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륜산 (頭崙山, 703m)


산행코스 : 주차장→대흥사→진불암→북미륵암→오심재→노승봉→가련봉→두륜봉→구름다리→진불암→표충사→대흥사→주차장 (산행시간 : 4시간30분)


소재지 : 전라남도 해남군 삼산면과 북일면의 경계

산행일 : ‘10. 4. 25(일)

함께한 산악회 : 서울동강산악회


특색 : 고산 윤선도선생은 대나무를 보고 ‘나무도 아닌 것이, 풀도 아닌 것이’라 느끼셨다. 오늘 난 두륜산을 돌아보며 ‘흙산도 아닌 것이, 그렇다고 돌 산도 아닌 것이’라고 읊고 싶다. 아랫도리는 흙산인데 상부는 암산이니 말이다. 동백나무와 북가시나무, 편백나무 등 상록수로 뒤덮인 아름다운 숲과 상부의 奇奇妙妙한 형상의 암릉들, 어느 것 하나 놓치기 아까운 아름다움이었다.   

 

 

▼  산행들머리는 대흥사 주차장

주차장에서 대흥사까지는 제법 먼 거리이나, 동백과 느티나무 숲 터널이 길을 어둡게 만들고, 삼나무와 편백나무들은 하늘을 향해 솟아올라 미끈한 아랫도리를 아낌없이 보여주고 있다. 이런 숲을 걷다보면 결코 지루함을 느낄 겨를이 없다. 대흥사로 들어가는 길은 좁은 협곡성 회랑으로 되어있다. 거기다 울창한 숲이 세속과 탈속을 분명하게 갈라놓고 있어서, 호젓하면서도 경건한 분위기에 젖어들게 만들어 준다.

  

 

 

▼  우리나라에서 가장 오래되었다는 여관인 유선여관

대흥사 들어가는 입구, 계곡물을 가로지르는 彼岸橋의 바로 밑에 자리를 잡았으니 僧과 俗의 중간어림이랄까? 여기를 넘어가면 彼岸에 당도하니, 당연히 여긴 속세 사람들이 묵어가는 곳이지 승려들이 묵고가지는 않을 것이다. 물가에 위치하고 있어 계곡에서 들려오는 물소리를 오래 듣고 있자면 모든 번뇌와 망상이 사라진단다. 유홍준씨가 쓴 ‘나의 문화유산 답사기’에 반찬이 좋다고 적혀있다.  

 

 

 

▼  일주문을 지나 사찰경내로 들어서면 대륜산을 배경으로 대흥사의 전경이 한눈에 들어온다. 정상의 암릉은 만일암 어림에서 활처럼 굽어진 채 숲으로 뒤덮인 산록으로 이어지다가 두륜봉을 솟구치고 있다. 전망대에서 우측은 표충사, 좌측으로 가면 연리근과 대웅전을 만난다.  

 * ‘三災가 미치지 못하여 萬年동안 毁損되지 않을 땅’ 서산대사의 유언이 아닐지라도 두륜산은 빼어난 절경을 자랑한다. 두륜산의 넓은 분지에 자리한 대흥사는 대한불교 조계종 22교구 본사이다.

 

 

 

 

▼  대웅전 가기 직전에 만나는 連理根

뿌리가 각각 다른 나무가 서로 엉켜, 마치 한그루처럼 보이는 것을 연리지라고 부르며, 전에는 효성이 지극함을 나타냈으나 요즘은 부부애가 진한 것에 비유를 한다. 그 것에 연유해서 뿌리가 붙은 것을 連理根이라고 하며, 연리지와 같은 의미를 부여하고 있다.  

 

 

▼  대웅보전

북미륵암 마애여래좌상(국보 제308호), 탑산사 동종(보물 제88호), 북미륵암 삼층석탑(보물 제301호), 응진전 삼층석탑(보물 제320호), 서산대사 부도(보물 제1347호), 서산대사 유물(보물 제1357호), 천불전(전남유형문화재 제48호), 천불상(전남유형문화재 제52호), 용화당(전남유형문화재 제93호), 대광명전(전남유형문화재 제94호), 관음보살도(전남유형문화재 제179호), 표충사(전남기념물 제19호) 등, 대흥사 도량 전체가 사적명승 제9호로 지정되어 있을 정도로 문화재가 널려있는데, 새로 지었다는 죄로 대흥사에서 제일 중요한 건물임에도 불구하고 유독 이 대웅전만 문화재로 지정받지 못했다.(풍담(風潭) 스님으로부터 초의(草衣)스님에 이르기까지 13 대종사(大宗師)가 이 곳에서 배출되었단다)  

 

 

▼  표충사앞을 통과하기전 왼쪽으로 가는 길과 오른쪽으로 가는 길이 나뉘는데 왼쪽 길이 일지암-만일재, 오른쪽 길이 진불암-오심재길이 된다. 두 길은 북미륵암에서 만나게된다.

* 表忠詞(전라남도 유형기념물 제19호)와 서산대사 坐像

표충사는 임진왜란 때 승병을 일으켜 왜적을 물리치는데 앞장섰던 서산대사를 모시는 사당으로 조선 현종(1669년) 때 건립되었으며, 정조 12년에 대사의 공을 기리기 위해 왕이 친히 사액을 내린바 있다. 후에 임란 때 왜적을 물리치는데 공을 세웠던 유정스님과 처영스님을 함께 모시고 있다.  

 

 

▼  등산로는 계곡을 따라 진불암으로 이어진다.  등산로 주변은 동백나무 群落, 둥근 꽃봉오리가 검푸른 잎새 사이로 원앙금침에 수를 놓은 듯 붉게 빛나는 동백, 그 외에도 단풍나무와 참나무가 어우러진 숲이 짙게 우거져 대낮에도 어두울 지경으로 남국적 정취를 자아내고 있다.  

 

 

 

▼  계곡을 따라 20여분을 오르면 시멘트 포장도로를 만난다. 길은 넓고 평탄한데 5분 조금 못되게 걷다보면 진불암과 만나게 된다. 진불암 입구에서 오른편으로 오르면 두륜봉의 후면 오름길...  

 

 

▼  眞佛庵

산 중턱에 수채화처럼 조용히 앉아있는 조그만 암자, 특별한 감명을 주지 않기에 최하림시인의 시집에서 진불암이라는 시 한편을 옮겨 보는 것으로 소감을 대신해 본다.

대륜산 중머리에 진불암이라는 암자 한 채 가랑잎처럼 떠 있다. 비 오고 바람 부는 날에도 나무아미타불을 읊조리며 물아래 그림자를 보고 있다. 보살들이 산문으로 들어서는 오후가 되면 풍경소리 울고 바람도 없이 보리수 잎들이 떨어져내려 뜰을 덮는다. 바로 그런 순간에 혹은 그보다 훨씬 늦은 시간에 밤은 거기서 발을 내리고 뱀처럼 또아리를 튼다. 검은 산문으로 목을 빼고 보면 마음 깊은 사람들이 오는지 잎새가 설렁이지만 모습을 보이는 이는 없다. 산문에는 草衣도 淸華도 없다.

  

▼  북미륵암으로 가는 길은 크기가 1,2미터의 판석같은 돌들이 되는대로 박혀있는 길이다.  

 

 

 

▼  너덜길을 지나 조금 더 나아가면 산죽숲이 나타나고, 산죽에 둘러싸인 길다란 요사채와 龍華殿이라는 법당이 보인다. 용화전 안의 유리상자 속에 국보로 지정된 미륵불이 모셔져 있다.  미륵불은 來世佛로서 現世를 어렵게 살아가고 있는 서민들이 주로 믿는 부처로서, 대개는 사회의 밑바닥 구성원들이 조성한다(예, 황순원선생의 장길산에 나오는 운주사의 천불사상). 따라서 대부분의 미륵불은 투박하고 거칠기만한데, 이곳의 부처님은 고운것이 특이하다

 

▼  국보 제308호인 북미륵암 마애여래좌상

신라의 下代에 조성된 것으로 한국 불교조각의 最盛期인 8세기 양식을 계승한 秀作이다. 아마 新羅末의 혼란기에 야기되는 외침을 견제하려는 濩佛性에서 조성된 것으로 추정된다.  

 

 

▼  북미륵암에서 그리 경사가 심하지 않은 길을 얼마간 오르다보면 넓은 헬기장으로 이루어진 오심재이다. 노승봉은 이곳에서 오른편으로 틀어 산죽길을 따라 올라가야 한다 

 

 

 

▼  노승봉으로 가는 등산로 주변은 소사나무 군락, 생존력이 매우 강해 비탈진 능선이나 바람이 센 정상에서도 번성하는 특성에 맞에 군락을 이루고 있다.  

 

 

 

▼  헬기장에서 바라본 노승봉, 노승봉은 가파른 암릉으로 되어있어, 밧줄과 쇠줄을 번갈아 잡고 씨름을 해야만이 오를 수 있다. 정상은 공간이 넉넉하여 잠깐 배낭을 내려놓고 간식을 먹으며 조망을 즐기기에 알맞다.   노승봉 정상에 서면 눈 맛이 좋아진다. 그 좋은 눈 맛은 서서히 가슴으로 전해져 심장을 바쁘게 만들고, 그 바쁨은 설레임으로 변해 내 가슴에 차곡차곡 쌓여만 간다. 그리고 난 그 설레임을 찾아 또 다른 산을 찾아 나선다.

 

 

 

 

 

▼  노승봉에서 바라본 고계봉, 케이블카의 상부역사가 있는 곳, 산을 오르는데 익숙하지 않은 사람들은 저 곳을 통과하면 그리 힘들지 않고 두륜산을 맛볼 수 있다.  

 

 

▼  노승봉에서 바라본 두륜산의 정상인 가련봉, 가련봉의 정상은 3개의 암봉으로 이루어져 있다. 정상에서 계곡을 내려다보면 협곡을 향하여 도도히 흘러내려가다가 절묘한 곳에 산간평지를 펼쳐놓았다. 그곳에 대흥사 가람이 조용히 앉아있다.  

* 두륜산은 주봉인 두륜봉(673m)을 위시하여 가련봉(703m), 고계봉(638m), 노승봉(685m), 도솔봉(672m), 혈망봉(379m), 향로봉(469m) 연화봉(613m) 등 여덟 개의 봉우리가 여덟 개이다. 원래는 큰 산이라는 뜻으로 ‘듬’과 ‘한’이 어우러져 한듬으로 불리다가 대듬으로, 마침내는 대둔산으로 불리웠단다. 그 후에 중국의 곤륜산의 ‘륜’자와 백두산의 ‘두’라를합하여 두륜산으로 바꿔 불렀다고 하는데, 믿거나 말거나.....

 

 

 

 

 

▼  노승봉에서 가련봉으로 가는 내리막 구간  

 

 

 

▼  가련봉에서 바라본 노승봉

자연의 아름다움은 경계가 없다. 날이 맑으면 맑은 대로, 흐리면 흐린 대로, 그리고 눈이 오나 비가 오나 그 상황에 따라서 자연은 제각기 다른 모습의 아름다움을 보여준다. 다만 덜 익은 인간들이 자기 가슴에 차이를 두면서 담을 따름...  

 

 

 

▼  대륜산의 정상인 가련봉은 두어평 남짓 되는 협소한 공간, 한쪽 귀퉁이에 ‘가련봉 703m’라고 적힌 작은 바위가 초라하게 얹혀있다.  

 

 

 

 

 ▼  가련봉의 발아래에 있는 만일재와 두륜봉을 바라보며 계단을 내려선다.  

 

 

▼  기가막히게 새를 닮은 바위  

 

 

▼  가련봉을 내려와 험한 너덜지대를 지나면, 두륜봉을 뒷 배경으로 삼고 있는 만일재가 보인다. 산행은 두륜봉을 올랐다가 돌아와 만일암터로 내려가야 한다. 대륜산에서 빼먹어서는 안되는 곳 중의 하나가 만일암터와 千年樹이니까... 그런데 난 진불암으로 내려가는 남쪽 능선을 탄 덕분에 千慮一失의 우를 범하고야 말았다. 진불암 뒷편 능선을 오르며 만일암터를 찾아 희미한 등산로를 해매기를 20여분, 결국 다리품만 헛되이 팔고 발걸음을 돌릴 수 밖에 없었다.   

 

 

 

 

 

▼  만일제에서 바라본 가련봉

이런 세상이 내가 사는 세상이었으면 하는 작은 바램, 내 짊어진 근심걱정 이곳에다 다 내려놓고, 한 사흘 푹 쉬다 내려갔으면... 아니다, 내가 내려놓은 근심걱정이 이렇게 고운 仙界를 더럽힐지도 모르니 다시 주워담고 내려가야겠다.  

 

 

 

▼  두륜봉의 깎아지른 벼랑 아래로 난 길을 돌아가면 벼랑사이로 철제 사다리를 설치해 놓을 정도로 급한 경사길이 나있다. 철제 사다리 위에는 석문이 있는데 자연 구름다리로는 규모가 꽤 큰 돌다리이다. 무지개형으로 생긴 이 다리는 마치 하늘에 걸린 구름다리로 보인다 해서 일명 하늘다리라고도 불리운다. 하늘을 걷는 기분을 맛보려는 것일까? 많은 사람들이 위험을 무릅쓰고 다리 위를 건너다니고 있다.  

 

 

 

▼  두륜봉 정상은 모나지 않은 넓은 반석이 틈없이 촘촘히 들어찬 넓은 공터이다. 그러나 정점만 벗어나면 이렇게 흙으로 곱게 뒤덥힌 분지도 맛볼 수 있다.

 

 

▼  두륜봉 정상은 길이 50미터정도의 타원형으로 되어있고 타원형의 외곽은 높은 단애로 되어 있다 두륜산의 주봉(정상)은 가련봉이지만, 두륜봉 정상에 두륜산의 정상표지석이 세워져 있다. 아무래도 높이에 관계없이 이곳 두륜봉이 두륜산의 정상노릇을 하는 가 보다. 두륜은 산꼭대기가 둥글다는 뜻이란다.  

 

 

▼  동쪽 발아래로는 바둑판처럼 잘 정비된 벌판이 내려다보이고 그 너머로 다도해가 펼쳐져 있다. 강진만 앞바다에 떠있는 섬들 사이로 해로가 멀어지는 먼 바다에 햇빛이 은빛 비늘을 만들어 내고 있다.  

 

 

 

▼  두륜봉에서 투구봉과 위봉으로 가는 능선이 나지막하게 흐르고 있다.   

 

 

▼  두륜봉에서 진일암으로 내려가는 하산 길은 투박하고 거칠다. 가파른 내리막에 박힌 바위들은 굵고 못생겨 발 디디기가 쉽지 않다. 너덜 중에서도 상 너덜길...  

 

 

▼  등산로 주변에는 난대성 상록수인 동백나무 群落, 철이 지난 탓에 나무에 얹힌 꽃보다 땅위에 누워있는 꽃이 더 많다. 김소월 시인이 사뿐히 즈려밟고 지나갔던 진달래와는 달리, 난 거침없이 동백꽃 위를 걷는다. 깔아 주는 정성이 없음이려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