. 자연이 빚은 천혜의 요새라 일컫는 칼날능선... 자연을 느끼고 자연을 즐기는 것도 간이 약한 사람은 만만찮은 일인가 보다.  

 

 

 

칼등성이를 지나면 스님의 장삼자락을 늘어뜨린 것과 같은 커다란 바위봉(3봉)이 앞을 가로막는다. 다행이 볼트에 굴렁쇠 고리가 지그재그로 암벽에 오르는데 그리 위험하지는 않다. 바위는 클랙이 잘 발달되어 있어 잡고 오르는데 크게 불편하지 않다.  

 

만일 날씨가 맑아 9봉 전체를 다 답사했다면 얼마나 좋았을까? 설악의 용아릉이 결코 부럽지 않은 아찔한 스릴... 산행의 쾌감은 모험심과 함께 커가기만 할 터이니까 말이다.

 

 

암릉의 한 자락에 서면 남해의 다도해들이 거리감을 뛰어넘어 물밀 듯이 밀려온다. 살아오며 덧없이 쌓여온 부질없는 모든 것들과, 미처 삭이지 못한 감정의 찌꺼기들이 울컥 목 메이게 했다가 저절로 떨어져 나간다. 아~~ 어느새 가슴이 후련해진다.  

 

 

 

역시 여기도 따뜻한 남쪽나라답게 천종사 옆의 밭엔 눈속에서도 대파가 푸르름을 자랑하고 있다 

작지만 뛰어난 암릉미를 자랑하고 있는 동석산, 그러나 산세에 비해 뒤떨어지는 등산로... 로프나 난간 등 안전시설이 잘 갖추어져있지 않아 눈비가 오거나 바람이 강하게 부는 날 산행을 할 경우 사고를 초래할 우려가 많다. 이곳 지자체에서 좀 신경을 써 주시기를 바래본다.

 

 

귀경길에 잠깐 들른, 녹진전망대

진도대교와 울돌목의 조망을 위하여 조성된 전망대, 이곳에서 동쪽으론 어란포와 벽파진, 서쪽으론 목포와 고하도를 어림해 볼 수 있다. 이미 술에 절은 코끝이건만 불어오는 바닷바람에는 진한 갯내음이 묻어 있음을 느낄 수 있다.  아주 연하디 연한....

 

 

울돌목을 가로지르는 아름다운 구조물, 진도대교.

전남 해남과 진도를 잇는 길이 484m의 다리... 1984년 완공된 기존의 진도대교 곁에 2006년말 기존 대교와 유사하게 제2교를 건설한 국내 최초의 병렬식 쌍둥이 다리이다.  

 

 

제법 굵은 눈발 사이로 다도해 풍경이 아늑하게 다가온다.  

 

 

임진왜란 당시 이순신 장군이 12척의 배로 왜선 133척을 수장시킨 명량대첩의 전승지인 울돌목이 아마 저기쯤일 것이다. 조류의 속도를 체크하는 시설이 있는 걸 보면 유속이 제일 세다는 것일 터이니까...

 

 

새해, 지난 해를 뒤돌아보고, 당신이 하는 일이 너무 바빴다면 분석해 보라. 쓸데없다고 생각되는 일은 없는지... 그리고 과감히 버려라. 그 일조차 바빠서 못한다면 당신은 문제가 무엇인지도 모르고 답안지를 작성하려고 낑낑대고 있는 수험생이나 다름없을 것이다. 비록 일출은 보지 못했으나 여명을 넘어 태양이 있었을테니까 너무 실망하지도 말 것이다. 새해 새로운 날에 순결의 극치인 백설과 함께 하였으니 이보다 더한 행운이 어디 있으랴~ 그 새하얀 여백에다 행복을 향한 우리의 설계를 그려나갈 수 있으니까....  새로운 기축년도 화이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