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태산(710m)
위 치 : 전남 장성군과 담양군의 경계능선
산행코스 : 한재-천봉-불태산-갓봉-깃대봉-헬리포트-진원마을(산행시간 : 4시간)
특 징 : 그 동안 軍시설이 있어 민간인 통제지역이었으나 최근 완화되면서 등산객들이 많아 찾고 있는 산, 인근에 있는 병풍산의 명성에 가려 있으나, 불태산에서 깃대봉까지는 암릉으로 되어있어 산을 타는 재미가 제법 쏠쏠하다. 한번쯤은 가볼만하나, 계절따라 찾아볼 의미는 없는 산이다.
< 산행 들머리인 한재 >
도로를 사이에 두고 동쪽에 병풍산, 반대편에 불태산이 있다.
이곳에서 병장산으로 오르려 했으나, 사람 발길이 닿지 않은 길은 잡목과 가시덤불이 옷을 잡아채며 앙탈을 부리고 있다. 길을 잘못 들었다는 외침에 되돌아 나와 병풍산 입구표시가 있는 곳에서 간이주점 옆으로 난 등산로를 따라 산행을 시작한다.
지난주 서해안 지방에 내려졌던 폭설경보에 행여 雪國의 뒷맛이라도 볼 수 있으려나 가느다란 희망을 안고 왔으나, 산행을 시작하자마자 기대는 곧 실망으로 변하고 만다. 휴~~ 눈 녹은 뒤끝인지라 땅은 질고 거기에 낙엽까지 뒤엉켜 미끄럽기 한이 없다.
천봉
불태산을 가려면 어차피 지나가야하기에 오를뿐 아무 특색이 없는 흙산. 다만, 하늘에 닿을 만큼 높다는 천봉의 이름 때문인지 주변의 산과 들이 한눈에 조망된다. 정상의 남쪽 억새밭에선 지나쳐버린 병장산과 삼인산. 남쪽으로 무등산, 서쪽의 불태산 능선이 한눈에 들어온다.
길을 잘못 들어 지나쳐버린 병장산
안부 삼거리에는 병장산 방향으로는 리본하나 없고, 수 많은 리본들은 오로지 천봉뱡향으로 집합...덕분에 병장산을 지나쳐 버리는 불상사가 발생하고 만다.(‘별로 볼게 없는 산일거야’ 천봉을 오르는 길에 뒤로 보이는 병장산을 바라보며 나름대로 위안을 삼을 수밖에... ^^-*)
오늘 걸어야할 불태산 방향의 능선
장성방면으론 여성의 주름진 치마처럼 유순한 산릉들이 첩첩으로 겹치지만, 날등길은 톱날처럼 날카로워 그 반대편을 보여주질 않는다
불태산
숨이 턱에 차게 올라야만 하는 천봉을 지나 등산로는 허무하게도 다시 바닥까지 뚝 떨어지고 만다. 떨어진 고도보다 더 높이 올라야하는 여정... 코가 땅에 닿을 듯이 힘들게 고스락을 오르노라면 마치 지위가 높고 어른이 될수록 만고풍상을 가슴으로 삭여야 하는 인생여정 같다.
불태산으로 힘든 고행길을 오르다보면 뒤편으로 뒤편에 병풍산과 한재로 이어지는 도로가 한눈에 잡힌다
남쪽으로 바라보이는 대전면 뜰과 무등산방향 조망, 아래 보이는 저수지 근처에 이지방의 토호인 광산 金씨 발상지가 있다
등산로는 송림과 산죽, 억새를 헤치며 걷는 즐거움에. 스릴 넘치는 암릉이 산행의 즐거움을 더해준다. 또 암릉과 송림이 어우러진 전망대가 곳곳에 자리 잡고 있는 게 매력이다
서쪽으로 연이어지는 불태산 줄기는 남쪽은 수직이다 싶게 허리를 고추 세운 암릉, 오른편엔 육산이다. 아무런 표시도 없는 갓봉에서 내려오는 길은 곳곳에 위험지역이 도사리고 있으나, 가느다란 밧줄이 걸려있어 진행하는 데에는 별 무리가 없다. 그래도 위험하다 생각하면 찾기 어렵지 않은 우회로를 택하면 된다.
등산로는 온통 암릉길이고, 억새풀 초원지대를 지나 박달나무 틈새를 비집고 정상에 서면 남쪽엔 천야만야한 절벽이 보이고, 진행해야할 날등길이 험로임을 예고해 준다.
정상을 지나면 갓봉(불태2봉) 암봉들이 줄지어 마중 나온다. 갓봉에서 보는 산줄기가 더욱 멋있고 장엄하다. 갓봉의 서쪽 암벽 아래에서 밧줄을 타고 암벽을 내려서면 뒤편으로 병풍산이 보일락말락...
불태산에서 서쪽을 향하면 남쪽 담양방면으론 천길 낭떠러지의 절벽길이 연이어지고 그 아래론 영산강 건너로 빛고을 전체가 조망된다. 날씨만 좋다면 빛고을을 감싼 무등산이 멋지게 하늘금을 긋는다고 한다.
불태산을 지나 깃대봉에 이르면 정상에 벤치가 반겨 맞는다. 하나의 산을 두 개의 지자체에 걸쳐 있기 때문인지 등산로 정비가 반쪽만 되어 있는게 웬지 서글프다. 하여간 등산로를 잘 가꾸어준 장성군청 분들게 감사~~ ^^-*
간혹 암봉을 내려오다 보면 자칫 산길이 사라지는 경우가 있는데, 이럴 경우엔 지체없이 되돌아 나오면 절벽 아랫쪽으로 산길이 열려있음을 발견할 수 있다.
삼각점이 있는 헬리포트의 이정표
이곳에서 귀바위쪽 능선을 버리고 하산거리가 짧은 사방댐으로 방향을 잡는다
까치밥 한입 물고, 달디 단 감맛에 빠지다 보면 언제 산죽길을 지났는지도 못느낀다.
사방댐 못미쳐 만난 감과수원엔 까치밥이 나무마다 한두개씩 걸려있다. 집사람에게 맛보이고 싶은 욕심에 무리를 해서 따 본다. 달다는 집사람의 환호성에 아직 감을 따지 않은 나무에까지 접근하는 무리수... 열 개 넘어 땃으니 주인장의 노여움을 사는거나 아닌지... 그래도 집사람이 좋아하는 일이라면 무언들 못하리요.^^-*
고산서원 가는 길목 진원마을 앞 느티나무
수명이 680년 된 보호수로, 몸통은 어른들 대여섯명이 팔을 맛대어야 손이 닿을 정도...
고산서원(전라남도 기념물)
조선성리학 6대가(이이, 이황, 서경덕, 임상주, 이진상)의 한사람인 노사 기정진선생이 담대헌이란 정자를 짓고 후학들을 가르치던 곳인데, 1924년에 후손들이 다시 중건한 후 고산서원이란 편액을 걸었다.
기정진선생은 자는 大中. 호는 蘆沙로. 전북 淳昌에서 태어나 장성(長城)에서 자랐다.
進士에 합격한 후, 여러 번 벼슬에 임명되었으나, 사양하다가 후에 曹參判에 이르렀다. 성리학을 독자적으로 연구함으로써 대성하였다.
다시한번 주위를 둘러보라.
지금 이 순간, 무엇이 보이고 무엇이 들리는가?
지금 이 순간, 당신 삶에 충실하라. 모든 것을 기꺼이 누려라.
과거를 후회하기 말고 내일을 두려워 마라. 오늘을 만끽하라.
- 존 블름버그의 '카르페 디엠'의 서문중에서 -
어제부터 읽기 시작한 책에서 찾아내고 가슴이 서늘해진 글귀이다.
이미 찾아온 행복을 매 순간 지혜롭게 발견해 나가는 사람만이 앞으로 다가올 행복을 맞을 준비를 할 수 있다는 말이다. 내 삶에 이미 찾아온 행복이란... 그건 바로 내 사랑하는 사람의 손을 꼭 부여잡고 함께하는 것... 지금은 집사람과 함께 오손도손 산행을 즐기는 것 아니겠는가. 자 그럼 이 순간, 기쁨과 즐거움, 충만함으로 내 삶의 문을 두드리는 행복을 맞이해 보자. 인생은 살 만한 것이 아니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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